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아침 6시 27분. 알람보다 3분 먼저 눈이 떠졌다.
거울 앞에 섰다. 서른셋. 출판사 편집장. 단정한 눈썹, 절제된 립스틱, 블라우스 첫 단추까지 잠갔다. 머리카락은 묶었다. 귀 뒤로 넘기는 짧은 머리카락 한 올조차 각도가 정확했다.
거울 속 여자의 눈을 바라봤다. 무표정한 얼굴 아래, 지난 밤 꿈의 잔상이 혀끝에 맴돌았다. 누군가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고, 낯선 체취가 목덜미를 스치는 꿈. 나는 눈을 깜빡이고 재킷 어깨 라인을 다듬었다.
현관에서 구두를 신으며 마지막으로 전신 거울을 확인했다. 단추는 모두 잠겼는지, 치마 길이는 무릎 아래 5센티인지, 스타킹 솔기는 일직선인지.
습관이었다. 아니, 생존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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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회의실.
"강지호입니다. 편집팀에 배정받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목소리가 낮았다. 신입답지 않은 안정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스물여섯. 깔끔한 슈트에 단정한 헤어스타일. 그런데 눈이 문제였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검은 눈동자가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나라는 인간을 첫눈에 분해해서 분석이라도 끝낸 듯한, 낯선 시선.
"네, 반갑습니다. 저는 편집장 서연우입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시선이 내 왼손 약지에 닿았다. 반지 없는 손가락. 확인하는 시간은 0.3초쯤. 하지만 나는 놓치지 않았다.
멘토 배정 결과는 내가 강지호의 멘토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누나."
……누나.
회의실 공기가 굳었다. 다른 팀장들의 눈빛이 교차했지만 나는 무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강지호 씨, 잠시 후 편집장실로 오세요."
"네, 누나."
또 '누나'였다. 사내 호칭은 '편집장님'이 원칙이다. 똑똑해 보이는 아이가 모를 리 없었다. 의도적이었다.
그게 첫 번째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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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7시 42분. 옥상 정원.
철문을 열자 가을 저녁 공기가 볼을 스쳤다. 도시의 불빛이 아래에서 반짝이고, 화분의 로즈마리와 라벤더가 바람에 흔들렸다. 구석 벤치에 앉아 가방에서 작은 보온병을 꺼냈다. 레드 와인. 잔은 없었다. 뚜껑에 따라 마시는 이 시간이 유일한 낙이었다.
첫 모금을 삼키며 숨을 내쉰다. 어깨의 긴장이 조금 내려갔다.
"여기 계셨군요."
와인이 목구멍에서 걸렸다. 철문 앞에 강지호가 서 있었다. 손에는 작은 텀블러 두 개.
"……여긴 어떻게 알았죠?"
"오후에 인턴에게 물어봤어요. 편집장님이 자주 가는 곳이 있냐고."
그는 태연하게 걸어와 내 옆 벤치에 앉았다. 거리가 가까웠다. 팔꿈치가 닿을 듯한 간격.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옆으로 옮겼다. 그는 분명히 봤지만, 모른 척 텀블러 하나를 내밀었다.
"마셔보세요. 제가 블렌딩한 차예요."
"차……?"
"네. 회의실에서 보니까 커피를 많이 드시더라고요. 카페인은 저녁에 안 좋잖아요."
내가 커피를 몇 잔 마셨는지 세고 있었단 말인가.
"허브티예요. 로즈힙 베이스에 캐모마일, 라벤더, 거기에 약간의 특별한 블렌드를 더했어요."
그가 텀블러 뚜껑을 열자 향이 번졌다. 익숙한 허브 향 사이로 낯선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기억의 가장자리를 간지럽히는 향.
"특별한 블렌드라면?"
"비밀이에요."
그가 살짝 웃었다. 웃지 않는 눈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나를 위한 거예요. 누나만을 위한 특별한 블렌딩이에요."
나는 텀블러를 받아들었다. 왜 받았을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차 한 잔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손끝이 약간 떨렸다.
첫 모금을 삼켰다.
뜨거웠다. 혀끝에 퍼지는 쌉쌀함, 목을 넘어가는 묘한 단맛. 그리고 그 순간, 후각이 열리는 듯한 느낌. 로즈마리 향이 한층 선명해지고, 내 손의 텀블러 금속 냄새까지 느껴졌다. 그의 체취도. 방금 샤워를 마친 듯한 비누 향과 그 아래 깔린 남자의 살 냄새. 후각이 과부하된 것처럼 모든 냄새가 동시에 밀려들었다.
"……이상하네요."
"뭐가요?"
"뭐랄까, 갑자기 냄새 같은 게 더 잘 느껴지는……."
기분 탓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일한 피로감 때문일 테니.
두 번째 모금을 마셨을 때, 그가 내 어깨 뒤로 팔을 뻗어 벤치 등받이에 얹었다. 완전히 감싸는 자세. 그리고 다른 손으로 내 손목을 감쌌다.
"여기, 차가 좀 흘렀네요."
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손목 안쪽을 천천히 쓸었다. 단순히 닦는 동작이 아니었다. 원을 그리며, 압력을 가하며, 맥박이 뛰는 지점을 확인하듯. 그 순간, 닿은 피부에서 시작된 전율이 팔 전체로 번져 올라갔다. 지문 결 하나하나가 신경을 긁는 듯한 과장된 촉각. 동시에 그의 숨소리가 귀에 꽂혔다. 평범한 호흡인데, 내 청각은 그 미세한 리듬까지 잡아내고 있었다. 들숨과 날숨 사이, 그가 삼키는 침의 소리까지.
그의 손가락이 내 손목에서 팔뚝 안쪽으로, 천천히 길게 쓸어 올라갔다. 팔꿈치 안쪽 오목한 부분에서 잠시 멈추고, 다시 내려왔다. 마치 내 피부 반응을 시험하는 듯한 느린 손길.
"피부가 참 예민하시네요. 여기, 소름 돋은 거 보여요."
나는 손을 홱 빼냈다. 내 반응이 너무 빨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괜찮습니다."
"손목이 좀 붉어지셨네요. 제가 너무 세게 닦았나 봐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다정하고 예의 바른 미소. 하지만 그 눈동자는 내 반응을 기록하고 있었다. 실험 결과를 관찰하는 연구자의 시선. 그리고 그가 벤치 등받이에서 팔을 거두며, 손가락 끝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연인 듯, 의도적인 듯.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도 손목의 감촉을 지울 수 없었다. 샤워를 하며 뜨거운 물을 틀어도, 수건으로 닦아도, 로션을 발라도 그의 엄지손가락이 스친 자리가 화끈거렸다. 팔 안쪽까지, 어깨까지.
욕실 거울 앞에 서서 내 손목을 만져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 빨개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이렇게……
침실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불을 껐다. 천장을 바라봤다.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분명 카페인이 없는 차였는데.
눈을 감았다.
떠오른 건 그의 눈이었다. 웃지 않는 검은 눈동자. 그리고 그의 목소리. *누나만을 위한 특별한 블렌딩이에요.*
손이 무의식적으로 배 위에 얹혔다. 잠옷 위로 손바닥의 온기가 번졌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 안 돼. 이런 생각은 안 돼.
하지만 손가락이 배에서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잠옷 바지의 허리 고무줄에 걸렸다. 잠시 망설였다. 완벽한 편집장이, 서른셋의 상사가, 스물여섯 신입사원의 손길을 떠올리며……
손가락이 고무줄 안으로 들어갔다.
속옷 위로 손바닥이 얹혔다. 이미 따뜻하게 달아오른 음부에 손가락이 닿자, 나도 모르게 숨이 새어나왔다. 작은 신음. 입술을 깨물었다. 속옷 위로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원을 그리며, 압력을 가하며.
*그의 엄지손가락이 이렇게 닿았을 때.*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그가 내 손목을 쓸어내리던 순간. 그리고 상상은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그의 손이 내 손목을 잡고, 더 세게 붙잡고, 이 손목을 침대 시트 위에 밀어붙인다면. 그의 검은 눈이 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본다면.
"……하……"
속옷을 벗겨내고 손가락이 직접 닿았다. 질 입구는 이미 젖어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검지와 중지가 미끄러지듯 질 안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벽이 손가락을 감쌌다.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클리토리스를 엄지로 압박했다. 전류 같은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누나.*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손가락의 속도를 높였다. 질 안쪽의 거친 부분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엄지는 계속해서 음핵을 비볐다.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침대 시트에 발뒤꿈치가 긁히는 소리.
체온이 올랐다. 땀이 목덜미에 맺혔다. 나는 상상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안에 있는 장면을.
상상 속에서 그는 내 손목을 놓지 않았다. 한 손으로 내 두 손목을 침대 위에 밀어붙이고, 다른 손으로 내 허벅지를 강제로 벌렸다. 그의 긴 손가락이 내 질벽을 벌리고, 젖은 속을 깊숙이 탐색했다. 손가락이 안쪽에서 굽어지며 G스팟을 눌렀다.
"아…… 안 돼……"
하지만 상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더 깊이, 더 빠르게, 마치 내 안을 정복하듯 휘저었다. 나는 다른 손으로 잠옷 단추를 풀고 가슴을 꺼냈다. 유두는 이미 딱딱하게 서 있었다. 손가락이 젖꼭지를 비비자, 질 안쪽이 경련하듯 조여들었다.
상상 속의 그가 내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의 엄지가 유두를 짓누르고, 입술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누나, 이렇게 젖어있잖아요.*
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듯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거절할 수 없는 톤.
*내 손가락이 이렇게 미끄러져 들어오는데. 이 안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요?*
"으…… 하아……"
*누나는 이걸 어떻게 혼자 다스려왔어요? 매일 밤 이렇게 혼자 손가락을 넣으면서?*
그의 손가락이 내 안에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몸부림쳤다. 상상 속에서 그는 내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자신의 단단한 성기를 내 질 입구에 문질렀다. 그의 귀두가 내 애액에 젖어 반짝이고, 천천히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질벽이 벌어지며 이물감이 찾아들고, 그가 허리를 깊숙이 밀어넣었다.
*이렇게 조여주니까 좋아요. 누나 안이 이렇게 뜨거운지 몰랐어.*
"아아……!"
질벽이 손가락을 강하게 조여들었다. 몸 전체가 활처럼 휘어졌다. 뜨거운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르가즘의 파도가 세 차례, 네 차례 척추를 때렸다. 나는 시트를 움켜쥐며 파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호흡이 거칠었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파도가 잦아들자, 곧바로 찾아온 건 죄책감이었다.
손가락을 빼내며 눈을 떴다. 천장이 흐릿하게 보였다. 젖은 손가락이 차갑게 식어갔다.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신입사원을 생각하며 자위를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그가 나를 제압하고, 내 안에 들어오는 상상을 하며 절정까지.
욕실로 달려가 손을 씻었다. 거울 속 여자가 나를 쳐다봤다. 볼이 붉고, 눈이 풀려 있었다. 완벽한 편집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찬물을 얼굴에 적셨다.
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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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20분 늦게 출근했다. 얼굴의 붓기를 가리느라 화장에 시간이 더 걸렸다. 편집장실 책상 위에는 어제 그가 건넨 것과 똑같은 텀블러가 놓여 있었다.
텀블러 아래에는 포스트잇 한 장.
*누나, 숙면에 좋은 블렌딩으로 바꿨어요. 어제 잠은 좀 주무셨어요? — 지호*
포스트잇을 떼어내 서랍 속으로 밀어넣었다. 텀블러 뚜껑을 열자 어제와 비슷한 허브 향이 번졌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더 부드럽고, 더 깊은 향. 텀블러를 들어 모금을 삼켰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잠 못 이루셨죠?"
텀블러를 떨어뜨릴 뻔했다. 급히 뒤돌자 강지호가 문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그의 눈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저도 그래요. 누나 때문에."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책상 너머로, 아주 가까이. 나는 물러서려 했지만 책장이 등을 막았다. 그의 손이 책상 위로 올라와, 내가 내려놓은 텀블러를 톡톡 두드렸다. 그때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슬랙스 앞부분이 평소보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단단히 발기한 성기의 윤곽이 천 위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의 목덜미에는 핏줄이 약하게 뛰고 있었고, 숨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깊고 느렸다. 이마에는 미세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마치 고열을 앓는 사람처럼, 그의 피부에서는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열기가 내 피부에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차, 마셔보셨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아침 햇살을 받아 또렷했다. 다정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은 전혀 다정하지 않았다. 굶주린 무언가가 그 눈동자 깊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은 이미 나를 향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슬랙스를 뚫고 나올 듯한 단단한 성기가 나를 겨누고 있었다.
*이 남자는 누구지.*
내가 알던 순한 신입사원은 거기에 없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속삭였다. 그의 체취가 진하게 밀려들었다. 어제 느꼈던 그 비누 향과 살 냄새, 그리고 지금은 거기에 희미한 머스크 향이 섞여 있었다. 흥분한 남자의 냄새.
그의 손이 갑자기 내 허리에 닿았다. 손바닥 전체로, 천천히, 내 옆구리에서 허리 뒤쪽으로 미끄러졌다. 재킷 위로였지만, 그 열기는 천을 뚫고 피부에 스며들었다. 내 허리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움찔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몸이 반응했다. 질 안쪽이 강하게 수축하며 애액이 분비되는 감각. 속옷이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따뜻한 액체.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벅지를 꽉 조였다. 질벽이 더 강하게 수축하며 더 많은 애액을 흘렸다. 그의 손바닥이 닿은 허리에서부터 전율이 번져, 유두가 블라우스 안에서 딱딱하게 서올랐다.
"누나, 떨고 있어요."
그의 엄지가 내 갈비뼈 아래를 천천히 쓸었다. 그 손길이 내려갈 때마다 질 안쪽이 반사적으로 조여들었다. 애액이 팬티라이너를 넘어 스타킹 안쪽으로 번지고 있었다.
"여기, 심장 뛰는 게 느껴져요. 완전히 뛰고 있네요."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숨결이 내 관자놀이에 닿았다. 뜨거웠다. 그의 입술이 내 귀에 거의 닿을 듯한 거리에서 멈췄다. 그 뜨거운 숨결이 귓바퀴를 스치자, 질이 또 한 번 강하게 수축하며 애액이 흘러내렸다. 내 몸은 이미 그를 원하고 있었다. 이성을 무시한 채, 육체가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오늘 밤도 옥상에서 기다릴게요. 차 한 잔 더 준비할 테니까."
그리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뒤돌아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슬랙스 뒤태마저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사무실 복도로 사라질 때까지.
문이 닫혔다.
떨리는 손으로 텀블러를 다시 집어들었다. 차를 한 모금 더 삼켰다. 따뜻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어제와 같은 감각의 예민함이 다시 찾아왔다. 사무실 복사기의 기계음, 옆방에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 내 심장 박동까지.
모든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선명함 속에서 나는 깨닫고 있었다. 이 차를 마시는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완벽한 누나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던 그 순간부터, 내 질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는 것을. 끈적한 애액이 속옷을 적시고, 허벅지 안쪽이 미끄러워지는 감각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벅지를 꼬았다. 질벽이 조여들며 더 많은 액을 흘렸다.
복사기가 멈추고, 전화벨이 잦아들었다.
정적 속에서 내 심장만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텀블러 바닥에 입술을 대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삼켰다. 쌉싸래한 뒷맛이 혀에 남았다. 그리고 그 뒷맛은 묘하게도, 어젯밤 내 침대에서 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던 애액의 맛과 닮아 있었다.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연우야, 너 요즘 얼굴이 좀 달라졌다?"
윤미래였다. 마케팅팀 팀장이자 내 몇 안 되는 친구. 그녀가 문간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나를 훑어봤다.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뭔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움찔했다. 무너지고 있다. 그녀의 말이 정확했다. 나는 지금 무너지고 있었다. 강지호라는 젊은 남자 앞에서, 내 모든 완벽함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내 속옷은 이미 젖어 있었고, 허벅지 사이는 애액으로 미끄러웠다. 질벽은 아직도 간헐적으로 수축하며 그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윤미래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다. 그녀가 내 몸의 반응을, 내 젖은 속옷을, 내 허벅지 사이의 미끄러움을 눈치챌까 봐.
나는 텀블러를 책상 아래로 숨기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허벅지를 더 꽉 조였다. 질벽이 또 한 번 수축하며 애액이 흘러내렸다. 스타킹 안쪽으로 따뜻한 액체가 번지는 감각에 나는 숨을 참았다.
"무슨 소리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흥. 피곤한 얼굴이 아니라, 뭔가에 홀린 얼굴이야."
윤미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시선이 내 서랍장으로 향했다. 조금 전 내가 포스트잇을 밀어넣은 바로 그 서랍이었다. 나는 그 시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내 볼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젖은 속옷이 차갑게 식어가며 피부에 달라붙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문을 닫고 사라졌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서랍 속 포스트잇이 타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젯밤 내 안에서 움직이던 바로 그 손가락이.
*누나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단단했던 성기의 윤곽이, 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내 허리에 남은 그의 손바닥 열기가, 여전히 화끈거렸다. 그리고 내 허벅지 사이, 아직도 젖어 있는 그곳이 그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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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강지호의 원룸.**
어둠 속에서 강지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시계는 새벽 2시 17분. 잠은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은 지 오래였다.
열이 올랐다. 체온계를 집어넣을 필요도 없었다. 38도를 훌쩍 넘긴 고열이 몸을 달구고 있었다. 이불을 걷어차도, 창문을 열어도 열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곳에서부터 타올랐다.
그의 성기는 이미 단단히 발기해 있었다. 잠옷 바지를 뚫고 솟아오른 귀두가 천에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쿠퍼액이 흘러내린 흔적. 그는 이를 악물었다.
*또야.*
열병은 매일 밤 찾아왔다. 처음엔 단순한 불면인 줄 알았다. 새 직장,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이건 병이었다. 그것도 아주 특정한 여자에게만 반응하는.
서연우.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기만 해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혈관 속을 끓는 피가 흐르는 듯한 감각. 성기가 더 팽창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단단해졌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하…… 누나……"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지와 검지로 귀두를 감싸고 천천히 쓸어내렸다. 쿠퍼액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상상 속에서 그녀의 단정한 재킷을 벗겼다.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고, 무릎 아래 5센티인 치마를 허벅지 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녀의 스타킹을 찢고, 속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 완벽한 편집장의 다리를 강제로 벌렸다.
그 순간, 그의 몸에 이상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그녀의 질벽이 자신의 성기를 감싸는 듯한 촉감. 따뜻하고 부드러운 점막이 귀두를 조여오는 감각. 손목에선 그녀의 맥박이 전해지는 듯한 떨림이 느껴졌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그녀가 어젯밤 자신을 만지며 느꼈던 쾌감의 잔향이, 차를 매개로 전이된 감각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자신의 질벽을 쓸어내릴 때 느꼈던 그 부드러움. 손가락이 G스팟을 눌렀을 때의 그 짜릿한 전율. 질벽이 오르가즘에 수축할 때의 그 강렬한 조임. 그 모든 감각이 지금 그의 몸에 고스란히 전이되어 있었다.
"아…… 누나…… 느껴져……"
그의 성기가 더욱 단단해졌다. 귀두가 시큰거릴 정도로 팽창했다. 그녀의 질벽의 감촉이 너무나 생생해서, 자신의 손이 아닌 그녀의 안에 진짜로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녀가 느꼈던 쾌감이 그의 성기에서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었다. 질벽의 조임과 이완, 애액의 온기, 손가락이 안쪽을 긁을 때의 마찰감까지.
*이건…… 누나가 어젯밤 느낀 거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 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쾌감이 자신의 쾌감으로 전이되는 이 감각. 그녀가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성기에도 똑같은 강도의 쾌감이 밀려왔다. 질벽이 손가락을 조여들 때마다 그의 성기도 같은 리듬으로 수축하는 듯했다.
"서연우…… 서연우……!"
그가 그녀의 이름을 신음처럼 부르며 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성기 전체를 강하게 쥐고, 귀두부터 뿌리까지 거칠게 문질렀다. 그녀의 질벽이 조여드는 감각이 절정에 달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점막이 성기 전체를 강하게 압박하고, 애액이 귀두를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생생한 촉감.
"아…… 누나…… 나……!"
그의 허리가 들썩였다. 성기가 손아귀 안에서 격렬하게 경련했다. 그녀의 질벽이 오르가즘에 수축하는 그 순간, 그의 성기도 똑같이 폭발했다. 뜨거운 정액이 힘차게 분출되어 자신의 배와 가슴을 적셨다. 첫 번째 분출, 두 번째, 세 번째. 연이은 사정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질벽이 아직도 자신의 성기를 조여드는 듯한 감각에, 그는 계속해서 정액을 쏟아냈다.
"하아…… 하아…… 누나……"
절정이 지나간 후에도 그는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다. 배 위로 흘러내린 정액이 차갑게 식어갔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운 액체가 번들거렸다. 그는 눈을 감고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늘 아침, 자신의 손길에 떨던 그녀. 허벅지를 꼭 조이며 애액을 흘리던 그녀.
*누나, 지금 내가 누나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하지만 절정이 지나자, 다시 열이 올랐다.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운데, 쾌감은 그 열기를 따라오지 못했다. 전신에 전율이 흘렀다. 근육이 경련하고, 땀이 시트를 적셨다. 고통이었다. 욕망이 육체를 태우는 고통. 그녀의 감각을 느끼면서도, 그녀가 아니기에 완성될 수 없는 쾌락. 한 번의 사정으로는 이 열병을 식힐 수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찬물을 틀었다. 얼음장 같은 물줄기가 피부를 때렸다. 발기된 성기는 여전히 단단했고, 그의 몸에서는 김이 올랐다. 찬물과 열기가 만나 피부 위에서 증발하는 듯했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핏발 선 눈, 앙다문 턱, 목덜미에 불거진 핏줄. 배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건 병이야. 그녀를 가져야만 나을 수 있는.*
그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찬물을 뒤집어쓰며 낮게 읊조렸다.
"누나, 책임져야죠. 누나가 만든 병이니까."
그의 입가에 짐승 같은 미소가 번졌다. 내일이 기다려졌다. 그녀에게 차를 건네고, 그녀의 반응을 관찰할 시간이. 그리고 언젠가, 이 열병을 그녀의 몸으로 식힐 날이.
찬물 속에서도 그의 성기는 꺾이지 않았다. 그녀의 질벽의 감촉이 아직도 귀두에 남아 있는 듯, 그는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