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지하 주차장

내 구두 굽이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강필두의 비릿한 미소가 나를 향했다.

"이 새끼가 아직도 네 옆에 붙어 있냐?"

태오의 숨소리가 내 뒤에서 거칠어졌다. 그가 내 팔목을 잡아끌며 다시 자기 뒤로 밀어 넣으려 했다.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손가락이 태오의 손목을 스치며 떨어져 나갔다. 태오의 눈이 커졌다. 8년 전 그 여름, 내가 처음으로 그에게 화를 냈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재원아."

"넌 가만히 있어."

나는 강필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하 주차장의 형광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필두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명멸했다. 그의 왼손 검지가 바지 주름을 따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초당 세 번 정도의 리듬.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다.

"당신이 태오를 통제하려는 건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에요."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태오가 내 옆에서 숨을 멈췄다.

"당신은 그가 당신을 버리고 성공한 게 견딜 수 없는 거죠. 버림받은 쪽은 당신이니까."

강필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가의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 오른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분노 반응이지만, 그 안에는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내가 그의 가장 깊은 곳을 찔렀다는 증거였다.

"뭐라고? 이 새끼가 감히..."

"감히가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겁니다. 당신은 지금도 두려운 거예요. 태오가 당신 없이도, 당신이 준 상처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게."

나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강필두의 시선이 0.3초간 왼쪽으로 흔들렸다. 회피 반응. 위협적인 상황에서 포식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일반적 반응과 반대다. 그는 지금 도망치고 싶은 거다.

"당신이 태오를 때렸던 것도, 지금 협박하는 것도 결국 같은 이유예요. 당신보다 나은 존재가 당신 곁을 떠날까 봐. 당신처럼 되지 않을까 봐."

"닥쳐! 네가 뭘 알아!"

강필두의 목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렸다. 기둥에 부딪혀 메아리가 번졌다.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혈압이 급격히 상승한 게 보였다. 목의 경동맥이 두드러지게 뛰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거기까지 하시죠, 강필두 씨."

김성호의 목소리가 기둥 뒤에서 들려왔다. 그가 손에 태블릿PC를 들고 걸어나왔다. 화면에는 녹음 파일과 동영상 섬네일이 떠 있었다. 성호의 얼굴은 평소처럼 무표정했지만, 턱 근육이 단단히 긴장되어 있었다.

"8년 전 폭행 사건의 의료 기록, 그리고 방금 전 강필두 씨가 하신 협박 발언의 녹취 파일입니다. 여기에 지난 3개월간 서린그룹 본사 무단 침입 기록까지 더하면... 강필두 씨, 이게 경찰에 넘어가면 집행유예 기간 위반으로 최소 2년입니다."

강필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동공이 수축하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의 시선이 성호의 태블릿에서 내 얼굴로, 다시 태오의 얼굴로 재빨리 움직였다. 도망칠 출구를 찾는 눈빛이었다.

"이... 이 개새끼들이! 짜고 이딴 수작을!"

"짜고? 그럼 이걸 경찰서에서 직접 설명하시겠습니까?"

성호가 태블릿을 한 걸음 더 내밀었다. 그의 손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태오가 그때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나만 알아챌 수 있는 떨림이었다.

"아버지. 아니, 강필두 씨. 이걸 경찰에 넘기기 전에 딱 한 번 기회를 주겠습니다."

태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어깨가 내 어깨와 나란히 섰다. 지하 주차장의 형광등 불빛이 그의 얼굴 절반을 비추고 있었다. 반대쪽은 어둠 속이었다. 마치 지난 8년간 그가 살아온 방식처럼.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내 앞에도, 정재원 씨 앞에도. 그리고 서린그룹 건물 반경 500미터 안에는 발도 들이지 마십시오. 만약 이 약속을 어기면..."

태오의 손가락이 내 손목을 스쳤다. 아주 짧은 접촉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그의 손끝 온도가 내 피부에 전해졌다. 차가웠다. 섭씨 35도 아래로 떨어진 손끝. 혈관이 수축하고 교감신경이 과부하 상태라는 증거였다. 그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공포를 억누르고 있는지 손끝의 온도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땐 내가 직접 당신을 파괴할 겁니다. 당신이 내게 가르쳐준 방식 그대로."

강필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손등의 핏줄이 터질 듯 부풀었다.

나는 그때 마지막 일침을 날렸다.

"당신이 진짜 두려운 건 태오가 당신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그건 이미 일어나고 있어요. 지금, 여기서."

강필두의 눈이 충격으로 흔들렸다. 그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3초. 그의 눈동자 안에서 분노, 공포, 그리고 인정의 감정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에 남은 건 패배감이었다.

"꼴 좋다, 강태오. 네 애비를 이딴 식으로..."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 강필두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의 구두가 콘크리트 바닥을 끌며 불쾌한 소리를 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태오를 한 번 노려본 뒤, 몸을 돌려 지하 주차장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거의 뛰다시피 사라지는 뒷모습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냥 늙고 지친, 버림받은 남자였다.

강필두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정적.

지하 주차장의 형광등만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태오가 기둥에 기대었다. 그의 무릎이 천천히 꺾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어깨를 누르는 것 같았다. 태오의 등이 콘크리트 기둥에 닿으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태오야."

나는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태오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눈물은 없었다. 그는 울지 않았다. 그냥 눈을 크게 뜨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8년간 참아온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그의 눈동자 안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내가 얼마나..."

태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마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기계가 처음 돌아갈 때 나는 소리 같았다.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네가 나를 미워할까 봐. 네가 나를 기억조차 하지 않을까 봐. 아니... 네가 나를 기억하는데도, 그래서 더 미워할까 봐."

그의 손이 자신의 무릎 위에서 떨렸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얼음장 같았다. 내 손바닥으로 그의 손등을 감싸며 체온을 전달했다.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냉기가 내 손목까지 타고 올라왔다. 나는 그의 맥박을 느꼈다. 분당 110회. 정상 범위를 훌쩍 넘은 심박수였다.

"나는 네가... 네가 도망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의심했어. 8년 동안 매일, 매일 밤. 네 SNS를 확인하고, 네 취업 준비 상황을 추적하고, 네가 서린그룹에 입사 지원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기뻤어. 하지만 동시에 겁이 났어. 내가 널 다시 만나면, 내가 널 다시 망칠까 봐."

태오의 손가락이 내 손을 움켜잡았다. 강한 힘이었다. 마치 내가 사라질까 봐 붙잡는 것 같았다. 그의 손톱이 내 손등에 파고들었다. 아팠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네가 내가 될까 봐 무서웠어. 내 아버지처럼... 폭력적이고, 집착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는 그런 인간이 될까 봐. 그래서 나는 너를 밀어냈어. 하지만 밀어내면서도 계속 지켜봤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어. 널 멀리서 지키는 것만이..."

"태오야."

나는 그의 양 볼을 손으로 감쌌다. 그의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렸다. 그의 뺨은 차가웠지만, 눈가만은 뜨거웠다. 그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쳤다.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 우리 두 사람의 그림자가 콘크리트 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나는 여기 있어. 도망치지 않았어. 8년 전에도, 지금도, 나는 네 옆에 있었어. 네가 내 손을 놓은 적은 있어도 내가 네 손을 놓은 적은 없어."

태오의 눈이 일그러졌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방울, 두 방울.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작은 얼룩을 만들었다.

"재원아."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8년 만에, 진짜 내 이름을.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부서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 거짓이 없었다.

"나... 이제 괜찮아도 되는 거야?"

"그래. 이제 괜찮아. 우리가 이겼어. 그리고 나는 여기 있어. 앞으로도 계속."

나는 그의 이마에 내 이마를 기댔다. 그의 숨결이 내 입술에 닿았다. 따뜻했다. 호흡 리듬이 서서히 안정되어 갔다. 분당 110회였던 맥박이 90회로, 다시 80회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지하 주차장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서로의 체온만을 느끼며.

김성호가 조용히 뒤로 물러서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태블릿을 챙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오야, 나는 먼저 올라가 있을게. 내일 아침에... 보고하러 와."

성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이제 지하 주차장에는 우리 둘만 남았다.

태오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여전히 차가웠지만, 조금 전보다는 덜했다. 섭씨 33도 정도. 아직 정상 체온보다 낮지만, 혈액이 다시 손끝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집에 가자."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 잠겼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내 집으로. 우리 집으로."

---

# 침실

태오의 아파트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현관의 센서등이 자동으로 켜졌다. 은은한 조명이 복도를 밝혔다. 태오가 내 코트를 벗겨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어깨를 스치며 옷을 벗겨냈다. 동작은 느렸다. 마치 내 몸을 처음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그의 손끝이 내 셔츠 깃에 닿을 때마다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씻을래?"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너를 안고 싶어."

태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손이 내 얼굴을 감쌌다. 엄지손가락이 내 광대뼈를 따라 천천히 쓸어 내려갔다. 그 손길은 5화에서의 거칠고 절박한 접촉과 전혀 달랐다. 그때는 서로를 확인하려는 처절함이 있었다면, 지금은 서로를 보듬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재원아."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입을 맞추었다. 키스는 가벼웠다. 입술이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거의 숨결을 나누는 정도의 접촉. 하지만 그 안에는 8년간의 모든 그리움과 죄책감,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안도감이 농축되어 있었다.

두 번째 키스는 더 길었다. 그의 혀가 내 입술을 살짝 스치며 열었다. 나는 그의 입 안으로 내 혀를 밀어 넣었다. 그의 혀와 내 혀가 만나 부드럽게 얽혔다. 태오의 입 안은 따뜻했고, 커피 향이 약간 남아 있었다. 그가 아침에 마셨을 블랙커피의 쌉쌀한 맛이 내 혀끝에 전해졌다. 나는 그의 혀를 빨아들였고, 태오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우리의 성기가 바지 위로 서로 눌렸다. 둘 다 이미 단단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입을 맞춘 채로 천천히 침실로 걸어갔다. 태오의 손이 내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가슴을 스치며 단추를 풀어내릴 때마다, 내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셔츠가 바닥에 떨어졌다. 태오가 내 어깨와 쇄골을 따라 입술로 선을 그었다. 그의 입술이 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따뜻한 숨결이 스며들었다. 그의 혀가 쇄골의 오목한 부분을 핥았고, 나는 신음을 삼켰다.

침대에 닿았다. 태오가 나를 조심스럽게 매트리스 위에 눕혔다. 그가 내 위에 올라왔다. 그의 체중이 내 몸 위에 실렸다. 무겁고도 익숙한 감각이었다. 그의 심장박동이 내 가슴을 통해 전해졌다. 여전히 조금 빠른 리듬이었다.

"내가... 네 몸 구석구석에 입맞추고 싶어."

태오가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내 이마에 닿았다. 눈꺼풀, 콧날, 볼, 턱. 그의 입술이 천천히 내 얼굴 전체를 훑었다. 마치 내 얼굴의 윤곽을 다시 한 번 기억에 새기려는 것처럼.

"내가 널 얼마나... 말이 안 될 정도로 원했는지 몰라."

그의 입술이 내 목을 따라 내려갔다. 쇄골의 오목한 부분에 혀끝이 닿았다. 그의 혀가 쇄골을 따라 좌우로 움직이며 피부를 적셨다. 따뜻한 체온과 촉촉한 감촉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가 내 목젖 아래를 빨아들였다. 피부가 그의 입술 사이에서 압박되며 작은 혈흔이 생겨났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내가 널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 나 같은 놈이... 네 곁에 있어선 안 된다고."

그의 입술이 내 가슴으로 내려왔다. 유두 주변을 혀끝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의 혀는 거칠고 뜨거웠다. 유두가 그의 혀끝 아래서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나는 신음을 삼켰다. 태오가 내 유두를 입술로 감싸고 가볍게 빨아들였다. 순간 전기 같은 쾌감이 가슴에서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내 손이 무의식적으로 태오의 머리카락을 더 세게 움켜잡았다. 그가 이를 살짝 사용해 유두를 물었다. 날카로운 통증과 쾌감이 뒤섞이며 내 허리가 들썩였다.

"아... 태오야... 거기, 더..."

"여기가 좋아? 이렇게?"

그가 다시 유두를 입에 물고 강하게 빨았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반대편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비볐다. 양쪽에서 동시에 밀려오는 쾌감에 나는 침대 시트를 움켜잡았다. 내 성기가 바지 안에서 완전히 발기되어 불편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알아. 내가 네 곁에 있고 싶은 건 자격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너 없이는 안 되는 놈이기 때문이라는 걸."

그의 입술이 내 배를 따라 더 아래로 내려갔다. 배꼽 주변에 입맞추고, 골반뼈가 튀어나온 부분을 혀로 핥았다. 그의 손이 내 바지 지퍼를 내렸다. 바지와 속옷이 함께 벗겨졌다. 내 성기는 이미 완전히 발기되어 배 쪽으로 꼿꼿이 서 있었다. 귀두가 옷에 쓸려 붉게 충혈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서의 긴장이 풀리면서, 동시에 감각이 예민해져 있었다.

"자격은...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약간 잠겼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네 거였어. 네가 모르는 사이에, 아마... 8년 전 그 여름에 이미."

태오의 눈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눈물이 다시 고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은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모순된 표정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도야. 나도... 그때 이미 네 거였어. 그걸 인정하는 데 8년이 걸렸지만."

그가 내 성기를 입에 물었다.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나를 감쌌다. 그의 혀가 귀두 전체를 감싸고, 입술이 단단히 조이며 기둥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신음했다. 그의 입 안에서 내 성기가 더 팽창하는 게 느껴졌다. 태오의 혀가 내 귀두 아래의 얇은 피부, 신경이 집중된 그 부분을 집요하게 핥았다. 혀끝으로 요도구를 파고들듯 자극하고, 이로 살짝 스치며 압력을 가했다. 그의 한 손이 내 고환을 감싸고 손바닥 안에서 굴리듯 마사지했다. 다른 손은 내 허벅지 안쪽을 쓸며 회음부 쪽으로 내려갔다.

"하... 태오야... 너무..."

"말해줘. 네가 원하는 걸.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

그가 잠시 입을 떼고 말했다. 그의 입술이 내 성기에 닿은 채로. 그의 숨결이 내 젖은 피부에 닿아 서늘한 감각을 만들었다. 그의 혀가 귀두 끝을 가볍게 톡톡 쳤다.

"그냥... 멈추지 마. 계속... 나를 만져줘. 더 깊이."

그가 다시 입에 물었다. 이번에는 더 깊게. 내 성기가 그의 목구멍 끝까지 닿았다. 그의 목 근육이 수축하며 성기 전체를 압박했다. 나는 허리를 들썩였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두개골 안에서 터지는 것 같았다. 태오가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나를 더 깊이 받아들였다. 그의 입술이 내 성기 뿌리까지 닿을 때마다, 나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태오의 손가락이 내 허벅지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의 검지가 내 항문 주변을 부드럽게 쓸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가락에 이미 로션이 묻어 있었다. 언제 준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침실에 들어오기 전에 재빨리 손에 묻힌 모양이었다. 차가운 로션의 감촉과 그의 뜨거운 손가락이 대비되어 항문 주변이 바짝 긴장했다.

"긴장 풀어. 내가 아프게 하지 않을게. 숨 들이쉬고, 내쉴 때 힘 빼."

그의 목소리가 내 허벅지 사이에서 들려왔다. 그의 검지 첫 마디가 천천히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내 항문이 이물감에 반응하며 수축했지만, 로션 덕분에 삽입은 부드러웠다. 태오가 내 성기를 더 깊이 빨며 주의를 분산시켰다. 쾌감과 이물감이 동시에 밀려와 내 뇌를 혼란스럽게 했다.

"숨 쉬어. 천천히. 내 손가락 느껴져? 네 안, 정말 뜨겁고 좁아."

내가 심호흡을 했다. 근육이 조금씩 이완되었다. 그의 손가락이 더 깊이 들어왔다. 두 번째 마디까지. 그의 손가락이 내 안에서 천천히 회전하며 내벽을 문질렀다. 로션과 내 몸에서 분비된 체액이 섞여 끈적한 소리를 냈다. 그의 손가락 관절이 내 전립선을 스치자, 나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냈다. 쾌감이 너무 강렬해서 순간 시야가 하얘졌다. 내 성기에서 투명한 액체가 한 방울 흘러나왔다.

"여기야? 이 안쪽, 손가락으로 만져지는 이 부분?"

태오가 물었다. 그의 손가락이 같은 지점을 다시 눌렀다. 이번에는 더 세게, 원을 그리듯 문지르며.

"거기...! 아... 거기, 계속 만져줘..."

나는 침대 시트를 움켜잡았다. 손가락이 시트를 파고들며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태오의 손가락이 리듬을 타고 내 전립선을 마사지했다. 동시에 그의 입이 내 성기를 더 빠르게 빨아들였다. 두 가지 쾌감이 동시에 밀려와 나는 거의 절정에 이를 뻔했다.

"이제... 이제 들어와. 제발. 네 자지로 나를 채워줘."

내가 겨우 말을 뱉었다. 태오가 내 위로 올라왔다. 그가 자신의 바지를 벗는 동안 나는 그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의 성기는 이미 완전히 발기되어 배에 닿을 듯이 서 있었다. 귀두가 투명한 액체로 젖어 반짝이고 있었다. 길고 굵은 성기의 표면에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가 내 허벅지를 들어 올려 자신의 허리 양옆에 두었다. 그의 성기 끝이 내 항문에 닿았다.

"아플지도 몰라. 말해줘. 멈추길 원하면 언제든."

"괜찮아. 그냥... 와. 나를 채워줘. 네 자지, 내 안에 느끼고 싶어."

그의 성기가 천천히 밀려 들어왔다. 내 항문이 그의 귀두를 감싸며 벌어졌다. 내벽이 이물감에 반응하며 수축했지만, 충분히 젖어 있어서 삽입은 매끄러웠다. 그의 성기가 한 마디, 두 마디, 점점 더 깊이 들어왔다. 내벽이 그의 굵기에 맞춰 벌어지고 조여드는 구체적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의 성기가 내 전립선을 지나며 압박했고, 나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의 성기가 내 안을 가득 채우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꼈다. 내벽이 그의 성기 모양에 맞춰 늘어나며 압박감과 쾌감이 뒤섞였다.

"하... 재원아... 너 진짜... 내 자지, 네 안에서 이렇게 조여오는데..."

태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가 완전히 내 안에 들어왔다. 그의 고환이 내 엉덩이에 닿았다. 우리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서로의 체온과 박동을 느끼며 연결되어 있었다. 내 항문이 그의 성기를 물고 있었고,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맥박 치는 게 느껴졌다.

"움직여도 돼. 나를 박아줘. 더 세게."

내가 말했다. 태오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밀려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리듬은 느렸다. 마치 파도가 해변을 쓸고 지나가는 것처럼 완만하고 규칙적이었다. 하지만 점점 속도가 붙었다. 그의 성기가 내 전립선을 스칠 때마다, 쾌감이 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나는 그의 리듬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그가 들어올 때 나는 허리를 내리고, 그가 나갈 때 나는 허리를 올렸다. 우리의 몸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호흡을 맞추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체액이 섞이는 끈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재원아... 나는... 나는 너를... 네 안, 너무 좋아..."

태오가 상체를 숙여 내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더 깊이 밀려 들어왔다. 각도가 바뀌면서 쾌감의 강도가 달라졌다.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등에 난 오래된 흉터가 내 손가락에 닿았다. 8년 전 강필두가 남긴 상처. 벨트 버클이 살을 파고들어 남긴 자국. 길쭉하고 울퉁불퉁한 흉터가 그의 척추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 흉터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태오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흉터를 만질 때마다 나는 8년 전을 떠올렸다. 피투성이가 된 그의 등. 내가 약을 발라주며 울었던 그날 밤. 그가 내 손을 뿌리치며 "보지 마"라고 말했던 순간. 나는 그 흉터 위에 손바닥 전체를 올렸다. 그의 피부는 뜨거웠다. 흉터 조직은 주변 피부보다 단단하고 감각이 둔했다. 하지만 나는 그 흉터 하나하나를 내 손바닥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흉터... 나는 이걸 만질 때마다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느껴."

내가 속삭였다. 태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의 눈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이 상처를 안고도 살아서, 지금 내 앞에 있다는 게... 나는 그게 너무 고마워."

태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내 뺨 위로. 따뜻했다.

"나는 너를 사랑해. 8년 전에도, 지금도. 항상. 내가 숨 쉬는 모든 순간."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안도감. 그리고 행복.

"나도 사랑해. 너는 내 첫사랑이었고, 마지막 사랑이 될 거야. 나는 이미 오래전에 결정했어. 다른 사람은 없어. 너뿐이야."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태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감정이 신체 반응을 추월한 것이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더 빠르게, 더 깊게 움직였다. 내 전립선이 연속적으로 자극되었다. 쾌감이 폭발 직전까지 축적되었다. 내 성기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와 배 위에 고였다.

"네 자지가 내 안에서 얼마나 단단한지 느껴져... 나를 이렇게 채우고 있어..."

내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태오의 눈이 커졌다. 그의 얼굴이 쾌감으로 일그러졌다.

"재원아, 그런 말 하지 마... 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태오가 갑자기 내 허벅지를 더 높이 들어 올렸다. 내 다리가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각도가 급격히 바뀌면서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전혀 다른 지점을 찔렀다. 나는 신음했다. 이 체위에서는 그의 성기가 내 전립선을 직접적으로, 그것도 훨씬 강하게 압박했다. 그의 성기가 내 안 깊숙이, 거의 결장 입구까지 닿는 게 느껴졌다.

"여기가... 더 좋아? 내 자지 끝, 네 안 깊은 곳까지 닿고 있어."

태오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그의 얼굴이 쾌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평소의 완벽한 무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눈썹이 찌푸려지고, 입술이 약간 벌어지고, 땀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 표정을 바라보며 쾌감이 배가되는 걸 느꼈다. 이 남자가 나 때문에 무너지는 모습. 나만 볼 수 있는 얼굴.

"좋아... 거기... 계속... 더 세게 박아줘..."

내 목소리는 이미 신음에 가까웠다. 태오가 허리 움직임을 더 빠르게 가져갔다. 그의 성기가 내 안을 격렬하게 왕복했다. 침대가 리듬에 맞춰 삐걱거렸다. 내 성기에서는 이미 투명한 액체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배 위에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그의 고환이 내 엉덩이에 부딪힐 때마다 찰싹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나... 나 이제... 싸겠어..."

"같이 가자. 같이... 나도 곧... 네 안에 싸겠어..."

태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의 허리 움직임이 불규칙해졌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경련하듯 떨렸다. 나는 그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체취가 내 폐를 가득 채웠다. 땀, 샴푸, 그리고 태오 특유의 체취. 그 냄새만으로도 나는 거의 절정에 이를 것 같았다.

"내 안에... 싸줘. 전부... 네 정액으로 나를 채워줘..."

내가 애원하듯 말했다. 태오의 눈이 커졌다. 그의 동공이 풀려 있었다. 쾌감에 취한 얼굴. 그 표정을 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재원아...!"

태오가 내 이름을 부르며 마지막으로 깊이 찔러 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절정이 왔다.

내 성기에서 정액이 분출되어 내 배와 가슴 위로 흩뿌려졌다. 첫 번째 분출이 가장 강하게, 내 턱까지 닿을 정도로 높이 솟구쳤다. 두 번째, 세 번째 분출이 이어지며 내 배 위에 정액이 고였다. 내 항문이 격렬하게 수축하며 태오의 성기를 조였다. 동시에 내 안에서 태오의 성기가 격렬하게 수축하며 정액을 쏟아냈다. 뜨거운 액체가 내 직장 내벽을 가득 채우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의 정액이 내벽을 따라 번져나가고, 내장 깊숙이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따뜻하고, 끈적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감촉. 나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태오가 내 입을 막으며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내 신음을 삼켰다.

절정은 길게 이어졌다. 내 근육이 그의 성기를 물고 놓지 않았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몇 번이고 수축하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냈다. 정액이 내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 그의 성기가 수축할 때마다 내 안에서 뜨거운 액체가 추가로 분출되는 감각이 반복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몸에 매달린 채로 떨었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우리의 거친 숨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했다.

오르가즘의 파도가 천천히 빠져나갔다.

태오가 내 위에 쓰러졌다. 그의 체중이 나를 짓눌렀지만, 그 무게조차 편안했다. 그의 심장이 내 가슴 위에서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분당 130회 이상. 그의 땀이 내 피부에 섞여들었다. 그의 성기가 아직 내 안에 있었다. 반쯤 수그러들었지만, 따뜻한 온기는 남아 있었다. 그의 정액이 내 안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내 항문 주변으로 정액이 새어 나와 허벅지 사이를 적셨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내 뺨을 쓸었다. 엄지손가락이 내 눈가를 스쳤다. 나도 울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랐다.

"재원아."

"응."

"우리... 이제 진짜 시작이야.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거야. 숨지도 않고. 너를... 세상 앞에 숨기지도 않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잠겼지만, 그 안에는 전에 없던 단단함이 있었다. 그가 내 안에서 천천히 몸을 빼냈다. 그의 성기가 빠져나오자, 그의 정액이 내 항문에서 흘러나와 시트를 적셨다. 나는 그 감각에 작게 신음했다. 그의 성기가 완전히 빠지면서, 내 항문이 천천히 닫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정액이 계속 흘러나와 허벅지 아래로 번졌다.

"내일, 회사에서 내가 할 말이 있어. 모두 앞에서."

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쾌감의 잔영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무슨 말?"

"우리 관계를 공개할 거야. 인사팀장으로서 팀원과 사적인 관계를 맺은 건 분명히 징계 사유야.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너를 숨기고 싶지 않아. 네가 내 약점이라면, 나는 그 약점을 안고 싸울 거야."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심장박동이 내 귀에 울렸다. 아직도 조금 빠른 리듬. 하지만 이제는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어떻게 할 건데? 우리 둘 다 징계 받으면, 앞으로..."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오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쓸었다.

"징계는 내가 받을 거야. 너는 신입이고, 내가 상사니까 책임은 내가 지는 게 맞아. 감봉이나 정직 정도면 감수할 만해. 하지만 만약... 회사가 우리 관계를 이유로 너를 해고하려 한다면, 그때는 나도 같이 나갈 거야."

"태오야, 그건..."

"진지해. 나는 더 이상 너 없는 삶을 살지 않을 거야. 직장은 다시 구하면 돼. 하지만 너는... 너는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사람이야."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8년 전, 나를 떠나던 그날의 눈빛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결의와 사랑으로 단단했다.

"그래. 나도 준비됐어. 우리, 이제 진짜 시작하자."

---

# 다음 날 아침

서린그룹 본사.

사무실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모두가 수군거리고 있었다. 강필두의 협박 사건이 알려지면서 태오의 이미지가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아버지의 협박을 이겨낸 인사팀장', '조직을 지키기 위해 사표까지 썼던 헌신적인 리더'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게다가 윤정아가 강필두에게 내부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이 감사팀에 접수되면서, 그녀는 오전 중으로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태오의 사표는 어제 오후에 반려되었다. 오히려 이사장이 직접 그를 불러 "자네 같은 인재를 잃을 수 없다"며 격려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의 입지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나도 변했다. 하민정이 조용히 다가와 내 책상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빛에 존경 비슷한 것이 담겨 있었다.

"재원 씨, 어제 지하 주차장에서... 대단했대요. 소문 다 들었어요. 팀장님 아버지 앞에서 하나도 안 기고 맞섰다면서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소문이 과장된 거야."

"에이, 겸손하지 마세요. 오늘 아침 팀 단톡방에서 다 봤다니까요? 김성호 과장님이 올린 자료 말이에요. 팀장님 아버지가 얼마나 악질적인 협박범인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팀원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더 이상 경계나 의심이 없었다. 대신 호기심과 인정, 그리고 약간의 경외감이 섞여 있었다.

바로 그때, 태오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완벽한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눈가에 남은 미세한 붓기, 평소보다 약간 느슨해진 어깨 힘, 그리고 나를 스치며 살짝 올라간 입꼬리. 그 모든 것이 어젯밤의 안도감과 오늘 아침의 결의를 말해주고 있었다.

"잠시 모두 주목해주세요."

태오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중으로, 전 직원에게 공지할 사항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 팀에게 알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립니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1초, 2초. 그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쳤다.

"저와 정재원 씨는 사적인 관계입니다. 인사팀 규정에 따라 이 관계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 감사팀에 자진 신고할 예정입니다. 징계가 내려지면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태오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만 알아챌 수 있는 떨림.

"저는 더 이상 이 관계를 숨기지 않을 겁니다. 정재원 씨는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8년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사무실이 술렁거렸다. 하민정의 입이 떡 벌어졌다. 다른 팀원들도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태오가 나를 바라보았다.

"재원 씨. 옥상에서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가 먼저 사무실을 나갔다. 나는 그를 따라 일어섰다. 팀원들의 시선이 내 등을 찔렀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

# 옥상

서린그룹 본사 건물의 23층 옥상은 평소처럼 조용했다. 도시의 소음이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왔다. 태오가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차가운 겨울 햇살 속에 실루엣으로 떠 있었다.

내가 그의 옆에 섰다.

"방금 그거... 진짜 괜찮은 거야? 징계 받을 수도 있다고 했잖아."

"징계 받아도 상관없어. 나는 이미 한 번 너를 잃을 뻔했어. 그 경험으로 배웠어. 어떤 사회적 지위도, 어떤 평판도, 너 없는 삶보다는 견딜 만하다는 걸."

태오가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벨벳 상자였다.

내 심장이 멈췄다.

"정재원."

태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단단했다.

"나랑 다시 시작할래?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숨기지 않고. 진짜로. 네가 나를 용서할 수 있다면... 아니, 용서하지 못해도 좋아. 그냥 내 곁에 있어줘. 나는 평생을 걸고 너에게 증명할게. 내가 네 곁에 있을 자격이 있다는 걸."

그가 무릎을 꿇었다.

벨벳 상자가 열렸다. 안에는 심플한 백금 반지가 들어 있었다. 안쪽에 무언가 각인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가까이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낙원'. 우리가 함께했던 그 바닷가 마을의 이름.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태오야..."

내가 대답하려는 순간,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태오도 돌아보았다.

윤정아가 거기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입술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화면에는 무언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잠깐, 끝난 줄 알았어?"

윤정아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이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

"아직 내 차례가 남았어. 강태오, 정재원. 너희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잖아. 대기발령? 감사? 그래, 나는 이제 여기서 끝이야. 하지만 나 혼자 끝날 것 같아?"

그녀가 태블릿을 우리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어제 지하 주차장에서 찍힌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태오가 나를 끌어안고 무너지는 장면. 그리고 그가 내 이마에 입맞추는 장면. 그리고... 강필두의 협박 장면까지 모두 녹화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 9시. 전 직원 메일로 이 영상이 발송돼. 서린그룹 인사팀장의 아버지가 폭력 전과자라는 사실, 그리고 그 아들이 남자 부하 직원과 사적인 관계라는 사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터지면 어떻게 될까? 네가 아무리 협박을 막아낸 영웅이라도, 동성 연애 스캔들은 별개의 문제야. 이 회사가 그렇게 보수적인 건 너도 잘 알잖아."

윤정아의 미소가 깊어졌다.

"너희가 나를 묻어버렸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내 무덤에 너희도 같이 들어가는 거야."

그녀의 손가락이 태블릿의 '전송 예약' 버튼 위에 멈췄다.

태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손에 들린 반지 상자가 떨렸다.

나는 윤정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나는 놀랍도록 차분해 보였다.

"그래서, 조건이 뭐죠?"

내가 물었다.

윤정아가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옥상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퍼져나갔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