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조실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암전과 동시에 고막을 찢는 비상경보음이 벽면을 타고 진동했다. 천장에서 뿜어져 나온 매캐한 백색 연기가 할로겐등의 잔광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갔. 최루 성분이 섞인 연기는 점막을 자극하며 기도를 조여왔다.
강인은 소매를 들어 코와 입을 막았다. 눈앞이 흐려지는 아수라장 속에서 그의 시각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철제 의자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찰음이 들렸다. 서도현이 앉아 있던 자리였다.
"이 시키들이 경찰서를 털러 왔네."
마광두가 어둠 속에서 이빨을 갈았다. 그의 손이 허리춤의 삼단봉을 뽑아내는 기계적인 마찰음이 연막 속을 뚫고 들려왔다.
강인은 눈을 감았다. 시각을 차단하자 청각의 해상도가 극대화되었다. 연막탄의 치직거리는 소리, 복도에서 울리는 비명, 그리고 그 모든 소음의 틈새를 뚫고 나오는 아주 미세한 발소리가 감지되었다. 가죽 구두가 콘크리트 바닥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규칙적인 음압이었다.
발소리는 우측으로 꺾인 뒤 빠르게 멀어졌다. 정밀 소음 궤적은 1시 방향, 거리는 약 40미터였다. 그 끝은 일반 민원실이 아닌 경찰서 후문의 하역장과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서도현의 탈출 경로였다.
강인은 몸을 일으켰다. 책상 모서리를 짚는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머릿속의 종양이 박동할 때마다 관자놀이에 송곳이 박히는 듯한 통증이 일었으나 무시했다.
"서도현이 움직인다."
강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기침마저 억누른 음성이 복도의 소음 속에 묻혔다.
"가자."
마광두가 강인의 덜미를 가볍게 잡아채며 앞장섰. 그의 거구는 연막을 가르고 나아가는 쐐기와 같았다.
취조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는 지옥도로 변해 있었다. 머리에 흰색 헬멧을 쓰거나 방독면을 착용한 괴한들이 경찰관들과 엉켜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쇠파이프와 진압봉이 들려 있었다. 백색 서재의 추종자들이었다.
경찰들은 갑작스러운 가스 습격과 암전에 대처하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질서 정연하던 공권력의 요람은 단 3분 만에 아수라장으로 전락했다.
강인은 벽면에 몸을 밀착한 채 전진했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과 괴한들의 움직임을 쫓았다. 1시 방향의 철문이 열리며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그 틈새로 서도현의 회색 코트 자락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선생님, 서두르셔야 합니다."
서도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연막 속에서도 그의 음성은 기이할 정도로 청아했다.
그 순간, 방독면을 쓴 괴한 세 명이 강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쇠파이프가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마광두가 가차 없이 전방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묵직한 주먹이 첫 번째 괴한의 방독면 유리를 그대로 박살 냈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괴한은 단 한 마디의 신음도 내지 못한 채 콘크리트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강인아, 네 대가리 썩기 전에 먼저 저 개자식 목뼈를 부러뜨려라!"
마광두가 두 번째 괴한의 멱살을 잡아 벽에 처박으며 소리쳤다. 그의 어깨 위로 다른 괴한의 쇠파이프가 내리쳤으나, 마광두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상대의 턱을 걷어찼다.
"뒤는 내가 토해낸다!"
거친 타격음과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복도를 메웠다. 마광두의 육탄 저지는 완벽한 방벽이었다. 강인은 그가 만들어낸 틈을 타 후문 통로를 향해 달렸다. 다리가 휘청였고 폐부 깊숙이 들어온 최루 가스 때문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으나 멈추지 않았다.
후문을 열고 나서자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 주차장이 나타났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부앙 하는 굉음과 함께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주차장 구석에서 급발진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안개 낀 밤하늘을 길게 찔렀다. 운전석에 앉은 서도현이 백미러를 통해 강인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그의 입꼬리가 가늘게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세단은 타이어 타는 냄새와 마찰음을 남기며 경찰서 후문 차단기를 그대로 부수고 도로망으로 사라졌다.
강인은 아스팔트 바닥으로 걸어갔다. 차량이 급발진하며 남긴 타이어 자국 옆에 붉은빛이 도는 진흙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도심의 아스팔트나 일반적인 화단에서는 볼 수 없는 색조였다.
강인은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 끝으로 진흙을 찍어 올렸다. 젖어 있는 점토질의 감촉이 지문에 닿았다.
'범죄 흔적 기말 장부'를 기동했다.
눈앞의 풍경이 일순간 백색으로 탈색되었다. 소음이 사라지고 오감이 차단된 뇌 속 가상 공간에 정량화된 수치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분 점도: 41.8%] [실리카 함량: 18.24%] [산화철 농도: 5.43%] [황토 점토 비율: 72.1%]
강인의 뇌세포가 급격히 동조하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관자놀이 부근의 신경들이 미친 듯이 박동했다. 뇌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는 감각이 전해졌다. 그것은 소중한 사적 기억의 소멸 신호였다.
세희가 대학 캠퍼스 벤치에 앉아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얼굴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의 색깔, 목소리의 톤, 그날의 바람 냄새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 백색의 무(無)로 돌아갔다. 강인은 이빨을 악물었다. 영혼의 일부가 뜯겨 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두뇌는 계산을 멈추지 않았다.
장부는 15년 전 청량리 붉은 기와집 안뜰에서 채취했던 세희의 혈흔 주변 토양 데이터를 불러왔다.
[15년 전 대조 데이터: 수분 점도 42.1%, 산화철 농도 5.41%]
두 수치의 오차 범위는 0.05% 이내였다. 서도현의 차량 타이어에 묻어 있던 흙은 청량리 붉은 기와집 마당의 황토와 완벽히 일치했다.
그 순간, 강인의 머릿속에서 기묘한 괴리가 발생했다. 기억 속의 붉은 기와집 서재 구조가 떠올랐으나, 그것은 평소 알고 있던 모습과 달랐다. 좌우가 뒤바뀐 거울상의 구도였다. 책상의 위치도, 책장의 배열도 모두 반대였다. 단순한 기억 누수가 아니었다. 범인이 15년 동안 자신을 속이기 위해 실제 물리적 배치를 거울처럼 개조해 두었음을 암시하는 단서였다.
"강인아!"
마광두의 목소리가 백색의 공간을 깨뜨렸다. 강인은 현실로 돌아왔다. 코끝에서 붉은 피가 한 방울 떨어져 아스팔트의 진흙 위로 섞였다.
마광두는 뺨에 얕은 자상을 입은 채 헉헉거리고 있었다. 그의 옷자락에는 괴한들의 피가 검붉게 묻어 있었다.
"놓쳤냐?"
"청량리다."
강인은 피를 훔치며 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경찰 호송차로 걸어갔다. 주위에 다른 형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가스 습격으로 인해 경찰서 내부 전체가 마비된 상태였다.
강인은 망설임 없이 호송차 운전석 문을 열고 탑승했다. 스티어링 휠 아래의 플라스틱 커버를 뜯어내자 오색의 전선들이 드러났다. 강인은 빨간색 전선과 황색 전선을 피복해 서로 맞부딪쳤다.
스파크가 튀며 둔탁한 디젤 엔진음이 주차장을 울렸다.
"야, 이 도둑놈의 시키가 경찰차를 따네."
마광두가 조수석 문을 열고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 대신 기묘한 흥분 서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가자. 대가리 터지기 전에 끝장을 봐야지."
호송차가 급발진하며 타이어 비명 소리를 냈다. 강인은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았다. 차량은 박살 난 후문 차단기를 밟고 넘어 도로로 튕겨 나갔다.
도시의 밤은 안개와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안개 속에서 흐릿한 주황색 구체로 번졌다.
강인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운전대를 꺾었다. 서도현이 도주한 경로를 정확히 예측한 최단 거리 노선이었다. 경찰 무전기에서는 상황실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지원 요청이 빗발치고 있었지만, 강인은 볼륨 다이얼을 돌려 소음을 차단했다.
"그 새끼가 거기로 유인한 거겠지?"
마광두가 창밖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불꽃이 어둠 속에서 잠깐 번뜩였다.
"거기가 시작이자 끝이니까."
강인은 백미러를 보지 않았다. 오직 전방의 젖은 도로만을 응시했다.
차량은 내부순환도로를 통과해 청량리 방향의 음침한 이면도로로 진입했다. 재개발 공사가 중단되어 버려진 가옥들이 유령처럼 늘어선 구역이었다. 깨진 유리창과 붉은 스프레이로 그려진 가위표 표식들이 라이트 불빛 아래에서 스쳐 지나갔다.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가시거리는 5미터도 되지 않았다. 호송차의 전조등이 안개의 장벽에 막혀 허옇게 산란했다.
강인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호송차가 덜컹거리며 멈춰 선 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폐가 가 초입이었다.
차가운 서리가 내린 길 끝에, 기괴하도록 붉은 기와를 얹은 이층 양옥집이 서 있었다. 15년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건물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관처럼 침묵하고 있었다.
강인과 광두는 차에서 내렸다. 서리 덮인 풀들이 구두 굽 아래에서 바스러지는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뜨렸다.
집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하고 녹슨 철문 앞에 섰을 때였다.
쿵 하는 둔탁한 기계음이 기와집 내부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 철문의 빗장이 스스로 풀리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녹슨 철문이 기이한 마찰음을 내며 자동으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들을 기다려온 괴물의 입처럼 구멍이 넓어졌다.
그 안쪽의 어둠이 두 사람을 향해 입을 벌렸다.
안개 속에서 드러난 집의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들어온 밤바람이 거실 바닥에 쌓인 먼지를 쓸고 지나갔다.
강인은 손전등을 켜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이 거실의 윤곽을 빠르게 훑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의 변색된 흔적, 벽지에 눌어붙은 검붉은 혈흔의 비말 흔적까지 15년 전의 현장과 완벽히 일치했다.
단 하나, 공간의 위상 기하학적 구도만을 제외하고.
"들어가자."
마광두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완전히 꺼내 쥐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의 발걸음은 거구에 걸맞지 않게 소리가 없었다.
강인은 그 뒤를 따랐다. 현관을 지나 거실 중앙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의 발끝에 기묘한 이질감이 걸렸다. 15년 전, 세희의 시신이 놓여 있던 소파의 위치는 현관을 기준으로 우측 벽면이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왼편에 낡은 가죽 소파의 잔해가 놓여 있었다.
강인은 자리에 멈춰 섰다. 머릿속의 전두엽 부근이 바늘로 찌르듯 욱신거렸다.
기억 속의 거실 구조와 눈앞의 현실이 정반대로 충돌하고 있었다. 두뇌의 시각 피질이 인지하는 공간 정보가 좌우로 뒤집힌 거울상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강인은 코트 주머니 속에서 세희의 유품인 은색 펜을 꺼내 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가락 끝을 자극했다.
'기말 장부'의 대가로 지불된 기억의 공백이 뇌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세희의 마지막 목소리, 그녀가 자신을 부를 때의 입모양이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차가운 수치와 공간의 좌표뿐이었다. 강인은 이빨을 악물며 왼쪽 벽면으로 걸어갔다.
벽면에 손을 대자 굳어버린 벽지의 거친 질감이 전해졌다.
강인은 시뮬레이션을 가동했다. 뇌세포가 타오르는 통증과 함께 눈앞의 공간이 격자무늬의 수치선으로 분해되었다.
[공간 휘도: 0.02 lux] [벽면 경사도: 90.0도] [좌우 대칭 왜곡률: 100.0%]
완벽한 거울상이었다. 서도현은 단순히 가구의 배치만을 바꾼 것이 아니었다. 이 집의 내부 벽면과 기둥, 심지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위치까지 통째로 좌우를 뒤집어 재건축한 상태였다. 15년 전의 사건 현장을 머릿속으로 완벽히 복기하고 있는 강인의 프로파일링 감각을 교란하기 위한 지적 덫이었다.
"광두 형."
강인의 목소리가 건조하게 내려앉았다.
"왜 그러냐. 등 뒤가 서늘하냐?"
마광두가 주위를 경계하며 물었다.
"이 집은 가짜다."
"가짜라니? 붉은 기와집 맞잖아. 저 썩은 냄새도 그대로구먼."
"껍데기만 붉은 기와집이다. 내부는 좌우가 완벽히 대칭으로 개조되어 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15년 전의 그 거실이 아니다."
강인은 오른손으로 벽면을 쓸어내렸다. 그의 손가락이 벽지 이음새의 미세한 틈을 포착했다. 일반적인 도배 흔적이 아니었다. 얇은 합판으로 덧대어 만든 이중 벽이었다.
서도현이 15년 동안 강인을 가두기 위해 설계한 거대한 미로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강인의 머릿속에서 거울상의 공간 구조가 빠르게 회전하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좌우가 뒤집혔다면, 지하 밀실로 내려가는 숨겨진 통로의 위치 역시 반대편에 있어야 했다. 원래의 설계도상 지하실 입구는 동쪽 보일러실 뒤편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대칭으로 개조된 이 공간에서의 입구는 서쪽, 즉 지금 강인이 짚고 있는 이중 벽 너머였다.
강인은 주먹으로 합판 벽을 강하게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 대신 텅 빈 공간의 공명음이 흘러나왔다.
"이 뒤다."
강인이 말했다.
마광두가 픽 웃으며 다가왔다. 그는 들고 있던 권총의 개머리판으로 합판의 틈새를 가차 없이 내리쳤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가짜 벽면이 부서지며 뒤편의 어두운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좁고 가파른 콘크리트 계단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계단 아래쪽에서 차갑고 매캐한 냄새가 올라왔다. 서도현의 냄새였다.
강인은 주저 없이 계단으로 발을 내디뎠다. 머릿속의 통증은 이제 마비 증상으로 변해 왼쪽 팔의 감각을 앗아가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났다.
한 계단씩 내려갈 때마다 지하의 정적이 두 사람을 압박했다.
마침내 계단의 끝에 도달했을 때, 강인의 눈앞에 넓은 지하 밀실이 나타났다. 밀실 중앙에는 수십 대의 모니터가 푸른 빛을 내뿜으며 작동하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 속에는 강인이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살인 사건 현장의 사진들과 그의 프로파일링 논문들이 빼곡히 정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니터들 앞에, 서도현이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정확히 24분이 걸리셨군요, 선생님."
서도현이 천천히 의자를 돌려 강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기괴할 정도로 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원격 제어 디바이스가 쥐어져 있었다.
"대칭의 오차를 깨닫는 데 쓰신 뇌세포의 양만큼, 사모님에 대한 기억은 더 지워지셨겠지요."
강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서도현의 발밑,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15년 전 세희가 마지막으로 흘렸던 혈흔의 잔상이 시커멓게 말라붙어 있었다.
"야, 주둥이 길게 털지 말고 손 올려라."
마광두가 권총의 총구를 서도현의 이마를 향해 겨누었다.
서도현은 마광두를 흘낏 보더니, 이내 강인을 향해 제어 디바이스의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철컥.
그들이 내려온 계단 입구의 철제 셔터가 거대한 소음을 내며 내려앉았다. 외부와의 모든 통로가 차단되었다. 동시에 지하 밀실의 벽면에 설치된 수십 개의 가스 분사구에서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투명한 기체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마지막 10분은 어떤 숫자로 기록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서도현의 목소리가 가스 분사음 속으로 흩어졌다.
강인은 허공으로 퍼져나가는 가스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단순한 최루가스가 아니었다. 기말 장부의 시뮬레이션 속에서 수없이 경험했던, 신경을 마비시키는 맹독성 가스였다.
강인의 손가락 끝이 급격히 떨리기 시작했다. 시야가 붉게 물들어가며,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마지막 남은 세희의 미소가 연기처럼 바스러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