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의 균열
법정 안의 공기는 언제나 차갑다. 박지현은 그 온도를 자신의 피부로 느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403호 법정. 오전 10시 정각. 법관 이상훈이 의견서를 펼쳤고, 검사 김민석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목격자 김정희가 소환되었다.
박지현의 손가락이 법정 책상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13년 전 거짓을 증언한 여인. 그녀가 오늘 법정에 선다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었다.
"증인 김정희를 입정하십시오."
법정 서기의 목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렸고, 김정희가 들어섰다. 회갈색 코트, 움푹 패인 눈가. 13년은 그녀에게도 무거운 세월이었다. 그녀의 손이 기도하듯 모여 있었다.
"증인은 선서를 하십시오."
김정희의 음성이 떨렸다. "네, 알겠습니다."
법관이 기본 사항을 확인했다. 나이, 직업, 13년 전 사건과의 관계. 모든 것이 공식적이고 거리감 있게 진행되었다. 검사 김민석이 일어섰다.
"증인께서는 2011년 8월 14일, 강남구 도곡동 상가 앞에서 무엇을 목격했는지 진술해주시겠습니까?"
김정희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듯했다.
"네, 저는... 그날 저녁 7시쯤이었어요. 상가 뒤쪽 골목에서 한 남자가..."
"그 남자가 누구라고 생각했습니까?"
"피고인 이준호였습니다."
검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자신이 준비한 증거들을 하나씩 제시하며 김정희의 증언을 보강하려 했다. 당시 현장 사진, 목격자 신문 기록, 피고인 신원 확인서. 모든 것이 13년 전 판결을 정당화하기 위한 배치였다.
검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것이 더 위험했다. 확신 있는 자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증인께서는 그 이후 경찰 신문 과정에서도 동일한 진술을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변함이 없으셨습니까?"
"네."
검사가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박지현이 일어섰다.
"반대신문 하겠습니다."
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현이 증인석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법정의 모든 눈이 그를 따라왔다. 그는 김정희의 얼굴을 정조준하지 않고, 증거 자료들을 손에 들었다.
"증인께서 당시 목격했다고 진술하신 시간이 정확히 몇 시였습니까?"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7시쯤이라는 것은, 정확한 시간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그... 대략 그 시간이었어요."
"당시 경찰 신문 기록을 보면, 증인께서는 '정확히 저녁 7시였습니다'라고 명시하셨습니다. 기억이 달라지셨습니까?"
김정희의 목이 움직였다. 침을 삼켰다.
"아니... 그건 시간이 지나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구체적이 되는가, 아니면 모호해지는가?"
"모호해집니다."
"그렇다면 13년 전에 더 정확했던 기억이 이제는 불명확해지고 있다는 뜻입니까?"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의 있습니다. 반복 질문입니다."
법관이 손을 들었다. "변호사, 질문을 진행하십시오."
박지현은 멈추지 않았다. 다른 각도에서 들어갔다.
"증인께서 그 남자가 이준호라고 확실히 식별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입니까?"
"얼굴을 봤습니다."
"그 시간에 조명은 어땠습니까?"
"어두웠어요. 저녁이니까요."
"얼마나 어두웠습니까? 남자의 얼굴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음... 상가 불빛이 있어서..."
"상가 불빛이 골목까지 충분히 미쳤습니까?"
"대략..."
"정확히 답변해주시겠습니까?"
박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감춘 날카로움이 있었다. 김정희가 한 번 말을 바꿀 때마다 그 다음 질문은 그 모순을 정확히 겨냥했다.
"13년 전 경찰 신문 기록을 다시 보겠습니다."
박지현이 서류를 들었다. 법정 화면에 이미지가 투사되었다.
"여기 보시면, 증인께서 '남자가 제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때 가로등 불빛이 정확히 비쳤다'고 진술하셨습니다. 하지만 현장 사진을 보면 그 위치에는 가로등이 없습니다. 당시 불빛은 상가 간판에서만 나왔습니다."
"그... 기억이..."
"기억이 맞지 않습니까?"
침묵이 내려앉았다.
박지현이 한 발 물러섰다. 그 다음 질문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증인께서는 경찰 신문 이전에 이준호라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셨습니까?"
"아니요."
"그렇다면 경찰이 보여준 사진 없이, 그 남자가 이준호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습니까?"
김정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경찰이... 사진을 보여줬어요."
"사진을 보여주기 이전에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뜻입니까?"
"네."
"그렇다면 당신이 본 것은 '이준호라는 특정인'이 아니라, 단순히 '어떤 남자'였습니다. 맞습니까?"
검사가 다시 일어섰다. "이의 있습니다! 선도적 질문입니다."
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 질문을 중립적으로 다시 하십시오."
박지현은 잠시 멈췄다. 그 침묵 속에서 호흡을 조절했다. 압박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 그것도 전술이었다.
"증인께서는 13년 전에도 이 사람을 봤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까?"
박지현이 이준호의 수형번호 사진을 들었다. 법정 화면에 투사된 그 얼굴. 13년 전의 젊은 얼굴이 아니라, 수감 중인 회색빛 얼굴이었다.
김정희의 눈이 그 사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증인, 답변을 해주시겠습니까?"
박지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것이 더 무거웠다.
김정희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다시 열렸다.
"저는... 잘..."
그 순간, 그녀의 어깨가 흔들렸다. 법정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봤다. 증인석에 선 여인이 울고 있었다. 13년의 침묵이 한 순간에 터져 나왔다.
박지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기다렸다. 오래된 상처가 터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법관이 물을 권했다. 서기가 휴지를 건넸다.
길고 무거운 침묵이 법정을 채웠다. 몇 분이 흘렀다. 김정희의 울음이 서서히 멈춰갔다. 그 사이에 박지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질문의 타이밍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다.
박지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압박하지 않았다.
"증인께서는 정말로 그 남자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침묵.
"아니면... 누군가 당신에게 그렇게 증언하도록 강요하셨습니까?"
법관이 개입했다. "변호사, 그 질문은..."
하지만 그 순간, 김정희가 말했다.
"경찰이... 저를 협박했습니다."
법정이 굳었다.
"제가 처음에는 그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저는 단지 그 골목을 지나가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경찰이 와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
"제 아들을 들먹였어요. 제 아들이 다니던 학교 이름, 담임 선생님 이름까지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이 사건에서 증언해주면 아무것도 없을 거고, 증언하지 않으면... 아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박지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차곡차곡 펼쳐졌다. 이것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증언하셨습니까?"
"네. 그들이 보여준 사진을 기억에 새기라고 했고, 그 사진의 남자가 범인이라고 말하라고 했어요."
검사가 일어섰다. "이의 있습니다! 증인이 신빙성 없는 주장을..."
법관이 손을 들었다. 검사는 자리에 앉았다.
이상훈 법관의 얼굴이 변했다. 눈이 깜박였고, 입술이 약간 벌어졌다. 20년의 판사 경력 속에서도 이런 순간은 드물었다.
박지현이 계속했다.
"당시 경찰서에서 몇 번 만나셨습니까?"
"여섯 번이었어요."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하셨습니까?"
"네. 처음 다섯 번은 거부했어요. 그런데 여섯 번째 때 경찰이 저를 혼자 남겨뒀어요. 방 안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 사이에 제 아들의 사진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어요."
법정의 공기가 멈췄다.
박지현이 마지막 질문을 했다.
"증인께서는 법정에 선 지금, 13년 전 당신의 증언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정희는 이준호의 수형번호 사진을 바라봤다. 수감 중 회색으로 변한 그 남자의 얼굴을.
"아니오. 거짓입니다."
그 두 단어가 법정에 박혔다.
박지현이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검사의 얼굴은 창백했다.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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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이상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이 책상 위에서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 그 침묵은 단순한 판사의 생각이 아니었다. 13년 전 판결을 내린 자신의 결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검사 김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법관님, 증인의 증언이 신뢰성이 없습니다. 명백한 위증 혐의입니다."
"그렇습니다," 법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위증이 13년 전에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검사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증인은 현재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위증죄로."
법관이 서기를 바라봤다. 서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법관이 계속했다. "이 법정은 13년 전 증거 수집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께서는 경찰의 신문 기록을 전부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증인 신문 당시의 영상 기록이 있다면 반드시."
검사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것은 법관의 질문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박지현은 법정의 이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법관이 단순히 위증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원래 사건 자체의 재검토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것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재심 청구와 관련하여, 본 법정은 새로운 증거로서의 증인 증언을 인정합니다. 피고인 이준호의 법적 지위는 현재 재검토 대상이 됩니다."
법관의 선언이 떨어졌다.
"폐정합니다. 다음 공판은 2주 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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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이 폐정되었다. 오후 3시 15분.
박지현은 법정을 나왔다. 복도의 형광등이 눈을 자극했다. 손이 떨렸다. 그 떨림은 흥분이 아니라, 뭔가 더 큰 것이 시작되었다는 불안감이었다.
서진우가 옆에서 말했다. "완벽했어. 정말 완벽했어."
박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법정 안의 승리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판사가 재검토를 명시했다. 이건 단순한 위증 지적을 넘어서는 거야. 원래 사건 자체가 다시 열린다는 뜻이야."
서진우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박지현의 표정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었다.
법원 1층 로비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 없는 전화였다. 박지현이 받았다.
"박 변호사입니까?"
남자의 목소리였다. 낮고 차분한.
"네."
"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전담 서기입니다. 법관 이상훈께서 판사실로 오실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내일 오전 11시에 면담이 있을 예정입니다."
박지현의 호흡이 변했다.
"혼자 오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박지현은 계단 위에서 멈춰 섰다. 손이 난간을 잡았다. 손가락이 차가운 금속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판사의 면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진우가 옆에서 물었다. "뭐라고 했어?"
"내일 판사실로 가야 한다고."
"좋은 신호 아닌가?"
박지현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한 계단, 한 계단. 발이 내려갈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법정 안에서 얻은 승리가 법정 밖에서 어떤 대가를 부를지 알 수 없었다. 법관도 압박을 받을 것이다. 검사도. 경찰도.
로비에 도착했을 때, 박지현은 서진우를 바라봤다.
"혼자 가야 한다고 했어. 내일 판사실에."
"뭔가 이상한데."
"응. 나도."
박지현이 로비를 나왔다. 법원 앞 광장의 햇빛이 가혹했다. 선글라스를 썼다. 그 순간, 검은색 차가 가까워왔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차가 멈췄다. 창문이 내려갔다.
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이상민이었다.
"변호사, 잠깐만요."
박지현의 근육이 긴장했다. 서진우가 한 발 물러섰다.
이상민이 차에서 내렸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마치 날씨 좋은 오후에 우연히 만난 사람처럼. 하지만 그의 눈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좋은 성과였습니다. 증인이 고백했다니."
박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상민이 한 발 더 가까워왔다. 박지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이겼습니다. 축하합니다. 하지만..."
이상민이 멈췄다. 그의 눈이 박지현을 정조준했다.
"법정에서의 승리와 현실은 다릅니다. 당신이 법정에서 이겼어요.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법이 결정할 일입니다."
"법," 이상민이 미소했다. 그것은 협박하는 미소였다. "법은 절차입니다. 증거입니다. 하지만 법은 현실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박지현이 한 발 물러섰다. 이상민은 따라오지 않았다.
"조직이라는 것은 자기 방어 본능이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더 밀어붙이면, 당신도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위협입니까?"
"아니요. 현실입니다."
이상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
"네? ...네, 국무회의 일정 잘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 10시 출석, 네."
이상민이 전화를 끊었다. 그의 얼굴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박지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상민은 박지현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더 이상 협박이 아니라, 뭔가 다른 감정이었다. 계산. 그리고 약간의 불안감.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변호사. 이 세계는 훨씬 더 깊습니다."
이상민이 차로 돌아갔다. 차 문을 열고 앉았다. 창문이 올라갔다. 검은색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지현은 그 차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차가 모퉁이를 돌아갔다.
서진우가 박지현의 옆에 섰다.
"뭐라고 했어?"
"위협했어. 하지만 그건 약한 신호야."
"약한 신호?"
"응. 만약 경찰청이 확신했다면, 이렇게 직접 나올 필요가 없었어. 그건 내가 뭔가 더 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박지현의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내일 판사실에서 뭘 들을 거 같아?"
"모르겠어. 하지만 이건 확실해. 경찰청이 국무회의까지 동원했다는 건, 이 사건이 단순한 재심이 아니라는 뜻이야. 그리고 판사도..."
박지현이 말을 멈췄다. 다음 말은 추측일 뿐이었다. 확정이 아닌.
"내일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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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은 법원 건물을 바라봤다. 그 높은 건물 위에 태양이 떨어지고 있었다. 법정 안에서 거짓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하지만 법정 밖에서는 새로운 거짓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자," 박지현이 말했다.
두 사람이 법원 광장을 나갔다. 저녁의 서울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