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핀의 발소리가 복도 저편으로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등이 젖어 있었다. 차가운 석벽에 기댄 채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마력이 불안정하게 일렁이며 손끝에서 푸른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세라핀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곧 후회하게 될 거요.*
후회라면 이미 하고 있었다. 이 계약을 맺은 순간부터, 밤의 에단이 처음 내 몸에 손을 댄 순간부터, 그리고 그 손길에서 도망치는 대신 쾌락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하지만 그건 세라핀이 상상하는 종류의 후회와는 달랐다.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에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후회하는 게 아니었다. 통제력을 잃어가는 나 자신이, 점점 더 낯설어지는 내 몸과 마음이 두려운 거였다.
심호흡을 두 번 했다. 마력 회로가 안정을 되찾으며 손끝의 빛이 사그라졌다. 이제 겨우 정오였다. 해가 질 때까지 아직 여섯 시간이나 남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이 저택의 비밀을 파헤쳐야 했다. 세라핀의 협박, 이사벨라의 등장, 에단의 이중인격.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실로 꿰여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발걸음을 마력 조율실로 향했다. 복도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낮의 햇살이 바닥에 푸르고 붉은 문양을 그리고 있었다. 낮의 저택은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이었다. 하인들은 마치 유령처럼 소리 없이 움직였고, 모든 가구와 장식은 정확히 정해진 각도로 배치되어 있었다. 에단의 낮 인격이 만든 세계. 여기에는 혼돈이나 욕망이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마력 조율실 문 앞에 섰다. 낮 시간에는 아무도 이 방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손잡이를 돌리자 문은 저항 없이 열렸다.
실내는 어두웠다. 두꺼운 벨벳 커튼이 창문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고, 벽난로에는 재만 남아 있었다. 공기 중에는 여전히 지난밤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우리 몸에서 흘린 땀, 마력이 공명할 때 나는 오존 비슷한 냄새, 그리고 성교 후 특유의 비릿한 체액 냄새가 뒤섞여 실내에 정체되어 있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침대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였다. 구겨진 시트에는 몸을 뒤척인 흔적이 선명했고, 베개 근처에는 내 머리카락 몇 올이 떨어져 있었다. 손목을 묶었던 가죽 구속구는 침대 기둥에 느슨하게 걸려 있었다.
나는 시선을 억지로 떼어내고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초상화는 그대로 걸려 있었다. 봉인 마법의 흔적이 액자 가장자리에서 미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림 속 여인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얼굴이었지만, 더 섬세한 턱선과 더 차가운 눈빛을 가진 여자. 긴 금발은 정교하게 땋아 올려져 있었고, 목에는 황혼 기사단의 문장이 새겨진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 액자에 닿았다.
차가운 마력의 파동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봉인 마법은 꽤 오래된 것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약해져 있었다. 눈을 감고 마력을 집중했다. 내 특수한 공감 능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봉인을 뚫고 들어가 그림에 깃든 기억의 파편들을 더듬었다.
첫 번째로 밀려온 감각은 배신감이었다. 너무나 강렬해서 속이 뒤틀릴 정도였다.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과, 어둠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듯한 공포. 그리고 분노. 자신을 배신한 존재를 향한, 사랑했기에 더욱 뜨거운 분노.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림 속 여인에게서 흘러나오는 감정이 아니라, 이 그림을 봉인한 사람의 감정이었다. 에단의 감정이었다.
두 번째 파동이 밀려왔다. 이번에는 더 선명한 이미지였다. 같은 얼굴의 여인—엘레나—이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에단의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입술이 움직여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에단.* 그리고 그녀의 다른 손에는 마법의 칼날이 들려 있었다. 칼날은 에단의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기억의 파편은 거기서 끊겼다.
나는 손을 떼고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손끝이 저릿했다. 방금 본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봉인 마법이 더 깊은 기억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초상화 속 여인은 엘레나였다. 과거 에단의 약혼자. 그리고 그를 배신한 마법사.
그리고 에단의 마나 중독과 인격 분열은 그녀의 배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침대 기둥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에단은 약혼자에게 배신당했다. 그 배신은 단순한 감정적 상처가 아니라 마법적 충격을 동반한 것이었다. 아마도 마나 중독은 그 충격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충격이 그의 인격을 둘로 갈라놓았다.
낮의 에단은 감정을 완전히 차단한 금욕적인 기사. 밤의 에단은 억압된 욕망과 집착이 분출하는 존재.
그리고 나는 엘레나와 닮았다.
위가 뒤틀렸다. 밤의 에단이 나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단순한 욕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서 엘레나를 보고 있었다. 배신한 여자와 닮은 나를 소유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통제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일지도 몰랐다.
*날 버리지 마.*
그의 목소리가 기억 속에서 울렸다. 지난밤, 절정의 순간에 그가 내뱉은 애원. 그건 단순한 쾌락의 탄식이 아니었다. 깊은 곳에 묻힌 공포의 발현이었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력 조율실의 어둠이 갑자기 숨 막히게 느껴졌다.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어젖혔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그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았다. 출입구에 에단이 서 있었다.
낮의 에단이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황혼 기사단의 검은색 유니폼을 완벽하게 갖춰 입고, 머리카락은 정갈하게 빗어 넘긴 채,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 자세는 곧았고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가 달랐다.
평소 낮의 에단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차갑고 투명한,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눈빛. 그런데 지금 나를 응시하는 눈동자에는 붉은 기운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밤의 에단이 보일 때만 나타나는 그 붉은 빛이, 한낮의 햇살 아래서도 어렴풋이 살아 있었다.
"기사님."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단단하게 나왔다. 나는 커튼에서 손을 떼고 그를 마주보았다.
에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 구겨진 침대 시트, 벽난로 위의 초상화, 그리고 내 얼굴. 그 시선이 내 입술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눈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뭘 하고 계십니까."
질문은 낮의 에단 특유의 차가운 어조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 어딘가에, 아주 얇은 균열 같은 떨림이 숨어 있었다.
"초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가 벽난로 위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경직되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그림은 봉인되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죠."
에단이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물러서려는 다리를 억지로 붙잡았다. 그의 움직임에는 낮의 절제된 우아함과, 밤의 포식자 같은 기민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두 인격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궁금한 게 많으시군요."
그 말투는 분명 낮의 에단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그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어 내 뺨을 스쳤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었다.
피부가 닿는 순간, 마력이 반응하며 폭발적인 감각이 뇌리를 관통했다.
쾌락과 고통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자리가 불타는 듯 뜨거워졌다. 마력 회로를 타고 그의 무의식이 밀려 들어왔다. 이미지들이 파편처럼 흩어지며 내 의식을 침범했다.
*어둠 속에서 엘레나가 웃고 있다. 그녀의 입술이 무언가를 속삭인다. '넌 아무것도 가질 자격이 없어, 에단.'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에서 마력을 뽑아내고 있다. 심장이 찢기는 고통. 마나가 혈관을 타고 결정화되기 시작한다. 몸이 돌로 변해가는 감각. 그리고 의식이 둘로 갈라지는 순간의 공포.*
*또 다른 이미지. 같은 얼굴, 다른 여자. 내 얼굴이다. 내가 침대에 누워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가 내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
*떠나지 마. 제발. 나를 버리지 마. 나는 더 이상 혼자가 될 수 없어.*
나는 숨을 들이켜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접촉이 끊기자 이미지들이 사라졌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뛰고 있었다. 속이 메스꺼웠다. 그의 무의식에서 내 이름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엘레나가 아니라, 분명히 '라일라'라고.
에단이 손을 거두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혼란이 스쳤다. 마치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그가 말했다. 다시 낮의 에단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눈동자의 붉은 기운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발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졌다.
나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방금 본 것들을 정리하려 애썼다. 엘레나가 에단의 마나 중독을 일으킨 원인이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그의 마력을 파괴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그의 인격은 둘로 찢어졌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의 무의식 속에서 엘레나의 이미지와 내 이미지가 겹쳐지면서도 구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나를 엘레나의 대체품으로 원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라일라'로서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욕망은 너무나 깊고 절박해서, 낮의 인격까지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그를 구해야 했다.
그 생각이 내 마음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스스로 놀랐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나는 이 계약을 단순한 생존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에단은 마력 조율의 대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의 고통을 보았다. 그의 공포를 느꼈다. 그의 진심을 읽었다.
나는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
밤이 왔다.
마력 조율실의 벽난로에 불이 붙었다. 붉은 빛이 방 안을 채우며 그림자를 벽면에 일렁이게 했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가슴이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낮에 목격한 것들, 깨달은 것들, 그리고 결심한 것들이 내 안에서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에단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확실히 밤의 에단이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더 유연하고 포식자 같았으며, 눈동자는 완전히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평소의 당당한 집착과 욕망 너머로, 혼란과 취약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나?"
그의 목소리는 낮보다 한 톤 낮고 느렸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
그가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평소처럼 자신만만하지 않았다. 무언가 불안정하고 깨지기 쉬운 구석이 있었다. 그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손이 내 발목을 감싸 쥐었다. 장화를 벗기고, 천천히 발등을 쓰다듬었다.
손길이 타올랐다. 마력이 공명하며 내 몸 안에서 파문이 일었다.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 오늘은 저항하지 않기로 했다. 도망치지도, 밀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그를 구하겠다고 결심했다면,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의 손이 내 종아리를 타고 올라왔다. 드레스 자락을 밀어 올리며 맨살을 드러냈다. 손바닥이 허벅지 안쪽에 닿자 내 몸이 반사적으로 떨렸다. 그는 그 떨림을 느끼며 잠시 멈췄다.
"오늘은 저항하지 않는군."
"도망치는 것도 지쳤어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안에서 낮의 에단 특유의 냉철함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두 인격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니, 융합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진짜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손을 뻗어 그의 뺨에 닿았다.
접촉하는 순간, 마력의 파동이 두 사람 사이를 관통했다. 그의 무의식이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미지의 파편들이 아니라, 하나의 완전한 흐름이 나를 휩쓸었다.
*어린 에단이 어둠 속에 서 있다. 그는 여섯 살이다. 부모님이 마차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다. 아무도 그를 안아주지 않는다. 아무도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넌 이제 혼자야.' 누군가가 말한다. 그는 그 말을 평생 가슴에 묻는다.*
*그리고 열여덟 살의 에단이 엘레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가지 마. 제발.' 하지만 그녀는 웃으며 손을 뿌리친다. 그녀의 손에서 마법의 칼날이 빛난다. '넌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에단.' 칼날이 그의 가슴을 찌른다. 마력이 파괴되며 마나가 혈관 속에서 결정화된다. 육체의 고통보다 더 큰 것은 버려졌다는 사실이다. 또 다시.*
*그리고 마지막 이미지. 지금 이 순간이다. 내가 그의 뺨에 손을 대고 있다. 그는 생각한다. 이 여자마저 떠나면, 나는 이번에는 정말 끝이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우는 건지, 그가 우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우리의 마력이 완전히 얽혀 감각이 뒤섞이고 있었다.
"라일라."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분명히 그가 불렀다. 밤의 에단도, 낮의 에단도 아닌, 그냥 에단이. 그의 두 인격이 처음으로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가 나를 침대 위로 밀어 올렸다. 그의 몸이 내 위에 포개졌다. 유니폼 단추가 풀리고 천이 벗겨졌다. 그의 맨살이 내 맨살에 닿았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고, 배와 배가 밀착되었다. 그의 피부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마나 중독이 진행될수록 체온이 올라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열기가 더 절박하게 느껴졌다.
그의 입술이 내 목에 닿았다. 키스는 거칠었지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쏟아내려는 듯한, 필사적인 입맞춤이었다. 그의 혀가 쇄골을 따라 내려오며 피부를 핥았다. 치아가 살짝 살을 물었다. 통증과 쾌락이 동시에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당신은……."
그가 중얼거렸다. 손이 내 브래지어를 벗겨내고 가슴을 드러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유두를 스치자 나는 신음을 삼켰다. 손가락이 젖꼭지 주변을 원을 그리며 애무했다. 유두가 단단하게 경직되며 그의 손길에 반응했다.
"당신은 떠나지 않을 거라고……."
그의 입이 내 가슴으로 내려왔다. 뜨거운 혀가 유두를 핥았다. 전기가 통하는 듯한 감각이 가슴에서 복부로, 그리고 다리 사이로 번져 내려갔다. 내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의 혀가 유두를 빨고, 이빨이 살짝 깨물었다. 쾌락이 너무 강해서 허리가 들썩였다.
"말해줘……."
그가 간청했다.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붉은 빛과 푸른 빛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두 인격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똑같은 절망과 똑같은 갈망으로.
"가지 않겠다고……."
"가지 않아요."
내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다시 말했다.
"나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에단."
그 순간,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경계가, 낮과 밤을 가르던 벽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마력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숨을 들이쉬었다. 마치 처음으로 숨을 쉬는 사람처럼, 떨리고 불안정한 호흡이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키스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키스였다. 거칠고 집착적인 밤의 에단도, 차갑고 절제된 낮의 에단도 아닌, 그저 진심으로 나를 원하는 한 남자의 입맞춤이었다. 그의 혀가 내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받아들였다. 우리의 혀가 서로 얽히고, 숨결이 섞이고, 마력이 공명했다.
그의 손이 내 허벅지를 벌렸다. 팬티가 찢기듯 벗겨졌다. 그의 손가락이 내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음부는 이미 젖어 있었다. 애액이 허벅지 안쪽으로 흘러내릴 정도였다. 그의 손가락이 음순을 벌리고 음핵을 찾았다.
"아……!"
손가락 끝이 음핵을 스치자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천천히, 집요하게 그 작은 돌기를 애무했다. 원을 그리며, 때로는 가볍게 누르며. 쾌락의 파도가 하복부에서 일어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질 안쪽이 경련하며 더 많은 애액을 분비했다.
"이미 이렇게 젖었어."
그가 속삭였다. 그 말투는 밤의 에단의 관능을 담고 있었지만, 동시에 낮의 에단의 경이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처음으로 여자의 몸을 탐험하는 것처럼, 그는 집중해서 내 반응을 관찰했다.
손가락이 질 입구로 내려왔다. 한 마디, 두 마디가 천천히 밀려 들어왔다. 내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단단히 조였다. 그가 손가락을 구부리자 내부의 민감한 지점이 자극되었다.
"거기……."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리듬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삽입과 후퇴를 반복하며 질 내부를 자극했다.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려 손바닥을 적셨다. 젖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에단……."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가 손가락을 빼내고 내 위에 올라탔다. 그의 바지가 벗겨지고, 발기한 성기가 드러났다. 귀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표면의 정맥이 도드라져 보였다. 크고 단단한 그것을 보자 질 안쪽이 다시 한 번 경련했다.
그가 내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성기의 끝이 질 입구에 닿았다. 뜨거웠다. 그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귀두가 질구를 통과하며 내벽을 벌렸다. 압박감과 쾌락이 뒤섞여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내 질벽이 그의 성기를 감싸며 빨아들였다. 한 마디, 두 마디, 그리고 전체가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자궁 입구까지 밀어붙이는 단단한 귀두가 내 가장 깊은 곳을 압박했다. 가득 찬 느낌이 하복부에서 파열되는 듯했다.
"으……!"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가 잠시 멈춰 내가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그의 이마가 내 이마에 닿았다. 숨결이 얼굴을 스쳤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붉은 빛과 푸른 빛이 더 이상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보랏빛으로 융합되어 가고 있었다.
"움직여도 돼……."
내가 속삭이자 그가 허리를 빼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첫 번째 삽입보다 더 깊게 들어왔다. 질 깊숙한 곳까지 그의 성기가 닿았다. 그는 천천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삽입과 후퇴가 반복될 때마다 쾌락의 파동이 내 몸을 관통했다. 그의 성기가 질벽을 마찰하며 내부의 민감한 지점들을 자극했다. 애액이 넘쳐나며 접합부에서 젖은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렸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내 신음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
"라일라……."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허리의 속도를 높였다. 더 깊게, 더 빠르게. 그의 골반이 내 골반에 부딪칠 때마다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땀이 섞인 그의 체취가 내 후각을 자극했다. 근육질의 가슴이 내 가슴을 압박하며 유두를 자극했다.
"라일라, 라일라, 라일라……."
마치 주문처럼 내 이름을 반복했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붙잡았다.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의 펌핑이 더욱 격렬해졌다. 성기가 질 속을 빠르게 왕복하며 내벽을 마찰했다. 쾌락이 임계점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무의식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이, 순수하고 원초적인 형태로 나에게 흘러들어 왔다.
*그녀가 내 안에 있다. 그녀의 체온, 그녀의 숨결, 그녀의 마력. 모든 것이 나를 감싼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마침내, 처음으로.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 이 여자가 나의 전부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녀만 있다면. 라일라만 내 곁에 있다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감정인지 내 감정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가 내 눈물을 입술로 닦았다. 그의 허리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절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목에서 손을 풀어 아래로 내렸다. 손바닥이 그의 단단한 복근을 스치고, 우리 몸이 결합된 접합부로 향했다. 젖은 음모 사이로 그의 성기가 질 속을 빠르게 드나들고 있었다. 내 손가락이 내 음핵을 찾았다. 그의 리듬에 맞춰 나 자신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커졌다.
"라일라……."
그가 숨 막히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손가락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손으로 그의 엉덩이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더 깊게……."
내가 명령했다. 그의 눈에 이글거리는 욕망과 놀라움이 뒤섞였다. 그가 내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각도를 바꿨다. 다음 순간, 그의 성기가 자궁 입구를 직접 찔렀다.
"아앗!"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쾌락이 너무 강렬해서 시야가 번쩍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며 내 안에서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함께 가자……."
그가 숨결 속에 중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를 그의 허리에 더욱 단단히 감았다. 더 깊은 결합을 위해. 그의 성기가 질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 자궁 입구가 그의 귀두를 빨아들이듯 조였다.
"지금, 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르가즘이 터졌다. 질벽이 격렬하게 경련하며 그의 성기를 압박했다. 쾌락의 폭풍이 내 몸 전체를 휩쓸었다. 손끝과 발끝까지 전율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마력 회로가 과부하를 일으키며 폭발했다. 방 안의 촛불이 일제히 파열되고, 벽난로의 불길이 푸른색으로 변하며 천장까지 치솟았다. 시야가 하얗게 물들고, 환영과 현실이 뒤섞였다. 어둠 속에서 엘레나가 웃고 있었고, 에단이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내 몸은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하는 듯한 초현실적 감각에 휩싸였다.
"라일라!"
그가 내 이름을 외치며 마지막으로 깊게 찔러 넣었다. 그의 성기가 질 속에서 맥동하며 정액을 분출했다. 뜨거운 액체가 자궁 입구를 직접 타격하며 질 내부로 퍼져나갔다. 정액이 분출될 때마다 그의 성기가 경련했고, 그 경련이 내 질벽을 자극하며 오르가즘을 연장시켰다. 그의 사정감이 내 마력과 공명하며 또 한 번의 격렬한 파동을 일으켰다.
한참 동안 우리는 그렇게 연결된 채 떨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내 목덜미에 파묻혔다. 뜨거운 숨결이 땀에 젖은 내 피부에 닿았다. 그의 성기가 조금씩 수축하며 질 안에서 빠져나갔다. 정액이 흘러내려 허벅지 안쪽을 적셨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는 이제 완전히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붉은 빛과 푸른 빛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녹아든 색이었다.
"미안하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의 에단처럼 차분했지만, 그 안에 밤의 에단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든 것에. 내가 당신에게 한 모든 것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마력이 더 이상 폭주하지 않았다. 그의 마나 중독과 내 마력이 완전히 조율되어 안정된 상태로 접촉하고 있었다.
"사과하지 마요.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알게 됐어요. 그리고 여전히 여기 있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기사단장의 눈물은 무겁고 조용했다. 흘러내리지도 않고, 다만 그의 보랏빛 눈동자를 더욱 깊게 만들 뿐이었다.
"나는……."
그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문이 급하게 두드려졌다.
우리 둘 다 굳어졌다. 이런 시간에 마력 조율실을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하인들도, 기사들도 이 방 근처에는 접근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라일라! 라일라, 안에 있소?"
마커스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느긋한 말투가 아니라, 숨이 차고 다급한 목소리. 나는 급히 침대 시트로 몸을 가렸다. 에단이 침대에서 일어나 바지를 집어 들었다. 그의 얼굴에서 방금 전의 취약함은 사라지고, 기사단장의 경계심이 올라왔다.
"무슨 일이야, 마커스?"
내가 물었다. 목소리는 아직 떨리고 있었다.
"문 열어줘. 지금 당장. 알아낸 게 있어."
마커스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나는 에단을 돌아보았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드레스를 급히 걸치고 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 마커스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혈색이 사라지고 창백했다. 손에는 낡은 책 한 권과 여러 장의 양피지를 쥐고 있었다. 연구실에서 급히 뛰쳐나온 듯,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로브는 구겨져 있었다.
"무슨 일이야?"
마커스가 내 어깨 너머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에단이 침대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놀라움이나 분노는 없었다. 단지 깊은 우려와 두려움만이 그의 눈에 담겨 있었다.
"에단의 마나 중독과 이중인격의 진짜 원인을 알아냈어."
그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손에 든 양피지가 바스락거렸다.
"그리고 이건…… 당신에게도 치명적인 비밀이야, 라일라."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벽난로의 불길이 일렁이며 그림자를 뒤틀었다. 나는 마커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것은 공포였다. 천재 학자인 그가 진심으로 두려워할 만한 무언가.
"말해."
내 목소리는 이미 단단해져 있었다.
마커스가 입을 열었다.
"엘레나는 죽지 않았어. 그녀가 돌아왔어. 그리고 그녀가 이 저택 안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