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실 모니터에 시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땀인지 메이크업을 고치느라 뿌린 미스트인지 모를 물기가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린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린다. 1만 5천 명이 기다리는 무대 위로 올라가기 직전, 시현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다.
도하가 마이크를 조정한다. 손끝이 차갑다.
“시현 씨.”
인이어 너머로 목소리를 밀어 넣는다. 시현의 어깨가 스쳐 지나가는 경련처럼 떨린다.
“들려요?”
무대 위 시현이 눈을 감는다. 오른손이 귀를 가린다. 인이어를 꾹 누르는 손짓. 들린다는 신호다.
도하는 시현의 가슴이 들썩이는 리듬을 모니터로 읽는다. 빠르다. 1분에 호흡이 40회를 넘어가고 있다. 공포증 발작 직전의 패턴이다. 어제 리허설실에서 보던 그대로다.
“제 목소리만 들어요.”
시현의 입술이 벌어진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하다가 다시 다문다.
“다른 건 다 끄고.”
통제실 유리 너머로 현장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프닝 VCR이 끝나가고 있다. 15초 후면 시현이 리프트를 타고 무대 중앙으로 올라가야 한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도하는 허리를 곧게 편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고 상체를 마이크 쪽으로 기울인다. 성대가 긴장하는 게 느껴진다. 어제 시현에게 들켰던 그 떨림을 의식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내뱉는다.
“내가 여기 있어요. 당신 무대, 내 목소리로 채워줄게요.”
시현의 눈이 번쩍 뜨인다.
리프트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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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터진다. 베이스가 바닥을 울린다. 1만 5천 개의 응원봉이 일제히 같은 색으로 물드는 순간, 시현이 무대 중앙에 선다.
도하는 모니터를 보며 숨을 들이켠다.
시현의 첫 동작은 완벽하다. 왼팔을 천천히 올리는 각도, 턱을 살짝 치켜드는 타이밍, 카메라를 향해 웃는 입꼬리의 온도까지. 무대 위 서시현은 신이다.
“잘하고 있어요.”
도하가 속삭인다.
시현의 움직임이 0.1초 멈춘다. 인이어 너머로 들어온 목소리를 음미하는 듯. 이내 더 날카로운 안무 동작이 이어진다. 목을 꺾고, 허리를 비틀고, 팔을 뻗는 라인이 전보다 더 유연하면서도 강하다.
“다음은 후렴이에요. 호흡 길게, 첫 음정은 살짝 낮게.”
시현이 마이크를 입 가까이 당긴다. 첫 소절이 터진다. 음정이 정확히 반키 낮다. 도하가 지시한 그대로다. 관객의 함성이 지붕을 뚫는다.
도하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좋아요. 이제 코러스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세 걸음. 카메라 3번 잡아야 해요.”
시현이 움직인다. 세 걸음. 정확히 카메라 3번 앞에 멈춘다. 미소가 잡힌다.
도하는 모니터 너머로 시현의 땀방울이 떨어지는 것까지 본다. 숨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들린다. 안무가 격해지면서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지만, 공포증 발작의 그것이 아니라 퍼포먼스의 열기다.
“잘하고 있어요.”
도하가 반복한다. 이 말을 할 때마다 시현의 눈빛이 바뀐다. 인이어 너머로 전달되는 목소리가 시현의 신경계를 타고 흘러가 근육의 미세한 떨림을 잠재우는 게 보인다.
“당신 무대예요. 전부 당신 거예요.”
시현이 고개를 뒤로 젖힌다. 목덜미가 드러난다. 땀에 젖은 피부가 조명을 반사한다. 그 자세 그대로 한 바퀴를 돈다. 완벽한 스핀이다.
도하는 깨닫는다. 지금 자신의 목소리가 시현을 조종하고 있다. 무대 위 1만 5천 명 앞의 신을, 이 통제실 구석에 박힌 신입 매니저가.
권력이 역전되는 감각. 허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손끝이 저릿하다. 이건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무대 위의 신이 내 목소리에 반응하고, 내 지시대로 움직이고, 내 호흡에 맞춰 숨 쉰다. 도하의 허벅지 안쪽이 미세하게 떨린다. 이 감각은 쾌락에 가깝다.
“다음 곡 전에 멘트예요. 숨 고르면서 천천히. 관객 왼쪽 위부터 훑고.”
시현이 마이크를 내린다.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관객을 바라본다. 왼쪽 위부터. 정확히 도하가 말한 순서대로. 미소가 번지고, 첫 마디가 흘러나온다.
“보고 싶었어요.”
함성. 도하의 귀에도 그 소리가 울린다. 하지만 더 크게 들리는 건 시현의 숨소리다. 인이어가 잡아내는 미세한 호흡까지.
도하는 자신의 목이 타들어 가는 걸 느낀다. 한 시간째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고 있다. 성대가 삐걱거리는 감각.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이제 발라드로 넘어가요. 템포 느리게, 첫 소절은 거의 속삭이듯이.”
시현이 무대 중앙에 선다. 조명이 부드러운 파란색으로 바뀐다. 피아노 전주가 깔린다. 시현이 입을 연다. 거의 숨소리에 가까운 첫 음절. 관객들이 숨을 죽인다.
도하의 목소리도 함께 낮아진다.
“좋아요. 지금 그대로. 당신 목소리, 지금 가장 완벽해요.”
시현의 눈꺼풀이 살짝 떨린다. 속눈썹에 맺힌 무언가가 조명을 반사한다.
도하는 마이크를 더 가까이 당긴다. 입술이 거의 닿을 듯한 거리.
“내 말 들리죠? 당신 혼자가 아니에요. 내가 여기 있어요.”
시현이 고개를 든다.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잡는다. 눈동자가 젖어 있다. 하지만 그건 공포가 아니다.
도하의 목이 타들어 간다. 말을 할 때마다 성대가 갈리는 느낌. 통증이 목젖 뒤에서부터 귀밑까지 번진다. 그래도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곡이에요. 끝까지 집중해요. 당신이 이 무대의 주인이에요.”
시현이 웃는다. 카메라에 완벽히 잡히는 각도로. 그 미소가 전광판을 통해 1만 5천 명에게 전달된다. 함성이 절정에 달한다.
도하는 시현의 미소를 본다. 그리고 안다. 저 미소는 무대 위의 관객을 향한 게 아니다. 인이어 너머, 통제실 구석의 목소리를 향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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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끝난 대기실. 소파에 앉은 시현의 어깨에서 아직 아드레날린이 식지 않은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땀에 젖은 셔츠가 가슴께에 들러붙어 있다. 시현은 인이어를 뽑지 않았다. 귀에 그대로 꽂은 채, 숨을 고르며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도하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목을 감싸쥔 손이 떨린다. 한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낸 성대가 부어오르는 게 느껴진다. 침을 삼키는 것조차 아프다.
“수고하셨——”
말이 끝나기 전에 시현이 일어난다. 두 걸음 만에 도하 앞에 선다. 시현의 손이 도하의 뒷머리를 움켜쥔다. 부드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벽 쪽으로 밀어붙인다.
도하의 등이 차가운 벽에 닿는다.
“시현 씨——”
시현의 얼굴이 다가온다. 땀과 향수와 무대 조명에 달궈진 피부 냄새가 덮친다. 시현은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에서 인이어를 천천히 뽑는다. 그걸 도하의 눈앞에 대고 흔든다.
“이걸로 충분할 줄 알았어.”
시현의 목소리가 낮다.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하던 것과 전혀 다른 톤. 탁하고, 걸쭉하고, 갈증 난 자의 그것이다.
“그런데 아니야.”
인이어가 바닥에 떨어진다. 시현의 손이 도하의 턱을 잡는다. 엄지가 입술을 스친다.
“더 가까이서 듣고 싶어.”
시현이 귀를 도하의 입술 가까이 가져다 댄다. 인이어 없이, 맨 귀로. 숨소리가 도하의 입술을 타고 시현의 귓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말해 봐.”
시현이 속삭인다.
“아까 그 말. 내가 잘하고 있다고.”
도하의 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샌다. 붓고 갈라진 성대를 억지로 진동시킨다.
“잘... 하고 있어요.”
시현의 눈이 감긴다. 동공 뒤에서 무언가가 풀리는 기색.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다시.”
“잘하고 있어요.”
시현의 손이 도하의 목을 감싼다. 엄지와 검지가 목젖 양옆을 눌러온다. 강하지 않다. 하지만 성대 위를 그대로 덮는 손바닥이 뜨겁다.
“다시.”
도하가 숨을 들이켠다. 목의 진동이 시현의 손바닥 안에서 울린다.
“잘하고——”
말이 끝나지 않는다.
시현이 입술로 도하의 목을 덮친다. 정확히 손바닥이 감쌌던 자리. 성대 바로 위 피부에 시현의 혀가 닿는다.
도하가 숨을 멈춘다.
시현의 혀가 천천히 목을 타고 올라간다. 땀에 젖은 피부를 핥는 감촉이 선명하다. 뜨겁고, 부드럽고, 집요하다. 마치 목소리를 삼키려는 듯이. 성대의 진동을 혀로 직접 느끼려는 듯이.
도하의 무릎이 풀린다. 벽에 기대지 않았으면 주저앉았을 거다.
“시... 현...”
숨소리마저 쉰 목소리. 그 소리가 시현을 더 자극한다. 시현의 이가 도하의 목젖을 살짝 물었다가 놓는다. 통증은 없다. 다만 이가 스친 자리가 불타는 듯이 뜨거울 뿐이다.
“계속 말해.”
시현이 도하의 귀에 입술을 붙인 채 명령한다. 한 손은 도하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잘하고 있다고. 네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고.”
도하는 시현의 손가락이 자신의 가슴께에 닿는 것을 느낀다.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차가운 대기실 공기가 땀에 젖은 피부에 닿는다. 하지만 시현의 손이 닿는 곳은 불타오른다.
“잘하고 있어요...”
도하가 쥐어짠다. 목이 아프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성대를 긁어내는 고통.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시현이 원한다. 이 목소리를. 그리고 도하 자신도 원한다. 이 권력이 뒤바뀐 순간을. 무대 위에선 내가 시현을 조종했지만, 지금 이 순간 시현의 손이 내 목을 감싸고 내 성대를 소유하려 든다. 그 역전의 감각이 아찔하다.
시현의 손이 도하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능숙하다. 주저함이 없다. 마치 이 순간을 오래 전부터 계획해온 사람처럼.
“당신 무대... 완벽했어요...”
시현이 도하의 목에서 입술을 뗀다. 대신 손가락이 성대 위를 덮는다. 엄지가 목젖을 눌렀다가 놓는다. 도하가 숨을 들이킬 때마다 성대가 손가락 아래서 진동한다. 시현이 그 진동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이거야.”
시현이 도하의 몸을 소파 쪽으로 밀어낸다. 도하의 등이 소파 등받이에 부딪히고, 시현이 그 위로 올라탄다. 무대 위에서 1만 5천 명 앞에서 춤추던 그 몸이 지금은 도하의 허리 위에 걸터앉아 있다.
시현이 자신의 셔츠를 벗는다. 땀에 젖은 천이 벗겨지며 어깨와 복근의 라인이 드러난다. 무대 조명 아래서 보던 것보다 더 선명한 근육의 움직임. 도하의 손이 무의식중에 시현의 허리께로 올라간다.
“만져도 된다고 한 적 없어.”
시현이 낮게 웃는다. 하지만 도하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손으로 도하의 손을 덮어 자신의 복부 아래로 끌어내린다. 천 위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성기를 만지게 한다.
“하지만 만지게 해줄게.”
도하의 손끝이 떨린다. 천 너머로 느껴지는 열기와 단단함. 시현의 호흡이 빨라지며 복근이 들썩인다.
“네 목소리 때문에 이렇게 됐어. 무대 내내, 네가 귀에 속삭일 때마다...”
시현이 도하의 바지를 거칠게 끌어내린다. 속옷까지 한꺼번에. 도하의 성기가 노출된다. 이미 반쯤 발기해 있다. 시현의 손가락이 도하의 성기를 감싼다.
“아까부터 계속 들었어. 네 숨소리. 네 목소리만 들어도...”
시현의 손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인다. 마찰력이 부족해 살짝 걸리는 감촉. 시현이 혀로 자신의 손바닥을 핥아 적신다. 그 손으로 다시 도하를 움켜쥔다.
도하의 등이 소파에서 들린다. 젖은 손바닥이 성기를 타고 미끄러질 때마다 전기가 오르는 듯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간다.
“시현 씨...!”
목에서 터져 나온 신음이 대기실에 울린다. 쉰 목소리라 더 절박하게 들린다. 시현이 그 소리를 듣고 눈을 반짝인다.
“그래. 그 목소리.”
시현이 몸을 숙여 도하의 목에 다시 입을 맞춘다. 손은 여전히 도하의 성기를 훑고 있다. 리듬이 빨라진다. 엄지가 귀두를 스칠 때마다 도하의 허리가 들썩인다.
“더 내. 네 신음. 듣고 싶어.”
시현이 속삭이며 도하의 목젖을 빤다. 피부가 빨갛게 올라올 정도로 강하게. 동시에 손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거칠어진다.
도하의 시야가 하얘진다. 목의 통증과 성기의 쾌락이 뒤섞여 구분할 수 없는 감각이 된다. 손끝이 저리고 발가락이 오그라든다.
“잘하고 있어... 당신...”
말이 끊긴다. 시현의 엄지가 귀두 아래 오목한 부분을 압박한다. 동시에 입술이 성대 위를 덮는다. 도하의 신음이 시현의 입술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제 내가 들어갈 거야.”
시현이 도하의 바지를 완전히 벗긴다. 자신의 바지도 내린다. 이미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드러난다. 길고, 약간 위로 휘었고, 귀두가 붉게 달아올라 있다.
도하는 숨을 들이켠다. 시현의 손이 도하의 허벅지를 벌린다. 그 틈새로 몸을 밀어 넣는다. 시현의 성기가 도하의 허벅지 안쪽에 닿는다. 뜨겁다.
“아파도 돼.”
시현이 도하의 귀에 속삭인다.
“대신 계속 말해. 내가 잘하고 있다고.”
시현의 손가락이 도하의 항문을 찾는다. 침으로 적신 손가락이 천천히 밀고 들어온다. 도하의 몸이 긴장으로 굳는다.
“풀어.”
시현이 명령한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도하의 성기를 다시 움켜쥐고 천천히 훑는다. 쾌락과 이물감이 겹쳐진다. 도하의 몸이 조금씩 풀린다.
손가락이 두 개로 늘어난다. 벌리고, 밀어 넣고, 움직인다. 도하의 허리가 들썩인다. 시현의 손가락이 안쪽에서 전립선을 스칠 때마다 다리가 떨린다.
“됐어.”
시현이 손가락을 뺀다. 대신 자신의 성기를 그 자리에 댄다. 귀두가 항문을 압박한다. 천천히,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
도하의 입에서 비명이 터진다. 하지만 쉰 목소리라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시현이 그 소리를 들으며 더 깊이 밀어 넣는다. 질벽이 시현의 성기를 조여온다. 뜨겁고, 좁고, 떨리는 감촉.
“좋아... 네 안, 뜨거워...”
시현이 신음처럼 말한다.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뺐다가 다시 밀어 넣는다. 리듬은 느리지만 한 번 한 번이 깊다.
도하의 손이 시현의 어깨를 붙잡는다. 손톱이 파고든다. 시현은 아픈 기색 없이 움직임을 이어간다.
“말해.”
시현이 도하의 목을 감싼다. 아까보다 더 강하게. 손바닥이 성대를 압박한다.
“계속 말해.”
도하가 숨을 들이켠다. 목에 걸린 손 때문에 숨이 완전히 들어오지 않는다. 그 부족한 공기로 목소리를 짜낸다.
“잘... 하고... 있어요...”
시현의 허리 움직임이 빨라진다. 성기가 더 깊이, 더 거칠게 밀고 들어온다. 도하의 몸이 소파 위에서 밀려난다. 시현이 도하의 허리를 붙잡아 다시 당긴다.
“당신은... 완벽해요...”
도하가 신음 사이로 밀어낸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갈라져 거의 바람 소리에 가깝다. 하지만 시현은 그 소리에 더 흥분한다. 허리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손이 도하의 성기를 더 강하게 움켜쥔다.
“네 목소리가 내 피 속에 흐르는 것 같아.”
시현이 도하의 목에 이빨을 세운다. 살짝 물린 피부 위로 혀가 핥는다. 숨결이 뜨겁다.
“이 목소리. 내 핏속에 녹아서 돌아다녀. 무대 위에서도, 지금도.”
도하의 시야가 번져간다. 목의 통증, 성기의 쾌락, 항문 안에서 밀려오는 압박감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성이 무너지는 감각. 시현의 손이 목을 조르고 시현의 성기가 안을 채우고 시현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모든 감각이 시현이다.
“잘하고... 있어요...”
도하가 마지막으로 쥐어짠다. 그 순간 시현의 손이 도하의 성기를 강하게 움켜쥐고, 동시에 성기가 가장 깊은 곳을 찌른다.
도하의 몸이 활처럼 휜다. 성기에서 정액이 터져 나온다. 시현의 손과 도하의 배 위로 흰 액체가 흩어진다.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하며 시현의 성기를 조여온다.
시현이 낮게 신음한다. 몇 번 더 거칠게 찌르고, 가장 깊은 곳에 성기를 박은 채 멈춘다. 성기가 도하의 안에서 맥박 치듯 떨린다. 뜨거운 액체가 안에서 터지는 감각. 시현의 정액이 도하의 안을 채운다.
숨소리만이 대기실을 메운다. 둘의 호흡이 겹쳐진다. 도하의 쉰 숨소리와 시현의 거친 숨소리가.
시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성기를 뺀다. 정액이 흘러내려 소파에 얼룩을 만든다.
시현은 도하의 목에서 손을 뗀다. 대신 손가락으로 도하의 목젖을 훑는다. 붉게 올라온 피부 위로 손가락이 지나간다.
“이게 내 거야.”
시현이 말한다. 목소리가 아까와 달리 차분하다. 무대 위에서 멘트하던 그 톤이다. 하지만 눈빛은 다르다. 소유자의 눈빛이다.
도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목이 완전히 잠겼다. 숨소리마저 거칠게 갈라진다.
바로 그때, 도하의 스마트폰이 진동한다. 소파 옆에 떨어진 바지 주머니에서. 화면이 켜지며 메시지가 뜬다.
[김의원 이비인후과] 정도하 님, 오늘 성대 정밀검사 결과지 나왔습니다. 지속적인 과사용 시 영구적 손상 가능성 있습니다. 즉시 음성 휴식 필수. 내원 상담 요망.
도하의 눈이 메시지를 스친다. 영구적 손상. 그 네 글자가 눈앞에서 깜빡인다. 목소리를 잃는다는 건—시현의 무대를 더 이상 채울 수 없다는 거다. 시현의 귀에 더 이상 속삭일 수 없다는 거다. 이 목소리를 원하는 이 남자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줄 수 없게 된다는 거다. 손끝이 차가워진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하지만 공포는 1초도 지나지 않아 이상한 체념으로 바뀐다. 어차피 이 목소리, 시현이 핏속에 녹여버렸다며. 그렇다면 이미 내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도하가 메시지를 보기도 전에 시현이 도하의 얼굴을 감싼다. 두 손으로 도하의 볼을 잡고 입을 맞춘다. 깊고 느린 키스다. 혀가 도하의 입 안으로 들어와 입천장을 핥는다. 목소리를 빨아들이는 듯한 입맞춤이다.
“이제부턴 무대 밖에서도 내 목소리를 들어줘.”
시현이 입술을 떼며 속삭인다.
도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 순간, 대기실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똑똑.
“오빠, 나야.”
여자의 목소리다. 높고, 우아하고, 조금은 능글맞은.
“들어가도 돼?”
유리아의 목소리다.
시현의 손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도하의 몸도 긴장으로 경직된다. 소파 위의 정액 얼룩,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들, 도하의 목에 선명하게 남은 이빨 자국.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
“잠깐만!”
시현이 외친다. 하지만 문은 이미 열리고 있다. 그와 동시에 시현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도하의 목을 감싼다. 엄지가 이빨 자국 위를 정확히 덮는다. 손바닥이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가린다. 시현의 입술이 도하의 귀에 바짝 붙는다.
“숨겨.”
짧은 명령. 숨소리마저 날카롭다. 도하의 몸이 얼어붙는다. 시현의 손바닥 아래서 성대가 바르르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