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서류를 찢어버려, 한겸.
기억 속에서 한세아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3년 전, 그가 첫 던전에 끌려가던 날 새벽. 누나가 낡은 호신용 부적을 그의 손에 쥐여주며 했던 말. 그때는 몰랐다. 그 부적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그녀가 협회 도서관 금서고에서 3년간 찾아낸 유일한 보호 주문이었다는 걸.
서지원이 품에서 낡은 서류 뭉치를 꺼내는 대신, 한겸은 그 기억을 직접 꺼내들었다. 그의 의지가 던전에 닿자, 심핵의 벽면이 일제히 빛났다. 돌 표면에 3년 전의 장면이 환영처럼 투영됐다.
그 순간, 심핵 깊은 곳에서 올라온 촉수가 한겸의 허벅지 안쪽을 스치며 기어올랐다. 검고 매끈한 촉수 끝이 그의 대퇴부를 감싸고, 사타구니 언저리를 더듬었다. 던전이 그의 분노를 감지하고, 그 감정을 성적 에너지로 변환해 그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한겸은 촉수를 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의지가 촉수를 붙잡아 더 세게 조였다. 촉수가 그의 고환을 감싸고 살짝 압박했다. 그의 성기가 바지 안에서 반쯤 발기했다.
회의실. 백청화의 서명이 찍힌 서류. ‘이한겸, F급, 던전 에고 적합도 97.3%’. ‘강제 융합 실험 대상으로 선정, S급 던전 투입 승인’. 차민규의 비웃음. 그리고 그 서류를 들고 떠는 백청화의 손.
“이걸... 내가 결재했다고?”
환영 속 백청화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서류 모서리를 찢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한겸이라는 이름 옆에 ‘승인’ 도장이 찍힌 지 사흘이 지나 있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서류를 내려놓으려다 두 번이나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좌우로 흔들렸다. 뭔가를 기억해내려는 듯, 혹은 지우려는 듯. 그녀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맺혔다.
동시에, 심핵의 다른 벽면에서 백청화의 신음이 메아리쳤다. 현재 그녀의 목소리였다. “으응... 한겸...” 촉수에 묶인 그녀의 신음이 돌벽을 타고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고통인지 쾌락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경계의 떨림이었다.
심핵이 흔들렸다. 돌가루가 천장에서 쏟아졌다. 서지원이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넌 처음부터 희생양이었어. F급인데 에고 적합도가 S급 헌터들보다 높았으니까. 협회는 네가 던전과 융합하는 순간의 데이터를 원했고, 차민규는 그걸 실행했어. 그리고 백청화는...”
“닥쳐.”
한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의 그림자가 뿔을 세우고 솟아올랐다. 심핵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진동했다. 복도 벽면에서 검은 촉수들이 돋아나 허공을 휘저었다. 서지원이 뒷걸음질 쳤지만, 그녀의 발목을 잡은 건 그림자뿐이 아니었다.
한겸의 두 눈이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동공과 홍채의 경계가 지워졌다. 그의 입술 사이로 인간의 것이 아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가... 실험이라고?”
그 순간, 심핵 깊은 곳에서 백청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하고, 떨리지만, 분명했다.
“한겸... 여기로 와.”
던전 의지가 반응했다. 차민규의 몸을 숙주 삼아 심핵의 통제권을 잠식하던 검은 실들이 일제히 꿈틀거렸다. 한겸의 분노가 만든 균열을 타고, 에고가 그의 의식을 집어삼키려 달려들었다. 서지원이 소리쳤다.
“정신 차려! 지금 던전이 널 먹으려고 해!”
하지만 한겸은 이미 공간을 접었다. 서지원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심핵의 가장 깊은 방으로 전이되어 있었다.
백청화가 거기 있었다.
그녀는 공중에 떠 있었다. 손목과 발목을 휘감은 검은 촉수들이 그녀를 대지에서 30센티미터쯤 띄워 놓았다. 은빛 머리카락이 허공에 흩어져 천천히 흔들렸다. 그녀의 흰 수트는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찢긴 틈 사이로 드러난 허벅지와 복부에는 붉은 촉수 자국이 선명했다. 더 노골적으로, 촉수 하나가 그녀의 찢긴 바지 사이로 파고들어 허벅지 안쪽을 더듬고 있었다. 그녀의 속옷은 이미 젖어 투명해져 있었고, 촉수 끝이 그 젖은 천 위로 음부의 윤곽을 따라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지만, 한겸이 나타나자 초점을 되찾았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냐.”
한겸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천천히 백청화를 훑었다. 그녀의 찢긴 옷 사이로 드러난 유두가 차가운 공기에 단단하게 서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애액이 번들거렸다. 촉수가 그녀의 음부 위에서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질 입구에서 새로운 애액이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굴복한 짐승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질문이었다. 진짜 질문.
“뭘 원하냐고.”
한겸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광기와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공허가 담겨 있었다.
“나를 버린 세상을. 내 발아래 굴복시키는 것.”
백청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은빛 속눈썹이 떨렸다. 촉수들이 그녀의 팔목을 더 세게 조였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무릎을 구부렸다. 촉수들이 그녀를 놓지 않자,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에 손톱을 박아 강제로 몸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피가 났다.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촉수들이 풀렸다.
백청화가 바닥에 내려섰다. 맨발이 차가운 돌에 닿았다. 그녀는 잠시 비틀거렸지만, 곧 무릎을 꿇었다. 두 무릎을 가지런히 모았다. 찢긴 수트 자락이 바닥에 깔렸다. 그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고개를 들어 한겸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그의 검은 형체가 비쳤다.
“그렇다면.”
백청화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끊기지 않았다.
“내가 첫 번째가 되어 주겠다.”
그리고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마치 의식을 치르듯. 한 걸음, 두 걸음. 그녀의 맨발이 차가운 돌바닥에 소리 없이 닿았다. 그녀의 은발이 움직임에 따라 허공에 흩어졌다. 그녀가 한겸의 바로 앞에 섰다. 그녀의 키가 그보다 조금 작아서, 그녀는 살짝 발돋움해야 했다.
그녀의 손이 올라왔다. 떨리는 손가락이 그의 뺨에 닿았다.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체온이 있었다. 인간의 체온.
“나는... 7년 전에 이미 죽은 목숨이야.”
백청화가 속삭였다. 그녀의 숨결이 한겸의 입술에 닿았다. 그녀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입술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말을 꺼내기까지 긴 침묵이 흘렀다.
“프로젝트 동토. 그게 내 첫 번째 이름이었어. 피험체 1호.”
한겸의 검은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녀의 동공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충격인지 분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떨림이 그의 턱선을 스쳤다.
“내가 첫 번째 피험체였어. 협회가 만들어낸 첫 번째 인공 S급. 던전의 에고를 인간에게 주입하는 실험. 나는 성공했고... 그래서 살아남았어. 완벽한 S급이 된 척, 성녀인 척. 하지만 내 안에는 항상 이 어둠이 있었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뜨거운 액체가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그녀의 손등에 떨어졌다. 한겸의 손이 순간적으로 경련했다. 그녀의 눈물이 닿은 자리가 따가웠다.
“네가 버려지던 날... 나는 서류에 서명했어. 협회가 시켰으니까. 거부하면 내가 오염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알았어. 너도 나와 똑같은 존재가 될 거라는 걸. 그래서 망설였어. 그래서...”
그녀의 입술이 다가왔다.
키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가벼운 접촉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한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그의 뺨을 스쳤다. 그녀의 혀끝이 그의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그 순간, 한세아의 부적이 반짝였다.
한겸의 가슴 속 깊은 곳, 그가 인간이었을 때의 마지막 파편이 미약하게 빛났다. 3년 전 한세아가 건넨 낡은 호신용 부적. 그가 던전과 융합할 때도 사라지지 않고 그의 심핵 어딘가에 남아 있던 그 조각이, 백청화의 입술이 닿는 순간 반응했다.
한겸의 눈에서 검은 빛이 한순간 흔들렸다.
그의 손이 올라왔다. 무의식적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오른손이 그녀의 뒷목을 감쌌다. 그녀의 은발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틀어쥐고 그녀의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목이 길게 드러났다. 푸른 핏줄이 가느다랗게 뛰고 있었다.
그가 키스를 되받았다.
이번에는 그의 혀가 그녀의 입을 침범했다. 거칠고 깊었다. 그녀의 혀가 그의 혀와 만나자,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양손이 그의 가슴을 짚었다. 그녀의 손바닥이 그의 심장 위에 얹혔다. 그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인간의 리듬으로. 부적의 빛이 점점 더 밝아졌다. 따뜻한 온기가 그의 가슴에서 퍼져나가 팔과 다리, 손끝까지 번졌다. 3년 만에 처음 느끼는 체온이었다.
“주인.”
백청화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속삭였다. 그 말은 그녀의 입술 사이로 그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나의 주인.”
한겸이 그녀의 수트를 찢었다. 이미 찢겨 있던 천이 미련 없이 갈라졌다. 그녀의 상체가 완전히 드러났다. 그녀의 가슴은 예상보다 작고 단단했다. 그녀의 유두는 진한 분홍빛이었고, 공기에 노출되자 곧바로 단단하게 서올랐다. 한겸은 그녀의 왼쪽 가슴을 손아귀에 넣었다. 차가운 피부 아래로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그가 유두를 엄지로 비비자, 그녀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응...”
그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의 손톱이 그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한겸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의 등이 차가운 심핵의 벽면에 닿자, 그녀의 몸이 움찔했다. 그가 허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로 밀어넣었다. 그녀의 허벅지가 벌어졌다. 그녀의 찢긴 바지 사이로 젖은 속옷이 드러났다. 짙은 애액이 속옷을 적셔 투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방의 구석에서 검은 실들이 꿈틀거렸다. 차민규의 몸을 타고 심핵을 잠식하던 던전 의지의 촉수들이었다. 그것들은 마치 두 사람을 관찰하듯 공중에서 천천히 맴돌았다. 벽면에 금이 갔다. 심핵의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던전 전체가 한겸의 감정에 반응해 진동하고 있었다.
“이미 이렇게 젖었어.”
한겸의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 그는 검은 실들을 무시했다. 오히려 그의 의지가 뻗어나가 촉수 하나를 붙잡았다. 촉수가 그의 명령에 따라 백청화의 속옷을 찢어내렸다. 그녀의 음부가 드러났다. 음모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대음순 사이로 붉은 속살이 번들거렸다. 그가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질 입구에 갖다 댔다. 그녀의 애액이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연하지.”
백청화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당신이... 나를...”
그녀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한겸이 손가락을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넣었다. 두 마디가 한 번에 들어갔다. 그녀의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단단히 조였다. 뜨겁고, 젖어 있었고, 근육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그녀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막으려는 듯, 하지만 더 세게 당기려는 듯.
“나를... 어떻게 했는지... 계속 생각나서...”
그녀의 고백은 신음 사이로 토막났다. 한겸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안쪽으로 밀어넣었다가 빼내고, 다시 더 깊이 찔러넣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질벽을 긁을 때마다, 그녀의 허벅지가 떨렸다. 애액이 그의 손등을 타고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실들이 두 사람의 주위를 더 빠르게 맴돌았다. 벽면이 진동하며 돌가루를 쏟아냈다. 던전 의지가 한겸의 쾌락을 감지하고 반응하고 있었다. 그의 감각이 던전 전체로 확장되면서, 방 안의 공기 자체가 무거워졌다. 중력이 일그러졌다. 백청화의 머리카락이 위로 솟구쳤다. 그녀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 하지만 한겸의 손가락은 그녀의 질 안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그가 중력을 되돌리자, 그녀의 몸이 다시 그의 손가락 위로 내려앉았다. 더 깊이.
“아앗!”
그녀의 질벽이 경련했다. 중력의 변화가 자궁 깊숙한 곳까지 자극한 것이다.
“그때... 던전에서... 나를 살리려 했던 거냐.”
한겸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광기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동시에 그의 의지가 또 다른 촉수를 움직였다. 가느다란 검은 실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가 음부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
백청화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촉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질이 더 강하게 수축했다.
“나는... 널 구하려고... 하지만 협회가... 내가 오염된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복종할 수밖에...”
그녀의 말이 다시 끊겼다. 이번에는 한겸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녀의 두 다리를 어깨에 올렸다. 그녀의 허벅지가 그의 귀 옆에서 떨렸다. 그가 그녀의 음부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대음순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의 질 입구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그의 혀끝에 닿았다. 짜고 약간 비릿했다. 그가 혀를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아앗!”
그녀의 허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녀의 두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틀어쥐었다. 그녀의 질벽이 그의 혀를 압박했다. 그가 혀를 움직여 그녀의 질벽 주름을 하나하나 핥았다. 그녀의 클리토리스가 딱딱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가 혀로 그 작은 돌기를 누르자, 그녀의 전신이 경련했다.
“거기... 거긴...”
그가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입술로 빨아들였다. 동시에 손가락 두 개를 다시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넣었다. 손가락은 깊이 찌르고, 입술은 부드럽게 빨았다. 두 개의 감각이 그녀를 동시에 공격했다. 그녀의 허벅지가 그의 머리를 조였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짧아졌다. 애액이 그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촉수 하나가 그녀의 유두를 감쌌다. 가느다란 검은 실이 그녀의 젖꼭지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살짝 조였다. 동시에 다른 촉수가 그녀의 항문 주변을 스쳤다. 그녀의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간다... 나... 갈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의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격렬하게 수축시켰다. 그녀의 전신이 떨렸다. 그녀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가, 천천히 풀어졌다. 그녀가 절정에 도달한 순간, 그녀의 애액이 그의 손바닥을 완전히 적셨다. 동시에 심핵 전체가 진동했다. 벽면의 금이 더 넓어졌다. 던전 의지가 그녀의 오르가즘을 감지하고 반응한 것이다.
한겸이 일어섰다. 그의 바지를 내렸다. 그의 성기는 완전히 발기해 있었다. 귀두는 검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귀두 끝에서는 투명한 쿠퍼액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녀의 다리를 잡아 자신의 허리에 감았다. 그녀의 발목이 그의 허리 뒤에서 교차했다.
“받아들여라.”
그가 말했다. 명령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예.”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가 성기를 그녀의 질 입구에 대었다. 귀두가 그녀의 대음순을 밀어내고 질 입구에 닿았다. 뜨거운 살점이 차가운 그녀의 입구와 만나자, 그녀의 몸이 움찔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리를 밀어넣었다.
“으응...!”
그녀의 질벽이 그를 감싸왔다. 한 겹 한 겹, 주름이 그의 성기를 훑으며 조여왔다. 뜨거웠다. 젖어 있었다. 그리고 살아 있었다. 그녀의 질 안은 인간의 체온으로 가득했다. 한겸의 허리가 저절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자궁 입구까지 닿았다. 그녀의 질이 그의 성기 전체를 완전히 삼켰다.
“크으...”
한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인간의 신음. 던전의 지배자가 아닌,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빼냈다가, 다시 밀어넣었다. 그녀의 질벽이 그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애액과 그의 쿠퍼액이 뒤섞여 희뿌연 거품을 만들었다. 거품이 두 사람의 성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터지며 소리를 냈다. 젖은 살점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검은 실들이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 춤췄다. 촉수들이 벽면을 타고 기어다니며 심핵의 심장박동을 더 빠르게 만들었다. 던전 전체가 그들의 교접에 반응해 숨 쉬고 있었다. 한겸이 허리를 찌를 때마다, 천장에서 돌가루가 쏟아졌다. 그가 그녀의 자궁 입구를 밀어낼 때마다, 바닥이 진동했다. 던전 의지가 그의 쾌락을 먹고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검은 실 하나가 한겸의 통제를 벗어났다. 던전 의지가 그의 집중이 약해진 틈을 타 촉수를 움직인 것이다. 그 촉수는 백청화의 입가로 다가가더니, 그녀의 입술을 억지로 벌리고 구강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촉수가 밀려들어갔다. 그녀의 목이 바깥에서 보일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읍... 읍읍!”
백청화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촉수가 그녀의 입 안에서 혀를 감고, 목구멍을 왕복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촉수 하나가 그녀의 항문을 찾아 기어들어갔다. 좁은 후문이 억지로 벌어지며 촉수를 삼켰다. 그녀의 질벽이 미친 듯이 수축했다. 세 개의 구멍이 동시에 침범당한 것이다.
한겸은 잠시 몸을 멈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촉수들을 응시했다. 던전 의지가 그의 허락 없이 그녀를 범하고 있었다.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그 광경이 그를 더 흥분시켰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질 안에서 더 단단해졌다. 질투였다. 던전 의지가 자신의 여자를 탐한다는 사실이, 그의 이성을 불태웠다.
“내 허락 없이...!”
한겸이 의지를 뻗어 촉수들을 제압하려 했다. 그러나 던전 의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촉수들이 더 대담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입 안을 범하던 촉수가 더 깊이 들어가 식도를 자극했다. 그녀의 항문을 범하던 촉수가 장벽을 긁으며 회전했다. 그녀의 전신이 격렬하게 떨렸다. 눈물과 침, 애액이 뒤섞여 그녀의 턱과 허벅지를 적셨다.
“더... 더...”
백청화가 촉수에 막힌 입으로 신음했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쾌락과 고통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그녀의 질벽이 한겸의 성기를 격렬하게 조였다. 그 수축이 그의 이성을 흔들었다.
한겸은 이를 악물었다. 던전 의지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끓어올랐다. 분노, 질투, 쾌락이 뒤섞인 감정이 그의 가슴을 찢었다. 그는 통제를 포기했다. 대신, 그의 의지가 던전 의지와 경쟁하듯 더 거칠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가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촉수들이 그녀의 입과 항문을 범하는 속도에 맞춰, 그의 성기가 그녀의 질을 찔렀다. 세 개의 구멍이 동시에, 같은 리듬으로 범해졌다. 던전 의지와 한겸이 그녀를 두고 경쟁하듯, 더 깊이, 더 빠르게.
“으응...! 으읍...! 아...!”
그녀의 신음이 촉수에 막혀 토막났다. 그녀의 전신이 경련했다. 그녀의 질벽이 미친 듯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그녀의 클리토리스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녀의 자궁 입구가 열리고 닫혔다. 그녀가 연속으로 절정에 도달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녀의 애액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와 바닥에 고였다.
그때, 한겸의 가슴 속 부적이 다시 한 번 반짝였다. 그 빛이 그의 성기를 타고 그녀의 질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체온이 갑자기 뜨겁게 느껴졌다. 인간의 체온. 살아있는 여자의 체온. 한겸은 그 온기에 숨이 막혔다. 3년 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었다. 그녀의 질벽이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녀의 애액이 더 이상 이물감이 아니었다. 그녀의 신음이 더 이상 소음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인간이,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함께... 가자...”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임이었다. 촉수가 잠시 그녀의 입에서 빠져나온 틈에, 그녀가 겨우 말을 뱉어냈다.
한겸이 마지막으로 깊이 찔러넣었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자궁 입구를 밀어내고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 그 순간, 그녀의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했다. 그녀가 마지막 절정에 도달했다. 그녀의 질 안이 그의 성기를 짓눌렀다. 그 압박에 한겸도 사정했다. 그의 정액이 그녀의 질 안으로 뜨겁게 쏟아져 들어갔다. 몇 번의 격렬한 사출이 있었다. 정액이 그녀의 자궁 입구를 때리고, 질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동시에 그녀의 입과 항문을 범하던 촉수들도 정체 모를 검은 액체를 분출했다. 액체가 그녀의 입 안을 가득 채우고, 항문에서 흘러넘쳐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다.
동시에 심핵 전체가 폭발하듯 진동했다. 벽면의 금이 순식간에 넓어졌다. 천장이 갈라졌다. 검은 실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구쳤다. 던전 의지가 그의 오르가즘을 흡수하며 일시적으로 힘을 얻은 것이다. 방 안의 공기가 일그러졌다. 중력이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하아... 하아...”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심핵에 울렸다. 한겸이 천천히 그녀에게서 몸을 뗐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질에서 빠져나오자,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액체가 그녀의 질 입구에서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다. 그녀의 입에서는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녀의 항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한겸이 자신의 볼에서 흘러내리는 무언가를 느꼈다.
뜨거운 액체였다. 그가 손을 올려 뺨을 만졌다. 젖어 있었다. 눈물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울고 있었다. 눈물이 그의 턱을 타고 떨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심핵의 차가운 돌바닥에 그의 눈물이 닿았다.
그 자리에서 작은 꽃이 피어났다.
하얀 꽃잎이 돌을 뚫고 올라왔다. 빛을 내지는 않았지만, 그 꽃잎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한겸이 그 꽃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서 검은 빛이 조금 옅어졌다. 그의 동공에 다시 경계가 생겼다. 부적의 온기가 아직 그의 가슴에 남아 있었다. 백청화의 체온이 아직 그의 성기에 남아 있었다.
“내가... 아직 인간이었나?”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렸다.
백청화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몸은 정액과 땀, 검은 액체로 엉망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평온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발등에 손을 얹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넌 아직 인간이야. 나처럼... 오염됐지만... 그래도.”
바로 그때, 심핵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벽면에 금이 갔다. 공간 자체가 비틀렸다. 한겸의 감각이 던전 전체로 확장됐다. 그는 보았다. 그의 ‘심연의 회랑’ 바깥에, 그것이 있었다.
거대한 던전. 그의 던전보다 수십 배는 더 큰, 살아있는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입은 그의 던전 전체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던전의 심장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겸과 똑같은 목소리.
“드디어 찾았다, 나의 일부여.”
그 순간, 거대한 던전의 심장부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검은 파동이 공간을 찢으며 심핵을 강타했다. 그 충격은 정확히 한겸과 백청화가 아직 결합된 지점을 관통했다. 한겸의 성기가 아직 그녀의 질 안에 반쯤 남아 있는 상태에서, 외부의 충격이 두 사람의 결합 부위를 강제로 흔들었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질벽을 격하게 긁으며 움직였다. 그녀의 질 안에 남아 있던 정액과 애액이 충격으로 사방으로 튀었다.
“크으윽!”
한겸이 신음했다. 충격파가 그의 성기를 타고 척추를 관통해 뇌수까지 전달됐다.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감각이 그의 전신을 마비시켰다. 동시에 백청화의 질벽이 경련하며 그의 성기를 다시 한 번 조였다. 그녀의 몸이 충격으로 위로 튕겨 올랐다가, 그의 성기 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강제로 한 번 더 삽입이 일어난 것이다.
“아앗!”
백청화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자궁 입구가 충격으로 열리며, 그의 귀두가 그녀의 자궁 안까지 밀려 들어갔다. 그녀의 전신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녀의 눈이 뒤집혔다. 그녀의 질벽이 미친 듯이 수축하며 그의 성기를 압박했다. 충격이 성적 쾌락으로 변환되어 그녀를 덮친 것이다.
두 사람의 몸이 충격파에 의해 강제로 떨어졌다. 한겸의 성기가 그녀의 질에서 빠져나오며, 정액과 애액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백청화도 반대편 벽으로 날아갔다. 그녀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심핵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돌덩이가 떨어졌다. 바닥이 갈라졌다. 거대한 던전의 의지가 그의 던전을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서지원이 공간을 찢고 심핵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공간을 통과하는 순간, 던전의 성적 법칙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의 전투복이 가슴 부분에서 찢겨 나갔다. 그녀의 왼쪽 유방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녀의 유두는 충격과 공포로 단단하게 서 있었다. 동시에 검은 촉수 하나가 허공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촉수가 그녀의 바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변태 같은 던전!”
서지원이 이를 갈며 촉수를 베어냈다. 그녀의 손에서 푸른 검기가 번쩍였다. 촉수가 잘려나가며 검은 액체를 뿌렸다. 그녀는 찢긴 옷을 추스를 틈도 없이 소리쳤다.
“이한겸! 이 던전이 다른 던전의 먹잇감이 되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가 심핵에 울렸다. 그녀의 드러난 가슴이 거친 숨결에 오르내렸다. 잘린 촉수에서 흘러나온 검은 액체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다른 손으로 검을 휘둘러 또 다른 촉수를 베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심핵 깊은 곳을 응시했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가 무언가를 보았다. 심핵의 균열 너머로, 차민규의 몸이 검은 실에 완전히 잠식되어 가는 광경이었다. 그의 입이 벌어지고, 눈이 뒤집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검은 액체가 바닥에 고여, 천천히 한겸이 있는 방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한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바닥에 핀 작은 흰 꽃을 내려다보았다. 꽃잎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도, 이 던전도, 곧 사라질 것처럼.
그리고 거대한 던전의 입이, 심연의 회랑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