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어이, 강도경이. 쥐새끼처럼 주둥이만 살아서 좋게 좋게 넘어가려 했냐?"

낡은 합판으로 된 지하 연습실의 문짝이 비명 같은 굉음을 지르며 안쪽으로 꺾여 들어왔다. 떨어진 문짝 너머로 짙은 담배 연기와 함께 시큼한 땀 찌든 가죽 냄새가 훅 끼쳤다.

방금 전 돌아갔던 강철두의 뒤에서 진짜 돈줄을 쥐고 흔드는 배태식 사장의 행동대장, 독사라 불리는 오창석이었다. 그의 뒤로 험악하게 생긴 거구의 사내 넷이 좁고 눅눅한 지하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오창석은 품 안에서 두꺼운 서류 뭉치를 꺼내 도경의 얼굴 앞으로 사정없이 던졌다. 사방으로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바닥에 떨어지는 종이들 위에는 붉은색 도장과 함께 '신체포기 및 신용보증 각서'라는 살벌한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일주일? 장난 똥 때리나. 배 사장님께서 지금 당장 싸인 받아 오란다. 안 그러면 요 이쁜 가시나랑 허우대 좋은 놈들 손가락부터 하나씩 쓸어 담으라시는데, 어쩔래?"

오창석이 도경의 멱살을 잡고 그의 목을 조르듯 벽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낡은 시멘트 벽에 도경의 등이 쾅 부딪히며 먼지가 풀풀 날렸다. 거친 손아귀 힘에 목뼈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뒤에 서 있던 민우가 비명을 지르며 도경의 팔을 붙잡으려 했고, 채아는 입술을 깨물며 오창석의 앞을 가로막으려 몸을 움직였다.

"도경 형!" "그 손 치워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채아의 목소리가 좁은 연습실 안을 날카롭게 울렸으나, 거구의 사내 하나가 그녀의 어깨를 밀쳐내며 비웃었다.

"가만히 있어라, 가시나야. 다치기 싫으면."

목이 졸려 숨이 가빠오는 와중에도 도경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꼬리는 비틀려 올라가고 있었다. 회귀하기 전, 연예계의 온갖 더러운 진흙탕 싸움과 법적 분쟁을 겪으며 뼈에 새긴 사법 지식, 그리고 배태식 사채업체의 아킬레스건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경은 목을 짓누르는 오창석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힘으로 이기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손 끝은 오창석의 맥박이 뛰는 곳을 정확히 압박하고 있었다.

"오…… 창석 씨."

도경의 목구멍에서 쇳소리가 섞인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태식 사장이 너한테 이거 받아 오라고 보냈을 때…… 자기는 뒤로 빠질 구멍 다 만들어 둔 거 알고 있나?"

"뭐라 속삭이냐, 이 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했나."

오창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아귀에 힘을 더 주었다. 도경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도경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재킷 안주머니를 더듬어 파란색 표지의 서류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오창석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니들이 지금 들이민 신체포기각서란 거, 형법 제350조 공갈죄는 물론이고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민법 제103조에 의해 원천 무효야. 게다가……."

도경은 숨을 몰아쉬며 서류의 첫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이거, 배태식 사장이 지난달에 우리 JS 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유통 채권을 불법으로 압류하겠다고 금융결제원에 제출한 가압류 신청서 위조 본이야. 그리고 이건 내가 오늘 아침 서부지검에 접수한 '불법 채권 추심 및 사문서 위조 조사 의뢰서'고."

오창석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서류 상단에 찍힌 붉은색 '서부지방검찰청 접수 완료' 직인에 머물렀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이까짓 종이 쪼가리가 뭐라고."

"이해력이 딸리나 보네. 쉽게 설명해 줄까?"

도경은 오창석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이질적인 힘에 밀려 오창석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도경은 깃을 정리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 서류가 검찰청 민원실에서 정식 기소 사건으로 분류되어 담당 검사 배정받는 순간, 니들이 받아 가려던 원금은커녕 배태식 사장을 포함해서 여기 있는 너희 전원이 불법 추심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긴급체포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까지 더해지면 실형을 피할 수 없을 텐데? 자금 출처 불분명한 사채 자금 전액 몰수는 덤이고."

"이 새끼가 진짜……!"

뒤에 서 있던 덩치 하나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오창석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오창석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법을 모르는 깡패라 할지라도 '검찰청 직인'과 '실형', 그리고 '자금 몰수'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본능적인 공포를 유발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배태식 사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세무조사와 검찰의 불법 사금융 단속이었다.

"배태식 사장한테 지금 당장 전화해."

도경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오창석을 압박했다. 그의 기세는 눅눅한 지하 연습실의 공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JS 엔터가 계약한 3대 음원 유통사 미수금 채권 7천만 원 있지? 그거 우리가 직접 회수해서 배태식 사장 계좌로 직접 상계 처리하는 조건으로, 3주의 유예 기간을 공식 합의서로 작성하자고 해. 배 사장도 영장 발부돼서 유치장 들어가는 것보단 합법적으로 돈 회수하는 게 훨씬 이득일 테니까."

오창석은 침을 삼켰다. 도경이 제시한 채권 상계 역제안은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JS 엔터테인먼트가 대형 유통사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 채권의 존재와 그 법적 권리관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나올 수 없는 치밀한 해결책이었다.

"……야, 전화기 가져와 봐."

오창석이 뒤의 부하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도경의 눈치를 살피며 구석으로 가 배태식 사장과 다급한 목소리로 통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 사장님. 그게 아니라 이 새끼가 검찰청 접수증을 들고 있습니다. 에? 예, 예. 유통사 채권 상계 처리를 제안하는데…… 예, 알겠습니다."

몇 분간의 팽팽한 대치 끝에 오창석이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굴욕감과 분노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3주다."

오창석이 이를 갈며 말했다.

"딱 3주 뒤에 원금에 이자까지 10원짜리 하나 안 남기고 다 입금해라. 만약 그때 가서 딴소리하면, 그땐 진짜 법이고 검찰이고 나발이고 네놈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테니까."

"합의서 서명부터 하시지."

도경은 미리 작성해 둔 채권 상계 및 변제 기한 유예 합의서를 내밀었다. 오창석은 거친 손짓으로 지장을 찍고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가자."

오창석 일당이 부서진 문짝을 걷어차며 지하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의 발소리가 계단을 따라 멀어지자, 마침내 연습실 안에는 눅눅한 먼지 냄새와 무거운 정적만이 남았다.

"도경 형……."

민우가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온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채아 역시 붉게 멍든 어깨를 감싸 안은 채 허탈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정말…… 정말 괜찮은 건가요? 3주 뒤면 돈을 다 갚아야 하는 거잖아요."

채아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불안함이 서려 있었다. 도경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 가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괜찮아. 3주라는 시간을 벌었으니 이제 진짜 우리 무기를 만들어야지. 사채업자 따위가 우리 발목을 잡게 두지 않아."

도경의 시선이 지하 연습실 구석, 먼지가 뽀얗게 쌓인 푸른색 천막 아래로 향했다. 천막을 걷어내자 그곳에는 오래되어 작동 유무조차 불분명한 낡은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연습실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버려져 있던 낡은 2010년형 빈티지 신디사이저, KORG SV-1이었다.

도경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먼지를 쓸어내렸다. 그의 손가락이 낡은 건반을 천천히 누르자, 둔탁하면서도 나지막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이게…… 왜 여기 있죠? 고장 나서 안 쓰는 줄 알았는데."

민우가 다가와 신디사이저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도경은 기기 우측에 달린 고유 주파수 변조 노브 장치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이 녀석이 우리의 첫 번째 열쇠가 될 거야."

도경의 머릿속에는 2024년의 메가 히트곡 'Ares'의 완벽한 멜로디와 비트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2024년의 트렌드인 극단적이고 차가운 미니멀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2014년 현재의 리스너들에게는 그저 귀를 찌르는 '기계 소음'이나 리듬 불일치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컸다. 시대적 미장센의 비동기화 장벽을 깨부수지 못하면 아무리 미래의 명곡이라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마련이었다.

"2024년의 날카로운 신스 플럭 사운드를 이 빈티지 신디사이저로 다시 편곡해야 해. 2014년의 대중들이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세련되다고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로파이(Lo-Fi) 음색으로."

도경은 신디사이저의 전원을 켜고 변조 노브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노브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진공관 앰프가 예열되는 웅장한 아날로그 노이즈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도경은 건반 하나를 지긋이 눌렀다.

우우웅-.

차가운 디지털 음이 아닌, 가슴 속 깊은 곳을 울리는 묵직하고 따뜻한 배음(Harmonics)이 연습실의 차가운 유리를 흔들었다.

"민우야, 건반 쳐 봐. 주파수 변조 노브를 420Hz 대역으로 고정해 놓고 미들 대역을 살짝 깎아내는 거야. 이 2010년형 장비의 아날로그 필터가 미래의 날카로운 디지털 소스를 가장 완벽한 레트로 소울 사운드로 중화시켜 줄 테니까."

민우는 도경의 확신에 찬 눈빛에 홀린 듯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도경이 지시한 대로 주파수 노브를 미세하게 조율하며 건반을 누르자, 귀를 찌르던 미래의 비트가 한순간에 아련하면서도 세련된 2014년 감성의 소울풀한 리듬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와……."

민우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고 매력적인 사운드였다.

"바로 이거야. 이 따뜻한 빈티지 사운드가 아레스의 정체성이 될 거다."

도경의 눈빛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차가운 경고를 느꼈다.

[골든핑거 능력을 발동합니다. 미래 음원 싱크로율 감응을 시전합니다.]

순식간에 시야가 황금빛 오라로 뒤덮였다. 민우와 채아의 몸 주변으로 기하학적인 안무 동선이 실시간으로 그려졌고, 민우의 목 주변에는 푸른 빛의 보컬 파동 주파수가 선명하게 시각화되어 떠올랐다.

'이민우. 현재 보컬 성대 상태 62%. 잠재 보컬 파트는 F#5 고음 대역까지 확장 가능.'

곡의 완벽도를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민우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극고음역대의 보컬 라인을 완벽하게 소화해야만 했다. 도경은 황금빛 오라를 응시하며 민우의 보컬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튜닝하기 시작했다.

"민우야, 방금 그 빈티지 신스 베이스 라인에 맞춰서 소리를 더 위로 던져봐. 목을 조이는 게 아니라, 머리 뒤쪽 공간을 열고 소리를 뿜어내는 느낌으로."

"이렇게요……? 아아아-"

민우가 소리를 내지르자, 도경의 뇌리 속에서 삐이이이- 하는 고주파의 금속성 이명이 날카롭게 울리기 시작했다.

"윽."

도경은 자신도 모르게 관자놀이를 움켜쥐었다. 머릿속의 뇌세포가 하나씩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두통과 함께, 시야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골든핑거의 잔혹한 대가였다. 아직 훈련되지 않은 연습생이 무리한 고음을 소화할 수 있도록 그의 잠재력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대가로, 민우가 받아야 할 성대의 피로와 신체적 과부하가 도경의 신경망을 통해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었다.

"도경 형? 괜찮아요? 얼굴색이 너무 안 좋은데……."

민우가 노래를 멈추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아냐, 계속해. 소리 아주 좋아. 멈추지 마."

도경은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손짓했다. 귓가에는 이미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이명이 휘몰아치고 있었고, 일시적으로 청력이 상실되어 민우의 목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웅웅거렸다.

머릿속이 끓어오르는 고열로 가득 차오르더니, 기어코 위장이 뒤틀리는 느낌과 함께 뜨거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도경은 입을 틀어막고 연습실 구석에 있는 주방 겸 화장실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형!"

민우와 채아가 놀라 뒤를 쫓으려 했으나, 도경은 화장실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다.

"오지 마! 먼지를 마셨는지 기침이 좀 나와서 그래. 거기서 대기해!"

도경은 세면대를 붙잡고 상체를 숙였다.

쿨럭!

입을 벌리기도 전에 붉은 선혈이 세면대 하얀 사기 그릇 위로 후드득 떨어져 번졌다. 붉은 피가 물 흐르듯 쏟아졌다. 골든핑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내장 기관의 과부하와 토혈이었다.

도경은 떨리는 손으로 수도꼭지를 틀었다. 쏟아지는 찬물에 붉은 피가 희석되어 배수구로 흘러내려 갔다. 그는 세수를 하며 차가운 물로 얼굴의 열기를 식혔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유령처럼 창백했고, 눈발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살아 있었다.

'이 정도 고통쯤이야…….'

회귀하기 전, 무대 뒤편에서 해체 통보를 받고 피눈물을 흘리던 아레스 멤버들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그들의 절망과 눈물에 비하면, 자신의 몸이 조금 깎여 나가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번 생에는 반드시 그들을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세우고 말겠다는 집념이 고통을 압도했다.

도경은 옷소매로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닦아내고, 거울 앞의 표정을 태연하게 가다듬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도경 씨,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채아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도경의 소매를 붙잡았다. 도경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환절기라 기관지가 좀 예민해져서 그래. 걱정 마. 자, 채아 너도 마이크 앞에 서 봐. 방금 민우가 잡아놓은 아날로그 신스 라인 위에 네가 멜로디를 얹어야 하니까."

채아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이었지만, 도경의 단호한 태도에 결국 마이크 앞으로 걸어갔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2절 후렴구에서 네가 고음역대를 진성으로 터뜨려 주는 부분이야. 2014년의 리스너들은 고음에서의 폭발적인 가창력에 가장 열광하니까. 하지만 무작정 지르는 게 아니라, 아까 가르쳐준 호흡법으로 밀어 올려야 해."

도경은 다시 한번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고유 주파수를 조율했다.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비트가 연습실 공간을 채웠다. 2024년의 트렌디한 비트와 2014년의 아날로그 감성이 절묘하게 화합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채아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눈에 비장한 각오가 서렸다.

"Ares…… 깨어나는 불꽃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빈티지 신스 사운드와 결합하여 좁은 지하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흙수저 망돌이라는 오명 뒤에 숨겨져 있던 채아의 천재적인 음색이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도경은 골든핑거의 시각적 오라를 통해 그녀의 보컬 그래픽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했다.

'좋아, 조금만 더. 3옥타브 도# 대역까지 밀어붙여!'

그러나 채아의 무릎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도경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연골판 손상의 통증을 숨기기 위해 온몸에 과도한 힘을 주고 있었다. 그 부하가 그대로 목과 성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채아의 보컬 주파수 오라가 갑자기 새빨간 경고등처럼 번쩍이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위험해! 성대 오버 스트레칭이다!'

도경이 본능적으로 소리치려던 찰나였다.

"아아아-!"

채아가 고음부의 정점을 찍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찢어졌다.

"꺄악!"

채아가 목을 움켜쥐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울컥 뿜어져 나와 은빛 마이크 헤드와 바닥을 붉게 적셨다.

"채아 누나!" "채아 야!"

채아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흐려졌다. 그녀의 가녀린 몸이 마이크 스탠드와 함께 차가운 연습실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바닥에 흩뿌려진 붉은 피가 먼지 덮인 거울에 반사되어 기괴한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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