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벽에 등을 붙이고 선 자세에서 나는 숨을 골랐다. 왼쪽 어깨가 타는 듯했다. 엘라라가 남긴 게 단순한 독침이 아니었다. 마력을 갉아먹는 종류의 독이다. 그녀는 정말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

어깨에서 시작된 통증이 마치 산 채로 살을 파먹는 벌레처럼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시야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고, 손끝의 감각이 무뎌졌다. 심장이 뛸 때마다 독이 핏줄을 타고 퍼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폐가 조금씩 얼어붙는 감각.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려왔다. 죽음의 냄새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보낸 암살자의 그림자가 복도 끝에서 일렁였다. 그런데 그 너머, 천장의 작은 균열 사이로 낯선 마력의 파동이 스몄다. 아주 미세한,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불길한 예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용병왕님, 안색이 안 좋네요?"

라비나의 목소리는 그림자 속에서 울렸다. 방향을 특정할 수 없게 퍼지는 음파. 그녀의 능력이다. 나는 벽에 손을 짚고 웃었다.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맴돌았다.

"독 덕분에 각성했어. 네가 숨긴 게 뭔지."

야망의 속삭임을 열었다. 시야가 푸르게 물들었다. 독기로 흐려진 시야 속에서도 그녀의 욕망만은 선명하게 불타올랐다.

그녀의 욕망은 복잡했다. 푸른 파도가 출렁이고 있었지만, 그 깊은 곳에 검은 가시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인정 욕구와 파괴 충동이 뒤엉켜 하나의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 형체는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 파도 아래, 나는 보았다. 그녀가 숨기고 있던 또 다른 욕망의 조각. 누군가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그리움. 그 빛은 내가 아는 누군가의 것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녀의 욕망 속에서 스치는 과거의 환영들. 한 소녀가 누군가에게 등을 맡기고 서 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가 믿었던 등이 그녀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에서 미끄러지는 순간의 감촉, 발밑의 돌이 무너지며 허공으로 떨어질 때의 아찔한 무중력. 떨어지는 소녀의 눈에 맺힌 충격.

또 다른 환영. 이번에는 그녀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달린다. '절대 놓지 않을게'라는 목소리. 땀에 젖은 손바닥이 서로를 움켜쥐고, 거친 숨소리가 어둠 속에 울린다. 하지만 그 손은 그녀를 어둠 속에 남기고 혼자 빛이 있는 곳으로 도망친다. 손가락이 하나씩 풀리며 손바닥의 온기가 사라지는 순간. 또 다시. 또 다시. 소녀가 믿을 때마다 배신이 반복되고, 그녀의 등에는 보이지 않는 칼자국이 쌓여간다.

마지막 환영. 소녀가 아닌 지금의 라비나가 서 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아무 감정도 없다. 오직 냉소만이 남았다. '어차피 모두가 그럴 거야.' 그녀의 입술이 움직인다. '그러니까...'

나는 고개를 들었다. 복도 끝에서 그림자가 응축되며 라비나의 실체가 드러났다. 검은 가죽 옷이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그림자로 만든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네가 원하는 건,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

그녀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거."

라비나가 웃었다. 입꼬리만 올라가는 차가운 미소였다.

"잘 읽으셨네요. 그 능력, 정말 탐나요."

그녀가 손을 휘둘렀다. 복도 양옆 벽에서 그림자가 돋아났다. 수십 개의 검은 손이 나를 향해 뻗어왔다. 나는 왼쪽으로 몸을 굴렸다. 독 때문에 움직임이 반 박자 느렸다. 검은 손 하나가 내 오른쪽 팔뚝을 스쳤다. 피부가 베이며 핏방울이 튀었다.

"아, 피 냄새."

라비나가 혀끝으로 입술을 핥았다. 그녀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용병왕님. 당신도 알고 있죠? 피 냄새 맡은 야수는 더 흉포해진다는 거."

나는 팔뚝의 상처를 문질렀다. 독 때문에 피가 평소보다 묽었다. 응고 속도도 느렸다. 이 상태로 장기전은 무리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다.

"엘라라님의 독은 특별하죠. 마력을 먹어치우는 독이니까요." 그녀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알리시아를 꺾고, 세르피나를 태우고, 엘라라님을 무너뜨렸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바닥에서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이번에는 내 발목을 노렸다. 나는 점프로 피했지만, 착지할 때 왼쪽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릎에서 힘이 풀리며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독이 퍼지고 있었다.

"함정을 파는 건 내 전문이에요." 라비나가 천천히 손뼉을 쳤다. "이 복도 전체가 내 그림자 밭이죠. 당신이 어디로 움직이든, 결국 내 손바닥 안이에요."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폐가 반쯤 얼어붙은 듯 공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는 지금 약해져 있었다. 엘라라의 독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하지만...

"네가 실수한 게 하나 있어."

"뭐죠?"

나는 웃었다. 입술이 터지며 피가 혀끝에 맴돌았다.

"너는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

라비나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의 욕망 속 푸른 파도가 출렁였다.

"네가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다면, 그 함정들은 전부 독이 묻은 칼날이었어야 했어. 하지만 너는 내 움직임을 묶는 함정만 팠다. 왜?"

"......"

"네가 원하는 건 나를 죽이는 게 아니야. 네가 원하는 건..."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너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 진짜로 존재하는지 시험하는 거다."

라비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닥쳐요."

"너는 내게 묻고 싶은 거야. '당신도 결국 나를 배신할 거죠?'라고."

"닥치라고!"

그녀가 손을 뻗었다. 그림자가 폭발적으로 퍼지며 나를 향해 쇄도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그녀를 향해 달렸다.

검은 가시가 내 옆구리를 스쳤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감각이 척추를 타고 전해졌다. 또 하나가 내 허벅지를 베었다. 피가 흘렀다. 근육이 찢어지며 다리에 쥐가 났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3미터.

2미터.

1미터.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그림자 단검을 휘둘렀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뼈가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목을 조르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커...억..."

그녀의 목에서 숨이 새어나왔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목젖을 압박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 네가 원하던 거냐?"

나는 손에 힘을 더했다. 그녀의 기도가 좁아졌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당신도... 결국... 나를..."

그녀가 숨을 들이쉬려 했지만, 내 손이 그걸 막았다. 그녀의 맥박이 내 손바닥 아래에서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녀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산소 부족으로 그녀의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 속 푸른 파도는 더욱 격렬하게 출렁였다.

"나는..."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너를 배신하지 않겠다."

그 순간, 그녀의 욕망 속 푸른 파도가 폭발했다. 검은 가시가 녹아내리고,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며 포말이 되어 솟구쳤다. 그녀의 눈에 처음으로 눈물이 맺혔다.

나는 목을 조르던 손을 풀었다.

그녀가 기침을 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모두가 그랬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네가 원하는 건 죽음이 아니야.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 거지."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입맞춤했다.

그녀의 입술은 차갑고 건조했다. 하지만 입술을 열자, 그 안은 뜨거웠다. 그녀의 혀가 처음에는 굳어 있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내 혀를 맞이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그녀의 아랫입술이 내 입술 사이에서 떨렸다. 나는 혀를 그녀의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녀의 치아에 혀끝이 닿았다. 그녀가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그녀의 혀를 찾아 감쌌다. 그녀의 혀는 움츠러들어 있었지만, 내가 빨며 부드럽게 마사지하자 점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 안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그녀의 검은 가죽 옷에 손을 댔다. 그녀의 몸이 긴장으로 경직되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옷깃을 찢었다.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녀의 쇄골이 드러났다. 쇄골 위로 오래된 흉터가 있었다. 배신의 흔적.

나는 그 흉터에 입술을 댔다.

"이건 누구에게 받은 상처지?"

그녀가 숨을 멈췄다.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많아서..."

나는 그 흉터를 혀로 핥았다. 흉터 조직이 혀끝에 거칠게 긁혔다. 그녀의 피부가 닭살 돋았다. 그녀의 체온이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옷을 더 찢었다. 이번에는 가슴께가 드러났다. 그녀의 왼쪽 유방 위로 또 다른 흉터가 있었다. 칼에 베인 자국이었다.

"이건?"

"스승이... 나를 팔아넘겼을 때..."

나는 그 흉터에도 입맞춤했다. 입술로 흉터를 따라 선을 긋자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유두가 옷감 아래에서 단단해졌다. 나는 그녀의 옷을 완전히 찢어냈다. 그녀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그녀의 몸은 흉터로 가득했다. 배신의 역사가 그녀의 피부에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몸을 천천히 돌려 벽에 손을 짚게 했다. 그녀의 등이 드러났다. 등에도 흉터가 있었다. 채찍에 맞은 자국, 불에 덴 자국, 칼에 찔린 자국.

나는 그녀의 등에 입맞춤했다. 하나하나, 천천히, 그녀가 받은 모든 상처를 내 입술로 덮어갔다. 입술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등 근육이 경련했다. 특히 왼쪽 어깨뼈 근처의 깊은 흉터에 입술이 닿자, 그녀의 질 내부가 강하게 수축하며 애액이 뚝뚝 떨어졌다.

"아... 아..."

그녀의 입에서 떨리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지탱했다. 내 손바닥 아래 그녀의 복근이 경련했다.

나는 그녀의 바지를 벗겼다. 그녀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도 흉터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도 입맞춤했다. 그녀의 허벅지가 떨렸다. 그녀의 질에서 애액이 스며나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냄새가 올라왔다. 달콤하고 짭짤한, 여성의 체액 냄새.

"처음이지. 누군가에게 몸을 맡기는 건."

그녀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질이 수축하며 애액이 더 많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나는 그녀의 음부에 손을 댔다. 그녀의 음모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음순을 벌렸다. 질 입구가 드러났다. 분홍빛 속살이 경련하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 하나를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넣었다.

"으...!"

그녀의 질벽이 내 손가락을 강하게 조였다. 뜨겁고 부드럽고 축축한 감촉이 손가락을 휘감았다. 나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의 질벽 주름이 내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를 마사지하듯 스쳤다.

"네 몸은 정직하군."

나는 두 번째 손가락을 넣었다. 그녀의 질이 더 강하게 수축했다. 그녀의 질벽이 내 손가락들을 빨아들이듯 조였다. 나는 손가락을 굽혀 그녀의 질 전벽을 자극했다. 거친 부분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여기인가?"

내가 그 부분을 문지르자,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아아악!"

그녀의 목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신음에 가까웠다. 그녀의 질에서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내 손을 적셨다. 그녀의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 나는 그녀를 벽에 밀착시킨 채 내 바지 앞섶을 풀었다.

내 성기는 이미 완전히 발기되어 있었다. 귀두가 붉게 달아올라 요도구에서 투명한 점액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치켜올렸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입구에 닿았다. 그녀의 애액이 귀두를 적셨다. 뜨거웠다.

"받아들여라."

나는 천천히 그녀의 질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귀두가 그녀의 질 입구를 밀어 넓혔다. 그녀의 질벽이 내 성기를 감싸며 조였다. 뜨거운 질벽이 귀두를 빨아들이며 주름이 포피를 뒤집어쓸 듯 마찰했다. 나는 그대로 더 깊이 밀어넣었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녀의 자궁 경부에 귀두가 닿았다.

"으으으으..."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질 내부가 경련하며 내 성기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마치 수많은 작은 혀들이 내 성기를 핥는 듯한 감촉이었다.

"네 안이 나를 이렇게 원하고 있어."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벽을 긁으며 후퇴했다가 다시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애액이 피스톤 운동을 할 때마다 끈적한 소리를 냈다. 추잡하고 관능적인 소리였다.

"아... 아... 아..."

그녀의 신음이 내 리듬에 맞춰 흘러나왔다. 나는 속도를 올렸다. 그녀의 엉덩이와 내 골반이 부딪칠 때마다 젖은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녀의 질 내부 온도가 점점 올라갔다. 그녀의 질벽 주름이 내 성기를 더 강하게 조였다.

"봐라."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녀의 눈이 내 눈을 마주했다. 그녀의 욕망 속 푸른 파도가 변하고 있었다. 검은 가시는 완전히 사라지고, 파도는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충성. 그녀가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당신은... 당신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더 세게 붙잡고 더욱 깊이 찔렀다. 그녀의 질벽이 나를 거부하듯 조였지만, 동시에 나를 더 깊이 빨아들였다. 그녀의 자궁 경부가 내 귀두를 빨아들였다.

"절대... 나를... 배신하지... 마요..."

"약속하지."

나는 마지막으로 가장 깊게 찔러넣었다. 내 귀두가 그녀의 자궁 입구를 밀어 넓혔다. 그녀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의 질 내부가 폭발적으로 수축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비명이 복도에 울렸다. 그녀의 질벽이 리드미컬하게 경련하며 나를 조였다. 뜨거운 애액이 내 성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가 절정에 도달한 것이었다.

나는 턱을 꽉 깨물고 허리를 멈췄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벽에 맥박 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사정하고 싶은 충동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등줄기가 저릿하고, 고환에서 정액이 끓어오르는 감각. 하지만 나는 참았다. 지금 사정해버리면 그녀는 또다시 버려졌다고 느낄 것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내 쾌락의 증거가 아니라, 내가 그녀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증거였다. 복근에 힘을 주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 충동을 억눌렀다. 그녀의 질벽이 내 성기를 쥐어짜며 정액을 토해내라고 애원하고 있었지만, 나는 거기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내 성기는 그녀의 애액으로 반들거렸다.

나는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한 채,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그녀의 욕망 속 금빛 파도가 잔잔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희망이 깃들었다.

"당신이... 나를 배신한다면..."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땐 정말로 죽여주세요."

"그럴 일은 없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엘라라의 독. 해독제가 어디 있지?"

"알현실... 왕좌 아래 비밀 금고에..."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그녀의 다리가 여전히 후들거렸다. 그녀는 벽에 완전히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녀의 질에서 애액이 계속 흘러내려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좋아."

나는 그녀의 옷 조각을 주워 그녀의 몸을 가렸다.

"일단 여기서 기다려. 나는..."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성 천장 너머, 하늘에 푸른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차원 균열. 내가 이 세계로 전이될 때와 똑같은 현상이었다.

균열이 점점 커졌다. 푸른 마력이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균열 한가운데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형체가 분명해졌다.

사람이었다.

여자였다.

그녀가 땅으로 떨어지기 전, 나는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 왼쪽 다리가 후들거렸다. 독 때문에 시야가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팔로 받아 안았다.

그녀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나는 숨을 멈췄다. 심장이 갈비뼈를 찢을 듯 요동쳤다. 척추를 타고 냉기가 기어올랐다. 손끝이 얼어붙고, 이마에 식은땀이 솟았다.

그녀의 얼굴. 그녀의 눈. 그녀의 입술.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내가 지키지 못했던 얼굴.

"카이드... 오빠?"

유리아가 나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차갑고 떨리는 손이었다.

"오빠! 드디어 찾았어!"

그녀가 내 품에 안겼다. 그녀의 팔이 내 목을 감쌌다. 그녀의 체온이 전해졌다. 그녀의 심장이 내 가슴에 닿아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얼어붙었다. 근육이 돌처럼 굳고, 폐가 얼어붙어 숨이 멎었다.

야망의 속삭임이 발동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을 보고 있는데도, 그녀의 욕망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 색채도, 아무 형태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만 능력이 작동하지 않았다. 공포가 내장을 짓누르며 냉기가 항문까지 파고드는 감각.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스치는 빛을. 푸른 마력의 빛이었다. 비정상적인 빛이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채, 내 귀에 입술을 가져왔다.

"이제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오빠."

그녀의 속삭임이 내 귀를 파고들었다. 그녀의 숨결이 내 피부에 닿았다. 달콤하고 따뜻한 숨결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무언가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우연한 전이가 아니다. 이것은 시작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내 품에 안긴 유리아의 팔이 내 목을 더욱 강하게 조였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