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세라의 손이 내 팔뚝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 푸른 마법진이 타올랐다.
"내 연구실로 간다. 좌표 고정. 텔레포트!"
시야가 찢어졌다. 위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순간이동 특유의 멀미가 뇌간을 후려쳤다. 발바닥이 허공을 뚫고 단단한 석판에 처박혔다. 썩은 던전 공기 대신 금속성 약품과 오존 탄 냄새가 콧구멍을 찔렀다.
눈을 떴다. 형광석이 푸르스름하게 번지는 좁은 방. 선반마다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유리병, 해부된 몬스터의 신경 다발이 포르말린에 둥둥 떠 있었다. 벽면엔 게임 시스템 코드가 실시간으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모니터 수십 대. 미니맵은 먹통이었다. 시스템 로그조차 침묵했다.
"여긴..."
"뉴럴 브로커 은신처. 시스템 감시가 닿지 않는 몇 안 되는 구역이야."
세라가 내 팔에서 손을 뗐다.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다. 방금 전 던전에서 오르가즘을 쥐어짜낸 여파가 허벅지 안쪽까지 전율로 남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곳은 공식 맵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네 조력자를 만나러 가자고?"
"에반. 그가 이 은신처를 만들었어."
세라가 앞장섰다. 실험실 복도를 지나자 공간이 넓어졌다. 불법 모드 아이템을 흥정하는 플레이어들, 신경 신호 변조기를 분해하는 기술자들, 벽에 붙어 속삭이는 정보 브로커들. 게임의 뒷골목이었다.
방 끝.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른 체형, 퀭한 눈. 하지만 그 눈동자만은 날카롭게 빛났다. 양손은 신경 인터페이스 과부하로 인한 화상 자국이 흉터처럼 뒤덮고 있었다.
"에반, 데려왔어."
세라가 그에게 다가갔다. 에반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 캐릭터를 훑는 시선. 마치 해부하듯, 데이터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는 눈빛이었다.
"섹스 마스터. 그 히든 클래스가 발현됐군. 드문 일이야. 아주 드물어."
목소리가 바스락거렸다. 성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소리.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지. 네가 QA 시절에 작성한 버그 리포트까지 포함해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1년 전, 내가 발견한 고통-쾌락 신호 역전 버그. 회사는 그걸 묵살했다. "시스템 오류가 아닌 개인 신경 인터페이스의 이상"이라고 결론 내리고 나를 해고했다.
에반이 휠체어 옆 서랍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화면에 익숙한 문서가 떠올랐다. 내 리포트였다. 그의 손가락이 특정 부분을 짚었다. *'통증 신호가 쾌락 신경 회로로 역전되는 현상. 반복 시 시냅스 재구성 가능성 있음.'*
"이 버그는 우연이 아니야. 의도된 설계다. 아발론 온라인의 진짜 목적은 플레이어의 신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야. 인간의 쾌락과 고통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실험장."
그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회사가 네 리포트를 묵살한 이유다. 이 데이터를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됐어. 너는 그들의 계획을 우연히 발견한 거야."
그의 손가락이 내 과거를 찌르는 순간, 나는 세라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내 가슴에 밀착됐다. 레오타드 너머로 체온이 전해졌다. 나는 손가락을 그녀의 등허리에서 천천히 내렸다.
"그럼 레드 드래곤은?"
"그들의 가장 충성스러운 실험 대상이자, 현장 감독관이다."
내 손가락이 세라의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갔다.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레오타드 천 너머로 항문의 윤곽이 손끝에 닿았다.
"특히 아리아는... 그녀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핵심 인물이야."
세라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도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 나는 레오타드 하의를 엉덩이 밑까지 밀어내렸다. 그녀의 음모가 드러났다. 검은색, 단정하게 정리된 삼각형.
에반이 휠체어를 내 쪽으로 밀었다.
"네 능력은 강력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시스템에 로그가 쌓여. 지금쯤 카인이 네 흔적을 추적하고 있을 거야. 그에게 잡히기 전에, 시스템의 감시를 피하는 법을 배워야 해."
"어떻게?"
"시그니처 난독화. 네 쾌락 디버그 신호를 일반 전투 데이터로 위장하는 기술이다."
에반이 허공에 손을 저었다. 홀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나타났다. 복잡한 신경 신호 파형이 떠올랐다. 하나는 일반 전투 시 패턴. 다른 하나는... 내 능력이 발동될 때의 패턴이었다. 후자는 폭발하듯 요동쳤다.
"이게 네 시그니처다. 누가 봐도 비정상이야. 난독화를 적용하면 이렇게 변하지."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번째 파형이 변형되었다. 겉보기에는 일반 전투 패턴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
"이론은 알겠어."
"실전이 필요하겠군. 세라."
에반이 그녀를 바라봤다. 세라의 어깨가 살짝 굳었다.
"네가 실습 대상이 되어줘. 이미 각인된 상태니까 최적이야."
세라가 나를 쳐다봤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분석가로서의 냉철함과, 이미 내 손길을 경험한 육체의 기억이 충돌하는 표정.
"좋아."
짧은 대답. 연구실 구석의 침대로 걸어갔다. 마법사 로브를 벗자 검은 레오타드가 드러났다. 마르고 날카로운 몸. 갈비뼈가 살짝 비칠 정도로. 하지만 가슴은 의외로 풍만했고, 허리는 잘록했다.
"훈련에 집중해. 데이터 수집이 목적이야."
세라가 나를 보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왼손으로 목을 감싸고, 오른손은 허리로 내려갔다. 레오타드 너머로 체온이 전해졌다. 따뜻했다. 그리고 이미 떨리고 있었다.
"시그니처 난독화를 적용하면서 동시에 쾌락 디버그를 발동해."
에반이 뒤에서 지시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 실험 프로토콜을 읽어주는 연구원 같았다.
스킬을 활성화했다. 시야 가장자리에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스킬: 시그니처 난독화 (Lv.1)]** **[적용 대상: 현재 접촉 중인 캐릭터]** **[효과: 쾌락 디버그 신호를 일반 전투 데이터로 변환]**
내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팔뚝으로, 옆구리로 내려갔다. 손가락 끝에서 쾌락 디버그가 흘러나왔다. 원래라면 이 순간, 그녀의 신경계로 쾌락 신호가 폭발적으로 주입되어야 했다.
하지만 난독화가 작동했다. 신호가 분산되었다. 칼날에 베인 듯한 전투 데이터로 변환되어 그녀의 신경망을 타고 흘러갔다.
"읽힌다. 지금 네 신호는 일반 공격으로 표시되고 있어."
에반이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내 손이 그녀의 가슴께로 올라갔다. 레오타드 위로 손바닥을 얹자, 세라의 몸이 경직되었다. 유두가 천 위로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살짝 비틀었다.
"읏..."
세라의 입술 사이로 짧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곧 이를 악물었다.
"데이터... 데이터 수집 중. 쾌락 신호 변환율 78%. 아직 완벽하지 않아."
애써 분석가의 말투를 유지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내 팔목을 움켜쥐었다. 밀어내려는 건지, 더 세게 잡아당기려는 건지 알 수 없는 힘.
"농도를 올려봐."
에반이 무심하게 말했다.
나는 난독화 강도를 유지한 채, 쾌락 디버그의 출력을 20% 올렸다.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을 더 강하게 주물렀다. 레오타드를 내리고 맨살을 드러냈다. 유두는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엄지로 유륜을 문지르자 세라의 허리가 들썩였다.
"하아...!"
호흡이 거칠어졌다. 눈이 살짝 풀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변환율... 92%. 좋아, 거의 완벽해..."
내 손이 그녀의 배를 타고 내려갔다. 레오타드 하의를 완전히 벗겼다. 음모가 드러났다. 검은색, 단정한 삼각형. 그 아래 음순은 이미 젖어 반짝이고 있었다. 손가락을 틈새에 밀어넣었다. 질구가 부드럽게 열렸다. 애액이 손가락을 적셨다. 따뜻하고 끈적한 감촉.
"음...!"
세라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질벽은 내 검지를 단단히 조여왔다. 검지와 중지를 함께 밀어넣자, 질 내부가 경련하듯 수축했다. 손가락으로 질벽의 주름을 느꼈다. 안쪽은 더 뜨겁고 더 젖어 있었다. 손가락을 천천히 굽혔다 폈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빨아들이듯 달라붙었다.
"변환율... 97%... 아... 잠깐..."
세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허리가 내 손 움직임에 맞춰 움직였다. 무의식적으로 골반을 밀어 올리는 동작. 클리토리스는 완전히 발기해 손가락 사이로 만져졌다. 엄지로 살짝 누르자 그녀의 온몸이 떨렸다.
"좋아. 이제 삽입해."
에반의 목소리. 나는 바지를 내렸다. 성기는 이미 완전히 발기해 있었다. 길이 18센티미터, 귀두는 검붉게 충혈되어 반들거렸다. 귀두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조금 스며나왔다.
"난독화를 유지한 채로 들어가. 삽입 순간이 가장 신호가 강해지니까 조심해."
에반이 경고했다.
나는 세라의 허리를 잡았다. 질구에 귀두를 댔다. 뜨거운 점막이 닿자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천천히 밀어넣었다. 질구가 귀두를 삼키며 벌어졌다. 애액이 흘러내려 내 성기를 적셨다.
"아앗...!"
세라가 비명을 질렀다. 질벽이 내 성기를 빈틈없이 조여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근육이 성기 전체를 감싸 쥐었다. 나는 난독화에 집중했다. 쾌락 신호를 전투 데이터로 변환하면서 천천히 허리를 밀어넣었다. 머릿속이 두 갈래로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한쪽은 그녀의 질벽이 주는 압도적인 쾌감을 처리하느라 바빴고, 다른 한쪽은 그 쾌감을 전투 데이터로 위장하는 알고리즘을 돌리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귀청을 때리는 심박 소리.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야 가장자리가 일렁이며 좁아졌다. 시스템에게 들키면 끝이다. 그 공포가 아드레날린을 폭발시켰고, 아드레날린은 성기로 직행했다. 귀두가 더 팽창하며 질벽을 밀어냈다.
성기가 질 깊숙이 들어갔다. 길이의 3분의 2쯤 들어갔을 때, 귀두가 자궁경부에 닿았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고리 같은 감촉. 세라의 눈이 커졌다.
"다... 들어왔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나는 잠시 멈췄다. 질 내부가 내 성기를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따뜻한 체액이 성기 전체를 감싸고, 질벽의 근육이 파동처럼 수축했다. 손끝이 저릿하게 마비되어 갔다. 공포인지 쾌락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올라 두개골을 때렸다.
"변환율... 98.5%..."
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데이터를 읽었다. 하지만 눈동자에는 이미 분석가의 냉철함은 없었다. 동공이 확장되고, 입술이 말랐다. 얼굴에 홍조가 번졌다.
나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빼다가 다시 밀어넣었다. 질벽의 마찰이 성기 전체에 전해졌다. 난독화 스킬이 쾌락 신호를 분산시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 성기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강렬했다. 질 내부는 뜨겁고 조였다. 수십 개의 작은 혀가 내 성기를 핥는 듯한 감촉.
속도를 올렸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질구가 귀두를 물었다 놓았다. 애액이 섞인 소리가 났다. 철벅이는 물소리. 고환이 그녀의 엉덩이에 부딪히는 소리.
"아... 아...! 잠깐... 너무 빨라...!"
세라가 내 팔을 붙잡았다. 손톱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골반은 내 움직임에 맞춰 올라오고 있었다. 질벽이 더 강하게 수축했다.
"변환율... 99%...!"
에반이 모니터를 보며 외쳤다.
그때였다. 삐비빅—
갑자기 시스템 경고음이 울렸다. 시야에 붉은 경고창이 떠올랐다.
**[경고: 시그니처 패턴 불일치]** **[현재 변환율: 91%로 하락]** **[오류 로그 누적: +3%]**
"젠장! 집중해! 신호가 새고 있어!"
에반이 소리쳤다. 세라의 몸이 갑자기 경련했다. 난독화가 불완전해지자 쾌락 신호가 그대로 신경계에 주입된 것이다. 질이 격렬하게 수축했다.
"으아악...!"
세라가 등을 젖히며 비명을 질렀다. 온몸이 떨렸다. 질벽이 내 성기를 쥐어짜듯 조여왔다. 그 압력에 나도 신음이 새어나왔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을 듯 뛰었다. 식은땀이 눈으로 흘러내려 시야가 흐려졌다.
"다시 변환율 올려! 안 그러면 둘 다 위험해!"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집중했다. 쾌락 신호를 분산시키고, 전투 데이터로 위장하는 알고리즘을 다시 가동했다. 머릿속에 코드가 떠올랐다. QA 시절 수없이 봤던 신경 신호 패턴. 동시에 세라의 질벽이 내 성기를 조이는 감각이 뇌를 때렸다. 쾌감과 공포가 척추에서 정면충돌했다. 시스템에게 발각된다는 상상만으로도 고환이 오그라드는 느낌. 그 공포가 도파민을 폭발시켰다. 손가락 끝이 저릿하게 마비되고, 귓가에 심장 박동 소리만 울렸다. 시야가 좁아지며 세라의 일그러진 얼굴만 남았다.
허리의 움직임을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게, 더 강하게 밀어넣었다. 자궁경부를 귀두로 밀어 올렸다. 세라의 눈이 뒤집혔다. 입에서 말이 아닌 신음만 흘러나왔다.
"변환율... 98%... 99%... 100%!"
에반의 목소리가 승리에 찼다.
**[시그니처 난독화 성공]** **[현재 출력 신호: 일반 전투 데이터 (검술 공격 패턴)]** **[시스템 감지 회피 중]**
경고창이 사라졌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움직였다. 세라의 질은 여전히 내 성기를 물고 있었지만, 이제 신호는 완벽히 위장되고 있었다.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었지만, 그 고동이 오히려 쾌감을 증폭시켰다.
"좋아... 이제 유지한 채로 사정까지 가."
에반이 말했다.
나는 속도를 최고조로 올렸다.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였다. 세라의 질벽이 마지막 힘을 짜내며 내 성기를 조여왔다. 클리토리스는 완전히 발기해 검붉게 빛났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반들거렸다.
"간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깊숙한 곳에서 폭발했다. 정액이 요도를 타고 분출되어 자궁경부에 직접 부딪혔다. 뜨거운 액체가 질 내부를 가득 채웠다. 세라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아아아...!"
비명이 연구실에 울렸다. 질벽이 마지막으로 강하게 수축하며 내 정액을 짜냈다. 그녀도 동시에 절정에 도달했다. 애액이 내 성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침대 시트가 흠뻑 젖었다.
**[시그니처 난독화: 완벽]** **[오류 로그 누적: 0%]** **[시스템 감지: 없음]**
나는 천천히 성기를 뺐다. 질구에서 정액과 애액이 섞여 흘러내렸다. 세라는 완전히 탈진해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입가에는 침이 흘렀다.
"성공이군."
에반이 휠체어를 우리 쪽으로 밀었다. 만족스러운 표정.
"이제 기본기는 익혔어. 앞으로 연습을 더 하면 완벽해질 거야."
세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떨리는 손으로 레오타드를 집어 들었다. 입으려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눈동자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수치심, 분노, 그리고... 탐욕.
"다음 훈련은... 좀 더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준비할게."
작게 중얼거렸다. 분석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말이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이미 체념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에반이 내게 다가왔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네가 상대해야 할 것은 단순한 길드가 아니야. 레드 드래곤은 시스템의 핵심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그가 새 홀로그램을 띄웠다. 거대한 던전의 설계도.
"잊혀진 왕의 묘지. 레벨 85 이상의 고레벨 던전이야. 레드 드래곤 길드가 이번 주말에 이곳을 대규모로 공략할 예정이야."
"왜?"
"거기에 그들의 핵심 간부 중 한 명이 있어. 유리아."
유리아. 그 이름을 듣자 세라의 표정이 굳었다.
"유리아는 아리아의 분신이나 다름없어. 그녀와 접촉하는 순간, 네 모든 데이터가 아리아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될 거야. 그건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에반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긴장이 섞였다. 그가 허공에 또 다른 홀로그램을 띄웠다. NPC 하나가 등장했다. 한눈에 봐도 비정상이었다. 피부는 반쯤 투명하게 변해 있었고, 신경 다발이 푸른 빛을 내며 피부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끊임없이 떨렸다.
"이건 유리아에게 당한 NPC야. 신경계가 완전히 망가졌어. 그녀의 스킬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야. 대상의 신경 데이터를 강제로 읽고, 거꾸로 덮어씌워. 이 NPC는 자기 캐릭터 데이터가 통째로 복제된 뒤 원본이 뭔지 구분하지 못하게 됐어. 지금은 공격도, 대화도, 퀘스트도 불가능해. 그냥 살아있는 더미 데이터야."
에반의 손가락이 홀로그램을 확대했다. NPC의 신경 다발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유리아는 이걸 '놀이'라고 부른대. 자신에게 덤빈 플레이어 셋도 같은 꼴이 됐어. 한 명은 로그아웃 후 현실에서 신경 인터페이스 과부하로 입원했고, 나머지 둘은 아직 게임 안에 갇혀 있어. 캐릭터는 살아있지만 조작이 안 돼. 그냥 유리아의 장난감이 된 거야."
에반이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네 능력은 강력하지만, 유리아는 그걸 역이용할 수 있어. 네가 쾌락 디버그를 걸면, 그녀는 그 신호를 그대로 네게 되돌릴 거야. 자기가 당하는 걸 복사해서 상대에게 씌우는 게 그녀의 특기니까."
"하지만..."
나는 유리아의 정보를 떠올렸다. 은신과 함정 해제의 달인. 게임의 비밀을 찾아다니는 탐험가.
"그녀를 정복하면, 아리아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열쇠가 돼."
내가 말했다. 에반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하지만 그만큼 위험해. 지금 바로 가겠다면 말리진 않아. 대신 준비를 단단히 해."
그가 내게 작은 칩을 건넸다.
"비상 텔레포트. 위급하면 이걸로 은신처로 돌아와."
나는 칩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세라가 다가왔다. 이미 로브를 정리하고 평소의 냉철한 표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다리는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조심해. 유리아는... 겉보기와 달라."
짧은 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입구로 향하는 포털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에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잊지 마. 네가 사용하는 능력 하나하나가 시스템의 감시망을 좁혀오는 거야. 특히 유리아와의 접촉은..."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내 시야에 붉은 경고창이 떠올랐다.
**[경고: 오류 로그 누적 74%]** **[시스템 감시 레벨: 주의 → 경계]** **[예상 삭제까지 남은 시간: 추정 불가]**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추가 알림이 떴다.
**[감지된 이상 신호: 세라 (각인 대상)의 신경계에서 글리치 패턴 발생]** **[글리치 전이 가능성: 12%]**
나는 뒤를 돌아봤다. 세라는 이미 자신의 연구 데이터를 정리하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왼쪽 어깨가 일순간, 마치 깨진 픽셀처럼 일그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었다. 방금 전까지 내 손바닥이 닿았던 그녀의 살결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감촉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마치 단단한 살이 모래알처럼 부서져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듯한 감각. 피부, 근육, 뼈가 한 줌 데이터로 분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는 느낌. 손끝이 저릿하게 마비되었다.
"태호?"
세라가 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어깨는 이미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리고 포털로 향했다.
등 뒤로 에반의 마지막 경고가 날아왔다.
"그녀와 접촉하는 순간, 네 모든 게 아리아에게 전송된다고! 그건 단순한 정보 공유가 아니야. 네 신경 신호 자체가 복제되는 거라고!"
포털이 나를 삼켰다. 시야가 찢어지며 잊혀진 왕의 묘지의 어둠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는 붉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니, 눈동자보다 먼저 그녀의 체취가 나를 덮쳤다. 어둠 속에서 짙은 장미 향이 밀려왔다. 관능적일 만큼 진한 향. 그 향이 내 신경 말단을 타고 뇌까지 침투했다. 이성보다 먼저 후각이 반응했다. 코를 찌르는 듯한 그 향에 내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소리. 어둠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느리고 고른 숨소리. 마치 잠든 맹수가 꿈속에서 먹잇감 냄새를 맡은 듯, 천천히 깨어나는 호흡. 그 숨소리가 내 피부를 핥았다. 실제로 닿지도 않았는데, 목덜미가 간질거리고 귓가가 뜨거워졌다. 성기가 바지 안에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어둠을 가르며 드러난 실루엣. 유리아였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숨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장미 향이 더 짙어졌다.
"기다리고 있었어."
목소리마저 관능적이었다. 귀에 속삭이는 듯한 음색. 내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