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이 닫히는 육중한 금속음이 거대한 성당 내부를 찢어발기듯 울려 퍼졌다.
쾅—!
그 진동은 대리석 바닥을 타고 올라와 발바닥 끝을 타고 등줄기까지 서늘하게 적셔 내렸다. 사방이 완전히 차단된 밀실. 도심 한복판, 최고급 호텔인 '그랜드 디스토피아'의 존재하지 않는 13층에 숨겨진 회색의 구역은 이제 완벽한 고립무원의 덫이 되어 있었다.
거대한 짐승의 척추뼈를 기괴하게 이어 붙인 오르간의 건반 위에서, 천도윤이 천천히 손가락을 떼었다. 파이프 끝자락에서 흘러나오던 조율되지 않은 불협화음이 끈적한 수액처럼 공기 중에 멈춰 섰다. 그가 입은 피비린내 나는 사제복자락이 미세한 바람도 없는 공간 속에서 스산하게 흔들렸다.
"결국 여기까지 기어 들어왔군요, 강진우 씨…… 자아를 잃고 미쳐버린 괴물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영리한 벌레였습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성당 천장의 아치형 대들보를 타고 귓가로 스며들었다. 그 음성에는 습기가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물속에 가라앉아 썩어 가던 시체가 내뱉는 숨결처럼, 축축하고 불길한 기운이 사방을 뒤덮었다.
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천도윤의 붉게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를 지나, 그의 발밑에 흐르는 검은 액체의 이정표를 향해 있었다. 진우의 오른손 손바닥 안에는 묵직하고 차가운 감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하철 물품보관함에서 건져 올렸던, 정체를 알 수 없던 그 녹슨 구리 열쇠였다.
그 순간, 손안의 구리 열쇠가 웅웅거리며 낮게 맥박 치기 시작했다.
단순한 쇳조각이 아니었다. 열쇠는 이 그랜드 디스토피아 호텔의 왜곡된 13층 공간 전체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기괴한 공명음을 내고 있었다. 녹슨 표면 사이로 미세한 균열이 가며 내부의 붉은 안광이 흘러나왔다. 이 공간의 잠금장치, 즉 이 성당의 폐쇄된 경계를 열고 닫을 수 있는 절대적인 마스터키가 바로 진우의 손아귀에 쥐여 있었다.
천도윤은 진우의 침묵을 오독한 듯, 입꼬리를 더 비틀어 올렸다.
"말을 잃었습니까? 아니면 두려운 건가요?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동생의 흔적이 이 성당의 뼈대마다 깃들어 있으니…… 몸이 떨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천도윤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스산한 바람 소리와 함께 성당 사방의 벽면에서 스르륵, 하며 쇠사슬이 흘러내렸다.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벽면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단순한 벽돌이 아니었다. 인간의 살가죽을 짓이겨 바르고, 그 위에 수많은 원혼의 얼굴들을 부조처럼 새겨 넣은 잔혹한 고문실의 형상이었다. 말라붙어 검붉게 변한 핏자국이 벽면을 타고 번져 있었고, 천장에서는 녹슨 갈고리들이 도살장의 고기 갈고리처럼 매달려 흔들렸다.
스산한 한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그 기괴하고 압도적인 살풍경에 압도되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을 터였다. 천도윤은 그 공포의 연출가로서, 진우의 얼굴에 떠오를 절망과 경악을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고요한 우물 같았다. 그 안에는 분노도, 두려움도, 슬픔도 존재하지 않았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심각한 무감각증. 그리고 등 뒤의 귀신보다 인간의 뒤틀린 본성을 더 혐오하는 결벽증이 그의 정신을 단단한 방벽처럼 두르고 있었다.
진우는 천천히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사르륵, 하는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그가 꺼내든 것은 손소독제였다.
그는 천도윤의 장황한 선동을 들으며, 아주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손바닥에 투명한 젤을 짜내었다. 사사삭, 사사삭. 가죽 장갑을 벗은 맨손에 알코올 향이 차갑게 퍼져 나갔다. 성당 전체를 지배하는 피비린내와 썩은 내를 단숨에 짓누르는, 지독할 정도로 인위적이고 깨끗한 소독약 냄새였다.
"……."
천도윤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자신이 설계한 완벽한 절망의 극장에서, 상대가 고작 손소독제로 손을 씻고 있는 광경은 그의 상식 밖이었다. 침묵은 길어졌고, 정적은 오히려 천도윤의 숨통을 조여 갔다. 그가 기대했던 구걸도, 분노에 찬 외침도 없었다. 오로지 차갑게 굳어 있는 진우의 무표정한 얼굴과, 손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르는 기분 나쁜 마찰음만이 성당 안을 채웠다.
"무슨 수작이지……?"
나긋나긋하던 천도윤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균열이 일었다.
진우는 소독제가 완전히 말라 건조해진 손을 가볍게 털어내며, 비로소 천도윤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말을 섞을 가치조차 없다는 뜻이었다. 진우에게 천도윤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불량 채권이자 조만간 회수해야 할 자산 항목에 불과했다.
진우는 슬그머니 코트 자락에 묻은 보이지 않는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바닥의 한 지점에 고정되었다. 천도윤의 사제복 소매 끝에서 미세하게 풍겨 나오는 향취.
'라일락…….'
그것은 여동생 민아가 납치당할 당시 지니고 있던 소지품에서 풍기던 특유의 향이었다. 7화에서 비화회 조직원이 떨어뜨렸던 향수병의 냄새와 완벽히 일치했다. 이 성당 지하 깊은 곳, 망각의 대성당 중앙 제단의 바로 밑바닥에 민아가 갇혀 있음을 가리키는 명확한 이정표였다.
진우의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좁혀졌다.
"여전히 오만하군요, 강진우 씨……."
천도윤이 이를 악물며 다시 오르간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완전히 걷히고, 광신도 특유의 기괴한 살기가 번뜩였다.
"이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우리 비화회가 수만 명의 절망을 경작해 만들어낸 신성의 그릇…… 이제 이곳에 위대한 신성이 강림할 것입니다. 당신의 그 하찮은 어플 따위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말입니다!"
천도윤이 양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가 오르간의 건반을 세차게 내리누르자, 성당 제단 핵심부의 주술 대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닥에 새겨진 피의 룬 문자들이 붉게 타오르며, 진우의 발밑에서부터 검은 그림자의 손길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공간의 법칙이 왜곡되며, 진우의 영혼을 통째로 뜯어내려 하는 압도적인 주술적 압박이 가해졌다.
"크흐흐…… 이 성당의 핵심 시스템은 오직 나의 피와 영혼으로만 구동되는 절대적인 계약! 외부의 그 어떤 개입도 허용하지 않는다!"
천도윤이 광소했다.
하지만 진우는 그 폭풍 같은 압박 속에서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호선을 그렸다.
"절대적인 계약이라고……?"
진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건조했다.
"이 세상에 해킹 불가능한 계약서 같은 건 없어, 계약 위반자 놈아."
진우는 왼손에 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이미 '도시괴담록' 어플이 실시간으로 구동되고 있었다. 화면 가득 붉은색 경고등이 점멸하며 성당 제단의 주술적 인과율을 분석해 내고 있었다.
[경고: 고위 등급 괴담 영역 '망각의 대성당'의 시스템 침식 진행 중.] [구역 점유율: 비화회 92% / 사용자 8%]
진우는 망설임 없이 바닥을 향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녹슨 구리 열쇠'를 제단 중앙의 미세한 틈새, 호텔 13층의 차원적 잠금장치 홈에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
쩌저적—!
구리 열쇠가 홈에 박히는 순간, 성당 전체를 지배하던 주술적 흐름에 거대한 과부하가 걸렸다.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서 얻었던 단순한 열쇠가, 이 왜곡된 13층 공간의 물리적 마스터키로서 제단 내부의 기어들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공명음이 성당의 뼈대를 뒤흔들었다. 천도윤이 가동하던 주술 대장의 흐름이 단숨에 멈춰 섰고, 솟구치던 검은 그림자들이 공중에서 갈가리 찢겨 나갔다.
"이, 이게 무슨……! 그 열쇠가 왜 거기에……!"
천도윤의 눈이 경악으로 튀어나올 듯 커졌다.
"너희들이 이 공간을 은폐하기 위해 만든 물리적 자물쇠잖아."
진우가 냉혹하게 읊조렸다.
"자물쇠가 있으면, 당연히 열쇠도 있는 법이지. 그리고 그 열쇠의 소유권은 이제 나한테 있다."
진우는 액정을 빠르게 튕겼다. 도시괴담록 어플의 깊숙한 데이터베이스, 이용약관 페이지가 열렸다.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절대 읽지 않고 넘겼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이용약관의 최하단. 그곳에는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로 작은 크기의 초소형 독소 조항이 숨겨져 있었다.
[특약 조항 제44조 8항: 제3자의 귀속 소속 영혼은 양도 시 우선 면책권이 부여된다. 피인수 대상의 자산 가치가 부채를 초과할 경우, 사용자는 시스템 제재의 무조건적 면책을 청구할 수 있음.]
"너희 비화회가 이 성당을 짓기 위해 신도들의 영혼을 제단에 강제로 귀속시켜 뒀지?"
진우의 목소리에 서늘한 조소가 담겼다.
"그 영혼들은 법적으로 '제3자의 귀속 소속 영혼'으로 분류된다."
"무슨……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쉽게 말해줄까?"
진우가 액정을 터치하자, 도시괴담록의 푸른 빛이 성당 전체를 덮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 성당과 너희 사교도들의 영혼 전체를 '폐쇄 자산'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내 어플의 인수안에 따라, 너희들의 모든 지분을 강제로 인수 합병한다."
[시스템 메시지: 특약 조항 제44조 8항 발동.] [피인수 자산 '망각의 대성당 제단' 및 귀속 영혼 4,200구에 대한 우선 면책권 청구가 승인되었습니다.] [통제권 양도 절차가 시작됩니다.]
"말도 안 돼! 이건 내 피로 맺은 계약이다! 내 서명이 없으면 그 누구도 이 제단을 움직일 수 없어!"
천도윤이 비명을 지르며 오르간 건반을 부서져라 내리쳤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내려 건반을 적셨다. 주술을 유지하기 위한 강제 서약이었다.
그러나 진우는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서명해 줘서 고맙군."
[경고: 대상 '천도윤'의 생체 서명이 감지되었습니다.] [도시괴담록 인수 합병 양도 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었습니다.] [주술 대장 통제권 전량 갈취 완료.]
"……어?"
천도윤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마력이 뚝 끊겼다.
오르간의 뼈대들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성당 벽면에 새겨져 있던 고문실의 형상들이 부서져 내리고, 천장에 매달려 있던 쇠사슬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천도윤이 자랑하던 절대적인 주술 제어권이, 진우의 스마트폰 화면 속 '도시괴담록' 장부의 한 줄짜리 자산 항목으로 헐값에 강제 이관된 것이다.
"이…… 이 벌레 같은 놈이…… 무슨 짓을 한 거냐아아아!"
천도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구축한 신성의 성전이, 고작 어플리케이션의 약관 꼼수와 허위 계약서 사인 한 번에 통째로 압류당했다는 사실을 그의 뇌용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진우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다시 한 번 손소독제를 꺼내 손을 가볍게 닦았다.
"비즈니스는 깨끗하게 해야지."
진우의 차가운 눈빛이 천도윤의 심장을 꿰뚫었다. 일체의 흔들림 없는 완벽한 노코멘트와 합법적 시스템 흡수. 천도윤이 준비한 모든 정신 공격과 오만한 유도는 진우의 결벽증적인 침묵 앞에서 완전히 분쇄되었다.
하지만 패배한 사냥개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천도윤의 입술이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기괴하게 찢어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하! 그래, 네놈이 이 성당의 시스템을 가져갔다고 치자…… 하지만 이건 어떠냐?"
천도윤이 품속에서 금색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다. 시계의 바늘은 정각보다 정확히 4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기분 나쁜 초침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이 성당 지하에는…… 우리가 통제하지 못해 봉인해 둔 원초적인 쓰레기들이 가득하지. 시스템의 통제가 풀렸으니, 그놈들의 고삐도 풀린 셈이다!"
천도윤이 광분한 눈으로 제단 바닥을 향해 자신의 피를 뿜어냈다.
"전부 깨어나라! 이 더러운 벌레 놈과 함께 이 성당째로 짓뭉개 버려라! 찢어 죽여라!"
우우웅—!
성당 바닥이 쩍 갈라지며, 그 깊은 틈새 속에서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거대한 울음소리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의 손길들이 아니라, 진짜 썩어 문드러진 마물들의 형체가 지하에서부터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공간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진우의 눈앞에 새로운 경고창이 붉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