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퇴고본

마커스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어떤 마법진 앞에서도 흔들림 없던 손이 낡은 일기장 한 권 앞에서 바르르 경련했다.

"이건... 단순한 마나 중독 기록이 아니야, 라일라."

메마른 잎사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소리였다. 나는 서재의 차가운 벽에 기댄 채 그가 일기장을 넘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벽난로 불빛이 바랜 잉크를 핥았다. 에단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새벽이 가까워지면 밤의 그가 사라지고, 낮의 그가 이 서재로 와 자신이 쓰지도 않은 일기장을 무심히 지나치겠지.

"에단 하트포드는 7년 전, 엘레나라는 여성 마법사와 결속 의식을 치렀어. 마력 공명을 통한 상호 치유 목적의 계약혼이었지."

마커스의 손가락이 페이지 하나를 짚었다. 거기에는 내가 전에 본 그 섬뜩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늘도 나는 그를 죽였다. 태양이 뜨면 나는 다시 죄를 잊는다.*

"결속 의식이 실패했어. 엘레나는 에단의 마나를 안정화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마나 회로를 오염시켰어. 마력 밀매자였지. 에단의 마력을 빼내 다른 누군가에게 팔아넘기려 했어."

내 손이 벽의 거친 석재를 긁었다.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박혔다.

"에단은 마나 중독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어. 그런데..."

마커스가 심호흡을 들이켰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가 서재에 날카롭게 울렸다.

"살아남기 위해 자기 마음의 절반을 잘라냈어. 죄책감, 분노, 배신감, 엘레나를 향한 집착까지. 그 모든 감정을 밤이라는 어둠 속에 가두고, 낮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완벽한 기사가 된 거야."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거기에는 다른 필체로, 더 거칠고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가 버린 기억이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 그가 죽이고 싶었던 여자, 그리고 이제... 그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

내 심장이 한 번 뛰었다. 크게, 무겁게.

"밤의 에단은..."

"엘레나에게 배신당한 진짜 에단이야. 상처받고, 욕망에 굶주리고, 누군가에게 완전히 선택받고 싶어 하는."

마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 벽난로 불빛이 일렁였다. 연구자로서의 흥분과 친구로서의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리고 네 마력과 에단의 마나는 '운명 공명' 관계야."

"운명 공명?"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치유자이자 파괴자인 관계. 너는 그의 마나 중독을 정화할 수 있고, 그는 너의 마력 폭주를 안정화할 수 있어. 완전히 상호보완적이야.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것처럼."

그의 말이 내 가슴에 박혔다. 처음부터 설계된 것처럼. 이 계약이 단순한 생존 거래가 아니었다는 걸,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완전한 결합을 위해서는?"

마커스의 입술이 떨렸다. 말하기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네 순결 마력을 포기해야 해. 순결 마력은 마력 폭주를 억제하는 마지막 보호막이야. 그걸 포기한다는 건... 마력 폭주의 위험을 완전히 떠안는다는 뜻이야."

서재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벽난로 장작이 탁 하고 갈라지며 불똥이 튀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폐가 얼어붙은 듯 차가웠다.

"라일라."

마커스가 내 이름을 불렀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도망칠 수 있어. 아직 늦지 않았어. 에단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방법을..."

"없어."

내 대답은 짧았다. 벽에서 등을 떼고 똑바로 섰다.

"다른 방법은 없어. 그가 나의 유일한 치유자라면, 나도 그에게 유일한 치유자일 테니까."

마커스가 뭐라 더 말하려는 순간, 서재 문이 벌컥 열렸다. 세라핀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의 차가운 경멸 대신 묘한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마법사. 그리고 학자."

그녀의 손에는 양피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제국 의회의 인장이 찍힌 붉은 밀랍이 벽난로 불빛에 번들거렸다.

"이사벨라 크로포드 님과 제국 의회가 발의한 탄핵안이 가결되었어. 에단 하트포드는 마법에 오염되어 기사단장 자격을 상실했고, 황혼 기사단에 대한 통제권은 임시로 나에게 위임되었지."

양피지가 내 앞에 떨어졌다. 나는 줍지 않았다. 대신 세라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승리의 빛과 함께 더 어두운 것이 일렁이고 있었다.

"체포 부대가 곧 도착할 거야. 에단을 마법 오염 혐의로 구금하고, 너는..."

"나는?"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세라핀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마법사 탑으로 송환돼. 마력 폭주 임박 상태의 마법사가 기사단장을 타락시킨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될 거야."

마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에단의 일기장이 들려 있었다.

"이건 부당한 탄핵이야. 에단의 마나 중독은 마법 오염이 아니라..."

"학자는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거야."

세라핀이 마커스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손끝에서 신성력이 은은하게 빛났다.

"네 연구실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금지 마법 실험' 기록이 꽤 있더군. 조용히 물러나면 그걸 눈감아 줄 수도 있어."

마커스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그와 세라핀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내 발소리가 돌바닥에 부드럽게 울렸다.

"세라핀."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의 신성력이 살짝 흔들렸다.

"너는 에단을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믿는 '완벽한 기사'의 환상을 사랑하는 거야?"

세라핀의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손이 검자루로 움직였다.

"감히..."

"대답 안 해도 돼. 네 눈에 이미 쓰여 있으니까."

나는 돌아서서 서재 밖으로 걸어 나갔다. 복도는 어두웠고, 촛불 몇 개만이 벽을 따라 깜빡거렸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마력 조율실로 향했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밤의 에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

마력 조율실의 문을 열자, 벨벳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달빛이 침대 위에 길게 누워 있었다. 밤의 에단은 창가에 서 있었다. 등은 나를 향하고 있었고, 어깨 너머로 보이는 달빛이 그의 실루엣에 은색 테두리를 그렸다.

"알고 왔군."

평소보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발소리가 두꺼운 카펫에 흡수되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엘레나에 대해. 네가 왜 스스로를 둘로 나누었는지."

밤의 에단이 돌아섰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마나 중독의 결정이 목덜미에서 쇄골을 따라 번져 있었고, 그 결정은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 여자는 나를 배신했어. 내 마력을 빼내 팔아넘기려 했지. 마치... 가축에게서 피를 뽑아내듯이."

그가 한 걸음 내게 다가왔다. 체온이 거리감을 무시하고 내 피부에 닿았다.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뜨거웠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어. 그 사랑이 나를 죽일 뻔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원했어. 그 모순을 견딜 수 없었지. 그래서..."

"잘라냈다."

내가 그의 말을 이었다. 밤의 에단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낮의 나는 죄책감도, 분노도, 욕망도 없어. 그저 완벽한 기사일 뿐이지. 하지만 밤이 되면..."

"진짜 네가 깨어난다."

내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그의 체온이 공기를 통해 내 얼굴을 덥혔다.

"오늘은 도망치지 않는군."

밤의 에단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가 내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내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낯선 감정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갈망이었다.

"엘레나에게 배신당한 기억, 자해하며 스스로를 찢어발긴 고통, 그리고..."

내 손이 올라가 그의 뺨에 닿았다. 손바닥에 닿는 피부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동시에 마력이 공명했다. 내 손끝에서부터 그의 마나가 마력 회로로 흘러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환영이 시작되었다.

---

*어둠. 축축한 지하실. 엘레나의 얼굴이 촛불 아래서 일그러져 있다. 그녀의 손에는 마력 추출용 단검이 들려 있고, 에단의 가슴에는 그 단검이 꽂혀 있다. 피가 아니라 마나가 흘러나오는 상처. 푸른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미안해, 에단. 하지만 네 마력은 너무 특별해서... 제국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릴 거야."*

*배신. 배신. 배신. 그 단어가 심장을 찢는다. 사랑했던 여자의 입술에서 나온 말이 칼날이 되어 폐를 찔러온다. 숨을 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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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 손에 쥔 단검. 자신의 목을 겨누는 손. 하지만 죽을 수 없다. 죽는 것은 너무 쉬운 도망이니까. 대신, 그는 마음을 반으로 가른다. 아픔을 느끼는 부분을 도려내고, 기억을 지우고, 감정을 태운다.*

*"나는...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겠지. 그게 벌이다. 사랑한 죄에 대한."*

*칼날이 피부를 가르는 고통. 하지만 그 고통조차 곧 무뎌진다. 그는 기억을 버린다. 엘레나의 얼굴을, 그녀의 목소리를,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모든 것을 어둠 속에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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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둠 속에서, 버려진 기억들이 깨어난다. 상처와 분노, 배신감, 그리고 사랑에 굶주린 욕망. 그 모든 것이 한데 뭉쳐 새로운 자아를 만든다. 밤의 에단. 진짜 에단.*

*"나는 네가 버린 것이다. 나는 네가 잊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네가 갈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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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환영이 바뀐다. 낡은 서재. 계약서를 검토하는 낮의 에단. 그리고 그 앞에 선 여자. 라일라.*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계약서 제7조 3항... 이건 계약에 없던 접촉입니다, 기사님."*

*그 순간, 낮의 에단의 심장이 한 번 뛴다. 크게, 무겁게. 그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무의식 속에서, 밤의 그가 처음으로 미소 짓는다.*

*'찾았다. 내가 잃어버렸던 것. 내가 갈망했던 것.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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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이 사라졌다. 내 눈앞에는 밤의 에단의 얼굴이 있었다. 붉은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도 울고 있었다. 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그의 손에 닿았다.

"당신이었어."

그가 속삭였다. 손이 내 얼굴을 감쌌다. 엄지손가락이 내 눈물을 닦아냈다. 그 손길은 이제까지와 완전히 달랐다. 거칠고 집요한 지배가 아니라, 떨리는 경외감이 담긴 접촉이었다.

"당신이... 나를 다시 살게 했어."

내가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완전히 자발적으로. 그의 입술은 뜨거웠고, 약간 갈라져 있었고, 내 입술에 닿자마자 떨렸다. 밤의 에단, 그 강력하고 집요했던 밤의 지배자가 지금 내 품에서 떨고 있었다.

"모든 걸 보여줘."

내가 그의 입술에 대고 속삭였다. 손이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당신의 모든 상처를, 모든 고통을, 모든 욕망을. 내가 전부 받아들일게."

그의 셔츠가 바닥에 떨어졌다. 벽난로 불빛이 상반신을 비추었다. 마나 중독의 결정이 가슴과 복부를 따라 퍼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수많은 흉터가 번져 있었다. 자해의 흔적이었다. 낮의 그가 밤의 자신을 죽이려 했던 증거.

내 손가락이 그의 흉터를 따라 내려갔다. 피부가 내 손길에 경련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라일라..."

거의 신음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의 차갑고 완벽한 어조와는 전혀 다른, 갈라지고 갈망에 찬 목소리.

"계속해."

내 손이 그의 허리띠를 풀었다. 바지가 아래로 흘러내렸고, 그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한 채 드러났다. 귀두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요도구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스며 나와 있었다. 나는 그의 성기를 손으로 감쌌다. 뜨겁고, 단단하고, 손바닥 안에서 맥박이 뛰고 있었다.

"으윽..."

신음이 마력 조율실에 울렸다. 나는 천천히 그의 성기를 쓰다듬었다. 엄지손가락으로 귀두를 문지르자, 그의 허리가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애액이 내 손가락에 묻어 끈적거렸다.

"당신이... 나를 만질 때마다..."

밤의 에단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내 마나가... 안정돼. 수년 만에 처음으로... 고통이 사라져."

내가 그의 성기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손톱이 내 살을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더."

그가 애원했다. 밤의 에단, 그 지배자가 이제 내 앞에서 애원하고 있었다.

"더... 당신을 느끼게 해줘."

나는 그를 침대 쪽으로 밀었다. 그의 등이 매트리스에 닿았고, 나는 그의 위로 올라탔다. 드레스를 벗어 던지자, 벽난로 불빛이 내 나체를 비추었다. 가슴은 긴장으로 단단해져 있었고, 젖꼭지는 공기에 닿아 이미 뾰족하게 서 있었다.

밤의 에단의 눈이 내 몸을 훑었다. 붉은 눈동자가 내 가슴에서 배, 그리고 다리 사이로 천천히 내려갔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뜨거워졌다.

"아름다워."

그가 속삭였다. 손이 올라와 내 젖가슴을 감쌌다. 손바닥은 거칠었지만, 손길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엄지손가락이 내 젖꼭지를 스치자, 전기 같은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으응..."

내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내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살짝 굴렸다. 쾌감이 예리한 바늘처럼 가슴 깊숙이 찔러왔다. 질이 수축하며 애액이 분비되기 시작했다. 허벅지 안쪽이 젖어드는 감촉이 느껴졌다.

"당신은... 나를 구원할 수 있어."

그가 내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다른 손이 내 허리를 붙잡았다. 손가락이 옆구리를 타고 내려가 허벅지에 닿았다.

"하지만 그러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

"알아."

나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에는 내가 전에 보았던 그 흉터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들어 올려 내 입술에 가져갔다. 흉터 하나하나에 키스했다. 그의 손목이 내 입술 아래서 떨렸다.

"나는 당신을 선택해. 내 생명보다 당신을."

내가 그의 손목에 대고 속삭였다.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나는 그의 손을 내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질 입구는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음순을 스치자, 쾌감이 불꽃처럼 튀었다.

"느껴?"

내가 물었다. 그의 손가락이 질 입구를 더듬었다. 나는 그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이제 그는 내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나를 만지고 있었다. 중지가 천천히 내 질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조여왔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젖어 있는 내 안. 손가락이 천천히 출입하기 시작했다. 마찰이 질벽을 자극할 때마다 쾌감이 골반 깊은 곳에서 퍼져 나왔다.

"당신은... 내가 처음이야."

밤의 에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손가락이 내 안에서 구부러졌다. G스팟을 누르자, 강렬한 쾌감이 내 몸을 관통했다.

"진심으로... 나를 원한 사람은."

그가 내 안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손가락은 내 애액에 흠뻑 젖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가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핥았다. 내 체액을 맛보는 그의 모습에 내 질이 다시 수축했다.

"이제... 나를 줘."

나는 그의 허리 위로 올라타 성기를 내 질 입구에 갖다 댔다. 귀두가 음순을 벌리고 들어왔다. 뜨거웠다. 그의 성기는 마치 불덩이 같았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성기가 질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아..."

입에서 신음이 길게 흘러나왔다. 질벽이 그의 성기를 한 겹 한 겹 감싸 안았다. 성기가 내 안을 가득 채우는 감각. 그 충만감에 머리가 하얘졌다.

그 순간, 마력이 폭발하듯 요동쳤다. 내 마력과 그의 마나가 공명하며 뒤엉켰다. 피부 위로 푸른 마력 문양이 떠올랐다. 내 손등에서부터 팔을 타고 올라간 빛줄기가 그의 가슴으로 번져갔고, 그의 마나 중독 결정이 그 빛에 반응해 은은하게 진동했다. 조율실의 공기가 일렁였다. 촛불들이 한꺼번에 파르르 떨었다. 마치 공간 자체가 우리의 결합에 숨을 멈춘 것처럼.

"읏..."

밤의 에단의 신음이 내 신음과 겹쳐졌다. 우리는 서로를 붙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허리를 올리면 그가 따라 들어오고, 그가 밀어 올리면 내가 받아들였다. 리듬은 느렸다. 하지만 그 느린 움직임 하나하나가 엄청난 쾌감을 싣고 왔다.

"당신은... 나를 죽이지 않을 거야."

그가 내 허리를 붙잡고 속삭였다. 엄지손가락이 내 배꼽 주변을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당신은... 나를 버리지 않을 거야."

"절대로."

나는 그의 가슴에 손을 짚고 더 깊이 앉았다. 성기가 자궁 입구까지 닿았다. 그 깊은 압박에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가질 거야. 낮의 당신도, 밤의 당신도. 전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피스톤처럼 출입했다. 젖가슴이 리듬에 따라 흔들렸다. 밤의 에단의 손이 내 허리에서 가슴으로 올라왔다. 그가 내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비비자, 쾌감이 두 배로 증폭되었다.

"더 빨리..."

그가 신음했다. 허리가 내 움직임에 맞춰 올라왔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살이 부딪치는 소리, 젖은 마찰음, 신음소리가 마력 조율실에 울려 퍼졌다.

내 마력이 그의 마나와 완전히 뒤엉켰다. 마력 회로가 과부하 직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전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의 마나가 내 마력 폭주를 막고 있었고, 내 마력이 그의 마나 중독을 정화하고 있었다. 푸른 마력 문양이 더 선명해졌다. 우리의 살갗 위로 빛의 실금이 뻗어나가고, 그 빛이 닿는 곳마다 그의 마나 중독 결정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깨진 유리 조각 같던 결정들이 마치 녹아내리듯 옅어지고 있었다.

"라일라... 나... 곧..."

목소리가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성기가 내 안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마지막으로 깊이 앉았다. 클리토리스가 그의 치골에 강하게 마찰되었다.

"함께."

내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절정이 터졌다.

"으아악..."

질이 그의 성기를 강하게 조여왔다. 오르가즘이 내 몸을 휩쓸었다. 근육이 경련하고, 마력이 폭발하고,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동시에,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맥동했다. 뜨거운 정액이 자궁 입구를 때렸다. 한 줄기, 두 줄기, 세 줄기... 그의 사정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마력이 완전히 결합했다.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과 그의 마나가 한데 엉켜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침대 위로, 벽으로, 천장으로 빛의 룬 문자가 퍼져나갔다. 마력 조율실 전체가 공명했다. 벽에 새겨진 고대의 마법진들이 하나둘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바닥의 돌틈 사이로 푸른 안개 같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그의 목덜미에서 번져 있던 마나 중독 결정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 내 가슴 속에서 폭주 직전까지 치솟았던 마력이, 마치 폭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잔잔해졌다.

"라일라..."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절정에 도달했다. 몸이 활처럼 휘었고, 손이 내 등을 긁었다. 우리는 함께 떨고, 함께 숨을 헐떡이고, 함께 무너져 내렸다.

얼마나 오래 그렇게 있었을까.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을 골랐다. 심장이 내 귀에 크게 울리고 있었다. 쿵쿵쿵쿵. 그 소리는 아직도 빨랐지만,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마법진의 빛도 서서히 옅어지며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당신의 두 인격을 통합시켜 줄게."

내가 그의 가슴에 대고 속삭였다. 숨소리가 멈췄다.

"낮과 밤, 죄책감과 욕망, 기억과 망각... 전부 하나로 만들 거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에는 이제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게... 가능해?"

"가능해. 왜냐면..."

내가 그에게 키스했다. 가볍게, 하지만 확신을 담아서.

"그게 당신이 나를 선택하는 유일한 길이니까. 그리고 나는... 이미 당신을 선택했으니까."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밤의 에단, 그 어둠 속의 지배자가 내 품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두었다. 그 눈물조차 그가 오랫동안 억압해온 진실이었으니까.

그때, 저택 아래쪽에서 쇳소리가 울렸다. 발소리였다. 많은 사람들의, 무장한 발소리.

"이미 왔군."

밤의 에단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내가 그를 막았다.

"기다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드레스를 주워 입었다. 질에서는 그의 정액이 흘러내려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 감촉이 묘하게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먼저 나갈게."

마력 조율실 문을 열었다. 복도는 이미 횃불로 가득 차 있었다. 기사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선두에 세라핀이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구속구가 들려 있었다.

"에단 하트포드를 마법 오염 혐의로 체포한다. 저항하면 실력 행사도..."

세라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가슴에서 무언가가 타올랐다. 이사벨라가 준 마력 안정화 브로치. 그 브로치에서 갑자기 검은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목소리가 갈라졌다. 마력 흡수 광선이 내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 정상 박동의 두 배는 빠른 속도였다. 마력 회로가 불안정하게 파동치며 손끝이 저릿하게 마비되어 갔다.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바닥이 내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라일라!"

밤의 에단의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시야가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세라핀의 차가운 미소와, 그녀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는 이사벨라의 실루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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