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유혹
공이 박준의 손을 떠났을 때, 시간이 멈췄다.
아니, 멈춘 게 아니었다. 단지 준호의 심장이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경기 시작 이후 38분. 4쿼터 마지막 5초. 스코어는 68 대 68. 동점. 이 경기를 이기면 챔피언십 진출이 확정되는 리그 최종전. 강원 팀과의 대결에서 '다시 일어나다'는 지금까지 온 길의 모든 것을 이 순간에 걸었다.
박준이 볼을 가지려 했으나 강원의 수비수 두 명이 그를 집어삼켰다. 스크린 플레이가 깨졌다.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박준이 옆으로 몸을 날리며 준호를 향해 볼을 던졌다.
준호가 공을 받는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관중석의 함성도, 심판의 휘슬도, 코트 위의 발소리도. 오직 자신의 호흡만 들렸다.
유령 슈터.
능력의 이름이 뇌에 각인되었다. 한 경기당 단 한 번, 마지막 슈팅 시도에만 100% 성공을 보장하는 초능력.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3초. 2초. 1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준호의 근육들이 저절로 반응했다.
유령 슈터를 발동하면 된다. 거리, 각도, 수비 상황 따위는 상관없다. 능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다. 영구 부상? 그건 나중 일이다. 지금은 이겨야 한다. 팀이 챔피언십에 진출해야 한다. 자신이 '선수'임을 증명해야 한다.
손가락이 떨렸다. 슛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누군가의 눈이 준호를 관통했다.
박준이었다.
센터는 강원의 수비수들 사이에서 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가 없었다. 절망도 없었다. 오직 하나—'나를 믿어'라는 메시지만 가득했다.
준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같은 순간, 포인트가드 수호의 눈도 만났다. 수호는 벤치에서 일어나 있었고, 그의 입술은 움직이고 있었다. 말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준호는 알았다. 수호가 뭘 말하는지.
'우리를 믿어.'
그것이었다.
준호는 슈팅을 포기했다.
대신 박준을 향해 볼을 흘렸다. 박준이 그것을 받는 순간, 준호는 자신의 몸으로 스크린을 설정했다. 강원의 수비수가 박준을 따라가려 했으나 준호의 어깨가 그를 막았다. 박준의 시야가 열렸다.
센터가 미드레인지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이 공중을 떠올랐다. 아름다웠다. 포물선이 완벽했다. 링에 도달했다.
그리고.
공은 링을 두 바퀴 돌다가 떨어져 내렸다.
패배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음이 울렸다. 강원 68 - 68 다시 일어나다. 연장전이 아니라 그냥 끝이었다. 리그 최종전에서의 패배. 챔피언십 진출이 물 건너간 순간.
준호는 코트에 무릎을 꿇을 수도 있었다. 분노로 소리칠 수도 있었다. 유령 슈터를 왜 쓰지 않았냐고 자신을 탓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준호의 얼굴에는 후회가 없었다.
대신 이상한 것이 있었다. 가슴 깊숙이 자리 잡은, 이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따뜻함. 그것이 패배의 고통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것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박준이 준호에게 다가왔다. 센터의 얼굴은 눈물로 흥건했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박준은 그냥 준호를 안았다. 어깨를 통해 전해지는 울음의 진동. 준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혹시 이게 마지막일까.'
박준의 팔에 안겨, 준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수호가 달려왔다. "미안해. 내가 못 막았어. 저 수비수가..." 포인트가드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준호는 알았다. 수호가 뭘 말하려는지.
로커룸으로 향하는 길은 길었다. 팀원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누군가 울고 있었다. 누군가는 침묵하고 있었다. 모두가 챔피언십 진출이 물 건너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로커룸 문을 열 때, 임석진 감독이 준호의 팔을 잡았다.
"잠깐."
감독의 얼굴은 진지했다. 준호는 멈췄다. 다른 팀원들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넌 알지?"
임석진이 말했다.
"뭘?"
"마지막 5초에서 넌 선택할 수 있었어. 능력을 쓸 수도 있었어. 아무도 너한테 그걸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어. 넌 그걸 쓸 충분한 이유가 있었어."
준호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안 썼어."
"네."
"왜?"
준호는 답하지 않았다. 감독이 물었던 건 질문이 아니었다. 감독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임석진이 준호를 안았다. 작은 몸이었지만 감독의 품은 넓었다.
"잘했다. 이제 넌 진짜 선수가 됐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로커룸 안에서 누군가의 휴대폰이 울렸다. 기계음이 아니라 실제 전화음이었다. 팀 대표가 전화를 받았다. 준호는 로커룸으로 들어갔다.
"네... 네... 알겠습니다."
대표의 얼굴이 변했다. 아니, 변한 게 아니었다. 환했다.
"우리가 진출했어!"
침묵이 깨졌다. 팀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뭐?"
"지역 2조 1위 팀이 졌어. 그러면... 우리가 자동 진출이야!"
말이 끝나기 전에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준이 외쳤다. 수호가 소리쳤다. 팀원들이 뛰어올랐다. 로커룸은 순식간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했다.
그런데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능력을 쓰지 않은 5초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깨달으며. 패배 속에서 진정한 승리를 얻은 순간을 깨달으며. 혼자가 아니라 팀과 함께 진출 티켓을 얻은 이 황당한 상황을 깨달으며.
박준이 준호에게 달려왔다.
"우리 진출했어! 챔피언십이야!"
박준이 준호를 들어 올렸다. 센터의 팔에 안겨서, 준호는 다시 한 번 울었다. 이번엔 다른 눈물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 병원 의료실.
이은정 의사가 준호의 무릎을 촉진했다.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흉터 위를 지나갔다. 준호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통증이 느껴졌다. 여전히, 깊이 있었다.
"음... 좋아."
이은정이 말했다.
"뭐가?"
"넌 능력을 안 썼구나."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의사는 MRI 결과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준호의 무릎 이미지가 떠 있었다. 어제 촬영한 것이다. 경기 후 즉시 응급실로 왔다.
"지난달 손상 정도가 현재도 유지 중이야. 악화되지 않았다는 뜻이야."
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능력을 썼으면 이미 끝났어. 영구 부상. 더 이상 농구를 할 수 없는 상태. 근데 넌..."
이은정이 준호를 봤다.
"넌 살 수 있겠다. 이제."
"프로는?"
의사가 침묵했다.
"프로는 불가능해. 근데 이건 이미 알고 있던 거 아니야? 넌 충분히 알고 있었어."
준호는 눈을 감았다. 프로 복귀. 그것은 이제 진짜로 끝이었다. 불가능이 아니라 끝. 문을 닫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문이 닫혀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동시에 무언가 놓여지는 감각이 있었다. 오랫동안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는 것처럼.
"하지만 넌 챔피언십에 진출했지?"
의사가 물었다.
"네."
"능력 없이?"
"네."
이은정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조소가 아니었다. 진정한 웃음이었다. 의료진만이 할 수 있는, 환자의 회복을 봤을 때의 웃음.
"좋아.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넌 이 무릎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배우는 거야. 아마 농구를 계속할 수는 있을 거야. 다만 프로처럼은 못하겠지만."
"아마?"
"그래. 아마. 그게 넌 이미 시작한 거 아니야?"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봤다. 아침 햇빛이 병원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잔디가 초록이었다. 그 초록에 비해 자신의 무릎은 영원히 손상된 상태로 남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준호가 느끼는 것은 절망이 아니었다.
챔피언십 결승전이 남아 있었다. 정태훈 팀과의 경기. 그 경기에서 한지현과 다시 만날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능력 없이 만날 것이었다.
2년 전, 자신을 밀어낸 그 선수와.
준호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떠올랐다.
"챔피언십이 언제예요?"
"일주일 뒤야. 3월 말. 왜? 준비할 게 있어?"
"네. 있어요."
의사가 준호를 봤다.
"뭔데?"
"이겨야 해요."
그 순간, 병원 복도 너머에서 박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 준호!"
센터가 복도를 뛰어왔다. 팔에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밝았다.
"감독님이 찾아! 결승전 전술 회의를 한대!"
준호가 일어섰다. 무릎이 아팠다. 하지만 일어났다. 걸었다. 박준 옆으로 나란히 걸었다.
"결승전에서 이기면 뭐가 돼?"
박준이 준호에게 물었다.
"뭐긴... 챔피언이 되지."
"그 다음은?"
준호가 박준을 봤다.
"그 다음?"
"응. 우리 혼자가 아니라 진짜 팀이 된다는 뜻이지."
박준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우리 이길 거야. 일주일 뒤에."
"왜 그렇게 확신해?"
"왜냐면..."
박준이 준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넌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을 내려갔다. 무릎이 계속 아팠지만, 이제 그것은 패배의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신체의 한계를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한계 안에서, 준호는 처음으로 '팀'이라는 것을 배웠다.
로비에서 임석진 감독이 기다리고 있었다. 감독의 손에는 두꺼운 영상 분석 자료가 들려 있었다.
"왔냐? 좋아. 이제 우리가 정태훈 팀을 어떻게 이길지 봐야 해."
임석진이 준호를 봤다. 그 눈에는 희망이 있었다. 현실적인 희망이 아니라, 한 명의 코치가 자신의 선수를 바라볼 때의 희망.
"넌 준비됐지?"
"네."
"혼자가 아니라?"
"네. 혼자가 아니라."
감독이 웃음을 지었다.
"그럼 됐다. 우리 이기자."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준호는 박준과 감독에게 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이준호 선수 맞으신가요?"
남자 목소리였다. 낮고, 사무적이었다.
"네, 맞습니다."
"저 K리그 프로 농구 연맹의 인사담당자입니다. 당신이 아마 챔피언십에 진출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네?"
"경기 후에 한 번 만나뵐 수 있을까요? 프로 복귀에 대해 얘기할 게 있어서요."
준호의 손에서 휴대폰이 떨려왔다.
"프로... 복귀요?"
"그렇습니다. 당신의 기록을 보니 2년 전 부상 전까지는 평균 17.3득점을 기록했더군요. 요즘 아마 리그에서의 활약도 눈에 띕니다. 우리는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준호는 더 이상 말을 듣지 못했다. 휴대폰을 귀에서 떼었다. 박준과 감독이 준호를 바라봤다.
"뭐 어?"
박준이 물었다.
"프로... 프로 팀에서 전화를 했어요."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가 조용해졌다. 임석진 감독의 얼굴 근육이 경직되었다.
"뭐라고 했는데?"
"복귀 제안이라고... 챔피언십 경기 후에 만나자고..."
박준의 눈빛이 변했다. 센터는 준호를 바라봤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임석진이 준호의 팔을 잡았다.
"회의실에 가자. 우리는 챔피언십만 생각하자."
그 말이 명령처럼 들렸다. 준호는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프로 복귀. 그것은 2년을 버티는 동안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꿈이었다. 골목 3점 내기에서도, 무릎 통증 속에서도, 한지현을 보면서도 준호가 붙잡고 있던 것은 그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꿈이 손 앞에 나타났다.
회의실 테이블에는 정태훈 팀의 경기 영상이 펼쳐져 있었다. 정태훈의 78% 정확도 슈팅, 한지현의 빠른 풋워크, 그들의 팀 디펜스. 모두 '다시 일어나다'를 압도하는 것들이었다.
"정태훈은 우리가 이길 수 없어. 그건 알지?"
임석진이 준호를 봤다.
"네."
"하지만 정태훈 팀도 약점이 있어. 바로 여기."
감독이 영상을 일시정지했다. 정태훈 팀의 센터가 화면에 나타났다.
"센터 강민호. 피지컬은 좋지만 빠른 움직임에 약해. 그리고 정태훈은 너무 자신만 믿어. 팀 플레이를 잘 안 해. 여기가 우리의 기회야."
박준이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준호가 박준을 봤다. 센터는 영상 따위를 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준호를 보고 있었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 넌..."
감독이 준호를 가리켰다.
"정태훈의 수비를 흔들어야 해. 넌 한지현과 한 번 만난 적 있지?"
"네. 2년 전에..."
"그때 뭐가 생각났어?"
준호가 대답하지 못했다. 2년 전의 기억은 너무 선명했다. 자신이 밀려나가는 느낌. 선수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 그리고 한지현이 자신을 보는 눈빛. 그 눈빛은 이렇게 말했었다. '넌 끝났어.'
"생각 안 나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넌 한지현을 상대해본 유일한 우리 팀원이야. 그리고..."
감독이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한지현도 지금 프로에서는 백업이야. 너처럼 상처가 있는 거지. 그걸 공략해."
회의는 2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임석진은 정태훈 팀의 모든 패턴을 분석했다. 수호의 빠른 판단력으로 정태훈의 페이크를 뚫어내는 방법, 박준의 강한 피지컬로 강민호를 낀다는 전술. 그리고 준호는 한지현을 마크하면서 동시에 정태훈의 수비 타이밍을 흔드는 역할.
팀 농구. 그것이 감독의 모든 전술의 핵심이었다.
"우린 정태훈보다 빠를 수 없어. 강민호보다 클 수도 없어. 하지만 우린 한 가지가 있어."
임석진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신뢰야. 우리는 서로를 믿는다. 그들은 정태훈만 믿어. 그게 우리의 무기야."
박준이 그제야 준호를 봤다. 아까 그 뭔가를 물어보는 눈이 아니라, 다시 밝은 눈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뭔가 있었다.
회의가 끝났을 때는 저녁 6시였다.
준호는 박준과 함께 체육관을 나왔다. 지방 도시의 저녁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박준이 준호의 팔을 잡았다.
"아까 전화... 정말 프로팀이었어?"
"응."
"좋은 거 아니야? 넌 원하던 거잖아."
준호가 박준을 봤다. 센터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고 있었다.
"응. 원하던 거 맞아."
"그럼 됐네. 챔피언십이 끝나고 프로로 가면 돼."
박준이 준호의 어깨를 쳤다. 그 손에는 힘이 없었다.
"우리는... 어쨌 아마니까."
준호가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이 맞았다. '다시 일어나다'는 아마 팀이었다. 프로 팀이 아니었다. 그리고 프로 팀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것이 준호가 원하던 것이었다. 2년 동안 원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박준의 등이 자꾸 작아 보였을까.
"박준."
준호가 불렀다.
"응?"
"우리 챔피언십 이기자. 진짜로."
박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엔 조금 더 진짜처럼 들렸다.
"당연하지. 우리 이겨야 하잖아."
그들이 주차장을 나갈 때, 수호가 달려왔다. 포인트가드는 숨을 헐떡이며 준호를 봤다.
"너 프로팀 전화 받았니?"
"응. 어떻게 알았어?"
"감독님이 말해주셨어."
수호가 준호의 눈을 마주했다. 포인트가드의 눈빛도 박준과 같았다. 뭔가 물어보고 있었다.
"축하한다. 근데 우리 챔피언십 이기고 나서 프로로 가도 되지?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
"당연하지."
수호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도 뭔가 물어보고 있었다. 준호는 그 물음을 피했다.
그 밤, 준호는 숙소의 작은 방에 누워 천장을 봤다. 무릎이 아팠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익숙한 통증이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프로 팀의 전화 기록이 남아 있었다. K리그 프로 농구 연맹. 그들은 준호가 챔피언십을 이기든 지든 만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당신의 과거 기록과 현재의 활약을 평가합니다. 무릎 상태가 좋아진다면 충분히 프로 복귀가 가능합니다."
그 말이 계속 준호의 귀에 울렸다.
프로 복귀. 그것이 가능했다. 의료진은 아마 농구는 계속할 수 있다고 했고, 프로는 못하겠지만이라고 덧붙였지만, 프로 팀은 다르게 말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 말이 거짓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준호에게는 그것도 희망이었다.
준호는 휴대폰을 들었다. 프로 팀의 번호를 화면에서 찾아 저장했다. 그리고 다시 들었다. 박준의 사진을 찾아 켜 봤다. 팀 단체사진이었다. 박준, 수호, 감독, 그리고 자신. 모두가 웃고 있었다.
준호는 사진을 닫고 프로 팀의 번호 화면으로 돌아갔다. 번호를 보다가 삭제했다. 다시 저장했다. 그리고 또 삭제했다.
천장을 봤다. 마음이 무거웠다. 가벼워야 할 순간인데, 마음이 무거웠다.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프로 팀의 번호를 저장했다가 삭제했다. 다시 저장했다가 또 삭제했다.
박준의 사진을 다시 켜 봤다. 센터가 준호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챔피언십 진출이 확정된 직후의 사진. 그때 박준의 표정은 진정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준호는 사진을 닫고 프로 팀의 번호를 다시 찾았다. 손가락이 삭제 버튼 위에 멈췄다.
그 다음날 아침, 준호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챔피언십이 6일 남았다.
그리고 그 6일 동안, 준호는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