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손끝에서 느껴지는 건 어젯밤 그가 내 허벅지 안쪽을 움켜쥐던 감촉이 아니었다. 이사벨라의 감시병이 뿌린 마력의 금속성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강렬하게, 어젯밤 그가 내 자궁 입구에 정액을 쏟아내며 울부짖던 환영의 목소리가 귓가에 겹쳐 들렸다. 나는 식탁 아래서 허벅지를 꽉 조였다. 속옷이 젖어들었다.

낮의 에단은 아침 식탁 건너편에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찻잔 손잡이를 감싸쥐는 모습만으로도 질벽이 쑤시듯 수축했다. 어젯밤 그 손가락이 내 음순을 벌리고 질 안으로 밀려들어왔었다. 지금도 그 손가락 마디가 내 안에서 굽혀지며 질벽을 긁던 감각이 너무 생생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움켜쥐었다.

"기사님, 어젯밤에-"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시선이 벽난로 위로 향했다. 봉인된 초상화. 두꺼운 먼지 속에서도 희미하게 드러나는 여인의 얼굴. 나와 놀랍도록 닮은 윤곽이었다. 같은 검은 머리카락, 비슷한 광대뼈. 눈매만 달랐다. 초상화 속 여인은 훨씬 더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심장이 느리게 조여들었다. 어젯밤 그가 내 안에 사정하며 울부짖던 환영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날 버리지 마.' 저 여인을 향한 절규였을까. 나는 저 여인의 대체품인가.

"뭘 말하려 했습니까."

에단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의 눈빛은 어제와 똑같이 차가웠다. 예의 바르지만 그 이상의 온기는 없는, 계약서를 검토할 때와 다름없는 표정.

"저 초상화는..."

"옛 가문의 유물입니다.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가 말을 잘랐다.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평소라면 정중하게 설명했을 텐데, 지금은 대화를 피하려는 듯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내 마력이 불안정하게 요동쳤다. 손끝에서 푸른 마력이 새어나왔다. 초상화에 대한 그의 거부감이 내 마력 회로를 자극하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말라니요. 저 여자는 누구죠? 왜 나와 닮았는지, 왜 당신이 밤마다 그 여자를 찾는지-"

"라일라."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순간, 내 마력이 폭주 직전까지 치솟았다. 푸른 섬광이 손목에서 터져 나왔고, 에단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식탁 위의 찻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났다. 내 마력이 그의 마력을 밀어내며 반응한 것이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손목을 감쌌다. 그의 손이 닿았던 부위가 화끈거렸다.

에단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스쳤다.

"당신 마력이... 나를 공격했어요."

"당신이 먼저 내 마력을 건드렸으니까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마력 회로가 아직도 불안정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마력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온 그 짧은 순간에도 질 깊은 곳이 쑤시며 반응했다. 내 몸은 그의 마력을 갈망하고 있었다.

"계약서 제7조 3항을 다시 확인하셨습니까."

에단이 일어서며 물었다. 방금 전의 충돌을 애써 무시하려는 듯, 목소리는 다시 차가워졌다. 그의 손이 식탁 가장자리를 짚었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

"확인했습니다. 야간 접촉 허용 조항."

"그렇다면 오늘 밤에도 같은 시간, 마력 조율실로 와주시면 됩니다. 계약 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이니-"

"최소한의 절차요?"

내 목소리가 예상보다 날카로웠다. 에단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뭐가 불만입니까."

"당신은 정말 모르는 거예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이 내 옷을 찢고, 내 안에 당신 성기를 집어넣고, 내 자궁에 정액을 쏟아부은 일을."

"밤의 마력 조율은 제 의식이 개입하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기억이 없는 게 당연합니다."

너무나 담담한 어조였다. 그가 진짜로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나는 손바닥을 꽉 쥐었다. 마력이 아직도 그의 잔향에 반응해 은은하게 떨리고 있었다. 질 안에 사정된 정액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밤에 당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당신은 나를 침대에 밀치고, 내 옷을 찢고, 내 안에-"

"그런가요."

에단이 짧게 대꾸하고는 몸을 돌렸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그의 발소리가 식당 밖으로 멀어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분노인지 서운함인지 분간되지 않는 감정이 목을 조여왔다. 나는 그의 계약 이행 도구일 뿐인가. 그가 원하는 건 오로지 마나 중독 치료를 위한 절차뿐. 그런데 왜 밤의 그는 그렇게까지 나를 집착하는 걸까. 왜 내 안에 사정하며 '날 버리지 마'라고 울부짖었던 걸까.

오전 내내 서재에 틀어박혀 마력 안정화 명상을 시도했지만 집중되지 않았다. 손끝에서 푸른 마력이 불안정하게 흘러나왔다. 어젯밤 이후로 마력 회로는 확실히 안정되어 있었다. 폭주 임계점에서 30% 가까이 수치가 내려간 상태. 마커스가 보면 깜짝 놀랄 만한 변화였다. 하지만 내 몸은 그의 접촉을 기억하고 갈망하고 있었다. 젖어드는 속옷이 그 증거였다.

결국 점심 무렵, 나는 백탑으로 향했다.

마커스의 연구실은 언제나처럼 책과 마법 도구로 어지러웠다. 그는 내가 문을 열자마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라일라! 마력 수치가 어떻게- 세상에, 이건 말도 안 돼."

그가 내 손목을 잡고 마력 측정석에 올렸다. 푸른 빛이 안정적으로 맥동했다.

"폭주 임계점 아래로 내려갔어. 어떻게 한 거지? 계약혼 첫날부터 이런 효과가 나타날 리가-"

"마커스, 내 말 좀 들어봐."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의자에 앉았다. 마커스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에단과 접촉하면 오히려 마력이 안정돼. 어젯밤에... 그가 내 안에 들어왔을 때, 마력 회로가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반응했어."

"그럴 리가 없어. 타인의 욕망에 노출되면 마력이 오염되어야 정상이야. 네 능력은 접촉한 상대의 원초적 욕망을 읽고 그게 마력 회로에 직접 유입되는 구조잖아. 그게 왜 안정화로 이어지지?"

마커스가 안경을 고쳐 쓰며 중얼거렸다. 그는 책상 위의 고대 마법서를 펼치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혹시 에단의 마나 중독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마나 중독은 외부 마나를 과도하게 흡수한 상태에서 발생하는데, 네가 그의 마력을 접촉으로 흡수하면서... 아니, 이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데."

"나도 알아. 말이 안 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나는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아직도 그의 마력 잔향이 미세한 전류처럼 피부 아래를 흐르고 있었다. 어젯밤 그의 성기가 내 질벽을 쓸어내릴 때마다 흘러들어온 마력. 원래라면 오염으로 인한 고통이 극심해야 하는데, 오히려 절정의 쾌락과 함께 마력 회로가 안정되는 모순.

"라일라, 혹시 그 기사에게서 다른 건 읽지 못했어? 환영 속에서 특별한 걸 본 거라든가."

마커스의 질문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밤의 에단이 보여준 환영들. 나를 침대에 묶어두고 온갖 방식으로 소유하려는 집착의 이미지들. 그런데 그 이면에서 느껴진 건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가... 날 버리지 말라고 말했어."

"뭐?"

"환영 속에서. 그가 내 안에 사정하는 순간, 그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어. 마치 상처 입은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았어."

마커스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 걱정이 서려 있었다.

"라일라, 혹시 그 기사에게 감정적으로 끌리는 건 아니지? 그건 위험해. 네 마력이 그에게 종속될 수도 있어."

"알아. 충분히 알고 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마커스도 나도,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알지 못했다.

연구실을 나서기 전, 마커스가 내 팔을 붙잡았다.

"조심해. 오늘 오후에 이사벨라 크로포드가 저택에 도착할 거야. 그녀가 왜 오는지 알지?"

"나를 감시하러 오는 거겠지."

"아마 그 이상일 거야. 네 능력을 알고 있으니까."

마커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저택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손끝을 깨물었다. 문득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마력 감응.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차 바깥, 저택으로 이어지는 숲길 저편에서 희미한 푸른 마력의 잔광이 일렁였다. 감시병. 이사벨라가 이미 사람을 풀어둔 것이다. 그녀의 마력 특유의 금속성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가 사라졌다.

그 순간, 마차가 급정거했다.

바깥에서 말 울음소리와 함께 마력 충돌음이 들렸다. 나는 커튼을 젖혔다. 마차 앞을 가로막은 건 두 명의 후드를 쓴 마법사였다. 그들의 손끝에서 푸른 마력이 번뜩이고 있었다. 이사벨라의 감시병들이 움직인 것이다. 단순한 감시가 아니었다.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크로포드 영애께서 마법사 라일라 아렌트와의 대화를 원하십니다."

한 명이 말했다.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고 있었지만, 마력은 이미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내 마력이 위협을 감지하고 반응했다. 손바닥에서 푸른 마력이 불안정하게 타올랐다.

"난 너희와 대화할 생각 없어. 비켜라."

"그렇다면 실례하겠습니다."

감시병이 손을 뻗었다. 마력 구속 주문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마력을 폭발시켰다. 푸른 섬광이 마차 안을 가득 채웠고, 구속 주문을 상쇄하며 감시병들을 뒤로 밀쳐냈다. 그들의 후드가 벗겨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젊은 남녀 마법사였다. 그들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내 마력 수치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사벨라에게 전해라. 다음번에 이런 식으로 나를 막아서면, 그땐 정말로 다칠 거라고."

나는 차갑게 말하고 마차의 문을 닫았다. 마부가 재촉하여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시병들은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력 잔향이 한동안 나를 따라붙었다. 이사벨라가 단순한 경고 이상의 의도를 가졌다는 건 분명했다.

커튼을 닫으며 나는 생각했다. 밤의 에단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단순한 욕망 이상의 것을. 그리고 그건 낮의 에단도 모르는 무언가다. 두 인격 사이의 균열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었다. 이사벨라는 그 균열을 알기나 하는 걸까.

해가 지고 저택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벽난로의 붉은 빛이 복도를 길게 늘였다.

마력 조율실 앞에 섰을 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문틈으로 어젯밤과 똑같은 붉은 촛불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라일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 낮과는 완전히 다른, 낮고 관능적인 음색. 내 몸이 그 목소리에 반응해 소름이 돋았다. 유두가 옷감에 쓸리며 단단해졌다. 마력이 그의 존재를 감지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떨리기 시작했다. 질 깊은 곳이 쑤시며 젖어들었다.

문을 열자 그가 있었다.

어젯밤과 똑같은 자세로,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 있었다. 상의는 벗은 채, 마나 중독으로 인한 결정화 자국이 옆구리에서 어깨까지 번져 있었다. 푸른 빛을 머금은 결정들이 촛불 아래서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런데 그의 눈빛은 어제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황금빛 홍채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맹수의 눈처럼 나를 응시했다.

"어제보다 늦었어요."

그가 천천히 일어섰다. 키가 큰 그가 완전히 서자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동시에 내 몸은 그에게 끌리듯 앞으로 기울어졌다. 모순된 반응이었다.

"계약서에 명시된 시간은 10시입니다. 아직 5분이나 남았어요."

"계약서."

그가 낮게 웃었다. 조소가 담긴 웃음이었다.

"당신은 아직도 그 종이쪼가리에 집착하는군요.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계약서의 조항으로 규정할 수 없는데."

"무슨 뜻이죠."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마력이 가시적인 압력으로 변해 나를 짓눌렀다. 어제 경험했던 그 감각.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사슬처럼 온몸을 감는 중압감.

"당신의 마력이 내게 반응하고 있어요. 어젯밤 이후로 계속. 그렇죠?"

부정할 수 없었다. 내 마력은 지금 그의 존재만으로도 들떠서 불안정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마치 그를 갈망하는 것처럼. 속옷이 흠뻑 젖어 음순에 달라붙었다.

"이건 계약에 없는 접촉입니다, 기사님."

"계약에 없으면 어떻습니까."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손목을 잡았다. 피부가 닿는 순간, 강렬한 환영이 밀려들었다.

나를 침대에 밀쳐 넘어뜨리는 그의 모습. 내 옷을 찢어발기고 알몸을 드러내는 손길.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내 목덜미에 입술을 파고드는 그. 나는 환영 속에서 완전히 무력하게 그에게 점령당하고 있었다. 그의 성기가 내 질을 격렬하게 찔러대는 장면까지, 생생하게.

그리고 동시에 쾌락이 밀려왔다.

마력 회로를 타고 흘러드는 그의 욕망이 전류처럼 온몸을 관통했다. 숨이 막혔다. 무릎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음핵이 욱신거리며 딱딱해졌다.

"보여요? 제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것들이."

에단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귓불을 스치자 척추를 타고 전율이 올라왔다. 애액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거부할 수 있으면 거부해보세요. 하지만 당신의 몸은 이미 나를 원하고 있어요."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다. 한 번에 몸이 들려 소파로 밀쳐졌다. 등이 쿠션에 닿기도 전에 그가 내 위로 올라탔다. 양손이 내 손목을 머리 위로 밀어붙였다. 그의 단단한 허벅지가 내 다리 사이를 벌렸다.

"어젯밤보다 훨씬 더 예민해져 있군요."

그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코끝이 쇄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후각을 자극하는 그의 체취. 마력에 섞인 독특한 향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의 혀가 내 쇄골을 핥았다.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었다.

"멈춰요. 당신은 지금 이성을 잃은 거예요."

"이성?"

그가 고개를 들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위험하게 반짝였다.

"나는 한 번도 이렇게 이성적이었던 적이 없어요. 낮의 나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알아요. 당신의 마력이 나를 갈망하고 있다는 걸. 당신의 보지가 내 자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그의 손가락이 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단추가 떨어질 때마다 피부가 드러났다. 촛불 아래 창백하게 빛나는 내 가슴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아름다워요."

그가 내 브래지어를 밀어 올렸다. 유두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자 곧바로 단단해졌다. 그의 시선이 그곳에 고정되었다. 눈빛만으로도 유두가 더 딱딱해지는 게 느껴졌다.

"만지지 마- 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내 왼쪽 유두를 비볐다. 거친 손가락 마디가 예민한 그 부위를 스칠 때마다 전기 같은 쾌락이 가슴을 타고 퍼져나갔다. 나도 모르게 등이 활처럼 휘었다. 질이 수축하며 애액을 흘렸다.

"이런 소리를 내는군요. 만지지 말라면서."

그가 입술을 내 가슴으로 가져갔다. 뜨거운 혀가 유두를 감싸고 빨아들였다. 강한 흡인력에 유두가 입 안에서 더 단단해졌다. 그의 혀끝이 그 작은 돌기를 굴릴 때마다 질 아래쪽이 쑤시듯 아파왔다. 유두와 음핵이 직접 연결된 듯한 쾌락이었다.

"그만... 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가 입술을 떼고 나를 내려다봤다. 그의 입가에 침이 묻어 반짝였다. 그 모습이 터무니없이 관능적이었다. 나는 그 입술을 빨아들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의 마력은 이미 나에게 종속되기 시작했어요. 당신의 몸은 나를 거부할 수 없게 변하고 있어요."

손가락이 치마 아래로 파고들었다. 속옷 위로 그의 손바닥이 내 음부를 덮었다. 이미 흠뻑 젖은 천 너머로 질 입구가 만져졌다. 그의 손바닥이 음부 전체를 압박하자 애액이 속옷 밖으로 스며나왔다.

"이렇게 젖어 있으면서."

그가 속옷을 찢어내렸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가장 은밀한 부위가 완전히 드러났다. 촛불 아래서 젖은 음모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음순을 벌리고 질 입구에 닿았다. 음핵이 완전히 드러나 붉게 부풀어 있었다.

"안 돼...!"

"들어갑니다."

거칠게 손가락이 질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이물감에 몸이 움찔했지만,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기에 손가락은 저항 없이 깊숙이 들어갔다. 그의 둘째 손가락이 질벽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내부 근육이 경련하듯 조여들었다.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집어삼키듯 빨아들였다.

"꽉 조이네요. 내 손가락을 이렇게 물고 있어요."

그가 손가락을 천천히 빼냈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애액이 손가락 마디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질벽을 긁는 그의 손가락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촉각이 과부하될 정도로 선명했다. 그의 손가락이 닿는 질 내부의 모든 주름, 그가 비비고 문지를 때마다 울려 퍼지는 쾌락의 파동. 나는 소파 시트를 움켜쥐고 신음했다.

"이제 진짜로 시작해볼까요."

그가 손가락을 뺐다. 애액이 실처럼 늘어져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바지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그의 손이 내 턱을 잡아 고정했다.

"똑바로 봐요. 당신 안에 들어갈 걸."

그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해 있었다. 굵고 단단한 것이 푸른 정맥이 두드러져 보일 정도로 팽팽했다. 귀두에서 투명한 액체가 스며나와 반짝이고 있었다. 내 질이 그 모습을 보자마자 경련하듯 수축했다. 몸이 이미 그의 성기를 기억하고 갈망하고 있었다.

"이게 당신 안에 들어갈 거예요."

그가 내 다리를 어깨에 걸쳤다. 질 입구에 그의 성기가 닿았다. 뜨거웠다. 마치 불에 달군 철 같았다. 귀두가 음순을 벌리고 천천히 밀려들어왔다.

"아... 안 돼... 너무 커..."

"들어가고 있어요. 당신 안으로."

그가 허리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질벽이 그의 성기에 맞춰 강제로 확장되었다. 이물감과 쾌락이 뒤섞여 숨을 쉴 수 없었다. 질 내부가 찢어질 듯 아팠지만, 동시에 내벽이 그의 성기를 감싸며 마찰하는 감각이 전례 없는 쾌락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의 성기를 느끼며 울부짖고 싶었다. 혐오스러워야 할 이 순간이 왜 이렇게 짜릿한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을 채우는 감각은 마치 내 몸이 원래부터 이걸 기다려왔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그게 더 끔찍했다.

"다 들어갔어요."

그가 완전히 삽입한 채 멈췄다. 질 깊숙한 곳까지 그의 성기가 닿아 있었다. 자궁 입구가 귀두에 닿는 감촉에 전신이 떨렸다. 내 몸이 그의 성기를 꽉 물고 놓지 않고 있었다. 질벽이 그의 성기 모양에 맞춰 밀착되어 맥동했다. 혐오감과 쾌락이 뒤섞여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 눈물조차 쾌락을 부정하지 못했다. 내 몸은 그를 원하고 있었다.

"움직일게요."

그가 천천히 허리를 빼냈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느린 속도로 시작된 그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질벽을 쓸어내리는 그의 성기 감촉이 너무 생생해서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소파가 삐걱거리는 소리, 젖은 살이 부딪히는 소리, 내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가 마력 조율실 안에 뒤섞였다. 그의 성기가 질 안에서 격렬하게 움직일 때마다 하복부에 쾌락이 차올랐다. 자궁이 진동하고 질벽이 경련했다. 오르가즘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혐오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를 향한 연민과 쾌락만이 남아 있었다. 이 남자의 상처를 내가 채워주고 있다는 왜곡된 충족감이 절정을 향해 나를 밀어 올렸다.

"갈게요... 같이..."

그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성기가 질 안에서 더 단단해지더니, 마지막 순간 귀두에서 뜨거운 정액이 분출되었다. 질 내부가 정액으로 가득 차는 감각과 함께 나도 절정에 도달했다.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하며 그의 성기를 조였다. 정액이 자궁 입구를 때리는 감촉에 눈앞이 하얘졌다. 그의 정액이 내 안에 퍼지는 온기가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이었다.

환영이 밀려들었다. 단순한 성적 욕망이 아닌, 그의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무언가.

어둠뿐인 공간. 어린 에단이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닿으려는 대상은 계속 멀어지고 있었다. 사라져가는 뒷모습. 나와 닮은, 하지만 다른 여인의 모습. 초상화 속 그 여인이었다.

"날 버리지 마."

절규에 가까운 독백이었다.

"제발... 나를 혼자 두지 마."

그 목소리에는 집착도, 소유욕도 아닌 순수한 공포가 담겨 있었다. 버려지는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한 자의 깊은 상처. 그가 밤마다 나를 이렇게 붙잡는 이유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는 내 안에 자신을 쏟아부으며, 내가 떠나지 않기를 빌고 있었다.

정액이 질 밖으로 흘러내리는 감각 속에서, 나는 울컥 눈물이 났다.

그의 집착이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남자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버림받은 적이 있는 거였다. 그래서 붙잡는 방식이 이렇게밖에 안 되는 거였다. 낮에는 모든 감정을 억압하고 밤에는 집착으로 폭발하는 이 비틀린 이중성은, 결국 상처 때문에 만들어진 생존 방식이었다. 나는 그를 혐오해야 했다. 하지만 혐오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불쌍히 여기고 있었다. 그게 더 위험한 감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에단이 천천히 내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이 아직도 욕망으로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 스민 깊은 외로움을 이제는 볼 수 있었다.

"울고 있군요."

그가 내 뺨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손길이 어쩐지 조심스러웠다.

"왜 우는 거죠."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를 혐오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의 상처를 내가 치유할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한 착각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이 왔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질 아래쪽이 아직도 쑤셨다. 허벅지 안쪽에 남은 정액의 흔적이 말라붙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그 흔적을 만지자 아직도 미끈거렸다. 그의 정액 냄새가 손끝에 배어 있었다.

일어나려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다.

낮의 에단이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차갑고 무심한 가면 아래 무언가 금이 가 있었다. 머리카락은 평소처럼 단정하게 빗어 넘기지 않아 이마 위로 흐트러져 있었고, 셔츠 단추는 하나 잘못 채워져 있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완벽한 가면에 금이 가 있었다.

"라일라."

그가 성큼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등이 벽에 닿았다.

"왜 그러시죠, 기사님."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짚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의 얼굴이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숨결이 거칠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어깨를 파고들 만큼 세게 쥐고 있었다. 그 손길은 밤의 에단과 똑같이 절박했지만, 동시에 낮의 에단 특유의 통제되지 않은 혼란이 담겨 있었다.

"왜 자꾸 내 꿈에 나타납니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감정이 격하게 요동치는 낮의 에단의 모습이었다.

"매일 밤 당신이 나와요. 어둠 속에서 당신이 나를 부르고 있어요. 당신의 살결, 당신의 신음소리, 당신 안의 온기... 그런데 난... 난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내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의 손이 내 어깨를 더 세게 쥐었다. 그의 눈동자에 두려움과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낮과 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말해줘요.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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