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새벽 일곱 시쯤 눈을 떴을 때 첫 번째 생각이 그것이었다. 욕실 거울은 반사만 할 뿐 누군가를 비추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까. 거실 소파에서 엄마 옆에 누워 있던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엄마의 호흡이 고르다. 어제는 전화를 안 받는 내 때문에 울었을 거다. 그 사실이 뇌에 등록되지만 가슴에 닿지 않는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팔뚝의 표식을 확인했다.

진홍색 눈들이 여전히 열려 있었다. 세 개. 아니, 네 개였나? 세기가 헷갈렸다. 그 안에서 맥박 같은 것이 뛴다. 내 맥박이 아닌, 다른 것의. 팔을 돌려보면서 표식을 만져봤다. 따뜻했다. 어제보다 더 뜨거워졌다. 감각은 남아 있다. 다만 감정이 없다.

표식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따뜻함에서 뜨거움으로. 뜨거움에서 빛으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준호야."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팔을 내렸다.

부엌으로 가는 길에 엄마가 따라왔다. 신문을 들고 있었다. 낡은 기사였다. 헤드라인이 보였다.

**'강남역 인근 비밀 연구시설 원인 불명 대폭발—10년 전 오늘'**

날짜를 보니 정확히 10년 전이다. 그 시각 게이트가 처음 나타났던 날이기도 하다.

"이거... 기억 안 나니?"

엄마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나는 신문을 흘깃 봤다. 사진에는 완전히 무너진 건물이 있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피해자 수십 명, 원인 불명'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날... 네 아버지가 게이트 사냥을 나갔던 날인데..."

아, 그렇구나. 2년 전 아버지는 게이트에서 죽었다. 몬스터에게 당했다. 신문에 나온 폭발 사건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지금 내 팔의 표식. 이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수 없다. 내 뇌는 이미 그 정도의 감정을 처리할 여유가 없다.

나는 냉장고를 열고 계란을 꺼냈다. 밥을 담았다. 엄마는 여전히 주방 입구에 서 있다.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밥 먹어."

내가 말했다.

엄마가 천천히 식탁에 앉았다.

---

오전 열 시쯤 방에서 노트북을 켰다.

야행 헌터 커뮤니티. 아무도 모르는 비밀 게시판이다. 로그인 계정은 '밤의 사냥꾼'이라는 닉네임. 이곳에선 다른 헌터들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게이트 위치, 몬스터 정보, 보상, 위험 경고. 모두 실명을 숨기고 활동한다.

새로운 게시물이 열 개 이상 올라와 있었다.

**[공지] 최근 자정 신호 포착—정보 구함** 작성자: 야행_검사 "강남역 일대에서 자정 시간대에 이상한 신호 감지. 혹시 게이트 신호인가? 정보 있으신 분 연락 바람."

**[댓글] 근처에서 활동 중** "나도 어제 자정에 코엑스 근처에서 뭔가 포착했어. 근데 들어갈 수가 없더라. 누군가 이미 독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댓글] 자정 게이트는 괴담 아닐까?** "아니다. 진짜 있다. 내 친구 친구가 봤대. 자정부터 새벽까지만 보인다고."

**[스레드] 자정 게이트를 독점하는 헌터가 있다** 작성자: 헌터_G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강남역 일대 게이트는 단 한 명의 헌터가 독점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 손이 떨렸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일은 처음이었다. 2년 동안 완벽하게 숨겨왔는데. 다른 헌터들이 자정 게이트를 보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더 이상 나만의 시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시물을 계속 읽었다.

**[댓글] 그럼 그 헌터가 누구야?** "모르지. 근데 A급 이상은 확실해. 자정 게이트 몬스터는 개별 헌터로는 못 깬다고 들었는데."

**[댓글] 이미영 국장이 움직인다는 정보** "게이트 관리청에서 자정 신호를 감지했다고 한다. 비상 소집 명령이 떨어질 예정."

내 가슴이 철렁했다. 게이트 관리청. 이미영. 박태현. 그리고 아직 모르는 누군가.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게시물들을 스크롤했다. 정보는 이미 퍼져 있었다. 어제 한두 명의 헌터가 느낀 이상한 신호는 오늘 수십 명, 내일이면 수백 명이 알게 될 거였다.

**[관리자 공지] 무분별한 정보 공유는 금지됩니다. 자정 게이트 관련 게시물은 모두 삭제 대상입니다. 위반 시 커뮤니티 추방**

너무 늦었다. 정보는 이미 퍼져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한서윤이었다. 음성 메시지가 들렸다.

"뭐가 바빠? 만나자. 너 정말 자정 게이트 헌터 맞지? 나한테 좀 알려 줄래?"

손가락이 경직됐다. 서윤이가 알았다는 뜻이다. 아니면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 다 위험했다.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뭐 하는 거야? 전화 받아."

나는 전화를 끊고 메시지만 보냈다.

"넌 신경 쓰지 마. 위험해."

"니가 위험해 보이는데?"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

강남역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서윤이가 서 있었다.

오후 다섯 시. 아직 밝은 시간이었다. 서윤이는 내 얼굴을 자세히 봤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내가 누군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공포가 섞여 있었다.

"너... 정말 뭐 해?"

서윤이가 한 발 물러섰다.

"넌 지금 정말 죽는 거 아니야?"

그 순간, 뭔가가 흔들렸다. 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 감정이 사라진 나에게서도. 호흡이 얕아졌다. 손가락이 움찔했다. 목이 철렁했다.

"괜찮아."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거짓말하지 마. 넌 나한테 거짓말할 수 없어. 난 너를 알아."

서윤이가 한 발 다가왔다. 나는 한 발 물러섰다.

"자정 게이트를 독점하는 헌터가 있다는 거 알지? 그게 너야, 맞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그만해. 박태현이 너를 찾고 있어. 게이트 관리청도. 너 혼자 이걸 감당할 수 없어. 나한테 말해."

"하면 안 돼."

내가 말했다.

"넌 나한테 관심을 가지면 안 돼. 너무 위험해."

"넌 내 친구야."

서윤이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한테 말해 줄래?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나는 서윤이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이 흐릿했다. 나 때문에. 내가 또 다시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있다.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목이 졸려왔다. 뭔가가 내 안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미안해."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정말 미안해."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반. 나는 전화를 받지 않으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받았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차분했다.

"이준호 헌터님. 박태현입니다. 자정의 게이트에 대해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반이었다. 박태현이 내 번호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정 게이트를 알고 있었다.

내 표정이 굳어졌다.

서윤이가 내 얼굴을 봤다. 그 눈빛이 더 깊어졌다.

"네, 박태현님."

내가 말했다.

"언제 만날까요?"

박태현의 목소리가 무언가를 확인하듯 일순 멈췄다.

"지금 어디십니까?"

"강남역입니다."

"혼자?"

나는 서윤이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 얼굴을 읽으려고 필사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네."

거짓이었다.

"좋습니다. 한 시간 뒤, 강남역 지하 3층 주차장 C 구간에서 뵙겠습니다. 혼자 오십시오."

통화가 끝났다.

나는 휴대폰을 내렸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든, 긴장이든. 뭔가가 남아 있었다.

"너 누구랑 통화했어?"

서윤이가 물었다.

"게이트 관리청. 박태현."

"박태현? 그 A급 헌터?"

서윤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준호, 그 사람 위험해. 박태현은 자정 게이트를 독점하려고 하는 거야. 게이트 관리청 공식 채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리고... 그 사람이 10년 전 폭발 사건과 관련이 있어. 내가 확인한 정보로는, 박태현은 그때 게이트 관리청 특수팀 팀장이었어."

나는 서윤이를 밀어냈다. 말로가 아니라 몸으로. 한 발 물러서며, 그 거리를 벌렸다.

"나를 도와주려고 하지 마. 너는 모르는 게 낫다."

"그럼 넌 뭘 하려고? 혼자 박태현을 만나? 너 정신 차려."

"한 시간 안에 자정이 돼. 강남역에서 게이트가 열린다. 넌 여기서 나가. 지금 바로."

서윤이가 내 팔을 잡았다. 손가락이 내 소매를 헤집고 있었다. 팔뚝의 표식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서윤이의 손을 걷어냈다.

"가."

내 목소리가 평탄했다. 하지만 서윤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너 뭐 아는 게 있지? 자정 게이트에 대해서. 그게 뭔데? 왜 너한테만 보여?"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준호!"

서윤이가 소리쳤다. 거리의 사람들이 돌아봤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쓸 수 없었다.

"미안해."

내가 다시 말했다.

"정말."

나는 서윤이를 지나쳐 걸었다. 강남역 입구 쪽으로. 시간은 오후 여섯 시였다. 아직 밝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강남역 지하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3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나는 서윤이를 밀어낸 것을 생각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지. 내가 또 누군가를 상처 입혔다. 가슴이 철렁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감정이 돌아오고 있었다. 빠르게.

주차장 냄새가 났다. 유채유와 콘크리트. C 구간은 거의 비어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차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여섯 시 반이었다.

아직 박태현은 없었다. 나는 C 구간의 한 기둥 옆에 섰다. 어두웠다. 주차장의 불빛이 희미했다. 나는 기둥에 등을 기댔다. 손을 내려 팔뚝을 만졌다.

표식이 따뜻했다.

여러 눈이 그려진 진홍색 표식이, 내 피부 위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맥박이 아니라 뭔가 더 깊은 것. 내 것이 아닌 뭔가가. 표식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따뜻함에서 뜨거움으로. 뜨거움에서 밝음으로.

"이준호."

목소리가 뒤에서 났다.

나는 몸을 돌렸다.

박태현이 서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 두 명의 무장한 남자가 더 있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헌터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검은 전술복이었다. 게이트 관리청의 특수 대응팀이었다.

박태현의 눈이 내 팔뚝의 표식을 봤다. 그의 표정이 변했다.

"그게... 뭔가요?"

박태현이 물었다.

나는 팔을 내렸다.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을 하는군요."

박태현이 한 발 다가왔다.

"자정 게이트를 독점하신 이유가 뭡니까?"

"독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다른 헌터들은 못 보고 당신만 봅니까? 2년간, 누구도 모르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태현의 입이 움직였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했다. 그의 눈이 내 표식을 다시 봤다. 그리고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우리와 협력해주기를 원합니다. 자정 게이트의 정체를 함께 파악하고, 그것의 근원을 찾아내는 겁니다."

박태현의 목소리가 낮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서윤이가 말한 10년 전 폭발 사건, 박태현의 진정한 의도, 그리고 내 팔의 표식.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생각해보십시오. 혼자는 이걸 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라면..."

박태현이 말하는 순간, 주차장의 불이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그 다음, 모든 불이 꺼졌다.

어둠이 주차장을 삼켰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박태현의 옆으로.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총성이. 박태현의 뒤에 있던 남자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엄폐!"

박태현이 소리쳤다.

주차장 기둥 뒤로 몸을 날렸다. 나도 뒤따랐다. 총알이 콘크리트를 부수고 지나갔다. 화약 냄새가 났다.

"누구야?!"

박태현이 통신기를 집었다.

"팀 2, 응답해!"

정적만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감지했다. 인기척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강렬한 감정이. 분노도 아니고 공포도 아닌... 즐거움 같은 뭔가.

그 감정은 한 방향에서만 났다.

위쪽에서.

나는 고개를 들었다. 주차장의 천장, 환기구 쪽에서 그림자가 떨어지고 있었다.

S급 헌터 최민준이었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 있었다.

"야, 박태현. 나한테 양보해주지. 이 친구는 내 거야."

최민준이 말했다.

손에 든 것은 총이 아니라 검은 단검이었다. 그리고 그 단검 위에서, 붉은 빛이 흐르고 있었다.

감정의 빛이었다.

그는 이미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몸에 저장했다.

박태현이 총을 꺼냈다.

"최민준! 이건 개인적인 사냥이 아닙니다. 국가 지정 구역입니다!"

"개인? 아니야. 이건 내 수렵지야."

최민준이 천천히 내려왔다.

"자정 게이트는 내가 처음 발견했어. 너도 알잖아, 박태현. 이 친구가 뭔가 특별하다는 걸."

그의 눈이 내 팔뚝의 표식을 봤다.

"오, 뭐 이건? 새로운 각성?"

최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더 재밌어지네. 자, 친구. 넌 누구한테 가야 하겠지? 국가? 아니면 나한테?"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자정까지 아직 삼십 분이 남아 있었다.

내 팔뚝의 표식이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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