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태오의 굳은 등이 옥상 문 너머로 사라진 후에도 나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지만 손바닥엔 땀이 배어 있었다. 방금 전 태오의 전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꺼낼 때의 그 낮고 경직된 톤. 그리고 전화를 끊은 직후, 난간을 내리치던 주먹.

철제 난간에 부딪힌 손이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타일 바닥에 흩어진 커피 얼룩을 내려다봤다. 아까 그가 흘린 커피였다. 완벽한 팀장 강태오가 손을 떨다니. 그것도 전화 한 통 때문에.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방금 본 장면이 태오의 틈이라면, 그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두운 곳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가족. 아버지. 8년 전 그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강태오의 집에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낙원에서 함께 자란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 어쩌면 단 한 번도 묻지 못한 질문.

"참견하지 마."

내 목소리가 계단통에 울렸다. 남 일에 끼어들 자격 같은 건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이미 내 감각은 태오의 모든 균열을 수집 모드로 전환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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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10시. 주간 회의실.

"이번 낙원리조트 프로젝트의 현장 인력 재배치 안건입니다."

내 목소리가 회의실에 깔렸다. 노트북 화면을 넘기며 시선은 자료에 고정한 척했지만, 내 모든 신경은 탁자 건너편에 앉은 태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낙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나는 보았다. 그의 오른손에 쥔 펜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0.1초도 안 되는 찰나였다.

태오의 집게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펜을 너무 세게 쥔 탓이다. 나는 말을 이으며 시선을 그의 얼굴로 옮겼다. 완벽하게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의 목젖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 번 움직였다. 침을 삼키는 동작. 나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느꼈다.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단순한 경청이 아니었다. 내 입술에, 내 목소리에, 내가 내뱉는 '낙원'이라는 음절 하나하나에 무게를 싣고 누르는 듯한 시선. 마치 뜨거운 손바닥으로 내 몸을 더듬는 듯한, 은밀하고 집요한 온도가 내 피부에 내려앉았다.

"낙원리조트는 현재 운영 인력의 30%가 비정규직이라 정규직 전환 시 예상되는 노무비 증가를 먼저 산출했습니다."

태오의 눈꺼풀이 0.2초간 더 감겼다 떠졌다. 평소보다 긴 깜빡임. 그가 무언가를 참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8년 전에도 그랬다. 수영장에서, 내가 그의 손목을 잡았을 때. 그때도 그는 이렇게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마치 내 존재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려는 듯이.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눈을 감는 그 찰나에도 그의 시선의 무게는 내 쇄골 위에 얹혀 있었다.

"신입치고 준비를 꽤 철저히 했네요."

하민정의 목소리가 내 옆자리에서 들려왔다. 칭찬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이 태오와 나 사이를 재빠르게 훑는 것을 알아챘다. 민정은 인사팀의 정보통이었다. 그녀가 무언가 눈치챘다면, 이 팀 전체가 곧 알게 된다는 뜻이었다.

"신입이 너무 나서는 것도 문제예요, 팀장님."

회의실 구석에서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윤정아. 비서실장. 그녀는 태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인사 배치는 경험 많은 선임들이 다루는 게 맞지 않나요? 신입이 현장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면 나중에 수습하기 어려워집니다."

나는 윤정아의 시선이 태오에게서 나로 옮겨붙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건 단순한 견제가 아니었다. 질투?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 영역을 침범당한 동물의 경계.

"데이터 해석은 정확했습니다."

태오가 입을 열자 회의실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그의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펜을 내려놓는 손끝에선 여전히 미세한 경직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손가락을 보았다. 서류를 넘길 때처럼 가지런히 모아진 손가락. 하지만 검지 끝이 책상을 향해 살짝 구부러져,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긁고 있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 그 손가락이 아까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그 눈과 같은 신경계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내 척추를 타고 전율로 내려앉았다.

"다만 신입이 발표할 땐 선임 검토를 먼저 받는 게 절차입니다. 이번 건은 제가 최종 확인했으니 통과. 다음부턴 절차를 지켜주세요, 정재원 씨."

내 이름을 부를 때 그의 시선이 나를 정면으로 관통했다. 0.3초. 평소보다 0.1초 짧았다. 그 짧은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똑바로 보는 걸 버거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버거움 속에, 나를 똑바로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것도 나는 알았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나는 속으로 확신했다. 태오는 '낙원'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신체적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그 반응은 8년 전 그 여름과 연결되어 있다. 수영장. 방파제. 창고.

그때 우리 사이에 거의 일어날 뻔했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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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원룸에 도착했을 땐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는데,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었다. 눈가가 붉게 충혈되고 입술이 바싹 말라 있었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신경 말단을 추적하느라 내 몸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제야 실감했다.

뜨거운 물을 틀었다. 수증기가 욕실을 채우자 근육이 조금씩 풀렸지만, 대신 다른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회의실에서 태오가 내 이름을 부르던 순간의 목소리가 귓속에서 울렸다. '정재원 씨.' 그 낮고 건조한 톤. 하지만 끝음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간신히 붙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나는 벽에 손을 짚었다. 물줄기가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을 감자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 오늘 회의 내내 태오의 손가락이 펜을 쥐는 방식. 길고 마른 손가락. 손등에 돋은 푸른 혈관. 그 손가락이 서류를 넘길 때마다 검지가 종이 모서리를 훑던 그 정확한 압력.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 손목을 살짝 스쳤을 때의 감촉.

"젠장."

내 성기가 천천히 발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벽을 짚은 손에 힘을 주었다. 참으려 해봤지만 이미 늦었다. 태오의 목선이 떠올랐다. 셔츠 칼라 위로 드러난 목젖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가 지는 움푹 팬 부분. 거기에 혀를 대면 어떤 맛일까. 땀과 섬유유연제와, 아주 미세한 향수 냄새.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맡았던 그 냄새.

나는 오른손을 성기에 가져갔다. 귀두가 이미 끈적한 투명 액체로 젖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문지르자 척추를 타고 전기 같은 감각이 올라왔다. 나는 벽에 이마를 기대고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지와 검지로 귀두를 감싸 쥐었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귀두 전체를 꽉 조이자, 요도구에서 애액이 뿜어져 나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번졌다. 나는 그 액체를 손바닥 전체에 펴 바르고, 성기 전체를 감싸 쥐었다. 손바닥이 음경의 핏줄을 따라 위아래로 미끄러질 때마다, 살갗이 서로 밀착됐다 떨어지는 촉촉한 마찰음이 욕실에 울렸다.

8년 전. 낙원 폐수영장.

여름방학 마지막 밤이었다. 태오와 나는 몰래 펜스를 넘어 수영장에 들어갔다. 물은 빠져 있었고, 빈 콘크리트 바닥엔 빗물이 얕게 고여 있었다. 우리는 옷을 벗어 던지고 속옷만 입은 채 물에 누웠다. 밤하늘의 별이 고인 물에 비쳤다.

태오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 "재원아." 그가 내 이름을 부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니, 마지막이었다. "가지 마." 나는 가지 않는다고 대답하려 했지만, 그의 손이 내 허벅지에 닿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내 성기는 그때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태오의 손이 내 속옷 위로 올라왔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내 성기 위를 더듬었다. 천 조각을 사이에 두고 그의 손바닥 온기가 전해졌다.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멈추게 하려는 건지, 더 세게 잡으라는 건지 나도 몰랐다.

그때였다. 멀리서 손전등 불빛이 비치고, 누군가 "거기 누구야!" 하고 외쳤다. 태오가 나를 잡아 일으켰다. 우리는 옷을 챙겨 들고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음 날, 태오는 사라졌다.

나는 지금, 그날 밤을 다시 쓰고 있었다.

욕실 벽에 손을 짚은 채 나는 손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손가락이 귀두를 지날 때마다 태오의 손을 상상했다. 그 길고 마른 손가락이 내 성기를 감싸면 어떤 느낌일까. 그의 손바닥은 생각보다 거칠 거라고, 나는 알았다. 오늘 회의에서 보았다. 그가 서류를 넘길 때 검지 끝이 종이를 긁는 미세한 마찰음. 펜을 너무 세게 쥐는 습관 탓에 둘째손가락 마디에 굳은살이 박여 있을 거라고. 그 굳은살이 내 음경의 핏줄 위로 스칠 때의 감촉을 나는 상상했다. 나는 엄지로 귀두 밑의 얇은 피부를 강하게 문질렀다. 손톱으로 살짝 긁듯이, 그가 펜을 쥐듯이. 쾌감이 꼬리뼈를 타고 전율처럼 올라왔다. 나는 허리를 떨며 손의 압력을 더욱 세게 가했다. 성기 전체를 쥐고, 뿌리부터 귀두 끝까지 한 번에 훑어 내렸다. 손바닥에 박힌 그의 굳은살이 내 음경의 혈관을 긁고 지나가는 상상을 하자, 요도구에서 애액이 또 한 번 흘러넘쳤다.

"태오."

입 밖으로 흘러나온 이름에 나 자신이 놀랐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상상은 더 깊은 곳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만약 그날 밤 도망치지 않았다면. 만약 지금 당장 엘리베이터에 단둘이 갇힌다면. 만약 그가 이 완벽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를 벽에 밀어붙인다면.

내 성기가 손 안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나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며 벽에 몸을 밀착시켰다. 차가운 타일이 젖은 가슴에 닿자 유두가 더욱 도드라졌다. 다른 손으로 유두를 비볐다. 손톱으로 살짝 긁을 때마다 성기가 반응했다. 태오의 입을 상상했다. 그의 입술이 내 유두를 빨아들이고, 이가 살짝 스치고, 혀가 빙글 돌며 핥는 감각.

"하아…."

숨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나는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늘 회의에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그 눈. 하지만 0.1초 전에 이미 나를 훑고 있었다. 내 입술, 내 목, 내 셔츠 단추 사이로 살짝 드러난 쇄골. 그가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 그 증거가 지금 내 성기를 이렇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나는 손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성기 전체를 쥐고 위아래로 문지르자 요도구에서 애액이 계속 흘러나왔다. 끈적한 액체가 손가락 사이로 번졌다. 귀두 밑의 얇은 피부가 손바닥에 쓸릴 때마다 쾌감이 꼬리뼈를 타고 올라왔다.

만약 엘리베이터라면. 어둠 속이라면. 비상등 푸른 빛만이 우리를 비춘다면. 나는 그의 불규칙한 호흡을 듣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넥타이를 푼다. 첫 번째 단추. 두 번째. 그의 멈춘 숨. 그의 손이 내 손목을 잡는다. 밀쳐내려는 건지, 더 깊이 끌어들이려는 건지 알 수 없는 힘.

"거기서… 멈추지 마."

상상 속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였다. 나는 신음하며 사정 직전까지 치달았다. 발기된 성기가 손 안에서 맥박치듯 떨렸다. 음낭이 수축되고 회음부 근육이 경련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그 완벽한 통제가 무너지는 순간을 상상하며 마지막으로 손을 세게 움직였다. 성기를 쥔 손에 더욱 거칠게 힘을 주고, 귀두를 손바닥으로 비비듯 쥐어짜며 위아래로 난폭하게 흔들었다.

"크윽…!"

정액이 손가락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첫 번째 분출이 배꼽을 때리고, 두 번째가 가슴까지 튀었다. 나는 벽에 머리를 박고 숨을 몰아쉬었다. 사정은 몇 초간 계속됐고, 그동안 내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나는 강태오라는 인간을 너무 오래, 너무 깊게 갈망해왔다.

욕실 타일을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을 내려다보며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8년 동안 나를 버린 인간을 상대로, 그것도 내 직장 상사를 상대로. 하지만 동시에 다른 감정이 더 깊은 곳에서 솟아났다. 분노도, 수치도 아닌, 집요한 굶주림.

나는 그의 균열을 더 파고들 거다. 그 가면이 완전히 깨질 때까지.

---

밤 11시 40분. 회사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야근을 마치고 나오는데 복도 끝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강태오. 그도 이제 퇴근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무심한 척 발걸음을 맞췄다. 엘리베이터 앞에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늦었네요, 팀장님."

"정재원 씨도."

짧은 인사 후 침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는 나란히 탔다. 1층 버튼을 누르는 그의 손가락이 여전히 미세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지만, 모든 감각은 왼쪽에 선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의 호흡 리듬. 평소보다 0.3초 빠른 들숨. 그의 향수. 오드 우드 계열의 은은한 잔향 아래 아주 미세한 담배 냄새. 담배를 피우는지 몰랐다. 아니, 8년 전엔 피우지 않았다. 그가 새로 배운 습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겼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비수를 꽂았다.

엘리베이터가 12층을 지날 때였다.

덜컹.

순간적인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형광등이 깜빡이다 꺼지고, 곧이어 비상등이 켜졌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순식간에 밀폐된 공간을 채웠다.

"…정전인가."

태오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렸다.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톤. 하지만 나는 들었다. 그의 호흡이 0.5초간 끊겼다가 불규칙하게 재개되는 것을. 그리고 그의 숨소리 끝에 묻어나온, 아주 작고 거친 숨결. 마치 목구멍 깊은 곳에서 간신히 억누른 신음 같은, 무의식적인 진동이 내 고막을 스쳤다.

"비상 인터폰을…"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 나는 손을 뻗었다. 그의 손목을 잡았다. 정확히 8년 전 수영장에서 그가 내 손목을 잡았던 것처럼.

어둠 속에서도 느껴졌다. 그의 맥박이 내 손가락 아래에서 빠르게 뛰고 있었다. 분당 최소 100회. 평소의 완벽한 팀장에겐 절대 어울리지 않는 숫자였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그의 손목 안쪽, 얇은 피부 위로 맥박이 뛰는 지점을 천천히 쓸었다. 그의 피부는 뜨거웠고, 미세한 땀이 배어 있었다. 내 손가락 끝이 그의 힘줄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맥박이 더 거칠게 뛰었다.

"괜찮아요."

태오가 짧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내 손등 위로 올라왔다. 살짝 쥐었다. 1초. 아니, 2초쯤. 그의 손바닥은 따뜻했고, 생각했던 대로 둘째손가락 마디에 굳은살이 만져졌다. 그가 펜을 쥘 때마다 생긴 단단한 피부가 지금 내 손등에 닿아 있었다. 나는 손등을 그의 손바닥 안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의 굳은살이 내 피부를 긁는 감각이 전기처럼 팔을 타고 올라왔다. 그의 손가락이 반응했다. 검지가 내 새끼손가락 옆을 스치듯 눌렀다. 의도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압력이었다. 그의 체온이 내 손등을 통해 손목, 팔뚝을 타고 내 심장까지 도달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열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복부 깊숙한 곳으로 무겁게 내려앉아, 내 성기를 은근하게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사타구니가 뜨거워지고, 바지 앞섶이 미세하게 당겨지는 감각. 나는 숨을 들이켰다. 푸른 비상등 아래, 우리의 호흡이 얽혀 들렸다. 그의 들숨과 내 날숨이 같은 공간을 점유하며 섞였다. 그의 숨소리엔 분명 평소와 다른 거친 결이 섞여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삼키려는 듯한, 억누르는 듯한 진동.

그리고 그는 손을 뗐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켜졌다. 모든 게 30초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완전히 다른 궤도로 진입해 있었다. 하복부 깊숙한 곳이 뜨겁게 조여들었다. 방금 그 접촉이 남긴 열기가 사타구니까지 내려가 은근하게 맥박쳤다. 내 성기는 완전히 발기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평소보다 부풀어 올라 바지 안에서 예민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두려움과 각성이 뒤섞인 떨림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왔다. 그 2초 동안, 나는 확실히 느꼈다. 그의 엄지가 내 손등을 떠나기 직전, 아주 잠깐 머뭇거렸다. 마치 놓기 싫다는 듯이. 그 0.1초의 지연이 내 안에 불을 질렀다.

잡은 건 너야, 강태오.

1층에 도착하자 태오는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렀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셔츠 주름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완벽한 실루엣. 하지만 그의 왼손, 방금 나를 잡았던 그 손이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다시 손을 뻗었다. 그가 서 있던 자리. 아직 미세한 체온이 남아 있는 듯했다. 아니, 체온보다 더 확실한 것. 향수 냄새. 오드 우드와 담배, 그리고 그 아래 깔린 아주 개인적인 냄새. 타인이 절대 알 수 없는, 8년 전 그 여름밤에도 맡았던 강태오의 체취.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혼란을 삼켰다. 방금 그 접촉은 무엇이었지. 위로인가, 무의식적 본능인가. 아니면 완벽한 상사가 잠시 흘린 틈인가.

어느 쪽이든, 이제 확실해졌다. 태오는 나를 기억한다. 그리고 나를 의식한다. 그 두 가지 사실이 내 안에서 뜨거운 연료가 되어 타올랐다.

---

그의 사무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나는 내부 고발자처럼 심장을 두근거리며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는 정리정돈이 완벽했다. 모니터, 키보드, 커피 머신, 펜꽂이. 모든 게 90도 각도로 배치된 강박적 풍경.

서랍. 첫 번째는 업무 서류. 두 번째는 개인 소지품. 손수건, 여분의 넥타이, 진통제.

세 번째 서랍은 잠겨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습관을 알고 있었다. 8년 전에도 그랬다. 열쇠는 항상 펜꽂이 밑. 손가락으로 더듬자 작은 금속이 만져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 내 얼굴이 있었다.

입사 지원서 사본. 내 증명사진이 붙어 있고, 내 학력과 경력이 빼곡히 적힌 서류. 그리고 그 위에 찍힌 붉은 글씨의 '승인' 도장.

그 옆에, 태오의 필체로 써진 메모 한 줄.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위험하다고? 내가? 그에게? 아니면 그 자신에게? 어쩔 수 없었다고? 무엇이? 나를 뽑는 게? 나를 다시 곁에 두는 게? 그 단어들이 내 안에서 성적 긴장으로 뒤틀리며 울렸다. 나는 그의 위험이다. 나는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균열이다. 그 생각만으로 사타구니가 뜨겁게 조여들었다.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느꼈던 그 미세한 발기의 잔향이 다시 꿈틀거렸다. 나는 서랍을 짚은 손에 힘을 주며 들이쉰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금지된 쾌감으로 내 몸을 관통했다. 내가 그의 유일한 위험이라면, 그는 이미 나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서랍을 닫으려던 그때,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낙원의 오래된 사진 한 장. 방파제 아래 작은 동굴.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때 찍은 사진. 이것은 내 입사 지원서와는 무관한, 아주 개인적인 사진이었다.

그가 나를 모은 거다. 8년 동안.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방망이질 치는 심장 소리가 내 고막을 때렸다. 손끝이 저릿하게 떨렸고,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그 떨림은 곧바로 하복부로 내려가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느꼈던 그 은근한 열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그가 나를 '위험'이라고 썼다. 그 단어가 내 안에서 성적 긴장으로 뒤틀리며 울렸다. 나는 그의 위험이다. 나는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균열이다. 그 생각만으로 사타구니가 뜨겁게 조여들고, 성기가 바지 안에서 무겁게 긴장했다. 나는 서랍을 짚은 손에 힘을 주며 들이쉰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금지된 쾌감으로 내 몸을 관통했다. 공포와 각성이 뒤섞여 척추를 타고 오르내렸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들켜도 상관없다는 파괴적인 충동이 내 안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아주 멀리, 로비 쪽에서 울리는 구두 굽 소리였다. 규칙적이고, 느리고, 무거운 발소리. 점점 가까워졌다. 복도를 따라, 내가 있는 이 사무실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는 소리. 나는 숨을 멈췄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튀어나올 듯 뛰었다. 발소리가 사무실 문 앞에서 딱 멈췄다. 정적. 1초, 2초. 그 정적 속에서 내 심장 소리만이 귀청을 때렸다. 사타구니는 여전히 뜨겁게 긴장되어 있었고, 공포와 각성이 뒤섞여 내 성기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금속성으로 울렸다.

"뭐 하는 거지."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내 심장이 멈췄다. 사무실 입구, 복도 불빛을 등지고 선 실루엣. 강태오였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내 발끝까지 닿았다.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내 손엔 아직 그의 메모가 들려 있었다. 태오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이 문틀을 움켜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이제, 내가 물을 차례야.

나는 메모를 든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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