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9화 「법적 정의」

법정의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법관 이상훈이 판결문을 들었다. 흰 종이가 그의 손 위에서 떨렸다. 아주 작은 떨림이었지만, 박지현은 놓치지 않았다. 20년 경력의 판사도 이 순간을 견디기 힘든 모양이었다. 법정 3호실의 조명이 유독 밝게 느껴졌다. 아래쪽 갤러리에 앉은 기자들의 카메라가 준비 상태였다. 셔터음은 아직 울리지 않았다. 모두가 판사의 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고인 이준호. 귀하의 재심 청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판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것이 더 무거웠다.

"당 법원은 제출된 새로운 증거들을 충분히 검토하였습니다. 특히 법의학 감정 결과와 현장 지문 채취 기록의 시간적 불일치, 그리고 당시 수사 기록과의 모순점들은 명백합니다. 피고인에 대한 당초 기소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증거들이 법적 절차를 충분히 따르지 않았음이 드러났습니다."

박지현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무릎 위에 옮겼다.

"따라서 피고인 이준호는 무죄입니다."

그 말이 법정에 떨어졌을 때, 세상이 일순간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박지현의 눈이 흔들렸다. 무죄. 13년 만의 무죄. 준호를 위한 무죄. 그런데 그 무죄는 이미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다만."

판사가 계속 읽었다.

"법이 인정하는 정의와 인간이 바라는 정의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습니다. 이 재심은 그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지만, 13년이라는 시간과 그 속에서 소진된 인생을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법정은 절차의 장소이며, 절차적 정의가 실질적 정의를 항상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계속 작동해야 하고, 우리는 그 불완전성을 인식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박지현이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뭔가가 목구멍에서 올라왔다. 눈물인지 웃음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언가. 그는 침을 삼키며 눈을 다시 떴다.

판사의 얼굴이 보였다. 이상훈 판사의 눈이 박지현을 마주쳤다. 그 눈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법관이 변호사를 향해 보내는 미안함. 이 불완전한 정의밖에 줄 수 없다는, 그 무기력함.

검사 김민석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25년 경력의 검사도, 결국은 이 판결 앞에서 작아지는구나. 박지현은 그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통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범은 여전히 어딘가에 있었고, 이준호는 여전히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판결을 선고합니다. 피고인 이준호에 대한 당초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합니다."

망치가 내려졌다. 톡. 작은 소리였다.

그 순간 갤러리의 카메라가 폭주했다. 셔터음이 기관총처럼 쏟아졌다. 기자들이 일어섰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 박지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진우가 그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지현 선배. 우리가 이겼어요."

서진우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있었다. 하지만 박지현은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피고인석을 바라봤다. 비어 있었다. 13년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법정을 나갈 때, 박지현의 다리가 떨렸다. 서진우가 그를 지탱했다. 복도는 난장판이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마이크들이 그의 얼굴을 향했다.

"변호사님, 이제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준호 님의 무죄가 확정된 것 같은데, 소감을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경찰청과 검찰의 반응에 대해서는?"

박지현이 멈춰 섰다. 기자들의 물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다시 열렸다. 그는 마이크 앞으로 나갔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졌다.

"이준호 님은 무죄입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박지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계속 말했다.

"13년 동안 무죄인 채로 옥중에 있었던 분이, 재심을 기다리던 중 돌아가셨습니다. 법이 그분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법이 그분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기자들이 침묵했다. 박지현은 그들의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오늘 법정은 그분이 무죄였음을 인정했습니다. 그것만이라도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분이 억울했음을, 그분이 살인자가 아니었음을, 그분의 인생이 거짓 위에 부서졌음을."

박지현이 마이크에서 물러났다. 기자들의 질문이 다시 폭주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서진우가 그를 밀어냈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닫히는 문 너머로 기자들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법원 건물 밖은 회색이었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박지현은 돌계단에 앉았다. 서진우가 그 옆에 앉았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선배."

서진우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우리가 이겼어요. 정말로."

박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구름 위에는 햇빛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어두웠다. 그리고 어두움은 계속될 것 같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박지현이 받았다.

"변호사님, 이건 전쟁입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박지현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당시 수사팀 누군가. 자신의 동료를 지키려는 누군가.

"승리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박지현이 물었다.

"법정에서 무죄를 받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미 일어났습니다."

"그건 종이일 뿐입니다."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우리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무실을, 당신의 집을, 당신의 모든 것을. 이 판결은 시작입니다. 당신이 이걸 취하하지 않으면, 당신의 삶 전체가 망가질 것입니다."

전화가 끊겼다.

박지현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서진우가 그를 바라봤다.

"누구예요?"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들은 준호가 죽을 때부터 우리를 봐왔을 거야."

박지현이 일어섰다. 서진우도 따라 일어났다.

"사무실로 가자."

차 안에서도 침묵이 이어졌다. 서울의 거리가 흘러갔다. 법원에서 사무실까지의 거리는 15분이었다. 15분 동안 박지현은 창밖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13년 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이준호를 살인자라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오늘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박지현의 비서 김영미가 그들을 맞이했다.

"선생님, 축하합니다. 뉴스 봤습니다."

박지현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이 있었다. 순수한 기쁨. 박지현은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책상 위에는 새로운 파일이 놓여 있었다. 갈색 종이 파일. 박지현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뭐예요?"

서진우가 물었다.

"이 오전에 들어왔습니다. 의뢰인이 직접 가져다놨어요. 선생님이 바쁘실 줄 알고 제가 받아놨습니다."

파일을 열었다. 사진이 나왔다. 젊은 여자의 사진.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파일 위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수진. 그 아래에는 간단한 메모가 있었다.

'남편 폭행죄로 기소. 정당방위 주장. 법원에서 패소. 재심 청구 거절. 절망 중.'

박지현이 사진을 들었다. 그 여자의 눈이 그를 바라봤다. 13년 전 이준호의 눈과는 다른, 하지만 같은 절망의 눈.

"서진우."

박지현이 말했다.

"이 사건 기록을 모두 읽어. 내일 아침 9시에 구치소에 간다."

"지현 선배?"

서진우가 박지현의 팔을 잡았다.

"오늘 우리가 이겼잖아요. 조금 쉬세요."

박지현은 서진우의 손을 바라봤다. 그의 후배 얼굴에는 걱정이 있었다. 박지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이긴 건 아니야, 서진우. 법이 이겼어. 그리고 그 법은 불완전해. 아주 불완전해."

박지현이 사진을 다시 들었다. 최수진의 눈이 그를 따라왔다.

"이 여자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자기가 무죄라는 것을 인정해줄 누군가를. 법이 그것을 해줄 수 있을까? 13년이 지난 후에?"

사무실의 형광등이 박지현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절망이 아닌, 다른 무언가. 서진우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밤이 내려왔다. 서울은 불빛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박지현의 사무실은 어두웠다. 그는 최수진의 파일을 읽고 있었다. 그 여자의 인생이 종이 위에 펼쳐져 있었다. 남편의 폭력. 법원의 거절. 절망. 그리고 이제 박지현을 찾아온 희망.

박지현은 손가락으로 최수진의 사진을 훑었다.

"내가 너를 살릴 수 있을까?"

그가 중얼거렸다.

"법이 너를 살릴 수 있을까?"

법정의 판결문이 다시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법이 인정하는 정의와 인간이 바라는 정의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습니다.'

박지현은 그 판결문을 종이에 적어 벽에 붙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최수진의 사진을 붙였다. 그리고 이준호의 사진도 붙였다.

"간격을 좁혀보자."

그가 말했다.

"계속 좁혀보자. 언젠가는."

밤은 깊어갔다. 서울 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여전히 낮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박지현은 그 구름 위의 햇빛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언젠가 내려올 것을. 비록 13년이 걸리더라도. 비록 그것이 죽은 자를 살리지 못하더라도.

법정의 문은 아직 열려 있었다.

# 9화

법정의 문이 닫혔다.

3호 법정의 나무 문이 무거운 음향과 함께 뒤쪽으로 밀려갔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복도 전체를 하얀 번개로 물들였다. 박지현은 그 빛 속에서 서진우의 어깨에 기대 섰다. 마이크가 그의 입 앞으로 밀려왔다.

"변호사님, 13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소감이 어떻게 되십니까?"

박지현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입이 열렸다 닫혔다. 마치 물 밖의 물고기처럼.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그의 가슴 속에는 승리와 절망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죄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지현 자신의 목소리였나? 그는 분간할 수 없었다.

"이준호 님이 무죄로 인정받았습니다."

기자들이 다시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지현은 그것을 듣지 않았다. 그는 뒤를 돌았다. 법정 안으로.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법정은 비어 있었다. 판사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증인석도 비어 있었다. 검사 김민석은 이미 떠났고, 법의학 전문가 정용재 교수도 갔다. 오직 박지현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서진우가 있었다.

"선배..."

서진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겼어요. 우리가 정말 이겼어요."

박지현은 서진우를 바라봤다. 그의 후배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기쁨의 눈물. 박지현은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판사의 자리를 바라봤다. 아직도 판사의 말이 그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피고인 이준호는 무죄입니다."

판사 이상훈의 음성이 복도를 따라 울렸다. 박지현은 법정 안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언가를 기대했다. 변화를. 기적을.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준호는 여전히 죽어 있었다. 13년은 여전히 13년이었다. 그리고 진범은 어디에 있는가? 그는 여전히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지 않을까?

"법이 인정하는 정의와 인간이 바라는 정의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습니다."

판사의 그 말이 지금 이 순간 박지현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간극. 그 단어가 얼마나 정확한가. 무죄와 명예 회복 사이의 간격. 절차적 정의와 실질적 정의 사이의 간격. 그리고 법정의 판결과 현실 사이의 간격.

박지현이 법정의 벤치에 앉았다. 나무가 삑삑거렸다. 그는 그곳에 앉아 있었던 13년을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 더. 이준호가 구치소에서 본 13년을. 그가 매일 밤 셀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던 "언제쯤 누군가 나를 믿어줄까"라는 생각.

그리고 그 누군가가 마침내 나타났고, 그 누군가는 법정에 섰고, 법정은 그를 무죄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선배?"

서진우가 손을 내밀었다. 박지현은 그 손을 보았다. 젊은 손.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손. 박지현은 천천히 그 손을 잡았다.

"가자."

그가 말했다.

"이제 끝났어."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끝남의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시작의 무게가 있었다.

---

법원을 나왔을 때, 하늘은 이미 저물고 있었다. 검은 구름이 서울 위를 뒤덮고 있었다. 비가 올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몇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박지현은 그 빗방울을 맞으며 서 있었다.

기자들이 여전히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카메라들이 계속해서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박지현은 그것들을 무시했다. 그는 오직 빗소리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 빗소리 속에서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

전화벨이었다.

박지현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번호가 떠 있었다. 알 수 없는 번호. 그는 그것을 받았다.

"네?"

"변호사 박지현이신가요?"

남자의 목소리였다. 낮고 차갑고, 뭔가 익숙한 목소리. 박지현은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누세요?"

"축하합니다. 무죄 판결 나셨다고요. 정말 훌륭한 결과네요."

목소리가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기쁨이 없었다. 오직 냉소만 있었다.

"당신이 뭐... 누구인데?"

박지현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변호사님. 이 판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될 줄 아세요? 13년 전의 수사를 부정했다는 것은 우리 경찰청 전체를 부정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것은..."

"누구세요?"

박지현이 외쳤다. 기자들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당신의 신뢰도를 완전히 무너뜨릴 차례입니다. 당신이 조작한 증거들이 나올 거고, 당신이 의뢰인들의 돈을 갈취했다는 증언도 나올 거고, 당신이 법관을 뇌물로 매수했다는 것도... 모두 나올 겁니다."

"이건 위협인가?"

"위협? 아니죠. 이건 예고입니다. 당신이 이 사건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중한 권고."

전화가 끊겼다.

박지현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빗소리가 계속해서 그의 얼굴을 때렸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계속해서 플래시를 터뜨렸다. 하지만 박지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오직 한 가지만 느껴졌다. 저 구름 너머의 무언가. 그리고 그것이 내려올 때, 자신이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하는 두려움.

---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박지현의 비서 김영미가 그들을 맞이했다.

"선생님, 축하합니다. 뉴스 봤습니다."

박지현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이 있었다. 순수한 기쁨. 박지현은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책상 위에는 새로운 파일이 놓여 있었다. 갈색 종이 파일. 박지현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뭐예요?"

서진우가 물었다.

"이 오전에 들어왔습니다. 의뢰인이 직접 가져다놨어요. 선생님이 바쁘실 줄 알고 제가 받아놨습니다."

박지현이 파일을 열었다. 사진이 나왔다. 젊은 여자의 사진.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검은 자국들이 뺨을 타고 내려가 있었다. 파일 위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수진.

그 아래에는 간단한 메모가 있었다.

'남편 폭행죄로 기소. 정당방위 주장. 법원에서 패소. 재심 청구 거절. 절망 중.'

박지현이 사진을 들었다. 그 여자의 눈이 그를 바라봤다. 13년 전 이준호의 눈과는 다른, 하지만 같은 절망의 눈. 마치 누군가가 그에게 말하는 듯한 눈.

'당신이 이준호를 살리지 못했다면, 나라도 살려주세요.'

"서진우."

박지현이 말했다.

"이 사건 기록을 모두 읽어. 내일 아침 9시에 구치소에 간다."

"지현 선배?"

서진우가 박지현의 팔을 잡았다.

"오늘 우리가 이겼잖아요. 조금 쉬세요."

박지현은 서진우의 손을 바라봤다. 그의 후배 얼굴에는 걱정이 있었다. 박지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이긴 건 아니야, 서진우. 법이 이겼어. 그리고 그 법은 불완전해. 아주 불완전해."

박지현이 사진을 다시 들었다. 최수진의 눈이 그를 따라왔다.

"이 여자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자기가 맞다는 것을 인정해줄 누군가를. 법이 그것을 해줄 수 있을까? 13년이 지난 후에?"

서진우는 박지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선배는 방금 승리한 변호사가 아니었다. 그는 다시 시작하는 변호사였다. 그리고 그 시작 속에는 끝내지 못한 전쟁이 남아 있었다.

밤이 내려왔다. 서울은 불빛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박지현의 사무실은 어두웠다. 그는 최수진의 파일을 읽고 있었다. 그 여자의 인생이 종이 위에 펼쳐져 있었다. 남편의 폭력. 법원의 거절. 절망. 그리고 이제 박지현을 찾아온 희망.

박지현은 손가락으로 최수진의 사진을 훑었다.

"내가 너를 살릴 수 있을까?"

그가 중얼거렸다.

"법이 너를 살릴 수 있을까?"

법정의 판결문이 다시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법이 인정하는 정의와 인간이 바라는 정의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습니다.'

박지현은 그 판결문을 종이에 적어 벽에 붙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최수진의 사진을 붙였다. 그리고 이준호의 사진도 붙였다.

두 장의 사진이 벽에 나란히 붙어 있었다. 13년 전의 죽음과 현재의 절망. 그리고 그 사이의 간극.

"간격을 좁혀보자."

박지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계속 좁혀보자. 언젠가는 우리가 그 간격을 완전히 없애버릴 거야."

밤은 깊어갔다. 서울 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여전히 낮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박지현은 그 구름 위의 햇빛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언젠가 내려올 것을. 비록 13년이 걸리더라도. 비록 그것이 죽은 자를 살리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그 믿음 속에서, 새로운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른 절망한 사람들이. 또 다른 무죄인이 아닌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 모두가 박지현을 찾아올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이겼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정에서의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절망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의미한다.

그 희망이 언젠가 절망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법정의 문은 아직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지현은 계속 들어갈 것이다. 다시. 또 다시. 그 불완전한 법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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