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미쳤어.”

에반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뉴럴 브로커 은신처 특유의 푸르스름한 조명이 그의 마른 얼굴을 반으로 갈랐다. 세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내 팔을 붙잡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쾌락 저항력이 95%나 깎인 지금, 그녀의 신경은 내 접촉만으로도 과민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리아는 그냥 길드 마스터가 아니야. 시스템 그 자체와 연결된 관리자급 플레이어야. 네가 가는 건 함정에 머리를 들이미는 거라고.”

“초대받았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세라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그녀의 숨이 살짝 높아졌다. 유리아에게서 얻은 정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리아의 목 뒤에 숨겨진 관리자 코드 문신. 그녀가 간부들의 감각을 흡수해 자신의 예민한 쾌락 감수성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 그건 그녀의 약점이자 동시에 나의 기회였다.

“레드 드래곤 본부. 용의 둥지 한가운데로 기어들어가는 거다?”

에반이 낮게 웃으며 내게 작은 칩 하나를 던졌다.

“유리아가 심어둔 난독화 패치야. 네 진짜 에로틱 스탯을 일반 전투력 수치로 위장해준다. 레벨 35짜리 평범한 검사로 보일 거야. 하지만 아리아 앞에서는 장담 못 해. 그녀는...”

“시스템의 눈을 빌리는 관리자니까.”

내가 칩을 손가락 사이로 굴리자, 반투명한 데이터 파편이 내 손목을 타고 흘러들었다. 상태창에 [STATUS DISGUISE: ACTIVE]라는 문구가 깜빡였다. 내 진짜 능력은 이제 게임 마스터의 눈에도 ‘평범한 중레벨 검사’로 보일 것이다.

세라가 내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카인이 거기 있을 거야. 그자는...”

“알아. 3분 만에 도착한다더니 못 왔지.”

나는 웃었다. 그 GM 카인이라는 작자, 유리아를 통해 이미 정체를 파악했다. 레드 드래곤의 군사령관. 아리아에게 집착하는 광신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가 내게 보낸 GM 파견 요청의 승인자가 바로 카인 자신이었다는 사실이다.

“그자가 우리를 습격하게 한 배후야. 그 증거를 오늘 확보할 거고, 그걸로 그를 무너뜨린다.”

에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능력은 직접 접촉이 필수잖아. 카인은 원거리 검술 특화인데?”

“그래서 그가 금지 스킬을 쓰게 만들 거야.”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손끝에서 희미한 분홍빛 입자가 흩어졌다. 쾌락 오버라이드의 잔상이었다.

“분노하면 실수한다. 그게 인간이니까.”

세라가 잠시 망설이다 내 뺨에 손을 댔다. 그녀의 체온이 내 신경 인터페이스를 타고 현실의 뇌까지 전달됐다.

“조심해. 너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는...”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각인된 자의 의존 증상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갖다 댔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내 숨결에 닿자,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믿어.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이 게임의 지도를 다시 그릴 거야.”

레드 드래곤 길드 본부의 정문은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용의 아가리를 닮았다. 진홍빛 마석으로 조각된 거대한 게이트가 천천히 벌어지자, 그 안에서 뜨거운 증기와 함께 마법 증폭의 진동이 흘러나왔다. 수십 개의 버프 오라가 중첩된 공기 자체가 내 피부를 찔렀다.

“초대받은 손님입니다. 유리아 님의 추천 코드를 소지했습니다.”

내가 난독화된 ID 카드를 제시하자, 문지기 NPC의 눈동자가 붉게 스캔하며 빛났다.

「확인됨: 검사 ‘NightDebugger’, 레벨 35. 입장 허가.」

입구를 지나자마자 시선이 꽂혔다. 복도를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수십 명의 길드원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의 시선은 대부분 경멸과 호기심이 반씩 섞여 있었다. ‘저게 유리아 님이 추천한 신인?’ ‘레벨 35짜리가 감히?’ 하는 속삭임이 신경을 긁었다.

나는 무시하고 걸었다. 발걸음마다 내 안의 쾌락 디버그 능력이 주변의 감각 데이터를 스캔했다. 이 건물 안에는 수백 개의 신경 신호가 교차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신호 하나가 이 건물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리아. 그녀의 존재감은 마치 중력장 같았다.

알현실의 문은 열려 있었다.

검은 대리석 바닥에 붉은 용의 문장이 새겨진 거대한 홀. 천장에는 마법으로 구현된 별자리들이 돌고 있었고, 중앙의 옥좌에는 그녀가 앉아 있었다. 아리아. 은빛 머리카락이 마치 살아있는 금속처럼 빛을 반사했고, 그녀의 눈동자는 인간의 것이라기보다 데이터의 흐름을 담은 스크린처럼 투명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의 목 뒤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문신, 관리자 코드가 내 감각을 찔렀다.

“왔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나는 적대와 분노를 예상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오히려 지적 호기심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옥좌에서 천천히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발걸음마다 바닥의 마석이 미세하게 반응하며 붉은 빛을 냈다.

“당신이 유리아를 그렇게 만든 플레이어.”

그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나는 침묵했다. 필요 이상의 말은 약점을 드러낼 뿐이다.

“긴장할 것 없어요. 난 당신이 싫지 않아요. 오히려... 흥미로워요.”

그녀가 내 앞 한 걸음 거리에서 멈췄다. 그녀의 체취는 차가운 금속과 어떤 희미한 꽃 향기 사이를 오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내 능력치 창을 스캔했다. 난독화 패치 덕분에 그녀의 눈에는 평범한 수치만 보일 것이다.

“레벨 35의 평범한 검사가 어떻게 내 최고의 어쌔신을 제압했을까요? 그것도 그녀가 완전히 당신에게 종속될 정도로?”

“운이 좋았습니다.”

내 대답에 그녀는 살짝 웃었다. 그 미소는 계산된 것이었다.

“운. 좋아요. 그 ‘운’을 나는 사고 싶어요. 진태호 씨, 아니, NightDebugger. 나와 계약하시겠어요? 내 직속 부대에서 당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게 해드리죠.”

“조건은?”

“당신이 원하는 것. 복수? 자원? 정보? 나는 이 게임에서 거의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요.”

그녀의 손가락이 내 가슴 장식에 닿았다. 접촉. 순간, 내 쾌락 디버그 능력이 그녀의 감각 신호를 읽었다. 그녀의 신경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예민했다. 마치 수천 개의 현악기 줄이 팽팽하게 조율된 것처럼. 그리고 그 현들은 지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냉철한 표정 뒤에는, 거대한 감각의 폭풍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쾌락 감수성을 통제하기 위해 간부들의 감각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녀는 굶주려 있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내가 대답을 끝맺기도 전에, 알현실의 문이 폭발하듯 열렸다.

“안 됩니다!”

카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완전 무장을 한 채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붉은 갑옷에는 용의 비늘 장식이 번쩍였고, 허리에 찬 거대한 양손검이 마력을 뿜어내며 공기를 왜곡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나를 노려보며 타올랐다.

“아리아 님! 이 자는 시스템의 암덩어리입니다! 버그 플레이어를 받아들인다니요? 게다가 유리아를 세뇌하고, 우리 길드의 정보를 빼낸 배신자를!”

아리아는 그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작은 동작만으로도 카인의 외침은 멈췄다. 그의 숨소리만이 거칠게 홀에 울렸다.

“카인. 나는 네 의견을 묻지 않았어.”

“하지만 아리아 님!”

“조용히 하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카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그 틈을 비집었다.

“카인 님. 맞습니까? 레드 드래곤의 군사령관님.”

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보자,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었다.

“내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마라, 버그 쓰레기.”

“버그라면, 왜 내게 GM을 보내셨습니까? 그것도 공식 절차도 없이, 개인 권한으로.”

내 말에 홀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아리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카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무슨 헛소리를...”

“던전 ‘망각의 회랑’. 3일 전. 당신의 승인 코드로 GM 파견 요청이 접수됐어요. 목표는 NightDebugger. 혐의는 버그 플레이. 그런데 그 요청서에는 정식 심의 번호가 없었죠.”

내가 유리아에게서 빼낸 정보를 꺼내자, 카인의 손이 검자루로 향했다. 그의 신경 신호가 분노로 들끓는 것이 내 감각에 생생히 감지됐다.

“입증할 수 있나?”

아리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눈은 이제 카인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손목의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홀로그램 로그를 띄웠다. 세라가 심어둔 시스템 로그 추적 프로그램이 작동한 결과물이었다.

「GM 파견 요청 로그 #8842-A 승인자: KAIN (권한 코드: RED_DRAGON_CMDR) 대상: NightDebugger 심의 번호: 미발급 (비정규 절차)」

증거가 공중에 떠오르자, 알현실 안의 다른 간부들이 술렁였다. 카인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 그의 손은 이미 검자루를 쥐고 있었다.

“가짜다! 이 자가 조작한 거야!”

“조작이라면, 당신은 왜 그렇게 떨고 있죠?”

내가 한 걸음 다가서자, 카인은 마침내 폭발했다.

“이 버그 놈이!”

그가 검을 뽑았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붉은 아우라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버서커의 혼’. 고통을 분노로, 분노를 힘으로 전환하는 그의 시그니처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검신에 검붉은 마력이 휘감겼다.

「경고: 금지 스킬 ‘블러드 디재스터’ 발동 감지. 시전자: KAIN」

홀 안의 경보 마법이 일제히 울렸다. 아리아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카인! 그 스킬은 길드 내 사용 금지야!”

그러나 카인은 듣지 않았다. 그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짐승의 것이었다. 그가 검을 내리치자, 검붉은 마력이 파도처럼 나를 향해 쇄도했다. 피해 범위는 나뿐 아니라 알현실 전체를 덮칠 정도였다.

바로 그 순간을 기다렸다.

“쾌락 오버라이드: 반사.”

내가 낮게 읊조리자, 내 전신에서 분홍빛 파장이 퍼져나갔다. 카인의 마력 파도가 그 파장과 충돌하는 순간, 검붉은 에너지가 눈부신 장밋빛으로 변환됐다. 고통 신호가 쾌락 신호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변환된 파장은 카인 자신과 주변의 모든 간부들에게 역류했다.

“크아아악—!”

첫 번째로 비명을 지른 건 카인이었다. 그의 금지 스킬이 되돌아와 그를 강타하자, 그의 갑옷 사이로 전신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버서커의 혼 스킬은 고통을 분노로 전환하지만, 고통 자체가 쾌락으로 바뀌어버리자 그 변환 메커니즘이 완전히 붕괴한 것이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그의 사타구니가 부풀어 오르고, 갑옷 아래로 젖은 흔적이 번져갔다.

알현실 안의 다른 간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리아의 측근으로 보이는 엘프 여성 마법사가 무릎을 꿇고 헐떡이며 자신의 로브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젖꼭지가 천 위로 완전히 돌출해 있었고,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대리석 바닥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또 다른 인간 남성 간부는 자신의 바지 앞섶을 붙잡고 신음했는데, 그의 손가락 사이로 정액이 뿜어져 나와 바닥의 붉은 용 문장을 적셨다.

“이, 이게... 무슨... 아, 아앗!”

어떤 여성 궁수는 등을 젖히며 절정에 도달했고, 그녀의 질 근육 경련이 옷 너머로도 보일 만큼 격렬했다. 그녀의 동료가 그녀를 부축하려다 오히려 그 접촉으로 인해 쾌락이 증폭되어 둘이 함께 엉켜 쓰러졌다. 알현실은 순식간에 신음과 헐떡임, 체액과 땀 냄새로 가득 찼다.

아리아만이 유일하게 그 파장을 견뎌냈다. 그녀의 ‘금욕의 오라’가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분노일까, 아니면...

“이걸로 증명은 충분합니까, 아리아 님.”

내가 침착하게 말하자, 그녀는 쓰러진 카인을 내려다보았다. 카인은 이제 완전히 무력화되어 자신의 구토물과 정액에 뒤덮인 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입에서는 의미 없는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레드 드래곤의 군사령관. 아발론 최강의 검사 중 하나. 그가 지금은 한낱 비참한 짐승이 되어 있었다.

“카인. 너는 길드 내에서 금지 스킬을 사용했고, 비정규 GM 파견으로 아군을 공격했으며, 무엇보다... 내 명령을 어겼어.”

아리아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평온했다. 그녀는 무릎을 굽혀 카인의 검을 집어 들었다.

“군사령관 카인. 직위 해제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검을 무릎으로 꺾었다. 전설 등급 무기가 산산조각나자, 카인의 입에서 절망적인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 그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건 단순한 직위 해제가 아니라, 그의 게임 내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의식이었다.

아리아가 일어서서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NightDebugger. 방금 전의 제안은 기억하나요? 내 직속 부대에서 능력을 시험해보라고 했죠. 그런데 이제 자리가 하나 비었네요. 카인의 빈 자리. 특무대장.”

홀 안에서 경악의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직 쾌락의 여진에 몸을 떨고 있던 간부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리아를 쳐다봤다. 나는 그녀의 의중을 가늠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신경 신호는 완벽히 통제되어 있었다. 단 하나, 그녀의 목 뒤 문신이 미세하게 더 밝게 빛나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조건은?”

내가 다시 물었다.

“당신의 능력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거예요. 내 부하 중 하나가 당신을 시험할 거예요. 그 시험을 통과하면, 특무대장 직책과 함께 레드 드래곤의 모든 정보 접근 권한을 주겠어요.”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알현실의 측면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카인의 부하였던 ‘벨라’. 중갑을 입은 여기사로, 그녀의 눈에는 나를 향한 적개심이 불타고 있었다. 카인의 몰락을 지켜본 그녀의 분노가 내 감각에 날카롭게 감지됐다.

“벨라. 이 자를 프라이빗 테스트 룸으로 안내해. 그리고... 네가 직접 검증해.”

아리아의 명령에 벨라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입술이 앙다물렸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아리아 님.”

프라이빗 테스트 룸은 알현실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벽과 바닥이 모두 검은 마석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 미세한 감각 증폭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길드 간부들의 전투 훈련과... 아마도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는 곳이었다. 공기 중에는 희미하게 오래된 땀과 체액의 분자들이 남아 있었다.

문이 닫히자, 벨라는 곧바로 검을 뽑았다.

“네놈 때문에 카인 님이...!”

그녀는 울먹이며 달려들었다. 그녀의 검술은 정직하고 강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신경 신호는 이미 분노와 슬픔으로 뒤엉켜 불안정했다. 나는 그녀의 검을 피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감각 데이터를 읽었다.

“카인을 좋아했군요.”

“닥쳐!”

그녀의 검격이 내 어깨를 스쳤다. HP가 5% 깎였다. 하지만 나는 웃었다.

“하지만 그는 당신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을걸요. 그의 눈에는 오직 아리아뿐이었으니까.”

“닥치라고!”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순간, 그녀의 방어막에 균열이 갔다. 나는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유리아를 정복하면서 얻은 정보. 벨라의 개인적 약점. 그녀가 카인에게 품었던 짝사랑, 그리고 그가 그녀를 단 한 번도 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녀가 밤마다 이 테스트 룸에서 혼자 훈련하며 울었다는 기록.

“당신은 강해지려고 했죠. 그가 인정해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는 당신을 그저 도구로만 봤어요. 그리고 이제 그 도구는 주인을 잃었고.”

“그만... 그만해...”

그녀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중갑을 벗겼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갑옷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몸은 탄탄한 근육질이었지만, 동시에 여성적인 곡선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피부에서는 훈련의 땀과 함께 어떤 절박한 체취가 풍겼다.

“당신은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에요.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싶었을 뿐이고.”

내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쾌락 저항력 스탯이 내 시야에 숫자로 표시됐다. 72%. 꽤 높은 편이었다.

“내가 당신을 인정해줄게요. 당신이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줄게요. 하지만 그 대가로... 당신의 모든 감각을 내게 바쳐야 해요.”

“무, 무슨...”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접촉 증폭을 발동시켰다. 내 손가락에서 분홍빛 입자가 스며나와 그녀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확장됐다.

“으, 으으읏?!”

첫 번째 파장은 그녀의 피부 감각을 열 배로 증폭시켰다. 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기만 해도 그녀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두 번째 파장은 그녀의 통각을 쾌락으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물었다. 이빨이 피부를 파고들자, 그녀의 입에서 비명 대신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아아... 이게, 뭐야... 아파야 하는데... 아, 앗...!”

그녀의 젖꼭지가 갑옷 안쪽 천을 뚫을 듯이 솟아올랐다. 나는 그녀의 상의를 찢어내렸다. 그녀의 가슴은 운동으로 단련된 탄력 있는 근육 위에 놓여 있어 단단하면서도 풍만했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유두를 비틀자, 그녀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히윽! 거, 거기... 안 돼... 아, 아아아!”

“안 된다고 말하면서 젖꼭지는 이렇게 딱딱해지네요. 거짓말은 못 하는 몸이군요.”

내가 그녀의 유두를 혀로 핥자, 짭짤한 땀과 함께 그녀의 피부 고유의 향이 내 혀끝에 퍼졌다. 그녀의 유륜은 작고 연한 갈색이었지만, 지금은 충혈되어 짙은 장밋빛으로 변해 있었다. 내 혀가 그녀의 유두를 감싸고 빨아들이자, 그녀의 질에서 애액이 뿜어져 나와 허벅지를 적셨다. 그 액체의 온도는 체온보다 뜨거웠고, 점성은 꿀처럼 끈적였다.

나는 접촉 증폭의 세 번째 파장을 그녀의 질 내부로 직접 주입했다. 쾌락 디버그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혀처럼 그녀의 질벽을 핥았다. 질 입구부터 시작해 안쪽으로 한 치 한 치 스며들며, 주름진 내벽의 모든 신경 종말을 낱낱이 깨웠다.

“느, 느껴져... 내 안에... 뭔가가... 질벽을 핥고 있어... 아, 앗...!”

벨라가 허리를 뒤틀며 신음했다. 쾌락 디버그 에너지는 그녀의 질 내부에서 수백 개의 미세한 손가락으로 변해, 질벽을 문지르고 꼬집고 간질였다. 특히 그녀의 G-스팟에 에너지가 집중되자, 그 부위가 내부에서부터 강하게 압박되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가락이 그녀의 질 전벽을 리드미컬하게 마사지하는 것처럼.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다리를 벌린 채 허리를 허공에 대고 움직였다.

“거기... 거기 너무 좋아... 아, 아아... G-스팟이... 눌리고 있어...!”

쾌락 디버그 에너지는 더 깊숙이 침투해 그녀의 자궁 입구를 간질였다. 자궁 경부 주변의 신경 다발을 부드럽게 감싸고, 마치 혀끝으로 핥듯이 원을 그리며 애무했다. 그녀의 클리토리스는 완전히 발기해 포피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 돌기를 직접 비비면서, 동시에 에너지로 그녀의 질 내부 전체를 동시에 자극했다. 내부와 외부의 쾌락이 교차하며 증폭되었다.

“아, 안 돼... 동시에... 클리토리스랑 질이랑... 같이 느껴져... 아아아아악!”

그녀의 질에서 여성 사정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투명하면서도 희뿌연 그 액체는 내 손과 바닥을 흠뻑 적셨다. 그녀의 허벅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발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오르가즘의 파장이 그녀의 전신을 휩쓸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아직 안 끝났어요. 이제 진짜 시작이니까.”

나는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내 바지를 벗었다. 내 성기는 이미 완전히 발기해 있었다. 그 크기와 굵기는 일반적인 인간 남성의 평균을 훨씬 상회했다. 표면에는 쾌락 디버그 능력으로 생성된 미세한 분홍빛 혈관이 돋아나 맥박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내 성기를 보고 공포와 기대로 커졌다.

“자, 잠깐... 그게... 너무 커... 안 들어가...!”

“들어가요. 당신의 질은 이미 준비됐으니까.”

내가 그녀의 질 입구에 귀두를 갖다 대자, 그녀의 질 근육이 입을 맞추듯 귀두를 감싸며 빨아들였다. 나는 천천히, 하지만 단호하게 허리를 밀어 넣었다. 내 귀두가 그녀의 질벽을 비집고 들어가자, 쾌락 디버그 에너지가 내 성기 표면에서도 발산되어 그녀의 질 내벽과 직접 마찰했다. 마치 내 성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쾌락 생성기처럼, 닿는 모든 신경을 과부하 상태로 몰아넣었다.

“으, 으으으... 꽉 차... 배가... 찢어질 것 같아... 아, 아아...!”

그녀의 질 내벽은 뜨겁고 부드러우면서도 근육질로 단단히 조여왔다. 그녀의 쾌락 저항력이 수치로 깎이는 것이 내 시야에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71%, 68%, 62%... 내가 조금씩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숫자가 떨어졌다.

“움직일게요. 처음엔 천천히.”

내가 허리를 빼내다 다시 밀어 넣자, 그녀의 질 내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내 성기를 마사지하듯 훑었다. 그 감촉은 따뜻하고 젖어 있었으며, 미세하게 경련하며 나를 더 깊이 유혹했다. 나는 리듬을 조금씩 빠르게 했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을 왕복할 때마다 점액이 섞인 소리가 났다. 철썩,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엉덩이에 내 허벅지가 부딪쳤다. 나는 동시에 쾌락 디버그 에너지를 그녀의 클리토리스와 유두에 집중시켜, 삽입의 리듬에 맞춰 세 지점을 동시에 자극했다.

“아, 아, 아, 아...! 좋아... 좋아요... 더, 더 깊이...! 클리토리스도... 유두도... 동시에...!”

그녀는 이제 완전히 굴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더 넓게 벌리고,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들어 올려 나를 더 깊이 받아들였다.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더 깊이, 더 강하게 조여왔다. 그녀의 자궁 입구가 내 귀두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전신이 전기가 통한 듯 떨렸다. 나는 그녀의 자궁 입구를 귀두로 밀어붙이며, 쾌락 디버그 에너지로 그 부위를 직접 핥고 빨아들이는 감각을 주입했다.

“당신은 누구에게 복종하죠?”

내가 허리를 멈추고 묻자, 그녀는 절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안 돼... 멈추지 마... 제발...!”

“대답하면 움직일게요. 누구에게 복종하죠?”

“너, 당신... NightDebugger... 님...!”

“좋아요.”

나는 그녀를 뒤집어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삽입했다. 이 체위는 더 깊은 삽입이 가능했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후벽을 긁으며 자궁 입구를 직접 밀어붙이자, 그녀의 입에서 말이 아닌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철썩철썩 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고, 그녀의 애액이 내 성기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제 마무리할게요. 받아들여요. 내 정액을.”

나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질이 경련하며 나를 조여왔다. 그녀의 쾌락 저항력이 이제 10%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쾌락 디버그 에너지를 최대 출력으로 올려, 그녀의 자궁 내부 전체를 쾌락으로 가득 채웠다. 그녀의 자궁벽이 내 정액을 갈망하며 경련했다.

“주세요... 제발... 제 안에... 자궁에... 주세요오오...!”

그녀의 절규와 함께 나는 절정에 도달했다. 내 성기가 그녀의 자궁 입구를 뚫고 자궁 내부로 진입하며 맥동했다. 뜨거운 정액이 그녀의 자궁 안을 가득 채우는 감각이 내 성기를 통해 전해졌다. 쾌락 디버그 에너지가 정액과 함께 주입되어, 그녀의 자궁벽 전체가 오르가즘을 일으키도록 강제했다. 그녀는 눈을 뒤집으며 다시 한 번 격렬한 절정에 도달했다. 그녀의 질 근육이 내 성기를 빨아들이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냈다.

「각인 완료. 대상: 벨라. 충성도: 72%. 쾌락 저항력: 3% (-97%). 흡수 스탯: 쾌락 저항력 +15%. 감각 과부하 내성 소폭 상승 (현재 최대치의 78% → 85%).」

벨라는 축 늘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질에서는 내 정액과 그녀의 애액이 섞여 흘러나왔다. 그녀는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미약하게 떨며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더 이상 적개심이나 분노가 아니라, 깊은 복종과 의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당신은 내 거예요. 당신이 원한 인정받는 자리, 내가 줄게요. 대신... 당신은 내 명령에 절대복종해요.”

“네... 네, 주인님...”

그녀가 마지막 남은 힘으로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 접촉에서 그녀의 새로운 충성심이 신경 신호로 내게 전해졌다.

한 시간 후, 나는 다시 알현실에 서 있었다. 옷은 갈아입었고, 벨라는 내 뒤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아리아의 눈이 우리를 훑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미소 지었다.

“시험은 통과한 모양이군요. 벨라를 완전히 당신의 것으로 만들었어. 그 쾌락 저항력 스탯도 흡수했고. 축하해요, 특무대장.”

그녀가 손짓하자, 내 상태창에 새로운 직함이 추가됐다.

「직위 획득: 레드 드래곤 특무대장. 길드 정보 접근 권한: 레벨 3. 부하: 벨라, 유리아.」

“그리고 이건 축하 선물이에요.”

그녀가 내 앞으로 걸어와 작은 붉은 비늘 조각을 내밀었다. 그 비늘은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반짝이며 내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붉은 용의 비늘. 착용자의 모든 감각 데이터를 나에게 전송해주는 아주 특별한 아이템이죠.”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을 스치자, 비늘이 내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낮게 속삭였다.

“이제 너는 나의 것이야.”

바로 그 순간이었다.

「[경고] 감각 과부하 수치 95%. 신경계 손상 임계점 접근. 즉시 접속을 종료하지 않으면 영구 손상이 발생합니다. 로그아웃 명령을 실행합니다...」

「오류: 로그아웃 거부됨. 원인: 외부 관리자 코드에 의한 접속 종료 권한 정지. 붉은 용의 비늘 효과 발동 중. 강제 접속 유지.」

내 두개골 속에서 시스템의 경고음이 비명처럼 울렸다. 현실의 내 몸이 침대 위에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 멀게 느껴졌다. 코피가 흐르고, 신경 인터페이스의 접속 단자가 내 목덜미를 태우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로그아웃할 수 없었다.

아리아가 내 뺨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그녀의 손길에서 차가운 쾌락의 전류가 흘러나왔다.

“어디 가려고요? 이제 막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데.”

그녀의 목 뒤 관리자 코드 문신이 눈부시게 빛나며, 내 신경계를 게임 속에 완전히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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