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벽 3시, 한강 대교 밑의 카페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24시간 영업하는 이곳도 이 시간대엔 손님이 거의 없다. 준호는 입구에서 멈춰 실내를 훑었다. 창가 자리에 앉은 남자가 손을 들었다. 박태현이었다.

그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준호의 팔뚝이 따끔거렸다. 진홍색 표식이 반응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착각인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감각이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박태현은 준호가 앉기를 기다렸다. 그의 눈은 차갑고 정확했다. 준호를 뜯어보는 눈이었다.

"2년간 혼자 견디셨네요."

첫마디가 선제공격이었다. 준호는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박태현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인 거부감이 치솟았다.

준호는 호흡을 깊게 했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가 폐에 닿았다. 근육이 긴장했다. 특히 등과 어깨 쪽이. 마치 몸이 준호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한 것처럼.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박태현을 응시하되, 그 얼굴의 모든 것을 동시에 관찰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당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박태현이 커피잔을 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제 강남역 지하에서의 공격 때문일까. 준호는 그의 손을 봤다가 눈을 돌렸다.

"감정 수집. 몬스터의 감정을 흡수해서 힘으로 변환하는 능력. 그리고 그 대가로 당신의 감정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도요."

준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고 거친 음성대역에서 튀어나왔다. 2년 동안 거의 말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관리청에 그런 기록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있습니다."

박태현이 가방을 열었다. 파일 하나를 꺼냈다. 준호에게 건넸다.

"10년 전 강남역 인근. 실험실 대폭발 사건. 공식 기록으로는 가스 누출 사고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준호는 파일을 펼쳤다. 흑백 사진들이 나왔다. 폭발 현장. 헬기 위에서 찍은 실험실 건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신문 스크랩이 있었다. 헤드라인만 선명했다.

―'원인 불명의 강남역 인근 폭발, 사망자 다수'

"사건 발생 일시는 자정이었고, 정확히 그 시간부터 전국에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태현이 계속했다. 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끝이 날카로웠다.

"우연일까요."

준호는 파일 위에 고정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박태현이 웃음을 흘렸다. 냉소적인 웃음이었다.

"당신의 능력은 우연이 아닙니다. 게이트와 의도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실험실에서 뭔가가 시작된 겁니다. 그 뭔가가 게이트를 만들었고, 당신을 만들었다. 적어도 당신의 능력을."

"증거가 있습니까."

준호가 물었다.

"증거는 당신의 팔입니다."

박태현이 손을 뻗었다. 준호가 반사적으로 팔을 빼냈다. 박태현은 물러서지 않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보여주세요."

이번엔 명령이었다. 준호는 소매를 걷어올렸다. 진홍색 표식이 노출됐다. 네 개의 눈. 동공을 뜬 눈들이 팔뚝 위에서 고정되어 있었다.

박태현이 한숨을 쉬었다. 오랫동안 내려놨던 숨이었다.

"당신은 게이트의 신호수신자입니다. 게이트가 당신을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게이트와 직접 연결된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 표식이 그 증거입니다."

준호가 팔을 내려놨다. 2년 동안 무시해온 표식. 처음엔 사라질 줄 알았던 것. 그 표식이 사실은 게이트와의 연결 증거였다는 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의 감정을 되돌리려면 그 근원을 찾아야 합니다. 게이트의 근원을."

박태현이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암호화된 메시지였다. 준호는 그것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박태현이 읽어주었다.

"'자정의 게이트는 하나의 신호체계다. 당신이 그 중심이다.'"

박태현이 기울어진 테이블을 펴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미 국가에서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게이트 관리청 국장 이미영이 움직이고 있어요."

"국가가."

"게이트를 통제하려는 국가권력과 게이트를 파괴하려는 우리. 당신은 그 중간에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준호가 질문을 던졌다. 박태현의 눈이 움직였다. 마치 잠자던 무언가를 깨운 듯.

"제로 프로젝트라는 게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국가가 진행해온 프로젝트. 게이트의 근원을 찾아서 통제하려는 계획. 당신의 능력이 그 열쇠라는 걸 그들도 알았습니다."

박태현이 커피를 마셨다. 잔이 텅 빼질 때까지. 그 사이 카페의 시계가 3시 15분을 가리켰다.

"어제 강남역에서. 최민준이 당신을 습격한 건 자신의 욕심 때문이지만, 그 습격을 허용한 건 이미영입니다. 당신이 누구와 접촉하는지 관찰하려고. 당신을 몰아붙이려고."

준호가 창밖을 봤다. 한강이 검은 물로 흐르고 있었다. 대교의 불빛이 그 위에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게이트 관리청에 잡히거나, 최민준에게 죽거나, 아니면 우리와 함께 게이트의 근원을 찾아서 모든 것을 끝내거나."

"우리가 누구입니까."

"게이트의 진실을 아는 사람들. 게이트를 파괴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그리고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

박태현이 테이블 아래에서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주소가 적혀 있었다. 강남구 논현동. 준호는 그곳을 모르지만, 어딘가 낡고 오래된 건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정이 되면 새로운 게이트가 열립니다. 강남역 지하. 당신만 볼 수 있는 게이트가 아니라, 이제 여러 명이 볼 수 있는 게이트가."

"다른 헌터들이."

"네. 이미영이 풀어놓은 헌터들. 당신을 잡기 위해."

박태현이 일어섰다. 준호도 따라 일어났다.

"자정에 강남역 지하주차장 B 구간으로 가세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날 겁니다. 유진수라는 사람. 그가 당신을 다음 장소로 데려갈 겁니다."

"당신은 안 가시나요."

준호가 물었다.

"저는 이미영에게 잡혀갈 겁니다. 우리를 연결하려고 했던 사람이 노출되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계속 나아가면 되니까."

박태현이 카페를 나갔다. 준호는 남겨진 파일을 들었다. 10년 전 실험실 폭발. 게이트 발생. 그리고 자신의 능력.

모든 게 연결되어 있었다. 2년 동안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사냥들. 사라져가는 감정들. 팔뚝의 표식. 그 모든 게 우연이 아니었다.

준호는 카페를 나갔다. 밖은 여전히 새벽 어둠에 잠겨 있었다. 시계는 3시 42분을 가리켰다. 자정까지 8시간 18분.

그는 거리를 걸었다. 아무 목표 없이. 그저 시간이 자정에 도달할 때까지. 팔뚝의 표식이 계속 따끔거렸다. 마치 뭔가를 재촉하듯.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6시였다. 어머니는 이미 깼다.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게이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어제의 강남역 사건이었다. 준호는 침실로 직진했다. 침대 밑에 숨겨놓은 가방을 꺼냈다. 그 안에는 도검 하나와 현금 뭉치, 그리고 위조 신분증이 있었다. 준비된 도주 자료들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오전 8시. 정오. 오후 3시. 준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팔뚝의 표식이 계속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그 리듬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표식의 움직임이 격해졌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듯.

오후 11시 30분. 준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입었다. 도검을 집어 들었다. 현금 뭉치를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강남역 지하주차장. 오후 11시 55분. 준호는 B 구간의 한 모서리에 서 있었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몇 대의 차만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시계가 00시 00분을 가리켰다.

게이트가 열렸다. 주차장 중앙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검은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절망적인 울음. 분노의 울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준호 외에 다른 헌터 2명도 그 게이트를 보고 있었다. 한 명은 주차장 입구에서. 다른 한 명은 계단에서. 둘 다 천천히 준호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준호를 마크했다. 사냥의 눈이었다.

"저기가 그 새끼네."

한 명이 중얼거렸다. 다른 한 명이 검을 뽑았다.

준호는 게이트를 봤다. 그 다음 다가오는 헌터들을 봤다. 팔뚝의 표식이 따끔거렸다. 네 개의 눈이 모두 게이트를 향해 열려 있었다.

선택의 시간이 왔다.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헌터들이 10미터까지 거리를 좁혀도, 검을 드는 손이 보여도, 준호는 그대로였다. 팔뚝의 표식이 진홍색으로 타올랐다. 눈 모양들이 일제히 게이트를 응시했다. 그 순간 표식에서 뭔가가 흘러나왔다. 준호의 팔을 타고 내려오는 액체 같은 것. 어둠. 아니, 그보다 더 진한 무언가.

"뭐야, 저건 뭐야?"

가까워진 헌터 중 한 명이 멈춰 섰다. 그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준호는 그 공포를 느낄 수 없었다. 단지 관찰할 뿐이었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미 잃어버린 사람의 관찰.

"A급 이상인 건 확실해. 뒤로 빠져!"

다른 헌터가 외쳤다. 그들이 물러설 준비를 하는 순간, 준호가 게이트 쪽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마치 자신의 다리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팔뚝의 표식이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새끼, 진짜 미쳤나?"

헌터 중 한 명이 외쳤지만, 준호는 이미 게이트의 테두리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검은 빛이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게이트 안에서 울음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왔다. 여러 목소리. 겹쳐진 절망과 분노.

"잠깐, 저 헌터는 뭐하는 거야?"

한 헌터가 휴대폰을 꺼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 손이 멈춰 섰다. 준호의 모습이 게이트에 완전히 잠기면서, 그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나가."

단 한 마디였다. 그의 목소리는 원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러 층이 겹쳐진 음성. 마치 게이트 자체가 말하는 것처럼. 헌터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퀵, 빠져나가!"

두 명이 동시에 뒷걸음질쳤다. 계단으로, 주차장 입구로. 그들은 더 이상 게이트를 보려 하지 않았다.

게이트 안은 다른 세계였다.

준호가 눈을 떴을 때, 그가 서 있는 곳은 강남역 지하주차장이 아니었다. 천장이 없었다. 대신 검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수백 개의 눈이 떠 있었다. 준호의 팔뚝에 있는 것과 똑같은 모양의 눈들. 모두가 준호를 보고 있었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움직일 수 없었다. 팔뚝의 표식이 그의 팔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그 안에서 맥박이 뛰고 있었다. 자신의 맥박이 아닌 것처럼.

하늘 위의 눈들이 모두 깜빡였다. 한 번에.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가 나타났다. 인간 형태였다. 남자였다. 그런데 그 몸 안에는 준호가 본 어느 몬스터보다도 많은 감정이 들어 있었다. 분노, 절망, 욕망, 공포. 모두가 뒤섞여 있었다. 마치 준호의 감정 수집 능력으로 흡수한 모든 것들이 한 몸에 모여 있는 것처럼.

"이건 너야, 준호."

몬스터가 입을 열었다. 그것이 준호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아니, 이건 너 자신이야. 너가 잃어버린 모든 감정. 너가 수집한 모든 몬스터의 감정. 그들이 이제 하나가 되었어. 그리고 그들은 말하고 싶어. 왜 자신들이 이렇게 되었는지. 왜 준호라는 한 명의 사냥꾼을 위해 소비되었는지."

준호가 물러섰다. 처음으로 명확한 거부감을 느꼈다. 이건 공포? 혐오? 아니면 그냥 본능?

"넌 게이트가 뭔지 아직도 모르지?"

몬스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준호가 2년간 사냥해온 모든 몬스터의 울음이 섞여 있었다.

"게이트는 감정 공장이야. 그리고 넌 그 공장의 일부야. 일꾼이면서 동시에 제품이야. 넌 감정을 수집하면서 자신도 감정이 수집되고 있었어. 누군가에게. 뭔가에게."

준호가 도검을 뽑았다. 손이 떨렸다. 검의 무게가 팔을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칼날이 준호의 손에서 미세하게 진동했다. 이건 공포다. 이건 확실히 공포다. 2년 만에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이 몸 전체를 지배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두려움이라는 건가.

"그 뭔가가 뭔데?"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게이트 안에서 박태현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당신이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준호의 눈앞에 화면이 떠올랐다. 게이트 안에 홀로그램처럼. 그 화면에는 문서들이 떠 있었다. 10년 전의 신문기사들. 강남역 인근 실험실. 폭발. 사망자 수백 명. 그리고 한 장의 사진.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그들 중 한 명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 얼굴이 준호에게 낯설지 않았다.

그건 박태현이었다. 10년 전의 박태현.

준호의 호흡이 멈췄다.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검이 손에서 떨렸다. 검은색으로 변한 표식이 팔뚝 위에서 격렬하게 맥박쳤다. 이건 공포가 아니었다. 이건 분노였다. 절망이었다. 배신감이었다. 2년 동안 억눌렀던 모든 감정이 한 점으로 수렴했다.

"아버지는... 어디야?"

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떨림은 분노였다.

"당신의 아버지는 이 실험의 첫 번째 신호수신자였습니다."

박태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나왔다.

"제로 프로젝트의 시작점. 그리고 게이트의 원점."

준호의 검이 손에서 떨어졌다. 칼날이 바닥에 부딪혔다. 금속음이 울렸다. 그 음성이 게이트 전체에 울려 퍼졌다. 준호의 다리가 흔들렸다. 무릎이 꺾였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아니, 무너졌다. 두 손이 땅을 짚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목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건 울음이었다. 2년 만에 느끼는 감정의 폭발. 분노와 절망과 공포가 한 몸에서 터져 나왔다.

거대한 눈이 천천히 닫혔다.

준호가 눈을 떴을 때, 그는 강남역 지하주차장에 서 있었다. 게이트는 닫혀 있었다. 시계는 00시 23분을 가리켰다. 팔뚝의 표식은 진홍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겨 있었다. 5개였다.

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박태현이었다.

"당신이 게이트에 들어갔군요. 얼마나 봤습니까?"

"충분히 봤다. 아버지는 어디야?"

침묵이 흘렀다.

"그건 당신이 중심에 도달할 때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도망치세요. 국가가 당신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헌터들도?"

"네. 당신의 신호가 이제 모두에게 보입니다. 게이트가 당신을 드러냈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주차장을 나갔다. 밖은 여전히 새벽 어둠이었다. 그의 팔뚝에는 5개의 눈이 떠 있었고, 그 눈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10년 전 강남역 실험실 폭발 현장. 그곳으로.

준호는 걸음을 멈췄다. 거리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헌터들이었다. 3명. 아니, 4명. 5명.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모두가 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신호가 들리는 것처럼. 마치 그가 빛나고 있는 것처럼.

발소리가 들렸다. 계단 위에서. 주차장 입구 쪽에서. 그들이 준호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발이 콘크리트를 박자며 울렸다. 50미터. 검이 뽑혀지는 쇳소리. 무기를 준비하는 움직임들.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40미터. 헌터들의 호흡음이 들렸다. 거친 숨. 사냥감을 쫓는 육식동물의 호흡. 30미터. 검 날이 지하주차장의 조명을 반사했다.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 20미터.

준호는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거리를 벌려야 했다. 발이 지면을 박찬다.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이건 두려움이다. 살고 싶다는 본능이다. 2년 만에 느끼는 것.

"저기야!"

누군가가 외쳤다.

준호는 계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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