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법정으로 다시

협박 전화가 울렸을 때 박지현은 준호의 묘 앞에 서 있었다.

"변호사 박지현입니까."

낮고 단호한 목소리. 번호 표시 없음.

"누구십니까."

"당신이 이준호 사건으로 얻은 것이 뭔지 생각해봤습니까. 판결? 무죄? 그건 종이일 뿐입니다. 당신은 경찰청 전체를 모욕했고, 우리는 그것을 잊지 않습니다."

박지현의 손가락이 경직된다. 묘비에 새겨진 '무죄'라는 글자 위에서.

"또 다른 무고한 사람이 법정에 설 예정입니다."

박지현이 천천히 말한다.

"당신들이 만든 또 다른 희생자."

전화 너머의 침묵이 길다.

"법정에서만 안전하다는 걸 기억하세요."

전화가 끊긴다.

박지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묘비를 본다. 1974–2024. 13년을 빼앗긴 사람에게 이 두 글자가 무엇인가.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다. 묘비의 글자들을 따라. 마지막에 멈춘다. '무죄'라는 글자 위에서.

지난 사흘간 그의 얼굴은 깎여나갔다. 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이상민의 협박, 익명의 목소리들, 법무법인 대표의 침묵—모든 것이 그의 얼굴에 자국을 남겼다. 눈 주위의 살이 검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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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서진우가 일어난다.

"판결문 복사본 도착했습니다."

박지현은 서진우의 손에서 파일을 받지 않는다. 책상 위의 다른 파일을 본다.

**최수진. 38세. 남편 폭행 정당방위 주장 패소.**

"이 사람?"

"어제 전화 받으셨어요. 1심에서 졌는데... 항소 준비 중입니다."

박지현은 최수진의 사진을 본다. 사진 속 여성의 눈이 준호의 눈과 같다. 같은 종류의 절망. 같은 종류의 기다림.

박지현은 최수진의 파일을 펼친다. 판결문 첫 장에서 검사의 주장이 눈에 띈다.

*'정당방위의 범위를 명백히 초과했습니다.'*

박지현의 손가락이 그 문장을 누른다.

"이 사건, 받을 수 없습니다."

서진우가 고개를 든다.

"왜요?"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박지현이 파일을 덮는다. 손이 떨린다. 협박 전화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법정에서만 안전하다'*—그것은 협박인 동시에 진실이었다. 법정 밖의 세계는 이미 그들의 손 안에 있다. 준호의 죽음이 그것을 증명했다.

서진우가 박지현을 본다. 말 없이 기다린다.

박지현은 준호의 유골함 옆에 놓인 준호의 사진을 본다. 수감 중 찍은 사진. 수염이 길고 눈빛이 죽어 있다.

"절차만 봤습니다."

박지현이 중얼거린다.

"법정에는 절차만 있고, 그 절차 안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산다."

"그럼 어쩝니까."

"절차 안에서 싸웁니다."

박지현이 최수진의 파일을 다시 펼친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서진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번호 표시 없음. 서진우는 받지 않는다. 둘은 눈을 맞춘다. 말 없이 이해한다.

박지현은 서진우의 핸드폰을 빼앗는다. 전원을 끈다.

"증거 수집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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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정보공개 청구 창구.

박지현은 신청서를 작성한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준호 사건에서 배운 모든 절차를 동원한다. 정보 공개 청구의 정확한 표현, 거부 사유를 대비한 재청구 방법, 법원 제출 시의 형식—모든 것이 준호를 통해 배운 것이었다.

"최수진 사건, 경찰 신고 기록 전부. 남편 폭력 관련 모든 신고 이력과 조사 기록."

박지현이 담당자에게 말한다.

담당자가 신청서를 받아든다. 확인한다. 며칠 뒤 박지현의 핸드폰에 메일이 온다. 정보공개 승인. 첨부 파일을 열자 최수진의 신고 기록이 나타난다.

2019년 7월 15일. 2020년 3월 22일. 2021년 11월 8일.

세 번의 신고. 세 번의 경찰 조사 기록.

박지현은 다음으로 병원 기록을 수집한다. 최수진이 다니던 응급실. 담당 의사에게 연락한다. 환자 동의서를 받아 기록을 요청한다. 사건 발생 전 3개월간의 기록.

2021년 8월부터 11월까지. 총 5회 방문. 진단명은 모두 '외상성 손상'.

박지현은 두 기록을 나란히 펼친다. 신고 기록과 병원 기록. 같은 기간. 같은 패턴. 반복된 폭력의 증거.

사무실로 돌아온 박지현은 1심 판결문을 다시 읽는다. 판사의 글씨는 명확하다. *'정당방위의 범위를 명백히 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문에는 신고 기록이 없다. 병원 기록도 없다. 최수진이 반복된 폭력 상황에 있었다는 증거가 모두 빠져 있다.

박지현은 서진우를 본다.

"1심에서 제출되지 않은 증거들입니다. 의도적으로 은폐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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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 3호실. 항소심 재개 당일.

법관 이상훈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다. 그의 얼굴은 준호의 무죄 판결 때와 다르다. 더 경직되어 있다. 더 닫혀 있다. 박지현은 그것을 본다. 법관도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경찰청으로부터, 검찰청으로부터, 아니면 더 위에서.

검사 김민석이 자리에 선다. 그의 입술이 비틀려 있다. 준호 사건에서 졌을 때와는 다른 표정이다. 이번에는 더 위험해 보인다.

"최수진 항소심을 재개하겠습니다."

법관이 선언한다.

박지현은 최수진의 사건 기록을 펼친다. 그리고 일어난다.

"법원, 저는 경찰청에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최수진 사건에 대한 모든 경찰 신고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박지현이 서류 한 묶음을 법관 앞에 놓는다.

"경찰청 정보 공개 문서, 최수진 남편의 폭력 신고 기록 3건, 그리고 각 신고 당시의 경찰 조사 기록입니다. 이 신고 기록들은 1심 검사에게 전달되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1심 판결문에는 이 신고 기록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습니다."

검사가 일어난다.

"변론 기간을 이미 넘었습니다. 새로운 증거의 제출은 절차상 불가능합니다."

"정보 공개 청구는 법적으로 유효한 증거 수집 방법입니다. 저는 신청 당일부터 법정 제출 기한 내에 모든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박지현이 신청서를 제시한다. 날짜, 서명, 모든 절차가 기록되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증거들이 1심에서 제출되지 않은 이유입니다. 검사가 이 신고 기록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주시겠습니까. 경찰청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관이 검사를 본다.

"검사님?"

검사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1심 수사 단계에서 제출된 모든 증거는 법적으로 충분했습니다."

"충분했습니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선별했습니까."

박지현의 목소리는 낮지만 법정 전체에 울려 퍼진다.

"정당방위 판단에는 피해자의 상황—피해자가 얼마나 절박했는지—이 핵심입니다. 반복된 폭력 신고 기록은 그것을 증명하는 직접적인 증거인데, 이것이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박지현이 다시 서류를 든다.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있습니다. 최수진 님의 병원 기록입니다. 사건 발생 전 3개월간의 응급실 방문 기록. 2021년 8월부터 11월까지 총 5회 방문. 진단명은 모두 '외상성 손상'입니다."

박지현이 병원 기록을 법관에게 제시한다.

"이 기록들은 최수진이 반복된 폭력 상황에 있었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증명합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최수진이 남편의 칼을 빼앗으려다 남편을 다치게 한 것이 정당방위인지 과잉 방위인지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이 기록도 1심에서 제출되지 않았습니까."

검사가 입을 열지 않는다.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법원."

박지현이 답한다.

"1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피고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방위 행위만 평가했습니다. 절차적으로 정당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절차란 진실을 찾기 위한 것이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박지현의 손가락이 떨린다. 가슴이 고르지 않은 숨으로 팽창한다. 이것이다. 증거 은폐가 드러나는 순간. 박지현의 눈이 반짝인다. 숨을 고르려 하지만 고르지 않는다. 신체가 반응한다. 이것이 절차 안에서의 저항이다.

법관이 서류를 내려놓는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이 항소심은 중단됩니다. 새로운 증거에 대한 검증을 위해 5일의 기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기간 동안 검사님은 1심 수사 단계에서의 증거 수집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이 신고 기록과 병원 기록을 어느 시점에 인지했고, 왜 법정에 제출하지 않았는지를 명확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법관이 선언한다.

검사가 일어서려다 멈춘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법원, 이것은..."

"기각 신청은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절차상 새로운 증거는 재심사 대상이 됩니다. 특히 이번 경우, 증거 은폐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욱 그렇습니다. 5일 후 검증 심리에서 뵙겠습니다."

법관이 법정을 떠난다.

박지현은 법정에 선다. 이것이 승리인가.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인가. 5일 후 검사의 반박이 무엇일지, 법관이 결국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모든 것이 여전히 불확실하다.

최수진이 박지현을 본다. 눈이 젖어 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절망을 법정 안에서 말해주었다. 절차 안에서 그녀의 진실을 싸워주었다.

"감사합니다."

최수진이 중얼거린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지현이 답한다.

"하지만 이제 법정이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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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온 박지현은 준호의 사진을 본다. 여전히 그곳에 있다. 수염이 길고 눈빛이 죽어 있는 사진.

박지현은 준호의 파일과 최수진의 파일을 나란히 펼친다. 같은 절차, 같은 거부, 같은 절망의 구조.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증거 은폐가 드러났다. 이번에는 법정이 움직였다.

"절차 안에서 싸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박지현이 서진우에게 말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 충분합니다."

서진우가 답한다.

핸드폰이 울린다. 번호 표시 없음. 박지현은 받지 않는다. 대신 전원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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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후.

박지현의 핸드폰에 메일이 온다. 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이상민의 이름으로. 제목은 '최수진 사건 신고 기록 관련 질의'.

메일을 열자 박지현의 얼굴이 굳어진다.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추가 신고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2022년 1월 3일. 최수진이 아닌 다른 여성의 신고.'*

박지현은 첨부 파일을 다운로드한다. 신고 기록을 본다. 이름은 '이준호의 누나'. 신고 내용은 '경찰 조사 방해 및 증거 은폐 혐의'.

박지현의 손이 떨린다.

준호의 죽음과 최수진의 사건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도 경찰청 자체를 통해.

박지현은 창밖을 본다. 밤의 서울. 어디선가 또 다른 누군가가 절차 안에서 절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절망은 모두 같은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박지현은 최수진의 파일을 다시 펼친다. 5일 후의 검증 심리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준호의 죽음의 진실을 향해.

법정은 여전히 높고 무겁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절차가 있다. 그리고 절차 안에는 저항이 가능하다.

박지현은 펜을 들었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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