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 도하는 처방전을 구겨 쥔 채,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시현에게 버림받는다.* 그 생각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전류처럼 훑고 지나갔다.
의사가 성대 내시경 이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3주. 단 하루라도 목소리를 내면 영구 손상입니다. 성대가 파열되면 회복 불가예요. 이건 권고가 아니라 경고예요, 정 매니저님.”
도하는 고개만 끄덕였다. 입술을 열지 않았다. 열 수 없었다. 성대가 붓고 피가 맺힌 점막 사진을 보고 나니, 목구멍이 아예 막힌 것 같았다. 처방전을 받아 가방에 넣고 병원을 나왔다. 손가락이 떨려 가방 지퍼를 두 번이나 헛짚었다. 식은땀이 터져 나온 손바닥이 지퍼에 미끄러졌다.
시현에게 말해야 한다. 3주 동안 내 목소리를 못 쓴다고.
그 말을 하면 시현은 뭐라고 할까.
*네가 없으면 나는 무대에 설 수 없어.*
아니야. 시현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거다. 그건 도하가 듣고 싶은 말일 뿐이다. 시현에게 필요한 건 도하의 목소리지, 도하가 아니다. 그 차이를 모를 만큼 도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지금은 심장을 쥐어짜는 공포로 다가왔다. 목소리를 잃으면, 나는 버려진다.
병원 로비의 자판기 앞에서 발이 멈췄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창백하다. 목에는 시현이 어젯밤 남긴 멍이 옷깃 위로 살짝 올라와 있다. 보라색에서 푸른빛으로 변해가는 중간 단계의 혈흔. 시현이 입술로 빨아들이며 속삭였다.
*여긴 내 거야. 이 목소리도.*
도하는 손가락으로 멍을 눌렀다. 둔탁한 통증이 퍼졌다. 이 통증조차 시현의 소유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 그 목소리가 사라진다. 시현의 소유물이 망가진다. 그러면 시현은—
그때 진동이 울렸다. 스마트폰 화면에 시현의 이름.
[시현: 어디야. 바로 대기실 와. 오늘 리허설 있다는 거 알잖아.]
읽고 3초 만에 다시 진동.
[시현: 목소리 듣고 싶어.]
도하는 전화기를 귀에 대지 않았다.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까. 대신 문자를 보냈다. 손가락이 식은땀에 젖어 화면이 오타를 반복했다.
[도하: 가는 중입니다.]
짧고 건조한 문장. 시현이 원하는 건 이런 말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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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건물 3층 복도. 대기실로 향하는 길에 스태프 몇 명이 모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었어? 정 매니저 목소리 완전히 나갔대.” “콘서트 때마다 인이어로 뭐라고 하는 것 같던데… 그게 시현 오빠한테 방해되는 거 아냐?” “목소리 상태가 저런데 어떻게 매니저 일을 해. 시현 오빠 무대 망치면 어쩌려고.”
도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가방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저런 목소리로 시현을 망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정확히 귀에 꽂혔다. 도하는 고개를 약간 돌려 말한 사람을 확인하려 했다. 조명팀 소속의 여성 스태프였다. 옆에서 맞장구치는 사람은 유리아의 헤어 담당이었다.
유리아.
그 이름이 뇌리에 스치는 순간, 복도 저편에서 유리아가 걸어오고 있었다. 화려한 금발과 완벽한 메이크업. 유리아는 도하를 보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스치듯 지나가며 유리아의 어깨가 도하의 어깨에 닿았다. 그 순간, 유리아가 도하의 귀에 직접 속삭였다.
“목 관리 잘해야지. 시현 오빠가 불쌍하잖아. 근데... 네가 말을 못 하면, 시현 오빠한테 누가 옛날 얘길 전해줄까? 내가 직접 할까?”
유리아의 손가락이 도하의 멍든 목을 살짝 스치며 지나갔다. 차가운 손톱 끝이 핏줄 터진 피부 위를 긁었다.
“네가 말 못 하는 3주 동안, 시현 오빠랑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거야, 아마.”
속삭이듯 흘리고 사라지는 유리아의 뒷모습을 도하는 잠시 바라봤다. 스태프들의 수군거림이 유리아의 입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지금, 유리아는 도하의 침묵을 이용해 직접적인 협박을 시작했다. 목소리를 잃었다는 사실이 단순한 약점이 아니라, 유리아가 시현의 과거를 왜곡해 주입할 수 있는 빈틈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도하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목의 멍을 감쌌다.
대기실 문 앞에 섰다. 문손잡이를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도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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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안은 어두웠다. 커튼이 쳐져 있고, 형광등 대신 화장대 조명만 켜져 있었다. 시현은 소파에 반쯤 누운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늦었네.”
도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들어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시현 앞에 섰다. 입을 열지 않았다.
시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말해봐.”
도하는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 앱에 글자를 쳤다.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화면을 보여주자 시현의 표정이 굳었다.
“뭐라고?”
도하는 다시 타이핑했다. [병원에서 3주 동안 목소리 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시현은 화면을 빤히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도하에게 다가와 손목을 잡았다. 그 손길이 예상보다 강해서 도하는 움찔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3주 동안 목소리를 못 내면 콘서트는 어떻게 하고.”
질문이 아니라 압박이었다. 도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시현의 손이 도하의 턱을 잡아 올렸다.
“말로 해. 듣고 싶어.”
도하는 입술을 달싹였다. 성대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만 새어나왔다. ‘ㅅ’ 발음조차 되지 않았다. 목이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시현은 도하의 목을 빤히 바라봤다. 멍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부분에 시선이 닿자 잠시 숨을 들이켰다.
“내가 너무 심하게 했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시현의 눈빛에 뭔가 스쳤다. 유리아의 이름이 떠오른 듯한 미세한 경련이 입가에 떠올랐다.
“아니야. 네 목소리는 내 거야. 네가 관리 못 한 잘못도 내가 감수할 수 있어. 하지만 3주는 안 돼. 방법을 찾아.”
도하는 스마트폰을 다시 들었다. [방법이 없습니다. 의사가 절대 금지라고 했습니다. 영구 손상이 올 수도 있다고—]
그 문장을 다 읽기도 전에 시현이 도하의 스마트폰을 낚아채 벽으로 던졌다. 액정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시현이 도하의 멱살을 잡아 벽으로 밀어붙였다. 등이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대기실에 울렸다.
“영구 손상? 그게 무서워?”
시현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숨결이 도하의 입술에 닿았다.
“내가 더 무서운 거 알잖아.”
시현의 손이 도하의 목을 감쌌다. 엄지손가락이 멍이 든 부분을 눌렀다. 도하는 숨을 들이켰다.
“네 목소리는 내가 필요해서 존재하는 거야. 네가 함부로 망가뜨릴 수 없는 거라고.”
도하는 시현의 손목을 잡았다. 놓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시현은 힘을 풀지 않았다. 도하의 손목을 잡은 손가락이 오히려 더 파고들었다. 그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노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도하는 분간할 수 없었다.
“오늘 유리아가 뭐라고 했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도하의 눈이 커졌다. 시현은 도하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복도에서 스쳤지. 내가 다 보고 있었어.”
도하는 깨진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이제 타이핑할 수도 없다. 입을 열어 말하려 했지만 목에서는 거친 숨소리만 새어나왔다. 시현은 그 숨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했다. 도하의 목에서 나는 바람 빠지는 소리.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공기가 상처 난 성대를 스치는 소리일 뿐이었다.
시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주 잠깐, 무언가가 금이 갔다. 하지만 곧 사라졌다. 시현은 도하의 멱살을 놓지 않은 채, 자신의 과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마치 유리아의 협박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유리아는… 나한테 필요했던 사람이야. 예전에.”
시현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손은 여전히 도하의 셔츠를 움켜쥔 채였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 유일하게 내 노래를 들어준 사람이 그 여자였어. 그때는 그게 구원인 줄 알았지. 하지만 그 여자는 내 노래가 아니라 내 얼굴과 내 이름을 원했어.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고.”
시현이 도하를 벽에 더 세게 밀어붙였다. 첫 번째 단추가 튕겨나갔다.
“그래서 상관없는 일이야. 이제 와서 네가 유리아한테 신경 쓰는 건 의미가 없어.”
시현의 손이 도하의 셔츠 깃을 움켜잡았다. 두 번째 단추가 뜯기며 실밥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네가 유리아한테 신경 쓰는 게 화가 나.”
세 번째 단추가 바닥에 떨어졌다.
“네가 의심하는 게.”
시현이 도하의 셔츠를 양손으로 찢었다. 남은 단추들이 바닥에 흩어져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참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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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의심할 자격 없어.”
도하는 팔로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시현이 손목을 잡아 벽 위로 밀어붙였다.
“움직이지 마.”
시현의 입술이 도하의 목에 닿았다. 멍이 든 자리를 혀로 핥았다. 도하의 몸이 떨렸다. 통증과 함께 전류 같은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갔다. 시현의 혀가 핏줄이 터진 피부를 더듬어 내려가며, 손상된 성대 바로 위의 피부를 입술로 물었다. 그 진동이 목 안쪽까지 전해져, 도하는 고통인지 쾌락인지 분간할 수 없는 감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너는 그냥 여기서 내 목소리만 내면 돼.”
시현이 속삭였다. 한 손으로 도하의 두 손목을 벽에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도하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금속이 갈리는 소리가 도하의 귀에 크게 울렸다.
도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는 뜻이었다. 입을 열어 말하려 했지만 목에서는 거친 숨소리만 새어나왔다. 성대가 진동할 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목 안을 찔렀다.
시현은 도하의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속옷 위로 손바닥을 올리고 천천히 눌렀다. 이미 반쯤 단단해진 도하의 성기가 천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으면서.”
시현이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귀에 닿자 도하는 눈을 감았다. 몸은 솔직했다. 시현이 목을 만질 때마다, 시현이 명령할 때마다, 도하의 하복부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고였다. 이 반응이 도하는 싫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시현의 손가락이 속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도하의 성기를 감싸쥐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도하는 벽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성기의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배어나와 시현의 손가락 사이로 번졌다. 미끄러운 소리가 조용한 대기실에 울렸다.
“네 목소리가 없으니까 이런 소리만 들리네.”
시현이 도하의 귀에 입술을 대고 말했다. 손의 속도가 빨라졌다. 도하는 다리가 풀려 벽에 완전히 기대야 했다. 손목을 잡힌 채 허리만 앞으로 밀려나갔다.
시현의 엄지손가락이 도하의 성기 끝을 문질렀다. 귀두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원을 그리며 자극했다. 도하는 입을 벌렸다. 신음이 나오려다 목 안에서 막혀 바람 빠지는 소리로 변했다. 그 소리가 시현을 더 흥분시켰다.
“더 듣고 싶어. 네가 목소리를 잃어도 이런 소리는 내잖아.”
시현이 도하의 손목을 놓았다. 대신 두 손으로 도하의 허리를 잡아 뒤집었다. 도하의 가슴이 벽에 닿았다. 차가운 벽면에 젖꼭지가 닿자 도하는 움찔했다.
시현이 뒤에서 도하의 속옷을 무릎까지 내렸다. 노출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움켜잡았다. 도하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시현이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단단하게 선 시현의 성기가 도하의 엉덩이 사이에 닿았다. 뜨거웠다. 도하는 벽에 이마를 대고 숨을 들이켰다.
“네 목소리만 내 거면 돼.”
시현이 도하의 목을 뒤에서 감쌌다. 엄지와 검지가 도하의 목젖 양옆을 눌렀다. 그 순간, 의사의 경고가 도하의 뇌리를 스쳤다. *절대 금지. 목에 무리가 가는 어떤 행위도.* 성대가 터질 수도 있다는 말. 도하의 눈이 커졌다. 공포가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하지만 시현의 손가락은 이미 기도를 압박하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성대 주변의 부은 점막이 눌리며 날카로운 통증이 목구멍을 찔렀다. 도하는 반사적으로 시현의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시현은 힘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도하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시현이 천천히 삽입했다. 도하의 항문이 시현의 성기를 물었다. 충분히 풀어지지 않은 근육이 이물감에 경련했다. 도하는 이마를 벽에 박았다. 입이 벌어졌지만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목을 조르는 손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질식의 공포와 항문이 찢어질 듯한 압박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그 공포 속에서도 도하의 성기는 단단하게 서 있었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 몸은 오히려 쾌락을 찾고 있었다. 그 모순에 도하는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났다.
시현은 천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도하의 내벽이 시현을 조여왔다. 뜨겁고 부드러운 압력이 시현의 성기 전체를 감쌌다. 시현은 잠시 멈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여긴 내 거야.”
그 말과 함께 시현이 허리를 빼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도하의 몸이 벽에 밀려났다. 젖꼭지가 거친 벽면에 쓸려 따가운 감각이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시현의 성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