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인사팀 신입 오리텐테이션은 1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나는 두 번째 줄 가장자리에 앉아 명찰을 만지작거렸다. 정재원. 세 글자가 또렷이 박힌 플라스틱 패찰이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졌다. 에어컨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다. 7월인데도 서린그룹 본사는 항상 추웠다.
"이쪽이 인사팀 강태오 팀장님이십니다."
인사 담당자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검은 수트가 들어왔다. 넥타이는 짙은 남색, 셔츠 칼라는 풀 먹인 종이처럼 빳빳했다. 구두 굽이 바닥을 짚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명찰을 떨어뜨렸다. 플라스틱이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작은 소리를 냈다.
강태오.
8년 전 여름, 낙원의 방파제에서 사라진 그 이름이었다. 내가 수백 번 문자를 보내고 수백 번 전화를 걸었던, 그리고 수백 번 그 부재를 확인했던 이름.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 어깨에 딱 맞게 재단된 정장, 왼쪽 가슴에 꽂힌 서린그룹 사원증. 얼굴은 더 날카로워졌고 턱선은 더 단단해졌다. 열아홉의 소년은 사라지고 완벽한 어른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만은 여전했다. 짙은 갈색 홍채, 빛을 받으면 호박색으로 변하는 경계.
내 심장이 갈비뼈를 때리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위가 뒤틀렸다. 8년 만에 나타난 소꿉친구가 내 팀장이라니. 말도 없이 사라졌던 그 새끼가, 이제 내 인사 고과를 좌우할 상사라니. 나는 숨을 들이켰다. 입술 안쪽이 말라붙어 있었다.
태오가 신입들 앞에 섰다. 시선이 한 명씩 스캔하듯 지나갔다. 첫 번째 줄 왼쪽, 오른쪽, 그리고 두 번째 줄. 내 얼굴에 도달한 그의 눈이 정확히 1초 동안 머물렀다. 1초. 나는 셌다. 그 1초 동안 그의 얼굴에 어떤 변화도 없었다. 미동 없는 눈썹, 이완된 턱 근육, 안정된 호흡. 마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응시하듯.
"인사팀 팀장 강태오입니다."
목소리도 변했다. 더 낮아지고 더 차가워졌다. 8년 전 방파제에서 내 이름을 부르던 그 소년의 음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신입 여러분의 입사를 환영합니다."
그가 한 명씩 악수를 청했다. 첫 번째 줄부터 순서대로. 나는 그의 손을 바라봤다. 길고 마른 손가락, 가지런히 다듬어진 손톱, 왼쪽 집게손가락 옆의 작은 흉터. 어릴 적 유리 조각에 베였을 때 내가 반창고를 붙여줬던 그 자리였다. 아직도 남아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태오가 내 앞에 멈춰 섰다. 그의 손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젖어 있었다. 태오의 손이 내 손을 감쌌다. 건조하고 따뜻한 감촉. 그의 손가락이 내 손등에 닿는 순간, 나는 그의 집게손가락이 0.1초 동안 경련하듯 떨리는 것을 보았다. 거의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한 떨림. 하지만 나는 봤다.
"처음 뵙겠습니다."
태오의 입술이 그렇게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내 뺨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반사된 내 얼굴이 그의 동공에 작게 맺혀 있었다. 웃어 보이려고 했다. 입꼬리를 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입술이 비틀렸다.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손을 놓았다. 손바닥을 바지 옆선에 비볐다. 젖은 감촉이 면직물에 스며들었다.
태오는 이미 다음 신입에게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턱 근육이 경직되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주먹 쥔 손 안에서 퍼졌다. 치욕인가, 배신인가. 그 밑바닥에 집요한 호기심이 들러붙어 있었다.
좋아, 강태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14시 정각, 팀 회의.
인사팀 전용 회의실은 12층에 있었다.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팀원들이 마주 앉았다. 나는 말석에 자리 잡았다. 신입에게 주어진 지정석이었다. 태오는 테이블 맨 끝, 스크린 앞에 서서 노트북을 열었다. 그의 왼손이 터치패드를 움직일 때마다 커프스 단추가 형광등을 반사했다.
"오늘 회의 안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하반기 인사 평가 기준 개정안. 둘째, 신입 배치 및 교육 일정. 셋째, 낙원리조트 프로젝트 인력 재배치."
낙원.
그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그의 왼손을 주시했다. 집게손가락이었다. 노트북 키보드 위에 올려져 있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손톱이 플라스틱 키캡을 스치는 소리가 났다. 진폭은 1밀리미터도 안 될 정도. 하지만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
태오가 고개를 들어 팀원들을 훑었다. 일곱 명의 얼굴을 순차적으로 스캔하는 눈. 내 얼굴에 도달했을 때, 그의 시선은 정확히 0.5초 더 길게 머물렀다. 나는 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여기서 그의 시선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반 박자 더. 0.5초의 체류.
그 0.5초 동안 그의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무얼까. 나는 노트를 집어 들며 고개를 숙였다. 손목이 떨려서 볼펜 끝이 종이를 삐걱거렸다. 나는 아무 단어나 적었다. '낙원리조트'. 그리고 그 옆에 '0.5초'라고 썼다. 글씨가 비뚤어져 있었다.
찾았다.
내 머릿속에서 그 한마디가 울렸다. 찾았다. 너는 나를 기억하고 있다. 네 몸이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네 입이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말해도, 네 손가락과 네 시선은 나를 배신하고 있었다.
회의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목소리만 듣고 있었다. 낮고 평평한 음색, 군더더기 없는 문장, 정확한 어휘 선택. 그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나는 그의 몸 전체를 관찰했다. 오른손은 안정되어 있었다. 어깨는 수평을 유지했다. 호흡은 규칙적이었다. 하지만 왼손 집게손가락만은——그 손가락만은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
'낙원'이라는 단어가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낙원리조트 인력 충원 계획'이라는 문장 속에서였다. 그의 집게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컸다. 2밀리미터 정도. 손톱이 노트북 표면을 긁는 소리가 났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나는 들었다.
그리고 나는 기억했다.
8년 전 여름. 낙원. 폐수영장.
그곳은 마을 외곽에 있었다. 5년 전 문을 닫은 실내 수영장이었다. 초록색 타일이 군데군데 깨져 있었고 물은 탁한 청록색을 띠고 있었다. 여름마다 우리는 그곳으로 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날도 숨 막히게 더운 8월의 오후. 물은 가슴 높이까지 차 있었다. 태오는 내 옆에서 팔을 곧게 펴라고 말했고, 나는 그의 쇄골과 가슴 근육, 배의 윤곽이 물속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물속에서도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한 손은 내 허리를 받치고, 다른 손은 내 배를 눌렀다. 그의 손가락이 내 배꼽 아래에 닿았다. 나는 호흡을 멈췄다.
"숨 쉬어. 숨 안 쉬면 가라앉아, 바보야."
그의 손이 내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허리를 감싼 손바닥이 천천히 움직였다. 척추를 타고 올라가 견갑골 사이를 짚었다. 내 수영복이 젖어 피부에 달라붙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갈비뼈를 세는 것 같았다.
"재원아."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의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위에 있었다. 1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 그의 눈동자가 호박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젖은 속눈썹이 서로 엉켜 있었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그러나 말하지 않는 입.
그의 시선이 내 입술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더 세게 붙잡았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골반뼈 위를 눌렀다. 통증과 전율의 경계에 있는 압력이었다.
"태오야."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가까워졌다. 5센티미터. 3센티미터. 1센티미터. 나는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민트 향이 섞인 뜨거운 공기.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부드럽고 뜨거운 감촉이 내 입술을 덮었다. 아래입술을 살짝 머금고 천천히 빨아들였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의 혀끝이 내 입술 틈을 스치듯 지나갔다. 내 손이 물속에서 그의 옆구리를 움켜잡았다. 젖은 피부가 손바닥 안에서 미끄러졌다. 태오의 입술이 내 입술을 놓고, 다시 포개졌다. 이번에는 더 깊게. 그의 혀가 내 입술 사이를 밀고 들어왔다. 치아를 스치고 입천장을 훑었다. 민트와 염소 냄새가 섞인 타액이 섞여들었다. 나는 그의 혀를 빨아들였다. 태오의 손이 내 허리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물속에서 우리의 가랑이가 닿았다. 그의 성기가 내 허벅지 바깥쪽에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었다. 수영복 너머로 느껴지는 열기와 부피. 나는 골반을 그의 몸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의 숨소리가 내 입 안에서 거칠어졌다.
쾅.
수영장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누군가 들어왔다. 태오는 즉시 나를 놓았다. 물이 내 몸을 삼켰다. 나는 허우적거리며 물을 먹었다. 귀에 물이 들어가 모든 소리가 웅웅거렸다. 누군가 나를 끌어올렸다. 태오가 아니었다. 늦게 도착한 다른 친구였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숨을 몰아쉬며 태오를 찾았다. 그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젖은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은 난간을 움켜잡고 있었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시선을 피하며 수영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내게 보여준 것은 젖은 등과, 꽉 쥔 주먹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태오는 사라졌다.
회의실로 돌아왔다.
내 바지 안에서 성기가 반응하고 있었다. 기억만으로도 발기한 것이었다. 나는 다리를 꼬았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긴장했다. 귀두가 팬티 천에 눌려 아팠다. 요도구가 헐거운 면직물에 쓸리며 따끔거렸다.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아랫배가 뜨거웠다. 회의실의 냉방이 무색할 정도로 체온이 올라 있었다. 귀두 끝에서 투명한 점액이 스며 나와 팬티 앞섶을 동그랗게 적셨다. 축축한 천이 귀두 표면에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감각이 숨을 가쁘게 만들었다. 성기는 완전히 팽창해 바지 지퍼를 안쪽에서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귀두는 평소보다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표피가 팽팽하게 늘어나 혈관의 박동이 손에 잡힐 듯 도드라졌다. 욱신거리는 맥박이 허벅지 안쪽까지 전해졌다.
태오가 스크린을 가리키며 무언가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래프 위를 짚었다. 길고 마른 손가락. 집게손가락 옆의 흉터. 그 손가락이 내 허리를 감쌌던 기억. 배꼽 아래를 눌렀던 기억. 골반뼈를 짚었던 압력. 그리고 내 입술을 덮었던 그의 입술——아래입술을 머금고 천천히 빨아들이던 감각, 혀끝이 입천장을 훑을 때 척추를 타고 올라왔던 전율.
나는 볼펜을 너무 세게 쥐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나는 태오의 입술을 봤다. 회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움직이는 입술. 그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던 순간. 그가 내 입 안으로 밀어 넣었던 혀의 온도. 민트와 땀과 염소 냄새, 그리고 타액이 섞이던 감촉.
내 성기가 바지 안에서 더 팽창했다. 귀두가 요도구를 통해 투명한 액체를 한 방울 더 밀어냈다. 점액이 팬티에 스며드는 축축한 감촉이 점점 번졌다. 나는 다리를 더 세게 꼬았다. 허벅지 근육이 떨렸다. 이 개새끼. 나는 속으로 욕을 했다. 8년 만에 나타나서 내 상사가 되어 가지고, 나를 처음 보는 척하고, 그러면서도 네 손가락은 떨고 네 시선은 나에게 머물고.
네 몸은 나를 기억하고 있잖아.
나는 그의 넥타이 매듭을 봤다. 완벽한 윈저 노트. 셔츠 칼라 아래로 보이는 목젖. 그가 침을 삼킬 때마다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의 정장 바지 앞섶을 봤다. 평평했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는 진짜로 나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나보다 더 교묘하게 숨기고 있는 걸까.
회의가 끝났다.
팀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마지막까지 앉아 있었다. 발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노트를 집어 들고 천천히 일어났다. 회의실 문으로 걸어가는 내 등 뒤에서 태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재원 씨."
나는 멈춰 섰다. 돌아보지 않았다. 내 어깨 근육이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첫 출근인데 업무 환경은 괜찮습니까."
그의 말투는 완벽하게 사무적이었다. 상사가 신입에게 건네는 의례적인 질문.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태오는 노트북을 정리하며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네, 괜찮습니다."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특별히 불편한 건 없습니다, 팀장님."
팀장님. 그 호칭이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혀끝이 썼다. 마치 녹슨 동전을 혀 밑에 굴리는 듯한 금속성 쓴맛이 입천장을 찔렀다. 태오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의 시선이 2초 동안 마주쳤다. 그의 눈은 여전히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완벽하게 통제된 표면이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그가 한 번 깜빡였다. 평소보다 0.3초 빠른 속도로. 그리고 그의 호흡이 아랫배 쪽에서 한 번 짧게 끊겼다.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였지만, 회의실의 정적 속에서 나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태오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그가 회의실을 나갔다. 구두 굽 소리가 복도로 멀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빈자리를 바라봤다. 테이블 위에는 그가 마시던 커피 잔이 남아 있었다. 검은 아메리카노. 설탕도 크림도 타지 않은, 쓴맛의 잔여물.
나는 회의실을 나와 화장실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세면대에 양손을 짚고 거울 속 내 얼굴을 봤다. 뺨이 붉어져 있었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입술은 내가 너무 세게 깨물어서 한쪽이 부르터 있었다.
나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팬티를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성기는 완전히 발기해 배 쪽으로 치켜 올라가 있었다. 귀두는 검붉게 충혈되어 윤기가 흘렀고, 요도구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끈적하게 배어 나와 천천히 흘러내렸다. 나는 오른손으로 성기를 감싸쥐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단단한 열기와 욱신거리는 박동.
나는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지와 검지로 귀두 테두리를 쥐고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요도구에서 분비된 점액이 손가락에 묻어 미끄러운 마찰음을 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태오의 손가락을 떠올렸다. 길고 마른 마디, 가지런한 손톱, 집게손가락 옆의 흉터. 그 손가락이 내 허리를 감싸고, 배꼽 아래를 누르고, 골반뼈를 짚었던 압력. 물속에서도 뜨거웠던 그의 체온. 그리고 그의 입술——내 입술을 덮었던 부드럽고 뜨거운 감촉, 혀가 내 입천장을 훑을 때 느껴졌던 전율, 수영복 너머로 내 허벅지에 밀착되었던 그의 단단한 성기.
손의 속도가 빨라졌다. 성기 전체를 쥐고 위아래로 훑었다. 귀두가 손가락 사이를 통과할 때마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갔다. 나는 왼손으로 세면대 가장자리를 움켜잡았다. 거울 속 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태오의 입술을 떠올렸다. 젖은 속눈썹 아래로 나를 바라보던 눈. 내 입술을 머금고 천천히 빨아들이던 입술. 민트 향이 섞인 뜨거운 숨결. 그리고 그의 목젖——침을 삼킬 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던, 셔츠 칼라 위로 드러난 연골의 돌출부.
"아……."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손의 속도를 더 높였다. 성기 뿌리까지 꽉 쥐고 빠르게 훑어 올렸다. 귀두를 손바닥으로 비비며 요도구를 엄지로 눌렀다. 점액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나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며 골반을 손의 움직임에 맞춰 밀어 넣었다. 태오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던 감각. 그의 엄지가 내 골반뼈를 누르던 압력. 그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오던 순간. 수영복 너머로 느껴졌던 그의 성기의 단단한 부피와 열기.
"하……, 태오야……."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자마자 정액이 터져 나왔다. 첫 번째 사정이 세면대 거울을 향해 길게 뻗어 나갔다. 두 번째, 세 번째 사정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며 세면대 하얀 도자기 위로 떨어졌다. 사정의 순간, 회음부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전류 같은 쾌감이 한 번에 치솟았다. 성기 뿌리가 경련하듯 수축하며 정액을 밀어냈고, 그 박동이 항문까지 전해져 내장 깊숙한 곳이 조여들었다. 나는 성기를 쥔 채로 떨었다. 정액이 손가락 마디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세면대에 엎드렸다. 거울에 묻은 정액이 천천히 흘러내리며 내 얼굴을 가로질렀다.
나는 눈을 떴다. 거울 속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손을 씻고, 찬물을 얼굴에 적셨다. 물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찾았다.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20시 17분, 나는 아직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하나둘 퇴근했고,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형광등이 꺼지고 파티션 조명만 남아 납작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나는 업무 매뉴얼을 읽는 척하며 태오의 자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책상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모니터는 중앙에 정렬되었고, 키보드는 책상 가장자리와 평행을 이루었다. 펜꽂이에는 검은색 볼펜만 세 자루. 서류함에는 라벨이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 개인적인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도, 머그잔도, 아무것도.
8년 전 그가 떠나기 전, 그의 방은 이렇게 깔끔하지 않았다. 만화책이 바닥에 쌓여 있었고, 옷가지가 의자에 걸쳐져 있었고, 책상에는 늘 내가 사다 준 초코우유 팩이 굴러다녔다. 그때의 태오는 통제와는 거리가 먼, 조금은 어수선하고 덜 완성된 사람이었다.
지금의 그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자신의 책상, 자신의 표정, 자신의 목소리, 심지어 자신의 손가락 떨림까지도——아니, 손가락 떨림만은 통제하지 못했다. 그 유일한 균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향했다.
서린그룹 본사 옥상은 직원 휴게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나무 벤치와 작은 화단, 그리고 몇 개의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었다. 낮에는 가끔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러 올라오지만, 밤 8시가 넘은 지금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옥상 문을 열었다. 7월의 밤공기가 후텁지근하게 달라붙었다. 도심의 불빛이 아래쪽에서 올라와 난간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검은 수트. 남색 넥타이. 각진 어깨. 등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나는 즉시 그가 누군지 알았다. 강태오. 그는 왼손에 커피 잔을 들고 있었다. 아직 김이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방금 자판기에서 뽑은 듯했다. 그는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나는 문 옆 벽에 몸을 붙이고 숨을 죽였다.
그의 어깨가 평소보다 축 처져 있었다. 회의실에서 보여준 완벽한 자세가 아니었다. 왼쪽 어깨가 오른쪽보다 약간 낮았고, 등은 난간에 기대어 체중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은 넥타이 매듭에 걸려 있었다. 손가락이 천천히 매듭을 느슨하게 풀었다. 셔츠 첫 번째 단추가 열렸다. 쇄골이 드러났다. 두 번째 단추도 풀렸다. 열린 셔츠 사이로 가슴 윗부분이 드러났다. 땀에 젖은 피부가 도시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였다. 쇄골의 오목한 골짜기부터 가슴 근육의 완만한 융기까지, 땀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경로를 내 시선이 따라갔다. 그의 목덜미는 땀으로 번들거렸고, 짧게 깎인 뒷머리 경계를 따라 가느다란 물줄기가 셔츠 칼라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그의 어깨가 오르내렸다.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손이 느렸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잔을 내렸다. 그 동작 전체에 무거운 피로가 배어 있었다. 회의실의 강태오 팀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것은 그냥 지친 한 남자였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숨을 참았다. 열린 셔츠 사이로 드러난 등의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척추 라인이 그림자를 만들었다. 허리까지 내려가는 긴 등 근육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의 바지 허리춤에 걸쳐진 셔츠 자락이 바람에 살짝 들썩였다. 나는 그 틈으로 드러난 허리 피부를 봤다. 골반 위쪽의 오목한 부분. 8년 전 내가 물속에서 손가락으로 눌렀던 바로 그 자리였다.
목이 탔다. 혀뿌리가 바싹 마르고 침이 끈적하게 고였다. 나는 침을 삼켰다. 목젖이 내려갔다 올라오는 동안,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아까 회의실에서 낸 상처 위로 다시 날이 들어갔다. 따끔한 통증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분노였다. 8년 동안 쌓아온 분노가 지금, 저 등신 같은 넥타이 매듭과 축 처진 어깨를 보며 수치스러운 방향으로 꼬이고 있었다. 저 지친 남자를 붙잡아 벽으로 밀쳐붙이고, 열린 셔츠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땀에 젖은 가슴을 만지고 싶다는 충동. 그의 피로와 외로움을 내 혀로 핥아내고 싶다는, 개 같은 욕망.
네가 보여주지 않은 얼굴. 네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피로와 외로움. 나는 지금 네 가면 뒤의 진짜 너를 보고 있었다. 완벽한 상사도, 냉정한 팀장도 아닌, 그냥 강태오. 8년 전 방파제에서 사라진 그 소년의, 어른이 된 그림자.
내 가슴이 울렸다. 분노와 호기심과, 그 밑바닥에 깔린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가 뒤섞인 진동. 나는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또 한 걸음.
구두 굽이 옥상 바닥을 짚는 소리가 났다. 작은 소리였지만, 밤의 정적 속에서는 분명했다. 태오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눈이 나를 발견했다. 3미터 거리.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피곤에 풀어져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회의실에서 보여준 그 통제된 무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이미 보았다. 그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을.
"정재원 씨."
그의 목소리는 다시 사무적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 전환은 너무 빨랐다. 마치 들켜서는 안 될 것을 들킨 사람처럼.
"아직 퇴근 안 했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더 다가갔다. 2미터. 태오의 손이 넥타이 매듭으로 올라갔다. 풀어헤친 셔츠를 수습하려는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첫 번째 단추를 잡았다.
"잠깐."
내가 말했다. 내 목소리는 내 생각보다 낮고 차분했다.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단추를 채우려던 그의 손이 멈췄다. 내 손가락이 그의 손목 맥박 위에 얹혔다. 빠르고 강한 박동이 내 손끝으로 전해졌다. 분당 100회는 넘을 것 같은 속도. 태오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그의 맥박은 달랐다.
"팀장님."
나는 그의 손목을 잡은 채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제 우리 사이의 거리는 30센티미터도 안 되었다.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 땀과 섬유 유연제, 그리고 그 아래 깔린 희미한 담배 냄새. 8년 전에는 맡은 적 없는 냄새였다. 그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내 가슴을 찔렀다.
"셔츠가 열려 있습니다."
나는 그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오른손을 들어 그의 열린 셔츠 깃에 손가락을 걸었다. 태오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의 호흡이 멈췄다. 나는 그의 쇄골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땀에 젖은 피부가 내 손끝에 닿았다. 뜨거웠다. 마치 열이 있는 것처럼. 나는 쇄골의 오목한 골짜기를 엄지로 천천히 쓸었다. 땀방울이 내 손가락에 묻어났다.
"정재원 씨."
태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경고였다. 하지만 그의 몸은 달랐다. 내 손가락이 닿은 피부에서 소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의 젖꼭지가 셔츠 안쪽에서 단단하게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무슨 짓입니까."
"무슨 짓이죠."
나는 그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맥박이 더 빨라졌다. 나는 열린 셔츠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손바닥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심장이 갈비뼈 안쪽에서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내 손바닥 전체로 그 박동이 전해졌다. 나는 천천히 손을 아래로 움직였다. 가슴 근육의 윤곽을 따라, 갈비뼈의 굴곡을 따라, 배의 평평한 면을 지나.
"그만두지 않으면."
태오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턱 근육이 경련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 손을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냥 서서, 내 손이 그의 몸을 더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호박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8년 전 수영장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 눈동자.
"그만두면 어쩔 건데."
나는 그의 바지 허리춤에 손가락을 걸었다. 셔츠 자락이 바지 안으로 빼곡히 들어가 있었다. 나는 셔츠를 끌어올렸다. 그의 옆구리가 드러났다. 갈비뼈 아래, 골반 위쪽의 오목한 부분. 나는 그곳에 엄지를 대고 눌렀다. 8년 전 물속에서 눌렀던 바로 그 자리. 태오의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 그의 배 근육이 내 손끝 아래에서 수축했다.
"정재원."
이번에는 내 이름이었다. '씨'가 빠진, 8년 전의 호칭. 그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검은 원이 홍채를 잠식하고 있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아랫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왜 도망갔어."
내 입술이 움직였다. 8년 동안 묵혀둔 질문이었다. 태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표정이 깨지고, 그 아래에 감춰져 있던 무언가가 스쳤다. 고통인가, 죄책감인가, 아니면 분노인가.
"그날 밤, 왜 사라졌어. 왜 아무 말도 없이. 왜 8년 동안——"
그 순간, 태오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진동음이 우리 사이를 갈랐다. 태오가 움찔했다. 그의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강한 악력이었다. 그는 내 손을 그의 셔츠 안에서 끌어냈다. 그 움직임은 단호했지만, 그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이만 가보시죠."
그가 한 걸음 물러섰다. 거리가 다시 1미터로 벌어졌다. 그는 등을 돌리고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을 확인하는 그의 어깨가 경직되었다. 나는 보았다. 발신자 표시. '아버지'.
태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아까 내게 말할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었다. 뭔가에 짓눌린 듯한, 경직된 소리.
"……네, 아버지."
아버지.
그 단어가 옥상의 공기를 가르고 내 귀에 박혔다. 태오에게 아버지가 있었던가.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8년 전, 낙원에서 함께 자랄 때 태오는 단 한 번도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그의 집에는 어머니 혼자 계셨고, 나는 당연히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나 떠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태오는 '아버지'라는 사람과 통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렇게 경직된 목소리로.
태오가 난간을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커피 잔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지금은 곤란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건 불가능해요.……네,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태오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방금 전까지 보여준 안정된 호흡이 아니었다. 얕고 빠른 숨. 공황에 가까운 호흡. 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두 손으로 난간을 짚었다. 그의 손목이 떨리고 있었다. 팔뚝의 힘줄이 긴장으로 도드라졌다.
나는 그의 등 뒤에 서서 그 모든 것을 지켜봤다. 내 손바닥에는 아직 그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땀에 젖은 가슴의 감촉, 갈비뼈의 굴곡, 맥박의 박동. 그리고 그의 눈동자——무표정이 깨지는 순간 스쳤던,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파편.
나는 물러섰다. 발소리를 죽이고 옥상 문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문 손잡이를 잡을 때,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태오는 여전히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그의 실루엣을 테두리 지었다. 완벽한 수트, 완벽한 이력, 완벽한 무표정——그 모든 것 아래에 균열이 있었다.
아버지. 경직된 목소리. 떨리는 손목. 통제 불능의 호흡.
이건 내가 몰랐던 균열이었다. 8년 전 그가 사라진 이유와 연관된 것일까. 그가 나를 모르는 척하는 이유도, 그가 이렇게 완벽한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모두 이 '아버지'라는 존재와 연결된 것일까.
나는 옥상 문을 닫았다. 계단을 내려오며 내 심장은 다시 빨리 뛰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고동이었다. 분노나 치욕이 아니었다.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의 흥분. 그리고 그 이면에, 내 손이 그의 피부를 더듬을 때 느꼈던 충동——그를 무너뜨리고 싶다는 욕망과, 그를 끌어안고 싶다는 욕망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열기.
네가 숨긴 균열을 찾았다, 강태오.
네 손가락 떨림보다 더 깊은 균열. 네 시선 체류보다 더 큰 틈새. 나는 이 균열을 파고들 것이다. 네 가면이 완전히 깨질 때까지. 네가 나를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을 때까지.
네 아버지라는 존재가 누구든, 그가 네게 무슨 짓을 했든, 나는 그걸 이용할 것이다. 너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진짜로 다시 만나기 위해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이 켜지고 서린그룹 인트라넷 로그인 페이지가 나타났다. 나는 사원 번호를 입력했다. 손가락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