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쾌락림의 입구는 예상보다 소란스러웠다.

붉은 등롱이 밤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사방에서 풍기는 값싼 향유와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독고절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이곳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타락한 향기. 권력의 정점에서 맡던 권모술수의 비린내보다는 훨씬 솔직하고, 그래서 더 자극적이었다. 그의 혀끝이 저릿하게 달아올랐다. 오랜만에 느끼는, 예측 불가능한 밤에 대한 갈증이었다.

쾌락림 안으로 들어서자 풍경은 더욱 화려하게 달아올랐다. 삼층 누각에서 흘러나오는 가야금 소리, 기녀들의 웃음소리, 도박판의 함성. 강호의 법이 닿지 않는 무법 지대답게 모든 욕망이 적나라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독고절은 가장 번화한 기루 '취화루'로 향했다. 아미파에서 내려온 후 이곳이 정보를 얻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는 걸 이미 파악해두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기의 결이 바뀌었다.

쉬익-

날카로운 파공음. 세 개의 작은 바늘이 각각 미간, 심장, 하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독고절은 몸을 비틀지도 않고 오른손 검지만을 움직여 세 개의 바늘을 동시에 집어냈다. 손끝에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만으로 독의 종류와 농도를 가늠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박수 소리가 울렸다.

"오, 암기를 맨손으로 잡다니. 그것도 독을 바른 걸 알면서?"

이층 난간에서 소녀가 뛰어내렸다. 열일고여덟 살쯤. 짧은 상의와 바지 차림에 허리에는 수십 개의 작은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입가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렸다.

당문의 복장이었다.

"당문의 아가씨인가 보군. 첫 대면부터 독침 선물이라니, 예의가 남다르네."

"당문에서는 암기 던지는 게 인사야." 소녀가 천연덕스럽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상하네. 내 독은 피부에 닿기만 해도 마비가 오는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독고절이 손가락에 든 바늘을 살폈다. 표면에 보라색 액체가 얇게 발라져 있었다. 마비독에 최음 성분까지 섞은 복합독.

"꽤 정교한 배합이군. 신경을 마비시키면서 동시에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하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아."

"왜?"

"내공의 흐름을 바꾸면 독이 혈도를 타고 퍼지기 전에 배출할 수 있거든."

소녀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그거 알아? 그게 가능한 무공은 내가 아는 한 세 가지뿐이야. 하나는 우리 당문의 독공, 또 하나는 소림의 역근경, 마지막 하나는..." 그녀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전 마교주 독고절의 패왕검법에서 파생된 내공 운용술. 당신, 혹시?"

"말했잖아. 내공의 흐름을 바꾼다고."

"흥, 비밀이 많은 남자로군."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당소소. 당문의 천재, 미래의 문주, 강호 최고의 암기술사가 될 사람이야."

"독고... 아니, 그냥 절이라 불러."

"절?" 당소소가 킥킥 웃었다. "간단명료하네, 마음에 들어."

그녀가 다짜고짜 독고절의 손목을 잡았다. 손가락으로 혈도를 눌러보며 감탄했다.

"와... 이 내공의 흐름, 보통이 아니야.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유연해. 게다가 이 혈도 반응..." 그녀의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당신, 혹시 환희탈백수를 익혔어?"

독고절이 처음으로 당소소에게 흥미를 느꼈다. 혈도만 짚어보고 무공의 명칭까지 알아맞히다니.

"당문의 천재라는 게 허명은 아닌가 보군."

"당연하지! 나는 감각과 혈도에 관한 한 강호에서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어." 당소소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환희탈백수, 그거 엄청 희귀한 무공이야. 혈도를 자극해서 고통 대신 쾌락을 일으키는 거잖아? 우리 당문에서도 비슷한 암기술을 연구 중인데, 아직 완성하지 못했거든."

그녀가 독고절의 팔짱을 꼈다.

"자, 여기서 서서 이야기하지 말고 위로 올라가자. 내 방 있어. 거기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고."

취화루 삼층의 호화로운 방. 당소소가 문을 닫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안이 있어. 나랑 협력하지 않을래?"

"협력?"

"응. 나는 당신의 환희탈백수를 연구하고 싶어. 손가락이 어떻게 혈도를 찾아내는지, 내공의 강약은 어떻게 조절하는지, 어떤 리듬으로 자극을 주는지... 모든 걸 낱낱이 분석하고 싶다고." 그녀의 눈이 과학자의 그것으로 변했다. "그 대가로 나는 당신에게 쾌락림의 모든 정보를 제공할게. 누가 어디에 살고, 어떤 거래가 이루어지고, 누가 누구를 노리는지까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당문은 암기와 독뿐만 아니라 정보력으로도 유명하거든." 당소소가 윙크했다. "특히 쾌락림에는 우리 당문의 첩자들이 수십 명은 깔려 있어. 너도 알다시피, 이 동네는 정보가 곧 목숨이니까."

독고절은 잠시 생각했다. 당문의 정보 네트워크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특히 쾌락림에 모여드는 마교 잔존 세력에 대한 정보는 꼭 필요했다.

"좋아. 그런데 어떻게 연구할 생각이지?"

"물론 실전 데이터를 수집해야지." 당소소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내가 직접 환희탈백수를 체험할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써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당연히 알지. 쾌락을 유발하는 혈도 자극이잖아?" 그녀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말하는 거야.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어떤 쾌락도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있어. 당문의 수련법에는 감각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거든."

독고절이 피식 웃었다.

"자신감은 대단하군."

"자신감이 아니라 사실이야. 자, 시작해도 좋아." 당소소가 침상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어디 한번 당신 기술이 내 통제력을 뚫을 수 있나 시험해보자고."

독고절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런 유형의 여자는 처음이었다. 쾌락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자.

"옷은?"

"필요하면 네가 벗겨. 그게 더 데이터 수집에 정확할 테니까."

독고절의 손이 당소소의 상의 끈을 풀었다. 매끈한 피부가 하나씩 드러났다. 그녀는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관찰자의 눈빛으로 그의 손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의 움직임이 보통이 아니야. 일반적인 금나수와는 다르게 관절을 완전히 이완시킨 상태에서..."

"분석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느끼기나 해."

독고절이 그녀의 목덜미에서 쇄골을 따라 천천히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내공을 실은 검지와 중지가 피부를 스치자, 당소소의 호흡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오... 이 감각은...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아..."

"입 다물어."

독고절이 그녀의 유두를 검지와 엄지로 살짝 집었다. 동시에 약지를 겨드랑이 쪽 혈도에 갖다댔다. 두 지점을 동시에 자극하자 당소소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아...!"

짧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녀가 재빨리 입술을 깨물었지만, 이미 눈동자가 살짝 풀리기 시작했다.

"방금 그건... 예상보다 강했어..."

"아직도 분석할 여유가 있나 보군."

독고절이 그녀의 바지를 벗겼다.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가자 당소소의 다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그녀의 외음부에 손가락을 댔다. 음모는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음순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흥분했군."

"당연한 생리적 반응이야. 혈도가 자극되면 신경계가..."

독고절은 그녀의 말을 끊기 위해 검지를 음핵에 올려놓고 내공을 흘려보냈다. 미세한 진동이 손끝에서 울려 퍼졌다.

"으으...!"

당소소의 허리가 들썩였다. 눈이 살짝 풀렸다가 다시 초점을 되찾으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건... 음핵 주변의 신경 다발을 직접... 그런데 이 진동은..."

"말이 많아."

독고절이 이번에는 중지를 질 입구에 갖다댔다. 손가락 끝으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애액을 묻혔다. 따뜻하고 끈적한 액체가 손가락을 감쌌다. 그는 천천히 중지를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앗...!"

당소소의 질벽이 손가락을 단단히 조였다. 내부는 뜨거웠고, 손가락이 들어가자마자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독고절이 질 내부의 혈도를 찾았다. 손가락 끝으로 G스폿 부근을 누르며 동시에 엄지로 음핵을 문질렀다. 환희탈백수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내공이 손가락을 타고 당소소의 혈도 속으로 파고들었다. 세 갈래의 기운이 각각 다른 리듬으로 질벽, 음핵, 그리고 항문 주변 신경을 동시에 자극했다.

"으아아... 안 돼... 이건..."

당소소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동공이 확장되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며 숫자를 중얼거리려 했지만, 목소리는 이미 신음에 가까웠다.

"세 군데를... 동시에... 다른 주파수... 아아앗!"

그녀가 발작적으로 몸을 떨었다. 질벽이 손가락을 강하게 조이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려 침상을 적셨다.

"아직 멀었어."

독고절이 이번에는 검지를 추가해 두 개의 손가락으로 질 내부를 벌리며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동시에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회음부를 압박했다. 다섯 손가락 모두가 각기 다른 혈도를 공략했다.

"이런... 이런 기술이... 존재하다니...!"

당소소가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몸은 이제 완전히 독고절의 손길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질은 끊임없이 경련했고, 음핵은 딱딱하게 발기했으며, 유두는 옷 위로도 선명히 드러날 정도로 단단해졌다.

"통제력을 유지한다고 했나?"

독고절이 속도를 높였다. 손가락이 질 안에서 빠르게 출입하며 애액을 철퍽이게 했다. 동시에 음핵을 문지르는 엄지의 압력을 2할 더 강화했다.

"아... 안 돼... 더 이상은... 분석이... 안 돼...!"

당소소의 눈에 처음으로 당황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지금까지 어떤 독에도, 어떤 고통에도 굴하지 않았던 자신의 의지가 무너지는 걸 느꼈다. 그녀의 손가락이 침상 시트를 움켜쥐었고, 발가락이 경련하듯 오그라들었다.

"내 계산이... 빗나가고 있어... 이 쾌락은... 내가 아는 어떤 감각과도... 으으윽!"

그녀의 질이 강하게 수축했다. 절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독고절은 손가락을 천천히 빼내며, 자신의 하의를 벗었다. 이미 단단히 발기한 성기가 그녀의 젖은 질 입구를 겨누었다.

"이제 손가락이 아니라, 진짜를 가르쳐주마."

당소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독고절은 허리를 한 번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크으윽...!"

질벽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른 살덩어리를 집어삼켰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팽창감에 당소소의 등이 침상에서 떠올랐다. 질 내부가 경련을 일으키며 그의 성기를 조여왔다. 따뜻하고, 조이고, 미끄러웠다. 독고절은 잠시 그 감각을 음미했다.

"이건... 너무... 커...!"

"네 질은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어."

독고절이 허리를 빼다가 다시 강하게 밀어 넣었다. 패왕쌍수의 압도적인 기세 그대로, 그는 과감하고 호쾌하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질 안의 주름 하나하나가 자신의 성기를 휘감는 촉감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철퍽, 철퍽, 침상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피스톤 운동이 이어졌다.

"아! 아! 아! 안 돼... 이 리듬... 너무 깊어...!"

당소소의 입에서 통제 불능의 신음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그녀의 질벽이 독고절의 성기를 더욱 거세게 조이며 애액을 철철 흘렸다. 그가 삽입할 때마다 자궁 경부가 쿡쿡 찔려 들어오는 감각에 그녀의 눈동자가 풀리고, 정강이가 부르르 떨렸다.

"이제 좀 알겠나? 쾌락이란, 분석하는 게 아니라 정복당하는 거야."

독고절이 그녀의 허리를 두 팔로 붙잡아 단단히 고정하고, 가장 깊은 곳을 향해 성기를 쑤셔 박았다. 동시에 환희탈백수의 내공을 귀두 끝에 집중시켜 자궁 경부를 직접 자극했다.

"아아아아앗-!"

당소소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질벽이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키며 독고절의 성기를 압박했다. 그 수축은 한 번이 아니었다. 첫 번째 절정의 파도가 질 전체를 휩쓸더니, 이내 두 번째, 세 번째 연속적인 수축이 덮쳐왔다. 그녀의 질벽은 마치 굶주린 뱀처럼 성기를 집어삼키며 10여 차례에 걸쳐 강력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두 사람의 결합 부위를 흠뻑 적셨다. 그녀의 눈이 뒤집히고, 입술 사이로 의미 없는 신음과 함께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전신의 근육이 강직되었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며, 발가락은 쥐가 날 정도로 오그라들었다.

"가... 으으... 이건... 내 계산을... 완전히... 벗어났어..."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울먹임에 가까웠다.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자의 패배 선언이었다.

바로 그 순간, 독고절의 쾌락흡성대법이 발동했다.

당소소의 절정 에너지가 성기를 타고 독고절의 내공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감정의 공명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기억이 환영처럼 펼쳐졌다.

네 살 때 처음 독침을 만들어 개구리를 마비시켰을 때의 희열. 여덟 살 때 당문의 어른들이 '천재'라고 부르며 자신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순간의 외로움. 열두 살 때 처음 살인을 목격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시체를 해부했을 때의 공허함.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의 밑바닥에는 한 가지 감정이 깔려 있었다.

이해받지 못하는 자의 집착.

모든 것을 알지만, 아무것도 진정으로 느끼지 못하는 자의 갈증.

그녀가 쾌락을 '연구 대상'으로만 보려 했던 이유였다. 느끼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느끼는 순간,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지식의 탑이 무너질까 봐.

독고절이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그의 성기는 그녀의 애액으로 흠뻑 젖어 번들거렸다.

당소소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내 씩 웃었다. 웃음 속에 패배의 씁쓸함과 동시에 무언가 해방된 듯한 안도가 섞여 있었다.

"졌어. 완전히 졌다고 인정할게."

그녀가 상체를 일으켰다. 얼굴은 아직 붉었고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지만, 눈빛은 이미 평소의 호기심 많은 과학자로 돌아와 있었다.

"환희탈백수... 이건 단순한 쾌락 기술이 아니야. 혈도 자극의 정확성, 내공 운용의 섬세함, 그리고 상대의 감정을 읽는 심리전까지... 이건 하나의 완성된 '도'야."

"칭찬으로 듣지."

"칭찬이 아니고 감탄이야. 당문에서 평생 연구해도 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소소가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 "좋아, 약속대로 정보를 제공할게. 지금 쾌락림에서 가장 중요한 소식은... 나찰여제가 '욕망 경매'를 준비 중이라는 거야."

"욕망 경매?"

"사람의 욕망을 사고파는 경매장이야. 무림의 고수들, 권력자들, 심지어는 정파의 장문인들도 은밀히 참여하지. 그리고..." 그녀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 경매의 주요 매물 중 하나가 바로 마교의 잔존 세력이 가져온 '마교의 비급'이래. 네 전 교주로서 관심 있을 만한 소식이지?"

독고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마교의 비급이 쾌락림에서 거래된다. 그것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경매는 언제 열리지?"

"사흘 뒤, 쾌락림 지하에 있는 비밀 경매장에서. 하지만 초대받은 자만 들어갈 수 있어." 당소소가 윙크했다. "다행히 나는 초대장이 두 장 있지. 함께 갈래?"

"조건은?"

"조건 같은 건 없어. 이미 충분한 대가를 받았으니까." 그녀가 자신의 하복부를 가리키며 씩 웃었다. "그리고 나도 당신을 더 연구하고 싶거든. 이번엔 내가 당했지만, 다음엔 꼭 내 계산대로 당신을 통제해볼 테니까."

그 순간, 창밖으로 무언가 스쳤다.

붉은 그림자.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섬뜩한 살기— 단순한 적의가 아니었다. 칼날처럼 날카롭지만, 그 끝에 녹아 있는 건 증오보다 뜨거운 집착. 그리고 그 살기에는 독특한 향기가 실려 있었다. 피를 연상시키는 철의 비릿함과, 동시에 은은하게 퍼지는 야생 장미 향.

독고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살기, 이 향기. 그가 십 년 전 마교의 밤마다 맡았던 바로 그 향기였다.

혈영.

당소소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녀의 손이 허리춤의 암기 주머니로 번개처럼 움직였다.

"저건..."

그 순간, 붉은 그림자가 창문을 박살내며 방 안으로 쇄도했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당소소가 비명을 지르며 암기를 날렸지만 붉은 실루엣은 이미 그녀의 뒤를 잡고 있었다.

"감히."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당소소의 목에 비수가 들이밀렸다.

"독고절, 네가 이런 계집에게 우리의 비급을 보여주다니."

혈영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핏빛 도포, 창백한 피부, 그리고 광기와 그리움이 뒤섞인 눈동자.

"내 비급을 함부로 쓴 대가... 이 계집의 목숨으로 치르게 해주마."

비수가 당소소의 목을 파고들었다.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당소소가 숨을 삼켰지만, 그녀의 눈에는 공포보다 분노가 먼저 떠올랐다. 그 순간, 혈영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당소소의 목에서 흐르는 핏줄기에 혀끝을 갖다댔다. 붉은 혀가 상처를 따라 느릿하게 핥아 올렸다. 피 맛을 음미하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달콤하군... 네놈의 피에는 아직 그의 내공 냄새가 밴 것 같아."

당소소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혈영은 마치 그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듯, 피 묻은 혀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핥았다.

독고절의 손이 검자루로 향했다.

"혈영. 그녀를 놓아라. 네가 원하는 건 나일 테니."

"물론이지." 혈영이 비수를 더 깊이 밀어 넣으며 속삭였다. "하지만 이 계집이 네 손길을 받은 것만으로도 죽을 죄야. 선택해, 전 교주님. 사흘 뒤 경매장에서 나를 만나러 올 것인가, 아니면 지금 여기서 이 계집의 시체를 볼 것인가."

당소소의 목에서 피가 방울져 떨어졌다. 독고절의 눈빛이 살기로 가득 찼다.

"사흘 뒤, 경매장. 거기서 보자."

혈영이 입가를 올렸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분간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기다리마. 그리고..." 그녀가 당소소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놈의 피부에 밴 그의 내공 냄새... 다음에 맡으면 그땐 진짜로 죽인다."

휙-

붉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리고 혈영은 사라졌다. 부서진 창문으로 밤바람이 휘몰아쳐 들어왔다.

당소소가 목을 움켜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미친 여자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건 단순한 질투가 아니야. 저 여자, 당신에게 뭔가 아주 깊은 빚이 있어."

독고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부서진 창밖의 어둠을 향해 있었다.

혈영. 그녀가 여기까지 쫓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당소소의 목에 칼을 댔다는 것은, 이제 쾌락림에서의 모든 만남이 살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쾌락림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과거의 그림자가 피를 몰고 그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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