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내 손을 뿌리친 라일라의 손끝에서 푸른 마력이 번쩍였다. 그 빛은 내 손가락에 남은 그녀의 체온보다 차가웠다.

"죄송합니다, 라일라 님."

입에서 튀어나온 건 형식적인 사과였다. 하지만 그 말을 뱉는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방금 전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을 때 느껴진 마력의 진동이 아직 손바닥 안에서 은은하게 울리고 있었다. 내 안의 마나 중독과 공명하는 그 떨림은 통증이 아니었다. 오히려 타는 듯한 갈증을 잠시 잊게 하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그 사실이 더 끔찍했다.

라일라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 시선 속에는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기사님. 방금 전……."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마력 조율의 부작용일 뿐입니다."

나는 재빨리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이미 차가운 금속성으로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라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 눈동자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아니에요. 기사님의 눈이…… 방금 전, 분명히 달라졌었어요."

그 말에 숨이 멎는 듯했다. 손끝의 떨림이 손목을 타고 팔 전체로 번졌다. 그녀가 알아챈 것인가. 낮의 나와 밤의 나 사이에 존재하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될 벽. 그 벽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피곤하신 모양입니다. 휴식을 취하시죠."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등을 돌리는 그 순간까지도 라일라의 시선이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복도를 걸으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

나는 거의 뛰다시피 복도를 달렸다. 드레스 자락이 발목에 걸려 몇 번이나 휘청였지만,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손바닥에 남은 에단의 마력이 아직도 진동하고 있었다. 낮의 에단이 내 손을 붙잡았을 때,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스쳤다. 그건 분명히 밤에만 보였던 맹수의 눈빛이었다.

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책상과 의자를 끌어다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가구를 옮길 때마다 손끝의 마력이 번쩍이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숨이 가빴다. 가슴이 쥐어짜이듯 아팠다. 하지만 이런 육체적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내 안에서 자라나는 기대감이었다. 그가 올까. 오늘 밤도 그가 나를 찾아올까. 벽난로의 불씨가 꺼져 방 안은 차가웠다.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가 무릎을 끌어안았다. 드레스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에 손톱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어젯밤 그가 남긴 흔적이었다. 그 자국을 바라보자 어젯밤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의 손가락이 내 허벅지 안쪽을 쓸던 그 감촉. 질 안으로 밀려 들어오던 이물감.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력 회로를 타고 폭발하던 쾌락.

내 속옷이 다시 젖어들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이건 단지 마력 공명의 부작용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내 몸은 그의 손길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 똑. 똑.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고 차분한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소리에는 이미 확신이 담겨 있다는 것을. 문을 열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올 것이라는, 그런 조용한 위협.

"라일라 님."

낮의 에단과 똑같은 목소리. 하지만 더 낮고, 더 느리고, 더 위험한. 밤의 에단이었다.

"문을 열어주시죠. 계약서 제7조 3항을 기억하실 겁니다."

내 심장이 쿵쾅거렸다. 독소 조항. '을은 갑의 마력 조율을 위해 야간 일정 시간을 마력 조율실에서 보내야 하며, 이때 갑은 을의 요청이 없어도 필요한 접촉을 개시할 수 있다'. 그 문장이 뇌리에 박혔다.

"오늘은…… 오늘 밤은 혼자 있고 싶습니다."

내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무릎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마력이 손끝에서 더 강하게 빛났다. 이 방 안에 마력의 푸른 빛이 번지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쾅!

문이 안쪽으로 밀려들어왔다. 빗장이 박살나고, 책상과 의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 문설주에 기대어 선 밤의 에단의 실루엣이 복도의 촛불을 등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사냥감을 향해 다가가는 맹수처럼 조용하고 위협적이었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마나 중독이 진행될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나를 향한 욕망으로 타오르는 불씨 같았다.

"마력 조율실이 아닌 곳에서 숨으시다니. 계약 위반입니다, 라일라 님."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도망치는 사냥감을 추적하는 사냥꾼의 쾌감.

나는 재빨리 침대 반대편으로 몸을 던졌다.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나는 방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그의 손이 내 팔을 낚아챘다.

"놓으세요!"

나는 있는 힘껏 팔을 뿌리치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맨발이 차가운 석재 바닥을 박차며 달렸다. 뒤에서 그의 발걸음이 따라붙었다. 빠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느긋했다. 그는 내가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복도는 끝없이 이어졌다. 벽에 걸린 촛불들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흔들렸다. 그림자가 벽면에 어지럽게 춤췄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달렸다. 마력이 폭주할 것처럼 몸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손가락 끝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며 벽에 금이 갔다.

"도망칠수록 더 재미있어지는군요."

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왼쪽 복도로 꺾어 들어갔다. 이곳은 낡은 별관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벽에는 오래된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갑자기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찢어진 카펫 끝이었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릎이 바닥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통증이 번졌다. 일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이미 그의 손이 내 뒤에서 어깨를 짚었다.

"잡았다."

그의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뜨거웠다. 마나 중독자의 체온은 보통 사람보다 높았다. 하지만 그 열기는 단순히 질병 때문만은 아니었다. 욕망의 열기였다.

나는 몸을 뒤집으며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내 손바닥이 그의 셔츠에 닿는 순간, 마력이 폭발하듯 번쩍였다. 그는 잠시 비틀거렸다. 나는 그 틈을 타 다시 달리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환영이었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상처 자국이 있었다. 손바닥에서 팔목까지 길게 이어진 흉터. 그 흉터가 내 마력에 반응하며 붉게 빛났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나는 보았다. 어린 에단이 어둠 속에서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그리고 그때마다 스스로의 손목을 칼로 그었다. 밤의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칼날이 살갗을 가르는 순간, 핏방울이 튀고 어린 에단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처절하게.

환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 잔상이 내 망막에 남아 진동했다. 나는 숨을 멈추고 그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 흉터는 한 번이 아니었다. 수십 번, 수백 번. 그는 밤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내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그 흉터 위를 스쳤다. 차가운 살갗 아래 단단히 굳은 켈로이드. 이 모든 게 단지 자신을 향한 증오 때문이었다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동시에, 목구멍까지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었다. 분노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봤군요."

밤의 에단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압력이었다.

"이게 바로 나입니다, 라일라 님. 낮의 그가 나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이 상처가 증명하고 있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었다. 그건 증오가 아니었다. 공포였다. 낮의 에단은 밤의 자신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밤의 에단은 그런 낮의 자신을…….

"당신을 죽이려 한 건가요, 아니면 구원하려 한 건가요?"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밤의 에단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균열이 갔다. 완벽한 포식자의 가면 아래, 상처받은 존재의 민낯이 스쳤다.

"입이 가볍군요."

그가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나는 저항했지만, 그의 팔은 강철처럼 단단했다. 그는 나를 안은 채로 복도를 걸어갔다. 마력 조율실로 향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당신은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게 될 겁니다."

그의 입술이 내 관자놀이에 닿았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오늘 밤은 특히 더, 당신이 필요하군요."

---

마력 조율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는 마치 감옥의 철창이 내려앉는 소리 같았다.

벽난로의 불길이 방 안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벽에 걸린 구속구들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가죽으로 된 손목 보호대, 침대 기둥에 연결된 사슬, 그리고 은으로 된 목걸이. 모두 마력 억제 기능이 새겨진 도구들이었다.

밤의 에단은 나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아니, 던졌다. 나는 침대 매트리스에 부딪히며 신음을 흘렸다. 일어나려는 순간, 그의 손이 내 두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모았다. 차가운 가죽이 손목을 감싸는 감촉. 구속구였다.

"이건 좀 과하지 않나요, 기사님?"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목소리에 독기를 담으려 했지만, 떨림을 숨길 수 없었다. 이미 내 몸은 반응하고 있었다. 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부위에서 마력이 반응하며 전류 같은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과하다고요?"

그가 낮게 웃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드레스의 앞섶을 천천히 풀어내렸다.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그의 손가락 끝이 쇄골, 가슴골, 명치를 스쳤다. 그때마다 마력 회로가 그의 손가락 끝에 이끌려 피부 바로 아래에서 파르르 떨렸다.

"당신은 도망쳤어요, 라일라 님. 계약을 위반했어요. 그리고 그건……."

그가 내 드레스를 거칠게 찢어냈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방 안에 날카롭게 울렸다. 이제 내 상체에는 얇은 슈미즈만 남아 있었다. 젖꼭지가 천 위로 또렷이 드러날 정도로 얇은 천이었다.

"……처벌을 받아야 할 행동입니다."

그의 손이 내 슈미즈를 잡아 올렸다. 나는 몸을 비틀었지만, 손목이 묶인 탓에 움직일 수 없었다. 슈미즈가 머리 위로 벗겨지며 완전히 나체가 된 상체가 그 앞에 드러났다. 벽난로의 불빛이 내 피부 위에서 춤췄다.

그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 속에는 굶주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닿는 곳마다 내 피부가 화끈거렸다. 수치심과 흥분이 뒤엉켜 마력 회로가 폭주 직전의 밝기로 빛나고 있었다.

"아름답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이 내 왼쪽 젖가슴을 감싸쥐었다. 손바닥이 유두를 스치자,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바닥은 뜨거웠고, 마력이 그 접촉점에서 폭발하듯 번져나갔다. 유두가 단단하게 경직되며 그의 손바닥을 밀어냈다.

"이런 반응…… 마력 조율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유두를 빙글 돌렸다. 마력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흘러 내 젖가슴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감각은 마치 내 안에 그의 일부가 침투하는 것 같았다. 마력 회로가 그의 마력과 뒤엉키며 요동쳤다. 내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싫다면…… 말해도 됩니다."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다른 손이 내 치마를 허벅지까지 끌어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을 쓸었다. 어젯밤 그가 남긴 손톱자국 위를 더듬었다.

"하지만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압니다. 당신의 마력이 나를 원하고 있으니까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 마력은 이미 그의 마력과 공명하며 하나가 되려 하고 있었다. 마치 두 개의 강물이 합류하듯, 우리의 마력은 서로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을 절정을 향해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속옷 위로 올라왔다. 이미 젖어 있는 천이 그의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그가 낮게 웃었다.

"이렇게 젖어 있으면서."

그 말이 내 안의 무언가를 찔렀다. 굴욕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굴욕감이 오히려 쾌락을 증폭시켰다. 마력이 그 감정에 반응해 더 격렬하게 폭주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보지 마세요……."

내 목소리는 거의 울먹임에 가까웠다.

그가 내 속옷을 찢어냈다. 이제 나는 완전히 나체였다. 그의 시선이 내 다리 사이에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음모가 촉촉이 젖어 대음순에 달라붙어 있었고, 벌어진 대음순 사이로 음핵이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애액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려 침대 시트에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보지 말라고요? 오히려 보여주고 싶어지는데요."

그의 손가락이 대음순을 벌렸다. 차가운 공기가 질 입구에 닿자 나는 몸을 떨었다. 그의 검지가 질 입구를 빙글 돌았다. 애액이 손가락에 묻어 반짝였다. 그가 그 손가락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당신의 솔직한 반응입니다, 라일라 님."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다른 손이 내 턱을 잡아 고개를 고정시켰다.

"도망치지 마세요. 오늘 밤은 당신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빼앗을 겁니다."

그의 손가락이 질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쾌락과 고통의 경계가 무너지는 감각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길고 굵었다. 두 번째 마디까지 들어오자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압박했다. 마력 회로가 질 안에서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푸른 빛이 내 아랫배를 통해 번져나갔다.

"이미 이렇게 좁아져 있군요. 어젯밤에는 더 부드러웠는데."

그가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질벽이 그의 손가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애액이 손가락을 따라 흘러나와 그의 손등을 적셨다.

"아…… 하……."

내 입에서 신음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더 이상 말을 만들 수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질 안에서 방향을 틀어 질벽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거친 살결이 예민한 점막을 긁을 때마다 내 허리는 침대에서 들썩였다. 그때마다 환영이 스쳤다. 질벽이 그의 손가락에 쓸릴 때마다 어린 에단이 자신의 팔목을 긋는 장면이 겹쳐졌다. 칼날이 살을 가르는 고통과 지금 이 쾌락이 내 안에서 기괴하게 뒤엉켰다. 통증은 쾌락을 더 날카롭게 벼렸고, 쾌락은 그 통증을 집어삼켰다. 나는 신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그가 두 번째 손가락을 추가했다. 질 입구가 벌어지며 이물감이 강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충만감이 찾아왔다. 두 손가락이 질 안에서 벌어지며 질벽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 나는 신음하며 손목을 묶은 구속구를 잡아당겼다. 가죽이 손목을 조이며 따가운 통증을 주었지만, 그 통증조차 쾌락으로 변질되어 마력 회로에 흡수되었다.

"더……."

내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밤의 에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승리자의 미소였다.

"더 달라고요? 이렇게요?"

그의 손가락이 더 깊이 들어왔다. 세 번째 관절까지 완전히 삽입되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의 손가락 끝이 자궁 입구에 닿았다. 그 충격으로 전신에 격렬한 쾌감이 번졌다. 마치 번개가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여기가…… 좋은가 보군요."

그가 손가락 끝으로 자궁 입구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다리가 경련하듯 떨렸다. 애액이 그의 손을 완전히 적셨다.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며 격렬하게 수축했다.

"이제 진짜로 들어가겠습니다."

그가 손가락을 뺐다. 질 안이 텅 비어버린 감각에 나는 신음했다. 충만함을 빼앗긴 상실감이었다. 내 몸이 더 큰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의 성기를.

밤의 에단은 천천히 자신의 바지를 풀었다. 그의 성기가 드러났다. 완전히 발기한 성기는 붉고 단단해 보였다. 귀두가 귀두부에서 완전히 드러나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성기에서도 마력의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나 중독의 증상이었다. 하지만 그 오염된 마력은 오히려 내 마력을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고통스러울 만큼 단단해져 있었고, 그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도 나만큼이나 절박했다. 그 사실이 내 안의 무언가를 뒤흔들었다.

그가 내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성기가 내 질 입구에 닿았다. 뜨거운 열기가 음부를 덮쳤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받아들이세요, 라일라 님. 당신의 마력이 원하는 대로."

그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귀두가 질 입구를 밀어 넓혔다. 점막이 찢어질 듯한 압박감. 나는 신음하며 허리를 뒤로 뺐다. 하지만 그가 내 엉덩이를 붙잡아 고정시켰다.

"도망치지 마세요. 당신이 원한 게 이거잖아요."

그가 더 깊이 들어왔다. 성기의 절반이 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질벽이 그의 성기를 감싸며 격렬하게 수축했다. 마력 회로가 그의 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과 완전히 공명하기 시작했다. 푸른 빛과 붉은 빛이 뒤엉켜 방 안을 환하게 밝혔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낮은 신음이 그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내 안의 무언가를 더 세게 죄어왔다.

"전부…… 들어왔어요."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성기가 자궁 입구에 닿아 있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충만감이 너무 강했다. 마치 몸 안이 그로 가득 차 버린 것 같았다.

그가 천천히 허리를 빼기 시작했다. 성기가 질벽을 마찰하며 빠져나왔다. 그 마찰이 전기 충격 같은 쾌감을 만들어냈다. 귀두가 질 입구까지 빠져나오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들었다. 더 이상의 공허함을 견딜 수 없었다.

"조바심 내지 마세요. 이제 시작입니다."

그가 다시 밀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더 깊고, 더 빨랐다. 그의 성기가 질 안을 가득 채우며 자궁 입구를 압박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쾌락이 너무 강해 고통으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밀고, 빼고, 밀고, 빼고. 그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침대가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내 손목을 묶은 사슬이 덜컹거렸다. 그의 성기가 내 안을 파고들 때마다 마력이 폭발하듯 번져나갔다. 그때마다 환영 속 어린 에단의 절망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의 성기가 질벽을 긁을 때마다, 어둠 속에서 홀로 울부짖는 아이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 고통이 지금 나를 관통하는 쾌락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내 의식을 집어삼켰다. 나는 그의 고통을 내 쾌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 사실이 나를 더 깊은 절정으로 밀어 넣었다.

"아…… 아……! 하……!"

나는 더 이상 말을 만들 수 없었다. 신음만이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성기가 질벽의 예민한 부분을 문지를 때마다 전신이 경련했다.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싸 조였다. 내 몸이 그를 놓치지 않으려 움직이고 있었다.

방 안에는 젖은 살이 부딪히는 소리,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 그리고 내 신음소리만이 가득했다. 벽난로의 불빛이 우리의 뒤엉킨 그림자를 벽에 비추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괴물처럼 뒤틀린 실루엣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환영이 찾아왔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그의 마력과 내 마력이 공명할 때마다, 나는 보았다. 밤의 에단의 내면을.

그는 나를 구속하고 있었다. 손목에 채워진 구속구. 사슬. 침대. 그는 지금 나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환영 속에서 나는 보았다. 구속당하고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바로 그 자신도 구속당하고 있었다.

낮의 에단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세상의 기대라는 사슬에.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 했던 또 다른 자신이라는 형벌에.

그는 지금, 나를 구속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불안을 감추고 있었다. 나를 통제할수록, 그는 더 깊은 곳에서 나에게 통제당하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 역설이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에단……."

내 입에서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기사님이 아니라, 밤의 에단도 아닌, 그저 에단.

그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그의 붉은 눈이 나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 속에 혼란이 스쳤다. 그는 지금껏 내가 이런 식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나는 항상 그를 '기사님'이라 불렀다.

"당신은…… 구속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의 성기가 아직 내 안에 박혀 있었다. 그 충만감 속에서도, 나는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구속당하고 싶은 거예요. 누군가에게 완전히 사로잡혀서, 더 이상 도망칠 필요 없이……."

"닥쳐요."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금까지의 여유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나를 내리누르며 더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내 말을 지워버리려는 듯이.

"닥치라고요!"

그의 성기가 거칠게 질 안을 파고들었다. 나는 신음하며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쾌락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의 움직임이 불규칙해지고 있었다. 절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보았다. 그의 얼굴 위로 스치는 그림자를. 그건 분노도, 욕망도 아니었다. 공포였다. 자신의 내면이 들통났다는 공포. 그리고 동시에, 안도감이었다. 마침내 누군가가 자신의 진실을 봐주었다는 안도감.

"함께……."

내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의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심이었다.

"함께 가요……."

그 순간, 그가 내 안에서 절정에 도달했다. 뜨거운 정액이 질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의 성기가 격렬하게 수축하며 사정을 반복했다. 나도 동시에 절정에 도달했다.

마력이 폭발했다.

푸른 빛과 붉은 빛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내 질벽이 그의 성기를 격렬하게 압박하며 정액을 빨아들였다. 자궁 입구가 열리며 그의 마력을 직접 흡수했다. 마치 두 개의 마력 회로가 완전히 연결된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쾌락이 너무 강해 몸이 산산조각날 것 같았다. 눈앞이 하얘졌다. 손가락 끝, 발가락 끝까지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그리고 그 절정의 정점에서, 마지막 환영이 나를 덮쳤다. 더 이상 단편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선명하고, 구체적이며,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에단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방이었다. 그는 그 방에서 나가는 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문은 없었다. 대신 벽에는 수많은 거울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서 수백 명의 자신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거울들 속의 모습은 모두 달랐다. 어떤 거울 속의 그는 낮의 에단처럼 굳은 표정이었고, 어떤 거울 속의 그는 밤의 에단처럼 포악했다. 또 다른 거울 속의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또 다른 거울 속의 그는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수백 개의 조각난 자아들.

'나는 누구인가.'

거울 속의 그들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모두 다른 목소리로, 다른 억양으로, 같은 말을 했다.

'나는 누구인가. 누가 나를 완성시켜 줄 것인가.'

그리고 그 방의 한쪽 구석에, 작은 틈새가 있었다. 그 틈새 너머로 푸른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의 마력의 빛이었다. 그런데 그 틈새를 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낮의 에단 자신이었다. 그는 틈새 앞에 버티고 서서 밤의 에단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일부를 감옥에 가두는 간수처럼. 그리고 그 낮의 에단의 손목에도, 똑같은 흉터가 있었다. 그는 밤의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마저도 죽이려 했던 것이다.

환영이 사라졌다.

나는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의 피부는 뜨거웠다. 그는 여전히 내 안에 있었다. 그의 성기가 아직도 질 안에 박혀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지배와 복종의 관계는 아니었다.

"에단."

내가 조용히 불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의 모든 조각들까지도, 나는……."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포개졌다. 그의 손바닥에는 오래된 흉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스스로를 죽이려 했던 흔적.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지금, 이 남자에게서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도망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계약서에는 없었던 온도가, 우리 사이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때, 에단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 붉은 눈 속에서 무언가가 꺼지고, 그 자리에 낮의 그가 가진 차분한 회색 빛이 스미는 듯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내 이름을 부르려는 듯. 그 눈빛은 분명 낮의 에단이었다. 하지만 그건 한순간에 불과했다. 그의 얼굴이 다시 굳어지고, 붉은 빛이 눈동자를 집어삼켰다. 밤이 그를 다시 사로잡은 것이다. 나는 숨을 멈췄다. 방금 전, 그 짧은 순간에 낮의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그리고 그때,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아주 멀리서, 바람 소리인지 발소리인지 모를 미세한 진동이. 이사벨라의 마력이었다. 그녀가 이 성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은밀하고도 오만한 신호. 내 마력이 그녀의 마력에 반응하며 불길하게 떨렸다. 그녀는 이미 우리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나는 에단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숨을 골랐다. 그의 심장이 내 손바닥 아래에서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밤의 에단의 눈은 여전히 붉었지만, 그 깊은 곳에 낮의 에단이 남긴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방금 전 그 짧은 순간, 그는 분명히 나를 알아봤다. 그리고 그가 사라지기 직전, 그의 입술이 소리 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다. 이사벨라의 마력이 복도를 타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규칙적이고 느긋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우리가 이 방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나는 침대에 혼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밤의 에단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손목의 구속구 자국이, 허벅지 안쪽의 손톱자국이, 그리고 질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그의 정액의 감촉이 지난밤이 현실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지만, 그 빛조차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이 무겁고 아팠다. 하지만 마력 회로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되어 있었다. 폭주 직전의 불안정함이 사라지고, 오히려 그의 마력과 공명하며 더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푸른 마력이 평온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 속에 붉은 실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에단의 마력이었다.

그때,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이불을 끌어올려 몸을 가렸다. 문이 열리고, 낮의 에단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냉랭하고 통제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이 내 손목의 구속구 자국에 머무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라일라 님."

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 끝에 미세한 떨림이 숨어 있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응접실로 모시기 바랍니다."

"손님이요?"

"이사벨라 크로포드 님이십니다."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분이…… 왜 여기에?"

에단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목을 감쌌다. 흉터가 있는 그 손목을. 하지만 곧 그는 손을 내리고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계약혼의 적합성을 검증하러 오셨다고 합니다."

그 말을 남기고 그가 돌아섰다. 그리고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더니, 뒤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서두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분은…… 인내심이 많지 않은 분이니까요."

문이 닫혔다.

나는 침대에 앉아 숨을 골랐다. 이사벨라 크로포드. 제국 최고의 권력자 중 한 명. 그녀는 라일라의 능력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무기로 탐하는 자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곳을 방문했다. 그것도 '계약혼의 적합성 검증'을 명목으로.

이건 분명히 위협이었다.

나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손목의 구속구 자국이 드레스 소매로 가려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긴 장갑을 끼었다. 거울을 보았다. 내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동자만은 이상하리만치 빛나고 있었다.

지난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밤의 에단의 부드러운 손길.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구원의 갈망. 그리고 내가 그에게 했던 말. 그리고 그 절정의 순간, 잠시 돌아왔던 낮의 에단의 눈빛. 그가 내 이름을 부르려던 그 입술의 움직임. 그 짧은 순간, 그는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나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발걸음은 응접실을 향했다. 이사벨라와의 대면. 그건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었다. 낮과 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경계 너머에, 내가 피할 수 없는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복도 끝, 응접실 문 앞에 이사벨라 특유의 마력이 서려 있었다. 그 마력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수술용 메스처럼, 우리의 비밀을 도려내려는 듯이.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를 잡았다.

계약서에는 없었던 온도.

그 온도가, 나를 천천히 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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