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상과 동굴
윤정아의 뒷모습은 옥상 난간에 기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그녀의 블라우스 깃을 젖히고 지나갔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태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뭘 더 말할 게 남았나."
윤정아가 돌아섰다. 눈가가 붉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 대신 입가에 걸린 미소가 낯설었다. 더 이상 완벽한 비서실장의 미소가 아니었다.
"강필두에게 정보를 흘린 건 나예요."
재원의 숨소리가 멎었다. 태오는 표정 변화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팀장님이 무너지면,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윤정아의 목소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당신이 약해지면, 그때야 나를 봐줄 줄 알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끝까지……."
"끝까지 널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나."
태오의 대답은 서늘할 만큼 평온했다. 그는 한 걸음도 다가서지 않았다. 그 거리가 오히려 더 냉정했다.
"내가 널 보지 않은 게 아냐, 윤 실장. 넌 나를 통제의 대상으로만 봤어. 처음부터 끝까지."
윤정아의 어깨가 떨렸다. 그 떨림이 분노인지, 아니면 마침내 자기 환상이 깨지는 충격인지, 재원은 관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재원의 시선이 태오의 오른손을 포착했다. 양복 주머니에 넣은 손. 하지만 주머니 천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끝이 경련하듯 움직이는 진동. 태오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목소리에도 아주 희미한 갈라짐이 섞여 있었다. 마치 완벽하게 조율된 악기의 현이 한 올 삐걱거리는 소리처럼. 재원은 그 균열을 놓치지 않았다. 8년 동안 완벽한 통제로 자신을 무장했던 남자가, 지금 이 순간 무너지고 있었다.
"당신은…… 재원 씨만 봤잖아요." 윤정아가 터뜨리듯 말했다. "입사 첫날부터, 아니 그 전부터. 내가 3년을 옆에서 기다렸는데, 당신은 단 한 번도……."
"그래." 태오가 끊었다. 그의 손끝 떨림이 멎었다. 대신 목소리에서 모든 흔들림이 사라졌다. "난 정재원만 봤어. 8년 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다른 사람을 본 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재원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자리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누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태오가 자신을 인정하다니. 윤정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비웃었다. "집착이지. 당신은 그 인간한테 집착하는 거예요."
"집착과 사랑이 뭐가 다른지 알아?" 태오가 물었다. 그리고 스스로 답했다. "상대가 나를 떠날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가 다시 내게 오길 기다리는 것. 난 8년을 기다렸어. 네가 한 건 기다림이 아니라 계산이었고."
윤정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람만이 세 사람 사이를 휩쓸고 지나갔다. 재원은 그때 깨달았다. 태오가 지금 이 순간, 자신 앞에서 윤정아를 완전히 놓아주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게 그가 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의 용서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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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 사무실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하민정이 USB 하나를 태오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그녀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윤 실장이 강필두와 주고받은 통화 기록, 그리고 계좌 내역이에요. 사실…… 작년부터 조금씩 모아두고 있었어요."
태오가 USB를 집어 들었다. "왜 바로 보고하지 않았지?"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어요." 하민정이 재원을 힐끗 바라봤다. "그리고…… 재원 씨가 오기 전까지는, 이걸 꺼내도 팀장님께서 직접 처리하실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재원은 그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자신이 오기 전까지, 태오는 회사에서 누구에게도 진심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을 지키는 데도 무관심했다는 뜻이었다. 그게 태오의 8년이었구나. 깨달음이 가슴을 찔렀다.
"윤정아는 타 부서 전출로 처리할 거야." 태오가 말했다. "사직 권고 대신에."
"왜요?" 재원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증거도 있고, 충분히 징계할 수 있는데. 왜 끝까지 기회를 주는 거예요?"
태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재원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닿는 순간, 재원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 눈빛은 지난 몇 달 동안 회의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에게만 닿았던 바로 그 시선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회를 받았으니까." 태오가 말했다. "너에게."
하민정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뒤돌아섰다. 그녀의 구두 소리가 복도로 멀어질 때까지, 재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오의 시선이 자신의 왼쪽 눈썹, 콧등, 입술로 차례로 내려앉는 걸 느끼면서.
"내가……." 재원이 겨우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준 적 있어?"
"7화 주차장에서." 태오가 대답했다. "네가 내 사직서를 찢었잖아. 그게 나한테는 다시 살아도 되는 기회였어."
재원의 목이 메었다. 8년 전 사라진 소꿉친구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그래도 잊지 못해 입사 지원서를 썼던 자신. 그 모든 시간이 이 한 마디로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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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태오가 재원의 손목을 잡았다. 회사 건물을 나서려는 재원의 뒷모습에 그가 낮게 말했다.
"오늘 나랑 같이 가줄 수 있어?"
"어디?"
"낙원."
재원의 호흡이 멎었다. 8년 동안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던 지명이었다. 태오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재원은 그 떨림을 관찰했다. 더 이상 숨기지 않는 떨림이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태오의 오른손은 계속 기어봉 위에 얹혀 있었고, 재원은 그 손등의 혈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내 지켜봤다. 2시간쯤 지났을까, 창밖으로 바다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직도 여기가 남아 있네." 재원이 중얼거렸다.
"방파제는 그대로야. 동굴도."
동굴. 그 말에 재원의 뺨이 뜨거워졌다. 8년 전, 열여덟 살 여름. 태오가 떠나기 전날 밤, 두 사람은 방파제 아래 작은 동굴에 숨어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처음으로 입술이 닿았고, 손가락이 옷 속으로 들어왔고, 서로의 숨소리가 동굴 벽에 부딪혀 울렸다. 그러나 끝까지 가지는 못했다. 태오가 갑자기 손을 거두며 "안 돼, 너까지……"라고 중얼거렸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차가 멈췄다. 재개발을 피한 방파제 일부가 옛 모습 그대로 밤바다를 등지고 서 있었다. 태오가 트렁크에서 담요를 꺼냈다. 마치 이 순간을 준비라도 한 것처럼.
동굴 입구는 생각보다 좁았다. 몸을 숙이고 들어가자, 바람이 차단된 내부는 놀랍도록 고요했다. 파도 소리만이 벽을 타고 은은하게 울려왔다. 태오가 담요를 바닥에 깔았다. 손전등 불빛 하나가 동굴 벽을 비추자, 젖은 바위 표면이 반짝였다.
"여기서 처음으로 네가 나를 안았던 날, 기억나?" 재원이 물었다.
태오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손전등 불빛이 살짝 흔들렸다.
"기억 안 날 리가 없지." 그의 목소리가 동굴 벽에 부딪혀 낮게 울렸다. "그날 이후로 내 모든 기억은 너로만 채워졌어."
재원이 손전등을 내려놓았다. 어둠이 두 사람을 감쌌다. 파도 소리, 숨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만 남았다.
"8년 전, 네가 왜 떠났는지……." 재원이 말을 꺼냈다. "이제는 다 말해줘."
태오의 손이 재원의 뺨을 더듬어 찾았다. 그의 손바닥은 뜨거웠고, 손가락 끝은 떨리고 있었다.
"그날 밤." 태오가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너를 안고, 너한테 키스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멈췄잖아."
"응. 내가 왜 멈추냐고 물었더니, 너까지 더럽힐 수 없다고 했어."
"그게……." 태오가 숨을 들이쉬었다. "그날 낮에, 강필두가 너한테 한 짓 때문이었어."
재원의 몸이 굳었다. 기억의 저편에서 무언가가 움찔거렸다. 그 여름, 태오의 집 창고. 태오가 잠깐 마트에 간 사이, 술 취한 강필두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날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그 개자식이 너를……." 태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밤이 되니까 또 너를 만지고 싶었어. 내가 그 새끼랑 똑같은 놈이 되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어."
"태오야." 재원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건 달라. 완전히 달라."
"알아. 지금은 알아." 태오가 재원의 손을 꼭 쥐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어. 그래서 그가 요구한 대로 했어. 내가 집을 떠나는 조건으로, 너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내가 사랑해서 떠난 게 아니야.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나로 인해 네가 더럽혀질까 봐 견딜 수 없었어."
재원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8년 동안 품었던 모든 원망과 오해가, 지금 이 순간 동굴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바보." 재원이 속삭였다.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물어볼 용기가 없었어. 네가 나를 증오하는 편이, 나 때문에 다치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왜 내 지원서는 승인했어? 왜 나를 네 팀에 넣은 거야?"
태오가 짧게 웃었다. 어둠 속에서 그 웃음이 울렸다.
"네가 지원하기 1년 전부터, 나는 인사팀 배치를 조작했어. 네가 오면, 언제든 내 곁에 둘 수 있게. 위험한 짓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 그게…… 내가 8년 동안 유일하게 통제하지 못한 거야."
재원이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을 찾아 손을 뻗었다. 손끝이 먼저 턱선에 닿았다. 익숙한 각도. 태오의 턱뼈는 8년 전보다 더 날카로워졌지만, 재원의 손바닥에 닿는 감촉은 그대로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태오의 입술을 더듬자, 태오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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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재원이 속삭이며 손을 천천히 아래로 움직였다. 태오의 넥타이는 이미 풀린 지 오래였다. 셔츠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태오의 호흡이 깊어졌다. 손전등 불빛이 동굴 벽에 부딪혀 은은하게 번져, 태오의 쇄골 라인을 따라 드러난 피부를 희미하게 비췄다.
"이제야 진짜 돌아왔다." 태오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이 재원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 손바닥 전체로, 마치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이.
재원이 먼저 입술을 열었다. 혀가 닿자 태오의 입안은 뜨거웠다. 8년 전 그날 밤, 서툴게 부딪히기만 했던 키스와는 달랐다. 태오의 혀가 천천히 재원의 입천장을 쓸고, 잇몸을 따라 움직이며, 혀 밑을 간질였다. 침이 섞이는 소리가 동굴 안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울렸다. 재원의 손이 태오의 허리띠를 찾아 더듬었다. 버클이 풀리는 금속성 소리. 태오가 낮게 신음했다.
"좀 더 천천히……." 태오가 숨을 들이쉬며 말했지만, 재원은 멈추지 않았다.
"8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이제 와서 천천히?"
재원의 손이 태오의 바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팬티 위로 이미 단단해진 성기를 감싸쥐자, 태오의 허리가 반사적으로 들썩였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열기와 맥박. 재원은 천천히 팬티를 끌어내렸다. 귀두가 드러나자, 희미한 불빛 아래서도 젖어 있는 게 보였다. 쿠퍼액이 이미 흘러나와 손가락에 묻었다. 그 점액의 감촉을 재원이 엄지로 문지르자, 태오가 숨을 삼켰다.
"네가 만지는 거……." 태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8년 동안 상상만 했어."
"상상만 하지 말고, 말로 해." 재원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떻게 상상했는지."
태오의 손이 재원의 뒤통수를 감싸 쥐었다. 그의 손가락이 재원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며, 입술을 귀에서 목으로, 쇄골로 이동시켰다. 혀가 쇄골의 오목한 부분을 핥고, 이빨이 살짝 피부를 물었다. 재원의 등줄기를 따라 전율이 퍼졌다.
"네가 내 밑에서……." 태오가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며 말했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손가락을 물고, 내 등에 손톱자국을 남기는 걸 상상했어. 지난 8년 동안, 밤마다."
재원의 셔츠가 어깨에서 떨어졌다. 차가운 동굴 공기가 맨살에 닿자 유두가 바로 서는 걸 느꼈다. 태오의 손이 재원의 가슴을 더듬어 올라와, 검지와 중지 사이에 유두를 끼웠다. 살짝 비틀자, 재원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
"그 소리." 태오가 숨을 들이쉬었다. "그 소리도 똑같아.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그가 고개를 숙여 재원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혀끝이 유두 주변의 젖꼭지판을 원을 그리듯 핥고, 이빨이 살짝 유두를 긁었다. 동시에 반대편 유두는 그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굴렸다. 양쪽에서 동시에 오는 자극에 재원의 허리가 떨렸다. 태오의 입술이 유두를 빨면서 혀끝으로 빠르게 핥자, 재원의 바지 안에서 성기가 점점 더 팽창하는 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재원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끝까지 해."
태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손전등 불빛이 벽에 반사되어 그의 얼굴 절반만을 비추고 있었다. 그 눈빛에 재원은 숨을 멈췄다. 더 이상 죄책감으로 물러서는 눈빛이 아니었다.
"끝까지." 태오가 되뇌었다. "이번에는 절대 멈추지 않아."
그의 손이 재원의 바지를 벗겼다. 팬티까지 함께 끌어내리자, 재원의 성기가 완전히 노출되었다. 귀두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실처럼 이어져 있었다. 태오의 손가락이 그 액체를 떠서, 재원의 성기 전체에 바르듯 문질렀다. 손바닥이 귀두를 감싸 쥐고 위아래로 움직이자, 점액이 마찰을 부드럽게 만들었지만 그 촉감은 오히려 더 선명했다.
"너 젖은 소리 들어." 태오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손에서 이렇게 젖고 있어."
재원이 그의 말에 귀까지 붉어졌다. 손가락이 성기의 줄기를 따라 내려가 고환을 감싸 쥐자, 재원의 다리가 저절로 벌어졌다. 태오의 다른 손이 재원의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손가락이 항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압박했다.
"여기……." 태오가 낮게 중얼거렸다. "8년 전에는 내가 무서워서 못 들어갔어. 너 다칠까 봐."
"지금은 안 무서워?"
"무서워." 태오가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너를 다시 놓치는 거야."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항문으로 밀고 들어왔다. 첫 마디가 들어가자 재원의 몸이 긴장으로 굳었다. 태오가 움직임을 멈추고, 대신 고개를 숙여 재원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따뜻한 구강에 성기가 감싸이자, 재원의 입에서 길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태오의 혀가 귀두를 감싸고, 입술이 줄기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였다. 동시에 항문 속의 손가락이 조금씩 깊이 들어왔다. 두 번째 마디, 세 번째 마디까지.
"아……, 거기……."
태오의 손가락이 직장 벽을 천천히 쓸었다. 내벽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손가락이 들어갈수록 근육이 경련하듯 조여왔다가, 숨을 내쉴 때마다 서서히 이완되었다. 그가 전립선을 찾아 손가락을 구부리자, 재원의 전신이 경련하듯 떨렸다. 태오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전립선을 계속해서 원을 그리며 마사지했다. 입으로는 여전히 재원의 성기를 빨면서. 재원의 손이 태오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이대로…… 가면……." 재원이 헐떡였다. "싸버릴 것 같아."
태오가 입을 떼었다. 침과 쿠퍼액이 섞여 그의 입술에 묻어 반짝였다.
"아직 안 돼." 그가 말했다. "내가 안에 들어가서 같이 갈 거야."
그가 재원의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치게 했다. 담요 위에 등을 대고 누운 재원의 시야에 동굴 천장이 어른거렸다. 태오가 자신의 성기를 재원의 항문 입구에 댔다. 귀두가 항문을 압박하자, 재원의 온몸이 긴장했다.
"숨 들이쉬어." 태오가 명령했다. "그리고 내쉴 때 힘 빼."
재원이 그의 말에 따라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내쉬는 순간, 태오의 성기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귀두가 항문을 통과하자 재원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이물감과 압박감, 그리고 그 너머의 충만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항문의 조임근이 귀두를 통과한 순간, 근육이 반사적으로 수축했다가 다시 이완되었다. 태오가 거기서 잠시 멈추고, 재원의 내벽이 자신의 귀두를 감싸는 감각에 낮게 신음했다.
"더…… 들어가도 돼." 재원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태오의 성기가 점점 더 깊이 파고들었다. 직장 벽이 그의 성기를 빈틈없이 감싸며 조여왔다. 따뜻한 점막이 성기 전체를 감싸는 감촉에 태오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절반쯤 들어갔을 때, 그가 잠시 멈추고 재원의 얼굴을 살폈다.
"아파?"
"괜찮아…… 계속……."
태오가 천천히 골반을 밀어붙였다. 성기 전체가 완전히 삽입되자, 두 사람의 신체가 밀착되었다. 태오의 고환이 재원의 엉덩이에 닿았다. 그 충만감에 재원의 입에서 말이 아닌 신음이 흘러나왔다. 몸속 깊은 곳에서 태오의 성기가 맥박 치는 게 느껴졌다. 내벽이 이물감에 적응하려 경련하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움직여." 재원이 다리로 태오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
태오가 천천히 골반을 빼기 시작했다. 성기가 직장 벽을 긁으며 빠져나오는 감각에 재원이 신음했다. 내벽이 성기를 놓지 않으려는 듯 빨려 들어가며 마찰을 일으켰다. 귀두까지 빠졌다가, 다시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빨랐다. 그 리듬이 점점 빨라졌다. 태오의 골반이 재원의 엉덩이에 부딪히는 소리, 점액이 섞이는 젖은 소리,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동굴 안에서 뒤섞였다.
"재원아……." 태오가 재원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통제력을 잃고 있었다. "나…… 너……."
"말해." 재원이 손을 뻗어 태오의 뺨을 감쌌다. 그의 손바닥에 태오의 땀이 묻었다. "하고 싶은 말 다 해."
"내가…… 8년 동안……." 태오가 골반을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박자에 맞춰 끊어졌다. "네가……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어……. 네 목소리만…… 한 번만 더 들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의 성기가 재원의 전립선을 스칠 때마다, 재원의 시야에 불꽃이 튀었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두개골 안에서 폭발했다. 재원의 성기에서는 계속해서 투명한 액이 흘러나와 배 위에 고였다.
"이제……." 태오가 속도를 높이며 말했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야……. 네가 어디 있든……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의 골반 움직임이 불규칙해졌다. 정액이 차오르는 감각에 태오의 허리가 경련했다. 재원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손을 뻗어 자신의 성기를 움켜잡고, 태오의 박자에 맞춰 위아래로 문질렀다.
"같이……." 재원이 헐떡였다. "나도…… 곧……."
태오가 마지막으로 깊게 밀고 들어왔다. 그의 성기가 재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자, 그 충격으로 재원이 먼저 절정에 도달했다. 정액이 그의 손과 배 위로 뜨겁게 분출되었다. 내벽이 경련하듯 강하게 수축하며 태오의 성기를 조였고, 그 압박에 태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재원……!"
태오의 성기가 재원의 몸속에서 격렬하게 맥박 치며 정액을 쏟아냈다. 뜨거운 액체가 직장 안을 가득 채우는 감각이 느껴졌다. 태오의 온몸이 떨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붙잡은 채, 숨을 헐떡이며 절정의 여운을 견뎠다.
파도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동굴 벽에 부딪혀 울리는 그 소리는 8년 전과 똑같았다. 태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재원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제야 진짜 돌아왔다." 그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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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후, 옥상.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다. 태오가 건넨 커피를 받아 들며, 재원은 옥상 난간에 기대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봤다. 태오의 넥타이는 오늘도 완벽하게 매어져 있었다. 하지만 재원은 이제 알았다. 그 넥타이를 푸는 게 누구의 손인지.
"아직도 내가 모르는 네 비밀이 있어?" 재원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태오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이제 더 이상 사무실에서 보여주던 가면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가 손을 올려 자신의 넥타이 매듭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실크가 스치는 소리가 바람에 실렸다. 풀린 넥타이를 그는 아무 말 없이 재원의 손에 건넸다. 8년 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풀지 않았던 넥타이였다. 재원의 손바닥 위에 실크가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딱 하나." 태오가 말했다.
"뭔데."
"사실 네가 입사하기 1년 전부터, 내가 인사팀 배치를 조작했어. 네 서류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널 내 곁에 두려고."
재원이 손바닥 위의 넥타이를 천천히 감아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태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이제는 그 흔들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원은 관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럼 나도 고백할 게 있어." 재원이 말했다.
"뭐."
"나도 네가 여기 있는 줄 알고 지원한 거야. 하민정 선배한테 미리 물어봤어. 인사팀 팀장 이름이 뭐냐고."
태오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옥상을 가득 채웠다. 재원도 따라 웃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가을 하늘로 흩어졌다.
바람이 불었다. 태오의 넥타이가 풀린 셔츠 깃이 흔들렸다. 재원이 손을 뻗어 그 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태오의 몸이 가까워졌다. 입술이 닿기 직전, 재원이 속삭였다.
"이제 어디로 갈까?"
"어디든." 태오가 대답했다. "네가 있는 곳이면.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야."
입술이 겹쳐졌다. 옥상 난간에 기댄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합쳐졌다. 그 실루엣 위로, 가을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