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괴물이 네 가죽을 벗길 텐데도 이 성에서 첫날밤을 버티겠느냐.”
차가운 가죽 장갑을 낀 유제스의 손가락이 엘디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턱뼈가 바스러질 듯한 악력에 뇌수가 찌르르 흔들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는 것은 명백한 조소와 살의였다.
동시에 쇄골 아래 새겨진 흑장미 문양이 붉은 피를 삼키며 급전 타올랐다. 마치 갓 달군 쇠 인두로 살가죽을 지지는 듯한 지독한 화끈거림이 가슴팍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울컥, 목구멍 끝까지 뜨거운 핏물이 날카롭게 치밀어 올랐다.
[동조 만개율 19% 돌파!] [경고: 대상의 파멸적 자멸 충동이 시전자의 중추신경계와 공명합니다!]
머릿속에서 삐- 하는 고주파 소음과 함께 붉은 경고창이 사정없이 깜빡였다. 가슴이 찢길 듯 아파서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엘디아는 오히려 입술을 말아 올렸다. 입술 틈새로 붉은 피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려 턱을 타고 유제스의 검은 가죽 장갑 위로 툭, 떨어졌다.
그녀가 걸친 연분홍빛 실크 드레스의 빳빳한 깃이 붉은 핏방울을 머금어 순식간에 진홍빛으로 얼룩졌다. 그러나 엘디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자신을 짓누르는 사나운 맹수 같은 사내를 똑바로 응시했다.
“가죽이 좀 벗겨지는 게 대수인가요?”
목소리가 덜덜 떨렸지만, 그 안에는 비굴함 대신 서슬 퍼런 독기가 서려 있었다.
“어차피 베르제 백작가로 돌아가면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갈 운명인데요. 괴물의 손에 뜯어 먹히나, 작두날에 목이 잘리나 죽는 건 매한가지랍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엘디아는 피 맛이 가득한 침을 삼키며, 유제스의 장갑 낀 손등 위로 자신의 가냘픈 손가락을 얹었다. 차가운 가죽의 질감 너머로 그의 손가락바디가 미세하게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괴물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따뜻한 목도리로 만들어 쓰는 게 이득이죠.”
“……뭐라 지껄이는 거냐,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제 발로 이 눈구덩이 지옥성까지 굴러 들어왔겠어요? 공작님.”
티키타카 맞물리는 시선 사이로 팽팽한 불꽃이 튀었다. 유제스의 매서운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의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의 게이지가 욱신지르르 요동치고 있었다.
[유제스 카르텐의 심리 상태: 극도의 불신 / 경악] [호감도 게이지: -45 (변동: +2)]
‘겨우 2 올랐네. 진짜 지독하게 짠 남자 같으니라고.’
엘디아는 속으로 혀를 찼다. 쇄골 밑 장미 낙인은 여전히 불에 타는 것처럼 뜨거웠지만, 그녀는 아픔을 억누르며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가식적인 다정함 따위는 이 남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지옥 불에 던져 넣은 자에게 필요한 것은 구원의 손길이 아니라, 함께 지옥 바닥을 뒹굴며 계약을 제안할 독기 서린 동반자였다.
유제스는 턱을 쥐었던 손을 털어내듯 툭 놓았다. 그의 장갑에 묻은 엘디아의 핏방울이 어두운 대리석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베르제 백작이 보낸 첩자 치고는 혓바닥이 지나치게 길군.”
“첩자가 아니라 생존자라고 정정해 주시겠어요? 전 그 가증스러운 백작부인의 얼굴만 생각해도 속이 뒤집어지거든요.”
엘디아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드레스 자락을 우아하게 털어냈다. 먼지 가득한 성 복도의 한기 속에서도 그녀의 몸짓은 마치 황실 무도회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기품이 넘쳤다.
“황실의 충견들이 절 이곳에 밀어 넣은 건, 공작님이 저를 찢어 죽이기를 바라서예요. 그래야 반역의 빌미를 잡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손을 잡는다고?”
유제스가 낮게 읊조렸다. 그의 입술 사이로 새하얀 김이 서렸다.
“내가 왜 황실의 냄새가 나는 계집과 손을 잡아야 하지? 네 목을 베어 베르제 가문 앞마당에 던져두는 것이 내게는 훨씬 더 유쾌한 유희다.”
“그 유희는 너무 시시하잖아요.”
엘디아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미세하게 풍기는 그의 지독한 어둠 마력 냄새와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상태창의 경고음이 머릿속을 사정없이 긁어댔지만, 그녀는 오히려 눈을 반짝였다.
“단 3달입니다. 단 3달 동안만 저를 공작비의 이름 뒤에 숨겨주세요. 그동안 전 공작님의 광증을 억누르는 약이 되어드리죠. 지금 느끼고 계신 그 머리가 쪼개질 듯한 통증, 제가 나누어 가져가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유제스의 심장 저주가 폭주할 때마다 엘디아의 쇄골 아래 흑장미는 피를 흘리며 통증을 흡수하고 있었다. 유제스는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기괴하게도, 평소라면 온몸의 뼈를 으스러뜨렸을 저주의 통증이 평소의 반 이하로 경감되어 있었다.
그 원인이 눈앞에 서서 피를 흘리며 웃고 있는 이 기이한 여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3달이라.”
유제스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냉소적인 미소였으나, 그 안에는 짙은 흥미가 깔려 있었다.
“좋다. 베르제의 서녀. 네가 내뿜는 그 독기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지. 단 3달이다. 그 후에도 네 가죽이 온전할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퀘스트 성공: ‘미친 공작과의 피빛 계약’] [보상: 슈바르츠발트 흑장미 성 내 비공식 공작비 권한 획득.] [유제스 카르텐의 호감도: -40 (변동: +5)]
드디어 첫 관문을 넘었다는 안도감이 전신을 감돌았다. 엘디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3달이라는 유예기간이면 가문의 올가미를 부수고 자금을 확보해 도망치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현명한 선택이세요, 공작님.”
엘디아가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순간, 유제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버렸다.
“르나르. 저 계집을 방으로 안내해라. 쓸데없이 돌아다니다 늑대 밥이 되지 않게 묶어두고.”
그림자 속에서 불쑥 나타난 호위대장 르나르가 차가운 눈빛으로 엘디아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자루가 닳은 단검에 머물러 있었다.
“따라오십시오, 부인.”
말은 부인이라 불렀지만, 그의 어조에는 멸시와 경계가 가득했다. 엘디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성 내부의 복도는 길고 어두웠다. 횃불조차 제대로 켜지지 않아 음산한 그림자가 벽면을 흐느적거리며 기어 다녔다. 르나르가 멈춰 선 곳은 성의 가장 구석진 서관, 외풍이 쌩쌩 불어오는 초라한 방 앞이었다.
“이곳이 부인의 거처입니다.”
르나르가 문을 열어젖혔다.
안을 들여다본 엘디아의 미간이 완전히 찌푸려졌다. 방 안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 하나와 삐뚤어진 나무 탁자가 전부였고, 바닥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벽난로는 차갑게 식어 가루만 날리고 있었으며, 두꺼운 이불 커버조차 씌워지지 않은 솜이불은 곰팡이 냄새를 풍겼다.
귀족가의 영애를 대접하는 방이 아니라, 당장 내다 버릴 죄수를 가둬두는 감옥에 가까웠다.
그때 복도 모퉁이에서 키득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성의 살림을 맡은 늙은 하인들과 시녀들이 무리를 지어 엘디아를 훔쳐보고 있었다.
“백작가에서 보낸 첩자라더니, 꼴좋군.”
“공작님이 곧 목을 베실 텐데, 방을 청소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그들의 수군거림이 고요한 복도에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르나르는 방관하는 태도로 팔짱을 낀 채 엘디아의 반응을 살폈다. 베르제 백작가에서 곱게 자란 영애라면 당장 눈물을 흘리며 악을 쓰거나 절망할 터였다.
하지만 엘디아는 그들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스스슥.
엘디아는 품 안에서 유제스가 서명한 가짜 혼인 계약 권한 명부를 꺼내 들었다. 비록 가짜 결혼이었으나, 유제스의 마력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그 종이는 이 성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장하는 마패와 같았다.
“재미있네.”
엘디아가 나직하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의 입술에 묻은 피가 붉은 벨벳 같은 입술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성주가 직접 서명한 권한 명부를 들고 온 안주인을, 일개 하인 쪼가리들이 감히 머리를 쳐들고 구경해?”
그녀의 서늘한 목소리에 하인들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엘디아는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복도를 걸어가 하인들 앞에 섰다. 그녀가 걸칠 때마다 사각거리는 연분홍 실크 드레스가 먼지 가득한 복도 바닥을 쓸었지만, 그녀의 기세는 황태자비보다도 오만했다.
“거기, 열쇠 꾸러미를 쥐고 있는 너.”
엘디아가 하인 무리 중 가장 앞에서 눈을 흘기던 늙은 집사 대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예, 예? 저, 저는…….”
“성의 창고 열쇠를 관리하는 자겠지. 내놔.”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건 공작가의 자산입니다! 백작가에서 온 수상한 분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늙은 하인이 발끈하며 열쇠 꾸러미를 뒤로 숨기려 했다.
찰그랑!
그러나 엘디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목을 낚아채 비틀었다. 악력은 약했지만, 급소를 정확히 찌르는 영악함이 돋보였다. 늙은 하인이 비명을 지르며 열쇠 꾸러미를 떨어뜨렸고, 엘디아는 가볍게 그것을 가로챘다.
“공작님이 내게 이 성의 ‘비공식 권한’ 전체를 위임하셨다는 계약서가 여기 있어. 보이지 않니?”
엘디아가 계약서를 그들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유제스의 검은 마력이 깃든 인장이 푸르게 빛나자, 하인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갔다.
“공작비의 명령은 곧 공작의 명령이다. 내일 아침까지 이 방을 먼지 하나 없이 청소하고, 가장 두꺼운 모피 이불과 최고급 참나무 가구들을 채워 넣지 않는다면…….”
엘디아는 열쇠 꾸러미를 손가락 끝으로 살살 돌리며 생긋 웃었다.
“너희 모두를 얼어 죽기 딱 좋은 슈바르츠발트 숲속에 던져버릴 거야. 공작님께는 가문에서 보낸 자객들과 내통하려 했다고 가볍게 한마디만 귀띔해 주면 끝이거든.”
“히, 익……!”
하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공작의 잔혹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었기에, 새파랗게 질린 채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살려주십시오, 부인! 당장, 당장 방을 새로 단장하겠습니다!”
“오래 걸리진 않겠지? 난 추운 걸 아주 싫어하거든.”
엘디아는 차갑게 쏘아붙인 뒤, 팔짱을 끼고 서 있던 르나르를 돌아보았다. 르나르의 눈동자 속에는 짙은 경탄과 기묘한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
“호위대장님. 구경은 즐거우셨나요?”
“……영리하십니다, 부인.”
“영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엘디아는 비웃듯 대꾸하며, 하인들이 헐떡이며 쓸고 닦기 시작한 방 안으로 우아하게 걸어 들어갔다.
* * *
방은 하인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순식간에 아늑하게 변했다. 벽난로에는 참나무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붉은 불꽃을 피워 올렸고, 침대에는 폭신하고 부드러운 하얀 모피 이불이 깔렸다.
하지만 몸의 안락함도 잠시였다. 밤이 깊어지자, 진짜 지옥이 시작되었다.
우우웅-.
자정이 넘은 시각, 성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불길한 진동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성벽을 둘러싼 검은 가시덩굴들이 기괴하게 일렁이며 벽을 긁어대는 소리가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아…… 윽!”
침대에 누워 있던 엘디아는 돌연 가슴을 쥐어짜며 비명을 질렀다.
[동조 경보! 대상 유제스 카르텐의 저주 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신적 데미지가 실시간으로 동조됩니다! 동조율 25%!]
머릿속이 쪼개질 듯한 만성 두통의 파동이 그녀의 신경계를 사정없이 유린했다. 마치 수천 개의 바늘이 뇌 속을 쑤셔대고, 뜨거운 납물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극통이었다.
“하악, 윽……!”
엘디아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빳빳하고 고급스러운 실크 시트가 그녀의 손톱에 찢겨 나가며 서걱거리는 비명을 질렀다.
쇄골 아래 새겨진 흑장미 문양이 마치 살아 숨 쉬는 괴물처럼 요동쳤다. 가시덤불 문양이 붉은 핏줄을 타고 목덜미와 가슴팍으로 스멀스멀 뻗어 나갔다. 살가죽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새카만 핏방울이 흘러내려 하얀 모피 이불을 붉게 적셨다.
‘이, 미친…… 저주……!’
유제스는 매일 밤 이런 지옥 같은 고통을 홀로 견뎌왔단 말인가. 정신을 오염시키고 영혼을 갉아먹는 어둠의 마력이 그녀의 뇌리를 헤집어 놓았다. 자멸하고 싶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나 자신마저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다는 유제스의 어두운 자멸 충동이 엘디아의 정신을 침식해 들어왔다.
“흐읍…… 으으윽……!”
엘디아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이가 부딪쳐 딱딱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정신을 놓지 않았다. 전생에서 당했던 처절한 배신, 그리고 이번 생에서 마주해야 했던 단두대의 공포에 비하면 이 정도 고통은 살아남기 위한 값싼 대가에 불과했다.
‘죽지 않아…… 난 기필코 살아남아서…… 그놈들의 목을 치고 완벽한 자유를 얻을 거야……!’
그녀는 눈물이 고인 눈을 부릅뜨고 밤하늘의 어둠을 쏘아보았다. 공작의 고통을 나누어 가질 때마다, 쇄골 밑의 만개율은 올라갔지만 동시에 유제스의 심장은 진정될 터였다.
지독하고도 피비린내 나는 밤이었다. 엘디아는 핏방울로 물든 침대 시트를 온몸에 감은 채, 새벽빛이 밝아올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잠들지 못하고 고통의 심연 속에서 홀로 피를 흘리며 견뎌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폭설이 그치고 희뿌연 안개가 성을 집어삼킨 새벽녘, 엘디아는 간신히 다친 몸을 수습하고 일어났다. 쇄골 아래의 흑장미 문양은 한층 더 짙고 선명해져 있었으며, 가시덤불 끝자락은 목덜미 바로 아래까지 뻗어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지만, 눈빛만큼은 독기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디아는 상처를 가리기 위해 깃이 높고 빳빳한 레이스가 달린 짙은 보라색 벨벳 드레스를 챙겨 입었다. 가슴팍에 정교하게 박힌 자수들이 그녀의 흐트러진 호흡을 단단히 억눌러 주었다.
“찬 바람이라도 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네.”
머릿속에 잔존한 두통의 여운을 털어내기 위해, 엘디아는 방을 나서 성 뒤편의 작은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은 기괴하게 뒤틀린 검은 가시나무들과 앙상한 장미 덩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어둠의 숲, 슈바르츠발트의 경계가 정원 바로 너머로 보였다.
스산한 겨울바람이 벨벳 드레스 자락을 거칠게 흔들고 지나갔다. 엘디아가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궁-!
갑자기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정원의 대리석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성벽을 단단히 휘감고 있던 검은 가시덤불들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비명을 지르듯 일렁였다.
-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원 너머, 영원한 어둠에 싸인 슈바르츠발트의 경계 깊은 곳에서부터 고막을 찢을 듯한 괴이하고도 거대한 짐승의 포효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야수의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공간 전체를 뒤흔드는 지독한 어둠의 마력이 가득 실린, 파멸의 전조였다.
“……윽!”
동시에 엘디아의 쇄골 아래 흑장미 문양이 전날 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요동치며, 검붉은 피가 벨벳 드레스 깃 너머로 울컥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비상사태 발생!!] [슈바르츠발트 경계의 ‘공명 가이스트’가 대각성을 시작합니다!] [유제스 카르텐의 저주 폭주 지수가 임계점을 돌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