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시간의 무게

회양 마을의 집. 방은 어둡고 고요했다.

청운 노장이 가져온 두루마리 종이 위에 손가락으로 표시된 숫자들이 있었다. 이강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십사 회. 비검을 사용한 총 횟수."

청운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는 촛불 옆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또 다른 종이가 들려 있었다.

"한 번에 삼 개월. 사십 이 개월. 삼 년 오 개월."

이강이 천천히 눈을 들었다.

"현재까지 소모된 생명. 그리고..."

청운은 한 번 쉬었다. 그의 얼굴이 촛불에 음영을 드리웠다.

"넌 앞으로 이 년 팔 개월을 산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무게 있는 침묵이었다. 마치 천 개의 돌이 한 번에 가슴 위에 떨어진 것 같은.

이강의 입술이 움직였으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 년 팔 개월. 그 시간을 머리로 그려보려 했으나, 숫자는 숫자일 뿐이었다. 뭔가를 말해야 할 것 같았으나,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몰랐다.

청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옥천은 이걸 알고 있다. 너도 알아야 한다. 비검은 시간을 먹는다. 네 시간을."

"그렇다면..."

이강의 목소리가 나왔다. 쉰 목소리였다.

"복수까지 몇 번을 더 써야 하나."

"그건 넌 모를 것이다. 한옥천까지 가는 길이 몇 번인지. 칠살검객까지 몇 번인지. 그 길에 몇 명이 있을지. 넌 그걸 계산할 수 없다."

청운은 두루마리를 접었다.

"하지만 계산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 년 팔 개월 동안 넌 무엇을 하겠는가. 그것만은 정해야 한다."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밤, 이강은 회양 마을 뒤의 산으로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밤하늘을 보았다. 별들이 떨어져 있었다. 이 년 팔 개월. 별들이 그만큼 움직일 시간이었다. 계절로 따지면 세 번의 봄이 오고, 겨울이 한 번 더 올 것이었다. 민준이가 죽은 지 이미 한 계절이 지났으니, 그러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복수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인가.

이강의 손이 떨렸다.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산 위에서 내려올 때, 마을 쪽에서 불빛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횃불이었다. 많은 횃불이.

이강은 뛰어내렸다.

산길을 내려가며 비검의 기운을 모았다. 도끼를 들었다. 도끼는 검이 아니었다. 저주는 작동하지 않았다. 대신 검기가 흘러나왔다. 무한한, 하지만 시간을 먹는 검기가.

회양 마을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백련검파의 제자들이 마을 곳곳에서 노장 청운의 제자들을 습격하고 있었다. 칼날이 부딪히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강은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을 중심으로 달렸다.

노장 청운이 서 있는 광장에 도착했을 때, 청운의 주변에는 이미 다섯 구의 시체가 있었다. 청운의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검을 들고 있었고, 그의 눈은 명확했다.

"이강. 왔구나."

"누가 했나."

이강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

"한옥천이다. 우리를 끌어내려고. 그리고 너를 끌어내려고."

이강은 검을 든 백련검파 제자 셋을 보았다. 그들은 이강을 보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들은 이강을 알았다. 십 년 전 그 제자를. 도끼질로 살수를 죽인 그 자를.

이강은 도끼를 들었다.

그들이 먼저 달려왔다. 세 자루의 검이 동시에 내려졌다. 이강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도끼가 공중에서 호를 그렸다. 검기가 튀어나왔다. 첫 번째 제자의 어깨를 스쳤다. 그 제자는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제자가 연이어 도끼를 내려쳤다. 이강은 도끼를 회전시켜 검을 막았다. 검기가 충돌했다. 그리고 폭발했다.

두 제자가 날아갔다. 벽에 부딪혔다. 일어나지 못했다.

이강은 숨을 쉬었다.

그 순간, 손가락이 저렸다.

아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몸으로 듣는 것 같았다. 손등을 보았다. 피부가 조금 더 처져 있었다. 주름이 한 줄 더 생겼다. 손가락 관절이 굵어 보였다.

삼 개월. 한 번의 사용이 삼 개월을 가져갔다.

더 많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을의 다른 곳에서. 칠살검객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마을 전역을 포위했다. 이강은 청운을 보았다.

"제자들을 모아."

"이미 했다. 저쪽 건물에 있다."

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끼를 들었다. 다시.

밤이 새도록 이강은 싸웠다.

마을 북쪽에서 첫 번째 습격. 도끼를 들었다. 비검을 썼다. 다섯 명을 제압했다. 손가락이 저렸다. 주름이 늘었다. 피부가 더 처져 보였다.

마을 동쪽에서 두 번째 습격. 칠살검객의 부하 열 명이 나타났다. 이강은 물러서지 않았다. 도끼를 들었다. 비검을 썼다. 그들을 모두 제압했다. 이번엔 더 깊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는 소리. 마치 모래시계가 무너지는 것처럼. 목과 팔의 주름이 눈에 띄게 깊어졌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이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마을 서쪽에서 세 번째 습격. 이강은 더 이상 비검을 쓰지 않았다. 도끼로만 싸웠다. 신체 기술만으로. 그들을 제압했다. 더 오래 걸렸다. 몸이 무거워졌다. 숨이 차올랐다.

새벽이 올 때쯤, 마을은 고요해졌다.

이강은 광장의 중앙에 서 있었다. 숨이 가팠다.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있었고, 옷에는 남의 피와 자신의 땀이 묻어 있었다.

청운이 걸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으나, 눈은 여전히 밝았다.

"다 끝났나."

"마을 쪽은. 그 외엔 모른다."

"한옥천은 더 이상 너를 무시할 수 없다. 모두가 알게 되었다. 비검이 깨어났다는 것을. 이강이 돌아왔다는 것을."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 관절이 부은 것처럼 보였다. 주름은 깊이를 더했다. 마치 육십 대 노인의 손처럼 보였다.

그는 거울을 찾았다. 광장 옆 우물의 물 위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낯선 얼굴이었다.

머리카락에는 흰색이 가득했다. 눈가의 주름은 깊고 많았다.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였다. 피부는 건조해 보였고, 입가에는 팔자주름이 뚜렷했다. 이강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봤다. 피부가 처져 있었다. 마치 십 년이 하룻밤 사이에 흘러간 것처럼.

비검은 외부를 갉아먹지 않았다. 내부를 태웠다. 그리고 그 화염은 겉으로도 드러나고 있었다.

"이 년 팔 개월."

이강이 중얼거렸다.

"뭐라고?"

"남은 시간이 얼마나 더 줄었는가."

청운이 침묵했다.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비검을 이 정도로 썼으면, 최소 삼 년은 더 줄었을 것이다. 남은 것은 기껏해야 몇 개월. 그것도 정확하지 않았다.

이강이 우물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제 끝내야 한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유성현을 만나고, 노장 파의 결집을 보고, 그 다음에—"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강의 목소리가 단절했다. 그 말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 년 팔 개월. 그것이 그의 남은 것의 전부였다. 한 번의 큰 전투, 한 번의 비검 완전 발동이면 그것도 사라진다.

"천산의 본산으로 가겠다. 한옥천을 만나겠다."

이강은 도끼를 내려놨다.

"복수를 완성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청운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나도 간다."

"아니다. 제자들을 챙겨라. 만약을 대비해서."

이강의 눈이 청운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이미 죽음이 들어 있었다.

"내 뒤에 누군가 남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청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강은 산으로 올라갔다. 천산의 본산으로 가는 길. 그 길은 이미 그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십 년 전에 쫓겨난 그 길.

---

백련검파 본산. 장문인의 방.

한옥천이 창문에 서 있었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별에 머물지 않았다. 먼 곳, 산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최근 며칠간 계속 떨렸다. 처음엔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발걸음이 들렸다. 칠살검객이 들어왔다. 무릎을 꿇었다.

"실패했습니다."

한옥천이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위험하게 빛나고 있었다.

"회양 마을."

"예. 모두 제압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한옥천의 목소리가 낮았다.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이강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제자를 제압했습니다."

한옥천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마치 칼에 맞은 것처럼.

"비검을."

"예."

"몇 번."

칠살검객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개수를 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비검이 완전히 깨어났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강이 그것을 마음껏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한옥천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이강이 온다. 확실한가."

"네. 그가 본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최소 내일 오후까지는..."

"그렇다면 이번엔 반드시 죽여야 한다."

한옥천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이강이 본산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넌 그를 막아야 한다."

칠살검객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번엔..."

한옥천이 칠살검객의 눈을 바라봤다.

"이번엔 반드시 죽여야 한다. 아니면 넌 죽는다."

칠살검객의 입술이 움직였으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대답할 말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왜 자신은 이강을 죽일 수 없는가.

왜 매번 밀려나는가.

그것은 단순한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칠살검객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검은 먹혀 있다는 것을. 마치 저주된 것처럼.

한옥천이 돌아섰다.

"모든 제자들을 준비시켜라. 본산 입구에서 이강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본산 안으로 들이면 안 된다. 알았나."

"예."

칠살검객이 일어났다. 그의 손이 떨렸다. 처음으로, 그의 손이 떨렸다.

한옥천이 창문을 다시 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별들은 더 이상 희망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것들은 시간의 경과를 알려줄 뿐이었다.

이강이 온다.

그 남자가 정말 온다.

---

본산의 다른 곳에서는 밤새 움직임이 있었다.

검사들이 무기를 갈고, 진을 짜고, 몸을 풀었다. 이강이 온다는 소식은 이미 모두에게 전해졌다. 그것도 가장 빠르게, 가장 정확하게.

본산의 서쪽 누각. 한윤의 방.

그녀는 창문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었다. 몇 시간 전, 산길에서 받은 편지였다. 이강이 남긴 것이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이 계속 떠올랐다. 당신도 저주받은 것 아닌가, 라는 뜻이었다. 당신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남자의 명령을 따르고 있지 않은가, 라는 뜻이었다.

한윤의 손을 봤다. 그것은 아버지의 손처럼 생겼다. 같은 뼈 구조, 같은 길이의 손가락. 하지만 그것이 들고 있는 것은 아버지의 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무거운 것을 들고 있었다.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한윤은 편지를 다시 펼쳤다.

글씨는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손이 떨리며 쓴 것처럼. 아니, 분명 떨리며 쓴 것이었다. 그 글씨 위에서 한윤은 이강의 절박함을 느꼈다.

내일, 그가 온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한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문이었다. 그것도 답을 알면서.

한윤은 일어났다. 방의 한쪽 구석에 놓인 검을 바라봤다. 그것은 아버지의 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검이었다. 한옥천의 명령으로 들었던 검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선택한 검이었다.

그녀는 검을 들었다.

---

밤은 계속 흘렀다.

별들은 천천히 이동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마치 이강의 생명처럼.

산길 위에서 이강은 멈춰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다. 자신의 몸 안에서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피가 아니었다. 시간이었다. 매 순간 흘러나가는 시간.

이 년 팔 개월.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강은 알고 있었다.

복수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복수는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강이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이미 죽음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삶이기도 했다. 남은 모든 시간을 이 순간에 쏟아붓는 삶.

산을 내려갔다. 천산의 본산으로 향했다.

그 길 위에서 누군가는 기다리고 있었다.

칠살검객은 본산 입구에서 밤을 새웠다. 그의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한옥천의 명령은 명확했다. 이강을 죽이거나, 죽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강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자신은 죽을 것이다.

칠살검객의 손이 더 떨렸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감정이었다. 마치 해방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강이 산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본산 입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