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봉합할 수 없는 틈

정태준의 셔츠에서 채취한 향을 시험지에 떨어뜨렸다.

소독약. 라텍스. 식염수. 그리고 그 아래 깔린 남자의 체취—밤새 흘린 식은땀과 정액이 뒤섞인 냄새. 나는 눈을 감고 그 향을 들이마셨다. 코의 점막이 따끔거렸다. 어젯밤 그가 내 안에서 떨던 순간이 후각을 타고 재생됐다. 그가 들어올 때마다 질 내벽이 음경의 혈관을 하나하나 핥아내리는 듯한 감각. 귀두가 자궁경부를 밀어 올리며 쿠션처럼 눌리던 둔탁한 압력. 사정할 때 요도가 꿈틀거리며 정액을 분출하던 진동까지.

실패작이다.

눈을 떴다. 조향실 유리 선반 위에는 내가 지난 3시간 동안 만든 시향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일곱 개. 전부 폐기다. 라벤더 탑노트에 프랑킨센스를 블렌딩했지만 뭔가 비어 있었다. 그 남자의 죄책감을 포착하지 못한 향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의 떨림을 향으로 옮길 수 있다면.*

나는 실험복 주머니에서 어젯밤 몰래 챙긴 그의 셔츠 단추를 꺼냈다. 손톱만 한 플라스틱 조각에 코를 갖다 댔다. 순간—

환영이 밀려왔다. 수술실 천장의 무영등. 심전도 모니터의 평평한 선. 피 묻은 수술용 장갑을 벗으며 무너지는 정태준의 어깨. 그의 입술이 떨렸다. *망쳤어.*

손에서 단추가 떨어졌다. 나는 조향대를 짚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어젯밤 그가 내 가슴을 더듬던 손길과 똑같은 진동이 내 손끝에 옮아 있었다.

*대가다.* 밤 10시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능력이 발현됐다. 아니, 발현된 게 아니라 통제를 벗어난 거였다. 집착이 능력의 문을 강제로 열어젖힌 거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새 시향지를 집었다. 베티버. 가죽. 앰버. 따뜻하지만 쓴 향. 그가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감촉을 기억하며 무스크를 한 방울 더 떨어뜨렸다. 질 내벽이 그의 성기를 조여들던 그 압력. 귀두가 자궁경부를 밀어 올리며 내장 깊숙이 울리던 둔탁한 충격.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는 저장하지 않았지만 외우고 있었다. 정태준.

“셔츠 찾으러 가도 될까요.”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어젯밤 내 귀에 대고 *괜찮아요*라고 숨 쉬던 그 음색. 나는 시향지를 코에 댄 채로 웃었다.

“병원으로 가져다드릴게요.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거짓말이었다. 그가 일하는 병원은 내 조향실에서 40분 거리였다.

---

오전 9시 47분. 대학병원 외과 병동.

소독약 냄새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벤잘코늄클로라이드와 에탄올이 7:3으로 블렌딩된 향. 그 위로 환자복의 면 냄새, 식사용 죽의 미지근한 곡물 향, 그리고 노쇠한 육체에서 배어 나오는 암모니아 계열의 분해취가 겹쳐졌다.

나는 그 모든 냄새를 분류하며 걸었다. 직업병이었다. 세상을 향으로 해석하는 버릇.

그리고 그때—

복도 끝에서 정태준이 걸어왔다.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명찰. *외과 과장 정태준.* 그의 손은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었고, 깨끗하게 소독된 손톱 아래로 미세한 떨림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15미터 거리에서 그 떨림을 포착했다.

*저 손이 어젯밤 내 음핵을 문질렀다.*

순간 환영이 또 밀려왔다. 밤 10시도 아닌데, 밝은 병원 복도에서. 먼저 악취가 코를 찔렀다—괴사한 조직이 분해되는 단백질 부패취. 비강 점막을 태우는 듯한 역겨운 단내가 숨 쉴 때마다 폐포까지 내려가 달라붙었다. 소독액으로도 덮을 수 없는 그 썩은 살 냄새가 위액을 끌어올렸다. 이어서 그의 체취. 소독약. 그리고 그 아래 깔린—죽음. 심장 마사지를 받다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패드에 찍힌 아시스톨리. *사망 선고 시간 오전 3시 17분.*

나는 벽을 짚었다. 다리가 풀렸다. 능력이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 집착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그의 결함을 더 깊이 알고 싶은 욕망이, 밤이라는 조건을 무시하고 환영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었다.

“윤세아 씨?”

정태준이 내 앞에 서 있었다. 흰 가운 자락이 바람에 살짝 펄럭였다. 그는 내 표정을 읽고 미간을 좁혔다. 의사 특유의 관찰하는 눈빛.

“안색이 안 좋아요.”

“괜찮아요.”

나는 셔츠가 든 종이백을 그에게 건넸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등을 스쳤다. 차가웠다. 수술실 온도 18도에 적응된 피부. 그 차가움 속에서도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오른손 검지가 초당 3~4회의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내 손등을 두드렸다.

“커피 한잔할 시간 있어요? 아니면 너무 바쁘신가.”

그의 눈이 내 얼굴을 훑었다. 진단하는 시선. 어젯밤 내가 절정에 이를 때 보여줬던 표정을 기억하려는 듯한.

“30분 후에 수술 들어가요. 초간단한 담낭절제술.”

“그럼 수술 끝나고.”

내가 말했다. 명령에 가까운 어조로.

“저녁에 뵙죠. 제가 요리할 테니 선생님 집에서.”

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여자가 집 주소를 요구하는 상황이 낯선 모양이었다. 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가운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내 손바닥에 주소를 적었다. 글씨는 의사답게 거의 해독 불가능했다.

“8시.”

짧게 말하고 그가 수술실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손바닥의 잉크 냄새를 들이마셨다. 에탄올. 그리고 그의 손에서 배어 나온 미세한 땀. 스트레스성 발한이었다. 수술 전 긴장.

*저 떨림이 수술실에서도 계속될까.*

환자의 살갗을 메스로 가르는 순간, 그의 손이 또 떨릴까. 그 떨림을 아는 건 병원의 그 누구도 아닌 나뿐이라는 사실이 내 허벅지 안쪽을 젖게 했다. 팬티에 스며든 애액이 천천히 식으며 대퇴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

오후 8시 7분. 정태준의 아파트.

그의 집은 예상보다 소박했다. 거실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책장. 전부 의학 서적이었다. 나는 그가 와인을 따르는 동안 책장을 훑었다. *외과적 봉합의 원리.* *응급 외상 처치.* *수술 합병증의 이해.* 그리고—

*의료 과실과 법적 책임.*

나는 그 책을 뽑아 들었다. 책등이 닳아 있었다. 여기저기 접힌 페이지들. 밑줄과 메모. 한 페이지를 펼치자 그의 필체가 보였다. *망친 건 수술이 아니라 판단이었다.*

가슴이 조여왔다. 그가 매일 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채찍질한다는 사실이. 나는 책을 코에 가져갔다. 종이 냄새. 그리고 그의 손에서 배어 나온 소독약과 죄책감의 향.

“그 책은 별로 재미없을 텐데.”

정태준이 와인잔을 들고 다가왔다. 나는 책을 제자리에 꽂으며 웃었다.

“재미보다 흥미가 먼저인 사람이에요.”

“흥미라.”

그가 와인잔을 건넸다. 우리 손가락이 다시 스쳤다. 여전히 차갑고,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수술 잘 됐어요?”

“평범했어요. 합병증 없이.”

“그런데 왜 아직 떨려요.”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떨리는 손을 내 뺨에 가져갔다. 손바닥이 내 얼굴을 감쌌다. 떨림이 내 광대뼈를 타고 두개골 안쪽까지 전해졌다.

“어젯밤에는 괜찮았잖아요. 내가 만지니까 떨림이 멈췄잖아.”

“그건…”

그가 말을 삼켰다. 나는 그의 손바닥에 입술을 댔다. 소독약 냄새. 알코올이 혀에 닿았다. 나는 그의 검지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혀로 감았다. 관절 마디의 각진 돌출부. 지문의 굴곡. 손톱 밑에 미량 남아 있는 클로르헥시딘의 쓴맛.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윤세아 씨.”

“그냥 세아라고 불러요.”

나는 그의 손가락을 빨면서 말했다. 혀끝으로 손톱과 살이 맞닿는 경계를 핥았다. 그의 다른 손이 내 허리를 잡았다. 가운을 벗은 그의 몸에서 카바믹스 소독액과 수술실의 차가운 공기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아래—어젯밤의 섹스가 남긴 흔적. 우리가 섞였던 체액의 잔향.

그가 나를 벽으로 밀었다. 책장이 등에 닿았다. 의학 서적들의 모서리가 척추를 눌렀다. 그의 입술이 내 목을 덮쳤다. 거칠었다. 어젯밤보다 더. 수술 후 스트레스가 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된 느낌. 이빨이 경동맥 위를 스치며 피부를 물었다.

“옷 벗겨요.”

내가 속삭였다. 그의 손이 내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떨리는 손가락이 단추 구멍을 더듬었다. 세 번째 단추에서 실패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천천히.”

그의 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렸다. 브래지어 너머로 유두가 그의 손바닥 온도를 감지했다. 떨림이 내 유륜을 진동시켰다. 유두 주변의 작은 돌기들이 일제히 수축하며 발기했다. 나는 신음했다. 그 진동이 유두를 타고 가슴 깊숙이 퍼져 내장까지 울렸다.

“당신은 왜 내 떨림에 집착하는 거요.”

그가 물었다. 나는 그의 벨트를 풀며 대답했다.

“완벽한 것보다 망가진 게 더 흥미로워서.”

“망가졌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망가진 부분이 있죠. 선생님은 손. 나는…”

나는 말을 멈췄다. 그가 내 치마를 끌어올렸다. 팬티스타킹을 찢듯이 내렸다. 나일론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의 손가락이 내 팬티 위로 음부를 눌렀다. 이미 젖어 있었다. 면직물 사이로 애액이 배어 나와 그의 손가락을 적셨다. 따뜻한 습기가 그의 지문 사이로 스며들었다.

“당신은?”

그가 물으며 손가락으로 음부를 문질렀다. 팬티 너머로 음핵을 찾아 천천히 원을 그렸다. 면직물의 거친 질감이 예민해진 음핵을 자극했다. 나는 허리를 움찔했다. 그의 손가락이 더 아래로 내려가 질 입구를 눌렀다. 천천히. 내 애액이 그의 손가락 마디 사이로 번졌다. 점성이 있는 액체가 손가락 사이에서 가느다란 실을 만들었다.

“나는… 냄새.”

내가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가락이 팬티를 젖히고 직접 음핵을 만졌다. 젖은 살이 손가락 아래서 미끄러졌다. 둥글게 문지르는 압력.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손톱이 셔츠 너머로 승모근을 파고들었다.

“실패한 냄새. 망쳐버린 향기. 그걸 잊을 수가…”

그의 손가락이 질 안으로 들어왔다. 두 마디. 내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조였다. 따뜻했다. 내 안의 온도가 그의 차가운 손을 녹였다. 질 내벽의 주름이 손가락의 관절을 따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여전히 음핵을 누르고 있었다. 삽입과 압박이 동시에. 나는 그의 목을 껴안았다. 그의 경동맥이 내 팔뚝 안쪽에 닿아 빠르게 뛰고 있었다.

“침대로.”

그가 나를 안아 올렸다. 들것에 환자를 옮기듯 단단한 동작. 나는 그의 목에 매달렸다. 침실로 가는 짧은 거리 동안 그의 성기가 바지 위로 불룩 솟아 내 허벅지에 닿았다. 천 너머로도 느껴지는 열기. 귀두 부분이 특히 단단하게 내 대퇴부를 압박했다.

침대. 그가 나를 매트리스 위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가슴이 드러났다. 흉터 하나 없는 매끄러운 피부. 나는 그의 왼쪽 가슴에 입을 맞췄다. 심장 박동이 내 입술에 전해졌다. 분당 100회 이상. 빨랐다. 심실이 수축할 때마다 입술이 미세하게 들썩였다.

“만지고 싶어요.”

나는 그의 바지 위로 성기를 움켜쥐었다. 천 너머로 단단해진 음경의 윤곽이 손바닥에 그려졌다. 귀두 부분이 특히 단단했다. 나는 지퍼를 내리고 그의 속옷을 끌어내렸다. 성기가 튀어나왔다. 발기된 음경의 혈관이 불거져 보였다. 귀두는 붉게 충혈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쿠퍼액이 요도구에서 흘러나와 있었다.

“세아 씨.”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의 성기를 입에 넣었다. 혀로 귀두를 감았다. 소금기. 그리고 쿠퍼액 특유의 알칼리성 쓴맛. 나는 그의 음경을 목구멍까지 밀어 넣었다. 연구개가 귀두에 닿았다. 그는 신음했다.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나는 리듬을 바꿨다. 빨았다가 놓았다. 혀로 요도구를 핥았다. 요도 입구의 미세한 홈을 혀끝으로 더듬었다. 그의 다리 근육이 긴장했다. 나는 한 손으로 그의 고환을 감쌌다. 음낭이 수축되어 있었다. 차가웠다. 나는 고환을 손바닥으로 굴리며 빨기를 계속했다.

“그만…”

그가 나를 끌어올렸다. 그의 성기가 내 입에서 빠져나왔다. 침이 실처럼 이어졌다. 그가 나를 침대에 눕혔다. 이번에는 그가 위에서 나를 내려다봤다. 어젯밤과 반대였다. 그는 내 팬티를 벗기고 다리를 벌렸다. 내 음부가 완전히 노출됐다. 음모가 애액으로 젖어 대음순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가 자신의 성기를 내 질 입구에 댔다. 뜨거운 귀두가 음순을 벌렸다.

“들어가요.”

내가 말했다. 그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질벽이 그의 음경을 감싸며 늘어났다. 이물감. 충만감. 내 질 내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그의 성기 모양에 맞춰 펴졌다. 음경의 혈관이 질벽을 스치는 감촉이 생생했다. 요도 해면체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내 전벽을 긁었다.

“아…”

그가 짧게 숨을 토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떨리고 있었다. 질 내벽이 그 떨림을 증폭시켜 전달했다. 질경부까지 진동이 닿았다. 나는 그의 엉덩이를 발로 감쌌다.

“더 깊이.”

그가 허리를 더 밀었다. 성기 전체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귀두가 질경부를 눌렀다. 둔탁한 압박.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가 허리를 빼기 시작했다. 느리게. 질벽이 음경을 놓지 않으려고 조여들었다. 질 내벽의 주름이 음경의 혈관을 하나하나 감지하는 듯한 느낌. 다시 밀어 넣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빨랐다. 귀두가 질경부를 밀어 올리며 자궁을 압박했다.

피스톤 운동이 시작됐다.

“당신 안은… 뜨거워요.”

그가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삽입할 때마다 질 내벽이 마찰됐다. 애액이 섞여 소리가 났다. 젖은 살이 부딪히는 소리. 침대 스프링이 리듬에 맞춰 삐걱거렸다. 내 질 내부의 온도가 그의 음경을 감쌀 때마다 37도를 넘어섰다.

“당신은… 아직 떨려요.”

나는 그의 어깨를 만졌다. 승모근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뭉쳐 있었다. 그의 손은 내 가슴을 쥐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굴렸다. 떨리는 손가락이 유두를 비비자 통증과 쾌락이 동시에 척추를 탔다. 유두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더 단단해졌다.

“내가 진정시켜 줄게요.”

나는 그를 밀어 올렸다. 체위를 바꿨다. 이제 내가 그의 위에 올라탔다. 카우걸 자세. 나는 그의 성기를 손으로 잡고 내 질에 다시 삽입했다. 이번에는 내가 리듬을 통제했다.

골반을 앞뒤로 움직였다. 음핵이 그의 치골에 닿도록 각도를 조정했다. 내려앉을 때마다 그의 성기가 질 깊숙이 닿았다. 올라갈 때 질벽이 음경을 훑으며 마찰을 일으켰다. 나는 리듬을 점점 빠르게 했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타는 듯이 당겼다.

“세아…”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의 엉덩이가 내 리듬에 맞춰 위로 밀려 올라왔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충돌. 내 엉덩이가 그의 허벅지에 부딪히는 소리. 젖은 살이 마찰되는 소리. 내 숨소리. 그의 신음. 땀이 그의 가슴에서 내 배로 옮겨붙었다.

그때—

환영이 덮쳐왔다.

먼저 냄새가 밀려들었다. 썩은 꽃잎—장미가 부패하며 끈적한 진물로 변하는 과정에서 풍기는 단백질 분해취. 산화된 알코올이 비강을 찢듯이 파고들었다. 마치 유리 조각을 코로 들이마시는 듯한 통증. 통제 불능의 블렌딩에서 피어오르는 역겨운 단내가 연구개 뒤쪽에 달라붙어 구역질을 일으켰다. 위액이 식도까지 치밀었다. 이어서 시각적 환영이 겹쳐졌다. 3년 전 조향실. 내 앞에 놓인 200ml 비커. 그 안에서 검게 변한 액체가 거품을 일으키며 부글거렸다. 비커 유리벽에 들러붙은 끈적한 잔여물. *실패작.* 심사위원들의 냉소적인 시선. *윤세아 씨, 이건 향수가 아니라 폐기물이에요.* 탈락 통보. 조향실을 나오며 무너졌던 다리.

“아… 안 돼…”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환영이 더 선명해졌다. 실패한 향기의 악취가 점막을 태웠다. 비강이 통째로 불타는 듯한 작열감. 썩은 꽃잎. 산화된 알코올. 통제 불능의 블렌딩. 내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조향실의 형광등이 깜빡이며 환영을 깨웠다.

“세아 씨?”

정태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나는 현실과 환영 사이에 갇혀 있었다. 질 안에 그의 성기가 꽂혀 있는데도, 내 감각은 조향실의 실패작을 향하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따뜻한 액체가 뺨을 타고 그의 가슴으로 떨어졌다.

“망쳤어… 내가 망쳤어…”

내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정태준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팔이 내 허리를 감쌌다. 여전히 성기는 내 안에 박혀 있었다. 그가 내 엉덩이를 붙잡고 위로 밀어 올렸다. 더 깊이. 질경부가 열렸다. 자궁 입구가 귀두를 감쌌다.

“괜찮아.”

그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의 떨리는 손이 내 등을 쓸었다. 척추를 따라 아래로. 꼬리뼈까지. 손가락 끝이 뼈 마디 하나하나를 더듬었다.

“당신은 망치지 않았어.”

그의 허리가 위로 밀려 올라왔다. 나는 울면서 리듬을 탔다. 눈물이 그의 가슴에 떨어졌다. 환영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대신 그의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소독약. 땀. 죄책감. 그리고 나를 감싸는 그의 두 팔. 그의 겨드랑이에서 풍기는 페로몬 향이 내 후각을 지배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실패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생각이 나를 절정으로 밀었다. 갑자기 질 내벽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질경부가 그의 귀두를 조였다. 나는 그의 목을 껴안았다. 질 전체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질벽의 근육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그의 음경을 압박했다.

“가요… 같이…”

내가 신음했다. 그의 허리가 마지막으로 위로 밀려 올라왔다. 그의 성기가 질 안에서 크게 부풀었다. 귀두가 한 차례 더 팽창하며 요도를 열었다. 그리고—

뜨거운 정액이 내 자궁경부를 때렸다. 분출의 압력이 내장 깊숙이 느껴졌다. 첫 번째 사정. 두 번째. 세 번째. 그의 음경이 질 안에서 맥동했다. 정액이 자궁 입구를 채우고 질 안으로 흘러넘쳤다. 나는 그 맥동을 느끼며 또 한 번 절정에 이르렀다. 질벽이 그의 정액을 짜내듯 수축했다. 내 애액과 그의 정액이 섞여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아…”

그의 숨이 내 어깨에 닿았다. 뜨거운 날숨이 쇄골을 적셨다. 우리는 몇 분 동안 그 자세로 있었다. 그의 성기가 천천히 수그러들었다. 정액이 질 밖으로 흘러나와 허벅지 사이를 적셨다. 식어가는 체액이 대퇴부에 끈적한 흔적을 남겼다.

그가 내 등을 계속 쓸었다. 떨리는 손으로.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아직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슬픔이 아니었다. 안도였다. 내 실패를 드러내고도 버려지지 않았다는 안도. 그의 심장 박동이 내 볼에 전해졌다. 분당 68회. 안정적이었다. 그의 떨림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당신은 무슨 냄새를 맡은 거요.”

그가 조용히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렸다. 심장 박동이 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3년 전… 나는 조향사 대회에서 탈락했어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실수로 산화된 알코올을 베이스에 섞었어요. 그걸 몰랐죠. 블렌딩이 진행될수록 향이 썩어갔어요. 장미 오일이 부패한 시체 냄새로 변했고, 재스민 앱솔루트가 구토물 냄새로 바뀌었죠. 심사위원들이 코를 막았어요. 한 명은 실제로 구역질을 했고요.”

정태준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게 당신의 ‘떨림’이군요.”

“그날 이후로… 완벽하게 통제된 향만이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고 믿었어요. 실패는 죽음이라고. 그래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내 떨림에서 당신의 실패를 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내 턱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는 2년 전에 환자를 죽였어요.”

숨이 멎었다.

“응급 수술이었어요. 교통사고 환자. 복부 대동맥 파열. 판단이 한 순간 늦었어요. 3분. 그 3분 때문에 그 사람이 죽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 후로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누구도 그 떨림을 멈추게 하지 못했어요. 병원에서는 권고사직을 권유했고, 나는 매일 밤 그 3분을 다시 살았죠.”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런데 당신이 내 손을 만졌을 때, 처음으로 떨림이 멈췄어요.”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손. 내가 그의 손가락 사이로 내 손가락을 끼웠다.

“우리 둘 다 망가졌네요.”

내가 속삭였다.

“그래요.”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 앞에서는 그게 덜 부끄러워요.”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부드러운 키스. 혀가 살짝 스치고 떨어졌다. 그의 입에서 소독약 냄새 대신 와인의 탄닌 향이 났다.

“당신의 실패한 향.”

그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걸 내가 맡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내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그 말은—그건 내가 평생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실패를 드러내도 도망가지 않는 사람. 오히려 그 실패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

---

밤 11시 23분.

정태준이 샤워하러 간 사이, 나는 그의 서재에 들어갔다. 더 정확히는 그의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 앞에.

화면이 절전 모드에서 깨어났다. 바탕화면에는 병원 로고가 있었다. 병원 내부 시스템 바로가기 아이콘이 보였다. 내 손가락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클릭.

로그인 화면이 떴다. 아이디 입력창. 비밀번호 입력창. 아이디는 이미 저장되어 있었다: *taejun.jung*

비밀번호.

나는 그의 책장을 돌아봤다. *의료 과실과 법적 책임.* 그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그가 남긴 메모를 떠올렸다. *망친 건 수술이 아니라 판단이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떨렸다. 이건 명백한 경계 침범이었다. 환자의 의료 기록을 몰래 열람하는 건 불법이었다. 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멈추지 않았다. 그를 더 알고 싶었다. 그의 죄책감의 근원을. 그 실패한 수술의 모든 디테일을. 그가 말한 ‘3분’이 정확히 어떤 순간이었는지.

*망쳤어.*

그가 절정의 순간마다 내뱉는 그 단어.

나는 첫 번째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mistake*

오류.

두 번째: *surgery*

오류.

세 번째—

샤워 물소리가 멈췄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그의 생년월일을 입력했다. 오류. 면허 번호. 오류. 손가락이 점점 빨라졌다. 집착이 손끝을 조종했다.

그때 떠올랐다. 그가 내 손바닥에 적은 글씨. 의사 특유의 해독 불가능한 필체. 그가 매일 밤 반복하는 동작.

나는 천천히 입력했다: *suturefail*

그리고 엔터.

로그인 성공.

화면에 환자 기록 목록이 떠올랐다. 수백 개의 이름. 나는 검색창에 날짜를 입력하려 했다. 그때—

현관문 여는 소리.

아니, 샤워실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그의 발소리가 복도를 건너 서재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급히 브라우저를 닫았다. 하지만 로그아웃을 깜빡했다. 화면에는 여전히 병원 시스템이 떠 있었다.

발소리가 멈췄다.

“세아 씨?”

정태준이 서재 문 앞에 서 있었다. 수건을 두른 맨몸. 그의 시선이 내 뒤의 노트북 화면으로 향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졌다. 먼저 미간이 좁아졌다. 이어서 입술이 얇은 선으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수술실에서 환자가 사망했을 때와 똑같은 순서로.

그리고 그의 손이—떨리기 시작했다.

오른손 검지가 초당 3~4회의 미세한 진동을 시작하며 수술용 가위를 쥘 때와 똑같은 각도로 경직되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물갈퀴가 하얗게 질렸다. 손등의 정맥이 돌출됐다. 떨림은 손목을 타고 팔뚝으로 번졌다. 상완삼두근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더 심하게.

어느 때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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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쳤어.*

이번에는 그가 아니라, 내 입술이 그 말을 무언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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