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 상궁의 손이 소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네 녀석, 감히 전하의 옥새가 찍힌 비단을 훔치다니."
소은은 숨이 막혔다. 연화의 손가락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독을 다루는 자 특유의, 쇠붙이와 핏물이 섞인 듯한 악취.
"그런 적 없습니다."
"이것이 네 함에서 나왔다."
연화가 비단 조각을 펼쳐 보였다. 분명 선왕의 용포에 쓰이던 명주였다. 하지만 소은은 그런 물건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었다.
주변에 모여든 지밀 궁녀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누군가는 호기심에, 또 누군가는 은근한 쾌감에 숨을 죽였다. 상궁 최씨가 없었다. 대왕대비의 처소로 불려간 지 한 시진째였다.
"대왕대비 마마께서 직접 하교하셨다. 절도범은 의금부로 압송하라시고."
연화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것은 승리자의 미소였다.
소은은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벽서의 기운이 손끝에서 일렁였다. 위험했다. 이 순간 능력을 쓰면 연화의 감정을 읽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그녀에게 흘러들어갈 터였다. 적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내가 직접 의금부 나졸들을 호출했다. 조용히 따라오너라."
연화가 소은의 팔을 꺾어 올렸다.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소은은 신음조차 삼키며 버텼다. 이곳에서 약해 보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멈추시오."
무거운 발소리가 회랑을 울렸다. 은호였다.
그의 손이 허리춤의 환도를 감쌌다. 뽑을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습관적인 손짓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연화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졌다.
"대감. 이 일은 내금위가 관여할 사안이 아닙니다."
"왕실 물품 절도는 내금위 소관이오."
은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는 소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눈빛에 담긴 것은 연민도, 분노도 아닌 결의였다.
"더욱이 그 비단은 내가 가져간 것이오."
회랑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연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선왕의 유품 중 일부를 전하의 명으로 은밀히 보관하라는 지시를 받았소. 지밀에 보관하던 물품을 내가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오."
은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소은이 그에게 건넸던 향주머니였다. 한 달 전, 그가 '위급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손에 쥐여주었던 물건.
"이 향주머니 안에는 지밀 물품 목록이 적힌 쪽지가 들어 있소. 어떤 물건이 어디로 옮겨졌는지 기록되어 있지."
연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은호가 향주머니를 풀었다. 그 안에서 작은 쪽지가 나왔다.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필체마저 흐트러짐 없는 정갈한 글씨였다.
연화가 쪽지를 낚아챘다. 읽고 또 읽었다. 그녀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이게... 무슨..."
"의금부에 가야 할 자는 나요, 상궁."
은호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포승줄에 묶일 자세였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담담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준비해온 사람처럼.
소은은 비명을 삼켰다.
아니라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은호의 눈빛이 그녀를 막았다. 그 눈동자에 담긴 것은 단호한 명령이었다. 입을 다물라, 당신은 살아야 한다.
"상궁. 지금 당장 대왕대비 마마께 아뢰어야 할까요, 아니면 내가 직접 의금부로 걸어가면 되겠소."
은호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이면에는 강철 같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연화는 몇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독약을 다루는 그 손이, 이 순간만큼은 독에 중독된 것처럼 떨고 있었다.
"좋습니다. 대감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연화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실패한 사냥개의 눈빛이었다.
"다만 이 일은 대왕대비 마마께 상세히 아뢰겠습니다. 전하의 호위무사가 지밀 물품을 은닉한 사유를 명확히 밝히셔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하시오."
은호가 뒤돌았다. 그가 떠나기 전, 딱 한 번 소은을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억눌린 갈망이 마지막 불꽃처럼 스러지고 있었다. 체념이 그 불씨를 덮었고, 마지막으로 소은의 눈동자에서 자신을 확인한 후 안도가 스며들었다. 그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시선 안에 담겨 있었다.
"소은 낭자."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처럼 낮았다.
"당신은 전하를 지키십시오. 그것이 제 충성입니다."
소은은 대답할 수 없었다. 목이 메어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은호의 등이 회랑 저편으로 사라졌다. 직무복의 검은 깃이 바람에 한 번 나부꼈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연화가 언제 떠났는지, 궁녀들이 언제 흩어졌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소은의 귀에는 은호의 마지막 말만이 맴돌았다. 당신은 전하를 지키십시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충성이었다. 왕을 지키는 것과, 왕의 여인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그가 택한 유일한 길.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오직 충성이라는 이름으로만 자신의 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소은은 처소로 돌아와 벽서를 꺼냈다. 손이 떨렸다. 두루마리를 펼치자, 선명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완전히 갖고 싶다. 그의 손길, 그의 숨결, 그의 모든 것을 내 안에 가두고 싶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것이 죄라면 나는 이미 구원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
소은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것은 자신의 글씨였다. 자신의 마음이었다.
벽서가 자라고 있었다. 그녀의 욕망을 먹고, 그녀의 집착을 빨아들이며 점점 더 선명한 문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선왕의 벽서에 그가 아닌 소은의 마음이 새겨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문이 열렸다.
현종이었다.
그의 얼굴은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분노인 듯, 두려움인 듯, 갈망인 듯 경계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가 성큼 다가왔다. 소은은 벽서를 숨길 틈도 없었다.
"전하...!"
현종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소은의 얼굴을 감쌌다. 그의 손바닥이 뜨거웠다. 마치 하루 종일 불을 쥐고 있었던 것처럼.
"오늘 네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느냐."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냉철하고 완벽한 군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한 여인을 거의 빼앗길 뻔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대왕대비가 너를 노렸다. 네가 아니라 나를 치려는 수였지. 그런데 너는... 너는..."
현종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손이 소은의 뺨에서 목으로, 어깨로 내려왔다. 옷깃을 파고든 손가락이 쇄골을 더듬었다. 마치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가 소은을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부딪혔다. 현종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 박동이 소은의 가슴에도 전해졌다.
"네 마음이... 내 안에 들렸다."
소은이 숨을 멈췄다.
"네가 나를 읽는 만큼, 나도 너를 읽고 있었다."
현종의 입술이 소은의 관자놀이에 닿았다. 뜨겁고 떨리는 입술이었다. 그가 속삭였다.
"밤마다 네 손길을 느꼈다. 네 숨소리를 들었다. 네가 내 꿈속에서 얼마나 간절히 나를 불렀는지 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이 네 마음이라는 것을."
소은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두려워했던 그 모든 시간, 자신의 감정이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던 그 순간에도, 그는 이미 그녀의 마음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던 것이다. 소은이 스스로 문을 열기를.
"울지 마라."
현종의 엄지가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거칠고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닿는 힘은 깃털보다 부드러웠다.
"오늘 밤, 너를 놓지 않겠다."
그가 소은의 저고리 고름을 풀었다. 천천히, 그러나 주저함 없이. 비단이 스르르 밀려나며 소은의 어깨가 드러났다. 촛불 아래서 그녀의 살갗은 젖은 진주처럼 빛났다.
소은도 손을 올렸다. 떨리는 손끝으로 현종의 곤룡포 옷깃을 더듬었다. 용포의 무거운 비단이 손끝에 닿았다. 왕의 옷을 벗긴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육체의 노출 이상이었다. 그가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사내임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현종이 소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으로 이끌었다. 함께 고름을 풀었다. 함께 옷을 벗겼다. 용포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그의 상체에는 얇은 속적삼만 남았다. 근육의 윤곽이 비단 너머로 그대로 드러났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라."
현종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명령도, 간청도 아닌 어딘가 중간쯤의 음성이었다. 소은은 대답할 수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욕망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 대신 손을 뻗어 그의 속적삼 끈을 풀었다.
적삼이 벌어지고 현종의 가슴이 드러났다. 단단한 근육, 군주의 엄격한 생활이 빚어낸 몸이었다. 소은이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짚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녀와 똑같은 속도로.
"네 심장 소리가 들린다."
소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내 안에서... 전하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현종의 눈이 어두워졌다. 욕망으로, 집착으로, 그리고 안도로. 그가 소은을 번쩍 안아 올렸다. 침상으로 옮겨 눕히는 동작은 빠르고 단호했다. 왕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눕히는 손길은 연인의 것이었다.
현종이 소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속바지가 드러나고, 그 아래로 살갗이 한 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을 스쳤다. 소은의 몸이 떨렸다.
"네 몸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
현종이 허리를 숙였다. 그의 입술이 소은의 목에서 시작해 쇄골을 지나 가슴께로 내려왔다. 속적삼이 밀려나고 가슴이 드러났다. 유두가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입술에 동시에 닿으며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아...!"
현종의 혀가 그녀의 유두를 핥았다. 천천히, 집요하게. 한쪽을 혀로 애무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손가락으로 비볐다. 젖은 혀끝과 거친 손가락의 감촉이 교차하며 소은의 허리춤에 불덩이가 피어올랐다.
"더... 전하... 더..."
소은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했다. 그녀의 손이 현종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관을 풀어헤친 그의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용안을 만지는 것도 모자라 왕의 머리칼을 쥐다니, 용서받을 수 없는 불경이었다. 하지만 현종은 오히려 그 손길에 낮게 신음했다.
"그래, 바로 그거다."
그의 입술이 소은의 배꼽 아래로 내려왔다. 속바지가 벗겨지고, 마지막 남은 속옷마저 물러났다. 소은의 음모가 촛불 아래 드러났다. 검고 부드러운 삼각형 아래로, 이미 젖어 반짝이는 음순이 숨겨져 있었다.
현종의 손가락이 음모를 쓸었다. 부드럽게, 하지만 집요하게. 손가락이 음순 사이를 파고들었다. 애액이 손가락을 적셨다. 따뜻하고 끈적한 체액이었다.
"이미 이렇게 젖었구나."
현종이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검지와 중지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실처럼 이어졌다. 그가 그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소은의 애액을 혀끝으로 핥았다. 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달콤하군."
그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는 손가락이 아니라 입술이었다. 현종의 혀가 젖은 음순을 천천히 갈랐다. 소은의 허리가 번쩍 들렸다. 그의 혀는 음순의 바깥쪽부터 안쪽 주름까지 한 올 한 올 핥아내듯 쓸었다. 애액이 혀끝에 묻어나자 그가 입을 크게 벌려 음순 전체를 머금었다. 따뜻한 구강이 그녀의 가장 예민한 살을 감쌌다. 현종이 숨을 들이쉬며 애액을 빨아들였고, 이내 혀를 질 입구에 밀어 넣어 안쪽까지 핥았다. 젖은 소리가 음란하게 침실에 울렸다. 소은의 질벽이 그의 혀를 조이며 더 많은 체액을 쏟아냈다. 현종은 그 액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입술로 음순을 감싸고, 혀로 입구를 훑고, 마지막으로 음핵을 혀끝으로 납작하게 눌러 빨아들였다.
"읏...! 전하... 거기...!"
소은의 손가락이 침상 이불을 움켜쥐었다. 현종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술과 턱이 소은의 애액으로 반들거렸다. 그 모습을 본 소은의 질이 깊은 곳에서 다시 한 번 수축하며 뜨거운 액을 흘렸다.
"네가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이 맛으로 알겠다."
현종이 다시 손가락을 그녀의 음순 사이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는 더 깊게. 손가락 두 마디가 질 안으로 들어왔다.
"읏...!"
질벽이 손가락을 조여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그의 손가락을 감싸며 꿈틀거렸다. 현종이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안으로 밀어 넣었다가, 빼냈다가, 방향을 바꿔 비볐다. 소은의 질 내부가 그의 손가락에 반응하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전하... 거기... 더...!"
현종의 엄지가 음핵을 찾아 눌렀다. 동시에 질 안의 손가락이 굴곡을 파고들었다. 이중의 자극이 소은의 허리를 활처럼 휘게 만들었다.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려 침상을 적셨다. 그 젖은 감촉이 허벅지 안쪽으로 번져갔다.
"이제... 진짜를 원하느냐."
현종이 자신의 하의를 풀었다. 속바지 너머로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음경의 윤곽이 불룩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가 마지막 옷을 벗자, 성난 듯이 솟아오른 음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귀두는 붉게 충혈되어 윤기가 흘렀다. 굵은 음경의 기둥에는 핏줄이 푸르게 돋아 있었다.
소은은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단지 그를 느끼고 싶었다. 그가 자신의 안에 들어와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을.
그때였다.
벽서가 눈에 들어왔다. 침상 옆 탁자 위에 펼쳐진 두루마리. 자신의 욕망이 새겨진 문장들이 촛불 아래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를 완전히 갖고 싶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미 구원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
소은의 몸이 굳어졌다. 심장이 음핵까지 울리는 듯한 둔탁한 박동이 하복부를 때렸다. 질 안쪽이 강하게 수축하며 애액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이 벽서의 문장에 반응해 젖어들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이 문자로 새겨진 것을 본 순간, 부끄러움보다 강한 흥분이 척추를 타고 올랐다.
현종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벽서를 바라보았다. 그가 손을 뻗어 두루마리를 집었다. 눈으로 글씨를 읽었다.
'그를 완전히 갖고 싶다.'
첫 구절을 읽는 현종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그의 손가락이 두루마리 가장자리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손길, 그의 숨결, 그의 모든 것을 내 안에 가두고 싶다.'
현종의 숨소리가 한 번에 길게 새어나왔다. 감탄도, 신음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낮은 떨림이었다. 그의 시선이 글자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한 글자 한 글자를 혀로 핥아 맛보는 것처럼.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현종의 입술이 달싹였다. 무언가를 중얼거렸지만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그의 손이 두루마리를 쥔 채 미세하게 떨렸다. 왕의 손이었다. 칼을 쥐고, 옥새를 찍고,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그 손이 한 여인의 욕망 앞에서 떨고 있었다.
'이것이 죄라면 나는 이미 구원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
마지막 구절을 읽은 현종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촛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눈에 어린 것은 분노도, 실망도, 경멸도 아니었다. 안도였다. 깊고 뜨거운 안도감이 그 눈동자 속에서 파문처럼 번져갔다.
소은은 숨을 멈췄다.
현종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평온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글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것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지만, 그 바닥에는 억누를 수 없는 격정이 꿈틀거렸다.
"내가 원하던 것이다."
소은이 눈을 크게 떴다.
"네가 나를 갖고 싶어 하는 만큼, 나도 너를 갖고 싶다. 네가 나를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만큼, 나도 너를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이것이 바로..."
현종이 벽서를 내려놓고 소은에게로 돌아왔다. 그의 눈동자에 촛불이 일렁였다. 그 불빛 속에서 소은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욕망에 젖은 여인의 얼굴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다."
현종이 소은의 다리를 벌렸다. 그의 음경이 그녀의 음순에 닿았다. 귀두가 젖은 입구를 더듬었다. 뜨거운 살덩어리가 밀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음순이 귀두의 압력에 살짝 벌어지며 질 입구가 경련하듯 꿈틀거렸다. 애액이 귀두를 타고 흘러내려 음경 기둥을 적셨다.
"받아들여라. 내 모든 것을."
현종이 허리를 밀어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귀두가 질 입구를 파고들자, 소은의 질벽이 그의 것을 삼키려는 듯 경련하며 애액을 뿜어냈다. 뜨거운 액체가 귀두를 감싸고, 질 입구가 살짝 벌어지며 귀두를 안쪽으로 빨아들였다. 소은의 질이 그의 음경을 한 치씩 삼켜가며 꿈틀거렸다. 현종의 허리가 긴장으로 굳어졌다. 귀두가 질벽의 좁은 입구를 완전히 통과하는 순간, 소은의 질 내부가 그의 음경 전체를 물어뜯을 듯이 조여왔다. 현종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허리를 더 깊이 밀어 넣으려는 바로 그때였다.
쾅!
문이 열렸다.
"전하, 대왕대비 마마께서...!"
내시의 다급한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거운 치맛자락 소리가 회랑을 울렸다. 발걸음 소리가 아니었다. 권력의 무게가 내는 소리였다.
대왕대비 민씨가 침전 문 앞에 서 있었다.
"전하, 선왕의 유품 중 사라진 물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녀의 눈이 방 안을 훑었다. 대왕대비의 시선이 마치 뱀처럼 방 안을 기어 다녔다. 흐트러진 침상과 바닥에 떨어진 용포를 지나, 반쯤 벗겨진 소은의 어깨 위를 스치고, 침상 가장자리에 흘러내린 치마를 핥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탁자 위에 펼쳐진 벽서에 멈추자 그녀의 눈동자에 섬뜩한 광채가 스쳤다.
"지금 이곳을 수색하겠습니다."
대왕대비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벽서를 숨길 시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