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연합국의 수도 아이언하트는 쇠와 피의 도시였다.
성벽을 감싼 검은 철판은 수백 년간 전장을 견뎌낸 흉터로 얼룩져 있었고, 길가의 대장간에서는 쉴 새 없이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모두 내 갑옷과 검에 시선을 꽂았다. 제국 장교의 예복을 찢어 만든 어깨 망토가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경계의 눈빛이 번졌다.
알리시아의 검을 빼앗아 허리에 찬 채였다.
세르피나는 아직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성 밖 별채에 뉘어두고 왔다. 그녀의 화상은 내 마나로 봉합했지만, 정신적 충격이 더 컸다. 자신을 태우지 않은 남자 앞에서 울다 지쳐 잠든 여자는, 잠결에도 내 손목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용병왕 카이드."
왕좌의 방 입구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예상보다 차가운 목소리였다.
"들어오시죠. 연합국의 여왕 엘라라 드 베르몽 폐하를 알현하실 시간입니다."
근위대장의 손짓을 따라 열린 거대한 철문 너머로, 나는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한 번 느리게 뛰었다. 전장에서 수백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단련된 이 근육들이, 낯선 긴장에 미세하게 경직됐다. 검을 쥔 손바닥이 따끔하게 열을 올렸다.
옥좌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계단이라야 다섯 개. 하지만 그 위에 앉은 여자는 그 낮은 좌대조차 깎아지른 절벽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은발을 틀어 올린 머리 위로 철제 왕관이 빛을 반사했고, 푸른 눈동자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검은 벨벳 드레스는 목부터 발끝까지 단 하나의 살갗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깨 근육이 천천히 이완됐다. 이 긴장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포식자가 가장 위험한 사냥감을 마주했을 때, 본능이 깨어나는 감각이었다.
그 순간, '야망의 속삭임'이 발동했다.
시야가 물들었다. 하지만 알리시아의 은빛 사슬도, 세르피나의 붉은 화염도 아니었다. 엘라라의 욕망은—
—부서진 거울이었다.
수천 개의 조각으로 깨진 거울이 그녀 주위를 떠돌았다. 각 조각마다 다른 얼굴이 비쳤다. 냉철한 여왕, 전략가, 통치자, 재판관. 그리고 그 모든 파편 한가운데, 무릎을 껴안고 웅크린 어린 소녀가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 이 여자가 왕관을 쓰기 전에, 이미 자신을 수천 조각으로 찢어발겼다는 것을.
"네놈이 카이드인가."
그녀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균열 하나 없이 완벽하게 연마된 강철 같았다.
"제국 최강의 검성과 화염 마녀를 단 이틀 만에 무력화시켰다고 들었다. 놀랍군."
나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그녀의 욕망 속 부서진 거울이 흔들렸다. 파편 하나가 조금 더 크게 금이 갔다.
"무력화가 아닙니다."
"뭐라고?"
"그녀들은 지금도 싸울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나를 죽이려 들 수도 있고요."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근위대장이 검자루에 손을 얹었지만, 엘라라가 손가락 하나로 제지했다.
"다만 그녀들은 더 이상 제국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진짜 욕망을 외면하며 싸우는 일이 얼마나 공허한지, 깨달았으니까요."
엘라라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욕망 속에서 거울 조각 하나가 떨어져 나와 바닥에 부딪혔다. 소리 없는 파열.
"흥미로운 표현이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올 때 구두 굽이 돌바닥에 울리는 소리가 규칙적이었다. 완벽한 리듬. 마치 행진하는 병사들의 발소리처럼.
"그럼 물어보지. 네놈이 말하는 '진짜 욕망'이란 게 뭔가?"
그녀가 내 앞 세 걸음 거리에서 멈췄다. 내 키가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젖히지 않았다. 턱을 약간 치켜든 채, 나를 올려다보는 대신 '응시'했다.
나는 미소 지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척 외로우시군요."
근위대장이 숨을 들이켰다. 엘라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욕망 속 거울 조각들이 일제히 떨렸다. 어린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젖은 얼굴이었다.
"무례하군."
"사실입니다."
"내가 외로워 보인다고? 수만 명의 군대를 지휘하고, 수백 명의 참모와 매일 회의하는 내가?"
"그렇습니다."
나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는 파편들을 응시했다.
"폐하께서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습니다.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고,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지고, 두려움도 혼자 삭입니다. 그게 강함이라고 믿으니까요."
엘라라의 입술이 얇게 다물렸다. 그녀의 욕망 속에서 거울 조각 하나가 또 떨어졌다. 이번엔 소리가 났다.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파열음.
"하지만 그건 강함이 아닙니다."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건 그냥, 혼자인 겁니다."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근위대장의 손이 검자루에서 떨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병사들의 구령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엘라라가 갑자기 웃었다. 짧고 건조한 웃음.
"재미있군. 네놈은 내가 상대해온 어떤 적보다 위험하다."
그녀가 뒤돌아 옥좌로 걸어갔다. 계단을 오르며 말을 이었다.
"제안을 하지. 네놈의 그 능력, 상대의 욕망을 읽는 힘을 연합국을 위해 써라. 제국의 여성 지휘관들을 하나씩 무력화시켜라. 그 대가로 연합국이 네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그녀가 옥좌 앞에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왕관이 촛불을 받아 번뜩였다.
"어떤가?"
나는 그녀의 욕망을 다시 읽었다. 부서진 거울은 여전히 떠돌았다. 하지만 금이 간 파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조각들보다 더 깊은 균열. 그 틈새로 무언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검은 안개 같은 것.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이 거래, 이 제안에는 내가 모르는 이면이 있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보라."
"폐하와 단독으로 대화할 시간을 주십시오."
근위대장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폐하, 안 됩니다! 이 자는 제국 검성을 맨손으로 제압한—"
"좋다."
엘라라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모두 물러가라. 나와 이 용병,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을 갖겠다."
근위대장이 항의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녀의 눈빛 한 번에 숨을 삼켰다. 방 안의 근위병들이 조용히 철수했다. 마지막 병사가 문을 닫자, 거대한 철문이 굉음과 함께 굳게 잠겼다.
방 안에는 나와 엘라라, 단둘만 남았다.
촛불이 일렁였다. 그녀의 그림자가 옥좌 뒤 벽면에 길게 드리워졌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엘라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내가 네 번째 계단을 밟았을 때, 그녀의 손이 갑자기 허리춤으로 번개처럼 움직였다.
서걱—
드레스 주름 사이로 뽑아낸 단검이 내 목을 겨누었다. 칼끝이 내 목젖에 닿을 듯 말 듯 멈췄다. 차가운 철의 감촉이 피부에 스쳤다.
"거기까지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욕망 속 거울은 이제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파편들이 서로 부딪히며 불협화음을 냈다. 어린 소녀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네놈은 위험하다, 카이드. 지금 여기서 제거해야 한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왜 찌르지 않으십니까?"
엘라라의 손이 떨렸다. 칼끝이 내 피부를 살짝 긁었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피 한 방울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찌르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아닙니다."
나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단검을 쥔 손목을 감싸듯 잡았다. 그녀의 맥박이 내 손바닥에 전해졌다. 빠르고 강렬한 고동.
"폐하께서는 찌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목을 베어낼 수도 있고요."
내가 그녀의 손목에 살짝 힘을 주자, 그녀의 손가락이 단검에서 미끄러졌다. 무기가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하지만 폐하의 진짜 욕망은 그게 아닙니다."
나는 그녀의 빈 손을 그대로 잡아 내 입가로 가져갔다. 손가락 끝에 묻은 내 피를 그녀가 볼 수 있도록.
"지금 폐하의 마음속에서는 이런 외침이 들리고 있습니다."
엘라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의 욕망 속에서 거울 조각들이 일제히 진동했다. 어린 소녀가 입을 열었다. 소리 없는 절규.
"'나를 멈춰주세요.'"
내가 속삭이자, 엘라라의 숨이 턱 막혔다.
"'아무도 나를 막지 않았어요. 모두가 나에게 기대기만 했어요. 나는 혼자 모든 것을 짊어져야 했어요. 이제 지쳤어요. 누군가 나를 멈춰주세요. 이 왕관을 벗겨주세요. 나를 무너뜨려주세요.'"
"닥쳐라."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갈라졌다.
"닥치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손가락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녀의 맥박이 더 빨라졌다. 욕망 속 거울 조각 하나가 마침내 완전히 깨져 바닥에 흩어졌다.
"당신은 지치셨군요, 여왕 폐하."
나는 그녀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반 걸음 더 다가갔다. 그녀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차가운 민트 향.
"아무도 당신을 멈추지 않았기에."
내 왼손이 올라가 그녀의 왕관에 닿았다. 차가운 철제 테두리. 그녀의 은발을 단단히 조이고 있던 상징.
"이제 멈추셔도 됩니다."
나는 왕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풀려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엘라라가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 처음으로 수분이 맺혔다. 욕망 속 거울들이 하나둘 떨어져 내렸다. 어린 소녀가 일어섰다. 눈물 닦기를 멈추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네놈은… 대체…"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완벽한 강철에 금이 가는 소리.
나는 왕관을 옥좌 옆 탁자에 내려놓고, 다시 그녀를 마주했다. 손을 들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차갑고 매끄러운 피부.
"카이드라고 했나."
그녀가 내 손에 뺨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젖어 있었다.
"내가 만약… 지금 너에게 무너진다면… 연합국은…"
"연합국은 내일도 존재합니다."
나는 그녀의 뺨을 감싼 손으로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하지만 오늘 밤, 폐하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 연합국을 지키는 여왕은 언젠가 진짜로 부서질 겁니다."
엘라라가 눈을 떴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에서, 마지막 남은 거울 조각 하나가 깨졌다.
"그럼…"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스스로. 여왕이 아니라 한 여자로서.
"나를 무너뜨려라."
그 한마디가 그녀의 욕망을 완전히 열었다.
부서진 거울의 파편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쏟아졌다. 수천 개의 조각이 비처럼 흩어지며, 그 안에 갇혀 있던 어린 소녀가 해방되었다. 소녀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더 이상 고통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엘라라는 스스로 움직였다.
그녀의 두 손이 자신의 드레스 깃을 움켜잡았다. 검은 벨벳을 한 번에 찢어내리자, 단추가 사방으로 튀었다. 찢어진 천 사이로 창백한 쇄골과 어깨가 드러났다. 그녀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내 손목을 잡아당겼다. 나를 옥좌로 끌어당기는 힘이 예상보다 강했다.
"망설이지 마."
그녀가 명령했다. 여왕의 말투였지만, 그 눈빛은 애원이었다.
"내가 스스로 무너지기 전에, 네가 먼저 나를 부숴."
나는 그녀를 안아 옥좌에 앉혔다. 찢어진 드레스 사이로 손을 넣어 등 부분을 완전히 끌어내렸다. 후크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그녀의 등이 드러났다. 창백한 피부 위로 견갑골이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수년간 혼자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뼈에 새겨진 듯했다.
나는 그 견갑골 사이에 입술을 댔다. 척추 라인을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혀로 쓸어내렸다. 땀과 은은한 장미 오일 향이 혀끝에 퍼졌다.
엘라라의 숨이 갈라졌다.
"아…"
짧고 억눌린 신음이었다. 그녀의 등 근육이 내 혀끝 아래에서 경련하듯 긴장했다 풀어졌다. 척추를 타고 내려가던 내 혀가 그녀의 허리까지 닿았을 때, 그녀의 손이 옥좌 팔걸이를 움켜잡았다.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처음이군요."
내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누군가에게 등을 맡기는 것이."
"……그래."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굵어져 있었다.
"처음이다. 이런 건."
나는 그녀의 드레스를 완전히 벗겨냈다. 검은 벨벳이 바닥에 흘러내리며, 그녀의 나신이 촛불 속에 드러났다. 가느다란 어깨와 날카로운 쇄골. 작지만 단단한 유방과 옅은 분홍빛 유두.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야윈 옆구리. 그리고—
나는 그녀의 왼쪽 옆구리에 손을 얹었다. 거기에는 길고 얇은 흉터가 있었다. 단검에 베인 상처였다. 오래된 것. 거의 10년은 된 듯한.
"이건…"
"15살 때였다."
엘라라가 낮게 읊조렸다.
"아버지가 암살당했을 때, 나도 같이 찔렸다. 하지만 살아남았지. 그날 이후로 나는 누구에게도 등을 맡기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너에게 등을 맡기고 있어."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흉터에 입을 맞췄다. 입술로 오래된 상처의 결을 따라 천천히 더듬었다. 혀끝이 두꺼워진 흉터 조직을 핥자, 그녀의 허벅지가 떨렸다.
"더 깊이."
내가 명령했다.
"나에게 기대는 법을 배우십시오, 폐하."
내 오른손이 그녀의 유방을 감쌌다. 손바닥 안에서 그녀의 유두가 단단하게 경직되었다. 나는 엄지로 그 작은 돌기를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동시에 왼손은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매끈한 살결이 손바닥을 타고 흘렀다.
엘라라가 몸을 뒤로 젖혔다. 그녀의 등이 내 가슴에 완전히 닿았다. 나는 그녀의 목덜미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라인을 혀로 핥았다. 소금기 섞인 땀맛이 혀끝에 퍼졌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그녀가 신음 사이로 중얼거렸다.
"나는 여왕이다… 이런 꼴로…"
"여왕이기 전에."
내가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당신은 한 명의 여자입니다. 외로운 여자."
내 손가락이 그녀의 음부에 닿았다. 음모는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음순은 이미 애액으로 젖어 끈적였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다. 수년간 억눌러온 모든 것이 지금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검지로 음핵을 찾아 살짝 압박했다. 작은 돌기가 손가락 끝에서 맥박치듯 떨렸다.
"아앗…!"
엘라라가 처음으로 큰 소리로 신음했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애액이 더 많이 흘러나와 내 손가락을 적셨다.
"여기서 느껴집니까?"
내가 그녀의 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당신의 욕망이, 당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갈망해왔는지."
나는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뜨겁고 좁은 질벽이 내 손가락을 단단히 조여왔다. 엘라라가 비명을 삼키며 내 어깨를 움켜잡았다. 그녀의 손톱이 내 피부를 찔렀다.
"조여옵니다. 이렇게나 꽉."
나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를 느끼며 깊숙이, 그리고 다시 빼내며. 그녀의 질 내벽이 내 손가락을 빨아들이듯 수축했다. 애액이 내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흘러내려 옥좌의 벨벳을 적셨다.
"네놈이… 네놈이 날 이렇게…"
엘라라의 목소리가 울먹였다. 하지만 그녀의 질은 더 세게 내 손가락을 물었다. 몸은 정직했다.
"충분합니다."
나는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려 내 무릎 위에 앉혔다. 그녀의 등을 내 가슴에 기댄 채, 그녀의 엉덩이를 내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 위에 밀착시켰다. 귀두가 그녀의 음순 사이로 파고들었다. 뜨거운 살결이 젖은 음순을 가르며 미끄러졌다.
"이제 당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십시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천천히 내려앉혔다. 귀두가 그녀의 질 입구를 비집고 들어갔다.
"하아아…"
엘라라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녀의 질벽이 나를 단단히 조이며 저항했다. 수년간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은 육체가 낯선 침입자에 경련했다. 질 입구가 내 귀두를 물고 놓지 않았다.
"숨을 내쉬십시오."
내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나를 믿고."
"……믿을 수 없어."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그게 내가 15년 동안 살아남은 방법이야."
"그럼 오늘 처음으로 믿어보십시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더 세게 잡고,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밀어 올렸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질벽이 내 성기를 한 겹 한 겹 감싸며 빨아들였다.
엘라라의 입에서 말갛게 질식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의 질이 나를 완전히 삼켰다. 뜨겁고, 젖고, 비좁은 공간. 그녀의 질벽이 내 성기 전체를 물고 늘어졌다. 질 깊숙한 곳에서 작은 경련이 일어나 내 귀두를 감쌌다.
"이게… 이것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처음으로 작은 미소가 번졌다.
"내가 무서워했던 거야…? 이런 걸…?"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리고 깊게. 그녀의 질벽을 성기로 밀어 올리며,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자극했다. 질 내벽의 주름이 내 성기를 따라 밀려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녀의 애액이 내 성기를 타고 흘러내려 우리 둘의 허벅지를 적셨다.
"아… 아아…!"
엘라라가 리듬에 맞춰 신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억누르려 애쓰는 듯했지만, 내가 속도를 높이자 그녀의 입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더 깊이, 더 세게 조여왔다.
"좋아… 좋아아…!"
그녀가 내 목을 팔로 감아 안았다. 그녀의 얼굴이 내 어깨에 파묻혔다. 뜨거운 눈물이 내 피부를 적셨다.
"멈추지 마… 제발… 더…!"
그녀의 엉덩이가 내 허리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로 리듬을 타며 더 깊은 삽입을 갈망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음핵을 다시 자극했다. 엄지로 젖은 음핵을 원을 그리며 문지르자, 그녀의 질이 격렬하게 수축했다.
"동시에 갑니다."
내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가장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귀두가 그녀의 자궁 입구에 닿을 만큼 깊게. 그녀의 질벽이 내 성기 전체를 따라 파도처럼 수축하기 시작했다. 리드미컬한 경련이 질 입구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번져나갔다.
"아… 아아아아아앗—!"
엘라라가 절규했다.
그녀의 질이 격렬하게 경련했다. 질벽이 내 성기를 리드미컬하게 조이며 오르가즘을 토해냈다. 수축의 강도가 점점 더 거세졌다. 그녀의 전신이 떨렸다. 허벅지가 내 허리를 조였고, 배가 경련했으며, 가슴이 떨렸다. 어깨에서 손끝까지, 발가락까지 모든 근육이 동시에 수축했다. 그녀는 내 품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질벽의 경련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녀의 애액이 내 성기를 타고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 순간, 나도 그녀의 질 안에 사정했다. 뜨거운 정액이 그녀의 자궁 입구에 쏟아졌다. 그녀의 질벽이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듯 수축했다. 내 성기가 박동할 때마다 그녀의 질도 함께 수축하며 정액을 더 깊이 빨아들였다. 정액이 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이 내 성기에도 전해졌다. 끈적하고 뜨거운 액체가 우리 둘의 결합부를 완전히 적셨다.
사정이 끝난 후에도 그녀의 질은 수차례 더 작게 경련했다. 질벽이 내 성기를 놓지 않고 계속 조물거렸다. 나는 잠시 움직이지 않고 그 잔여 경련을 느꼈다.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려는 듯 집요하게 수축했다.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엘라라의 욕망 속에서, 부서진 거울은 완전히 사라졌다.
어린 소녀가 일어서서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더 이상 눈물은 없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처음입니다…"
엘라라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속삭였다. 그녀의 질이 아직도 미약하게 경련하며 내 성기를 조물거렸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얼굴. 하지만 그 눈동자는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 안에는 내가 있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진심 어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고맙다, 카이드."
그녀가 내 뺨을 어루만졌다. 여왕의 손이 아니라 한 여자의 손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번진 미소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지은, 진짜 웃음이었다.
"나와 동맹을 맺어주겠나. 진심으로."
그녀의 욕망 속에서, 그녀가 내민 손을 내가 잡았다. 어린 소녀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파편을 받아들이고, 완전한 한 사람의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깨졌던 거울 조각들이 하나둘 떠올라 허공에서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금이 간 자국은 그대로였지만, 그 균열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더 이상 부서진 거울이 아니라, 별자리처럼 빛나는 하나의 완성된 거울이었다.
"물론입니다."
내가 대답하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 안정되어 갔다. 촛불이 일렁이며 우리 둘의 그림자를 벽면에 겹쳐 비추었다.
"제국의 서부 전선이 생각보다 취약하더군요."
엘라라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가슴에 무언가를 그렸다. 지도였다.
"라비나가 가져온 정보야. 그녀는 내 그림자이자 가장 날카로운 칼이지. 그 칼이 오늘 밤,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을 가리켰어."
나는 그녀의 손가락이 멈춘 지점을 내려다보았다. 제국과 연합국의 경계선. 그녀의 손톱이 그 선을 따라 천천히 긋자, 붉은 자국이 남았다.
"내일 아침, 이 정보가 전군에 배포되면 전쟁의 판도가 바뀔 거야."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네가 오늘 밤 나를 무너뜨렸기에, 내일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어."
내가 대답하려는 순간—
—쉬이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엘라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카이…!"
그녀가 나를 밀쳐냈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푸슉.
작은 독침이 엘라라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그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됐다. 검은 독이 침이 꽂힌 부위에서부터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폐하!"
내가 쓰러지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녀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드디어… 찾았다…"
옥좌 방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쾌하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짧은 흑발과 붉은 눈동자. 가죽으로 만든 쫄깃한 암살복이 그녀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감싸고 있었다.
라비나 크로우.
연합국 최강의 암살자. 그리고 엘라라의 최측근.
"당신이 카이드군요."
그녀가 싱긋 웃으며 내게 손가락 총을 겨누었다.
"소문대로 멋지시네. 알리시아와 세르피나를 단 이틀 만에 무릎 꿇린 남자."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야망의 속삭임'이 발동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녀의 욕망을.
—검은 사슬이었다.
하지만 알리시아의 은빛 사슬과는 달랐다. 이 사슬은 수천 개의 자물쇠로 가득 차 있었다. 각 자물쇠마다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가 섬겼던 주인들의 이름. 그리고 모든 자물쇠는 열려 있었다.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충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슬의 가장 깊은 곳에, 단 하나, 굳게 닫힌 자물쇠가 있었다. 작고 녹슨 자물쇠. 거기에는 아직 아무 이름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그녀의 진짜 욕망.
'자신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을 찾는 것.
라비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욕망 속 사슬은 서로 부딪히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모든 자물쇠가 열린 채로 덜컹거리며, 그녀의 영혼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당신은 그녀를 정복했다고 생각하나요?"
라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손에서 또 하나의 독침이 튀어나왔다.
"그건 착각입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입니다, 용병왕."
내 품에서 엘라라가 신음했다. 독이 그녀의 어깨에서 가슴 쪽으로 번지고 있었다. 내 손이 그녀의 상처를 눌렀다. 끈적한 검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왔다.
라비나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늘어지며,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녀가 내 귀에 속삭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숨결이 내 피부에 닿았다. 시큼한 철분 냄새.
"당신이 진짜로 정복해야 할 여자는… 아직 멀었답니다."
그녀의 욕망 속에서, 그 닫힌 자물쇠가 살짝 떨렸다. 마치 누군가 열쇠를 가까이 가져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