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심문관…… 바르톨로 가스외르.”
데미안의 읊조림에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아기 요정의 재롱에 사르르 녹아내리던 침실의 훈풍은 간데없고, 북부의 맹렬한 동토를 지배하는 지독한 한기가 사방을 메웠다. 창밖의 하늘은 먹빛 구름이 잔뜩 웅크린 채 금방이라도 차가운 싸락눈을 쏟아낼 것처럼 험악하게 찌푸려 있었다.
헤이즐은 소매 속에서 살며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방금 전 데미안을 치료하기 위해 정령 가계부에서 ‘하급 정화의 숨결’을 구매해 사용한 탓에, 온몸의 체온이 뚝 떨어져 있었다. 손끝이 마치 얼음조각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지금은 추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황실의 감사관이자 악명 높은 이단 심문관인 바르톨로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다.
벨페고르 공작가는 제국에서 정령을 저주하는 무시무시한 마수 가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만약 그들이 이 성안에 정령의 기적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면, 그리고 헤이즐이 정령들을 부리는 정령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들키면 안 돼. 절대 들켜선 안 돼……!’
헤이즐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제 막 찾은 따뜻한 보금자리였다. 자신을 ‘아기 요정님’이라 부르며 서툴게 양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던 바보 같고 다정한 아빠와, 뒤에서 몰래 쿠키 레시피를 읽으며 츤데레처럼 굴던 오빠가 있는 곳. 이 따뜻한 온기를 다시는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 몸은 괜찮으십니까?”
루시안이 헤이즐을 품에 안은 채 데미안의 상태를 살폈다. 데미안이 비록 눈을 뜨긴 했지만,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 온 맹독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을 터였다. 여전히 그의 안색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얇은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데미안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다 가볍게 신음했다.
“으윽…….”
“아빠, 움직이묜 안 돼여! 아직 아포여!”
헤이즐이 깜짝 놀라 데미안의 큼직한 소매자락을 꼭 붙잡았다. 데미안은 저를 걱정하는 딸아이의 동그란 눈망울을 보자마자, 험악하게 굳어 있던 얼굴을 순식간에 헤벌쭉하게 풀었다.
“아, 아니다, 우리 요정님. 아빠는 아주 튼튼하단다. 이까짓 독쯤은 아침 이슬처럼 가볍게 털어낼 수 있어. 음, 하하하!”
목소리를 억지로 얇고 부드럽게 짜내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지만, 그의 거대한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그때, 성문 밖에서 다시 한번 날카로운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
그것은 단순한 방문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었다. 황실의 권위를 앞세워 당장 성문을 열지 않으면 무력으로라도 진입하겠다는 강압적인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무례한 늙은이가 감히 벨페고르의 영지에서 행패를 부리는군.”
루시안의 눈매가 사납게 찢어졌다. 평소의 어리숙한 오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수를 사냥하는 가문의 핏줄다운 잔혹한 살기가 얼핏 비쳤다.
성문을 굳게 닫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황제의 직인을 들고 온 감사관을 이유 없이 막아선다면 역모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바르톨로는 데미안의 중독 소식을 은밀히 접하고, 가문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숨통을 끊어놓으려 온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필요해. 아빠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헤이즐은 다급히 머리를 굴렸다. 지금 데미안은 겉으로는 멀쩡한 척 연기하고 있지만, 감사관의 날카로운 눈을 속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위선적인 심문관은 데미안의 손목을 잡고 마력 반응을 검사하려 들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바르톨로의 진입을 단 몇 분이라도 늦춰야 했다.
헤이즐은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대지 정령님들,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띠링!] [정령 가계부 활성화.] [보유 호감 포인트: 1,500p] [주문 가능한 기적: 대지의 장난 (소모 포인트: 300p)]
헤이즐은 망설임 없이 포인트를 지출했다.
‘대지의 장난을 발주할게요!’
그 순간, 헤이즐의 가슴 깊은 곳에서 따스한 온기 한 자락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체온이 한층 더 내려가며 손톱끝이 투명하게 비쳐 보였지만, 헤이즐은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동시에 성문 앞마당의 단단한 흙바닥 아래에서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쿠구구구…….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한 진동과 함께, 땅속 깊이 잠들어 있던 거대한 고목들의 뿌리가 꿈틀거리며 팽창하기 시작했다.
성문을 통과해 기고만장하게 들어서려던 바르톨로의 화려한 마차가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쩌적!
“엇? 이게 무슨 일인가!”
마부의 당황한 비명과 함께, 마차의 앞바퀴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대지의 뿌리에 걸려 허공으로 붕 떴다. 마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졌고, 삼엄하게 나부끼던 황실의 철제 깃발들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무슨 짓이냐! 감히 감사관의 마차를 공격하는 것이냐!”
마차 문이 벌컥 열리며, 화려한 백색 사제복을 입은 중년의 사내, 바르톨로 가스외르 경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이마에는 보기 흉한 핏대가 서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를 가로막은 것은 벨페고르의 기사들이 아니었다. 그저 자연적으로 대지가 솟구쳐 올라 길을 막은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마차 바퀴는 팽창한 흙더미와 질긴 나무뿌리에 단단히 끼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이 비천한 황무지 놈들이 길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단 말이냐!”
바르톨로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마차에서 내리려 버둥거리는 동안, 벨페고르 성의 침실 안에서는 은밀한 기적이 계속되고 있었다.
***
“시간을 벌었어…….”
헤이즐은 창밖을 슬쩍 내다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지의 정령들이 심술을 부려준 덕분에 감사관 일행은 당분간 마차를 빼내느라 정신이 없을 터였다.
이제 남은 것은 데미안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계부 포인트가 부족해. 데미안 아빠의 몸속에 남은 지독한 마수독을 완전히 정화하려면 훨씬 더 강력한 치유 기적이 필요한데…….’
헤이즐이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다.
데미안이 침대 옆 협탁의 서랍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서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그것은 아주 자그맣고, 바스라질 것처럼 말라붙은 갈색 나뭇잎 한 장이었다.
“아빠……? 그게 뭐예여?”
헤이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데미안은 쑥스러운 듯 뺨을 긁적이며, 굵직한 목소리를 억지로 부드럽게 깎아내어 대답했다.
“아, 우리 요정님. 기억나지 않으시옵니까? 요정님이 처음 이 성에 오던 날, 옷자락에서 툭 떨어졌던 잎새란다. 네가 머물던 요정 나라의 징표인 것 같아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지.”
헤이즐의 입이 가볍게 벌어졌다.
그것은 헤이즐이 이전 가문에서 도망칠 때 옷에 붙어 있던, 완전히 말라 죽어가던 정령 나무의 잎새였다. 그저 평범한 쓰레기처럼 버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마른 잎사귀를, 이 무시무시한 공작님이 보물이라도 되는 양 실크 천에 싸서 고이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가슴속에서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자신을 이토록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이 있었다니. 버림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헤이즐의 마음에 잔잔하고 맑은 호수 같은 평온함이 퍼져 나갔다.
[띠링!] [사용자의 진심 어린 ‘행복과 사랑’의 감정이 감지되었습니다.] [정령 가계부의 특수 조건 충족!] [보관된 ‘정령 나무의 잎새’를 매개로 한 <치유 도감> 발주가 가능합니다.] [소모 포인트: 1,000p (소지 포인트 충분)]
‘앗……!’
헤이즐의 눈앞에 반짝이는 크림빛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정령 가계부는 헤이즐의 따뜻한 감정을 연료 삼아 기적을 일으킨다. 데미안이 소중히 간직해 준 덕분에, 이 마른 잎새에 정령들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헤이즐은 데미안의 손바닥 위에 놓인 마른 잎새 위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작은 손을 얹었다.
“아빠, 이 입새 지짜 이뿌네여. 헤이쥬가 마법 부려주꼬야!”
“오오, 우리 요정님의 마법이라니! 아빠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나.”
데미안은 그저 딸아이의 귀여운 장난이라 생각하며 인자하게 웃었다. 루시안 역시 옆에서 ‘흥, 유치하게 무슨 마법이야’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헤이즐은 속으로 힘차게 외쳤다.
‘치유 도감, 발주!’
스아아아—!
순간, 침실 안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데미안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말라비틀어진 갈색 잎새가, 은은한 연분홍빛과 싱그러운 민트빛의 마력을 뿜어내며 파르르 떨렸다. 말라붙었던 잎맥을 따라 황금빛 수액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황금빛 정령 허브로 개화했다.
“이, 이것은……!”
루시안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침실 가득 퍼지는 정령 허브의 향기는 마치 이른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난 살구빛 꽃밭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어떤 고급 향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신을 맑게 깨우는 극상의 향기였다.
개화한 정령 허브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입자들이 데미안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스르륵, 스으으…….
황금빛 정수가 데미안의 피부 속으로 스며들 때마다, 그를 괴롭히던 지독한 흑색 마수독의 기운이 하얀 연기가 되어 증발했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열병이 내리고, 창백했던 뺨에 건강한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띠링!] [기적: 정령 허브 개화 완료.] [데미안 알베리히 벨페고르의 체내 마수독 100% 정화.] [정령들의 만족도가 극상에 달했습니다!] [보답으로 가계부 잔고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적립 포인트: +3,000p!] [현재 잔고: 3,500p]
가계부 잔고가 순식간에 불어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하지만 헤이즐은 잔고보다 아빠의 얼굴을 먼저 살폈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강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몸 안에 넘쳐흐르는 마력은 이전의 폭주하던 독기가 아니라, 완벽하게 정제되고 통제된 순수한 파괴의 힘이었다.
“몸이…… 가볍군.”
데미안이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전장을 호령하던 진정한 공작의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아빠, 이제 아포여 안 아포여?”
헤이즐이 배시시 웃으며 묻자, 데미안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헤이즐을 안아 올렸다.
“안 아프다마다! 우리 요정님의 은총 덕분에 아빠는 지금 당장 드래곤의 목도 비틀 수 있을 것 같구나!”
“와아! 아빠 최고오!”
헤이즐이 데미안의 품에 안겨 까르르 웃는 순간,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침실의 묵직한 문이 거칠게 열렸다.
***
“벨페고르 공작! 무사하지 못하다는 소문을 듣고 내 친히……!”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문을 박차고 들어선 이는 당연히 바르톨로 가스외르 경이었다.
그의 옷자락에는 앞마당에서 구르느라 묻은 흙먼지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기고만장하기 짝이 없었다. 독에 중독되어 곧 죽어갈 공작의 비참한 몰골을 구경하고, 가문을 이단 혐의로 엮어 몰락시키겠다는 야심이 그의 뱀 같은 눈빛 속에 가득했다.
그러나 바르톨로는 문을 열자마자 숨을 턱 들이쉬며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어?”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은, 침대에 누워 신음하고 있어야 할 환자가 아니었다.
키가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의 데미안 알베리히 벨페고르가, 한 손으로는 사랑스러운 아기 요정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사지를 박살 낼 기세로 흉흉한 마력을 뿜어내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의 눈빛은 마치 굶주린 포식자가 먹잇감을 노려보는 것처럼 차갑고 잔혹했다.
“감사관 경.”
데미안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방 안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예고도 없이 남의 집 안방까지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이 제국 황실의 예법인가?”
“그, 그게…… 공작 각하께서 위독하시다는 급보를 받고, 황실의 안위를 위해 급히 확인하고자…….”
바르톨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방 안에 가득한 흉포한 마력의 압박감 때문에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이건 중독된 자의 마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성기 시절보다 더욱 강력하고 빈틈없는, 완벽한 포식자의 기운이었다.
“위독?”
데미안이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내가 보기엔 자네의 정신 상태가 위독해 보이는군. 눈이 멀쩡히 달렸다면 지금 내 상태가 어때 보이는지 말해 보게.”
“그, 그것은…….”
바르톨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시선이 데미안의 품에 안겨 있는 작은 아이, 헤이즐에게 닿았다.
헤이즐은 바르톨로의 험악한 기운에 겁먹은 척, 데미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웅얼거렸다.
“아빠아…… 무서어여…….”
그 순간, 데미안의 눈빛이 그야말로 마수 그 자체의 것으로 변했다.
“감사관 경.”
데미안이 한 걸음 내딛자, 바르톨로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내 소중한 딸아이가 자네의 흉측한 얼굴을 보고 겁을 먹지 않았나. 당장 내 성에서 꺼지지 않는다면, 황제의 직인이고 뭐고 간에 자네의 사지를 이 북부 황무지의 거름으로 주어버릴 줄 알게.”
“히, 익……!”
이단 심문관으로서 수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바르톨로였지만, 눈앞의 진짜 괴물 앞에서는 그저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는 데미안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더 이상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 뒷걸음질을 치며 침실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무, 무례하도다! 이 일은 황제 폐하께 정식으로 보고할 것이다!”
멀어져 가는 감사관의 비명 섞인 외침을 들으며, 벨페고르 성의 기사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과연 우리 공작 각하십니다!”
“저 오만한 감사관 놈의 콧대를 단숨에 꺾어버리시다니!”
성안은 순식간에 통쾌한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공작가의 위기가 너무나도 허무하고 완벽하게 해결된 순간이었다.
정원에서는 기사들과 하인들이 모여 공작의 쾌차를 축하하며 기쁨의 축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환호 속에서, 루시안은 슬그머니 정원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의 시선은 정원 한구석,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분홍빛 꽃덤불 뒤에 멈춰 있었다.
그곳에는 헤이즐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헤이즐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응, 제피르. 아빠 독은 다 나았어여. 다음엔 더 맛있는 마력 간식 줄게여…….”
루시안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여동생의 주변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기묘하고 따뜻한 바람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루시안은 주먹을 꽉 쥐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헤이즐…… 너, 지금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