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하, 하하하……! 제법이구나, 엘디아. 하지만 네가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군.”

줄리안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제국의 황태자라는 작자가 이토록 추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짜릿한 유희였다.

“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곳까지 온 줄 아느냐? 네 아비 베르제 백작이 너의 반역 협조 물품을 이미 황실에 정식으로 기소했다!”

줄리안의 목소리가 흑장미 성의 공터를 크게 울렸다.

“네 방에서 발견된 공작가의 내통 문서와 독약 제조법, 그리고 네가 황실을 전복하기 위해 카르텐 공작과 공모했다는 친필 서명까지 모두 확보했다. 네 생부인 베르제 백작이 직접 황실 감찰원의 자격으로 지금 이 성 내부로 진입하고 있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문 너머 저 멀리서 마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가 눈 덮인 침엽수림의 정적을 사나겁게 찢어발겼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내린 이들은 내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내 친부라는 명목하에 나를 학대하고 단두대로 밀어 넣으려 했던 베르제 백작, 그리고 그의 본부인이자 내 표독스러운 계모인 베아트리스.

그들은 황실 감찰관의 금빛 문양이 새겨진 두꺼운 망토를 걸친 기사들을 거느린 채, 황량한 흑장미 성의 대리석 복도를 군홧발로 짓밟으며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베아트리스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보라색 벨벳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밑단에 장식된 빳빳한 프릴이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그녀의 목에 걸린 굵직한 진주 목걸이가 인위적인 불빛을 받아 번쩍였다. 내 차가운 밤하늘빛 실크 드레스와는 대비되는, 아주 천박하고도 탐욕스러운 치장이었다.

“이 가문이 낳은 천하의 불효막심한 서녀 년이 결국 일을 저질렀구나!”

베르제 백작이 복도 저편에서부터 목대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그의 붉은 벨벳 코트 깃이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감히 괴물 공작과 눈이 맞아 가문을 배신하고 황실을 전복하려 해? 네 년이 기어이 베르제 백작가에 반역의 피칠갑을 하려고 작정을 했구나!”

백작의 곁에 선 베아트리스는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샐쭉하게 눈꼬리를 치켜뜨며 비웃음을 흘렸다.

“어머, 백작님. 저 독사 같은 년의 낯짝을 좀 보세요. 공작가의 안주인 노릇을 하더니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입니다. 황태자 전하의 은혜도 모르고 감히 꼬리를 치며 반역을 공모하다니, 당장 저 년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내려 단두대에 세워야 합니다!”

그들의 폭언이 차가운 대리석 벽에 부딪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유제스의 손을 꼭 쥔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내 왼쪽 쇄골 아래에서부터 목덜미를 타고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검은 흑장미 각인이 미약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동조율은 48%를 넘어서며 심장에 찌릿찌릿한 통증을 선사했지만, 이 정도 고통은 저 뻔뻔한 인간들의 낯짝을 짓밟아 줄 생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반역이라니요. 아버님, 그리고 어머니. 오랜만에 뵙는데 인사가 참 과격하십니다.”

내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갑게 웃자, 베르제 백작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 년이 감히 머리를빳빳이 쳐들고 대꾸를 해? 네 아비가 우스우냐!”

백작이 씩씩거리며 내 앞으로 돌진하듯 다가왔다. 그의 가죽 장갑을 낀 오른손이 허공으로 높게 치켜들려졌다. 내 뺨을 사정없이 내리치려는 노골적인 궤적이었다.

“네 년의 그 오만한 주둥이를 찢어 주마!”

그 사나운 손길이 내 얼굴에 닿기 직전이었다.

파지직!

공기 중의 수분이 일시에 얼어붙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흑장미 성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그림자 마력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허공에서 불쑥 솟아오른 새카만 어둠의 손아귀가 베르제 백작의 오른팔을 그대로 낚아챘다.

오독, 오도독!

“아, 아아악! 내, 내 팔이! 팔이이이!”

백작의 비명이 성채 전체를 뒤흔들었다. 인정사정없이 비틀린 그의 오른팔이 기괴한 각도로 꺾이더니, 그대로 어깨관절째 뜯겨 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붉은 선혈이 베아트리스의 보라색 벨벳 드레스와 대리석 바닥을 사정없이 적셨다.

“꺄아아아악!”

베아트리스가 피벼락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사방이 일시에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줄리안마저도 그 압도적이고도 잔혹한 무력 앞에 숨을 들이켜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우리 뒤에 우뚝 서 있던 유제스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적색 눈동자에는 그 어떤 이성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피와 도륙만을 갈망하는 절대적인 살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대리석 바닥마다 검은 가시넝쿨의 환영이 돋아나 시퍼런 연기를 뿜어냈다.

“누구 마음에 드는 손이라고 함부로 휘두르는 거지?”

유제스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만년설보다 더 차가웠다. 그는 덜덜 떨며 피를 토하는 베르제 백작을 내려다보며, 구두 굽으로 그의 잘려 나간 팔을 가볍게 짓밟아 뭉개 버렸다.

“내 비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는 놈은, 그 자리에서 사지를 찢어 숲의 짐승들에게 던지겠다고 경고했을 텐데.”

“공, 공작……! 이 미친 괴물 녀석! 네놈이 미쳐서 피아식별을 못 하는구나! 감히 황실 감찰관의 팔을 자르다니!”

백작이 잘려 나간 어깨를 움켜쥐고 바닥을 기며 악을 썼다.

“황실에서 하사한 안정제도 먹지 않고 광증을 부리는 걸 보니, 네놈들의 파멸도 머지않았다! 줄리안 전하, 당장 저 괴물들을 처단해 주십시오!”

백작의 비명에 나는 콧방귀를 뀌며 품 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은빛 액체가 찰랑거리는, 유제스가 매일 밤 복용하던 마력 안정제였다. 가짜 주치의 바벨이 처방해 준 유일한 구원 투수라던 바로 그 약.

“안정제라니요, 아버님. 혹시 이 약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내 목소리에 줄리안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허공에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내 눈앞에 선명한 붉은색 경고 문구가 떠올랐다.

[★ SYSTEM INFO ★] 아이템 상태 분석 완료! - 명칭: 레테의 눈물 (황실 특제 만성 독약) - 효과: 복용 시 일시적으로 마력을 억제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뇌 신경계를 파괴하고 극심한 우울증과 환각을 유발해 강박적 자멸을 유도함. - 배후 세력: 황태자 줄리안 & 베르제 백작가 연락망 연동 확인!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르나르, 끌고 오세요.”

내 명령에 르나르가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을 시켜 온몸이 오라에 묶인 사내 하나를 질질 끌고 오게 했다. 공작가의 전속 주치의이자 황실의 첩자였던 바벨이었다. 바벨은 이미 모진 고초를 겪은 듯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바벨. 네 입으로 직접 말해 보아라. 네가 공작 전하께 매일 바치던 이 약의 정체가 무엇이지?”

내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다그치자, 바벨은 줄리안의 눈치를 살피며 이빨을 딱딱 마주쳤다.

“히, 힉……! 그, 그것은 황실에서 하사한 '레테의 눈물'이라는 독약입니다! 공작 전하의 마력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오염시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도록 제조된 만성 독약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저는 그저 베르제 백작부인과 황태자 전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이, 이 비천한 의사 놈이 감히 무슨 헛소리를!”

베아트리스가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약병을 바닥에 가볍게 던졌다. 쨍그랑! 유리병이 깨지며 흘러나온 은빛 액체가 대리석에 닿자마자, 치지직 소리와 함께 돌바닥이 검게 부식되며 지독한 황색 연기를 피워 올렸다.

“안정제라더니, 돌바닥을 녹여 버리는 재주가 있군요.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황실의 은혜라는 것이 고작 이런 비열한 독살 음모였습니까?”

내 매서운 추궁에 줄리안은 입술을 짓씹으며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

“그깟 미천한 의사 놈의 헛소리를 증거라 부를 순 없지. 게다가 엘디아, 네 방에서 나온 내통 문서들은 어떻게 설명할 셈이냐? 네가 우리 황실을 전복하려 했다는 서명이 담긴 문서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 문서라면, 지금 어머니의 보라색 벨벳 속치마 안쪽 마법 포켓에 들어 있는 진짜 밀약서와 바꾸어 치기한 가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내가 턱짓으로 베아트리스를 가리키자, 그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부르르 떨렸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듯한 그 멍청한 눈빛이라니. 내 눈앞에는 이미 상태창의 정예 탐지망이 사방을 붉은 격자무늬로 훑어내며 실시간 정보를 띄워 주고 있었다.

[★ SYSTEM INFO ★] 정예 탐지망 색출 성공! - 대상: 베아트리스 베르제 - 소지품: 황태자 줄리안과 베르제 백작가가 체결한 '카르텐 영지 분할 및 엘디아 베르제 반역 누명 처형 약조서' 원본. - 위치: 속치마 우측 비밀 슬릿 안쪽 가죽 주머니.

“르나르.”

내 단 한 마디에 르나르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카직!

르나르의 검끝이 베아트리스의 화려한 보라색 벨벳 드레스 자락을 가차 없이 찢어발겼다. 찢어진 비단 틈새로 숨겨져 있던 가죽 주머니가 드러났고, 르나르는 그 안에서 돌돌 말린 양장 문서를 꺼내 내게 바쳤다.

내가 그 문서를 펼쳐 줄리안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황실의 붉은 왁스 인장과 함께, 줄리안의 친필 서명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베르제 백작가는 엘디아를 이용해 공작을 독살하고 반역죄를 뒤집어씌운다. 황실은 그 대가로 카르텐 영지의 절반을 베르제 가문에 양도하며, 계모의 친딸을 차기 황태자비로 간택한다.]

“이것이 진짜 반역의 증거로군요. 황태자 전하와 베르제 백작가가 공모하여 제국의 개국공신 가문을 음해하고 영토를 찬탈하려 한 더럽고 추잡한 밀약.”

내 목소리가 복도를 서늘하게 울리자, 주변에 서 있던 황실 기사들마저 동요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들에게 주군의 이런 비열한 음모는 용납될 수 없는 수치였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그 주머니에 결계가 걸려 있었을 텐데 어떻게!”

베아트리스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작부인이 광기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품 안에서 비취로 만든 흑장미 빗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내가 이 괴물 같은 성으로 이송될 때, 그녀가 내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던 물건이었다.

“네 년이 모든 것을 망쳤어! 이 독사 같은 년, 죽어라!”

베아트리스가 빗의 끝부분에 달린 붉은 보석을 거칠게 눌렀다.

슈우욱!

빗살 틈새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한 가스 침들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흡입하는 순간 시신경을 마비시키고 폐를 썩게 만드는 치명적인 신경 가스 침이었다. 원작에서 내가 공작의 손에 죽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성 전체를 독살하기 위해 준비해 둔 백작가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상태창을 통해 그 빗의 정체와 작동 원리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 비열한 장난감의 용도는 내가 더 잘 알죠.”

나는 미리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바람의 마법 스크롤을 찢었다.

쿠우우웅!

거센 폭풍이 복도 내부를 휩쓸며 뿜어져 나온 독가스 침들을 그대로 베아트리스와 황실 감찰관들을 향해 역풍으로 밀어붙였다.

“커, 컥! 끄아아악!”

“내, 내 눈! 눈이 안 보여! 끄헉!”

신경 가스를 직격으로 들이마신 베아트리스와 황실 기사들이 눈을 움켜쥐고 피를 토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품에서 묵직하고 차가운 카르텐 마스터 열쇠를 꺼내 높이 치켜들었다.

“제국 영지법 제17조. 영주의 허가 없이 영지에 무단 침입하여 가주를 독살하려 하고, 영지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민 자들은 영주의 재량으로 즉결 참형에 처할 수 있다.”

내 목소리에 유제스가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내 어깨 위로 턱을 기댔다.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 귀끝에 닿았다.

“아주 훌륭한 판결이군, 나의 비. 네 뜻대로 하도록 해.”

유제스의 붉은 눈동자가 기사들을 향해 번뜩였다.

“르나르. 집행해라.”

“명령을 받듭니다.”

르나르의 검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스걱! 사각!

“커, 헉……!”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검격이었다.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던 베르제 백작과 독가스에 중독되어 비명을 지르던 베아트리스의 목이 대리석 바닥 위로 가차 없이 굴러떨어졌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대리석 바닥을 붉은 흑장미 문양처럼 적셨다. 나를 학대하고, 내 삶을 억누르고, 나를 단두대로 밀어 넣으려 했던 가문의 종말이었다.

줄리안은 그 참혹한 즉결 처형의 현장을 바라보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제국의 황태자라는 고고한 신분도, 이곳 슈바르츠발트의 잔혹한 영지법 앞에서는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지 못했다.

“너, 너희들이 감히 황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것이냐!”

줄리안이 악에 받쳐 소리쳤지만, 이미 그의 호위 기사들은 무기를 내려놓은 채 카르텐 기사단에게 제압당한 상태였다.

“황태자 전하.”

나는 바닥에 흥건한 친부의 피를 밟으며 줄리안에게 다가갔다. 내 드레스 자락이 피로 붉게 물들었지만, 내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우아했다.

“전하는 황태자이시니 목숨은 살려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다만, 황궁에 가셔서 황제 폐하께 이 밀약서를 보여드리며 전해 주세요. 카르텐 공작가는 이제 황실의 그 어떤 명령도 받지 않으며, 독자적인 영지 자율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줄리안은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기사들에게 이끌려 반쯤 쫓겨나듯 성 밖으로 끌려 나갔다. 완벽한 패배이자, 굴욕의 극치였다.

[★ SYSTEM INFO ★] 축하합니다! 메인 퀘스트 [가문의 올가미 분쇄] 완료! - 적대 세력 '베르제 백작가' 완벽 멸문 및 소멸! - 황태자 줄리안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 선사! - 남주 유제스의 집착도 폭발적 상승! (현재 동조율 50% 돌파) - 특별 보상: 상태창 기능 확장 및 저주 정화 단서 해금!

내 눈앞에 화려한 시스템 창이 떠오르며 승리의 팡파르를 울렸다. 머릿속을 짓누르던 베르제 가문의 압박감이 단번에 날아가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짜릿한 해방감이 솟구쳤다.

바로 그때였다.

바닥에 굴러떨어진 베르제 백작의 머리, 단명하기 직전의 그 잘려 나간 머리통의 눈꺼풀이 기괴하게 치켜올라갔다. 그의 입술이 피를 울컥 토해내며 기괴한 각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마력과 생명력을 쥐어짜 내 지르는, 저주 섞인 대침묵의 비명이었다.

“하, 하하하……! 끄, 끄으윽……!”

백작의 잘려 나간 목구멍에서 피리 소리 같은 해괴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적색으로 충혈된 눈동자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검은 흑장미 낙인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불쌍한 년……!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느냐? 기뻐하긴 이르다……!”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으며, 성채 내부의 마력이 기괴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네 목을 휘감고 있는 그 흑장미는…… 가문의 저주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네 영혼을 황실 제단의 제물로 삼아 태워 죽일…… 전대 황제의 잔혹한 저주식이다! 너는 그 괴물과 함께…… 가장 비참하게 타 죽을 것이다……!”

백작은 광기에 찬 저주를 끝으로, 완전히 동공이 풀린 채 숨을 거두었다.

그의 마지막 유언이 끝남과 동시에, 내 왼쪽 쇄골 아래의 흑장미 낙인이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지는 듯한 극심한 작열감을 뿜어냈다.

“아, 윽……!”

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목덜미로 뻗어 나가던 검은 가시넝쿨 문양이 기괴하게 꿈틀거리며 한 층 더 짙은 검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유제스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가 내 몸을 다급하게 부축하며 나를 으스러지도록 품에 안았지만, 내 머릿속은 백작이 남긴 마지막 말로 인해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전대 황제의 저주식. 그리고 나를 황실 제단의 제물로 태워 죽일 음모.

이 각인의 진짜 진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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