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퇴고본

공허형 마법진이 탑 전체를 집어삼키기 직전, 내가 입을 열었다.

"다리우스."

내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카이우스의 신경계와 완전히 동기화된 지금, 성대의 떨림마저 그의 호흡과 겹쳐졌다. 망토 하나 걸친 몸으로 지하 서고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한 걸음 내디뎠다. 바닥에 핏빛 마법진이 소용돌이쳤다. 리제트가 찢어놓은 금서 조각들이 공중에 떠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당신이 구하지 못한 게 아니에요."

다리우스의 눈동자가 경련했다. 공허 마법의 어둠을 두른 그의 손끝이 멈칫거렸다.

"세라피나는 당신의 집착에서 도망치기 위해 스스로 감각을 소멸시켰어요. 자발적 공허형이었죠."

"닥쳐."

"당신이 그녀를 죽인 게 아니라, 당신에게서 벗어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던 거예요."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우스의 마법진이 일그러지며 탑의 벽면에 금이 갔다. 유리벽 너머로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카이우스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맥박이 내 손바닥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지금은 촉각이 있었다. 그의 체온이, 피부 결이, 땀의 염분이 내 신경 말단을 타고 올라왔다.

"당신이 벌해야 했던 건 마그누스도, 우리도 아니에요. 당신 자신이었어요."

다리우스가 비틀거렸다. 그의 마법진이 삐걱거리며 동력을 잃어갔다. 리제트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지금이야!"

리제트의 손이 마법진의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피가 솟구쳤다. 핏방울이 마법진의 문양을 따라 흐르며 진홍색 선을 다시 그렸다. 나는 소리치려 했지만 카이우스가 내 입을 막았다.

"보시오."

그의 속삭임이 내 고막이 아닌 신경 자체에 직접 꽂혔다. 리제트의 감각이 마법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녀의 시야에서 색채가 증발하고, 고막이 침묵에 잠기고, 피부가 온도라는 개념을 망각하는 과정이 내 신경계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카이우스와 동기화된 내 감각이 리제트의 감각 소멸을 실시간으로 포착했다.

"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리제트의 입술이 움직였다.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청각이 완전히 소멸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의 진동이 마법진을 타고 내 살갗에 닿았다. 나는 카이우스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려 했다.

"안 돼."

카이우스가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팔뚝 근육이 내 갈비뼈를 압박했고, 그 감각이 다시 신경 동기화를 타고 증폭되어 내 몸 전체에 퍼졌다.

"계약 4단계의 동기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소. 지금 그 마법진에 닿으면 당신의 감각까지 모조리 빨려 들어가오."

"하지만 리제트가!"

"당신 여동생은 자기 선택을 한 거요."

카이우스의 손이 내 손목 안쪽을 더듬었다. 정확히 스승이 마지막으로 잡았던 그 부위. 그의 손가락 끝이 내 맥박 위를 스치자 7년 전의 그 접촉이 동시에 재생되었다. 스승의 굳은살 박인 손끝. '미안하다'는 입 모양. 그리고 그 순간 내 손목 안쪽에 스며든 미약한 온기.

"여긴 왜 감각이 남아있었는지 아시오?"

카이우스의 입술이 내 귓바퀴에 닿았다.

"마그누스가 당신에게 남긴 유일한 선물이오. 자신의 감각 일부를 이 부위에 봉인한 거요. 촉각 전체를 대가로 지불하는 순간에도 이 부분만은 지키려고 한 거요."

내 심장이 멈추는 듯한 감각. 동기화된 카이우스의 심장도 같은 리듬으로 정지했다.

"그러니까 당신 손목만은 항상 따뜻했던 거요."

그의 손가락이 내 손목 안쪽의 얇은 피부를 쓸었다. 그곳에 남은 스승의 마지막 온기가 지금은 카이우스의 체온과 겹쳐졌다. 두 개의 온도가 내 신경 말단에서 충돌했다. 7년의 공백을 뚫고 밀려오는 감각의 폭력이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카이우스의 냄새가 폐포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땀과 피, 그리고 그 아래 깔린 그의 본연의 체취가 내 후각을 찔렀다.

"리제트의 의식이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소."

카이우스가 내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그의 얼굴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동공이 확장된 그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쳤다.

"선택하시오. 5단계 계약을 완료하여 내 빚을 탕감하고 나를 소멸시킬 것인지."

그의 손이 내 망토 안으로 파고들었다. 맨살에 닿는 손바닥의 온도가 뜨거웠다. 지금은 그의 체온이 내 신경을 타고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계약을 파기하고 우리 둘 다 영구적 감각 상실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내 손이 그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내 심장과 정확히 같은 리듬이었다. 나는 그의 맥박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숨을 내쉬었다.

"선택은 나중에."

내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기 직전, 나는 말했다.

"먼저, 마지막 접촉을."

---

탑의 가장 깊은 곳. 지하 서고보다 더 아래, 바위를 깎아 만든 의식실로 우리는 넘어졌다. 리제트의 마법진이 천천히 탑 전체를 잠식하는 동안, 이곳만은 아직 공허의 영역이 아니었다. 카이우스가 내 망토를 벗겼다. 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돌벽에 부딪혀 울렸다. 나는 그의 상처 입은 어깨를 감싸 안았다. 붕대 아래로 피가 배어나왔다. 철분의 금속성 맛이 내 혀끝에 감돌았다. 신경 동기화가 그의 통증을 내 몸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어깨의 열상 부위가 욱신거렸다. 하지만 그 고통조차 지금은 감각의 증거였다.

"당신의 모든 감각을 복기하겠소."

카이우스가 내 목덜미에 입술을 댔다. 그의 혀가 첫 번째 경추 위의 피부를 핥았다. 거기서 시작된 미세한 진동이 척수를 타고 꼬리뼈까지 내려갔다.

"여기. 우리가 처음 접촉했을 때 내 손이 닿았던 부위."

그의 손가락이 내 쇄골을 따라 이동했다.

"여기. 당신이 처음으로 내 체온을 느꼈던 지점."

손가락 끝이 내 왼쪽 유두 위에 멈췄다. 그는 손톱으로 젖꼭지 주변의 유륜을 천천히 긁었다. 각질화된 손톱이 여린 살을 스치는 감촉이 신경을 타고 내 시상하부까지 직행했다. 내 유두가 즉각 경직되며 단단히 솟아올랐다. 카이우스의 시선이 내 가슴을 응시했다. 동기화된 신경계 덕분에 그의 시각 피질에 맺힌 내 유두의 이미지가 내 뇌로도 전송되었다. 나는 내 젖가슴을 그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여기."

그가 경직된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집었다. 숨이 멎을 듯한 압력이 가해졌다. 그가 손끝에 준 미세한 압박이 내 유두의 신경 말단을 압착했다. 나는 신음했다. 소리가 의식실의 돌벽에 부딪혀 반향을 만들었다. 그 반향의 진동이 다시 내 고막을 때렸다. 소리마저 우리 사이를 순환했다.

"당신이 처음으로 절정에 달했을 때."

그의 다른 손이 내 허벅지 안쪽을 쓸었다. 대퇴부의 섬세한 피부에 그의 손바닥이 마찰열을 일으켰다. 체온이 스며들며 살갗이 달아올랐다. 나는 다리를 벌렸다. 내 음부가 공기에 노출되었다. 애액이 이미 대음순을 적시고 있었다.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가 허벅지 안쪽까지 번지고 있었다. 카이우스의 중지가 대음순 사이를 파고들었다. 손가락 한 마디가 질 입구를 통과하자 질벽의 근육이 즉각 조여들었다.

"이 습도. 이 온도. 이 압력."

그가 손가락을 한 마디 더 밀어 넣었다. 질벽의 주름이 손가락 마디를 감싸 쥐었다. 점막의 부드러운 융기들이 그의 지문을 스캔하듯 마찰했다.

"당신이 내 기억 속 고문을 처음 경험했을 때도, 당신의 이곳은 이렇게 젖어 있었소."

그의 말이 내 클리토리스에 직접 꽂혔다. 음핵이 발기하며 포피 밖으로 단단히 노출되었다. 카이우스의 엄지가 그 예민한 돌기에 닿았다. 숨을 삼킬 만한 압력으로 누르자, 신경 말단이 밀집된 그 부위가 폭발적인 신호를 척수 반사궁으로 쏘아 올렸다. 골반 저근이 경련했다. 질 내벽이 카이우스의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였다.

그가 손가락을 셋으로 늘렸다. 검지, 중지, 약지가 동시에 질을 확장했다. 질벽의 탄력이 한계까지 벌어졌다. 이물감이 쾌감으로 전환되는 순간의 신경 신호를 나는 고스란히 감지했다. 통증 수용체가 발화했다가 곧바로 도파민 분비로 전환되는 과정이 신경 동기화를 통해 카이우스에게도 전달되었다.

"이게 당신의 본성이오."

그의 성기가 내 허벅지에 닿았다. 귀두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발기된 해면체는 단단하고 묵직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음경을 움켜쥐었다. 요도 해면체가 내 손바닥 안에서 박동했다. 표면의 정맥이 돌출되어 지문을 타고 맥동을 전달했다.

"이제 내가 당신을."

나는 그를 바닥에 밀쳤다. 그가 누운 자세에서 나는 그의 허리에 올라탔다. 내 질 입구가 그의 귀두에 닿았다. 애액이 귀두를 적시며 요도구로 흘러들었다. 점막과 점막이 만나는 지점에서 미끄러짐이 발생했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복기할 차례요."

귀두가 질 입구를 통과했다. 질구가 귀두의 부피를 받아들이며 천천히 벌어졌다. 찢어질 듯한 팽창감이 통증과 쾌락의 경계에서 진동했다. 나는 허리를 더 낮췄다. 음경이 질 깊숙이 밀려 들어갔다. 질 전체가 그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귀두가 자궁 경부에 닿았다. 충격이 내 하복부를 관통했다.

"아……."

내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카이우스의 두 손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둔부의 근육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변형되었다. 그는 내 허리를 아래로 누르며 골반을 위로 밀어 올렸다. 음경이 질 후원개를 뚫고 더 깊이 진입했다. 자궁 경부가 귀두의 압력을 견디며 함몰되었다. 복막 전체가 당기는 감각이 내 복강에 퍼졌다.

"당신의 모든 감각을."

나는 그의 위에서 허리를 회전시켰다. 질벽이 음경을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마찰했다.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일 때마다 질 내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음경 표면의 정맥 돌기를 스치며 지나갔다. 그 마찰이 내 G스폿을 압박했다. 질 전벽에 위치한 그 부위가 음경의 귀두관에 의해 리드미컬하게 눌렸다. 요도 해면체 주변의 신경얼기가 자극되며 방광 기저부가 수축했다.

"당신이 내게 준 모든 것을."

내가 상체를 숙이자 그의 입술이 내 목을 파고들었다. 경동맥 위의 피부를 그가 빨아들였다. 모세혈관이 파열되며 피하 출혈이 일어났다. 그 멍이 7년 전 내 손목에 스승이 남긴 온기와 같은 부위에 생겨났다. 카이우스의 입술이 내 손목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가 스승의 마지막 감각이 봉인된 그 부위를 혀로 핥았다. 침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스승의 체온과 카이우스의 체온이 내 피부 위에서 섞였다.

"이게 진정한 접촉이구나."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체온과 같은 온도의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 카이우스의 가슴에 떨어졌다. 7년 동안 잃어버렸던 촉각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되살아났다. 카이우스의 피부 결이 내 살갗에 닿는 모든 지점에서 전기 신호가 발생했다. 압력, 진동, 신장, 깊은 압박을 감지하는 모든 촉각 수용체가 동시에 발화했다. 그 모든 신호가 내 척수를 타고 시상으로, 다시 체성감각피질로 쇄도했다.

"더."

내가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벽과 음경의 마찰 속도가 빨라졌다. 애액이 마찰열로 인해 더 묽어졌다. 액체가 음경 기저부까지 흘러내려 회음부를 적셨다. 물소리가 났다. 점막과 점막이 부딪히며 내는 젖은 소리가 의식실에 울려 퍼졌다. 카이우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내 심장도 정확히 같은 리듬이었다.

"당신 등에."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마지막 문신을."

카이우스가 몸을 일으켜 나를 안은 자세로 전환했다. 내 질에 그의 성기가 삽입된 상태로 체위가 바뀌었다. 음경이 질 안에서 회전하며 질벽의 다른 부위를 자극했다. 나는 그의 어깨에 다리를 감고 팔로 그의 등을 더듬었다. 견갑골 사이. 척추를 따라 새겨진 채무 문신 중 마지막 한 줄이 아직 남아 있었다. 다른 문신들은 이미 사라졌다. 빚이 탕감되며 한 줄씩 소멸된 것이다. 하지만 이 마지막 한 줄만은 아직도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며 그의 피부에 박혀 있었다.

내가 입술을 그 문신에 댔다.

입술의 촉각 수용체가 문신의 윤곽을 읽었다. 피부 위로 약간 돌출된 먹의 입자들. 콜라겐 섬유 사이에 갇힌 마법 잉크의 미세한 결정 구조가 내 입술 점막에 닿았다. 나는 혀를 내밀어 그 문신을 천천히 핥았다. 혀의 미뢰가 잉크의 금속성 맛을 감지했다. 은과 수은, 그리고 알 수 없는 마법 합금의 복합적 풍미. 카이우스의 등 근육이 내 혀끝 아래에서 경련했다. 척추기립근이 수축하며 문신의 형상이 일그러졌다.

"그 문신은."

카이우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성기가 내 질 안에서 맥동했다. 귀두의 해면체가 팽창하며 요도구가 약간 벌어졌다. 사정 직전의 전조 증상이었다.

"마그누스가 새긴 첫 번째 문신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빚이오."

내가 문신을 더 강하게 빨아들였다. 흡인 압력이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을 파열시키며 작은 피멍을 만들었다. 나는 그 피멍 위로 다시 혀를 굴렸다. 철분 맛이 더 진해졌다.

"이 빚은 무엇이죠?"

"당신이오."

카이우스의 골반이 위로 치솟았다. 음경이 질 가장 깊은 곳을 찔렀다. 자궁 경부가 귀두에 완전히 함몰되며 질 전체가 경련했다. 질벽의 근육이 연속적으로 수축했다. 오르가즘 직전의 불수의적 질 수축이 시작된 것이다.

"엘리제 아슈발트라는 존재를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마그누스의 마지막 내기였소."

그 말과 동시에 내 오르가즘이 폭발했다.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했다. 첫 번째 수축에서 애액이 분출되었다. 따뜻한 액체가 귀두를 타고 흘러내렸다. 두 번째 수축에서 질 압력이 극도로 상승했다. 세 번째 수축에서 자궁 경부가 귀두를 꽉 물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연속적인 질 수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매 수축마다 애액이 추가로 분출되었다. 대음순과 소음순이 부풀어 오르며 충혈되었다. 클리토리스 귀두가 완전히 발기하여 포피 밖으로 단단히 돌출된 채 박동했다.

카이우스가 내 질 안에서 사정했다.

첫 번째 사정에서 정액이 자궁 경부를 직접 타격했다. 뜨거운 액체가 질 깊숙이 주입되었다. 두 번째 사정에서 귀두가 팽창하며 요도구가 최대로 벌어졌다. 세 번째 사정에서 그의 고환이 수축하며 남은 정액을 모두 밀어 올렸다. 끈적하고 따뜻한 정액이 내 질을 가득 채웠다. 질벽을 따라 흘러내리며 애액과 섞였다. 정액 특유의 알칼리성 냄새가 올라왔다. 질 내부의 산성 환경과 뒤섞이며 미세한 화학 반응을 일으켰다.

"이제."

카이우스가 숨을 헐떡이며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땀이 내 얼굴에 묻었다. 피부 위에서 증발하며 미세한 냉각 효과를 일으켰다.

"내 모든 빚이 탕감되었소."

그의 등에서 마지막 문신이 빛을 잃었다.

내 입술이 그 자리를 더듬었다. 방금 전까지 문신이 있던 피부는 주변보다 서늘했다. 마법 잉크가 증발하며 피부 표면의 열을 빼앗아 간 흔적이었다. 나는 그 차가운 부위를 혀로 덥혔다. 침의 온기가 피부에 스며들며 체온을 회복시켰다. 카이우스의 등 근육이 이완되었다.

"계약이 완료되었소."

그의 목소리가 내 신경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아직도 성기가 내 질에 삽입된 상태였다. 사정 후에도 발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음경이 질벽의 잔여 수축을 느끼며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정액과 내 애액이 섞인 액체가 음경 기저부를 타고 흘러내려 우리의 회음부를 적셨다. 체온으로 데워진 체액이 피부 위에서 식으며 끈적하게 굳어갔다. 혼합액의 냄새가 우리 사이에 짙게 깔렸다. 페로몬과 단백질, 효소가 복합적으로 섞인 그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며 뇌하수체를 흔들었다. 프로락틴이 분비되며 오르가즘 이후의 이완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 이완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아니."

내가 그의 어깨를 밀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도 그의 성기가 내 안에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질벽과 귀두가 마찰하며 잔여 쾌감을 발생시켰다.

"아직이에요."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등에 남은 문신의 흔적을 더듬었다. 완전히 사라졌다. 피부 결만 남았다. 하지만 나는 그 피부 결을 손톱으로 긁었다. 가벼운 압력이 그의 등에 백색선을 만들었다.

"당신이 내게 갚아야 할 빚이 아직 남았어요."

"내 모든 문신이 사라졌소. 계약은 완료되었고."

"계약은요."

내가 그의 귓불을 깨물었다. 치아가 연골에 닿으며 작은 압흔을 남겼다.

"하지만 당신이 내 손목에 느꼈던 그 온기는, 스승의 감각이 아니었어요."

카이우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건 당신 거였어요. 처음 내 손목을 만졌을 때부터, 당신 체온이 스승의 흔적 위에 덧씌워졌어요. 당신이 내게 준 감각이에요."

나는 그의 손을 잡아 내 손목 안쪽에 올렸다.

"그리고 이 감각은 아직 빚으로 남아 있어요."

맥박이 뛰었다. 내 심장과 그의 심장이 여전히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었다. 오르가즘 이후의 안정기로 접어들며 심박수가 서서히 감소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두 심장의 박동은 아직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있었다.

"5단계 계약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어요."

---

그 순간, 의식실 천장이 무너졌다.

리제트의 마법진이 마침내 탑의 핵심부까지 도달한 것이다. 공허형 마법진과 리제트의 희생 의식이 충돌하며 예측 불가능한 변형을 일으켰다. 핏빛과 암흑이 뒤섞인 마법진이 우리 발밑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떨어진 돌 파편들이 마법진의 경계에 닿자마자 먼지로 분해되었다.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벽면에 새겨진 고대 마법 문양들이 하나둘 금이 가며 빛을 잃었다.

리제트가 중앙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감각은 거의 완전히 소멸된 상태였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이 이미 사라졌고, 촉각만이 마지막으로 남아 그녀를 마법진에 붙들어 매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허공을 응시했지만, 더 이상 빛을 담지 못했다. 그녀의 귀는 모든 소리가 사라진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피부만이 마법진의 차가운 돌바닥을 느끼며 마지막 감각을 붙잡고 있었다.

"언니……."

리제트의 입술이 움직였다. 목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 입 모양이 공기를 타고 내 피부에 진동으로 전달되었다.

"내가…… 계약을…… 안정화시켰어……."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촉각이 소멸되었다.

리제트의 몸이 마법진 중앙에서 쓰러졌다. 완전한 감각 상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돌바닥에서 미끄러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살덩어리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마법진은 공허형과 융합되며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되고 있었다. 마법진의 색이 핏빛에서 황금빛으로 변했다. 감각을 소멸시키는 공허의 힘이 오히려 감각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된 것이다. 마법진 가장자리에서 금빛 균열이 뻗어나가며 탑의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균열이 지나간 자리마다 돌이 살아있는 살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의식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심장처럼 박동하기 시작했다.

"이건……."

다리우스가 비틀거리며 의식실로 내려왔다.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공허 마법의 어둠이 그의 손끝에서 불안정하게 일렁였다.

"자발적 공허형의 역전…… 세라피나가 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의 의식이야. 감각을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감각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마법진이 회전을 멈추고 고정되었다.

그리고 카이우스의 등에서 사라졌던 문신들이 한꺼번에 다시 나타났다. 하나가 아니라 전부였다. 그동안 탕감되었던 모든 채무 문신이 동시에 재활성화되었다. 푸르스름한 빛이 그의 등을 가득 채웠다. 빛은 피부 아래로 스며들며 혈관을 따라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카이우스의 몸 전체가 마법진의 일부가 된 듯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손목 안쪽이 불타올랐다. 스승이 남긴 온기가 아니라, 카이우스의 체온이 스며든 그 부위가 스스로 발열했다. 피부 아래에서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손목에서 팔꿈치로, 어깨로, 심장으로 퍼져나갔다.

"이게 무슨……."

카이우스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의 성기가 아직 내 질에 삽입된 상태에서 다시 발기하기 시작했다. 해면체에 혈액이 재주입되며 음경의 경도가 급상승했다. 방금 사정을 끝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불수의적 발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리제트의 변형 마법진이 우리의 감각을 강제로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의 귀두가 내 질벽을 밀어내며 팽창하는 감각이 정상의 몇 배로 증폭되어 전달되었다. 나는 비명을 삼켰다. 너무나 강렬한 쾌감이 고통과 구분되지 않는 지점까지 치솟았다.

"선택하시오!"

다리우스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마법진의 진동에 실려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렸다.

"지금이야! 5단계 계약을 완료하든가, 아니면 계약을 파기하든가! 이 변형 마법진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만 허용해! 중간은 없어!"

내 질벽이 다시 수축하기 시작했다. 증폭된 감각이 정상의 몇 배로 전달되었다. 카이우스의 귀두가 질벽을 스치는 마찰 하나하나가 전기 충격처럼 척수를 타고 올라왔다. 그의 등에 재활성화된 문신들이 내 시야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마법진의 금빛 균열이 의식실 바닥을 가로질러 우리 발밑까지 번져왔다. 균열 사이로 아득한 심연이 들여다보였다. 탑의 기초가 무너지며 공간 자체가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이우스의 몸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재활성화된 문신들이 단순한 빛을 넘어 그의 피부를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문신의 선을 따라 피부가 갈라지고, 그 틈새로 금빛 액체가 스며나왔다. 마법 잉크가 혈액과 섞여 그의 몸 전체를 마법진의 일부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금빛 실금이 퍼졌다. 손톱 밑에서도 같은 빛이 새어나왔다.

"당신의 선택이……."

카이우스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여러 겹의 울림이 겹쳐진 듯한 소리였다. 마법진이 그의 성대마저 변형시킨 것이다.

"어떤 것이든…… 나는 이미……."

나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금빛 실금이 번진 동공 너머에서, 나는 여전히 그를 볼 수 있었다. 내 손목을 처음 잡았을 때의 그 온기. 고문당하는 기억 속에서도 나를 감싸 안았던 그 손. 7년의 공백을 뚫고 내 감각을 되살려낸 그 접촉.

내 손목 안쪽이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스승의 온기도, 카이우스의 온기도 아닌, 이제는 내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열기였다. 마법진이 증폭시킨 것은 단순한 촉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7년 동안 잃어버렸던 모든 감정의 물리적 증거였다.

나는 입을 열었다.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최종 선택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공기가 진동했다. 탑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금빛 균열이 의식실 벽을 집어삼키며 우리를 향해 조여들었다. 카이우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나를 감쌌다.

"나는……."

카이우스의 손이 내 뺨을 감싸 안았다. 그의 손바닥 온도가 내 안면 신경을 타고 전달되었다. 여전히 같은 온도였다. 내 손목에 남은 마지막 온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체온. 금빛으로 물든 그의 손가락이 내 피부에 닿는 순간, 두 개의 온도가 완전히 하나로 겹쳐졌다.

"당신의 것이오."

그가 말했다. 그 말은 카이우스의 목소리인 동시에 마법진의 울림이었고, 내 심장 박동의 리듬이었다.

나는 카이우스의 눈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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