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을 떴다.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타오르고 있었다.
하나는 낮의 에단. 푸른 눈동자에 서늘한 분노를 담고 이사벨라를 응시하는 기사단장. 오른손은 이미 검은 강철 장검을 뽑아 쥐었고, 왼손에서는 내게서 빼앗긴 마력의 잔향이 푸르스름한 빛줄기로 흩날렸다.
다른 하나는 밤의 에단. 붉게 물든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나를 향해 몸을 던지며 포효하는 맹수.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마나가 대리석 바닥을 갈랐고, 그 충격파만으로도 내 가슴에 달려 있던 브로치가 산산조각났다.
"라일라!"
두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하나는 명령조, 다른 하나는 절규. 같은 성대에서 나왔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른 음색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사벨라는 브로치가 파괴되자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내 마력을 담고 있던 마법진이 역류하며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이, 이럴 수는……! 세라핀! 지금이야!"
마력 조율실 사방의 벽에서 낯선 룬 문자가 새겨진 결계가 솟아올랐다. 은빛 반구형 막이 나와 에단을 완전히 뒤덮었다. 세라핀이 기둥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두 손으로 신성력이 빛나는 사슬을 휘둘렀다.
"신성 결계." 세라핀의 목소리는 종교 재판관처럼 평온했다. "마력에 오염된 모든 것을 정화하는 최후의 심판입니다. 기사단장님, 이제야 당신을 더러운 마녀에게서 해방시킬 수 있겠군요."
"세라핀…… 네가." 낮의 에단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검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결계의 빛이 그에게 닿을 때마다 푸른 마나가 검은 연기로 변해 증발했다. 마나 중독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밤의 에단은 달랐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로 달려들어 상체를 일으켜 안았다. 그의 손길이 내 뺨에 닿는 순간, 전신의 마력이 그의 마나와 공명하며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아……!"
숨이 막혔다. 단순한 마력 공명이 아니었다. 그의 손바닥이 닿은 뺨에서부터 전류 같은 쾌락이 척추를 타고 내려가 내 허벅지 안쪽을 적셨다. 동시에 결계의 은빛이 내 발끝을 스치자 마력 회로가 불타는 고통이 엄습했다. 쾌락과 고통이 내 안에서 뒤엉켜, 나도 모르게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움직이지 마." 밤의 에단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귓바퀴를 타고 파고들었다. 붉은 눈동자는 분노로 타올랐지만, 그 분노의 밑바닥에는 나를 향한 굶주림이 도사리고 있었다. "당신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 쥐었다. 마치 내가 도망칠까 봐 붙잡는 듯한 강한 힘. 그 손길에 내 안의 마력이 다시 한 번 요동쳤다. 아랫배가 뜨겁게 수축하며 팬티가 젖어드는 감각. 나는 그의 팔에 기대어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결계, 신성력으로 마력을 정화하는 게 아니라…… 마력 자체를 불태워 없애는 거야. 에단, 당신도 마나 중독 때문에……"
"알고 있습니다, 마법사님." 낮의 에단이 뒤돌아서며 말을 끊었다. 푸른 눈동자가 나와 밤의 자신을 번갈아 응시했다. 그 눈빛에 더 이상 혼란은 없었다. 단지 결의만이 차갑게 빛났다. "그러므로 저는 여기서 시간을 벌겠습니다. 세라핀, 네 죄목은 제국 기사단장 살해 미수다."
"기사단장님!" 세라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갈라졌다. "저는 당신을 구원하려는 겁니다! 이 마녀가 당신을 타락시키기 전에……!"
"이미 늦었어, 세라핀."
밤의 에단이 나를 안은 채로 일어섰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잔혹하고도 관능적이었다. "나는 이미 이 여자에게 완전히 타락했으니까. 오히려 그 타락이 나를 구원했고."
결계가 점점 좁아졌다. 은빛 장막이 내 발끝에 닿자, 거기서부터 마력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살아있는 채로 마력 회로가 지져지는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밤의 에단의 품에 안겨 있는 쪽에서는 그의 마나가 끊임없이 나를 감싸며 쾌락의 파문을 일으켰다. 결계가 내 살을 태울 때마다, 그의 마나가 그 자리를 핥으며 달래는 듯했다.
"에, 에단……!"
내 신음에 두 에단이 동시에 움직였다. 낮의 에단은 검을 들어 결계의 중심부를 향해 내리쳤고, 밤의 에단은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자신의 마나로 나를 감쌌다. 검은 마나와 은빛 결계가 충돌하며 굉음이 울렸다.
"소용없습니다." 이사벨라가 결계 너머에서 비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내 마력의 일부가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결계는 순결한 마력일수록 더 강하게 반응하지. 라일라 이스테반, 네가 순결 마법사인 게 오히려 독이 된 거야."
순결 마법사.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타인의 욕망에 오염되지 않은 마력 회로, 바로 그것이 내 생존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순결함이 오히려 나를 죽이고 있었다.
"웃기군."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나조차 낯설었다. 나는 밤의 에단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결계의 열기에 타들어 가고 있었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나는 웃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마력이 폭발 직전의 압력으로 혈관을 타고 흘렀다.
"순결 마력? 그런 게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눈이 커졌다. "무슨……"
나는 돌아서서 밤의 에단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노와 집착, 그리고…… 내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또 다른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아마도 희망이었을 것이다.
"에단. 당신은 나를 원한다고 말했지."
"그래."
"당신의 낮과 밤, 모든 기억과 감정을. 내게 줘."
밤의 에단의 눈이 커졌다. 붉은 홍채 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말하는 겁니까, 라일라."
"알아."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뺨에 닿았다. 접촉과 동시에 그의 마나가 폭풍처럼 내 마력 회로로 밀려들어왔다. 극심한 쾌락과 고통이 동시에 나를 관통했다. 질 안쪽이 경련하듯 조여들었고, 유두가 천을 뚫을 듯이 솟아올랐다. 눈앞이 하얗게 질끈 감겼다가, 다시 열렸을 때 나는 보고 있었다.
그의 모든 기억을. 그의 모든 상처를. 그의 모든 사랑을.
가장 먼저, 스물셋의 에단이 엘레나 앞에서 무릎 꿇고 청혼하는 장면이 튀어나왔다. 그의 손에 들린 반지는 은빛이 아니라 핏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그의 마나를 훔쳐 달아나던 밤, 에단은 무릎 꿇은 채로 웃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가 산산조각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밤, 그는 마음을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모든 감정을 억압한 완벽한 기사, 다른 하나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밤의 그림자.
그 파편들이 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일곱 살의 차가운 수도원 돌바닥, 열네 살의 피범벅이 된 손아귀, 서른의 마나 중독으로 죽어가던 순간.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끝에, 내가 서 있었다. 계약서를 든 마법사, 바로 나였다.
"라일라……"
밤의 에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붉은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에게만은…… 이런 추한 기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추하다고?"
나는 그의 뺨을 감싼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내 손바닥에서 푸른 마력이 뿜어져 나와 그의 검은 마나와 뒤엉켰다. "나는 이 모든 게 당신이라고 생각해. 아픈 기억도, 추한 욕망도, 감춰둔 집착도…… 전부."
결계가 더욱 좁아지고 있었다. 은빛 장막이 우리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세라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제 끝입니다, 마녀. 순결 마력이 완전히 불타 버리면, 당신은……"
"순결 마력 따위."
내가 말을 끊었다. 나는 밤의 에단에게서 손을 떼고, 돌아서서 낮의 에단을 바라보았다. 푸른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더 이상 냉랭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내가 본 적 없는 감정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마법사님." 낮의 에단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 나는 그에게로 걸어갔다. 결계의 빛이 내 살갗에 닿을 때마다 마력이 불꽃처럼 타올랐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은 지금 겁먹고 있어. 내가 당신의 모든 것을 보고도 떠나지 않을까 봐."
낮의 에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건."
"바보."
나는 그의 앞에 서서, 검을 쥔 손 위에 내 손을 포갰다. 차가운 강철의 감촉과, 그 아래 있는 그의 떨림이 동시에 전해져 왔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떠날 기회를 놓쳤어. 당신이 '계약자'라고 부를 때마다, 당신의 붉은 눈이 나를 바라볼 때마다, 당신의 손길이 내 마력과 공명할 때마다…… 나는 점점 더 여기서 멀어질 수 없게 되었어."
"라일라……"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처음이었다. 낮의 에단이 내 이름을 부른 것은. '마법사님'도, '계약자'도 아닌, 오직 나의 이름만을.
나는 미소 지었다. "순결 마력은 포기할게. 대신 당신의 모든 것을 내게 줘. 낮의 에단, 밤의 에단…… 당신의 모든 기억과 감정, 상처와 욕망까지. 전부 내 마력과 공명시켜."
그 말과 함께, 나는 내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순결 마력의 봉인을 풀었다.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은 파괴의 폭발이 아니었다. 내 온몸에서 푸른 마력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고, 결계의 은빛 장막을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동시에 에단의 두 인격에게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나를 향해 쏟아졌다.
낮의 푸른 눈과 밤의 붉은 눈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두 눈동자가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환영을 보았다.
"에단……"
내가 손을 뻗자,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오른손은 낮의 에단이, 왼손은 밤의 에단이. 두 손이 동시에 내 손가락을 깍지 꼈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낮과 밤은 없다는 것을.
결계가 무너졌다.
아니, 결계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더 이상 나와 에단을 해치지 못했다. 내 푸른 마력과 그의 검은 마나가 결계의 은빛을 완전히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이사벨라와 세라핀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 그의 모든 상처와 욕망을 내 안에 품기로 결심한, 바로 그 사람.
"라일라."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둘이 아니었다. 낮의 차가움과 밤의 관능이 하나로 녹아든, 오직 나만을 부르는 목소리. 그의 눈동자는 푸른빛 속에 붉은 금이 가늘게 박힌 색이었다. 마치 황혼의 하늘처럼.
그가 나를 끌어당겼다. 우리는 마력 조율실의 침대 위로 함께 쓰러졌다. 결계는 여전히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다.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두려워?"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귓바퀴를 타고 스며들었다. 그의 손이 내 옷깃을 풀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확신으로. "내 모든 것을 본 지금, 당신은……"
"두렵지 않아."
나는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포갰다. 처음이었다. 내가 먼저 그에게 키스한 것은.
입술이 닿는 순간, 내 마력이 그의 마나와 완전히 융합되는 감각이 전신을 관통했다. 너무나 강렬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그의 혀가 내 입술을 밀고 들어와 내 혀를 찾았다. 거칠고도 부드러운 감촉. 그의 혀가 내 입천장을 쓸 때마다 짜릿한 마력의 스파크가 혀끝에서 터져 나왔다. 그 스파크가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가슴을 지나 아랫배에 닿을 때마다, 질 입구가 씰룩거리며 애액을 흘렸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타고 내려와 가슴 위에 멈췄다.
"아……!"
내 신음이 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손가락이 내 유두를 찾아 부드럽게 굴렸다. 천천히, 마치 처음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하지만 그 움직임에는 더 이상 밤의 에단만의 집착도, 낮의 에단만의 억압도 없었다. 오직 나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손길뿐이었다.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살짝 비틀자, 그 작은 돌기가 더욱 단단하게 뭉쳤다.
"당신의 모든 것을……" 그가 내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핏줄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쇄골에 닿자 이빨을 살짝 세웠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마력의 파동이 그 자리에서 터져 나왔다. "내게 줘, 라일라."
"이미…… 다 줬어."
내 대답에 그가 낮게 웃었다. 그의 손이 내 치마를 무릎 위로 밀어 올렸다. 찬 공기가 허벅지 안쪽의 뜨거운 살갗에 닿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하지만 그의 손이 내 허벅지를 부드럽게 벌리며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직이야." 그의 손가락이 내 팬티 위로 미끄러졌다. 천 너머로도 그의 체온이 뜨겁게 전해져 왔다. 손가락이 천 위를 가볍게 누르자 이미 젖어 있던 부분이 더욱 축축하게 번졌다. "아직 당신의 전부를 받지 못했어. 당신의 쾌락, 당신의 절정, 당신의…… 사랑까지."
"에단……"
"말해줘." 그의 손가락이 내 팬티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왔다. 젖어 있는 내 질 입구에 그의 손가락 끝이 닿았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지문이 질 입구의 주름을 하나하나 더듬으며 지나가는 감각이 너무나 선명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사랑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천천히, 하지만 깊게. 내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조여들자, 그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더…… 더 말해줘."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왔다가, 살짝 빠져나왔다가, 다시 더 깊게. 내 애액이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질벽 안쪽의 작은 주름들을 그의 손가락 끝이 긁을 때마다, 척추를 타고 오르는 전율에 허리가 들썩였다. "당신이 나를 원한다고."
"원해…… 원해, 에단……"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손가락이 내 안에서 곡선을 그리며 움직일 때마다, 내 마력이 그의 마나와 공명하며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결계 안이 우리의 빛으로 가득 찼다. 푸른빛과 검붉은 빛이 뒤섞여 보라색 오로라를 만들었다.
"나도야."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대신 더 뜨겁고 단단한 것이 내 질 입구에 닿았다. 귀두의 뜨거운 온도가 젖은 입구를 살짝 누르며 미끄러졌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 낮에도, 밤에도…… 내 존재의 모든 순간에."
그리고 그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아아아……!"
내 입에서 터져 나온 신음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그의 성기가 내 질벽을 가득 채우며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 귀두가 질구를 통과해 안쪽으로 밀려들어오는 순간, 질벽 전체가 그를 감싸며 빨아들였다. 너무 커서, 너무 뜨거워서, 너무나 완벽하게 나를 채워서 눈물이 났다. 성기 표면의 핏줄 하나하나가 질벽 안쪽을 쓸며 지나가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성적 쾌락이 아니었다. 그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보았다. 그의 모든 기억과 감정이, 마치 거대한 강물처럼 내게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일곱 살의 눈물. 열네 살의 피와 땀. 스물셋의 배신과 분노. 그리고 서른의…… 한 마법사를 향한 사랑.
"울지 마." 그가 내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엉덩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그의 성기가 밀려 나갔다가, 다시 깊게 들어왔다. 빠질 때는 질벽이 아쉬운 듯 그를 붙잡았고, 들어올 때는 귀두가 질벽 깊숙한 곳을 밀어내며 자리를 잡았다. "당신이 우는 건……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야."
"이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쁨의 눈물이야…… 에단, 당신의 모든 게…… 내 안에 들어오고 있어……"
그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내 다리를 그의 어깨 위로 올리자, 그의 성기가 더 깊게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직접 찌를 때마다 아랫배 깊은 곳에서 뜨거운 파열음이 울렸다. 내 질벽이 그를 더욱 세게 조여들었다. 애액이 그의 성기와 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려 시트를 적셨다. 살과 살이 부딪칠 때마다 젖은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더…… 더 깊게……" 내가 애원했다. "당신의 모든 것을…… 내 안에……"
"받아들여."
그가 나를 더욱 세게 밀어붙였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 우리의 숨소리,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그의 성기가 내 자궁 입구를 찌를 때마다, 전신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쾌락이 퍼져나갔다. 내 질벽이 그의 성기를 더욱 세게 조여들 때마다, 그의 귀두가 내 안쪽을 긁으며 지나갈 때마다, 내 안에서는 뜨거운 수축이 반복되었다. 마치 내 몸이 그를 더 깊이, 더 완전히 삼키려는 듯이. 그의 성기 뿌리가 내 음핵을 스칠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번쩍였다.
내 마력이 그의 마나와 완전히 융합되며, 우리 주변의 결계가 요동쳤다. 푸른빛과 검붉은 빛이 뒤섞여,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우리를 감쌌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의 두 인격이 마침내 하나로 합쳐지는 환영을.
낮의 푸른 눈과 밤의 붉은 눈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두 눈동자가 맞닿는 순간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서 있었다. 푸른 눈동자 속에 붉은 금이 박힌, 온전한 한 사람의 남자가.
"라일라……"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것은 더 이상 낮의 에단도, 밤의 에단도 아니었다. 오직 나를 사랑하는 에단 하트포드의 목소리였다.
"이제…… 나는……"
"알아." 나는 그의 목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그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와 내 혀와 뒤엉켰다. 그의 혀에서 나는 옅은 피비린내와 단맛이 뒤섞인 독특한 맛이 느껴졌다. 그의 허리가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당신은…… 이제…… 온전한…… 나만의 에단이야……"
"그래……"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내 뺨 위로 떨어졌다. "나는…… 이제…… 당신만의……"
"사랑해…… 에단…… 사랑해……"
절정이 우리를 동시에 덮쳤다.
"아아아아아!"
내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하며 그의 성기를 더욱 세게 조여들었다. 마치 굶주린 입처럼, 내 안이 그를 집어삼키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동시에 그가 내 안에서 사정했다. 뜨거운 정액이 내 자궁 깊숙이 쏟아져 들어왔다. 처음엔 한 줄기로, 이내 여러 줄기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액체가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끈적하고 진득한 그것이 자궁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뜨거움과 함께, 그의 모든 마나가 내 마력과 완전히 융합되었다.
터져 나왔다. 빛이. 우리의 몸에서, 우리의 마력 회로에서, 우리의 영혼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섬광이 결계를 산산조각냈다. 은빛 파편이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그의 품에 안겨 떨고 있었다. 그의 정액이 아직도 내 안에서 따뜻하게 고여 있었고, 내 질벽은 간헐적으로 수축하며 그 온기를 끝까지 삼키려 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마력 폭주는 없다는 것을. 더 이상 순결 마력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의 사랑이, 그의 존재 자체가, 나의 새로운 마력 안정 장치가 되었다는 것을.
"이제…… 진짜 계약을 시작해볼까요, 나의 마법사님?"
통합된 에단이 내 귀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어둠도, 억압도 없었다. 오직 나를 향한 사랑과, 정중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명령조가 담겨 있었다. 낮의 절제와 밤의 관능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어조였다.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웃었다. 눈물과 땀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채,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계약서는…… 제가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기사님."
"그래요?"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럼 이번에는…… 어떤 조항을 넣을 생각이죠?"
"음……" 나는 그의 푸른 눈동자 속 붉은 금을 올려다보았다. "제1조. 갑은 을을 낮에도 밤에도 사랑할 것. 제2조. 을은 갑에게서 절대 도망치지 않을 것. 제3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내 입술을 다시 덮었다. 길고도 깊은 키스가 끝났을 때, 그가 속삭였다.
"제3조. 이 계약은…… 영원히 갱신된다."
결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새벽의 첫 햇살이 마력 조율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밖에서는 이사벨라와 세라핀이 제국 의회 헌병대에 체포되는 소리가 들렸다. 마커스가 안도의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발소리도.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도, 오직 그의 심장 박동만을 들었다.
평생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고요하고도 강한 박동을.
계약서엔 없던 온도까지 다 적어드릴게요, 천천히요.
그리고 이제, 그 온도는 더 이상 계약서 밖의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