릴로

나무 대문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쇠붙이가 거칠게 부딪치는 파열음이 청록동의 좁은 골목길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이빨 덜덜 떨면서 지키고 서 있어 봐야 소용없어! 당장 문 안 열어?"

붉은 이마에 칼자국이 선연한 사내가 곡괭이를 치켜들었다. 그 뒤로 늘어선 용역들의 그림자가 허름한 은빛 바늘 아틀리에의 마당을 시커멓게 뒤덮었다. 그들의 발길질에 낡은 목조 담벼락에서 마른 흙먼지가 바스러져 내렸다.

장벽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고양이들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뱉어냈다. 쇠가 긁히는 듯한, 피비린내 나는 울음이었다.

여울의 왼쪽 다리가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뼈마디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목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뻗쳐올랐다. 이 고통은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아틀리에 구석에 웅크린 백구 인형이 품은, 얼어붙은 영혼의 고통이 여울의 신경망을 고스란히 장악하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어. 춥고, 무서워. 할아버지는 왜 안 일어나지? 왜 나를 두고 차가운 흙 속에서 잠만 자는 거야?

머릿속을 두드리는 짐승의 왜곡된 흐느낌에 여울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턱끝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툭 떨어져 먼지 쌓인 마루판을 적셨다.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이 잔인한 장부의 규칙은 여울의 얇은 방어벽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비켜, 이 미친년이 진짜……!"

흉터 사내가 대문을 부수고 마당 안으로 구두발을 디디며 곡괭이를 내리찍으려던 찰나였다.

콰아아앙—!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찢어발겼다. 고막을 관통하는 굉음과 함께, 초록색 도색이 벗겨진 유기동물 구조대 탑차가 아틀리에의 깨진 대문 틈새를 정면으로 들이받으며 멈춰 섰다. 타이어가 흙바닥을 긁으며 뿜어낸 매캐한 연기가 사내들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쿨럭! 뭐야, 어떤 새끼야!"

용역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운전석 문이 거칠게 열리고, 한 남자가 긴 다리를 뻗으며 차에서 내려섰다. 단정한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인 사내, 백은우였다. 그의 어깨에는 낡은 의료용 왕진 가방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밤늦게 남의 사유지에서 쇠붙이를 휘두르는 건 취미자치고는 너무 요란하군요."

은우는 매사 헐렁해 보이는 웃음기를 싹 지운 채, 차가운 눈빛으로 용역들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손에는 이미 녹음 버튼이 켜진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너는 또 어떤 반푼이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이건 골드 디벨롭먼트 공식 집행 건이다."

"공식 집행?"

은우가 콧방귀를 뀌며 안경테를 가볍게 밀어 올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상대의 기세를 단숨에 누르는 묘한 무게감이 있었다.

"토지 인도 소송 판결문도 없이 야간에 사유지 무단 침입, 기물 파손, 그리고 무엇보다……."

은우가 바닥에 떨어진 쇠파이프를 구두 앞코로 툭 찼다.

"특수협박죄에 해당합니다. 방금 전 상황은 제 차량 블랙박스와 이 휴대폰에 고스란히 실시간 클라우드로 전송되었습니다. 경찰서 유치장의 밤공기가 꽤 시릴 텐데, 들어가서 몸 좀 식히시겠습니까?"

"이 새끼가 진짜 법법 거리면서 기어오르네!"

용역이 주먹을 쥐고 다가서려 하자, 은우는 붉은 경광등이 멀리 골목 모퉁이에서 번쩍이는 방향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야간 순찰 돌던 경찰차가 이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청록동의 고요한 공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쳇, 재수 없는 새끼들. 야, 일단 철수해!"

흉터 사내가 침을 뱉으며 돌아섰다. 용역들이 어둠 속으로 흩어지는 발소리가 멀어지자, 아틀리에 마당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울은 문틀을 붙잡고 겨우 서 있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은우가 천천히 걸어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안색이 엉망이네요, 한여울 씨. 괜찮습니까?"

여울은 그의 손길을 피하며 몸을 뒤로 물러섰다. 과거의 배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장 믿었던 선배가 자신의 디자인을 훔치고 미소를 지었던 그 순간이. 인자한 척 다가오는 인간들은 대개 뒤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

"……왜 도운 거죠?"

여울의 목소리는 잔뜩 가시가 돋쳐 있었다.

"도운 게 아니라, 전 이 동네 동물의 주치의로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쪽이 쓰러지면 골치 아파지니까요."

은우는 그녀의 방어적인 태도를 익히 안다는 듯,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왕진 가방에서 갈색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포도당입니다. 마시고 안으로 들어가요. 밤바람이 시립니다. 그쪽이 앓아누우면 이 낡은 집을 지킬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여울은 그가 내민 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빼앗듯 받아쥐고 아틀리에 안쪽의 작업실로 걸음을 옮겼다. 은우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마당의 깨진 문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묵묵한 배려가 오히려 여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호의는 언제나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야. 흔들리지 마, 한여울.

여울은 작업실 문을 걸어 잠그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 안에는 할아버지가 쓰시던 오래된 참나무 작업대와, 그 위에 놓인 낡은 진돗개 모양의 백구 인형이 있었다. 인형은 목덜미가 형편없이 뜯겨 나가 있었고, 누런 솜이 삐져나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두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뇌리를 때리는 백구의 마지막 기억이 여울의 시야를 강제로 점유했다.

시야가 하얗게 흐려지더니, 펑펑 쏟아지는 눈발이 보였다. 지독하게 시린 겨울밤이었다.

—할아버지, 추워. 왜 안 일어나? 나랑 같이 집에 가자. 멍멍! 아무리 불러도 할아버지는 대답이 없어. 흙구덩이 속은 너무 어두워. 내가 따뜻하게 해 줄게. 내 털을 나눠 줄 테니까, 제발 눈 좀 떠 봐……!

여울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동물의 인지는 왜곡되어 있었다. 백구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가출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할아버지가 겨울철 약초를 캐러 가셨다가 깊은 흙구덩이에 추락해 의식을 잃으셨을 때, 백구는 그 곁을 지키며 자신의 체온으로 할아버지를 살리려 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구조되었지만, 백구는 그 차가운 구덩이 속에서 얼어 죽었다. 백구의 영혼은 자신이 할아버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할아버지가 여전히 그 어두운 구덩이 속에서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갇혀 있었다.

"바보 같은 녀석……."

여울이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먹먹해져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낡은 재봉 보관함 깊은 곳을 열었다. 그곳에는 1화에서 발견했던, 첫눈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 바늘 실' 한 타래가 누워 있었다. 실타래는 스스로 미약한 온기를 뿜어내며 여울의 차가운 손끝을 녹여주었다.

여울은 바늘귀에 그 은빛 실을 꿰었다.

[영혼의 수선 장부]가 허공에 스스로 펼쳐지며 붉은 글씨를 토해냈다.

--- [수선 대상: 백구 인형] - 손상도: 100% (원혼의 왜곡된 기억 집착 상태) - 동조율: 78% (경고: 수선 실패 시 시술자의 영혼에 영구적 한기 전이!) ---

"시끄러워. 실패 같은 건 안 해."

여울은 바늘을 쥐고 인형의 목덜미로 손을 가져갔다.

바늘끝이 낡은 인조 가죽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상상 초월의 한기가 여울의 손가락을 타고 심장으로 몰아쳤다. 손가락 끝이 동상에 걸린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통증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가 딱딱 맞부딪쳤다.

—추워, 추워! 할아버지, 손이 너무 차가워!

인형의 비명이 여울의 영혼을 흔들었다.

"괜찮아…… 이제 안 추워."

여울은 떨리는 손을 다잡으며 한 땀 한 땀 실을 꿰맸다. 은빛 실이 지나간 자리에 신비로운 백은색 광채가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뜯겨 나간 목덜미의 누런 솜이 안으로 보듬어지고, 해진 천들이 기적처럼 서로를 끌어당겨 완벽한 형태로 접합되었다.

한 땀, 두 땀.

바느질이 더해질 때마다 작업실 안을 가득 채웠던 지독한 냉기가 서서히 걷히고, 봄볕 같은 미온(微溫)이 흘러넘쳤다.

인형의 손상도 수치가 눈앞에서 빠르게 줄어들었다.

80%…… 50%…… 20%……!

마지막 매듭을 짓고 실을 잘라내는 순간,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찬란한 백은색 불빛이 아틀리에 온 거실을 아우르며 소용돌이쳤다.

그 빛은 용역들이 남기고 간 퀴퀴한 먼지와 부정적인 어둠을 단숨에 물리쳤다. 맑고 깨끗한 정제의 장막이 공간 전체를 감싸 안았다.

[손상도: 0% — 수선 완료]

인형 머리맡에서 희끄무레한 백구의 형상이 떠올랐다. 녀석은 더 이상 춥지 않은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여울의 손등을 핥는 시늉을 했다. 녀석의 눈빛은 맑고 평온했다.

—누나, 고마워. 이제 할아버지가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다는 걸 알았어. 나도 이제 졸려…….

백구의 영혼은 은은한 빛줄기가 되어 천장 너머 밤하늘로 부드럽게 승천했다.

동시에 머릿속을 짓누르던 극심한 두통과 한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여울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작업대에 기댔다. 몸은 지쳤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온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징글—!

맑은 종소리와 함께 장부가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

--- [시스템 메시지] - 최초의 수선 성공! 온기 지수가 '10%'로 상승합니다. - 아틀리에 성장 잠금 해제: '안식의 바구니' 공간이 복원되었습니다. - 특전: 부정적인 기운을 걸러내는 정화 구역이 활성화됩니다. ---

작업실 한구석에 놓여 있던 큰 대나무 바구니가 은은한 에메랄드빛을 내뿜으며 스스로 형태를 잡았다. 바구니 안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양털 같은 안감이 덧대어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신선한 숲의 향기가 감돌았다.

"해낸 건가……."

여울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에 남아 있는 은빛 실의 잔상이 따뜻했다.

쾅!

그때, 아틀리에의 뒷문이 거칠게 열렸다.

"여울 언니! 언니, 안에 있어?!"

가죽 재킷을 입은 송도희가 헬멧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뛰어 들어왔다. 그녀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시큼하고 차가운 소독약 냄새가 방 안의 정화된 공기를 단숨에 오염시키며 밀려들었다.

도희의 품에는 붉은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된 작은 믹스견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 녀석은 1화에서 실종되었던 유기견 '깜이'였다.

"도희야? 무슨 일이야?"

여울이 놀라 일어서자, 도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깜이를 안식의 바구니 쪽으로 밀어 넣었다.

"골목 저편 쓰레기 더미에서 찾았어! 어떤 새끼들이 녀석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온몸이 찢어지고 제정신이 아니야. 은우 형한테 가려다가 언니 생각이 나서……!"

여울의 시선이 깜이의 목줄에 머물렀다.

낡은 가죽 목줄에는 붉은 핏자국과 함께 묘한 푸른색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여울의 예리한 후각으로 범상치 않은 냄새가 포착되었다.

—이건 일반 동물병원 냄새가 아니야.

극도로 정제되고, 코끝을 찌르는 듯한 특수 화학 소독약 향기. 대형 제약사나 상류층 전용 프리미엄 메디컬 센터에서나 사용하는 특수한 무균실 소독제의 향이었다.

여울의 뇌리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깜이가 실종되었던 동안, 녀석은 단순한 유기견의 삶을 산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녀석을 가두고 무언가 잔인한 실험을 자행한 것이 분명했다.

"일단 여기 눕혀봐. 바구니 안이 안전해."

여울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깜이를 안식의 바구니에 누이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르—!"

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깜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핏발 선 붉은 눈동자에는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광기와 공포가 서려 있었다.

덥석!

"아앗!"

깜이가 여울의 손목을 날카로운 송곳니로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살점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뜨거운 피가 여울의 하얀 셔츠 소매를 붉게 물들였다.

그와 동시에 여울의 눈앞이 암전되었다.

눈을 뜬 곳은 아틀리에가 아니었다.

사방이 온통 하얗고 차가운 타일로 둘러싸인, 피비린내 나는 소작 연구실의 한복판이었다.

은빛 주사바늘이 허공을 가르고, 기계음이 고막을 찢었다. 쇠창살 안에서 수십 마리의 동물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여울의 뇌수를 헤집으며 해일처럼 몰려들었다.

—아파!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고 있어! 제발 그만해!

깜이의 왜곡된, 그러나 너무나도 선명한 학대의 기억이 여울의 오감을 마비시키며 무서운 속도로 그녀의 영혼을 잠식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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