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파편이 회색 우레탄 바닥 위로 흩어졌다. 깨진 틈새로 들어온 복도의 공기가 매캐한 시안화수소의 냄새를 흩뜨렸다. 마광두가 쥔 소방 도끼의 날 끝에 붉은 소화전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강인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취조실 밖 대기석 의자에 주저앉았다.
진동이 울렸다.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둔 스마트폰의 화면이 켜졌다. 수신된 발신 번호는 존재하지 않았다.
[선생님, 바로 옆방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 알리바이를 깨보시겠습니까?]
강인은 액정 위에 떨어진 유리 가루를 두 번째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세 번,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밀어냈다. 손가락 끝에 미세한 자상이 생겨 붉은 선을 그렸지만 통증은 물리적 수치로 인지되지 않았다.
옆방.
제2취조실의 철문 위에 부착된 플라스틱 명패가 눈에 들어왔다.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릎 관절에서 둔탁한 마찰음이 발생했다. 은영채가 깨진 취조실 문틀을 붙잡고 기침을 토해내는 사이, 강인은 복도를 가로질렀다.
제2취조실의 외벽은 일방향 투과 거울로 마감되어 있었다. 내부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고, 밖에서는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였다. 강인은 거울 앞에 멈춰 섰다.
안에는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네이비색 외투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서도현이었다. 그는 철제 테이블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정확히 강인이 서 있는 유리창의 중앙을 향했다. 마치 거울 너머의 시선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각도가 일정했다.
강인은 문손잡이를 잡았다.
"하 교수, 멈춰요! 거긴 자진 출석한 참고인 대기실입니다."
은영채가 목을 가다듬으며 강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의 손아귀에 실린 힘이 강인의 어깨뼈를 압박했다.
강인은 어깨를 비틀어 손길을 거부했다. 시선은 여전히 유리창 안쪽의 서도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서도현은 자진해서 온 게 아니다."
강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사냥꾼이 덫을 놓아두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법은 없다. 덫 자체가 자신임을 알리기 위해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거다."
강인은 철문을 밀어젖혔다.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열렸다.
서도현이 고개를 아주 천천히 돌렸다.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상승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안면 근육의 대칭이 완벽했다.
"어세 오십시오, 선생님. 예상보다 12초 늦으셨습니다."
서도현의 목소리는 정갈했다. 주파수는 약 120헤르츠의 안정적인 저음역이었다.
강인은 서도현의 맞은편 의자를 뒤로 끌었다. 철제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방 안에 파동을 일으켰다. 강인은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세 개의 일회용 종이컵을 종렬로 배치했다. 컵과 컵 사이의 간격은 정확히 5센티미터여야 했다. 손가락 끝으로 컵의 테두리를 세 번 두드린 후에야 강인은 서도현의 목등뼈 부근을 응시했다. 눈을 직접 마주치지 않는 것은 강인의 오랜 방어 기제였다.
"시간을 잴 필요는 없다. 네 알리바이는 이미 수치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으니까."
은영채가 취조실 안으로 들어와 철문을 쾅 닫았다.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하 교수, 서도현 씨는 15년 전 청량리 사건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당시 학교 기록에 따르면 야간 자율학습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게다가 현재 발생한 사건들의 알리바이 역시 완벽한 민간 보안 업체의 로그 기록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임의로 심문을 진행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은영채의 목소리에는 규율을 지키려는 강박이 묻어났다.
그때 취조실 천장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지익, 하는 고주파음과 함께 주황색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광원이 소등되었다. 환풍기의 회전 날개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멈추어 섰다.
철문 너머에서 마광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김 순경. 배전반 차단기 내려간 거 같은데 기술자 올 때까지 이 방 접근 금지다. 보안 컴퓨터도 먹통이니까 기록 장치도 다 꺼졌겠네. 나 참, 구청에 민원이라도 넣어야지 원."
철문 손잡이가 외부에서 잠기는 기계적 타격음이 울렸다. 마광두의 조악하지만 확실한 지원 사격이었다.
취조실 내부는 즉각적인 밀폐 공간으로 변모했다. 오직 비상등의 붉은 광선만이 세 사람의 얼굴에 기괴한 음영을 드리웠다.
서도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의 저서 '프로파일링의 실제' 제4장 12절이 생각나는군요. '완벽한 알리바이는 조작의 가장 확실한 증거다. 인간의 행적에는 반드시 무작위적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맞습니까?"
"내 책을 외우는 것 치고는 응용력이 떨어지는군."
강인은 코트 안주머니로 손을 뻗었다.
"저는 선생님의 충실한 제자입니다. 배운 대로 실천했을 뿐입니다. 제 알리바이는 기계가 기록한 물리적 수치입니다. 위조 불가능한 데이터죠."
서도현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눈동자에 붉은 비상등의 광원이 점처럼 박혔다.
강인은 주머니에서 낡은 태엽식 회중시계를 꺼냈다. 놋쇠 표면에 녹이 슬어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물건이었다. 5화에서 마광두가 건넸던, 한세희의 유일한 유품이었다.
강인은 시계의 뒷면 용두를 잡고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돌렸다. 태엽이 헛돌며 내부에서 쇠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이 시계는 15년 전 멈췄다."
강인의 시선이 서도현의 깃머리로 향했다.
"하지만 태엽 내부의 톱니 기어 사이에 이물질이 끼어 있더군. 단순한 먼지가 아니었어."
강인은 시계 뒤판의 틈새에 인덱스 손톱을 밀어 넣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얇은 금속 덮개가 열렸다. 태엽의 중심축 옆, 놋쇠 톱니 사이에 아주 작은 직사각형의 검은색 칩이 끼어 있었다. 마이크로 SD 카드였다.
서도현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호흡 주기가 1초당 1회에서 1.5회로 빨라졌다.
강인은 테이블 위에 놓인 정보 분석용 구형 노트북의 슬롯에 카드를 밀어 넣었다. 노트북은 마광두가 미리 비상 전원에 연결해 둔 독립형 단말기였다. 화면에 파란색 재생 인터페이스가 활성화되었다.
"15년 전, 세희는 죽기 전 자신의 가방 속에 이 시계를 넣어두었다. 단순한 유품이 아니었지. 그 애는 대학에서 음향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소형 녹음기를 상시 소지하고 다녔던 이유다."
강인은 마우스를 클릭했다.
치직, 하는 백색 잡음이 스피커를 채웠다. 빗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려 있었다. 불규칙한 타격음이 들렸다. 빗방울이 양옥집의 붉은 기와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 살려주세요... 제발...
가냘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세희였다.
강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자신의 허벅지를 오른손으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감각이 뇌세포의 파괴를 알리는 전조 증상과 겹쳤다. 뒤통수 부근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했다. 뇌세포가 또다시 소멸하고 있었다. 세희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안개처럼 흐려졌다. 눈, 코, 입의 윤곽이 지워져 갔다.
강인은 이를 악물었다. 기억을 잃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순간의 청각 정보는 기말 장부에 기록해야 했다.
녹음 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앳되지만 차가운 소년의 목소리였다.
- 누나, 선생님의 공식은 틀리지 않았어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물리적 거리가 0에 수렴할 때, 공포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정량화되거든요.
서도현의 음성이었다. 15년 전의 서도현.
- 헉... 헉...
가쁜 숨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취조실 벽면에 부딪혔다. 그 숨소리 뒤로 기계적인 고주파음이 아주 미세하게 섞여 흘러나왔다.
강인은 노트북의 이퀄라이저 창을 띄웠다. 주파수 분석 그래프가 요동쳤다.
"이 녹음 파일의 배경음에는 19,000헤르츠 대역의 초음파 신호가 포함되어 있다."
강인은 마우스를 서서히 움직였다.
"당시 청량리 붉은 기와집 인근에는 대형 변전소가 있었다. 그 변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유한 전자기적 노이즈 주파수다. 그리고 이 소년의 목소리 파형을 성대 분석한 결과, 당시 고등학교 자율학습실의 소음 대역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으며, 오직 그 기와집 지하 밀실의 반향 시간인 0.24초와 정확히 일치한다."
서도현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박탈되었다. 그의 입술이 얇은 선을 그리며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 양볼의 근육이 비대칭적으로 경직되었다.
"물리적 음향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강인은 서도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번만큼은 피하지 않았다.
"너는 그 자리에 있었다. 학교에 있었다는 네 알리바이 책자는, 담임교사에게 돈을 쥐여주고 대리 출석을 지시한 아날로그식 사기극에 불과했다. 이 녹음 속의 주파수가 네가 그 시각, 그 장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절대적 증거다."
은영채는 멍한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의 그래프를 바라보았다.
"이건... 법정 증거로 채택 가능한 수준의 음향 분석표예요."
취조실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도현의 완벽했던 지적 성벽에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서도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등에 푸른 정맥이 굵게 솟아올랐다. 스승의 공식을 완벽하게 복제하여 뛰어넘었다고 확신했던 천재의 오만이, 15년 전 자신이 흘린 단 한 점의 아날로그 흔적에 의해 처참하게 붕괴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빛이 극도로 살기등등하게 변했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거친 숨을 내쉬던 서도현이, 이내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하하... 흐흐흐..."
낮은 웃음소리가 이내 광소로 변했다. 서도현은 상체를 뒤로 젖히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붉은 비상등 불빛 아래에서 그의 하얀 이빨이 선뜩하게 드러났다.
쾅!
서도현이 철제 테이블을 두 손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일회용 종이컵들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강인이 맞춰놓은 5센티미터의 간격이 무참히 흐트러졌다.
서도현은 강인의 얼굴 앞으로 상체를 바짝 들이밀었다. 그의 기괴한 미소가 다시 입가에 걸려 있었다.
"역시 최고의 스승이십니다. 이 구닥다리 시계 속에 이런 선물이 들어 있을 줄은 몰랐군요. 하지만 선생님."
서도현이 낮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지금 청량리 기와집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다음 타깃의 목숨도 구할 계산이 서셨습니까?"
강인은 서도현의 턱밑을 응시했다. 그의 목덜미 피부가 미세하게 수축하며 경련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거짓을 말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생리적 기만 반응은 존재하지 않았다. 놈의 도발은 철저한 사실에 기반하고 있었다.
뒤통수에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강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머릿속 장부의 책장이 거칠게 뜯겨 나가는 감각이 생생했다. 한세희가 자신을 보며 웃던 마지막 미소의 잔상이 흐릿한 백색 소음으로 변해 소멸했다. 뇌세포의 괴사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었다.
"청량리 소방서에 연락해."
은영채가 무전기를 움켜쥐며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취조실의 좁은 공간을 날카롭게 찢었다. 무전기 너머로는 지지직거리는 수신음만 돌아왔다. 마광두가 내린 배전반 차단기 탓에 내부 통신망까지 일시적으로 마비된 상태였다.
철문이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마광두가 한 손에 소형 태블릿 PC를 든 채 걸어 들어왔다.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
"하 교수, 놈의 말이 맞다. 청량리 재개발 3구역 폐가에서 화재 감지 신호가 잡혔어. 사설 보안망 우회 채널로 송출되는 실시간 화면이다."
마광두가 태블릿 PC를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화면 속에는 어둠에 잠긴 이층 양옥집이 찍혀 있었다. 익숙한 붉은 기와 사이로 검은 연기와 함께 주황색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화면 하단에 표시된 비디오 열화상 센서의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섭씨 450도였다. 목조 구조물이 붕괴하기 직전의 온도였다.
화면 구석, 이층 서재 창문 안쪽에 붉은색 열원 반응이 포착되었다.
인간의 형태였다. 열원은 불길을 피해 구석으로 몸을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 안에 누가 있는 거지?"
은영채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었다. 그녀의 검지 끝이 가볍게 흔들렸다.
서도현은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그는 자신의 손톱 끝을 정리하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선생님께서 아주 잘 아시는 분입니다. 15년 전의 진실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대가죠."
강인은 화면 속 열원의 크기와 외곽선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신장 약 175센티미터였다. 어깨의 비대칭적 처짐 현상이 보였다. 그것은 마광두의 오래된 정보원이자, 15년 전 청량리 사건의 최초 목격자였던 퇴직 경찰의 신체 특징과 정확히 일치했다.
서도현이 설계한 덫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강인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눈앞의 적색 비상등이 두 개로 겹쳐 보였다. 뇌압이 상승하면서 관자놀이의 혈관이 터질 듯 뛰었다. 지금 기말 장부를 가동하여 현장의 흔적을 추적하면, 세희에 대한 마지막 기억마저 영구히 소멸할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선생님."
서도현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속삭였다.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인위적일 만큼 정교했다.
"그 노인의 머릿속에는 15년 전 제가 흘린 진짜 실수의 단서가 들어 있습니다. 불길이 그의 뇌를 태우기 전에 구하지 못하면, 선생님은 평생 진실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강인은 주머니 속의 녹슨 회중시계를 꽉 쥐었다. 금속의 차가운 감각이 손바닥의 굳은살을 자극했다.
선택의 기로였다. 자신의 영혼과도 같은 기억을 온전히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남은 뇌세포를 태워 진실을 건져 올릴 것인가.
그때 태블릿 화면 속의 주황색 불길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화면 전체를 뒤덮었다. 열원 반응을 나타내던 붉은 실루엣이 순식간에 화염 속으로 동화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서도현이 나직하게 탄식했다. 그의 눈동자에 광포한 지적 유희의 빛이 번뜩였다.
"계산이 틀리셨군요. 불길이 발화점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저 노인이 남긴 마지막 오감의 흔적은, 오직 타들어 가는 재 속에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읽으려면 당신의 뇌를 통째로 지워야 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