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의 왕
빗소리가 아지트 잔해를 두드렸다.
방사능 비였다. 핵겨울 이후 가장 흔한 날씨. 녹아내린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뿌연 증기가 피어오르고, 공기 중엔 쇠 녹은 듯한 금속성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백골단의 옛 군수 공장이 무너져 생긴 잔해 더미 위에 섰다. 미령은 내 왼쪽 반 걸음 뒤, 유나는 오른쪽 세 걸음 아래 폐배관 위. 두 여자의 체취가 방사능 비의 금속성 악취를 뚫고 콧속을 찔렀다.
잔해 아래엔 생존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백골단에 짓눌려 살던 녹 구역 동부의 찌꺼기들. 방사능에 썩어가는 피부, 너덜거리는 방호복, 공포와 기대가 뒤섞인 눈빛. 그들 모두가 올려다보고 있었다. 거미의 시체가 걸려 있는 철골 기둥과, 그 위에 선 나를.
"거미는 죽었다."
내 목소리는 빗소리를 뚫고 멀리 퍼졌다. 방사능 비가 얼굴을 때렸지만 나는 움찔하지 않았다. 내 피부에 닿는 순간 빗방울의 오염도가 중화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미세한 열기가 손등에서 피어올랐다.
"녹 구역 동부는 이제 내 거다. 이름은 구역 1. 규칙은 단순하다. 나한테 유용한 놈은 먹고 산다. 아닌 놈은 죽는다. 백골단 시절처럼 굴고 싶으면 지금 당장 나를 죽이러 와라."
정적. 빗소리만이 가득했다. 어떤 이는 무릎을 꿇었고, 어떤 이는 망설이다 결국 고개를 숙였다. 변이된 팔을 가진 사내 하나가 잠시 노려보다가 뒤돌아 도망쳤다. 미령이 내 왼쪽에서 움직이려는 기색을 보였지만 나는 손을 들어 막았다.
"도망친 놈은 굶어 죽는다. 방사능 비 속에서 방호복도 없이 말이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망친 사내의 비명이 들려왔다. 방사능 비에 노출된 피부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소리. 살갗이 터지고 근육이 녹아내리는 소리. 생존자들은 그제야 완전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뒤돌아 미령을 보았다. 그녀의 복부엔 여전히 출혈이 있었지만, 서 있는 자세는 군인이었다. 목의 문신이 드러나도록 고개를 든 채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빛에 담긴 건 복종도, 적의도 아닌 계산이었다. 나는 그 계산이 마음에 들었다.
"넌 이제 구역 1의 군사 책임자다."
미령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내가 거미를 배신했듯이 당신도 배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배신할 이유가 없게 만들면 된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섰다. 빗물에 젖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볼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손끝에 닿는 피부가 뜨거웠다.
"네 오염도는 지금 40%다. 일주일 안에 내가 한 번 더 정화하지 않으면 60%로 오른다. 그땐 네 왼팔의 변이가 어깨까지 퍼질 거다."
미령의 숨소리가 미세하게 빨라졌다. 분노인지 흥분인지 구분할 수 없는 미묘한 떨림이 그녀의 목에서 느껴졌다.
"결국 몸으로 매수하겠다는 거군."
"아니."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빗물이 그녀의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 몸은 이미 내 거니까. 그걸로 뭘 더 매수하겠나."
미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순간 폐배관 위에 서 있던 유나가 입을 열었다.
"태한 님."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말해."
"석호가 돌아왔습니다. 동쪽 배수로 입구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 이름에 미령의 몸이 경직됐다. 나는 미령의 턱을 놓고 유나를 돌아봤다. 그녀의 얼굴은 방사능 비에 젖어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웠다. 7화에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이후 유나는 더 이상 내 앞에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 눈동자엔 집착에 가까운 충성심이 깃들어 있었다.
"혼자 왔나."
"예. 그런데…"
유나가 잠시 망설였다.
"붕대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했어요. '하린의 약점과 바꾸자'고."
나는 짧게 웃었다. 내 피에서 방사능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하고 도주한 게 불과 몇 시간 전이다. 그리고 벌써 돌아와 거래를 제안하다니.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었다.
"들여보내."
석호는 내 예상보다 훨씬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원래도 말라깽이였지만, 지금은 거의 시체처럼 보였다. 피부는 푸르스름하게 변색됐고 눈동자는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손에 쥔 붕대만은 깨끗했다. 방사능 수치 0의 내 피가 묻은 붕대.
"이거… 이거 분석했어."
석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붕대를 움켜쥔 손이 떨렸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건 희망이 아니라, 나를 향한 기아였다.
"네 피에는 특수 효소가 있어. 방사능을 중화시키는 게 아니야. 소멸시켜. 완전히 없애버려. 핵전쟁 이후 이런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어. 정화위원회가 20년 동안 찾아 헤맨 게 바로 이거라고!"
석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미령이 내 앞을 막아섰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밀어 제쳤다.
"그래서 거래하자고?"
"내 몸… 내 오염도가 이미 72%야. 한 달도 못 버텨. 그런데 네 피를 분석한 결과, 네가 내 방사능을 흡수한 뒤 네 체액을 내가 섭취하면… 가능성이 있어.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석호의 목소리는 광기에 가까웠다. 나는 그의 손에 들린 붕대를 바라봤다. 그게 내 피였지. 방사능을 0으로 만든 피.
"하린의 약점이 뭔데."
석호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에겐 딸이 있어. 클린존 7구역 깊은 곳에 숨겨뒀지. 핵전쟁 이전 냉동 수면 장치에 보관 중이야. 선천성 방사능 내성이 없어서 태어난 직후부터 썩어가는 중이고. 하린은 그 딸을 살리기 위해 정화위원회에 들어갔어. 네 능력이 딸을 구할 유일한 열쇠라고 믿고 있지."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유나가 건넨 열쇠. 'C.Z-7'이라는 각인. 7구역.
"그 열쇠."
내가 말했다.
"C.Z-7. 그게 뭐지."
석호의 눈이 커졌다.
"그걸 어떻게…"
"대답해."
"C.Z는 클린존. 7은 7구역. 그 열쇠는… 냉동 보관 구역의 마스터 키야. 유나가 갖고 있었나?"
나는 유나를 돌아봤다. 그녀는 아무 표정 없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2화에서 그녀가 내게 건넨 낡은 열쇠. 클린존에서 도망칠 때 가져온 거라고 했었다.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연구원이었고, 그 열쇠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져온 거였다.
"그 열쇠로 열 수 있는 게 냉동 보관 구역뿐인가."
석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 열쇠는 7구역 전체의 만능 키야. 연구실, 데이터 센터, 그리고… 하린의 딸이 있는 냉동실까지. 그 열쇠만 있으면 7구역을 점령할 수 있어."
나는 유나에게 다가갔다. 빗물에 젖은 그녀의 얼굴이 올려다보았다.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눈빛이었다.
"왜 이걸 지금까지 숨겼지."
"숨긴 게 아닙니다."
유나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옆구리에서 옷자락을 꼬고 있었다.
"말할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클린존을 칠 준비가 됐을 때."
"지금은 준비가 됐다고 보나."
유나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방사귀 통제 프로토콜을 손에 넣었고, 녹 구역을 점령했으며, 하린을 제압했습니다. 클린존의 주요 방어선은 방사귀를 풀어둔 오염 지대입니다. 그걸 뚫을 수만 있다면… 7구역은 당신의 것입니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건 클린존의 문양이었다. 1화에서 내가 그녀의 체액을 처음 섭취할 때 봤던 바로 그 문양. 그건 단순한 기억의 잔상이 아니었다. 그녀가 평생을 바쳐 연구했고, 결국 배신당한 바로 그 장소의 각인이었다.
"좋아."
나는 석호를 돌아봤다.
"네 거래를 받아들이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석호의 얼굴에 잠시 희망이 스쳤다.
"네가 가진 의학 지식 전부를 구역 1에 바쳐라. 방사능 억제제를 역설계하고, 내 피의 효소를 분석해서 합성 가능성을 연구해. 성공하면 네 오염도를 낮춰주겠다. 실패하면…"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린의 딸과 같은 냉동고에서 네가 직접 썩어가게 만들겠다."
석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거절할 수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받아들입니다. 구역 1의… 연구원으로."
나는 미령을 돌아봤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빗물에 젖은 전투복이 그녀의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고, 복부의 붕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따라와라."
옛 군수 공장의 지휘실이었을 장소는 반쯤 무너져 있었다. 하지만 철골 기둥 몇 개가 버티고 선 덕분에 빗물이 완전히 들이치지는 않았다. 한쪽 구석엔 거미가 쓰던 의자가 있었다. 쇠파이프와 방탄복 조각을 용접해 만든 조잡한 왕좌. 하지만 그 크기와 묵직함은 녹 구역의 권력이 어떤 건지 상징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의자에 앉지 않았다. 대신 미령을 그 위에 앉혔다.
"왜…"
"네가 앉을 자리가 아니다."
나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령의 눈이 커졌다.
"이건 네가 굴복한 대가다. 녹 구역 동부의 군사 책임자. 그게 네 새 이름이야. 하지만 기억해라."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당겼다.
"이 의자는 내가 허락했기 때문에 네가 앉은 거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 널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어."
미령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녀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분노가 아닌 다른 감정이 스쳤다. 흥분. 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증명해 봐."
미령이 속삭였다.
"네가 진짜 왕인지."
나는 그녀의 목에 입을 맞췄다.
백골단이 그녀의 목에 새긴 문신은 거미의 소유물이라는 낙인이었다. 거미줄에 감긴 숫자 7. 그녀가 거미의 일곱 번째 수집품임을 나타내는 증표. 나는 그 문신 위로 혀를 굴렸다. 피부의 소금기와 방사능 비의 금속성 맛, 그리고 미령 고유의 체취가 혀끝에 퍼졌다.
미령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왼손이 내 어깨를 움켜잡았다. 변이된 왼팔의 힘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지금은 저항이 아니라 지지였다.
"그 문신… 지울 수 있나."
그녀가 물었다.
"못 지워."
나는 그녀의 전투복 지퍼를 내리면서 대답했다.
"대신 그 위에 내 흔적을 덧씌우겠다."
지퍼가 내려가자 그녀의 상체가 드러났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 군인 특유의 군살 없는 체형. 복부의 붕대 아래로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지만, 상처는 이미 아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방사능 흡수 덕분에 회복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나는 붕대를 조심히 풀었다. 상처는 깊었지만 깨끗했다. 나는 그 상처 가장자리에 입을 맞췄다. 미령이 낮게 신음했다.
"아파?"
"아니… 뜨거워."
내 혀끝에서 방사능 흡수가 시작됐다. 그녀의 상처 부위에 남아 있던 잔류 오염이 내 체내로 빨려 들어왔다. 동시에 익숙한 열기가 하복부에서 치솟았다. 금단 증상. 내 몸이 그녀의 체액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상처에서 입을 떼고 그녀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미령의 유두는 이미 단단하게 서 있었다. 나는 왼쪽 유두를 입에 물고 빨았다. 짠맛과 약간의 비릿함. 그녀의 피부 아래로 흐르는 미세한 방사능이 내 혀끝에 닿자마자 소멸됐다.
"아아…"
미령의 등이 활처럼 휘어졌다. 그녀의 오른손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전사로서의 훈련된 반응인지, 여자로서의 본능적인 반응인지 구분할 수 없는 동작.
"진태한…"
그녀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당신'도 아니고 '야'도 아닌, 내 이름. 그 순간 내 성기가 더 단단해졌다. 나는 그녀의 전투복 하의를 벗겼다. 미령은 저항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엉덩이를 들어 올려 내 동작을 도왔다.
그녀의 질은 이미 젖어 있었다. 방사능 비에 젖은 것과는 다른, 체온으로 데워진 애액이 허벅지 안쪽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하고 비릿한 암내와 애액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음핵을 문질렀다. 미령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더…"
그녀가 내 목을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더 해."
나는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단단히 조여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압력. 나는 손가락을 굽혀 그녀의 질 내벽을 문질렀다. 미령은 신음했다. 그녀의 질이 내 손가락을 더 세게 조였다.
"네가 원하는 게 이거야?"
내가 물었다.
"아니…"
미령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네가 원하는 걸 해."
나는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 올렸다. 미령의 유연한 신체는 훈련된 전사의 것답게 쉽게 벌어졌다. 그녀의 질 입구가 완전히 노출됐다. 붉게 부풀어 오른 음순 사이로 질 입구가 벌어지고, 투명한 애액이 흘러내려 항문을 타고 의자에 흥건히 고였다. 나는 내 성기를 꺼내 그녀의 질 입구에 댔다.
"보여줘."
미령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진짜 왕인지."
나는 한 번에 밀어 넣었다.
그녀의 질이 나를 감싸는 감촉은 뜨겁고 조였다. 방사능 흡수가 시작되면서 내 성기 전체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퍼졌다. 미령이 비명을 질렀다. 고통인지 쾌락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날카로운 소리. 그녀의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아파?"
"조금… 하지만… 멈추지 마."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질 안에서 내 성기가 미끄러질 때마다 뜨거운 마찰열이 발생했다. 애액과 내 귀두에서 스며나온 투명한 액체가 섞여 질 입구에서 거품을 만들며 철썩이는 소리를 냈다.
미령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녀는 내 목을 팔로 감싸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 자세에서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더 깊이 받아들였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더 빠르게 찔러 넣었다.
"아, 아, 아아…"
미령의 신음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내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그녀의 질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나는 그녀의 목에 다시 입을 맞췄다. 거미줄 문신 위로 혀를 굴리며 내 이빨로 살짝 깨물었다.
"내 거다."
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네 몸도, 네 목숨도, 네 오염도도, 네 쾌락도. 전부 내 거다."
"알아…"
미령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증명하라고…"
나는 그녀를 의자에 밀어붙이고 더 강하게 찔렀다. 쇠파이프 의자가 삐걱거렸다. 방탄복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며 금속성 소음을 냈다. 방사능 비가 무너진 벽 틈으로 들이쳐 우리의 몸을 적셨다. 빗물과 땀과 애액이 뒤섞여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렸다.
미령의 질이 갑자기 강하게 수축했다. 그녀의 절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진태한…"
그녀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진태한… 나… 나 곧…"
"가라."
나는 그녀의 음핵을 엄지로 문지르며 더 깊이 찔렀다. 내 성기의 귀두가 그녀의 자궁 입구에 닿았다. 미령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입에서 말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질이 폭발하듯 수축했다.
"아아아앗!"
미령이 내 목을 끌어안고 온몸을 떨었다. 그녀의 질벽이 물결치듯 경련하며 내 성기를 압박했다. 체온보다 뜨거운 애액이 질 안에서 쏟아져 나와 내 성기를 적셨다. 나는 그 순간 방사능 흡수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미령의 체내에 남아 있던 모든 방사능이 내 성기를 통해 내 몸으로 빨려 들어왔다. 동시에 그녀의 애액에 포함된 정화된 체액이 내 몸으로 흡수됐다. 금단 증상이 해소되는 쾌감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치솟았다. 나는 그녀의 질 깊숙이 사정했다.
"크으…"
내 정액이 그녀의 자궁 입구를 때렸다. 미령은 이미 절정의 경련 속에서 의식을 반쯤 놓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목에 이마를 기대고 숨을 골랐다. 방사능 비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거친 호흡 소리와 뒤섞여 폐허의 왕좌에 울려 퍼졌다.
"이제야 진짜 내 것이다."
나는 중얼거렸다.
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오른손이 내 등으로 올라와 천천히 긁었다. 항복도, 애정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동작이었다. 나는 그녀의 질 안에서 성기를 빼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목에 새긴 문신 위로 다시 혀를 굴렸다.
거미줄에 감긴 숫자 7이 내 침에 젖어 반짝였다. 나는 그 위에 내 이빨 자국을 남겼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하지만 원래의 의미를 덮어쓸 새로운 낙인.
밖에서 유나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문 밖에서 멈춰 섰다. 방사능 비 소리 사이로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다. 빠르고, 얕고, 떨리는 숨소리. 이빨을 악문 듯한 미세한 마찰음. 그리고 문틀을 긁는 손톱 소리. 그녀의 손톱이 녹슨 철문에 자국을 남기며 끼익, 끼익 반복됐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미령의 체내에서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들어와."
유나가 문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창백했고, 입술은 꽉 깨물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미동도 없이 나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왕좌에 반쯤 누운 미령을 한 번 바라봤다. 시선이 미령의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리는 정액에 잠시 멈췄다가, 곧바로 나에게 돌아왔다.
"해독했습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건 낡은 열쇠와, 그 열쇠로 열 수 있는 것들의 지도였다. 내가 그녀에게 건넨 지도와 달리, 이건 유나가 직접 그린 세밀한 설계도였다.
"C.Z-7은 7구역의 만능 키가 아닙니다. 이건… '코드 제로-7'입니다. 정화위원회의 최상위 보안 등급이에요. 이 열쇠 하나로 7구역의 모든 시설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생체 인식 시스템, 방사능 격리 장치, 냉동 수면 장치, 그리고…"
유나가 잠시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손이 지도를 움켜쥐며 종이를 구겼다.
"방사귀 통제 프로토콜의 메인 서버까지."
나는 지도를 내려다봤다. 유나가 그린 7구역의 구조도는 내가 알고 있던 어떤 지도보다 정밀했다. 중앙 연구동, 생체 실험 구역, 냉동 보관실, 그리고 옥상. 그 옥상에 작게 그려진 원.
"이게 뭐지."
"관측소입니다. 7구역이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 하린이 거기 있을 겁니다."
나는 지도를 들고 일어섰다. 미령이 내 뒤에서 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움직임엔 더 이상 적의가 없었다. 대신 전사로서의 긴장감만이 남아 있었다.
"석호는."
"배수로에 임시 연구실을 설치했습니다. 붕대 분석 자료를 모두 가져왔고, 방사능 억제제 역설계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합니다."
"좋아."
나는 젖은 옷을 대충 걸치며 말했다.
"구역 1의 방어는 미령이 맡는다. 유나는 나와 함께 지도를 최종 점검한다. 클린존 침공은 48시간 안에 시작한다."
미령이 내 뒤에서 입을 열었다.
"하린은 어떻게 할 건가."
나는 지도를 접어 품에 넣었다.
"그녀의 딸을 구해주겠다. 대가로 7구역을 받고, 정화위원회와의 연결을 끊겠다. 거절하면…"
나는 미령을 돌아봤다. 그녀는 여전히 왕좌에 앉아 있었다. 내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목의 문신이 빗물에 젖어 반짝였다.
"그녀도, 그녀의 딸도, 이 폐허에 묻어버리겠다."
빗소리가 거세졌다. 방사능 비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나는 무너진 벽 너머로 도시를 내려다봤다. 녹 구역 동부는 이제 내 거였다. 하지만 저 너머엔 클린존이 있었다. 정화된 공기와 물, 그리고 그걸 독점한 자들. 하린은 거기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멈춰 섰다.
유나가 그린 지도에는 7구역 중앙 건물의 옥상이 그려져 있었다. 관측소. 그 작은 원 안에 누군가 서 있었다. 유나는 사람을 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원 안엔 분명히 형체가 있었다. 망원경을 든 여자의 형체.
"유나."
내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걸 언제 그렸지."
"한 시간 전입니다. 왜…"
나는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형체는 유나가 그린 게 아니었다. 지도를 만든 종이 자체가 반응하고 있었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색이 변하는 특수 용지. 그리고 그 원 안의 형체만이 지금, 실시간으로 색이 변하고 있었다.
"하린이다."
나는 지도를 들어 올렸다. 빗물에 젖은 지도 위로, 옥상의 형체가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녀가 움직이고 있었다. 망원경을 내리고, 고개를 돌리고, 그리고…
미소 짓고 있었다.
지도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방사능 반응으로 쓰인 메시지. 하린이 이 지도가 특수 용지인 걸 알고 미리 심어둔 것이었다.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진태한."
나는 지도를 구겨쥐었다. 방사능 비가 종이를 때리며 쉬익 소리를 냈다. 내 손아귀에서 지도가 열을 내며 타올랐다. 젖은 종이가 무게를 더해 손바닥에 묵직하게 감겼다. 이게 권력의 무게감이었다. 손에 쥔 채 불타는 지도. 그 열기가 손바닥을 데웠다. 나는 옥상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자. 그 시선의 온도가 느껴졌다. 차갑고, 날카롭고, 그리고 즐기고 있었다.
"좋아."
나는 불타는 지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불꽃이 방사능 비에 닿자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게임을 시작하지."
폐허의 왕좌에서, 나는 클린존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