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기운이 감도는 새벽녘, 소은은 눈을 떴다. 가슴에 품은 두루마리가 체온으로 데워져 있었다. 꿈속에서 현종의 손길이 파고들던 감각이 아직 허벅지 안쪽에 선연했다. 손끝으로 옷자락을 움켜쥐자 속곳이 축축하게 눌렸다.
*꿈에 자주 나타난다.*
전날 밤 그가 무심히 던진 말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왕의 마음을 읽는 능력. 그 능력이 이미 그의 무의식에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소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루마리를 저고리 안쪽 깊숙이 밀어넣었다. 천에 스민 비취색 빛이 잠시 손등을 스치고 사라졌다.
지밀 처소의 여느 궁녀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소은은 이미 강녕전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었다. 동트기 전 어스름이 궁궐 담장 사이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발소리를 죽이며 걷는 일은 이제 몸에 밴 습관이었다. 복도 끝 모퉁이를 돌 때, 최 상궁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녀는 소은을 보지 않았지만, 스치는 순간 시선이 소은의 저고리 앞섶에 잠시 머물렀다.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뒷모습이 길게 늘어졌다.
강녕전 침소 문 앞에 서자 내관이 고개를 저었다.
"전하께서 밤새 주무시지 못하셨다."
소은은 숨을 멈췄다. 침소 안에서 타닥이는 촛불 소리만 들렸다. 문틈으로 스며드는 공기에서 푸른 안개가 흘러나왔다. 불면의 밤을 지샌 현종의 마음이 내뿜는 빛이었다.
"들어가 보아도 되겠습니까."
내관이 망설이다 문을 열어주었다.
침소 안은 짙은 비취색 안개로 가득했다. 소은만 볼 수 있는 그 빛깔은 현종의 불안이 응축된 색이었다. 용상에 반쯤 기댄 현종은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관복 차림 그대로였다. 밤새 뒤척인 흔적이 흐트러진 옷깃에 배어 있었다.
소은은 조용히 다가가 탁자 위의 찻잔을 정리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움직이면서도 시선은 현종에게서 떼지 못했다. 그때, 그가 눈을 떴다.
"소은아."
부르는 목소리가 잠겼고 낮았다. 평소보다 한 톤 더 가라앉은 음색이었다. 소은은 허리를 굽혔다. "전하, 주무시지 못하셨습니까."
현종은 대답 대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닿자 소은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루마리가 뜨거워졌다. 비취색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새로운 색을 띠기 시작했다. 남색. 어둡고 달콤한 집착의 빛이었다.
"네가 문밖에 서 있다는 걸 알았다."
소은의 손끝이 떨렸다.
"발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어찌 아셨습니까."
"나도 모르겠다." 현종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저 네 기척이... 느껴졌다."
소은은 숨을 삼켰다. 그가 지금 느끼는 감각은 벽서의 능력이 만들어낸 감정의 누수였다. 그녀가 그의 마음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존재도 그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현종이 손을 내저었다. "차는 됐다. 잠시... 그냥 여기 있어라."
명령은 아니었다. 그저 존재를 허락하는 말이었다.
소은은 침전 한쪽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촛불이 흔들리고, 비취색 안개가 다시 짙어졌다. 현종은 눈을 감았다. 잠들려는 듯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소은도 조용히 호흡을 맞추며, 저고리 속 두루마리에 손을 얹었다.
*지금.*
벽서를 펼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불면으로 지친 의식의 벽이 얇아진 틈으로, 현종의 무의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소은은 눈을 감고 그 흐름 속으로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촉각이 살아났다.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아니, 꿈속의 현종이 꿈속의 소은을 붙잡은 것이었다. 소은은 현실의 몸을 그대로 둔 채 의식만 그의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녕전 침소와 똑같은 공간이었지만, 촛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달빛만 푸르게 스며들었다. 그런데 벽이 가까웠다. 천장이 낮았다. 공간이 숨 쉬듯 수축하고 있었다.
꿈속의 현종은 현실보다 더 거칠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소은의 저고리 고름을 잡아당겼다. 매듭이 풀리며 비단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선명했다. 소은은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할 수 없었다. 이것은 그의 꿈이었고, 그녀는 침입자였다. 그런데 그 침입자라는 사실이 묘한 쾌감을 밀어올렸다. 왕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자. 대왕대비도, 연화도 닿지 못하는 이 깊은 곳을 오직 자신만 더럽히고 있다는 금지된 우월감이 가슴을 죄었다.
"네가 또 왔군."
현종의 목소리는 꿈속에서 더 낮고 쉰 듯했다. 현실에서는 결코 드러내지 않을 욕망이 걸쭉하게 배어 있었다. 그의 손이 저고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속적삼 위로 손바닥의 열기가 번졌다. 그가 갑자기 손을 멈추고 소은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숨결이 귓바퀴를 적셨다.
"오늘 밤은 네 안에 내 자국을 새기고 싶군."
현실의 현종이라면 절대 입에 담지 않을 말이었다. 꿈이라는 해방 속에서만 흘러나오는 외설. 소은의 현실 몸이 침전 바닥에서 떨렸다. 꿈속의 감각이 신경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현종의 손가락이 속적삼을 밀어올릴 때, 비단이 유두를 스치는 감촉이 전류처럼 척추를 타고 올랐다.
"전하..."
꿈속의 소은이 속삭였다. 현실의 소은도 입술을 깨물었다.
현종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리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뜨거운 혀가 피부를 핥고, 이빨이 살짝 살을 물었다. 통증과 쾌감이 뒤섞인 감각이 쇄골을 타고 가슴으로 번졌다. 소은의 젖꼭지가 천 아래에서 단단하게 일어섰다.
꿈속의 현종이 속적삼을 완전히 벗겨냈다. 찬 공기에 노출된 가슴이 떨렸다.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왼쪽 가슴을 감쌌다. 거칠고 단단한 손이었다. 활시위를 당기는 무인의 손. 그 손이 부드러운 살을 움켜쥐자 손가락 사이로 유방이 변형되는 감촉이 생생했다. 방 안의 벽이 더 가까워졌다. 꿈속 공간이 둘만의 밀실로 조여들고 있었다.
"네 살은 생각보다 차갑군. 하지만 이 젖꼭지는..."
현종이 낮게 중얼거리며 엄지손가락으로 젖꼭지를 눌렀다가 비틀었다. 소은의 등허리가 휘었다. 현실의 몸도 똑같은 반응을 일으켰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보아라. 이렇게 빨갛게 서 있지 않나."
그의 말이 점점 더 외설스러워지고 있었다. 꿈이라는 공간이 현실의 금기를 하나씩 벗겨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긴... 이미 흠뻑 젖었군."
그의 손이 배를 타고 내려갔다. 치마 끈이 풀렸다. 비단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꿈속의 소은은 이제 속곳만 남은 채였다. 달빛이 그녀의 맨살을 푸르게 비추었다. 속곳 가랑이 부분은 이미 애액으로 젖어 투명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현종은 잠시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이 소은의 전신을 훑었다. 소유하려는 자의 시선. 정복하려는 자의 시선. 그 눈빛 속에서 남색 집착이 소용돌이쳤다. 소은은 그 시선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네가 내 꿈에 올 때마다."
현종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나는 네가 진짜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은... 네 안에 내 씨를 부어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의 손이 속곳의 허리끈을 잡았다. 속곳이 무릎 아래로 흘러내렸다. 소은의 음부가 완전히 드러났다. 음모는 애액으로 반짝이며 달라붙어 있었고, 대음순 사이로 진한 분홍빛 속살이 젖어 있었다. 꿈속에서조차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현종의 무릎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막았다.
"피하지 마. 네 보지가 얼마나 나를 기다렸는지 똑똑히 보여줘."
명령이었다. 비취색 안개가 그의 주변에서 폭발하듯 번졌다. 소은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젖혔다. 현실의 그녀도 똑같이 호흡이 가빠졌다. 침전 바닥에 무릎 꿇은 채, 아무도 만지지 않았는데 젖꼭지는 단단했고 음부에서는 애액이 속곳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현종의 손가락이 그녀의 음모를 스쳤다. 곱슬거리는 털 사이로 손끝이 파고들었다. 대음순을 따라 천천히 쓸어내리자 애액에 젖은 살결이 미끄러웠다. 그의 중지가 음핵을 찾아냈다. 작고 단단한 그 돌기를 손가락 끝으로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으...!"
소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현실의 그녀도 입술을 깨물어 소리를 삼켰다. 침전에 있는 현종이 깨면 안 된다는 의식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꿈속의 쾌락은 너무 강렬했다.
현종의 손가락이 음핵을 더 빠르게 자극했다. 왼손은 동시에 그녀의 젖꼭지를 비틀고 있었다. 두 군데의 민감한 부위가 동시에 공격당하자 소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질 안쪽 근육이 수축하며 더 많은 애액을 분비했다. 액체가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촉이 생생했다.
"네 보지는 정직하군. 이렇게 질질 흘리면서."
현종이 낮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잔인한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그의 중지가 음핵에서 내려와 질 입구를 맴돌았다. 애액으로 흠뻑 젖은 살결 사이로 손가락이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소은은 숨을 삼켰다. 꿈속에서도 질벽이 이물감에 반응했다. 현종의 손가락은 길고 굵었다. 첫 마디가 들어오자 질 입구가 팽팽하게 벌어졌다. 그는 거칠게 밀어넣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천천히, 한 마디씩 집어넣었다. 그 느린 침투가 오히려 더 잔인했다. 질벽의 모든 주름이 손가락 마디를 느껴야 했다.
"좁군. 마치 처음처럼."
그의 목소리가 약간 쉰 듯했다. 손가락이 완전히 들어왔다. 두 번째 마디, 세 번째 마디까지. 질 깊숙한 곳이 꽉 채워지는 감각이 소은의 허리를 떨게 했다. 현종은 잠시 멈추었다가, 손가락을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질벽이 밀착된 채 따라 나오는 감촉이 너무 선명했다. 손가락 마디 사이로 애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전하... 제발..."
꿈속의 소은이 애원했다. 현실의 소은도 똑같은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무엇을 제발이라는 것인지도 모른 채.
현종은 대답 없이 손가락을 다시 밀어넣었다. 이번에는 더 깊게, 더 빠르게. 출입을 반복할 때마다 질벽에서 점액이 섞인 소리가 났다. 퍽퍽퍽, 젖은 살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였다. 애액이 그의 손가락을 타고 손등까지 흘러내렸다. 현종은 엄지로 음핵을 누르면서 검지와 중지를 질 안에서 굴렸다. 질벽 안쪽의 거친 부분을 손톱으로 긁었다.
소은의 시야가 하얗게 타올랐다.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오르가즘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파고들었다. 현실의 소은도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떨었다. 속곳 안쪽으로 애액이 흘러내려 허벅지를 적셨다. 질 근육이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며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조였다.
"아직이다."
현종이 손가락을 빼내며 말했다. 손가락에는 그녀의 애액이 실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는 그 손가락을 소은의 입술에 문지르며 말했다. "네 맛을 봐라."
소은이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벌리자 그의 손가락이 입 안으로 들어왔다. 짭짤하고 비릿한 자신의 맛이 혀에 퍼졌다.
꿈속의 현종은 자신의 하의를 풀고 있었다. 드러난 성기는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귀두는 검붉게 달아올랐고, 표면의 핏줄이 꿈틀거렸다. 크기는 손가락과 비교도 안 되게 컸다. 귀두 끝에서는 투명한 선점액이 맺혀 흘러내렸다.
"오늘 밤은 네가 진짜인지 확인할 때까지 놓지 않겠다. 이 자지로 네 안에 내 씨를 가득 채울 테니."
그가 그녀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벌리며 말했다. 귀두가 질 입구에 닿았다. 뜨거웠다. 꿈속인데도 체온이 너무 생생했다. 현종은 천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허리를 밀어넣었다. 귀두가 질 입구를 벌리며 들어왔다. 팽팽하게 벌어진 살이 귀두를 꽉 물었다.
소은은 비명을 삼켰다. 성기가 질을 가득 채우며 들어왔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와 열기였다. 질벽이 최대한으로 벌어지며 이물감을 받아들였다. 현종은 끝까지 밀어넣은 채 잠시 멈추었다. 그녀의 내부가 자신의 성기에 적응하도록. 소은의 아랫배가 불룩하게 솟아오른 듯한 착각이 들었다.
"네 안은... 뜨겁고 좁군. 내 자지를 이렇게 꽉 물고."
현종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리고 허리를 빼기 시작했다. 질벽이 성기를 꽉 움켜쥔 채 빠져나왔다. 귀두가 질 입구까지 나왔을 때, 그가 다시 깊숙이 찔러넣었다. 소은의 몸이 튕겨 올랐다. 자궁 입구가 귀두에 쿡쿡 찔리는 감각이 전해졌다.
삽입이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느리게, 그다음에는 더 빠르게. 현종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의 성기가 질을 깊게 파고들 때마다 소은의 내부가 수축하며 쾌감을 증폭시켰다. 두 사람의 체액이 섞여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렸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젖은 점액이 섞이는 소리가 꿈속 공간에 울렸다.
"내 꿈에... 계속 나타나겠다고 약속해. 그리고 이 자지를 원한다고 말해."
현종이 명령하듯 속삭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목을 살짝 감쌌다. 조이는 힘은 약했지만, 그 행위에는 명백한 소유욕이 담겨 있었다. 소은은 숨을 가쁘게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해. 네 입으로."
"예... 전하의 꿈에... 계속... 전하의 자지를... 원합니다..."
현종이 허리를 더 깊게 밀어넣었다. 귀두가 자궁 입구에 닿는 감각이 소은의 등을 휘게 했다.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신음만 흘렸다.
"좋아. 네 안에 씨를 줄 테니 똑똑히 받아라."
현종이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삽입 속도가 무질서해졌다. 절정에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소은도 두 번째 오르가즘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질벽이 경련하며 성기를 더욱 꽉 조였다.
"함께... 가자. 내 씨를... 받아라!"
현종이 마지막으로 깊게 찔러넣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순간, 그의 성기가 질 안에서 맥동하며 정액을 토해냈다. 뜨거운 액체가 질벽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소은을 절정으로 밀어올렸다. 자궁 입구를 때리는 정액의 열기. 질벽이 경련하며 그 액체를 더 깊이 빨아들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소은의 현실 몸도 침전 바닥에서 경련했다. 속곳이 흠뻑 젖었다. 애액과 함께 오줌이라도 지린 듯한 강렬한 쾌감이었다. 질 근육이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며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조였다. 그녀는 간신히 신음을 삼키며 몸을 웅크렸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꿈이 깨졌다.
소은은 침전 바닥에서 눈을 떴다. 현실의 강녕전은 여전히 고요했다. 현종은 용상에 기댄 채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호흡은 깊고 규칙적이었다. 깨어나지 않았다.
소은은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정리했다. 속곳이 축축하게 젖어 허벅지에 달라붙었다. 체액의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왔다. 그녀는 얼른 저고리로 냄새를 가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향은 자신의 몸에서, 그리고 꿈속에서 현종이 흘린 정액의 잔상에서 배어나오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침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대왕대비마마께서 보내신 상궁이 오셨습니다."
내관의 목소리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소은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 했다. 저고리 속 두루마리가 뜨거워졌다. 위험을 감지한 듯했다.
상궁 연화가 침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공간을 훑었다. 용상에 기댄 현종을 확인하고, 이어 바닥에 무릎 꿇은 소은을 발견했다.
"전하께서 편치 않으시다 들었습니다."
연화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이면에 칼날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소은에게 다가왔다. 발소리가 바닥을 한 번, 두 번 짚을 때마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런데..."
연화가 소은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녀의 콧날이 살짝 벌름거렸다.
"이상한 향이 나는구나. 사향도 아니고 침향도 아닌... 짐승 냄새."
소은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꿈속에서 흘린 체액의 냄새.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달콤하고 비릿한 향이었다. 연화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소은의 냄새를 맡았다. 마치 사냥감을 확인하는 맹수처럼.
"무슨 향인지... 네 입으로 말해보렴."
소은은 숨을 삼켰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저고리 속 두루마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연화의 마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빛이 처음으로 보였다. 탁한 황토색이었다. 질투와 의심의 색. 그런데 그 황토색이 단순한 색이 아니었다. 소은의 시야에서 그 빛깔이 꿈틀거리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연화의 집착이 빚어낸 환영이었다. 현종의 용안을 감싸쥐려는 손. 그 손톱은 피투성이였다. 동시에 또 다른 형상이 떠올랐다. 소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손아귀. 살의였다. 연화는 단순히 의심하는 게 아니었다. 소은을 짓밟아 없애고 싶은 충동이 그 황토색 빛 속에서 핏줄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소은이 간신히 대답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했다.
"모른다고?"
연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의 손이 갑자기 소은의 치마 쪽으로 뻗어졌다.
"네 몸에서 나는 향인데 네가 모를 수가 있느냐. 확인해보자. 네 속곳을 걷어라."
소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속곳은 아직도 꿈속 체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연화의 손이 소은의 치마를 잡으려는 순간, 그녀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대왕대비마마께서도 내일 친히 이 냄새의 출처를 심문하실 거다. 네가 지금 고하지 않으면, 그땐 네 입이 아니라 네 살가죽이 대답하게 될 게야."
바로 그때, 용상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현종이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이 흐릿하게 공간을 훑다 소은에게서 멈추었다. 꿈속의 잔상이 아직 남아 있는 듯,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허공으로 올라갔다. 소은의 손목을 잡으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손가락이 공기를 움켜쥐기 직전, 그는 동작을 멈추고 손을 거두었다.
"무슨 일이냐."
현종의 목소리는 잠겼고, 평소보다 낮았다. 연화가 황급히 몸을 돌려 예를 표했다.
"전하, 대왕대비마마께서 전하의 안후를 걱정하시어 소첩을 보내셨습니다."
"걱정?"
현종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아니면 감시인가."
연화의 얼굴이 굳었다. 탁한 황토색이 더 짙어졌다. 소은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긴장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현종의 주변에서 비취색 안개가 다시 피어올랐다. 분노와 불안이 뒤섞인 빛이었다.
"소은은 내 침소에서 물러가라."
현종이 명령했다. 소은은 재빨리 일어나 예를 표했다. 연화의 시선이 그녀의 등을 찔렀다. 침전을 나서는 순간, 연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지밀 궁녀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듯하옵니다. 특히 저 궁녀는... 몸에서 수상한 향이 진동을 하옵니다. 내일 대왕대비마마께서 직접 확인하실 사안이옵니다."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소은은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속곳이 여전히 축축하게 허벅지에 감겼다. 체액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연화가 맡은 그 향은 단순한 꿈의 잔재가 아니었다. 벽서가 만들어낸 감각의 누수였다. 그리고 내일이면 대왕대비의 심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소로 돌아가자 상궁 최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소은아."
최 상궁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묵직했다. 그녀는 소은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노련한 눈빛이었다. 수십 년 궁중 생활로 단련된 감각이 소은에게서 무언가를 읽어내고 있었다.
"네 얼굴에... 봄기운이 도는구나."
소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최 상궁이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소은의 뺨을 스쳤다. 손끝이 차가웠다.
"이 궁궐에서 가장 위험한 건 다정한 눈빛이야."
최 상궁이 속삭이듯 말했다.
"특히... 지밀 궁녀가 가져선 안 될 눈빛 말이다."
소은은 고개를 숙였다. 가슴속 두루마리가 뜨거웠다.
"상궁마마님, 저는..."
"말하지 마라."
최 상궁이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은 이미 벽에 쓰이고 있을 테니까."
소은의 눈이 커졌다. 벽서. 최 상궁이 벽서의 존재를 암시한 것인가. 그녀는 상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상궁마마님께서는... 벽에 쓰인 글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최 상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소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그녀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벽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벽을 읽는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단다."
최 상궁이 돌아서서 사라졌다. 소은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이 떨렸다. 그녀는 저고리 속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비취색 글자들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벽서의 비밀. 이 두루마리가 단순한 감정 기록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는 벽이라는 사실.
밤이 깊었다.
소은은 지밀 처소 구석에서 촛불 하나만 켜고 앉아 있었다. 여느 궁녀들은 모두 잠들었다. 그녀는 저고리 속에서 두루마리를 다시 꺼냈다. 손끝이 떨렸다.
벽서를 펼쳤다.
현종의 낮 동안의 감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조정에서의 대립. 대왕대비가 보낸 신하들이 현종의 정책을 반대하며 조롱했다. 현종은 용상에 앉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의 마음에서는 적갈색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주먹을 쥔 채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생생한 통증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그 분노 사이로, 불현듯 스며드는 빛이 있었다.
부드러운 살구색이었다.
소은의 얼굴이었다.
현종이 조정에서 분노를 억누르며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그녀가 차를 따르는 모습, 그녀가 무릎 꿇고 있는 모습, 그녀의 조용한 숨소리. 그 기억 하나하나가 살구색 빛으로 반짝이며 분노를 잠재우고 있었다.
*소은아.*
벽서 속에서 현종의 마음이 속삭였다. 그건 말이 아니었다. 감정 그 자체였다. 위안을 갈구하는 마음. 지친 영혼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안식처에 대한 갈망.
소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이 분의 유일한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벽서를 통해 흘러드는 그의 감정이 너무 선명했다. 현종은 그녀를 단순한 궁녀로 보지 않았다. 그녀를 생각하며 분노를 삭이고, 그녀를 떠올리며 불면의 밤을 견뎠다. 이 감정은 이미 집착이었다. 그리고 그 집착은 벽서를 통해 매일 조금씩 그녀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동시에, 이 벽서는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었다. 대왕대비. 연화. 그들의 눈이 이 감정의 기록을 훑고 있을지도 몰랐다.
바로 그때, 침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소은은 황급히 두루마리를 말아 저고리 속에 감추었다. 촛불을 불었다. 어둠 속에서 문이 열렸다.
현종이었다.
그는 평상복 차림이었다. 잠들지 못한 얼굴이었다. 달빛이 그의 실루엣을 푸르게 물들였다. 그는 곧장 소은에게 다가왔다. 그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소은아."
목소리가 잠겼다.
"이상하군."
그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네 곁에 있을 때면..."
손끝이 소은의 손목에 닿았다.
"마음 깊은 곳이 간지럽듯 아려온다."
그리고 덥석, 손목을 잡았다. 그대로 힘을 실어 소은을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소은의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현종의 몸이 그녀를 벽과 자신 사이에 가두었다. 그의 체온이 옷을 통해 전해졌다.
"꿈에서 한 짓을... 현실에서도 해야겠다."
현종이 소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귀를 적셨다. 낮고 쉰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 걸쭉하게 배어 있었다. 소은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전하... 이것은 꿈이 아니옵니다..."
소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안다."
현종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손바닥의 열기가 저고리 위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 좋다. 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네 떨림을... 지금 느끼고 있지 않나."
그 순간, 소은의 눈앞에서 비취색 안개가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남색 집착이 그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녀의 저고리 속 두루마리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현종의 손아귀에서 힘이 실렸다. 그의 다른 손이 소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엄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스치며 살짝 벌렸다.
"오늘 밤은... 네가 진짜인지 확인할 때까지 놓지 않겠다."
꿈속에서 했던 그 말을, 현실의 목소리로 다시 내뱉었다. 그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입술이 맞닿기 직전, 그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그리고 이건... 명령이다."
소은은 직감했다.
자신의 감정이 이미 그에게 흘러들어가기 시작했음을.
그리고 이 손길은,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