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네가…… 그 쓰레기 코더냐?"

노아름이 뱉어낸 목소리에는 날 선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녀는 헝클어진 단발머리를 쓸어 올리지도 않은 채 진서를 쏘아보았다. 바닥에 뒹구는 모니터링 안경의 렌즈에서 녹색 광원이 깜빡였다.

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왼쪽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기기 구동 온도: 32.5℃] [사용자 심박수: 68bpm]

지극히 정상적인 수치였다. 진서의 호흡은 평온했고,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소형 태블릿을 꺼내 들며 건조하게 입을 열었다.

"질문이 잘못되었습니다, 노아름 씨."

"뭐?"

"당신이 사용한 백도어 프로토콜의 주파수 대역은 8.4GHz 대역의 양자 얽힘 모방 신호였습니다. 패킷의 헤더마다 기록된 특수 시그니처 흔적도 확인했죠."

진서의 손가락이 태블릿 화면을 가볍게 튕겼다. 화면에 파란색 파형 그래프가 정밀하게 그려지며 노아름의 안경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었다.

"포트 번호 9002번. 은닉 경로로 설정된 외부 중계 서버 IP는 211.234.110.8. 미래온의 사설 클라우드 망이더군요."

노아름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녀의 입술이 일자로 굳어졌다. 자신의 독창적인 해킹 기술이 단 몇 초 만에 완벽하게 분석되어 시각화된 탓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냈지? 내 암호화 알고리즘은 대칭 키 방식으로도 해독이 불가능할 텐데."

"코드에 완벽한 무결성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작성한 예외 처리 구문 중 342번째 라인에 메모리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그 틈으로 유입된 역추적 패킷이 당신의 콘솔을 장악한 겁니다."

진서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아반떼의 식어가는 본넷에서 탁한 냄새가 풍겼다.

"당신은 미래온의 의뢰를 받고 움직였습니다. 지적재산권 침해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현행법으로 즉시 형사 고발이 가능한 사안입니다. 변호사를 부르겠습니까, 아니면 제 제안을 듣겠습니까?"

"협박하는 거야?"

노아름이 이빨을 사려 물었다.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진서는 태블릿을 돌려 그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노아름이 그동안 불법 해킹으로 벌어들인 암호화폐 지갑 주소와 잔액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어 있었다.

[익명 지갑 잔고: 14.2 BTC (원화 가치 약 10억 2천만 원)] [상태: 트랜잭션 동결 대기 중]

"당신의 자산 전액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동결 처리할 수 있는 스크립트를 이미 작성해 두었습니다. 실행 키를 누르는 데 필요한 물리적 에너지는 손가락의 0.1줄(J) 정도입니다."

진서의 어조는 감정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마치 서버 점검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는 기계와 같았다.

노아름은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전 재산이자 해커로서의 생명줄이 저 보잘것없는 태블릿 한 대에 저당 잡혀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단발머리 사이로 붉어진 귀가 보였다.

"……원하는 게 뭐야?"

"미래온 아시아 지사의 내부 데이터망 접근 권한. 그리고 그들이 최근 눈독 들이고 있는 경기 도당동 소재의 폐쇄 반도체 공장, '대성 전자기전'의 정밀 실사 보고서 원본 파일입니다."

"그 공장은 이미 부도나서 고철덩어리나 다름없어. 그걸 왜……."

"질문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진서가 태블릿의 엔터 키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노아름은 급히 허리춤에서 구겨진 USB 메모리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거기 다 있어. 미래온이 그 공장의 입찰가를 후려치려고 일부러 시스템 제어 장치에 악성 버그를 심어둔 기술 분석서까지 포함해서. 이제 됐지?"

진서는 구두 굽으로 USB를 가볍게 밟아 고정한 뒤,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워 올렸다. 태블릿에 연결하자 즉각 데이터가 파싱되어 화면에 표로 정렬되었다.

| 항목 | 상세 내용 | 비고 | | :--- | :--- | :--- | | 대상 자산 | 대성 전자기전 제3공장 라인 | 경기 도당동 소재 | | 주요 결함 | PLC 제어 신호 동기화 오류 (버그 유도) | 가동률 0% | | 미래온 계획 | 경매 유찰 유도 후 헐값 매입 (목표가 40억) | 현재 감정가 320억 |

진서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거래는 성립되었습니다. 노아름 씨의 지갑은 안전할 겁니다. 단, 다음 트랜잭션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말입니다."

진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뒤편에서 노아름이 바닥을 걷어차며 지르는 비명 소리가 들렸지만, 진서의 청각 필터는 이미 그 소음을 무시하고 있었다.

***

두 시간 뒤.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에 위치한 대성 전자기전 제3공장.

공장 내부의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한때 수백 명의 기술자가 드나들었을 클린룸 입구는 정전기로 인해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뿌연 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노광 장비와 실리콘 웨이퍼 이송용 로봇 팔들이 웅크린 야수처럼 멈춰 서 있었다.

"백 대표님, 정말 이 고철 폐기장을 인수하시겠다는 겁니까?"

먼지 낀 대리석 바닥을 밟으며 걸어온 이는 강민희 변호사였다. 그녀는 세련된 정장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마스크를 쓴 채, 한 손에 두꺼운 법적 권리 관계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미래온 측에서 이미 채권단을 포섭해 가압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 공장의 핵심 설비인 8인치 아날로그 반도체 라인은 메인 컨트롤러가 완전히 망가져서 복구 비용만 150억이 넘는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인수하는 즉시 적자 수렁에 빠집니다."

강민희의 분석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냉철했다. 그러나 진서의 눈에 비친 공장의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진서가 눈을 가늘게 뜨자, 망막 위에 현실의 물리 법칙들이 소스코드로 변환되어 투사되었다.

`# Class Factory_Line_3` `# def run_process():` `# if system_clock == undefined:` `# throw HardFault_Error`

공장 전체를 관장하는 독일제 산업용 PLC 제어 장치의 소스코드가 허공에 붉은색 에러 메시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미래온의 사주를 받은 내부 첩자가 심어둔 타임 자이로 센서의 동기화 오버플로우 버그였다. 하드웨어 자체는 멀쩡했다. 시스템의 클록 신호 하나가 의도적으로 꼬여 있을 뿐이었다.

진서는 품에서 초소형 컴파일러 하드웨어가 내장된 메인 노트북을 꺼내 공장 제어 패널의 이더넷 포트에 연결했다.

'리얼리티 디버거 가동.'

[시스템 경고: 현재 물리 변조 실행 시 뇌 연산 장치(RAM) 소모 예측] [가용 RAM: 16.0 GB / 소모 예정 RAM: 1.2 GB] [부작용: 일시적인 가벼운 이명 및 우측 관자놀이 통증]

진서는 망설임 없이 승인 버튼을 눌렀다.

`# fix_clock = get_object_by_id("plc_controller_01")` `# fix_clock.system_clock = RealTime.now()` `# fix_clock.status = "ACTIVE"`

진서의 손가락이 엔터 키를 강타했다.

*웅웅웅웅!*

우측 관자놀이에 찌릿한 통증과 함께 고주파 이명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멈춰 있던 공장 내부의 거대한 변전실에서 전력 모터가 회전하는 중저음의 진동이 시작되었다.

*클릭, 클랙!*

적색으로 깜빡이던 제어 패널의 경고등이 일제히 청록색의 정상 신호로 전환되었다. 이송용 로봇 팔의 관절들이 치익 하는 압축 공기 소리를 내며 일제히 기동 자세를 취했다. 노광 장비의 렌즈가 푸른빛을 발하며 컨베이어 벨트가 부드럽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1초. 단 1초 만에, 수백 억짜리 반도체 생산 라인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옆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강민희가 들고 있던 만년필을 떨어뜨렸다. 그녀의 냉정하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죠? 독일 기술자들도 포기한 시스템인데?"

"미래온이 심어둔 버그는 정교했지만, 제 디버깅 성능이 더 우수했을 뿐입니다."

진서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이 노트북의 연결선을 뽑았다.

"강 변호사님, 지금 즉시 파산 법원에 대성 전자기전의 특별 매각 허가 신청서를 접수하십시오. 공장의 모든 설비가 정상 가동 중이라는 증거 영상과 기술 시험 성적서를 첨부해서 말입니다."

"이 정도 가동률이라면 채권단도 미래온의 헐값 매수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법원에서 즉시 낙찰 허가가 떨어질 겁니다."

강민희는 즉각 자신의 태블릿을 켜고 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에 접속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감정을 배제한 두 명의 전문가가 움직이자, 행정 절차는 무서운 속도로 지연 없이 처리되었다.

[경영 대장 시스템 실시간 업데이트]

| 구분 | 변동 내역 | 현재 잔고 / 가치 | | :--- | :--- | :--- | | 자산 | 대성 전자기전 제3공장 소유권 획득 | 32,000,000,000 원 (감정가 기준) | | 지출 | 낙찰 대금 및 채권 상환액 | -4,500,000,000 원 (비자금 회수액 활용) | | 순자산 | 물리적 인프라 확보 완료 | 27,500,000,000 원 (순증가) |

진서의 망막에 녹색의 보상 알림창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미래온이 수개월 동안 공들여 침 흘리던 알짜배기 하드웨어 기지가, 단 몇 분 만에 온전히 진서의 개인 자산으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진서는 공장 메인 제어 콘솔 앞으로 걸어갔다. 거대한 마스터 전원 스위치가 그의 손에 잡혔다.

"이것으로 우리의 첫 번째 독점적 물리 인프라, '넥서스 제1공정 기지'의 가동을 시작합니다."

진서가 스위치를 힘차게 위로 올렸다. 공장 전체가 거대한 심장처럼 고동치며 빛을 발했다.

바로 그 순간.

*띠리링. 띠리링.*

진서의 스마트폰과 강민희의 태블릿이 거의 동시에 날카로운 알림음을 울려댔다. 강민희가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백 대표님, 미래온의 전담 로펌인 '태평'에서 보낸 메일입니다. 송달인 명단에 국정원 소속 한성태 안보실장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진서가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붉은색 전자 문서 표지에는 무겁고 고압적인 문구가 박혀 있었다.

[임시 처분 신청서: 국가 안보 관련 핵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자산 가압류 및 가동 중지 명령]

진서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내렸다. 국가 권력의 비호 아래 미래온이 던진 더러운 덫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강민희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태블릿 액정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끝이 가볍게 굳어 있었다.

"법원 특별 집행관이 가압류 표식을 붙이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14분 20초 뒤입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성 전자기전이 보유한 구형 8인치 공정 기술 중 일부가 국가 핵심 방산 부품의 설계 규격과 일치한다는 핑계입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적용했습니다."

정부 정보기관과 대기업의 전형적인 합작품이었다. 합법의 탈을 쓴 강탈. 그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진서가 가동시킨 이 공장의 소유권을 동결하고, 기술 무단 사용 혐의를 씌워 시스템을 통째로 압수하려는 수작이었다.

진서는 스마트워치를 탭했다.

[기기 구동 온도: 34.1℃] [사용자 심박수: 72bpm]

정상 범위였다. 분노나 당황 따위의 비효율적인 감정은 뇌의 연산 영역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는 제어 콘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 변호사님, 가압류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위한 물리적 조건은 무엇입니까?"

"집행관이 공장 정문에 압류 표식을 부착하고, 법원 전산망에 '집행 완료' 플래그가 등록되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전산 등록을 지연시키면 되겠군요."

진서의 망막 위에 다시 한번 청색 코드가 내려앉았다. 그는 공장 외부의 기지국과 대법원 등기 전산망 사이의 패킷 흐름을 추적했다. 이 공장으로 향하는 집행관의 태블릿 PC 단말기 IP가 실시간으로 포착되었다.

[추적 대상 단말기 IP: 210.102.44.119] [현재 위치: 공장 외곽 1.2킬로미터 지점] [신호 상태: LTE 연결 중]

진서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다. 그는 집행관의 단말기가 대법원 서버로 송신하려는 '가압류 집행 보고' 패킷의 대기 행렬(Queue)을 강제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리얼리티 디버거 가동.'

`# target_device = get_object_by_id("pad_court_8812")` `# target_device.network_driver.latency = 99999` `# target_device.network_driver.packet_loss = 100`

[시스템 경고: 네트워크 레이턴시 강제 주입 실행] [가용 RAM: 14.8 GB / 소모 예정 RAM: 0.8 GB] [부작용: 가벼운 손끝 저림]

진서는 지체 없이 엔터를 눌렀다. 오른손 끝이 징글벨 소리처럼 찌르르하게 저려왔지만, 연산은 완벽하게 수행되었다.

이제 집행관의 단말기는 공장에 도착하더라도 사법 전산망에 무선으로 접속할 수 없다. 무한 루프에 빠진 로딩 아이콘만 바라보아야 할 터였다.

"시간을 벌었습니다. 최소 3시간 동안은 전산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진서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미래온의 숨통을 끊어놓습니다."

진서는 노아름에게서 빼앗은 USB 속 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다시 열었다. 그 안에는 미래온 아시아 지사가 이 공장의 전력 계통을 원격으로 차단하기 위해 심어둔 백도어 포트 정보가 들어 있었다. 그들은 공장의 전력 공급을 끊어 가동을 중단시킨 뒤, 가압류를 명분으로 설비를 헐값에 강제 매각하려 했다.

"미래온 아시아 지사의 전산망 IP 대역을 호출합니다."

진서의 노트북 화면에 수백 개의 보안 포트가 격자 모양으로 정렬되었다.

| 타깃 시스템 | IP 주소 | 포트 상태 | 취약점 | | :--- | :--- | :--- | :--- | | 미래온 아시아 DB | 112.210.5.40 | OPEN (9002) | 양자 백도어 흔적 | | 메인 전력 제어기 | 112.210.5.42 | OPEN (22) | 기본 패스워드 미변경 |

"그들이 우리 전력을 끊으려 했다면, 우리도 동일한 비용을 청구해야 공평합니다."

진서는 미래온이 공장 전력망을 차단하기 위해 생성해 둔 악성 스크립트의 타깃 경로를 수정했다. 그들의 원격 제어 신호가 도당동 공장으로 인입되는 순간, 그 전류의 과부하 파형이 역류하여 미래온 아시아 지사의 메인 IDC(데이터 센터) 전원 분배 장치(PDU)로 흘러 들어가도록 코드를 변조했다.

`# redirect_power_signal = get_object_by_id("miraeon_backdoor_port")` `# redirect_power_signal.dest = "miraeon_idc_pdu_01"` `# redirect_power_signal.voltage_multiplier = 4.0`

[시스템 경고: 전력 역류 코드 실행 시 RAM 2.5 GB 소모] [가용 RAM: 14.0 GB / 소모 예정 RAM: 2.5 GB] [부작용: 일시적인 시야 흐림 현상 발생]

진서의 눈가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스파크!*

공장 메인 변전실의 고압 케이블에서 파란색 스파크가 튀었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전류가 광케이블을 타고 서울 강남에 위치한 미래온 아시아 지사 빌딩으로 역류했다.

그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대표님, 속보입니다."

강민희가 태블릿의 뉴스 피드를 보여주었다.

[속보] 미래온 아시아 지사 메인 전산실, 원인 미명의 고전압 과부하로 화재 발생. 아시아 전역 클라우드 서비스 일시 중단.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진서가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미래온의 핵심 금융 및 물류 시스템이 마비된 대가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었다. 그들이 보낸 가압류 신청서는 이제 무용지물이 될 터였다. 자신들의 불을 끄기 바쁠 테니까.

그러나 카타르시스가 정점에 달한 그 순간.

*쿠구구궁…….*

공장 지하 깊은 곳에서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이송 로봇의 구동음과는 다른, 무겁고 거친 기계음이었다.

진서의 노트북 화면이 갑자기 암전되었다. 이어서, 윈도우 운영체제가 강제로 종료되더니 핏빛에 가까운 적색 터미널 창이 모니터 전체를 채웠다.

[시스템 경고: 미확인 로컬 영역 네트워크(LAN) 연결 감지] [경로: 지하 3층 극비 격리 구역] [프로토콜: 국방부 위성 재난 통제망 마스터 레지스트리 (Active)]

진서의 눈동자가 커졌다. 노트북의 하드디스크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회전하며 비명을 질렀다. 이 폐공장 지하에 존재해서는 안 될, 대한민국 정부의 최상위 국가 재난 통제 암호 키 파일들이 실시간으로 진서의 드라이브에 강제 다운로드되기 시작했다.

새빨간 경고 창 위로 단 한 줄의 텍스트 메시지가 타이핑되듯 떴다.

[Welcome to the Nexus. 백진서 씨. 당신이 건드린 것은 단순한 공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문 너머로, 검은색 세단 서너 대가 거친 배기음을 내뿜으며 공장 마당으로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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