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화: 무너지는 완벽
한수빈의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져 옥상 구석에 박혔다.
"최대현 대표님이... 지금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편집장님을 꼭 만나야겠다고..."
숨이 멎었다. 미래가 내 팔을 붙잡았지만, 그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단숨에 찢겨나가고, 그날의 사무실이 내 눈앞에 소환됐다. 탁자 모서리에 부딪힌 엉덩이뼈의 통증. "감정적인 여자는 결국 일을 그르쳐"라고 말하던 그 낮고 느린 목소리. 그리고 내 팬티 스타킹을 찢어내던 손.
"연우야." 미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연우야,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었다. 나는 이미 5년 전 그 사무실로 돌아가 있었다. 최대현이 내 뒤에 서서 어깨를 주무르던 그 순간. "서 대리, 내가 많이 챙겨줬다고 생각하지 않아?" 귀에 속삭이던 그 말. 그리고 내가 거부하자 돌변했던 얼굴. "감정적인 년은 필요 없어. 넌 오늘부로 내 팀에서 나가."
"내려가 볼게."
내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미래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이미 옥상 문을 향해 걷고 있었다. 한수빈이 따라오려는 걸 손을 들어 막았다.
---
1층 로비의 커피 향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퇴근 전 직원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오늘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최대현이 이 공간 자체를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날렵한 턱선과 차가운 눈빛. 내가 다가가자 그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시선이 내 온몸을 훑었다. 5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내 가슴에서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그 끈적한 시선이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서 대리. 아니, 이제 서 편집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의 목소리에 내 명치가 조여들었다. 위액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용건만 말씀하시죠."
"여전히 차갑군. 예전엔 그렇게 따뜻한 아이였는데."
그의 손이 내 팔을 스치듯 지나갔다. 손가락 끝이 내 팔뚝 안쪽, 5년 전 그가 움켜잡았던 바로 그 자리를 쓸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내 귓속으로 기어들어왔다.
"그 신입사원 말이야. 강지호라고 하던가. 꽤 특별한 녀석인 모양이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땀이 흘러내렸다. 겨드랑이가 축축해졌다.
"무슨 말씀이신지..."
"서 편집장. 아니, 연우야. 너와 그 녀석의 관계를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최대현이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로비의 형광등 불빛이 그의 얼굴을 반으로 갈랐다. 반은 빛에, 반은 그림자에 묻힌 얼굴. 그 그림자 속에서 그의 눈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옥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녀석의 집에 네가 드나들었다는 것 정도는 이미 파악했어. 내가 아직 업계에 발이 넓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입안이 바싹 말랐다.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었다. 손끝이 저렸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사적인 일입니다."
"사적인 일?" 최대현이 비릿하게 웃었다. "사내에서 편집장이 신입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단순히 사적인 일로 끝날까? 특히 네가 그렇게 완벽한 이미지로 버티고 있는 이 회사에서?"
완벽한 이미지. 그가 만들어준 굴레였다. 그가 내게 씌운 낙인이었다. '감정적인 여자'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을 죽여왔는지, 이 남자는 알았다. 알고서 지금 이 순간 다시 그 낙인을 무기로 쓰고 있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내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최대현의 손이 내 어깨에 닿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뼈마디가 앙상하게 느껴졌다. 그 손가락이 내 쇄골을 타고 천천히 내려왔다. 손톱 끝이 피부 위를 긁듯이 지나갔다. 나는 숨을 참았다. 속이 뒤집혔다. 그의 손에서 나는 옅은 담배 냄새와 면도 크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 회사로 돌아와. 새로 시작하는 임프린트의 편집장 자리야. 네 능력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지금보다 두 배의 연봉과,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지."
그의 손가락이 내 가슴 위를 스치며 내려갔다. 블라우스 천 너머로 그의 손톱 끝이 유두를 스쳤다. 나는 숨을 참았다. 속이 뒤집혔다.
"거절한다면?"
"거절이라면..." 그의 손이 내 팔뚝을 움켜잡았다. 5년 전과 똑같은 힘으로. 똑같은 부위를. "강지호의 경력은 오늘부로 끝이라고 생각해. 부적절한 관계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겠지. 너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내가 알기로 그 녀석, 좀 특별한 재주가 있는 모양이더군. 차인지 뭔지. 그런 신비로운 능력이 대중에 알려지면 꽤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될 거야."
심장이 쿵쾅거렸다. 지호의 능력. 그건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었다. 그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비밀이었다.
"당신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연우야." 그가 내 귀에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내 귓바퀴에 닿을 듯 말 듯 스쳤다. "5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넌 내 앞에서 여전히 무력한, 감정적인 여자일 뿐이야. 아니, 그때보다 더 약해졌군. 이제는 네 약점이 하나 더 늘었으니까."
그의 숨결이 내 귀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따뜻하고 축축한 숨결. 구역질이 치밀었다. 위가 뒤틀렸다. 그의 혀가 내 귓불을 스치고 지나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일주일 줄게. 그때까지 결정해."
최대현이 돌아섰다. 그의 구두 소리가 로비 바닥을 울리며 점점 멀어져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떨고 있었다. 5년 전 그날 밤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손이 스쳤던 쇄골이 화끈거렸다. 팔뚝에는 그의 손가락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
---
지호의 눈빛이 변했다. 내가 최대현과의 대화를 전하자, 그의 평소 다정하고 나긋했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지워졌다. 마치 얼음장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그 안에서 반짝였다. 그의 눈동자 안쪽에서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분노와 욕망이 뒤섞인, 통제된 광기 같은 것이.
"그 자식이 누나를 만졌어요?"
그의 첫마디는 예상 밖이었다. 나는 협박 내용이나 능력의 비밀에 대해 그가 더 신경 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호의 시선은 내 어깨에 고정되어 있었다. 최대현의 손이 닿았던 바로 그 지점. 그의 시선이 거의 물리적인 압력처럼 느껴졌다.
"지호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그는..."
"만졌냐고 물었어요, 누나."
지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 목소리에는 내가 처음 듣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의 손이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최대현의 차가운 손과는 전혀 다른 온도였다. 뜨겁고, 집요하고, 소유하려는 듯한 손길. 그는 마치 더러운 것을 닦아내듯 내 어깨를 천천히 쓸었다. 그의 손바닥이 내 피부 위를 지날 때마다 최대현의 흔적이 지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조금."
지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가 내 어깨를 감싸쥐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의 품에서 익숙한 차 향이 났다. 녹차와 재스민, 그리고 알 수 없는 허브의 은은한 향. 그 향이 갑자기 더 진해졌다. 마치 그의 감정이 향으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그 자식을 죽여버릴 거야."
그의 말은 너무나 담담해서, 오히려 더 섬뜩했다. 나는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안 돼. 지호야, 그건 안 된다. 그 사람은 위험해. 게다가 네 능력까지 알고 있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누나는 내가 지켜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게 무슨 대가라도, 그런 말 하지 마."
그의 손이 내 뺨을 감쌌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가 흔들렸다. 분노와 집착, 그리고... 두려움. 그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를 잃을까봐.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이 떨리고 있었다.
"누나가 나 때문에 다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그럼 나는? 네가 다치는 건 용납할 수 있는데?"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호의 눈이 커졌다. 그의 엄지가 내 눈가를 쓸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겁쟁이였다는 거 알아. 5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야."
내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내가 널 지킬 거야, 지호야."
---
한수빈이 내 책상 위에 서류 뭉치를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굳어 있었다.
"편집장님, 이거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서류에는 지난 3일간 지호의 동선이 정리되어 있었다. 사무실 출입 기록, 컴퓨터 접속 로그, 그리고 그가 열람한 문서들까지. 한수빈의 치밀한 분석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자료였다.
"강지호 씨가 최대현 대표의 회사 서버에 접속을 시도한 흔적이 있어요. 그것도 여러 번. 그리고..."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 "어젯밤에는 실제로 최대현 대표의 사무실 근처에서 목격됐대요. 빌딩 주차장 CCTV에 포착됐어요."
손이 떨렸다. 지호.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리고 이건 좀 더 심각한데..." 한수빈이 주저하며 다른 서류를 건넸다. "최대현 대표 쪽에서도 강지호 씨에 대한 뒷조사를 진행 중이에요. 그런데 이 부분이 이상해요. 그들은 강지호 씨의 과거를 파헤치고 있어요. 특히 그의 할머니가 운영하셨다는 찻집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고, 차와 관련된 어떤 '처방'에 대해..."
"됐어, 수빈 씨. 거기까지."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한수빈이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빛에 걱정이 가득했다.
"편집장님.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에요. 강지호 씨는 뭔가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사람이에요." 그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저는 감히 상상이 안 돼요."
한수빈이 나간 뒤에도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호가 최대현을 해치려는 걸까. 아니, 그보다 더한 일을?
휴대폰을 꺼내 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길게 울릴 뿐, 그는 받지 않았다.
---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한 계단씩 밟을 때마다 5년 전의 기억이 겹쳐졌다.
'감정적인 여자는 결국 일을 그르쳐.'
'넌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
'네가 거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 말들이 아직도 내 뼛속에 박혀 있었다. 그가 내 팬티 스타킹을 찢을 때, 나는 왜 비명을 지르지 못했을까. 왜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을까. 왜 그 후로도 1년이나 더 그의 밑에서 일했을까.
'완벽한 누나'라는 가면은 그렇게 시작됐다. 감정을 드러내면 또 당할 거라는 공포. 약해 보이면 또 이용당할 거라는 트라우마.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나를 숨겼다. 웃음도, 눈물도, 욕망도 모두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지호 앞에서만은 그 가면이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옥상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도시의 불빛이 멀리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지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전화 왜 안 받았어."
내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그가 천천히 돌아섰다.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평소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열병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참아내고 있는 분노 때문일까.
"누나. 여기 어떻게..."
"수빈 씨가 말해줬어. 네가 최대현의 사무실을 염탐하고 다녔다고."
지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내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내 팔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움직였다.
내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 그의 입술 위로 내 입술을 밀어붙였다. 지호가 놀라 몸을 굳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혀를 밀어넣고 그의 입 안을 헤집었다. 그의 차 향이 혀끝에 맴돌았다. 따뜻하고 쌉쌀한 녹차의 맛. 그 아래 깔린 달콤한 재스민의 잔향.
"누나..."
"가만있어. 내가 할게."
내가 그의 넥타이를 풀었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나는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끌렀다. 지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가슴이 드러났다. 나는 그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 박동이 내 손바닥을 때렸다.
"누나, 무슨..."
"내가 널 지킬 거라고 했잖아."
나는 그의 셔츠를 어깨 너머로 밀어내며 벗겼다. 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지호의 상체가 옥상의 희미한 조명 아래 드러났다. 탄탄한 근육과 매끄러운 피부. 나는 그의 가슴에 입술을 대었다. 그의 심장이 내 입술 아래서 쿵쾅거렸다. 피부가 뜨거웠다.
"누나가 오늘 좀 무서워요."
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 쥐었다. 그의 손바닥이 뜨거웠다. 손가락이 내 허리 옆선을 파고들었다.
"무서워도 돼. 오늘은 내가 널 안을 거니까."
내가 그의 벨트 버클을 풀었다. 금속이 딸깍거리는 소리가 바람에 실렸다. 지퍼를 내리자 그의 발기된 성기가 바지 위로 불룩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그 위를 쓸었다. 지호가 낮게 신음했다. 그의 성기가 내 손바닥 아래서 꿈틀거렸다.
"누나..."
"쉿."
내가 그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그의 성기가 완전히 노출됐다. 어둠 속에서도 그 단단한 실루엣이 선명했다. 귀두가 붉게 충혈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의 성기를 감싸쥐었다. 뜨거웠다. 맥박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그의 성기가 내 손안에서 더 크게 부풀어올랐다.
지호가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움켜잡았다. 나는 천천히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의 귀두에서 투명한 쿠퍼액이 스며나와 내 손가락을 적셨다. 끈적하고 미끄러운 감촉. 내 손가락 사이로 그의 체액이 실처럼 늘어졌다.
"누나가 먼저 옷을 벗어요."
지호의 목소리가 낮고 쉰 듯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거야."
나는 그의 목에 입술을 대고 빨았다. 그의 피부에서 차 향과 땀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내 혀가 그의 쇄골을 타고 내려갔다. 가슴 근육의 골을 따라 핥았다. 소금기 섞인 피부 맛. 그의 유두가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나는 그 작은 돌기를 입에 물고 혀로 굴렸다. 빨고, 깨물고, 핥았다.
"아..."
지호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나는 그의 유두를 빨면서 손으로는 그의 성기를 계속 자극했다. 내 엄지가 귀두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귀두 아래쪽, 그 부드러운 살점을 집요하게 자극했다. 그의 성기가 내 손안에서 더 크게 부풀어올랐다.
"누나, 더는 못 참아요."
"참아. 오늘은 내가 허락할 때까지 참아야 해."
내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낮고 단호했다. 나는 무릎을 굽혀 그의 성기 앞에 앉았다. 그의 성기가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떨리고 있었다. 귀두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액체가 실처럼 늘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에게서 나는 차 향과 머스크 향이 더 진하게 풍겼다.
나는 혀를 내밀어 그의 귀두를 핥았다. 짭짤하고 약간 쓴 맛이 혀끝에 퍼졌다. 지호가 몸을 떨었다. 나는 입을 크게 벌려 그의 성기를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따뜻하고 단단한 살덩어리가 내 입천장을 눌렀다. 나는 혀로 그의 성기 옆면을 핥으며 천천히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내 입술이 그의 성기를 꽉 물었다.
"아... 누나... 제발..."
지호의 허리가 떨렸다. 그의 손이 내 머리를 붙잡았지만, 밀어내지도 당기지도 못했다. 그저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떨고 있었다. 나는 속도를 높였다. 입 안 가득 그의 성기를 물고 더 깊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내 침이 그의 성기를 적셔 반짝였다. 침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성기가 내 목구멍 깊숙이 닿았다.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참았다. 눈물이 고였지만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그를 지킬 수 있다는 걸. 내가 더 이상 무력한 '감정적인 여자'가 아니라는 걸. 내가 원하는 걸 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누나, 나... 이제 정말..."
지호가 내 머리를 붙잡고 떼어내려 했다. 사정하려는 걸까. 하지만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더 깊이 입에 물었다. 내 혀가 그의 성기 아래쪽, 가장 민감한 부분을 집요하게 핥았다. 귀두와 몸통이 만나는 그 경계를 혀끝으로 쓸었다.
그때였다. 지호가 갑자기 나를 확 끌어올렸다. 그의 힘에 못 이겨 내가 일어서자, 그가 내 몸을 돌려 난간 쪽으로 밀어붙였다. 내 배가 차가운 난간에 닿았다. 철제 난간의 냉기가 블라우스 너머로 스며들었다.
"누나가 너무 잘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그의 쉰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여졌다. 그의 손이 내 치마를 허리 위까지 걷어올렸다. 스타킹과 팬티가 단숨에 무릎까지 내려졌다. 차가운 바람이 노출된 내 엉덩이와 음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자신이 얼마나 젖어 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허벅지 안쪽까지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까는 누나가 주도한다고 하지 않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내 음부를 파고들었다. 두 개의 손가락이 내 질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내 안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점액에 젖어 끈적거리는 소리를 냈다.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반사적으로 조였다.
"누나도 참지 못했잖아요. 이렇게 젖었으면서."
"그건... 아...!"
그의 손가락이 내 질벽을 긁으며 움직였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몸을 떨었다. 그의 엄지가 내 음핵을 찾아 눌렀다. 쾌감이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음핵이 그의 손가락 아래서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오늘은 내가 누나를 지켜요. 그 자식이 누나를 건드렸으니까."
그의 손가락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세 개째가 추가되자 내 질이 꽉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팠고, 동시에 믿을 수 없이 쾌락적이었다. 내 애액이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려 허벅지를 적셨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렸다.
"누나가 다시 말해줘요. 누가 누나를 지키는지."
"네, 네가... 아... 지호 네가 지켜..."
"아니요."
그가 손가락을 갑자기 빼냈다. 공허감이 밀려왔다. 내 질이 그의 손가락을 그리워하며 경련했다. 질벽이 허공을 물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성기가 내 음부 입구에 닿았다. 뜨겁고 단단한 귀두가 내 음순을 갈랐다. 내 애액이 그의 귀두를 적셨다.
"오늘은 누나가 나를 지킨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그의 성기가 한 번에 나를 관통했다.
"아악...!"
깊었다. 너무 깊었다. 그의 성기가 내 질 깊숙한 곳까지 단숨에 밀고 들어왔다. 내 질벽이 그의 성기를 꽉 물었다. 그의 골반이 내 엉덩이에 부딪혔다. 완전히 들어왔다. 내 안에서 그의 성기가 맥박 치고 있었다. 질벽이 그의 성기 모양을 기억하며 경련했다.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지호가 내 귀에 속삭이며 천천히 허리를 빼기 시작했다. 그의 성기가 내 질벽을 긁으며 빠져나갔다. 귀두가 질 입구까지 나왔다가 다시 깊이 밀려들어왔다. 느리고, 깊고, 집요한 움직임이었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그의 성기를 느끼고 있었다.
"누나가 나를 지킨다고 했을 때..."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밀려들었다 빠졌다. 내 애액이 그의 성기를 적셔 더욱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렸다. 내 질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누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어 블라우스 위로 유두를 찾았다. 천 위로도 그의 손가락이 내 유두를 집어 비트는 게 느껴졌다. 쾌감이 가슴에서 음부까지 전선처럼 이어졌다. 유두가 그의 손가락 아래서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누나가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그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그의 성기가 내 질을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찔러댔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몸을 떨었다. 다리가 풀려 무릎이 굽혀졌다. 내 질이 그의 성기를 더 꽉 조였다.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아... 지호야... 나...!"
"말해줘요, 누나. 누가 누나를 지키는지."
"내가... 아... 내가 널 지켜...!"
그의 성기가 내 가장 깊은 곳을 찔렀다. 자궁 입구에 그의 귀두가 닿았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오르가즘이 몰려왔다. 내 질이 그의 성기를 미친 듯이 조여댔다. 온몸이 떨렸다. 허리에서부터 시작된 경련이 팔다리 끝까지 퍼져나갔다.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질벽이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며 그의 성기를 쥐어짜듯 조였다.
"좋아... 누나, 정말 좋아..."
지호도 나와 함께 절정에 도달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폭발하듯 사정했다. 뜨거운 정액이 내 자궁 입구를 때렸다. 그의 허리가 몇 번 더 경련하듯 움직였고, 그의 정액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따뜻한 액체가 내 질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의 정액이 내 허벅지 안쪽을 타고 스타킹을 적셨다.
그가 내 등에 쓰러지듯 기대었다. 우리 둘 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내 등에 닿아 쿵쾅거렸다. 내 안에서 그의 성기가 천천히 수그러들고 있었다. 그의 정액이 내 질 입구에서 흘러나와 허벅지를 적셨다.
"누나."
지호가 내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내 땀에 젖은 피부에 닿았다.
"누나가 오늘 나를 지켰으니까... 이제 내가 누나를 지킬 차례예요."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전에 그가 내 안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가 물러서고,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흘러내린 스타킹과 팬티를 추스르며 그를 돌아봤다. 그의 정액이 아직도 내 안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호는 이미 바지를 입고 셔츠를 챙겨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다시 그 차가운 결의가 돌아와 있었다. 그 눈빛은 분노와 욕망이 뒤섞인, 통제된 광기의 눈빛이었다.
"어디 가려는 거야."
"잠깐 볼일이 있어요."
"지호야."
"누나." 그가 내 뺨을 감싸며 짧게 입맞춤했다. "누나가 오늘 내게 약속했어요. 자기가 나를 지킨다고. 그 약속, 정말 행복했어요."
그의 엄지가 내 입술을 쓸었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누나를 지킬게요. 어떤 방법으로든."
그가 옥상 문을 향해 걸어갔다.
"기다려, 지호야! 지호!"
내 외침에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어깨 너머로 나를 돌아본 그의 얼굴. 그 눈빛은 내가 처음 옥상에서 차를 건네받던 날과 똑같았다. 다정하면서도 집요하고, 순수하면서도 위험한 그 눈빛. 하지만 오늘은 그 안에 무언가 더 있었다. 분노와 결의가 뒤섞인,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곧 돌아올게요, 누나. 그러니까... 기다려줘요."
문이 닫혔다. 그의 발소리가 계단을 타고 멀어져갔다. 나는 난간에 기대어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의 정액이 아직도 내 허벅지 안쪽을 흐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내 젖은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
윤미래의 집은 늘 따뜻했다. 그녀는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와인을 따라주었다.
"그때, 그러니까 5년 전에."
내가 입을 열었다. 미래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최대현이 나를 성추행했어."
와인잔을 쥔 미래의 손이 멈췄다.
"그날은 늦은 밤이었어. 다들 퇴근하고 없었고, 그는 나를 사무실로 불렀어. 기획안 검토한다고. 그리고..."
내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나는 계속 말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전부를.
"그는 내 뒤에 서서 내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어. 나는 싫다고, 하지 말라고 말했어. 그런데 그는 멈추지 않았어. 오히려 내 팬티 스타킹을 찢고, 내 안으로 손가락을..."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닦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어. 그냥 굳어버렸어. 그리고 그 후로 그가 말했어. '감정적인 여자는 결국 일을 그르쳐. 네가 오늘 이걸 거부하면, 넌 이 바닥에서 끝이야.' 나는 그 말에 갇혔어. 그 후로도 1년 동안 그의 밑에서 일했어. 완벽한 표정을 짓고, 완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가 나를 만질 때마다 나는 죽은 척했어."
"연우야..."
미래가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분노 때문일까, 아니면 나를 향한 연민 때문일까.
"그런데 지금, 그 자식이 다시 나타났어. 그리고 이번에는 지호를 이용하려고 해. 내가 거부하면 지호의 능력을 폭로하고, 그를 파멸시키겠대."
"그 개자식이."
미래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연우야. 그때와 지금은 달라. 그때 너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도 있고, 한수빈도 있고... 그리고 강지호도 있잖아."
"하지만 지호는 지금..."
그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한수빈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편집장님! 지금 어디세요?"
한수빈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뒤에서 차량 소음이 들렸다.
"왜 그래요, 수빈 씨."
"강지호 씨가 방금 최대현 대표의 사무실로 들어갔어요. 확인했어요. 혼자요. 그리고..."
그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최대현 대표 쪽 사람들이 좀 전에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차 같은 건데... 무슨 약품을 타는 걸 봤어요."
내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차. 약품. 지호.
"지금 거기로 갈게요. 주소 보내줘요."
내가 벌떡 일어났다. 미래도 따라 일어나며 내 팔을 잡았다.
"나도 같이 갈게."
---
최대현의 사무실은 강남의 한 고층 빌딩 15층에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로비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한수빈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15분째예요."
"올라가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30초가 영겁처럼 길었다. 미래가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한수빈이 굳은 얼굴로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바라봤다.
15층. 문이 열리자 어둡고 긴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끝에 있는 사무실 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왔다. 우리는 그곳을 향해 달렸다.
문을 열어젖혔다.
"지호야!"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찻잔이 쥐어져 있었고, 입가에는 차인지 피인지 모를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 안에는 차 향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향은 평소 지호의 차와는 달랐다.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무언가 썩은 듯한 뒷맛이 섞여 있었다.
최대현이 그의 옆에 서서 우리를 바라봤다. 그의 손에는 또 다른 찻잔이 들려 있었다.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아, 서 편집장. 때맞춰 왔군."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내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한 손으로 나를 막아 세웠다.
"무슨 짓이냐고? 그냥 차 한 잔 대접한 것뿐이야. 이 녀석이 좋아하는 거잖아, 차."
그가 쓰러진 지호를 내려다봤다.
"그런데 이 녀석, 정말 특별하더군. 차를 우리는 방식도, 차의 효능도. 그래서 내가 조금... 첨가물을 넣어봤어. 그의 능력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대가로, 그의 몸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물질이지."
"뭐라고요..."
"간단한 거야. 차를 마시면 그의 능력은 더 강해져. 아마 지금쯤 이 빌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무의식이 그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대가로..."
최대현이 낮게 웃었다.
"그의 심장은 견디지 못할 거야. 한 시간 안에 심장 마비로 죽겠지. 이것이 그의 능력의 진짜 비용이야. 타인의 욕망을 감당하는 대가."
지호의 몸이 더 격렬하게 떨렸다. 그의 입술이 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달려가 그의 머리를 안았다. 그의 피부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의 몸에서 나는 차 향이 너무 진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호야, 지호야...!"
"누...나..."
그의 눈이 간신히 열렸다.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의식이 그 안에서 뒤엉키는 듯한 빛이었다.
"미안...해요... 나는... 누나를... 지키려고..."
"말하지 마, 지금은 말하지 마!"
내가 그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내 손바닥으로 그의 뜨거운 뺨이 느껴졌다.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
최대현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제 알겠나, 서 편집장? 네가 내게서 도망치려고 하면, 결국 이렇게 돼. 넌 여전히 나에게 무력한, 감정적인 여자일 뿐이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닥쳐."
내 목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최대현의 눈이 커졌다.
"당신에게 더는 휘둘리지 않을 거야. 나는 더 이상 당신 앞에서 무력한 여자가 아니야."
내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내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지호를 지킬 거야. 그리고 당신은... 당신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최대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내가 아니야."
내가 지호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너무 빨리. 손끝에서부터 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우리야."
뒤에서 미래와 한수빈이 다가왔다. 미래는 이미 휴대폰을 들고 있었고, 한수빈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녹음기였다.
"모든 대화는 녹음됐어요, 최대현 대표님." 한수빈이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이 방금 자백한 내용들. 성추행, 협박,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살인미수까지. 이것이 법정에서 어떤 의미일지, 당신도 잘 알겠죠."
최대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이미 이 녹음 파일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했어." 미래가 덧붙였다. "내 변호사에게도 전송됐고. 그러니까 무슨 짓을 하든, 당신은 끝이야."
최대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에게서 두려움이 보였다.
"이건... 이건 계획된 거야...?"
"아니." 내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그게 당신과의 차이점이지."
그때 지호의 몸이 더 크게 경련했다. 그의 등이 활처럼 휘어졌다. 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의 몸에서 차 향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지호야!"
내가 그를 꼭 안았다. 그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리고 그의 심장 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누나... 나... 아직... 누나를... 지키지 못했는데..."
"지켰어. 이미 지켰어."
내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눈물이 그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제발 나를 떠나지 마..."
지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지호야! 지호야!"
내 비명이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최대현이 벽에 기대어 천천히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보지 않았다. 내 눈에는 오직 지호뿐이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멈추려 하고 있었다. 그의 체온이 내 품 안에서 식어가고 있었다. 그의 능력의 대가. 타인의 욕망을 감당한 대가. 나를 지키려 한 대가.
"안 돼... 안 된다고..."
내가 그의 얼굴을 내 가슴에 묻었다. 그의 숨결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리고 어둠이 그를 삼키려는 그 순간, 지호의 눈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더 이상 내가 알던 지호의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불타고 있었다. 마치 그의 능력이 마지막으로 폭발하는 듯한, 섬뜩할 만큼 아름다운 빛이. 그의 눈동자 색이 변하고 있었다. 갈색이었던 홍채가 점점 더 짙은 색으로, 거의 검은색에 가깝게 변해가고 있었다.
"누...나..."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무의식의 심연에서 울려오는 듯한,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진 듯한 소리였다.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의 목소리가 한데 뒤섞여 울려 퍼졌다.
"나를... 깨우지... 마세요... 누나가... 위험해져요..."
그의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그 손길은 뜨거웠다. 너무나 뜨거워서,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퍼져나오는 열기가 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깨울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고 그 순간, 빌딩 전체의 불이 깜빡였다. 형광등이 일제히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지호의 몸에서 퍼져나온 차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향은 더 이상 은은한 녹차와 재스민의 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태고의 숲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원초적이고 압도적인 향이었다. 그 향이 방 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퍼져나갔다.
지호의 눈동자가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내가 아는 지호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훨씬 더 오래되고, 훨씬 더 위험한 무언가의 미소였다.
"누나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더 이상 여러 목소리가 겹쳐진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호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내가... 깨어나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지호의 몸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은 더 이상 아까의 경련하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천천히 기지개를 켜는 듯한, 섬뜩할 만큼 우아한 움직임이었다.
최대현이 벽에 붙어서 떨고 있었다. 미래와 한수빈도 물러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지호의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동자 속에서, 나는 보았다. 지호가 아직 그 안에 있다는 것을. 그 검은 심연 속에서,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이 아직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지호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내가 깨웠으니까... 내가 책임질게."
그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조금 더 깊어졌다. 그리고 그 미소 속에서, 나는 보았다. 내가 아는 지호의 미소를. 다정하고, 나긋하고, 나만을 바라보는 그 미소를.
"약속이에요, 누나."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지호의 것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그 오래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책임져야 해요."
빌딩의 불이 완전히 꺼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지호의 눈동자만이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