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누나 때문에 잠 못 이뤘어요.”
지호의 목소리가 귓바퀴를 감싸고 파고들었다. 어젯밤 내내 그 목소리를 떠올리며 침대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던 기억이 핏줄을 타고 얼굴로 번졌다. 나는 책상 위 원고를 세게 움켜쥐었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강지호 씨.”
“네, 누나.”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예요?”
고개를 들자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까만 눈동자가 어두운 수심 같았다. 빠지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깊이. 입꼬리는 얌전하게 올라가 있는데, 눈만은 웃고 있지 않았다.
“장난이라니요. 진심인데.”
“나는 당신 상사야. 멘토고. 그런 식으로 선 넘는 발언, 두 번은 안 돼요.”
“선을 넘은 건 누나예요.”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허리가 책상 모서리에 닿았다. 지호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대신 내 손에 들린 원고를 빼앗듯 가져갔다. 손끝이 스쳤다.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손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어제 그 차, 다 마셨어요?”
“……마셨어요.”
“그럼 된 거예요. 제가 누나한테 드릴 수 있는 건 그 차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적어도 그 차만큼은 거절하지 말아 줘요.”
지호는 원고를 가지런히 정리해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태연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책상 모서리에 기댄 채, 손목 안쪽이 스칠 때 느껴졌던 그의 체온을 곱씹고 있었다. 36.5도쯤 되는 평범한 온도. 그런데 왜 아직도 그 자리가 이렇게 뜨거운지.
점심시간 내내 사무실에 틀어박혔다. 지호가 점심 먹으러 가자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피신했다. 거울 속 내 얼굴이 어제와 달랐다. 눈 밑 다크서클, 약간 갈라진 입술, 그리고 동공. 동공이 평소보다 컸다. 마치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화장실에서 나오자 지호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그가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편집 회의 시작해요. 누나.”
회의실은 7층 끝에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옥상 정원이 보였다. 어제 그곳에서 나는 그의 차를 마셨다. 그리고 밤새 그의 손을 상상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편집팀 전원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호는 내 바로 왼쪽 자리에 앉았다. 평소에는 한 자리 건너 앉았는데.
“이번 기획안, 연우 님 의견은 어떠세요?”
윤미래가 건넨 질문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원고 표지를 넘기며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허벅지 위로 따뜻한 감촉이 내려앉았다.
숨이 멎었다.
지호의 손이었다. 테이블 아래, 아무도 보지 못하는 사각에서 그의 손바닥이 내 왼쪽 허벅지 위에 조용히 얹혀 있었다. 나는 원고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연우 님?”
“……괜찮아요. 일단 이 원고는……”
말을 이어가려는데 그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천천히, 마치 내 반응을 확인하듯이 손가락 하나가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스타킹 너머였지만, 그의 체온이 옷감을 뚫고 살갗에 닿았다. 나는 다리를 붙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가 손등으로 내 허벅지를 살짝 눌렀다. 벌리라는 뜻이었다.
“……이 원고는 시장성보다 작가의 색깔을 살리는 쪽으로 가는 게……”
그의 손가락이 이번에는 허벅지 바깥쪽을 쓸었다. 동그라미를 그리듯 천천히, 반복적으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군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한수빈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 붉어진 귀에 머물렀다가, 다시 원고로 돌아갔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편집장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좀 달아오르신 것 같은데.”
“……더워서요. 환기 좀……”
그 틈을 타 지호의 손가락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스타킹과 속옷 위로, 그의 검지가 내 음부의 윤곽을 따라 천천히 눌렀다. 나는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딸깍,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괜찮아요, 누나?”
지호가 태연하게 볼펜을 주워 내 손에 쥐여 주었다.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평온했다. 마치 테이블 아래에서 내 음부를 누르고 있는 손가락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듯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죠.”
윤미래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지호의 손가락이 스타킹 너머로 내 음렬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규칙적으로. 나는 양손으로 원고를 움켜쥐었다. 손톱이 종이에 박혔다. 이성을 붙잡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그의 검지가 음부 중앙에 닿자, 스타킹과 속옷이 함께 눌리며 질 입구를 압박했다. 나는 숨을 삼켰다. 지호는 손가락을 빙글 돌리며 천천히, 하지만 단호하게 밀어넣었다. 스타킹과 속옷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질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얇은 천이 내벽을 스치는 이질감이 전해졌다. 나는 다리를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손가락이 질 안에서 구부러졌다. 천천히, 리듬을 타며 피스톤하기 시작했다.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손가락 마디가 질벽을 스쳤다. 나는 원고를 더 세게 움켜쥐며 신음을 삼켰다.
“아…… 안 돼…… 여기서……”
속삭였지만 지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손가락이 질 안에서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젖은 소리가 테이블 아래에서 은밀하게 울렸다. 내 허벅지가 떨리고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조여왔다. 그는 엄지로 음핵을 동시에 문지르며 손가락 피스톤을 계속했다. 이중 자극에 나는 거의 숨이 멎을 뻔했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의 손가락은 거기 있었다. 때로는 깊게 밀어넣고, 때로는 얕게 반복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나는 다리가 풀려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속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질 안에서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다. 패브릭이 음부에 달라붙는 감촉이 역력했다.
“누나.”
모두 나가고 회의실에 둘만 남았다. 지호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이마에는 미세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숨결은 평소보다 뜨거웠다. 열이 오른 듯했다.
“옥상에서 기다릴게요. 퇴근 후에.”
“싫어요.”
겨우 그 한마디를 뱉었다. 지호는 잠시 나를 내려다보다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싫은데 왜 젖었어요?”
숨이 턱 막혔다.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나는 지호를 밀치고 회의실을 나왔다. 복도에서 잠시 멈춰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속옷이 축축하게 젖어 허벅지 안쪽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거울 속 여자는 눈가가 붉게 물들고, 입술은 스스로 깨물어 터질 듯 부어 있었다.
나는 완벽한 편집장이다. 나는 모든 것을 통제한다. 나는——
나는 젖어 있었다. 후배의 손가락 하나에.
퇴근 시간이 지나고 사무실이 텅 비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 보호기가 떠다녔다. 옥상에 가면 안 된다. 가면 무언가 끝장난다. 그런데도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일어났다.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하늘은 보라색에서 짙은 남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옥상 정원 가장자리에 지호가 서 있었다. 도시 불빛을 등지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알았어요, 누나가 올 거라는 거.”
“착각하지 마요.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무슨 말이요?”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세 걸음 앞에서 멈췄다.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평소에는 얌전하게 내려간 앞머리가 이마를 드러내니, 평소보다 더 성숙해 보였다. 아니, 위험해 보였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회의 중에 그런 짓을…… 도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예요?”
“누나로 보죠.”
“거짓말.”
“거짓말 아니에요. 내가 누나를 얼마나——”
“그만해요!”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도시 소음에 묻혀 금세 사라졌지만, 지호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다정함도, 순수함도 아닌.
배고픔.
그 눈빛을 본 순간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지호가 더 빨랐다. 두 걸음 만에 나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등 뒤로 차가운 콘크리트 벽이 닿았다. 그의 두 팔이 내 어깨 옆을 짚었다. 도망칠 수 없었다.
“누나.”
“비켜요.”
“싫어요.”
“비키라고——”
“누나를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어요.”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나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그의 왼손이 내 턱을 잡아 고정했다. 엄지손가락이 내 입술을 스치며 살짝 눌렀다. 손끝에서 차 향이 났다. 블렌딩 티의 그 향. 동시에 그의 체취도. 나는 숨을 들이켰다.
“누나도 나 생각했죠? 어젯밤에.”
“아니에요.”
“거짓말. 누나 거짓말할 때 오른쪽 눈썹이 올라가요.”
“그런 적 없——”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덮쳐왔다.
처음에는 세게 부딪혔다.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지호는 내 입술을 빨아들였다. 아래입술을 그의 입술 사이에 끼우고 강하게 흡입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밀쳤다. 하지만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미는 손에 반응해, 그는 내 입술을 놓고 잠시 나를 내려다봤다.
“한 번만 더 밀어봐요.”
나는 밀지 않았다. 내 손은 여전히 그의 어깨에 얹혀 있었지만, 밀어내는 힘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다시 키스했다. 이번에는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고, 살짝 떼었다가 다시 맞추기를 반복했다. 그의 혀끝이 내 입술 사이를 스치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혀가 들어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내 혀를 찾아 감아 돌리고, 입천장을 쓸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혀에서 단맛이 났다. 차의 그 달콤쌉싸름한 뒷맛. 동시에 뭔가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원초적인 맛.
내 손이 움직였다. 그의 어깨에서 목덜미로, 그리고 뒷머리카락으로. 손가락 사이로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내가 먼저 혀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이게 나였다. 완벽한 편집장 서연우. 후배를 벽에 밀쳐내기는커녕, 그의 머리를 붙잡고 더 깊은 키스를 탐하고 있었다.
지호가 낮게 웃었다. 입술을 뗀 채 이마를 내 이마에 기댔다. 그의 숨결이 내 입술에 닿았다. 우리의 호흡이 섞였다.
“누나.”
“……말하지 마요.”
“왜요?”
“내 목소리 듣기 싫어요. 지금.”
내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 떨리고, 젖어 있었다. 지호는 내 말을 무시했다.
“누나 이거 알아요? 누나 자위할 때 내 이름 불렀어요.”
뜨거운 무언가가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부끄러움인지 흥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런 적——”
“어젯밤에. 내가 들었어요. 여기서.”
그의 손가락이 내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그 순간 어젯밤 내 침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불 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나는 분명——
‘지호야.’
머릿속에서만 부른 게 아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그의 이름을 입 밖에 내뱉었다. 그 기억에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지호가 내 반응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예뻐요. 지금 누나.”
그의 손이 내 블라우스 깃으로 내려갔다. 첫 번째 단추를 풀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두 번째 단추. 세 번째. 그의 손가락은 떨리지도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마치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정확하고 느리게 내 옷을 열었다. 블라우스 앞섶이 벌어지고, 속살이 저녁 공기에 노출되었다. 나는 떨었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지호는 내 쇄골에 입술을 댔다. 먼저 입김을 불어넣었다. 따뜻한 숨결이 쇄골의 오목한 부분을 스치자,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그다음 입술로 살짝 빨았다. 피부가 그의 입술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 나는 신음을 삼켰다.
그의 입술이 쇄골을 따라 내려와 브래지어 위로 닿았다. 레이스 가장자리를 혀끝으로 쓸었다. 브래지어 안쪽으로 그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새끼손가락 하나만 천천히, 레이스와 피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 유두를 스쳤다.
“아……”
결국 신음이 새어 나왔다. 지호는 내 반응을 확인하고, 브래지어 컵을 아래로 당겼다. 내 가슴이 밖으로 드러났다. 저녁 공기에 유두가 바로 반응해 단단하게 서올랐다. 지호는 잠시 내 가슴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 소중한 것을 대하는 듯한 눈빛.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굶주림이 있었다.
“누나.”
그가 내 유두에 입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입술로만 살짝 감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내 등이 벽에 밀착되었다. 그다음 혀끝으로 유두 끝을 톡톡 쳤다. 나는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밀어내려는 건지, 더 가까이 끌어당기려는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그가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입술을 오므려 강하게 흡입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성적인 흡입이었다. 그의 입 안에서 내 유두가 단단해지고 있었다. 혀가 유륜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하아…… 으……”
“누나 목소리 더 듣고 싶어요.”
그가 잠시 입을 떼고 속삭였다. 입술과 유두 사이에 가느다란 타액의 실이 이어졌다. 그는 반대쪽 가슴에도 같은 짓을 했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더 집요하게. 이로 유두를 살짝 물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의 압력이었지만, 그 통증 직전의 감각이 이상하게도 더 강한 쾌락으로 번졌다. 내 허벅지 사이가 뜨거워졌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젖어 있었다.
“누나 젖은 거 느껴져요?”
지호의 손이 스커트 아래로 들어갔다. 스타킹과 속옷을 한꺼번에 쓸어내리려 했지만, 스타킹이 허벅지 중간쯤에서 멈췄다. 그 틈으로 그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속옷의 젖은 부분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이렇게 젖었는데 회의 내내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하지 마요…… 제발……”
“싫어요.”
그의 중지가 속옷을 비집고 들어왔다. 손가락 하나가 내 음순 사이를 파고들었다. 미끈하게 젖은 살결 사이로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지호는 다른 팔로 내 허리를 감싸 받쳐주었다.
“벽에 기대요, 누나.”
그의 손가락이 음핵을 찾아냈다. 젖은 음순 사이에 숨어 있던 작은 돌기가 그의 검지 아래에서 단단해졌다. 그는 음핵을 원형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넓고 느리게, 점점 범위를 좁히며 빠르게. 나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신음이 그의 셔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거기…… 으으……”
“여기요?”
그가 음핵을 살짝 집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굴리듯 문질렀다. 내 허리가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향해 움직였다. 더 세게, 더 깊게. 내 몸은 이미 그의 손가락을 질 안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질벽이 쿡쿡 쑤시듯 수축했다.
지호의 손가락이 질 입구를 맴돌다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의 손가락이 질벽을 따라 안쪽으로 스며들며 나를 가득 채웠다. 그가 손가락을 구부리자 내벽이 그의 손가락을 꽉 조여왔다. 천천히, 깊게 피스톤하기 시작했다.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질 안에서 젖은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나는 다리를 떨며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하아…… 으으……”
“누나, 내 손가락으로 가는 거예요?”
지호의 목소리가 낮고 뜨겁게 내 귀를 파고들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숨결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깐이었지만 분명했다. 쾌락과 함께 찾아온 날카로운 통증. 그의 체온이 갑자기 치솟았다. 내 등에 닿은 그의 손바닥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지호야……?”
“괜찮아요.”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식은땀으로 변하고 있었다. 숨결은 거칠어졌지만, 그건 흥분만이 아니었다. 마치 몸속에서 무언가가 그를 태우는 듯했다. 열병의 대가. 그가 내게 손을 댈 때마다 찾아오는 고통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멈춰요, 지호야. 아파 보여.”
“아파도 괜찮아요. 누나를 만지는 건.”
그가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넣었다. 나는 그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거부할 수 없었다. 내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더 강하게 조여왔다. 그의 고통이 내 쾌락과 뒤엉켰다. 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열이 38도를 넘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누나…… 가지 말아요.”
그의 손가락이 나를 채우고 움직일 때마다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신음을 흘렸다. 그의 피부가 불덩이처럼 뜨거워 내 살갗에 닿을 때마다 화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지호는 고통 속에서도 내 안에서 손가락을 구부리고 펴기를 반복했다.
“가도 돼요, 누나. 내 손에.”
그 말과 동시에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절정 직전이었다. 몸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바로 그 순간, 모든 자극이 사라졌다. 나는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허리가 허공에서 경련했다. 질벽이 허무하게 수축했다. 음핵이 그의 손가락을 찾아 떨렸다. 하지만 지호는 손을 완전히 빼냈다. 스커트 아래에서 손을 꺼내 내 눈앞에 들어 올렸다. 손가락 사이로 투명한 애액이 번들거렸다.
“다음은 누나가 원할 때.”
지호는 손가락에 묻은 내 체액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다. 혀로 손가락을 핥았다. 내가 나를 맛보는 모습을, 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얼굴은 열기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핏줄이 섰다. 열병이 그를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뭐라고요?”
“누나가 나한테서 뭘 원하는지 인정할 때까지, 나는 더 이상 안 해요.”
나는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것 같았다. 스커트는 허벅지까지 올라가 있었고, 블라우스는 열린 채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속옷은 젖어서 음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음핵은 여전히 단단하게 서서 손길을 갈망하고 있었다. 오르가즘 직전에 멈춰진 몸은 떨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문이었다.
지호는 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주었다. 마지막 단추까지 잠그고, 내 스커트를 내려 정리해주었다. 그의 손길은 마치 연인을 돌보는 듯 다정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배고픈 채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은 여전히 열병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내일 또 차 준비할게요. 누나.”
그는 내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옥상을 떠났다. 그의 뒷모습이 비틀거렸다. 열병의 고통이 그를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 그걸 감추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한동안 거기 서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흔들렸다. 내 몸은 아직 진정되지 않았다.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못한 욕망이 뱃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벽을 손톱으로 긁었다. 콘크리트 가루가 손톱 밑에 끼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허벅지가 떨렸다. 택시 뒷좌석에서 나는 다리를 꼬았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속옷이 젖어 차가워진 느낌이 역겨웠지만, 동시에 그 촉감을 떨쳐내고 싶지 않았다. 지호의 손가락이 남긴 잔상이 아직도 음핵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울이 나를 마주했다. 나는 거울 앞에 멈춰 섰다. 거울 속 여자는 완벽한 편집장이 아니었다. 눈가는 붉게 충혈되고, 입술은 부어 있었고, 블라우스 깃은 땀에 젖어 목에 달라붙어 있었다. 무엇보다 눈빛. 그 눈빛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풀린 여자의 눈빛이었다.
나는 거울에 손을 짚었다. 차가운 유리 표면에 내 손바닥 자국이 서렸다. 나는 서서히 무릎을 굽혀 바닥에 주저앉았다. 거울 속 여자가 나를 따라 움직였다. 똑같이 망가진 모습으로, 똑같이 굶주린 눈으로.
“이게 나라고……?”
내 목소리는 갈라지고 낮았다. 나는 스커트 아래로 손을 넣었다. 젖은 속옷 위로 손바닥을 댔다. 지호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눈을 감고 그의 손을 상상했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속옷을 벗겨내고 손가락을 음순 사이로 밀어넣었다. 나는 눈을 감고 지호의 손을 떠올렸다. 그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마디마디가 내 질벽을 스칠 때의 감각. 나는 검지를 질 안으로 천천히 밀어넣었다. 내 손가락이었지만, 나는 그의 손가락이라고 상상했다.
“지호야……”
입술 사이로 그의 이름이 새어나왔다. 나는 손가락을 구부려 질벽을 자극했다. 충분하지 않았다. 중지도 함께 밀어넣었다. 두 손가락이 질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천천히 피스톤하기 시작했다.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질벽이 손가락을 조여왔다. 젖은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려퍼졌다.
다른 손으로 음핵을 문질렀다. 검지와 중지로 음핵을 집어 굴리듯 비볐다. 질 안의 손가락은 더 깊게,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바닥에 누워 허리를 들썩였다. 지호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의 뜨거운 숨결, 그의 배고픈 눈빛, 그리고 그의 손가락.
“아…… 으으…… 지호야……”
나는 그의 이름을 반복하며 손가락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그 순간,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지호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뜨거운 열기. 열병이 그를 태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가지 말아요.”
환청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선명했다. 나는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지호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이 방 안에 가득했다. 마치 그가 이 방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그의 열기가 내 피부에 닿는 듯했다.
“지호야…… 어디야……”
나는 중얼거리며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절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넣었다. 음핵을 문지르는 손가락이 빨라졌다. 질 안의 손가락이 질벽을 긁으며 피스톤했다.
그리고 터졌다.
“아아…… 지호야……!”
오르가즘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질벽이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며 내 손가락을 꽉 조였다. 애액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넘쳤다. 나는 바닥에 몸을 떨며 절정을 맞았다.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 순간, 눈앞에 지호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뒤틀려 있었다. 열병이 그를 집어삼키는 모습이었다. 그의 입술이 파랗게 질리고, 눈동자가 흐려졌다. 그는 내 쾌락의 대가를 혼자 치르고 있었다.
“지호야……”
나는 손가락을 질 안에서 빼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손가락에 묻은 애액이 실처럼 늘어졌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누워 있었다. 몸은 절정의 여운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그의 고통이 내 쾌락과 뒤엉켜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메시지였다. 지호였다.
『내일도 차를 준비할게요. 그리고 이번에는…… 누나가 먼저 말해줘요. 원한다고.』
나는 핸드폰을 쥔 채 떨었다. 방금 전 절정의 순간에도,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나를 원했다. 열병이 그를 태워도, 그는 나를 만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메시지를 지우지 못했다. 답장을 하지도 못했다. 그저 화면을 바라보며 밤새 그의 다음 손길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의 고통도 함께.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책상 위에 텀블러가 놓여 있었다. 지호의 차였다. 나는 텀블러를 열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향이 사무실 안에 퍼졌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걸 마시는 순간, 나는 또 무너질 것이다. 그의 손길을 갈망할 것이다.
나는 텀블러를 들어 입에 댔다. 차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따뜻했다. 그의 온도였다. 37.2℃.
퇴근 무렵, 지호가 내 자리로 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앞에 작은 쪽지를 놓았다. 쪽지에는 주소 하나가 적혀 있었다.
“오늘 밤, 저녁 8시.”
“……이게 뭐예요?”
“내 집 주소예요.”
나는 쪽지를 바라보았다. 거절해야 했다. 찢어서 버려야 했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쪽지를 반으로 접어 수첩 안에 넣고 있었다. 지호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약간 창백했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열병이 그를 밤새 괴롭혔다는 증거였다.
“기다릴게요, 누나.”
밤 8시. 나는 그의 집 앞에 서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지호는 평소와 다른 차림이었다. 검은 티셔츠에 검은 면바지. 사무실에서는 항상 말끔한 셔츠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사적인 분위기였다. 그에게서 샤워 직후의 비누 냄새가 났다.
“들어와요.”
나는 신발을 벗고 그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원룸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이었지만, 내 시선은 곧바로 벽으로 향했다.
벽에는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내 사진이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옥상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퇴근길에 걷는 뒷모습까지. 모두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내 손이 떨렸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지호는 이미 내 뒤에서 문을 닫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을 잇지 못했다. 침대 위에 놓인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손수건이었다. 내가 몇 달 전에 잃어버렸던, 하늘색 린넨 손수건. 그 손수건은 지금 그의 침대 위에, 마치 제단 위의 성물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지호가 내 뒤에서 속삭였다.
“이제 도망칠 수 없어요, 누나.”
나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더 이상 순한 후배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고, 내 모든 것을 가질 준비가 된 남자의 눈빛이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요?”
“처음부터 누나밖에 없었어요.”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벽에 붙은 내 사진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수십 개의 내가, 수십 개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 한가운데서, 나는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와줘서 고마워요, 누나.”
지호가 내 뺨을 감싸며 속삭였다. 그의 손바닥이 뜨거웠다. 열이 오른 듯 평소보다 체온이 높았다. 나는 그의 손에 얼굴을 기댔다.
“오늘은…… 끝까지 갈 거예요.”
“응……”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부드럽게, 하지만 집요하게. 키스는 깊어졌고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화답했다.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천천히 내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한 개씩, 천천히. 브래지어를 벗기고 가슴을 드러냈다. 그의 입술이 쇄골에서 가슴 아래로 내려왔다. 유두를 입에 물자 나는 신음을 흘렸다. 그는 혀로 굴리며 빨아들였고, 나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누나 예뻐요.”
그의 손이 스커트를 벗기고 속옷을 내렸다. 나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며 침대에 누웠다. 지호가 내 위에 올라왔다. 그의 성기는 이미 단단하게 서 있었다. 나는 다리를 벌려 그를 맞이했다. 그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질벽이 그를 감싸며 꽉 조여왔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아…… 지호야……”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깊게. 한 번 들어올 때마다 나는 신음을 흘렸다. 그의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결이 뜨거워졌다. 열이 오른 듯 평소보다 체온이 높았다. 나는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고 그를 더 깊이 받아들였다.
“누나, 느껴져요? 내가 누나 안에 있는 거.”
“응…… 느껴져……”
그가 속도를 높이자 나는 그의 등에 손톱을 세웠다. 질벽이 경련하며 그를 조여왔다. 나는 절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가 내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숨을 불어넣었다.
“가도 돼요, 누나.”
“함께…… 가줘……”
나는 그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가 마지막으로 깊게 밀고 들어오자 나는 절정에 도달했다. 질벽이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며 그를 꽉 조였다. 지호도 내 안에서 사정했다. 뜨거운 액체가 질 안을 채우는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숨을 골랐다.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누나.”
“……나도.”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누워 있었다. 그의 열이 점점 가라앉았다.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내 귀에 울렸다.
“이제 누나는 내 거예요.”
그 말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