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린다.
아니, 민 사장의 끈적한 목소리가 귀를 찌른다. 진동이 책상을 긁는 소리. 낡은 형광등이 깜빡이고, 재털이엔 어제 담배꽁초가 쌓여 있다. 세 번째 벨이 울릴 때까지 창밖만 봤다. 4층 높이, 골목엔 빗물이 고여 있고 깨진 네온사인 파편이 물웅덩이에 반짝인다.
네 번째 벨. 받는다.
"강현. 돈 언제 갚냐."
민 사장 목소리. 끈적하고 느린 말투. 빚쟁이를 쥐어짜는 맛을 아는 놈 특유의 리듬. 수화기를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명치가 조여든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자 폐포가 확장되는 감각이 척추를 타고 내려간다. 떨림이 멎는다.
"독촉은 세 번까지라고 했을 텐데."
"이번 주까지 천 안 갚으면 니 손가락부터 자른다. 그 다음엔 니 여자, 채령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지?"
빚쟁이가 말을 끊는 건 결례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이미 책상 서랍을 열고 있었다. 어젯밤 익명의 의뢰인이 보낸 메모와 USB가 든 봉투. 폐공장 도면, 지하 구조 스케치, 그리고 '밤 11시까지 혼자 올 것'이라는 짧은 지시문.
빚은 갚는 게 아니라 없애는 거다.
"이번 주 안에 갚을게. 아니면 네가 말한 대로 해."
민 사장이 뜸을 들인다. 비릿한 웃음. 수화기 너머로 혀가 입술을 핥는 소리가 들린다.
"기대해도 좋냐? 채령이 그 입술, 아직 괜찮더라."
"기대보든가."
전화를 끊고 USB를 노트북에 꽂는다. 폐공장 내부 사진. 오래된 섬유 공장이었던 곳. 지금은 우범의 조직이 관리하는 무법지대다. 의뢰 내용은 간단했다. 지하 실험실에서 특정 샘플을 회수해 지정된 장소에 두는 것. 보수는 사천. 빚 천이 문제가 아니라, 이걸로 민 사장의 숨통을 조일 카드가 생길지도 모른다.
재킷을 집어 들었다. 가죽 안감에 손가락이 스칠 때,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던 손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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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은 도시 외곽, 한때 염색 공장이 밀집했던 구역. 개발이 중단된 채 방치된 콘크리트 덩어리들만 늘어서 있다. 차는 공장 정문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세웠다. 감시 카메라를 피해 철조망을 넘고, 부서진 유리문을 통해 내부로 진입.
공기 중에 화학 약품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다. 암모니아와 녹, 그리고 뭔가 타는 듯한 단내. LED 손전등을 켜자 먼지가 빛 기둥을 타고 춤춘다. 도면대로라면 중앙 통로 끝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은 생각보다 깊었다. 지상의 공장이 80년대 건축이라면, 지하는 훨씬 최근에 보강된 흔적. 벽은 회색 에폭시로 코팅되어 있고, 곳곳에 'B구역 - 신경 반응 연구동',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다.
B구역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파손된 실험 장비들. 유리 파편, 구부러진 금속 프레임, 액체가 새어나와 굳은 배양 용기들. 누군가 서둘러 철수한 흔적이다. 중앙 실험대 위에 금속 케이스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의뢰인이 말한 바로 그 샘플.
열었다.
바이알 세 개가 스펀지 홈에 고정되어 있다. 두 개는 깨져 있고, 내용물은 이미 증발했거나 바닥에 흘러 말라붙었다. 마지막 하나만 온전. 투명한 액체가 바이알을 가득 채우고 있다. 라벨엔 'N-7'이라는 표기만 덜렁 인쇄.
그때였다.
오른쪽 손바닥에 날카로운 통증. 철제 프레임에 베인 건지, 유리 파편에 긁힌 건지 모를 작은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그리고 그 피가 실험대 위로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깨진 바이알이 흘린 잔여 물질과 섞였다.
반응은 즉각적.
물질이 내 핏방울을 집어삼키듯 흡수하며 투명에서 짙은 보라색으로 변한다. 그 액체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실험대를 타고 올라와 내 손바닥의 상처로 파고들었다.
차갑다.
아니, 차갑다 못해 작열한다.
액체가 혈관을 타고 퍼져나가는 감각이 신경을 따라 척추를 타고 뇌까지 도달한다. 고통인지 쾌감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전신을 관통.
무릎이 꺾였다. 바닥에 손을 짚자 콘크리트 표면의 질감이 뇌를 찔렀다. 거친 입자 하나하나가, 미세한 균열 하나하나가 너무 선명하다. 손바닥을 떼도 촉감이 손에 남아 맴돈다.
환각이 시작됐다.
공기 입자의 움직임이 피부에 닿는다. 먼지 한 톨이 팔뚝에 부딪히는 충격이 느껴진다. 내 심장 박동이 혈관을 타고 손끝까지 전달되는 진동. 형광등에서 나오는 미세한 열복사가 얼굴 피부를 간지럽힌다.
모든 표면이 날카롭게 변했다. 옷깃이 목을 스칠 때마다 사포로 문지르는 듯한 통증. 신발 바닥으로 느껴지는 바닥의 요철이 발바닥을 찢는 듯하다.
비틀거리며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손잡이의 금속 냉기가 손바닥을 관통해 척추까지 전해졌다. 숨을 쉴 때마다 공기 중의 모든 미립자가 폐포를 긁는다.
밖으로 나왔다.
빗방울 하나가 이마에 떨어졌다. 그 촉감에 그 자리에서 토악질을 했다. 물방울 하나의 무게와 온도, 표면 장력이 피부를 통해 뇌로 직접 꽂혔다. 과부하다. 신경계 전체가 불타고 있다.
그때 공장 입구에서 라이트가 번쩍였다.
"야, 여기 있었네. 민 사장님이 찾으시더라."
사채업자 둘. 하나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고, 다른 하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비릿하게 웃고 있다. 내 빚을 담보로 뭔가 협상할 셈이었나 보다.
"돈은 없고. 대신 네 주먹으로 때려볼래?"
내 목소리가 내 것 같지 않았다. 지나치게 평온하고, 지나치게 건조하다. 쇠파이프를 든 놈이 다가온다. 어깨의 움직임으로 때릴 타이밍을 읽는다. 오른손에 쥔 쇠파이프가 허리 높이에서 수평으로 휘둘러진다.
막았다. 맨손으로.
쇠파이프가 내 왼손 손바닥에 닿는 순간, 뭔가가 작동했다. 내 촉각 신경을 타고 흐르던 과부하가 상대의 신경계로 역류한다. 접촉면을 통해 내 의지가 그의 감각을 재구성.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를 순간. 그런데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건 신음. 극도의 쾌락에 젖은, 오르가즘 직전의 남자가 내는 소리.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 사내는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입술이 떨린다. 바지 앞부분이 젖어든다. 사정한 거다. 단 한 번의 접촉만으로.
"뭐야, 씨발?"
다른 놈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물러선다. 나는 무릎 꿇은 사내의 머리카락을 살짝 움켜쥐었다. 아주 약하게. 그런데도 사내는 전신을 경련시키며 다시 한 번 절정에 도달한다. 이번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입만 벌린 채 침을 흘렸다.
"네가 민 사장 사무실 위치 알지?"
남은 한 놈이 고개를 끄덕인다. 도망가려는 다리를 억지로 붙잡고 서 있다. 나는 그를 지나쳐 차로 향했다. 뒤에서 쾌락에 무너진 사내의 신음이 빗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오래 귀에 남았다.
이런 식이면 빚 받는 게 더 재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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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사장의 사무실은 강남 사채업자답게 위장된 부동산 중개소 2층. 1층의 허름한 간판과 달리 2층은 고급 가구로 도배되어 있다. 뒷문을 통해 진입. 복도엔 경비원 하나가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그의 목덜미를 손가락 하나로 살짝 쓸었다. 경비원은 눈도 뜨지 못한 채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의자에서 흘러내렸다. 바지가 축축해졌다.
민 사장의 방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열자, 안쪽에서 서류 정리 중이던 여비서가 고개를 든다. 스물일곱 정도. 짙은 아이섀도, 립스틱은 핏빛에 가까운 붉은색. 검은 정장 스커트가 무릎 위로 올라가 있고, 흰 블라우스 단추는 가슴께까지 풀려 있다. 민 사장 취향이 역력한 외모. 그녀는 날 보자마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누구시죠? 예약 없이..."
대답 대신 다가갔다.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손목을 잡았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맥박 위에 닿는 순간, 여비서의 몸이 굳었다. 눈동자가 확장되고, 입술 사이로 짧은 숨이 샌다. 접촉을 유지한 채 그녀의 신경 신호를 읽었다. 두려움, 긴장, 그리고 그 아래 깔린 미약한 호기심. 민 사장에게 길들여진 그녀의 신경계는 이미 폭력과 성을 구분하지 못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거기에 내 능력을 덧씌운다.
"조용히 해."
손목을 쥔 손에 미세하게 힘을 줬다. 내 촉각이 그녀의 신경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여비서의 허벅지가 떨렸다. 무릎이 서로 비벼진다. 블라우스 아래로 젖꼭지가 단단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천을 밀어 올릴 만큼 또렷하게.
"뭐... 뭐야, 이거..."
손목에서 시작된 파동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질 주변 신경총에 도달했다. 여비서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내 손이 닿은 것만으로 질이 수축하고 애액이 분비되는 걸 느낄 뿐이다.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흰 천 아래에서 검은 레이스 브래지어가 드러난다. 브래지어 위로 손바닥을 올리자, 천 너머로 젖꼭지의 단단함이 손바닥에 또렷이 전해진다. 엄지로 왼쪽 젖꼭지를 빙글 돌렸다.
여비서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아, 으으...!"
브래지어를 끌어올려 가슴을 노출시켰다. 그녀의 젖꼭지는 이미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고, 주변 유륜은 오돌토돌하게 긴장되어 있다. 젖꼭지를 입으로 가져갔다. 혀끝으로 살짝 건드리자 여비서가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빠르게 젖은 혀로 유륜 전체를 핥고, 이를 살짝 세워 젖꼭지를 물었다. 그녀가 짧게 비명을 지르며 내 머리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그녀의 질에서 애액이 흘러내려 허벅지 안쪽을 적시는 소리가 들렸다. 스커트 아래로 손을 넣자 팬티는 이미 흠뻑 젖어 있다. 손가락으로 젖은 천을 비집고 음부에 직접 닿았다. 음모는 잘 다듬어져 있고, 음순은 부풀어 올라 뜨거웠다. 검지와 중지로 음순을 벌리자 질 입구가 손가락을 빨아들일 듯 벌름거렸다.
"네 안에 들어갈게."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질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첫 마디가 들어가자 질벽이 즉시 수축하며 내 손가락을 조여왔다. 뜨겁고 부드러운 살이 손가락 전체를 감싼다. 두 번째 마디까지 밀어넣으며 엄지로 음핵을 비볐다.
그 순간, 능력을 개방했다.
내 손가락이 닿는 모든 신경 종말에 왜곡된 쾌락 신호를 흘려보냈다. 여비서의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하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빼고 다시 넣을 때마다, 질 내부의 모든 주름이 내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였다. 체온이 급상승한다. 그녀의 질 안은 섭씨 40도에 가까운 열기로 가득 차고, 애액은 끈적하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손가락 속도를 높이며 동시에 음핵을 더 강하게 자극했다. 여비서는 이미 말을 잃었다.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며, 오로지 단말마에 가까운 신음만 토해낸다.
"아아... 안 돼... 이거, 너무... 으으으으윽!"
그녀의 질 근육이 내 손가락을 물어뜯을 듯이 조여온다. 오르가즘이 시작된 거다. 나는 손가락을 빼냈다. 애액이 실처럼 늘어져 허공에 걸린다. 여비서는 의자에 축 늘어져 숨만 가쁘게 쉬고 있다. 그녀의 눈이 흐릿하게 나를 향했다. 쾌락에 젖은 눈동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모르는 얼굴이다.
"끝난 줄 알았어?"
내 바지 지퍼를 내렸다.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튀어나온다. 여비서의 눈동자가 내 성기를 향해 흔들렸다.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표정.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젖은 팬티를 찢어내듯 벗겼다. 음부가 완전히 노출된다. 부풀어 오른 음순 사이로 질 입구가 벌름거리며 애액을 흘리고 있다.
"박아줘... 제발..."
여비서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의자 끝으로 끌어당기고, 성기 끝을 질 입구에 댔다. 뜨거운 열기가 귀두를 감싼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밀어넣었다. 귀두가 질 입구를 통과하자 질벽이 즉시 수축하며 내 성기를 조여왔다. 손가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박감. 뜨겁고 부드러운 살이 성기 전체를 감싸며 빨아들인다.
"으으... 커... 너무 커요..."
여비서의 질이 내 성기를 물고 늘어진다. 나는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깊숙이 밀어넣었다. 두 번째 삽입에 질 깊숙한 곳까지 성기가 도달한다. 자궁 입구에 귀두가 닿는 감각. 여비서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신음을 토해낸다.
"아아악! 거기... 거기 안 돼...!"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느리게, 그러나 깊게. 성기를 뺄 때마다 질벽이 아쉬운 듯 수축하고, 다시 밀어넣을 때마다 애액이 분수처럼 흘러나온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안을 가득 채우고, 질벽의 모든 주름이 성기를 감싸며 마사지한다.
속도를 높였다.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성기를 질 안에서 격렬하게 피스톤 운동시킨다. 여비서의 가슴이 리듬에 맞춰 출렁인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더 깊이 찔러넣으며 동시에 능력을 개방했다.
내 성기가 닿는 질벽의 모든 신경 종말에 쾌락 신호를 주입한다. 여비서의 질이 격렬하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마치 질 전체가 내 성기를 쥐어짜는 듯한 압박. 그녀는 이미 말을 잃었다.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며, 눈동자는 뒤집혀 흰자위만 보인다.
"갈 거야... 또 가... 으으으으윽!"
질벽이 내 성기를 물어뜯을 듯이 조여온다. 오르가즘이 질 전체를 경련시킨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찔러넣었다. 그녀의 절정이 끝나기도 전에 더 깊게, 더 빠르게. 자궁 입구를 귀두로 두드릴 때마다 여비서는 전신을 뒤틀며 연속적인 절정에 도달한다.
"안 돼... 안 돼... 너무 예민해... 제발... 으으으..."
애원을 무시하고 능력을 더 강하게 주입했다. 이번엔 모든 촉각을 증폭시킨다. 내 성기가 질벽을 스칠 때마다 그녀는 평소의 열 배 이상의 감각을 느낀다. 숨을 쉴 때마다 횡격막이 질을 압박하는 느낌조차 오르가즘급의 쾌감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이번엔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단지 입을 벌리고 눈을 부릅뜬 채, 전신의 근육이 동시에 수축하는 걸 느끼며 세 번째 절정에 도달했다. 내 성기는 여전히 그녀의 질 안에 박혀 있고, 질벽의 경련이 멈추지 않는다. 그 경련이 내 성기를 자극하며 나도 절정으로 밀어붙인다.
"받아."
나는 그녀의 질 깊숙한 곳에 사정했다. 정액이 자궁 입구를 때리는 감각. 여비서는 마지막 힘을 짜내 짧은 비명을 질렀다. 내 성기가 질 안에서 몇 차례 더 맥동하며 정액을 토해낸다. 천천히 성기를 뺐다. 질 입구에서 내 정액과 그녀의 애액이 섞여 흘러내린다. 여비서는 의자에 축 늘어져 숨만 가쁘게 쉬고 있다. 스커트는 허벅지까지 올라가 있고, 노출된 음부에서는 아직도 체액이 흘러나와 의자에 젖은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이건 무기가 아니라 마약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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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나서는데 민 사장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통화 중이었다.
"...그래, 우범 쪽에 연락해. 강현이란 놈 오늘 안으로 처리할 거니까. 채령은 아직 거기 두고, 필요하면 미끼로 써."
걸음을 멈췄다. 숨소리를 죽이고 벽에 붙어 섰다. 민 사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끈적했지만, 그 안에 긴장이 섞여 있었다. 우범. 채령. 미끼. 세 단어가 퍼즐처럼 맞춰진다. 이 빚은 단순한 사채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채령을 노린 덫이었고, 나는 그 덫에 스스로 걸어들어온 먹잇감이다.
민 사장이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복도를 가로질러 그의 방 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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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사장의 방 문을 열었다.
그는 책상 뒤에 앉아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다가 나를 알아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강현...? 어떻게 여길..."
"네 부하들한테 물어봐. 지금쯤 바지에 싸고 기절해 있을 테니까."
민 사장이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려는 손을 멈췄다. 그보단 내가 더 빨랐다. 책상을 돌아 그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는 피하려 했지만 내 손가락이 그의 뺨에 살짝 닿았다. 아주 살짝. 마치 쓰다듬듯이.
그리고 능력을 개방했다.
민 사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뺨에 닿은 내 손가락에서 시작된 작열하는 고통이 그의 안면 신경 전체로 번진다. 이가 빠질 것 같은 통증, 뼈가 부서지는 듯한 압박, 살이 타는 듯한 열감이 동시에 덮친다.
"으아아아아악!"
그는 책상에서 굴러떨어졌다. 손을 뻗어 내 발목을 잡으려 하지만, 닿기도 전에 팔에 쥐가 나서 비틀린다. 나는 무릎을 굽혀 그의 시선에 맞췄다.
"내 빚 문서 어디 있지."
"저... 저기 금고 안에..."
"열어."
민 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금고 다이얼을 돌렸다. 세 번 만에 열렸다. 안에는 현금 뭉치와 서류 철이 가득했다. 나는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내 이름이 적힌 차용증서, 채령의 이름이 적힌 빚 보증서, 그리고 그 외에도 수십 명의 빚문서들.
"찢어."
"뭐...?"
민 사장이 고개를 든다. 눈에 잠시 반항의 빛이 스친다. 나는 그의 목덜미를 쥐었다. 이번엔 더 강하게.
민 사장의 목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힘줄이 핏줄처럼 솟아오르고, 피부 아래 모세혈관이 터지며 붉은 반점이 번진다.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사람 소리 같지 않았다. 짐승이 목이 꺾일 때 내는 파열음에 가까운, 금속성의 끽끽거림. 손톱이 바닥을 긁으며 부러지고, 콘크리트에 핏자국이 번진다. 안면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해 표정이 일그러지고, 눈동자가 위로 뒤집혀 흰자위만 보인다. 침이 입가에서 거품처럼 흘러내렸다.
"끄아아아아아악!"
그의 척추가 활처럼 휘었다. 근육이 파열될 듯한 강직이 전신을 덮친다. 허벅지 안쪽이 젖어든다. 오줌이 아니다. 방광과 장이 동시에 풀리며 바지가 더럽혀진다. 비릿한 악취가 방 안에 퍼졌다. 민 사장의 비명은 이제 울음으로 바뀌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딸꾹질 섞인 신음만 흘러나온다.
"찢으라고."
"찢을게... 찢을게요... 제발...!"
그는 울면서 빚 문서를 찢기 시작했다. 내 것, 채령의 것,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수십 명의 빚쟁이를 쥐고 흔들던 서류들을 하나하나 찢어발겼다. 눈물과 콧물이 종이 위에 떨어졌다. 종이 찢는 소리가 방 안에 메아리친다. 나는 그의 목덜미를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고통의 강도를 높이자 민 사장의 찢는 속도가 빨라진다. 살려달라는 듯이, 미친 듯이 종이를 찢어댄다.
마지막 한 장이 갈기갈기 찢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잘했어."
종잿조각을 한 움큼 집어 그의 머리 위에 뿌렸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음엔 이 손길을 네 심장에 직접 새겨주마."
민 사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단지 바닥에 엎드려 떨며 오줌을 지렸다. 암모니아 냄새가 방 안에 퍼진다. 나는 일어서서 금고 안의 현금 뭉치 몇 개를 집어넣었다. 보수다.
사무실을 나서는데, 뭔가가 달랐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켜고 연기를 들이켰다. 폐부를 채우는 그 익숙한 감각. 그런데 담배 맛이 나지 않았다. 타르의 쓴맛도, 니코틴의 날카로움도, 연기가 혀끝을 스치는 질감조차 없다. 그저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느낌뿐이다. 담배를 내려다봤다. 불은 붙어 있다. 연기도 피어오른다. 하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을 더듬었다. 어젯밤 라면을 먹은 건 분명한데, 국물의 간이 어땠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짰는지 싱거웠는지, 면발이 어땠는지, 젓가락을 든 손의 감각조차 흐릿하다. 지난주에 만난 의뢰인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남자였나 여자였나. 아니, 의뢰인이 있었던가.
채령의 목소리. 그녀가 나를 부르던 특유의 억양이 있었다. '강현 씨.'라고 부르던 그 톤. 그런데 그 톤이 정확히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낮은 목소리였던 건 확실한데, 중저음인지 아니면 약간 쉰 목소리였는지...
계단을 다 내려왔다. 손끝엔 아직 여비서의 체액이 미세하게 남아 있고, 목덜미엔 민 사장의 공포가 묻어 있다. 대신 머릿속 어딘가가 지워졌다. 아주 작은 조각이,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
빗속을 걸어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대시보드 시계가 10:47을 가리킨다.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여전히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다.
발신번호는 표시되지 않았다.
'네가 찾는 여자, 우범의 품에 있다. 밤 11시, 클럽 블랙로즈.'
첨부된 사진이 로딩된다. 화면이 밝아지며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두운 클럽 내부, 붉은 조명 아래 여자의 뒷모습. 검은 드레스가 등을 깊게 파고들어 척추 라인이 드러나 있다.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길게 뻗은 목선.
채령이다.
3년 만에 보는 그녀의 실루엣이다. 그런데 가슴 어딘가에서 울컥 치밀어야 할 감정이 오지 않는다. 분명 그녀다.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여자를 왜 찾고 있었는지, 그 이유의 가장자리가 안개에 싸인 듯 흐릿하다.
담배를 물었다. 라이터를 켜자 불꽃이 떨리고 있다. 내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기억은 지워져도 신경은 기억한다. 이 손끝은 여전히 그녀의 체온을 갈망하고 있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혀와 달리, 손가락만은 그녀의 피부 결을 잊지 않았다.
시계가 10:51을 가리킨다. 블랙로즈까지 9분.
액셀을 밟았다. 빗물이 앞유리를 때리는 소리가 총성처럼 귀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