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오늘 밤, 학회 지하의 태엽 소리가 멈출 것입니다."

엘리시아가 남긴 그 은밀하고 불길한 한마디가 차가운 바벨의 다락방 공기 중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굳어 버린 안면 근육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양손으로 뺨을 감싸 쥐었다.

'아니, 잠깐만. 태엽 소리가 왜 멈추는데? 그게 왜 멈추는 건데?!'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나는 그저 조용히 몸을 사리며, 크로이츠 상회의 영구적인 자금 지원을 받아 남부의 따뜻한 온천 영지에서 평생 누워 지낼 은퇴 계획을 짜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간 헛소리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더니, 이제는 아카데미 지하의 정체불명의 태엽 장치까지 멈춰 세우려 하고 있었다.

대체 지하에서 무슨 대재앙이 준비되고 있는 거지? 마신 숭배자 베르무트의 음모? 아니면 아카데미 자체의 파멸적 붕괴?

내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발밑에서부터 묵직하고 기분 나쁜 진동이 전해졌다.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거대한 강철 톱니바퀴들이 서로 억지로 맞물리다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 듯한, 기괴하고 둔탁한 파열음이 기숙사 건물의 뼈대를 타고 올라왔다.

진짜로 멈췄다. 지하의 태엽 소리가.

"미치겠네, 진짜……."

비명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내 오만한 성대에서는 오직 나른하고 차가운 한숨만이 흘러나왔다.

책상 위의 촛불이 격하게 흔들리며 방 안의 어둠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 늘어진 어둠의 끄트머리에서, 기괴할 정도로 고요한 기류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수압 변화처럼 고막이 먹먹해졌다.

바벨의 다락방을 채우고 있던 씁쓸한 약초 냄새 사이로, 비릿하고 차가운 쇠 냄새가 침투했다.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방 안에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서늘한 한기가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순간, 침대 모퉁이의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더니 쑥 솟아올랐다.

스슥-.

소리조차 없었다. 형체조차 불분명한 검은 연기 같은 실루엣이 순식간에 인간의 형태로 압축되었다. 그의 손에는 빛을 반사하지 않는 새까만 단도가 들려 있었다. 단도 날끝에는 보랏빛으로 번들거리는 액체가 불길하게 흘렀다.

데미안이 보낸 무형의 살수였다.

'엄마야, 살려주세요!'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날뛰었다. 극심한 공포가 밀려오자, 내 고질병인 혈맥 협착증이 사정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슴 통증이 칼로 찌르는 것처럼 전해졌다.

"컥……!"

목구멍에서 뜨거운 혈액이 울컥 솟구쳤다. 나는 입가를 타고 흐르는 붉은 피를 훔쳐낼 여유조차 없었다. 살수의 단도가 내 목덜미를 향해 소리 없이, 그러나 번개 같은 속도로 짓쳐들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는 개죽음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 남은 영혼을 쥐어짜 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심측의 기록서(深測의 記錄書), 개방!'

머릿속이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쪼개지며 극심한 이명이 고막을 찢었다.

동시에 내 시야가 반전되었다. 세상의 모든 색채가 바래고, 오직 눈앞의 살수만이 붉은색 실선으로 이루어진 인과율의 덩어리로 보였다. 그의 머리 위로 투명한 유령 같은 활자들이 소름 끼치도록 선명하게 떠올랐다.

--- [대상: 무형의 살수 '그림자 없는 자' (레온하르트 가문의 비밀 사냥개)] [상태: 데미안 레온하르트의 특수 밀명을 받고 잠입. 아드리안 레온하르트의 암살 시도.] [보유 치명적 약점: 좌측 쇄골 하단의 기혈 흐름이 불균형함. 극도의 긴장 시 오른쪽 발목에 무게를 싣는 버릇.] [무기 세부 정보: 황실 비고(秘庫)에서 유출된 제한 독물 '비소-9'가 도포된 단도.] ※ 경고: 대상의 격과 인과율의 가치를 환산합니다. 대가로 당신의 남은 수명이 '7일' 소모됩니다. ---

'7일이라고?! 겨우 이 쥐새끼 하나 보는데 내 일주일이 날아갔다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상실감에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살수의 단도가 내 목끝 10센티미터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기혈이 꼬여 몸이 마비된 데다, 대인기피증과 공포감으로 인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육체의 결함은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폭주했다.

극도의 공포와 긴장이 내 안면 근육을 완벽한 얼음 가면으로 조각해 버린 것이다. 내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깊고 고요한 심연처럼 가라앉았고, 턱선은 오만하리만치 차갑게 굳어졌다.

나는 피가 묻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목소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이 하찮은 암살 시도 따위는 이미 수백 번은 겪어보았다는 듯 지독하게 나른하고 냉소적으로 흘러나왔다.

"……겨우, 이 정도인가."

그 한마디에 살수의 단도가 허공에서 뚝 멈춰 섰다.

바람을 가르던 무형의 기운이 거짓말처럼 얼어붙었다. 살수의 복면 너머로 드러난 두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서 읽히는 것은 극도의 경악과 공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음을 목전에 둔 시한부 서자가 피를 토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 눈빛은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경멸과, 모든 인과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관조하는 초월자의 풍모를 풍기고 있었다.

"너, 너는…… 대체……."

살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숨겨둔 약점, 좌측 쇄골 하단의 기혈 흐름이 그가 긴장함에 따라 급격히 흔들리는 것이 내 눈에는 훤히 보였다.

나는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그의 오른쪽 발목을 툭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의 눈을 응시하며 아주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오른발에 무게를 싣는 버릇은 버리지 못했군. 데미안이 보낸 사냥개치고는 훈련이 덜 되어 있어."

"하, 어떻게 그것을……!"

살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자신의 가문 내 비밀 신분은 물론, 극소수만이 아는 사소한 신체적 습관까지 단 한 번의 관찰로 꿰뚫어 본 것이다. 그에게 있어 아드리안 레온하르트라는 존재는 더 이상 무력 없는 병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모든 어둠을 지배하는 거대한 심연 그 자체였다.

그가 공포에 질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쿠웅-!

바벨의 다락방 문이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안쪽으로 날아 들어왔다.

"주구우우운-!"

고막을 찢어발기는 듯한 웅장한 사자후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빛의 속도로 난입한 거구의 그림자가 허공에서 푸른 마나의 궤적을 그렸다. 카이저 폰 슈발츠였다. 그의 얼굴은 주군의 신변에 위해가 생겼다는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카이저는 검을 뽑을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대검을 통째로 살수를 향해 투척했다.

투콰앙-!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담은 대검이 살수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했다. 살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날아가 석조 벽면에 쐐기처럼 박혀 버렸다.

투두둑, 붉은 혈흔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살수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즉사였다.

"헉, 헉……! 주군! 이 카이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쥐새끼 한 마리가 감히 주군의 신성한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방치하다니……!"

카이저가 쿵 하고 무릎을 꿇으며 바닥이 울리도록 머리를 박았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 때문에 방 안의 먼지가 풀풀 날렸다.

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살았다! 카이저 이 무식한 녀석,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구나! 조금만 늦었어도 내 목이 날아갔을 텐데!'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내 반응은 지극히 나른했다. 나는 입가에 묻은 피를 수건으로 천천히 닦아내며, 벽에 박힌 살수의 시체를 무심하게 쳐다보았다.

"소란스럽군, 카이저."

"송구합니다! 즉시 이 비천한 고기덩어리를 치우고 방을 정돈하겠습니……!"

"두어라."

나는 손을 가볍게 들어 카이저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리고 벽에 걸린 단도, 보랏빛 독극물이 묻어 있는 그 위험한 물건을 가리켰다.

"손님들이 더 올 예정이니."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복도에서 다급한 군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타타탁-!

"아드리안 공자! 무사하십니까?!"

방 안으로 들이닥친 것은 제국의 황녀이자 이번 아카데미 소요 사태의 조사대장으로 부임한 셀레나 드 발렌시아였다. 그녀의 뒤로는 황실 기사단원들이 삼엄한 무장을 한 채 뒤따르고 있었다.

셀레나는 방 안의 처참한 광경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벽에 박힌 살수의 시체, 그리고 바닥에 고여 있는 핏자국.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는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피를 토한 직후라 안색이 창백했으나, 오히려 그 창백함이 병약한 초월자의 기묘한 위압감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셀레나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드리안 공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지하의 동력 태엽이 급작스럽게 정지하여 아카데미 전체가 발칵 뒤집혔는데, 이 기숙사 탑에서 강력한 검기의 파동까지 감지되어 급히 달려왔습니다만……."

그녀는 의심과 경계가 가득한 눈빛으로 방 안을 훑었다. 지하의 태엽이 멈춘 타이밍에 맞춰 아드리안의 방에서 암살 시도가 일어났다. 이것이 우연일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셀레나 황녀. 마침 잘 왔다. 데미안 그 인간 말종 녀석이 나한테 보낸 선물이 여기 아주 예쁘게 포장되어 있거든.'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벽에 박힌 살수의 단도 끝, 보랏빛으로 빛나는 독액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내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가며 냉소적인 호선을 그렸다.

"황녀 전하."

목소리가 낮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소인의 비천한 머리 위에, 어째서 황실의 소유권이 올려져 있는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셀레나의 미간이 좁혀졌다.

나는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나, 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사들이 긴장하며 검자루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카이저가 그들을 향해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자, 기사들은 침을 삼키며 주춤거렸다.

나는 단도 끝에 묻은 보랏빛 액체를 가리키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황실 비고의 깊은 어둠 속에서만 보관된다는 극독. 일반적인 경매장이나 암시장은커녕, 황족의 인장 없이는 단 한 방울도 반출할 수 없는 금단의 약물."

나는 셀레나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비소-9(Arsenic-Nine)를 사용하는 살수가, 어째서 레온하르트 가문의 서자를 죽이기 위해 이 누추한 다락방까지 기어들어 왔을까요."

그 단어가 내뱉어지는 순간.

셀레나 드 발렌시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한순간에 싹 가셨다.

"비소-9……?! 그 독이 왜 여기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벽에 박힌 단도로 다가갔다. 그리고 단도 자루 부분에 미세하게 새겨진, 황실 관리인만이 알아볼 수 있는 특수한 고유 마킹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어깨가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진짜였다.

그것은 황실 내부의 반역 세력, 혹은 황실의 권력을 쥔 고위층이 직접 유출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세상에 나올 수 없는 물건이었다.

셀레나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소-9가 유출되었다는 것은 황실 내부에 심각한 반역의 무리가 존재한다는 뜻. 그리고 아드리안 공자는…… 이미 그 배후가 누구인지, 황실 내부의 썩은 고리까지 전부 꿰뚫어 보고 계셨던 건가?!'

그녀는 전율했다.

아드리안이 지하의 태엽 소리를 멈추게 한 것도, 결국 이 살수를 유인해 내어 황실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거대한 체스판의 일부였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황궁의 반역자가…… 감히 이곳을 건드렸단 말인가……."

셀레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그녀는 천천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제국의 황녀라는 고고한 자존심조차, 이 모든 인과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흔드는 흑막의 압도적인 혜안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마침내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드리안 공자…… 제국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부디 저에게 힘을 보태어 주십시오."

'어? 아니, 황녀 전하? 거기서 왜 무릎을 꿇으시나요?'

내 속마음과는 달리, 바벨의 다락방에는 오직 깊고 무거운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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