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심핵의 벽이 한겸의 맥박과 반대로 뛰기 시작했다.

쿵. 쿵쿵.

허공에서 비틀거리던 그의 시선이 백청화에게 꽂혔다. 대(大)자로 구속된 그녀의 몸을 감고 있던 촉수들이 일제히 이완됐다. 던전 의지의 반란이 심핵의 통제력을 잠식하면서, 그녀를 옭아맨 구속구도 느슨해진 것이다. 촉수 하나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스치며 풀려나자, 백청화의 입에서 억눌렸던 신음이 새어나왔다.

"으……응……."

그녀의 허리가 무의식적으로 떨렸다. 촉수가 남긴 점액이 허벅지 안쪽으로 흘러내렸고, 그녀의 질 입구는 오랜 구속에도 불구하고 충혈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한겸의 시선이 그 붉은 속살을 핥았다.

'뭔가 잘못됐다.'

그는 즉시 의식을 심핵 깊숙이 밀어넣었다. 던전의 신경계라 할 수 있는 마나 흐름을 타고 외연까지 탐지 범위를 넓혔다. 3층 회랑, 촉수의 방, 함정 미로——

거기서 멈췄다.

차민규가 서 있었다.

아니, 서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의 몸은 이미 인간의 형상을 반쯤 잃었다. 오른팔은 어깨부터 검은 가시로 뒤덮였고, 눈동자는 흰자위 없이 검붉게 물들었다. 그가 내뿜는 숨결 하나하나가 던전의 공기를 오염시키듯 시커멓게 번졌다.

'심핵의 낙인이 발동했군.'

한겸은 이를 악물었다. 차민규에게 새겼던 그 낙인. 굴복의 증표인 줄 알았던 그것이 지금, 전혀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차민규의 등 뒤에서 검은 문양이 꿈틀거리며 퍼져나갔다. 그 문양은 한겸의 의지를 거부하고, 대신 던전 자체의 원시적 의지——에고——에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네가 나를 갈아타려는 거냐.'

한겸의 목소리가 심핵에 낮게 깔렸다.

대답 대신, 던전 전체가 웃었다. 벽에서, 바닥에서, 천장에서 동시에 수천 개의 입이 열리며 끈적한 웃음소리를 토해냈다. 그 소리는 한겸의 뼛속까지 파고들며 그의 의지를 갉아먹었다.

차민규가 고개를 돌렸다. 그 검붉은 눈이 3층 회랑의 천장을 뚫고, 심핵에 있는 한겸을 똑바로 응시했다.

"찾았다."

차민규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던전의 의지가 그의 성대를 빌려 말하고 있었다.

"숙주. 네 육체는 이제 내 것이다."

그 순간, 차민규의 몸이 포효하며 굴착했다. 그의 변이된 오른팔이 회랑의 벽을 종잇장처럼 찢고, 한겸의 의지로 구축된 함정들을 모조리 박살내며 심핵을 향해 직선으로 돌진했다.

한겸은 반사적으로 심핵의 방어 체계를 가동했다. 수백 개의 촉수가 공간을 가르며 차민규를 향해 쇄도했고, 중력장을 왜곡해 그의 진로를 비틀었다. 그러나 던전 의지가 차민규에게 부여한 힘은 한겸의 통제력을 한참 웃돌았다. 촉수들은 차민규의 몸에 닿기도 전에 검은 불길에 타올랐고, 왜곡된 중력장은 오히려 역전되어 한겸의 심핵을 짓눌렀다.

"크윽!"

한겸의 무릎이 수정 바닥에 부딪혔다. 심핵의 공기가 급격히 수축하며 그의 폐를 압박했다. 던전 의지가 심핵의 통제권을 절반쯤 빼앗은 것이다.

그때, 또 다른 충격이 한겸의 의식을 강타했다.

던전 입구. 외연의 경계.

누군가 침입했다.

한겸은 고통 속에서도 탐지망을 열었다. 침입자의 마나 패턴을 분석하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한세아.'

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세아는 이미 첫 번째 함정 구역인 '기억의 회랑'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 그녀의 발밑에서 한겸이 3년 전 던전에 버려지던 순간의 환영이 피어올랐다. F급 헌터의 누더기 장비, 공포에 질린 자신의 얼굴, 그리고 뒤돌아서는 백청화의 냉철한 표정까지——

한세아는 그 환영을 똑바로 응시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겸아."

그녀의 입술이 그 이름을 빚었다. 정신 감응 능력자로서 그녀는 환영의 실체를 간파했을 뿐 아니라, 이 던전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감지한 것이다.

"네가 살아있을 줄 알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던전의 마나를 타고 심핵까지 전달되었다. 한겸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손끝이 차가워졌다. 3년 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건넸던 낡은 호신용 부적. 그 부적에 깃든 던전 마나가 지금, 심핵 깊은 곳에서 미약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아직도 가지고 있었군.'

한겸은 입술을 깨물었다. 부적은 그가 버린 줄 알았다. 그러나 던전과 융합한 이후에도, 그것은 그의 일부에 남아 있었다. 마치 마지막 인간성의 파편처럼.

그 순간, 기억의 회랑에서 함정이 작동했다. 한세아의 발밑에서 검은 촉수들이 솟구쳐 그녀의 발목을 휘감았다. 던전 의지가 그녀를 침입자로 간주하고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안 돼!"

한겸은 본능적으로 외쳤다. 그는 심핵의 통제권을 던전 의지와 사투하며, 동시에 한세아가 있는 구역의 함정을 급히 재구성했다. 촉수들이 그녀를 조이기 직전, 바닥이 갈라지며 그녀를 아래층으로 떨어뜨렸다. 낙하 경로에 있던 가시 함정들은 급히 수축했고, 독가스 분사구는 막혔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한겸의 의지가 분산된 틈을 타 던전 의지가 심핵의 통제력을 70%까지 빼앗았다.

차민규가 웃었다.

"약해 빠진 인간 같으니."

던전 의지의 목소리가 차민규의 입을 통해 울려 퍼졌다.

"겨우 계집 하나 때문에 네 모든 걸 포기할 셈이냐? 그 약함이 바로 내가 너를 삼켜야 하는 이유다."

차민규의 변이된 팔이 심핵의 경계를 찢고 진입했다.

심핵이 비명을 질렀다. 수정 벽들이 동시에 금이 갔고, 공간을 유지하던 마나가 폭주했다. 한때 절대적인 지배의 영역이었던 이곳은 이제 생과 사의 경계가 무너진 전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전장 한가운데——

백청화가 눈을 떴다.

그녀는 여전히 촉수에 구속된 채였다. 손목, 발목, 허리, 목까지. 심핵의 촉수들은 그녀의 몸을 대(大)자로 펼쳐 허공에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던전 의지가 심핵의 통제력을 대부분 장악하면서 그 촉수들의 힘이 약해졌다.

백청화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S급 빙결계 마법사의 본능이 그녀를 움직였다. 봉인되었던 그녀의 마나가 촉수들의 틈새로 새어나왔다. 미약했지만, 그녀가 창조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얼음 결정 하나를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이한겸."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굴하지 않은 자존심이 서려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얼음 결정이 촉수를 찢고 날아갔다. 그 궤적은 정확히 한겸의 심장을 향했다.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기가 결정의 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한겸은 그 순간, 두 가지를 동시에 감지했다.

하나는 심핵을 찢고 들어오는 차민규의 검은 손톱.

또 하나는 심장을 노리는 백청화의 얼음 결정.

그리고 멀리서, 던전 입구를 향해 접근하는 또 다른 존재——

서지원.

심핵의 수정이 공명했다. 한겸의 척추를 타고 던전 전체의 신경이 일제히 울부짖었다. 그는 몸을 비틀었다. 차민규의 손톱이 왼쪽 어깨를 스치며 피를 뿜어냈고, 얼음 결정은 갈비뼈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그러나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백청화의 다음 공격이었다.

얼음 결정이 빗나가자, 백청화는 촉수에서 풀려난 오른손으로 직접 한겸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냉기가 폭발하며 한겸의 목덜미를 얼렸다.

"죽여라."

백청화의 눈에는 증오와 굴욕,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존중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가 한겸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충격으로 한겸의 등이 수정 바닥에 부딪혔고, 그 반동으로 백청화의 몸이 그 위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두 사람의 몸이 겹쳐졌다.

한겸은 그녀의 체중을 가슴으로 느꼈다. 얼음 냉기가 스며든 그녀의 몸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따뜻한 체온이 존재했다. 심장이 뛰고, 폐가 숨을 쉬고, 피부 아래로 피가 흐르는——

인간의 온기.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스쳤다.

처음에는 공격의 연장이었다. 백청화가 그의 얼굴에 냉기를 불어넣으려던 찰나, 한겸이 고개를 돌리며 충돌한 것. 그러나 그 접촉은 폭력적이기보다 어긋난,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친 순간.

한겸의 등골을 타고 심핵의 수정이 다시 한 번 공명했다. 던전의 마나도, 에고의 의지도 아닌——순수한 육체의 감각. 백청화의 입술은 차갑고도 부드러웠다. 금이 간 곳에서 스민 피의 철분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백청화도 멈칫했다.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가 예상한 것은 냉기의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나는 적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입술에 닿은 것은, 분명히 '인간'의 떨림이었다. 한겸의 입술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의 숨결은 뜨거웠다.

"……너."

백청화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냉철하지 않았다.

"네 안에…… 아직……."

말을 잇지 못했다.

한겸의 손이 그녀의 뒷머리를 움켜쥐었다. 폭력적으로——그러나 동시에 갈망하듯.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은발 사이로 파고들며 두피를 압박했다. 던전 의지의 반란, 차민규의 침공, 한세아의 진입——그 모든 것이 이 순간만큼은 그의 의식에서 지워졌다.

오직 이 여자뿐이었다.

'내가 이 여자를 원하는 건가.'

한겸은 자신의 감정을 분류할 수 없었다. 복수인가, 소유욕인가, 아니면——

그가 백청화의 입술을 다시 빨아들였다. 이번에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핥고, 금 간 틈새로 스며든 피를 삼켰다. 백청화의 몸이 경련했다. 그녀의 손이 한겸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놔……."

백청화의 거부는 그녀의 몸짓과 모순되었다. 그녀의 허벅지가 무의식적으로 한겸의 골반을 압박했고, 그녀의 배가 그의 아랫배에 밀착되며 체온을 교환했다.

한겸은 그녀의 저항을 무시하고 입술을 더 깊게 밀어넣었다. 혀가 그녀의 치아를 밀어내고 구강 안으로 침투했다. 따뜻하고, 젖은, 인간의 내부. 그녀의 혀는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혀를 감싼 타액의 온기는 생생했다.

한겸의 왼손이 그녀의 허리를 타고 내려갔다. 전투복의 찢긴 틈새로 맨살이 드러났다. 손가락이 그녀의 척추 라인을 따라 내려가며 뼈 마디 하나하나의 굴곡을 더듬었다. 백청화의 등 근육이 수축하며 떨었다.

"그만…… 둬……."

그녀의 신음이 한겸의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명령조가 아니었다. 저항하는 여자의 목소리도, 굴복한 노예의 목소리도 아닌——혼란에 빠진 인간의 목소리.

한겸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에 도달했다. 전투복 아래로 단련된 근육이 팽팽하게 잡혔다. 그가 손가락으로 그 언덕을 움켜쥐자, 백청화의 골반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밀렸다. 그녀의 치골이 한겸의 발기된 성기 위로 눌렸다.

"읏……!"

백청화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샜다.

그녀의 질은 전투복 너머로도 뜨거웠다. 그 열기가 천을 뚫고 한겸의 성기에 전달되었다. 한겸은 손가락으로 전투복의 찢긴 부분을 더 넓혔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백청화의 엉덩이 골짜기가 드러났다.

그녀의 피부는 달빛처럼 창백했고, 그 창백함 속에서 항문의 주름과 질 입구의 붉은 속살이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질 입구는 이미 촉수의 침범으로 충혈되어 있었고, 그 가장자리에는 아직 채 흡수되지 않은 애액이 반짝이고 있었다.

"보여주는 거냐."

한겸의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

"네가 얼마나 굴욕당했는지. 아니면…… 얼마나 젖었는지."

그의 오른손 중지가 그녀의 음순 사이를 탐색했다. 촉수가 남긴 점액과 그녀 자신의 애액이 뒤섞여 손가락을 적셨다. 질 입구는 이미 부드럽게 벌어져 손가락 하나쯤은 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백청화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지만, 그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한겸의 손가락이 질 내로 밀려들어갔다.

"아……!"

백청화의 질벽이 한겸의 손가락을 조였다. 촉수의 차가운 감촉과 달리, 인간의 손가락은 뜨거웠다.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가 질벽의 주름을 긁으며 통과할 때마다, 그녀의 질 내부가 경련했다.

한겸은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의 내부를 탐색했다. 질벽의 앞쪽, 거친 질감의 부위——G스폿에 손가락 끝이 닿자 백청화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거기……!"

그녀가 이를 악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한겸의 손가락이 그 지점을 집요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왼손은 여전히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쥔 채, 골반의 움직임을 통제했다.

질 내벽이 뜨거워지고 부풀었다. 애액이 손가락 뿌리까지 흘러내려 그의 손등을 적셨다. 한겸은 중지와 검지를 동시에 밀어넣으며 질구를 넓혔다. 손가락 두 개가 그녀의 질을 채우자, 백청화의 질벽이 더 강하게 수축했다.

"싫어……."

그녀의 거부는 이제 실체 없는 공기와 같았다. 목소리는 신음에 가까웠고, 허리는 한겸의 손가락 리듬에 맞춰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싫은 게 아니지."

한겸이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귓불을 적셨다.

"네 몸이 나를 원하고 있어. 이 질이, 이 안이——내 손가락을 삼키려고 달려들잖아."

그가 손가락을 더 깊게 밀어넣으며 굴곡을 그렸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손가락에 감겼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백청화의 질 내부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그녀의 음핵은 충혈되어 전투복 너머로도 그 돌기를 드러냈다.

한겸은 왼손으로 그녀의 전투복 상의를 찢어냈다. 단추가 튕겨나가고 천이 찢기며, 그녀의 가슴이 드러났다.

백청화의 유방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풍만했다. 유두는 충혈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옅은 분홍색을 띠었고, 유륜은 동전만한 크기로 가슴 중앙을 장식했다. 그녀의 가슴은 단련된 근육 위에 부드러운 지방층이 얹힌 형태로, 숨을 들이쉴 때마다 유방 전체가 떨렸다.

한겸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왼쪽 유두를 입에 물었다.

"하…… 악!"

백청화의 상체가 튕겨 올랐다. 그의 혀가 유두의 돌기를 핥고, 입술이 유륜 전체를 빨아들였다. 젖꼭지가 입 안에서 딱딱하게 경화되었고, 그 질감이 혀끝에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한겸은 유두를 빨면서도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 중지와 검지가 질 내부의 G스폿을 교대로 압박하고, 엄지손가락이 밖에서 음핵을 문질렀다. 이중의 자극에 백청화의 질벽이 폭발적으로 수축했다.

"안…… 돼……."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그녀의 질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려 수정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질벽의 수축 리듬이 빨라지며 오르가즘의 전조를 보였다.

"가……."

백청화가 숨을 멈췄다. 그녀의 전신이 경직되고, 질 내벽이 한겸의 손가락을 부러뜨릴 듯이 조였다.

"간다…… 간다고……!"

그녀의 절정은 격렬했다. 질이 손가락 주위로 파도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고,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한겸의 몸 위로 완전히 무너졌다. 애액이 분출되어 그의 손바닥을 적셨다. 따뜻하고, 끈적한, 여자의 체액.

백청화의 입에서 터져나온 것은 울음도 비명도 아닌——길게 뻗은 신음이었다. 그 신음 속에는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 절정의 순간, 백청화의 손이 한겸의 등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손톱이 그의 견갑골 사이를 깊게 할퀴었다. 피가 번지는 아픔이 한겸의 척추를 타고 전해졌다.

"이…… 개……."

백청화의 입술이 그의 목덜미를 찾아 깨물었다. 그녀의 이빨이 피부를 파고들며, 복수와 쾌락 사이에서 갈라지는 신음을 토해냈다. 그녀의 질은 여전히 한겸의 손가락을 물고 경련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이빨과 손톱은 굴복을 거부하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한겸은 그녀의 등 뒤로 팔을 돌려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할퀸 상처에서 피가 흘러 그녀의 가슴에 번졌다. 그의 피와 그녀의 땀이 뒤섞였다.

그는 백청화를 바닥에 눕히고, 자신의 바지를 벗겼다.

발기된 성기가 튀어나왔다. 길이 20센티미터가 넘는 그것은 휘지 않고 곧게 서 있었고, 귀두는 검붉게 충혈되어 반짝였다. 요도구에서는 이미 투명한 쿠퍼액이 흘러나와 성기 기둥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백청화가 흐릿한 시선으로 그 성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기다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지만, 그 손은 힘없이 허공을 더듬을 뿐이었다. 절정 직후의 탈진과 던전의 마나 구속이 그녀의 사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한겸은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질 입구가 완전히 드러났다. 절정으로 인해 충혈된 음순은 벌겋게 부풀었고, 질구는 좁쌀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아직도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귀두를 그녀의 질 입구에 대었다.

뜨거웠다. 백청화의 질 입구는 한겸의 귀두를 감싸며 그 열기를 전달했다. 한겸은 천천히 골반을 밀어넣었다. 귀두가 음순을 헤집고 질 내부로 빨려들어갔다.

"아…… 아아……!"

백청화의 질이 한겸의 성기를 삼켰다. 질벽의 부드러운 주름들이 귀두를 감싸고, 이어서 성기 기둥 전체를 조여들었다. 촉수보다 굵고, 뜨겁고, 단단한 인간의 성기——그러나 그 이물감 속에는 한겸의 던전과 융합된 비인간적 감각이 섞여 있었다. 성기 표면에서 미세한 마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그 파동은 질벽의 주름 사이사이를 스며들며, 손가락으로는 닿지 못하는 깊숙한 신경 말단까지 직접 자극했다. 백청화의 질 내벽이 공포와 쾌락으로 경련하며 강하게 수축했다.

한겸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질이 너무 강하게 조여서, 성기 전체가 으스러질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고통조차 쾌락이었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성기의 미세한 혈관들을 자극했고, 질 내부의 높은 온도가 성기 전체를 감쌌다. 마나 파동이 질벽을 타고 더 깊이 퍼져나가자, 백청화의 자궁 입구가 반사적으로 떨렸다.

그는 골반을 뒤로 뺐다가 다시 밀어넣었다. 첫 번째 피스톤.

"으윽……!"

두 번째 피스톤.

"하……!"

세 번째.

리듬이 붙기 시작했다. 한겸의 골반이 백청화의 치골에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질 내부에서 애액과 쿠퍼액이 뒤섞이며 끈적한 수음을 만들어냈다. 성기가 질벽을 쓸어내릴 때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고 젖게 변했다.

"멈춰……."

백청화가 신음했다. 그러나 그녀의 다리가 무의식적으로 한겸의 허리를 감았다. 발뒤꿈치가 그의 엉덩이를 압박하며, 더 깊은 삽입을 유도했다.

한겸은 그 압박에 응답했다. 성기를 질 가장 깊은 곳까지 밀어넣었다. 자궁 입구에 귀두가 닿았다. 딱딱하고, 좁은, 근육질의 입구. 그 촉감이 귀두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자극했다. 동시에 마나 파동이 자궁 입구를 집중적으로 두드렸다. 미세한 전류 같은 자극이 그녀의 자궁 깊숙이 울려 퍼졌다.

"여기까지 왔어."

한겸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 자궁 입구. 내 성기가 지금 거길 두드리고 있어."

그가 골반을 돌리며 귀두로 자궁 입구를 문질렀다. 마나 파동이 자궁 입구의 신경 다발을 휘감으며 파고들었다. 백청화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의 질이 다시 한번 폭발적인 수축을 시작했다. 두 번째 오르가즘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 절정의 순간, 백청화는 다시 한번 그의 등을 할퀴었다. 이번에는 더 깊게. 손톱이 피부를 찢고 근육에 닿았다. 그녀의 입술이 한겸의 어깨를 찾아 깨물며, 쾌락과 증오가 뒤섞인 신음을 흘렸다.

"이게…… 네가…… 원하던…… 거냐……."

백청화의 목소리는 울먹임이었다. 그녀의 이빨이 한겸의 어깻죽지를 파고들며, 복수심과 굴욕,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쾌락이 뒤엉킨 질문을 토해냈다. 그녀의 질은 더욱 강하게 그를 조여들었다. 그녀의 몸은 그를 죽이려 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놓지 않으려 했다.

"함께……."

한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도 한계에 다다랐다. 성기 전체가 터질 듯이 팽창했고, 고환은 수축되어 정액을 밀어올릴 준비를 마쳤다.

"나도…… 간다."

그가 마지막으로 골반을 깊게 밀어넣었다. 성기가 질을 꿰뚫으며 자궁 입구를 압박한 순간——마나 파동이 자궁 내부로 쇄도하며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강타했다.

"아아아앗!"

백청화의 절정이 터졌다. 질벽의 수축이 한겸의 성기를 압박했고, 그 압박은 정액을 끌어올리는 방아쇠가 되었다.

한겸의 성기가 폭발했다. 정액이 요도를 타고 분출되어, 백청화의 질 깊숙한 곳을 채웠다. 첫 번째 분출, 두 번째, 세 번째——뜨거운 액체가 자궁 입구를 때리며 질 내부를 가득 메웠다.

백청화의 질이 정액을 빨아들이듯 수축했다. 그녀의 질벽이 성기 기둥을 따라 물결치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려는 듯 움직였다.

두 사람은 그 자세로 몇 초간 굳어 있었다. 한겸의 성기는 여전히 질 안에서 박동했고, 백청화의 질은 그 박동에 호응하며 미세하게 떨었다.

한겸이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질구에서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백청화의 허벅지 안쪽으로 백탁의 액체가 줄무늬를 그렸다.

백청화는 눈을 감은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얼굴은 절정의 홍조로 붉게 물들었고, 감은 눈꺼풀 아래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톱에는 아직 한겸의 피가 박혀 있었고, 그녀의 입술에는 그의 어깨를 깨물었던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죽여…… 버릴…… 거야……."

그녀의 입술이 다시 한 번 그 말을 빚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단호한 살의가 아니었다. 절정의 쾌락이 채 가시지 않은, 떨리는 신음에 가까운 속삭임. 그녀의 질은 여전히 미세하게 경련하며 마지막 정액을 질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살의를 말했지만, 그녀의 질은 아직도 한겸의 성기를 놓지 못한 듯 벌어져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백청화의 입술이 무의식적으로 떨리며 한 마디를 더 토해냈다.

"주……."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말을 삼키려는 듯 입술을 깨물었지만, 오르가즘 직후의 이완된 의식은 그녀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주인……."

그 한 마디는 공기 중으로 스며들자마자 사라질 듯 작았다. 그러나 한겸의 귀에는 칼날처럼 박혔다. 백청화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그녀는 방금 자신이 내뱉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숨을 멈췄다.

한겸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던전의 지배자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이게 내가 원한 건가.'

그의 가슴 속에서 혼란이 일었다. 복수는 완성되었다. 백청화는 이제 육체적으로 완전히 굴복했다. 그러나 그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승리의 쾌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체온이, 그녀의 떨림이, 그녀의 질 내부의 감촉이——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주인'이라는 말이——그 모든 것이 그에게 '인간'을 상기시켰다.

그때였다.

던전 입구 쪽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한세아의 비명이었다.

한겸의 의식이 즉시 입구로 쏠렸다. 탐지망이 포착한 광경에 그의 심장이 멎었다.

서지원이 던전의 결계를 통과한 직후, 그녀의 그림자가 폭주했다. A급 그림자 조작사의 마나가 통제 불능으로 분출되며 던전의 공기를 찢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이 향한 곳은——기억의 회랑 아래, 낙하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한세아였다.

한세아는 오른쪽 팔이 부러진 채로 몸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숨소리는 거칠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정신 감응 능력자로서 그녀는 방금 전까지도 던전의 마나 흐름을 읽으며 한겸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서지원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이게…… 무슨……."

서지원의 목소리는 당황으로 떨렸다. 그녀의 그림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세아를 옥죄고 있었다. 검은 촉수 같은 그림자들이 한세아의 팔과 다리를 휘감아 허공으로 끌어올렸다.

"서지원…… 씨……?"

한세아의 목소리는 고통과 배신감으로 갈라졌다. 그녀의 정신 감응 능력이 서지원의 의식을 읽으려 했지만, 거기서 느껴진 것은 오직 혼란뿐이었다.

"아니야…… 나는……."

서지원이 손을 내저었지만, 그림자들은 더욱 거세게 한세아를 조였다. 한세아의 부러진 팔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비명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크…… 윽……!"

한세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갈비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던전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입가에 핏방울이 맺혔다.

그 순간, 한겸의 귓가에 던전 의지가 다시 속삭였다. 이번에는 더 부드럽게, 더 유혹하듯.

'저 여자도 삼켜라. 모두 네 안에 가둬라. 그래야 아무도 너를 떠나지 않아. 아무도 너를 배신하지 않아. 영원히——네 안에.'

한겸의 눈앞에 두 개의 길이 펼쳐졌다.

서지원을 던전으로 유인해, 모든 진실을 듣는 길.

혹은——그녀마저 삼켜서, 그 누구도 자신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길.

그리고 지금, 서지원의 그림자가 한세아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백청화의 손가락이 그의 뺨에서 떨어졌다.

심핵의 수정 벽들이 숨죽이며 다음 선택을 기다렸다.

그때——

던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심핵의 벽이 무너졌다.

차민규가 완전히 심핵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의 몸은 이제 인간의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변이되어 있었다. 온몸이 검은 가시로 뒤덮였고, 등에서는 수십 개의 촉수가 뻗어나와 허공을 휘저었다.

"숙주."

던전 의지의 목소리가 차민규의 입을 통해 울려 퍼졌다.

"네가 계집질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이 육체를 완전히 접수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네 육체를 삼키는 것."

차민규의 촉수들이 일제히 한겸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그 순간——

한겸의 눈에서 붉은 빛이 폭발했다. 인간의 분노와 던전의 권능이 동시에 깃든, 그 경계의 빛.

"이 공간의 주인은 나야."

그의 목소리는 심핵 전체를 진동시켰다. 던전 의지의 웃음소리가 멈췄다.

"네가 아니다!"

한겸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심핵의 수정 벽들이 그의 의지에 응답하며 빛났다. 무너졌던 벽이 재생되고, 찢겼던 공간이 봉합되었다. 차민규의 촉수들이 허공에서 멈춰 섰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에고, 너는 착각하고 있어."

한겸이 차민규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마다 심핵의 바닥이 그의 의지로 재구성되었다.

"나는 네 숙주가 아니다. 이 던전은 나다. 내 분노, 내 증오, 내 복수가 이 공간을 만든 거야. 너는 그걸 빌려 쓰는 기생충에 불과해."

그의 손이 차민규의 이마를 짚었다. 그 접촉과 동시에, 차민규의 몸에 새겨진 '심핵의 낙인'이 빛났다. 그러나 그 빛은 더 이상 검은색이 아니었다. 한겸의 붉은 마나가 낙인을 타고 흘러들어가, 던전 의지의 검은 마나를 밀어냈다.

"돌아가라."

한겸이 명령했다.

"네 자리로. 내 의지 아래로."

던전 의지가 비명을 질렀다. 차민규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심핵의 벽들이 그 연기를 빨아들였다. 변이된 차민규의 육체가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며 바닥에 처박혔다. 그의 눈에서 검붉은 빛이 사라지고, 공포에 질린 인간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살려…… 줘……."

차민규의 목소리는 바람 빠진 풀무 같았다.

한겸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이제 내 던전의 일부다. 영원히."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이 갈라지며 차민규를 삼켰다. 그는 심핵 아래의 감옥으로 추락했다.

심핵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한겸은 천천히 백청화에게로 돌아갔다. 그녀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 있었지만, 눈은 떠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더 이상 증오만이 담겨 있지 않았다. 혼란, 두려움, 그리고——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

한겸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네 말이 맞았어."

그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내 안에 뭔가가 있어. 나를 삼키려는 무언가가."

백청화가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닿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접촉에는 적의가 없었다.

"……이한겸."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너는…… 대체……."

그때——

던전 입구에서 또 한 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서지원의 비명이었다.

한겸의 의식이 즉시 입구로 쏠렸다. 탐지망이 포착한 광경에 그의 심장이 멎었다.

서지원의 그림자가 한세아를 조이던 그 순간, 한세아의 정신 감응 능력이 마지막으로 폭발했다. 그녀는 부러진 팔의 고통 속에서도 의식을 집중해 서지원의 그림자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는 보았다.

서지원의 그림자 깊숙이 박힌, 던전 의지의 검은 낙인을.

"서지원 씨…… 당신도……."

한세아의 목소리는 경악으로 떨렸다.

"당신도 이미…… 이 던전에……."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지원의 그림자가 한세아의 목을 조였다. 한세아의 목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눈이 뒤집혔다.

"안 돼!"

서지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를 통제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림자는 이미 그녀의 손을 떠나 있었다. 던전 의지가 그녀의 능력을 빼앗아 한세아를 죽이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한겸의 의지가 던전 입구에 도달했다.

그는 선택했다.

한세아를 살리는 길을.

그의 붉은 마나가 기억의 회랑 바닥에서 폭발했다. 수정 바닥이 갈라지며 한세아를 삼켰고, 동시에 서지원의 그림자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림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서지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은 충격으로 텅 비어 있었다.

"내…… 그림자가…… 나를……."

한세아는 던전의 보호막 속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부서진 몸은 한겸의 마나가 감쌌다. 그는 그녀를 심핵으로 데려오지 않았다. 대신, 던전 가장 안전한 구역——그가 처음 던전과 융합했던 그 장소로 그녀를 보냈다.

'거기서 기다려.'

그의 목소리가 한세아의 의식에 닿았다.

'곧 끝낼 테니까.'

한겸은 심핵으로 의식을 되돌렸다. 그의 눈앞에는 아직 백청화가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는, 방금 제압한 던전 의지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가슴 속에는 더 이상 혼란이 없었다.

그는 알았다.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가장 강한 자가 가장 깊은 곳까지 가지는 법.

그러나 그 '가장 깊은 곳'이란——모든 것을 삼키는 심연이 아니라, 지키는 자의 자리였다.

한겸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눈은 심핵의 천장을 뚫고, 던전 입구에 주저앉은 서지원을 향했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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