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산저수지의 검은 물결이 차량 전조등 불빛을 받아 칼날처럼 번뜩였다. 하강인은 탑차의 열린 뒷문 손잡이를 쥔 채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거친 호흡이 밤공기 속에서 하얗게 부서졌다. 입가에 묻은 마른 침에서 비린 맛이 났다. 귓가를 때리던 기말 장부의 이명이 잦아들자, 물밑에서 긁어모은 마지막 청각 신호가 뇌리에 선명한 궤적을 그렸다.
"이 시체, 스스로 걸어 들어간 거야."
강인의 입술이 비틀리며 기괴한 호흡을 뱉었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은영채가 탑차 계단 아래에서 손전등을 비추었다. 백색 광선이 강인의 충혈된 안구를 똑바로 찔렀다. 그녀의 눈썹이 중앙으로 좁아졌다.
"무슨 소리야, 그게. 자살이라는 건가?"
"자살이 아니지."
강인은 손전등 불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바닥에 떨어진 낡은 공구 상자의 모서리에 고정했다. 모서리는 정확히 직각을 이루고 있었다. 강인은 구두 끝으로 상자를 툭 쳐서 탑차 벽면과 평행이 되도록 맞췄다. 세 번의 가벼운 발길질이었다.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 인질극이다."
"자기 발로 물에 빠져 죽는 인질극도 있나?"
은영채가 탑차 안으로 발을 디뎠다. 가죽 재킷이 쓸리는 둔탁한 소리가 좁은 공간을 채웠다.
강인은 대답 대신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장부 가동의 여파로 우측 뇌의 편두통이 송곳처럼 쑤셔왔다.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감각과 함께, 강인은 자신의 초등학교 졸업식 날 운동장에서 맡았던 흙내음이 머릿속에서 완전히 증발했음을 직감했다. 무작위 영구 소멸의 대가였다. 강인은 개의치 않고 분석을 이어갔다.
"폐 속의 액체 성분 분석표를 봐라. 저수지 상류의 담수와 플랑크톤 수치뿐이다. 억지로 머리를 눌러 익사시켰다면 기도의 점막이 손상되거나 비강 내에 출혈이 발생한다. 하지만 깨끗했다. 비명도 없었다. 놈은 피해자의 가족이나 가장 소중한 가치를 인질로 잡고 물가로 걷게 만들었다. 뒤에서 총구를 겨누는 것보다 더 확실한 통제다. 피해자는 살 수 있다는 유일한 희망을 품고 한 걸음씩 수심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협박에 의한 자발적 투사라는 건가."
마광두가 탑차 구석의 접이식 의자에 엉덩이를 들이밀며 끼어들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입에 넣고 소리 나게 씹었다.
"그럼 그 똑똑한 대가리로 다음 단계도 맞춰봐라. 저수지 물귀신 놀이는 끝났고, 저 스피커에서는 두 시간짜리 타이머가 돌고 있으니까."
광두가 턱끝으로 차량 콘솔의 모니터를 가리켰다.
붉은색 디지털 숫자가 일 초에 한 번씩 줄어들고 있었다.
[01:54:12]
경찰청 본청 앞 사거리의 실시간 교통 상황 화면 옆에서, 쇠사슬에 묶인 남자의 실루엣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등 뒤의 전기톱날이 회전하는 소리가 노이즈 섞인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피해자의 유품."
강인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차량에서 수거한 소지품 전부 가져와."
"이미 현장 감식반이 수거해서 본부로 이송 중이다."
은영채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물 인도는 불법이야. 하강인, 당신은 지금 민간인 자문일 뿐이다."
"그 민간인 자문이 없으면 두 시간 뒤에 네 상사의 상체가 하체와 분리되는 걸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게 될 거다, 은 팀장."
마광두가 이빨 사이로 침을 뱉듯 말했다. 그는 이미 품 안에서 투명한 지퍼백 하나를 꺼내 강인의 손바닥 위에 떨어뜨린 참이었다.
지퍼백 안에는 물때와 진흙이 얇게 가라앉은 검은색 스마트키가 들어 있었다. 독일제 세단에 사용되는 신형 모델이었다.
"이 새끼 성격 급해서 내가 오는 길에 감식반 주머니에서 슬쩍했다. 칭찬은 나중에 해라."
광두가 껌을 씹으며 씩 웃었다. 그의 눈빛은 장난기 속에 서늘한 사냥개의 그것을 감추고 있었다.
강인은 지퍼백을 찢고 스마트키를 꺼냈다. 플라스틱 표면에 묻은 이물질이 손가락 끝에 까칠하게 걸렸다. 스마트키의 측면에는 일반적인 규격에 없는 마이크로 USB 포트가 강제로 납땜질되어 있었다. 범인이 인위적으로 회로를 변조한 흔적이었다.
"이거라면 기술팀이 이미 붙잡고 늘어졌던 물건이다."
은영채가 탑차 한쪽에 설치된 간이 책상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경찰청 정보과 소속의 해커 두 명이 노트북 세 대를 나란히 올려놓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화면에는 복잡한 소스 코드와 주파수 파형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군용 해시 암호화 프로토콜이 걸려 있어."
안경을 쓴 정보과 해커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난수 생성 주기가 0.1초 단위로 바뀝니다. 무차별 대입 대입법(Brute Force)으로는 해독에 최소 사흘이 걸립니다. 내부 칩을 직접 추출하려 해도, 전압이 차단되면 메모리가 자동 포맷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손을 댈 수가 없어요."
"경찰청 에이스들이 모여서 고작 내놓은 답이 사흘인가?"
강인이 스마트키를 들어 올렸다. 액정 화면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시스템의 허점을 찾는 게 아니라, 설계자의 머릿속을 봐야지."
"이론과 실전은 다릅니다, 하 교수님."
해커가 자존심이 상한 듯 톤을 높였다.
"이건 수학입니다. 논리적 오류가 없는 한 풀 수 없는 공식이라고요."
"오류는 언제나 인간에게서 나온다."
강인은 스마트키를 간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낡은 가죽 수첩의 두 번째 페이지에는 2화에서 다크웹 포럼의 백색 서재 표식을 분석할 때 적어두었던 특정 난수배열이 적혀 있었다.
0412.
"그게 뭔데?"
은영채가 한 걸음 다가서며 수첩을 훔쳐보았다.
"학자의 서재가 사용하는 기본 동기화 코드다."
강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학자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자신이 정립한 규칙을 추종자들에게 공유할 때, 절대 변하지 않는 기둥을 세워둔다. 창시자의 논리에 오류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서브 시스템의 마스터 키를 동일하게 유지하지. 그게 그의 오만함이자 유일한 약점이다."
강인은 해커의 노트북 앞으로 다가갔다. 해커가 멈칫하며 비켜섰다.
강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달렸다. 수치 제어 콘솔 창을 열고, 스마트키의 암호화 알고리즘 입력 포트에 직접 접근했다. 화면에 난수 대입 창이 활성화되었다.
"비켜봐라, 애송이."
마광두가 해커의 어깨를 밀쳐내며 강인의 옆을 지켰다.
강인은 망설임 없이 네 자리 숫자를 타이핑했다.
0. 4. 1. 2.
엔터 키를 누르는 소리가 탑차 안의 침묵을 깨트렸다.
해커가 비웃음을 흘리려던 찰나, 노트북 세 대의 화면이 일시에 정지했다. 스크롤되던 붉은색 에러 메시지들이 순식간에 녹색으로 반전되었다.
[PROXIMITY KEY DECRYPTED] [ACCESS GRANTED]
"말도 안 돼……."
해커의 입이 벌어졌다. 3일을 매달려도 풀지 못한다던 군용 등급의 보안 장벽이 단 10초 만에 무너져 내렸다. 화면에는 스마트키 내부에 숨겨진 비개방 GPS 주행 기록과 함께, 범인이 강제로 주입해 둔 고유 좌표 데이터가 텍스트 파일로 출력되기 시작했다.
강인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
"수학은 인간의 뇌를 모방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뇌를 만든 자를 안다."
"이 새끼, 머리통이 썩어가더니 촉은 칼날 같네."
마광두가 강인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뼈마디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 광두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거친 온기가 강인의 떨리는 손끝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좌표 찍혔다. 은 팀장,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무전 때려."
은영채는 멍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무전기를 채어 잡았다.
"본부, 여기는 기산저수지 현장 탑차. 타깃의 다음 이동 경로 확보했다. 좌표 수신 대기해라."
강인은 화면에 떠오른 좌표의 상세 지도를 응시했다. 지도 위의 붉은 점이 가리키는 곳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외곽 지역이었다. 재개발 추진이 중단되어 폐가들이 밀집한 미개발 단독주택가.
"지하 정육실이군."
강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육실?"
은영채가 무전을 끊으며 물었다.
"좌표가 가리키는 건물의 과거 대장 정보상 용도다. 1990년대까지 도축업자가 개인적으로 쓰던 지하 저장고야. 사방이 콘크리트와 타일로 마감되어 있고, 배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곳이지. 사체를 훼손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실험실은 없다."
강인은 스마트키를 다시 손에 쥐었다. 기계 내부에서 미세한 고주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학자는 내 십계명 제3조를 파괴하겠다고 했다."
"사체 훼손은 분노의 방증이라는 구절 말이지?"
마광두가 껌을 씹는 속도를 늦추며 물었다.
"그래. 그는 분노 없이, 오직 논리적인 유희만을 위해 인간을 조각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할 거다. 그에게 살인은 예술이자 증명 공식이니까."
강인의 눈동자가 무섭도록 가라앉았다.
남은 시간은 이제 1시간 40분 남짓이었다. 경찰청 사거리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았다.
"출발하자."
강인이 탑차 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딛으려 했다.
그 순간, 그의 손바닥에 들려 있던 스마트키의 액정 화면이 격렬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돌던 화면이 핏빛처럼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삐- 삐- 삐-.
경고음이 탑차 내부의 고요를 찢었다. 액정 위로 단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선명하게 인쇄되듯 떠올랐다.
[접속 성공. 학자의 서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인아, 그거 던져!"
마광두가 사납게 소리치며 강인의 멱살을 잡아 뒤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스마트키의 플라스틱 이음새 사이로 시큼하고 날카로운 화학 약품 냄새와 함께 회색빛 소형 폭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치직거리는 불꽃이 강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마광두의 억센 손귀가 강인의 깃덜미를 채어 뒤로 잡아당겼다.
스마트키는 굉음을 내며 폭발하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금속성 파열음이 탑차 내부를 때렸다. 이음새 사이로 백색의 화학 섬광이 일시적으로 뿜어졌다.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튬 탄화물과 산성 가스의 자극적인 냄새가 좁은 차량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강인의 손에서 미끄러진 스마트키가 바닥의 철판 위로 떨어졌다. 녹아내린 플라스틱이 차량 바닥의 페인트를 태우며 검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 과정에서 튄 고온의 화학 물질 한 방울이 강인의 왼쪽 손목에 닿았다. 피부가 순식간에 하얗게 부풀어 올랐다. 강인은 신음을 삼키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이런 개 같은 대접을 봤나."
광두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군화 뒷굽으로 타오르는 플라스틱 덩어리를 짓밟아 껐다. 가죽 타는 냄새와 기판 탄내가 섞여 비리게 진동했다.
"하 교수님, 손목이……!"
은영채가 구급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빨랐으나 시선은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놔둬."
강인은 그녀의 접근을 거부했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그의 시선은 깜빡이는 해커들의 모니터로 향했다.
노트북 화면의 녹색 불빛들이 빠르게 적색으로 반전되고 있었다. 암호가 풀렸던 파일들이 깨진 문자 배열로 무너져 내렸다. 정보과 해커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에 경련을 일으켰다.
"하드웨어 웜 바이러스입니다. 기판이 타면서 메인보드에 역전압을 걸었습니다. 백업 드라이브까지 감염되고 있어요!"
"좌표는 어떻게 됐어?"
강인이 해커의 어깨를 붙잡았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 해커의 셔츠가 구겨졌다.
"날아갑니다. 세션이 닫히고 있어요. 앞으로 10초입니다!"
강인의 동공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왜곡되어 가는 지도 화면의 마지막 픽셀을 노려보았다.
청량리 지하 정육실을 가리키던 붉은 점 아래로, 또 다른 미세한 청색 신호가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궤적을 그리며 나타났다. 그것은 마포대교 북단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는 이동식 GPS 발신기였다. 그리고 그 발신기의 고유 식별 명칭이 영문과 숫자의 조합에서 한글로 치환되었다.
[H_SEHEE_15]
강인의 심장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손목의 화상 통증이 신경계에서 지워졌다.
한세희.
15년 전 살해당한 그의 첫사랑이자 유일한 미제 사건의 피해자 이름이었다. 죽은 자의 이름이 실시간 위치 추적기 위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은영채의 손전등 불빛이 갈피를 잃고 흔들렸다.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말도 안 돼. 한세희 경위는 15년 전에 분명히 사망 판정을 받았어. 시신도 직접 확인했단 말이야."
"정신 차려, 하강인."
광두가 강인의 양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고 흔들었다. 광두의 눈빛은 살얼음판처럼 차가웠다.
"저 새끼가 네 대가리를 헤집어놓으려고 판 함정이다. 흔들리면 거기서 끝나는 거야."
강인의 머릿속에서 강렬한 이명이 다시 한번 고막을 찔렀다. 뇌세포가 괴사하는 물리적인 통증과 함께, 그의 전두엽 한구석이 서늘하게 비어갔다.
강인은 눈을 감고 한세희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다. 그녀의 둥근 눈매, 웃을 때 입가에 잡히던 보조개, 자신을 바라보던 마지막 시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뇌 속의 기말 장부는 방금 전의 해독에 대한 대가로 한세희의 초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오직 어둠과 껍데기만 남은 이름 석 자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인은 입술을 깨물어 피 맛을 보았다. 비릿한 철분이 혀끝을 자극하자 냉소가 흘러나왔다.
"지웠군."
"뭐라고?"
광두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 머릿속에서 세희의 얼굴을 지워버렸어. 아주 영리한 새끼야."
강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철저히 타인화를 거친 관찰자의 어조였다.
그때 노트북 화면의 타이머가 기괴한 소음을 내며 제멋대로 요동쳤다.
[01:40:12] -> [00:20:00]
남은 시간인 1시간 40분이 단 20분으로 단축되었다.
"타이머가 가속됩니다!"
해커가 비명을 지르며 노트북 전원선을 뽑았다. 그러나 이미 메인보드 전반이 타들어 가며 검은 연기가 화면 틈새로 품어져 나왔다.
"상대방이 이쪽의 해독을 감지하고 타이머를 강제로 줄인 겁니다. 원격 제어예요!"
20분이었다.
이곳 기산저수지에서 청량리까지는 사이렌을 울리며 폭주해도 최소 4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시간의 벽이었다.
"처음부터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 거야."
은영채가 허탈하게 중얼거리며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우리가 암호를 푸는 순간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거라고. 하강인,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틀렸어. 놈은 규칙을 지킬 생각이 없었어."
"틀린 건 네 눈이다, 은 팀장."
강인이 몸을 돌려 탑차 문을 열었다. 밤의 차가운 공기가 연기로 가득 찬 차내로 밀려들었다.
"학자는 불가능한 게임을 제안하지 않는다. 내 저서 제1장에 서술된 법칙을 잊었나? 모든 살인마의 설계에는 창조자 자신을 동기화하기 위한 물리적 퇴로가 존재한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시간이 없는데!"
"청량리는 미끼다. 진짜 타깃은 청량리에 없어."
강인은 손목의 상처를 가죽 재킷 소매로 덮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방금 마포대교 북단에서 멈춘 청색 신호. 그 근처의 지하 배수관 설비가 진짜 정육실이다. 학자는 우리가 청량리로 달려가는 동안 마포에서 도축을 끝낼 생각이었던 거지."
그때 탑차 콘솔에 장착된 경찰 무전기에서 치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다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 본부, 여기는 마포서 교통계. 마포대교 북단 하부 도로에서 속도위반으로 도주하는 검은색 카니발 차량 발견. 차량 번호 확인 결과, 전직 경위 하강인의 소유 차량으로 확인됨.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 반복한다. 도주 중인 용의 차량의 등록 명의자는 하강인이다. 현 시간부로 해당 차량에 대한 수배 조치를 내린다.
탑차 내부의 시선이 일제히 강인의 등을 향해 쏠렸다. 강인은 멈춰 서서 어둠에 잠긴 저수지의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물결은 검고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