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선택의 무게

무릎 통증은 여전했다.

어제 광주전에서 능력을 쓰지 않은 지 48시간. 의료진이 말한 대로라면 통증은 이제 사라져야 할 시간인데, 준호의 무릎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날카로운 신호를 보냈다. 능력 사용의 후유증이 아니라, 2년간의 누적 손상이 깨어나는 소리였다.

체육관 지하 코트. 새벽 6시 30분.

준호는 프리스로 라인에 섰다. 공은 손가락 끝에만 닿았다. 신체의 흐름은 완벽했다. 어깨, 팔꿈치, 손목—모든 관절이 기억했다. 슈팅 폼은 2년 전 프로 무대에서의 그것과 같았다.

탁.

공이 림을 때렸다. 튀어나갔다.

준호는 다시 공을 집었다. 발의 너비를 좀 더 넓혔다. 무게중심을 뒤로 옮겼다. 슈팅했다.

탁탁.

또 튀어나갔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공은 계속 림을 맞고 튀어나갔다.

준호는 한 발 물러섰다. 콘크리트 바닥에 앉았다. 무릎이 울었다. 통증이 아니라 신음이었다. 마치 신체가 자기 자신에게 항의하는 소리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준호의 뇌는 한 가지만 반복했다.

*능력을 쓰면 된다.*

그렇게 간단했다. 절박함이 밀려오면, 손가락에서 초능력이 깨어나고, 어떤 각도에서든 어떤 거리에서든 공은 바스켓을 통과할 것이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72시간의 악몽이었다.

준호는 일어났다. 무릎을 펴며 신음을 참았다. 다시 슈팅을 집었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공은 계속 튀어나갔다. 하지만 준호는 멈추지 않았다. 체육관의 조명은 여전히 어두웠다. 천장의 형광등 중 세 개가 깜빡였다. 그 불규칙한 깜박임 속에서 준호는 혼자 슈팅을 반복했다.

오늘도 경기가 있었다.

대구 피닉스와의 플레이오프 8강 경기. 이기면 4강에 진출한다. 지고 나면 끝이다. '다시 일어나다' 팀이 챔피언십 진출까지 남은 경기는 단 두 개다. 다섯 경기 중 네 경기를 이겼다.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된다.

한 경기.

준호의 손에서 공이 떨어졌다. 아홉 번째 슈팅이었다.

"형."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는 돌아봤다. 김수호가 코트 입구에 서 있었다. 트레이닝복을 입었지만 얼굴은 졸린 표정이었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하는 택배 일이 있어서 미리 온 것 같았다.

"이 시간에?"

수호가 다가왔다. 준호의 옆에 섰다. 슈팅 라인으로 간 준호를 따라갔다.

"형, 계속 튀어나가네. 뭔 일이야?"

"그냥."

준호가 공을 들었다.

"오늘 경기가 있잖아."

수호가 말했다.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어떤 의도가 담겨 있었다. 마치 준호의 내면을 읽고 있는 것처럼.

"그래."

"형, 너 지금 뭘 생각하고 있어?"

준호는 슈팅했다. 공이 튀어나갔다.

"능력을 써야 할까."

말이 나왔다. 준호도 놀랐다. 자신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줄 몰랐다.

수호가 한숨을 쉬었다. 긴 한숨이었다. 마치 자신의 몸에 들어 있던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처럼.

"형, 나도 한 번 얘기해줄 수 있을까?"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가 코트 가장자리에 앉았다. 준호도 앉았다. 무릎이 다시 울었다. 준호는 무시했다.

"나도 프로를 꿈꿨어."

수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새벽 5시부터 일하는 택배 기사의 목소리가 아니라, 한때 농구 선수였던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 진출이 거의 확실했어. 키도 크고, 스피드도 있고, 판단력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어. 대학에서도 1학년 때부터 선발로 나갔어. 프로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에 자주 왔어."

수호는 손가락을 펴며 말했다. 손가락 중 가운데 손가락이 약간 굽어 있었다.

"그런데 2학년 1월, 겨울방학 훈련에서 손목을 다쳤어. 복합 골절. 3개월 재활 후에 복귀했는데, 손가락이 다시는 원래 각도로 펴지지 않았어. 슈팅 폼이 망가졌지."

준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들었다.

"그때 나는 너처럼 생각했어. '이게 끝이구나. 프로는 꿈도 못 꾸겠네. 이제 뭐 하지?' 2학년 말, 나는 대학을 그만뒀어. 프로 진출 가능성이 0에 가까워졌으니까."

수호가 준호를 봤다.

"근데 형, 그 결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어. 대학 그만두고 2년을 헤맸어. 택배 일도 했고, 편의점도 했고, 체육관 보조 강사도 했어. 그러다 감독님을 만났고, 이 팀에 들어왔어.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프로가 안 됐던 게 최악이 아니었어."

"그럼 뭐가?"

준호가 물었다.

"능력으로 한 번 더 해보는 거였을 거야. 손목이 안 나으니까 특별한 걸 찾으려고 애쓰는 거. 그런데 그럼 더 망가져. 형도 알잖아. 능력 쓸 때마다 무릎이 망가져."

수호가 준호의 무릎을 봤다.

"형, 이미 50% 손상됐잖아. 다음 한 번만 더 쓰면 영구 부상이야. 그럼 정말 끝이야. 농구도 못하고, 일상도 못하고."

"그래서?"

"그래서 형은 지금 진짜 선택을 하고 있는 거야. 능력으로 한 번 더 이기는 걸 택할 건지, 아니면 우리를 택할 건지."

수호가 일어섰다.

"나는 형이 우리를 택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나도 그 선택을 했거든. 그리고 그 선택 이후로 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느껴봤어."

수호가 코트로 나갔다. 공을 집었다.

"오늘 경기에서 형이 능력 없이 뛰면, 나도 형을 믿고 뛸 거야. 박준이도 믿고 뛸 거야. 감독님도 믿을 거야. 그럼 이기든 지든, 우린 함께 이기고 함께 질 거야. 그게 팀이야."

수호가 슈팅했다. 공이 깔끔하게 들어갔다.

"형, 이제 가. 밥 먹고 와. 우리 만날 시간이야."

---

오전 10시 30분. 체육관 회의실.

임석진 감독은 화이트보드에 대구 피닉스의 포메이션을 그렸다. 선수들의 배치, 슈팅 거리, 주요 선수들의 활동 영역. 모든 것이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대구 피닉스는 센터 강민호가 핵심이야. 190cm, 체중 105kg. 우리 박준이와 비교하면 10cm 크고 15kg 무겁다. 그놈이 페인트 존에 들어오면 압도적이야."

임석진이 강민호의 이름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런데 강민호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체력이 떨어진다. 4쿼터가 되면 움직임이 둔해져. 그걸 노려야 해."

박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도 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준호는 화이트보드를 봤지만 감독의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뇌의 일부가 다른 곳에 있었다. 능력을 쓰면 모든 게 쉬워진다는 생각이.

"준호."

감독이 준호를 봤다. 준호는 화이트보드에서 눈을 뗐다.

"따라왔어?"

"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넌 스몰 포워드 이동호를 맡아. 그놈은 3점 슈터거든. 거리감을 자주 틀려. 그 틈을 파고들어야 해."

"알겠습니다."

임석진이 준호를 더 오래 봤다. 마치 준호의 얼굴에서 뭔가 읽으려는 것처럼. 준호는 시선을 피했다.

회의가 끝났다. 선수들이 나갔다. 박준이와 수호도. 준호가 마지막으로 나가려 할 때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 잠깐."

준호는 돌아섰다. 임석진은 화이트보드를 지우고 있었다. 천천히, 마치 시간을 끌고 싶은 것처럼.

"나도 너처럼 부상을 입었어."

감독이 말했다. 여전히 화이트보드를 보며.

"현역 때 무릎 반월판 손상. 너보다는 가벼웠지만, 그래도 심각했어. 그때 나는 20대 중반이었고, 아직 프로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어."

임석진이 보드펜을 내려놨다. 돌아섰다. 준호를 봤다.

"그래서 뭘 했을까? 모든 걸 능력으로 해결하려고 했어. 약물, 주사, 비정상적인 재활 프로그램. 의료진이 말린 것도 했어. 한 번 더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감독이 한발 다가왔다.

"그 결과가 뭘까? 반월판 손상이 연골 손상으로 진행됐어. 그리고 2년 뒤에 다시 부상을 입었고, 그때 나는 끝났어. 25살에."

임석진이 준호 앞에 섰다. 눈높이가 같았다.

"진정한 강함이 뭔지 알아? 약함을 인정하는 거야. 자신이 할 수 없는 걸 남에게 맡기는 거야. 그게 가장 어렵고, 가장 무섭고, 가장 강한 거야."

"감독님..."

"오늘 경기에서 넌 능력을 쓰지 말아. 아니, 쓸 수 없어. 이미 우린 다음 사용이 영구 부상이라는 거 다 알아. 그럼 선택이 뭐냐? 영구 부상으로 모든 걸 잃든지, 아니면 지금 이 팀과 함께하는 경험을 택하든지."

감독이 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어?"

준호는 답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목이 메었다.

"경기는 오후 2시. 밥 먹고 쉬고 와. 그리고..."

감독이 잠시 말을 끝냈다. 침묵이 회의실을 채웠다.

"박준이와 수호를 믿어줘. 그러면 그들도 너를 믿을 거야."

---

오후 1시 45분. 로커룸.

준호는 유니폼을 입었다. 등 번호 23번. 검은색과 노란색의 조합. 이 팀의 색깔이었다.

박준이가 옆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무릎 위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입은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것 같았다.

"형, 괜찮아?"

수호가 준호 옆에 앉았다.

"응."

"거짓말하지 마. 얼굴에 다 보여."

준호가 수호를 봤다. 수호는 이미 경기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눈이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준호를 바라보는 따뜻함이 있었다.

"형, 우리 이겨."

"응."

"우리가 이기는 거야. 형 혼자가 아니라. 우리 팀이."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경기장으로 나갔다.

---

1쿼터.

준호는 스몰 포워드 이동호를 마크했다. 이동호는 신체가 작았지만 빨랐다. 3점 라인 너머에서 자주 활동했다. 준호는 그를 따라다녔다. 무릎이 울었지만 계속했다.

2분 30초, 이동호가 3점을 시도했다. 준호가 손을 올렸다. 이동호의 슈팅은 튀어나갔다. 박준이가 리바운드를 잡았다.

수호가 빠르게 전개했다. 준호에게 패스했다. 준호는 레이업을 시도했다. 성공했다.

2-0.

준호는 숨을 쉬었다. 능력 없이 점수를 냈다. 팀은 박수를 쳤다. 작지만 분명한 박수였다.

3쿼터.

점수는 38-35. '다시 일어나다' 팀이 3점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 피닉스의 강민호가 깨어났다. 페인트 존에서 연속 골을 넣었다. 3분 만에 5점을 냈다.

38-40. 역전당했다.

준호는 수호에게 패스를 받았다. 이동호가 집요했다. 준호는 드리블을 했다. 한 번, 두 번. 3점 라인 너머로 나갔다.

슈팅을 시도했다.

손가락 끝에서 공이 떨어졌다.

절박함이 밀려왔다.

*이 순간이 필요해. 이 슈팅이 필요해.*

손가락이 따뜻해졌다. 초능력이 깨어나려 했다. 준호는 느꼈다. 그 익숙한 감각이. 유령 슈터가 호출되는 신호를.

하지만 준호는 멈췄다. 손가락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초능력의 온기를 외면했다. 유령 슈터의 유혹을 거부했다. 그 대신 공을 한 손으로 내려받았다.

이동호가 경악했다. 준호가 드리블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공이 한 번 튀어 올랐다.

준호는 박준이를 봤다.

박준이는 페인트 존에서 강민호와 대치하고 있었다. 신체는 작았지만 눈은 진지했다. 준호와의 시선이 만났다.

준호가 패스했다.

박준이가 공을 받았다. 강민호가 막아섰다. 하지만 박준이는 피하지 않았다. 정면에서 부딪혔다. 몸을 날렸다.

레이업.

성공했다.

39-40.

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 철렁이 아니라 뭔가가 터졌다. 내부에서 뭔가가 갈라지고 터지는 느낌이었다.

박준이가 코트 위에 쓰러져 있었다. 강민호의 팔꿈치가 박준이의 가슴에 직격했기 때문이었다.

"파울!"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박준이가 일어섰다. 손으로 가슴을 짚었지만 일어섰다. 자유투를 하러 가는 박준이의 눈이 준호와 만났다.

미소였다.

아주 작은 미소였지만 분명 미소였다.

박준이가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40-40.

동점이었다.

준호는 손을 펴고 펴고 또 펐다. 마치 그 손에서 뭔가가 떨어져 나가길 원하는 것처럼. 초능력의 온기가 빠져나가길 원했다.

4쿼터.

점수는 65-63. 대구 피닉스가 2점 앞서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1분 30초.

준호가 공을 받았다. 이동호가 다시 집요했다. 준호는 드리블을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수호가 스크린을 요청했다. 준호는 수호에게 패스했다.

수호가 공을 받았다. 빠르게 전개했다. 박준이에게 패스했다.

박준이가 페인트 존으로 들어갔다. 강민호가 막아섰다. 박준이는 멈추지 않았다.

유도 파울.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오브스트럭션!"

심판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강민호의 파울이었다.

박준이가 자유투를 하러 갔다. 2개를 던졌다.

2개 모두 성공했다.

65-65.

동점이었다.

남은 시간은 45초.

대구 피닉스의 타임아웃.

---

타임아웃이 끝났다. 대구 피닉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강민호가 공을 받았다. 박준이가 몸으로 막았다. 강민호는 페인트 존 깊숙이 들어가려 했다. 박준이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민호가 슈팅을 시도했다. 박준이의 손이 슈팅 궤도에 들어갔다. 손가락이 공을 스쳤다.

공이 튀어나갔다.

수호가 리바운드를 잡았다. 준호에게 패스했다.

준호는 드리블을 시작했다. 빠르게 전개해야 했다. 남은 시간은 30초.

이동호가 준호에게 달라붙었다. 준호는 스크린을 요청했다. 수호가 몸을 날렸다. 이동호가 잠깐 밀려났다.

준호는 3점 라인 너머로 나갔다. 남은 시간은 20초.

준호는 슈팅을 준비했다. 손가락이 공에 닿았다.

절박함이 밀려왔다.

*이 슈팅이 끝이야. 이 슈팅으로 이기거나 진다.*

손가락이 따뜻해졌다. 초능력의 신호였다. 유령 슈터가 깨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는 한 번 더 생각했다.

박준이의 미소를 생각했다. 수호의 말을 생각했다. 감독의 손을 생각했다.

준호가 슈팅을 멈췄다.

패스했다.

박준이에게.

박준이가 공을 받았다. 강민호가 다시 달려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박준이가 슈팅했다.

남은 시간은 5초.

공이 날아갔다. 회전하고, 올라가고, 떨어졌다.

바스켓을 통과했다.

침음 없이.

68-65.

'다시 일어나다' 팀이 앞섰다.

대구 피닉스의 마지막 공격. 강민호가 3점을 시도했다. 공은 림을 맞고 튀어나갔다.

휘슬.

경기 끝.

71-68.

'다시 일어나다' 팀이 이겼다.

능력 없이.

---

밤 11시 47분. 체육관 코트.

경기는 끝났다. 선수들은 모두 나갔다. 준호는 혼자 남았다.

코트에서. 공을 집었다. 프리스로 라인으로 갔다.

슈팅했다.

들어갔다.

다시 공을 집었다.

슈팅했다.

또 들어갔다.

다섯 번째 슈팅. 여섯 번째 슈팅. 일곱 번째 슈팅. 여덟 번째 슈팅. 아홉 번째 슈팅.

모두 들어갔다.

준호가 열 번째 슈팅을 준비했다. 공을 들었다. 발을 디디고, 무릎을 굽히고, 팔을 올렸다.

절박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절박함이 아니라 뭔가 다른 감정이었다.

감사였다.

준호가 슈팅했다.

공이 날아갔다.

회전하고, 올라가고, 떨어졌다.

바스켓을 통과했다.

침음 없이.

준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뜨거운 눈물이었다.

---

다음날 아침, 체육관 회의실.

임석진 감독, 박준이, 김수호가 앉아 있었다. 준호가 들어왔다.

모두 준호를 봤다.

준호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박준이. 수호."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결정했습니다."

준호가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멈췄다. 무릎이 아직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냥 섰다.

"다음 경기부터 나는 능력을 쓰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팀으로 이기는 방법을 믿겠습니다. 우리를 믿겠습니다."

박준이와 수호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박준이는 눈물을 흘렸다. 수호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임석진 감독의 표정은 심각했다.

"좋아. 그럼 넌 이제 진짜 선수가 되는 거야."

감독이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이제 넌 정말로 약해질 거야. 무릎도 약하고, 능력도 없고, 혼자도 아니고. 그때 진짜 강함이 뭔지 알게 될 거야."

준호가 감독을 봤다.

"감독님?"

"챔피언십 결승전. 상대는 정태훈 팀이야."

임석진이 준호를 똑바로 봤다.

"그 팀의 센터는 프로 진출이 확정된 유망주야. 그리고 가드는 한지현이야. 너도 알 거야. 2년 전에 널 밀어낸 그 선수."

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목이 건조해졌다.

"그 경기에서 넌 능력 없이 그들을 이겨야 해. 아니면 우리는 끝이야."

감독이 한 발 다가왔다. 준호의 눈을 맞췄다.

"준호, 넌 이길 수 있어?"

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감독의 말이 계속됐다.

"아직도 모르겠어?"

"네."

솔직한 대답이었다.

"그래. 모르는 게 맞아. 아직 안 해봤으니까."

감독이 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넌 혼자가 아니야. 그걸 잊지 마."

준호는 감독의 손을 느꼈다. 무겁고 따뜻한 손이었다.

박준이와 수호가 준호에게 다가왔다. 양쪽 어깨를 잡았다.

"형, 우리 이겨."

박준이가 말했다.

"우리 팀이 이겨."

수호가 덧붙였다.

준호는 두 사람을 봤다. 그리고 감독을 봤다.

그들의 얼굴에서 준호는 2년 전 프로 무대에서 절대 느껴본 적 없는 무언가를 봤다.

신뢰였다.

자신의 기록이 아닌, 자신 자체에 대한 신뢰였다.

준호의 목이 다시 메었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감독님. 내가 이길 수 있을까요?"

임석진이 미소를 지었다.

"모르지. 하지만 우린 이길 거야. 그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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