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독의 대가
아침이었다.
내 거실 소파에 누워 있는 남자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밤새 38도를 오르내리던 열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지호는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고, 그의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조용한 거실에 울렸다.
불가능한 회복 속도였다.
어젯밤 그가 내 품에서 신음하며 떨던 모습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택시에서 내내 내 어깨에 기대어 숨을 헐떡이던 그. 현관문을 열자마자 무너지듯 쓰러져 "누나, 잠깐만... 이러면 나아져요"라고 중얼거리던 그.
나는 손을 떼며 한 걸음 물러섰다.
"일어나요. 출근해야죠."
지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가 나를 포착하는 순간, 어젯밤의 고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특유의 나긋한 초점이 돌아왔다.
"누나 품에서 자서 그런가, 오늘은 특히 개운하네요."
"......커피 마실래요?"
"누나가 타준 건 뭐든."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켰다. 구겨진 와이셔츠 사이로 복부 근육이 살짝 드러났다. 나는 시선을 돌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커피 포트를 올리려는데 그가 다가왔다.
"어제 고마웠어요. 누나가 안아줘서 살았어요."
"그렇게 아픈 게 자주 있는 일이에요?"
짧은 침묵.
"가끔요."
"병원에 가봤어요?"
"병원에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커피 포트의 불이 켜졌다.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지호는 내 냉장고에 붙은 메모들을 무심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보니 지난주 내가 써붙인 '와인 리스트'였다.
"어젯밤에 내 이름을 불렀어요."
"......뭐라고요?"
"누나. 열이 심해서 헛것을 본 건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목을 끌어안았어요."
커피 포트에서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꿈이 아닌 것 같았죠. 누나 손이 이렇게... 내 등짝을 긁고 있었으니까."
지호가 와이셔츠를 살짝 들추자, 그의 어깨 뒤쪽에 가느다란 붉은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내가 그랬다고요?"
"네."
"기억 안 나요."
"기억 못 하는 게 더 충격적인데요, 누나."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식탁 모서리에 엉덩이가 닿을 때까지 물러섰다.
"무의식적으로 나를 안고, 내 이름을 부르고, 내 등에 손톱자국을 남길 정도로. 그러면서도 아침이면 '완벽한 편집장'으로 돌아오고."
"강지호 씨."
"어제 그 열 때문에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했어요. 누나가 나한테 숨기고 있는 게 뭔지, 몸은 솔직하게 알려줬으니까."
그가 내 얼굴 옆으로 손을 뻗어 식탁 위의 컵을 집었다. 팔이 내 뺨을 스치듯 지나갔다.
"오늘 회의는 10시부터죠. 제가 회의 자료 정리해둘게요."
완벽한 부하 직원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나는 그가 타준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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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회의는 길었다. 다음 분기 기획안을 두고 마케팅팀과 편집팀이 팽팽하게 맞섰다. 나는 평소처럼 논리를 정리하고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그 와중에도 시선은 계속 지호에게 끌렸다.
그는 내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노트북을 치고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는 다정한 눈빛. 선배들에게는 공손하게, 동기들에게는 살갑게.
그런데 잠깐, 그가 고개를 들었다.
회의 테이블 너머로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시선. 입가에 맴도는 희미한 미소. 그 미소의 의미를 나는 알았다.
'누나는 지금 겉으로는 편집장이지만, 속으로는 내가 어젯밤에 안아준 기억을 떠올리고 있죠.'
나는 시선을 먼저 피했다.
"그럼 이번 기획안은 편집팀에서 수정해서 금요일까지 다시 올리죠."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노트북을 챙기며 최대한 빨리 회의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편집장님."
윤미래였다. 그녀가 내 옆에 바짝 붙어 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강지호 씨랑 많이 가까워진 것 같던데."
"멘토링 중이니까요."
"멘토링. 그렇지."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날카로운 눈이 내 얼굴을 훑었다.
"근데 편집장님, 요즘 화장 달라졌어요? 아니다, 화장보다... 뭔가 얼굴 자체가 달라진 느낌인데."
"무슨 소리예요."
"몰라요.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긴장한 표정이 아니었잖아요.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아요."
나는 대꾸하지 않고 걸음을 빨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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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복사실.
나는 다음 주 작가 미팅 자료를 복사하러 갔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여기 계셨네요."
지호였다. 그는 복사실 문을 등 뒤에서 닫았다. 딸깍,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
"왜 문을 잠가요."
"누나, 오늘 회의 때 내 쪽 안 쳐다봤죠. 일부러 피했고."
"집중해서 회의를 해야죠."
"거짓말."
그가 다가왔다. 복사기는 계속 윙윙거리며 종이를 토해내고 있었다. 나는 복사기 앞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어젯밤 누나가 날 어떻게 안았는지 말해줄까요?"
"됐어요."
"내 목을 이렇게 끌어안았어요. 마치 내가 아니면 숨을 못 쉰다는 듯이."
그가 내 뒤에 바짝 붙었다. 복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그의 체온이 겹쳐졌다. 그의 손가락이 내 목덜미를 스쳤다.
"그리고 내 이름을 불렀어요. '지호야' 하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만 들리게."
"......그만둬요."
"누나, 지금 내가 만지는 여기."
그의 손가락이 내 귀 뒤를 쓸었다. 바로 어젯밤 내 침실에서 그가 입술로 파고들었던 곳.
"간밤에 내가 입 맞춘 데예요. 기억나죠?"
나는 숨을 들이켰다. 기억났다. 그의 입술이 귀 뒤를 핥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전율이 척추를 타고 내려와 허벅지 안쪽을 적셨던 그 감각.
"안 기억난다고 말해보세요. 그럼 내가 증명해드릴게요."
그의 손이 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풀었다.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여기는 복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더 재밌는 거죠."
그의 다른 손이 내 스커트 허리선을 타고 들어왔다. 손바닥 전체로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둔부 전체를 감싸 쥐고 주무르는 감각에 나는 신음이 새어나올 뻔했다.
"누나, 참을 수 있겠어요? 문밖에 누가 지나가도?"
복사기 소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 소음 사이로,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구두 굽 소리. 여자였다. 아마 같은 편집팀의 한수빈일 것이다.
"편집장님? 복사실에 계세요?"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한수빈이었다. 나는 몸을 굳혔다. 지호는 그런 나를 보며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팬티스타킹 위로 천천히 움직였다. 엉덩이 골을 따라 내려가 허벅지 안쪽을 스쳤다.
"계시면 자료 좀 같이 복사해주실 수 있나 해서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해야 했다.
"......지금 바빠요. 이따가."
"아, 네. 죄송합니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그 순간, 지호의 손가락이 내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한꺼번에 허벅지 중간까지 끌어내렸다.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복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공기가 맨살에 닿았다.
"이런 모습으로 부하 직원이랑 대화하다니. 대단한 편집장님이세요, 누나."
"입 닥쳐요."
"입 닥치라고 명령하는 입이 왜 이렇게 섹시하죠."
그가 내 뒤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복사기 위에 손을 짚었다. 복사기는 여전히 종이를 삼키고 토해내며 윙윙거렸다. 그 진동이 내 손바닥을 통해 전신으로 퍼졌다.
"누나, 오늘 하루 종일 내 생각했죠?"
"아니에요."
"거짓말. 회의 중에도, 점심 먹을 때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성기가 내 엉덩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직 팬티스타킹이 허벅지에 걸려 있어서 다리를 크게 벌릴 수 없었다. 그 제약이 오히려 더 강렬한 마찰을 만들었다. 그의 귀두가 내 음부를 찾아 미끄러지듯 스쳤다. 이미 애액이 음순을 적셔 끈적이는 소리가 났다.
"누나, 스스로는 부정해도 몸은 솔직하네요. 이렇게 젖었잖아요."
그의 손가락이 음순 사이를 갈랐다. 애액이 손가락 마디를 타고 흘렀다.
"......시키지도 않았으면서."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되는 게 문제라는 거 알잖아요."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성기 귀두가 내 질 입구에 닿았다. 나는 복사기 모서리를 움켜잡았다. 그의 왼손이 내 허리를 감싸 쥐었고, 오른손이 내 클리토리스를 찾아 문질렀다.
"아, 안 돼......"
"안 돼요? 진짜로?"
그의 손가락이 음핵을 원형으로 문지르며 압박했다. 나는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가 내 목덜미에 입술을 댔다.
"안 된다는 말만 열 번은 들은 것 같은데, 그 말 들을 때마다 누나가 더 흥분하는 거 알아요?"
그의 성기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질벽이 벌어지며 단단한 살덩어리를 감싸 안았다. 질 입구부터 안쪽까지, 그의 귀두가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를 긁으며 파고들었다. 나는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으려고 내 손등을 물었다. 이빨이 살에 박혔다.
"아파요......"
"뭐가? 내가 박아서, 아니면 누나가 자해하는 그 손?"
지호가 내 손목을 잡아 내 입에서 떼어냈다. 대신 그의 손가락이 내 입 안으로 들어왔다. 검지와 중지. 나는 반사적으로 그 손가락을 빨았다. 내 혀가 그의 손가락 사이를 핥고, 지문의 결을 느꼈다.
"착하네요, 누나. 그렇게 물고 있으면 신음 안 새어나갈 거예요."
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내 질벽의 결을 확인하듯 빼냈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복사기의 진동이 내 몸을 타고 그와 연결된 부위까지 울렸다. 질벽이 그의 성기를 더 강하게 조여들었다. 내 안에서 질벽이 그의 귀두를 빨아들이듯 수축했다.
"어제 내가 앓던 열, 누나가 궁금해했죠."
그가 허리를 더 깊숙이 밀어 넣으며 말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쿡쿡 찔렀다. 그때마다 아랫배가 뜨거운 쇳물로 가득 차는 듯한 감각이 번졌다.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손가락을 더 세게 빨았다.
"누나가 지금 느끼는 이 쾌락...... 전부 그 대가예요."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피스톤 운동을 점점 더 빠르게, 거칠게 이어갔다. 매번 삽입될 때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비집고 들어왔다. 질벽 깊은 곳까지 그가 도달할 때마다 자궁 입구가 경련하듯 열렸다 닫혔다. 내 안에서 뭔가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질벽 전체가 그의 성기 모양을 기억하며 달라붙었다.
"누나, 절정 가까워졌죠. 나도야. 누나 안이 이렇게 나를 꽉 물고 있으니까."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나는 복사기 위에 엎드린 채 엉덩이를 더 높이 들었다. 더 깊이, 더 세게.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질벽이 그의 성기를 뿌리까지 삼키려는 듯 빨아들였다.
"누나가 원하는 대로."
그가 내 허리를 두 팔로 감싸 쥐고 마지막으로 세 번을 강하게 찔러 넣었다. 자궁 입구가 완전히 열리며 귀두를 받아들였다. 나는 그의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절정에 도달했다.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하며 그의 성기를 압박했다. 자궁 입구가 귀두를 물고 놓지 않았다. 동시에 그가 내 안에서 사정했다. 뜨거운 정액이 자궁 입구를 직접 때리는 감각. 질벽 깊숙이 정액이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지호의 손이 갑자기 경련하듯 떨렸다. 내 입에 넣었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걸 넘어, 고통에 찬 신음으로 변했다.
"윽......"
나는 고개를 돌렸다. 지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를 잃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몰아붙이던 그 눈빛이 흐릿해지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지호 씨?"
그가 내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성기는 여전히 단단했지만, 귀두가 보라색으로 충혈되어 맥박이 눈에 보일 정도로 뛰고 있었다. 귀두 표면의 핏줄이 불거져 나와 꿈틀거렸다. 그는 복사기 옆 벽에 등을 기대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의 손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와이셔츠를 쥐어뜯을 듯 말려들었다.
"괜찮아요...... 금방 가라앉아요."
거짓말이었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숨은 갈수록 가빠졌다. 방금 전까지 내 안에서 쾌락을 퍼붓던 남자가, 지금은 마치 열병에 신음하는 환자처럼 변해 있었다.
"이게...... 대가라고 했잖아요."
그가 힘겹게 웃었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다.
"누나가 절정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돼요. 누나 쾌락의 대가를 내 몸이 대신 치르는 거예요."
나는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어젯밤보다 더 뜨거웠다. 39도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도 그의 성기는 여전히 바지 위로 불룩하게 솟아 있었고, 끝부분이 옷감을 적시고 있었다.
"누나...... 지금 나랑 같이 절정했죠. 그래서 더 심한 거예요."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손을 잡아야 할지, 물을 떠와야 할지, 119를 불러야 할지.
"그냥...... 잠깐만 이렇게 있어요. 누나가 옆에 있으면 좀 나아져요."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더듬어 잡았다. 손바닥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나는 그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복사실 바닥에 나란히 앉아, 나는 그의 떨림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복사기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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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나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지호는 퇴근했다. 복사실에서의 일 이후, 그는 한 시간쯤 지나자 거짓말처럼 회복되었다. 평소처럼 다정한 후배로 돌아왔고, 남은 업무를 정리한 뒤 "먼저 가볼게요" 하고 인사했다. 마치 방금 내 안에 사정하고, 그 대가로 열병을 앓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나는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차를 마시고 싶었다. 그가 늘 타주던 그 블렌딩 티. 오늘은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지호가 내 책상 위에 두고 간 텀블러를 바라보았다. 차는 이미 다 마셨다. 텅 빈 텀블러에서 희미한 향만 남아 있었다.
그 향을 맡자 심장이 빨라졌다. 동시에 유두가 옷 안에서 조여들었다. 하복부에서 묵직한 열감이 꿈틀거렸다.
"......이건 말이 안 돼."
나는 텀블러를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일어섰다. 하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텀블러를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뚜껑을 열었다. 빈 텀블러 안쪽에 남은 잔향을 들이켰다.
심장이 진정되었다. 하지만 유두는 여전히 단단하게 서 있었다. 손가락으로 만지지 않아도, 블라우스 천에 스칠 때마다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 나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텀블러를 코끝에 댄 채로.
다른 손이 내 허벅지 위에 올라갔다. 스커트 안으로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듯 움직였다. 팬티스타킹 위로 손바닥이 허벅지 안쪽을 쓸었다. 복사실에서 그가 만졌던 바로 그 부위.
'누나는 이미 나 없이는 안 돼요.'
내 손가락이 팬티스타킹을 뚫고 팬티 안으로 파고들었다. 음순은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검지와 중지가 질 입구를 스치자, 손가락 마디까지 투명한 액체가 묻어났다.
텀블러의 향을 더 깊이 들이켰다. 그의 손길이 기억났다. 복사기 위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쥐던 손바닥의 온도. 귀 뒤를 핥던 입술의 감촉. 질벽 깊숙이 밀고 들어와 자궁 입구를 찌르던 성기의 단단함.
내 손가락이 질 안으로 들어갔다. 두 마디, 세 마디. 그의 성기를 흉내 내듯 손가락을 구부렸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감싸 안았다. 질 내부는 뜨겁고 축축했으며, 손가락이 들어가자마자 질벽의 주름이 손가락 마디를 따라 움직이며 조여들었다. 질벽 안쪽은 미끄럽고 부드러우면서도 근육질로 단단하게 수축했다. 손가락 끝으로 질벽의 결을 느끼며 천천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질벽 깊은 곳은 더 뜨겁고 더 좁았다. 자궁 입구가 손가락 끝에 닿자, 그 부드러운 돌기가 경련하듯 열렸다 닫혔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그의 성기보다 훨씬 가늘고 짧았다. 질벽 깊은 곳까지 닿지 않았다. 자궁 입구가 허전하게 수축했다.
"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텀블러에 입술을 댔다. 마지막 한 방울이라도 남아 있을까 싶어 텀블러 입구를 혀로 핥았다. 금속성 맛과 함께 희미한 차 향이 혀끝에 닿았다. 동시에 질벽이 내 손가락을 강하게 조였다.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대신 손가락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음핵은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손끝에 딱딱하게 만져졌다. 원형으로 문지르자,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지호......"
결국 그의 이름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동시에 절정이 밀려왔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물고 놓지 않았다. 질벽 전체가 파도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내 손가락을 압박했다. 애액이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의 성기가 채워주던 그 깊은 곳까지는 닿지 못했다. 자궁 입구가 공허하게 열렸다 닫혔다. 질벽 깊은 곳이 빈 채로 경련하며, 더 깊은 곳을 채워줄 무언가를 갈망했다. 절정인데도 충족되지 않았다. 질벽은 여전히 허전하게 수축하며, 자궁 입구가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이려 했지만 닿지 않았다.
나는 텀블러를 내려다보며 깨달았다.
이건 중독이었다.
차를 마시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손이 떨리고,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숨이 막혔다. 차를 마시면 진정되었다. 동시에 그의 손길을 더 갈망하게 되었다. 젖꼭지가 발기하고, 질이 젖고, 자궁이 허전하게 수축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악순환이었다.
"편집장님, 아직 안 가셨어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한수빈이었다. 나는 급히 텀블러를 내려놓고 스커트를 정리했다. 손가락에 묻은 애액이 식탁 아래로 숨긴 손바닥에 묻어났다.
"왜 이 시간까지......"
"내일 미팅 준비하다가요. 이제 가려던 참이었는데, 불이 켜져 있길래."
한수빈이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편집장님, 혹시 어디 아프세요? 얼굴이 창백한데 눈만 이상하게 반짝이고......"
"괜찮아요."
"그리고......"
그녀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늦은 밤까지 일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강지호 씨를 봤어요."
나는 숨을 멈췄다.
"회의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려는 것 같았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휴대폰을 떨어뜨렸어요. 제가 주워주려고 다가가니까 갑자기 일어나서 도망치듯 나가버렸고."
한수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강지호 씨 표정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고통스러운 걸 넘어서, 뭔가에 홀린 사람 같았어요. 그 남자, 뭔가 이상해요. 위험한 느낌이에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근거는 없어요. 그냥 제 직감이에요. 편집장님이 요즘 강지호 씨랑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서...... 신경 쓰여서요."
그녀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
"......정말 괜찮은 거죠?"
"네. 이제 퇴근해요, 수빈 씨."
한수빈은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사무실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편집장님, 저는 편집장님이 존경스러워요. 그러니까...... 부디 조심하세요."
문이 닫혔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한수빈이 묘사한 지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회의실 구석에 웅크린 채 손을 떠는 남자. 그가 앓고 있다는 열병.
'누나가 오늘 느낀 쾌락...... 전부 그 대가예요.'
복사실에서 그가 했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절정의 순간, 그가 갑자기 무너지던 모습. 충혈된 귀두. 떨리는 손.
나는 지갑과 휴대폰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한수빈의 말처럼 창백했다. 하지만 그 창백함 속에서 눈만은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지호를 옥상으로 불렀다.
도시의 스모그가 하늘을 뿌옇게 덮은 아침이었다. 지호는 내가 건넨 호출에 평소처럼 순한 얼굴로 나타났다.
"아침부터 옥상이라니, 무슨 일이에요?"
"이제 그만하자고요, 강지호 씨."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단호했다. 지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무엇을 말하는 거죠?"
"이 관계. 차. 멘토링. 전부요."
"......갑자기 왜."
"갑자기가 아니에요. 처음부터 이건 잘못됐어요. 내가 당신한테 휘둘리는 것도, 당신이 내게 집착하는 것도."
지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옥상 난간이 내 등을 막았다.
"누나."
"부르지 말아요, 그렇게. 나는 당신 누나도 아니고, 우리는 그냥 직장 상사와 부하일 뿐이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지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의 눈빛에서 순함이 사라지고, 어젯밤 복사실에서 나를 뒤에서 몰아붙이던 그 집요함이 고개를 들었다.
"누나는 이미 나 없이는 안 돼요."
"아니에요."
"어제 차를 안 마셨죠. 그래서 어땠어요? 손이 떨리고 불안했죠. 그 빈 텀블러에 코를 박고 향이라도 맡아야 진정됐고."
나는 숨이 막혔다. 어떻게 알았을까.
"누나가 쓰레기통에 버리지도 못한 그 텀블러, 오늘 아침에 내가 치웠어요."
"......그건."
"누나 몸은 이미 나한테 길들여졌어요. 누나 정신이 아무리 부정해도, 몸은 진실을 알아요."
그가 마지막 한 걸음을 다가왔다. 그의 손이 내 뺨을 감쌌다. 나는 떨쳐내야 했지만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는 누나 입술이 떨리고 있어요. 무서워서? 아니면...... 나를 더 원해서?"
"강지호."
"누나.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입술을 쓸었다.
"누나가 진짜로 무서운 건, 이 관계 자체예요? 아니면...... 이 관계를 끝내고 나 혼자 남겨질 그 상실감이에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질문이 내 가면을 관통했다.
그가 품에서 작은 텀블러를 꺼냈다. 오늘 아침에 새로 내린 차일 것이다. 뚜껑을 열자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이 퍼졌다. 그 향만으로도 유두가 옷 안에서 조여들고, 하복부가 묵직하게 울렸다.
"마셔요. 그러면 진정될 거예요."
"싫어요."
"마셔요. 그리고 결정해요. 이 차 없이 살 수 있을지."
내 손이 떨렸다. 차를 뿌리쳐야 했다. 그의 얼굴에 차를 끼얹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내 손가락이 텀블러를 감싸 쥐었다.
향이 폐를 채우자, 어젯밤 느꼈던 그 공허함과 불안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동시에 그의 손길을 향한 갈망이, 그의 체온이 내 안을 채우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젖꼭지가 완전히 발기해 블라우스 위로도 티가 날 정도였다. 질이 허전하게 수축하며 애액이 스며나왔다.
나는 차를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와 달랐다. 차가 목을 넘어가자,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 마치 카메라 초점이 풀리듯, 지호의 얼굴이 번져 보였다. 동시에 피부가 과민해졌다. 옷깃이 목에 닿는 것만으로도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팔뚝의 솜털이 곤두섰다.
"이 차...... 평소랑 달라요."
"오늘은 특별히 진하게 내렸어요. 누나가 나를 떠나겠다고 하니까, 내가 좀 서운했거든요."
지호의 목소리가 울리듯 들렸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목을 스치자, 그 접촉만으로도 질벽이 수축했다. 숨이 가빠졌다. 유두가 옷감에 스칠 때마다 짜릿한 통증이 번졌다. 너무 예민해져서 고통과 쾌락을 구분할 수 없었다.
무릎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대신 전신이 그의 손길을 기억하며 달아올랐다.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 허벅지 안쪽으로 애액이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눈물이 흘렀다. 무릎이 풀리는 감각. 난간을 붙잡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었다.
"......제발."
내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제발 나를 놓아줘요."
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차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빈 텀블러를 받아들며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닿은 부위에서 열이 뿜어져 나왔다.
"싫어요."
그의 입술이 내 이마에 닿은 채로 속삭였다.
"평생 놓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나......"
그가 내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의 단단한 성기가 내 배에 닿았다. 내 피부는 너무 예민해져서, 옷 위로 느껴지는 그의 발기만으로도 음핵이 욱신거렸다.
"이제 진짜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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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지호의 집 앞에 서 있었다.
술에 취한 척, 아니 사실은 술기운을 빌리지 않으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손이 멈췄다.
신음소리였다.
고통에 가득 찬, 숨이 막힐 듯한 신음. 무언가에 몸부림치는 소리와 물 튀기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나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거실을 지나 욕실로.
문이 반쯤 열린 욕실 안에서, 지호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냉수인지 온수인지 알 수 없는 물이 그의 몸을 적시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천장을 향해 있었다.
물속에서 그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해 수면 위로 솟아올라 있었다. 귀두가 붉게 충혈되어 맥박이 뛰는 게 보였다. 그의 손이 성기를 움켜쥐고 있었지만, 자위하는 동작이 아니라 고통을 참는 듯한 경련이었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떨리고, 복부가 발작적으로 수축했다.
그가 나를 감지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누나."
나는 욕조 옆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뻗어 그의 이마에 닿았다.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이게...... 대체 뭐예요? 왜 이렇게 아픈 거예요?"
지호가 힘겹게 미소 지었다. 그의 손이 물속에서 올라와 내 손을 감쌌다. 그의 손바닥은 물에 불어 있었지만, 그마저도 열로 인해 뜨거웠다.
"누나가 오늘 느낀 것들......"
그의 목소리는 타들어가는 듯 갈라져 있었다. 물속에서 그의 성기가 더 격하게 경련했다. 귀두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와 물속으로 퍼졌다.
"누나가 차를 마시고 느낀 쾌락, 흥분, 전율. 그리고 나를 원하는 마음까지. 전부......"
그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몸이 욕조 안에서 크게 떨렸다. 성기가 물 밖으로 더 솟아오르며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전부, 내가 대신 앓고 있어요. 누나가 젖을 때마다, 누나가 절정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그의 성기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사정이 아니라 고통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허벅지 안쪽으로 흰 액체가 번졌다. 하지만 발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져서 귀두가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렇게 타들어가요. 누나의 쾌락이 내겐 열병이에요."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손을 잡은 그의 손은 불타고 있었다. 마치 내 안에서 타오르는 욕망의 불씨가 고스란히 그에게 옮겨붙은 것처럼. 욕조 물속에서 그의 성기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서 있었고, 그의 온몸이 열기로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