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이강이 천산 근처의 숲을 헤매던 것은 사흘째 밤이었다. 회양 마을로 향하는 길이었지만, 몸은 자꾸만 산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민준의 죽음 때문이었다.
십 년을 숨어 지낸 도끼장이 이강이었다. 그 십 년 동안 민준은 유일한 빛이었다. 그 빛이 꺼졌다. 칠살검객의 검에 의해. 그리고 그 칠살검객은 한옥천의 명령을 받았을 것이다.
한옥천.
그 이름만으로도 이강의 주먹이 쥐어졌다. 팔목의 뜨거운 감각이 깨어났다. 비검을 쓸 때마다 느껴지는 그 낯선 감각.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 생명이 사라지는 소리.
그 순간 공기가 갈라졌다.
검기가 이강의 어깨 위를 스쳤다. 나뭇가지가 반으로 끊어져 떨어졌다. 이강은 몸을 날려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칠살검객이었다.
"십 년을 기다렸다."
목소리는 얼음을 긁는 듯했다. 검객의 눈은 반짝였다. 공포도, 분노도 없었다. 오직 사명만이 있었다.
이강은 도끼를 집었다. 손잡이에서 피가 흐르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비검의 기운이 깨어나고 있었다.
"왜 싸우는가?"
이강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칠살검객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휘둘렀다. 일곱 개의 궤적이 동시에 그려졌다. 위에서 아래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대각선으로 교차하는 검기들이 공기를 가르며 이강을 향해 쏟아졌다.
이강의 도끼가 회전했다.
도끼와 검이 충돌하는 순간, 세상이 터졌다.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검기의 물결이 주변의 바위를 산산이 부수고, 굵은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냈다. 흙먼지가 소용돌이쳤다. 밤하늘 아래 둘의 전투는 자연을 파괴하는 재해가 되었다.
칠살검객의 검이 다시 내려찍었다. 이강은 도끼로 막았다. 불꽃이 튀었다. 실제 불꽃이었다. 두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공기 자체가 점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한옥천의 명령이 그렇게 중요한가?"
이강이 물었다. 도끼를 휘두르며 칠살검객의 다섯 번째 검격을 틀어냈다.
칠살검객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더 빠르게, 더 날카롭게 공격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자신도 같은 질문을 계속해온 듯.
이강은 그 흔들림을 본 순간 깨달았다. 칠살검객의 검술은 백련검파의 검술이 아니었다. 더 오래되고, 더 원초적이었다. 검의 궤적이 정확했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원리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비검처럼, 검이 아닌 것으로 검을 쓰는 기법. 약간의 왜곡, 약간의 우회. 저주를 피하기 위한 기술.
이강이 멈췄다.
도끼를 내렸다.
"넌 나처럼 저주받은 건가?"
칠살검객의 몸이 경직되었다. 검이 흔들렸다. 정확히 0.3초.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강의 도끼가 칠살검객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흘렀다. 검은 밤하늘 아래 진한 색으로 흐르는 피.
칠살검객이 후퇴했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숲의 어둠 속으로 몸을 감쌌다.
"다음에 만날 때는 하나가 죽는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확신이 아닌 의문. 사명이 아닌 혼란.
이강도 대답했다.
"그럴 것 같다."
칠살검객이 사라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스로 녹아드는 물처럼. 이강은 자신의 팔목을 만졌다. 또 삼 개월이 단축되었다.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더 빨라졌다.
칠살검객이 흘린 피가 떨어진 곳을 이강이 바라봤을 때, 무언가가 보였다. 흰 천 조각이었다. 손가락으로 대충 적혀 있었다. 글씨는 엉망이었다. 마치 누군가 절망 속에서 쓴 것처럼.
'나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인가?'
이강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칠살검객이 단순한 살인 도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저주받았다. 그도 묻고 있었다.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를.
이강이 천 조각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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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양 마을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멀었다. 산길을 내려오며 이강은 칠살검객의 어깨 상처를 계속 생각했다. 깊지 않은 상처였다. 치명상이 될 수 없었다.
왜 깊지 않은 상처를 냈을까. 그것이 우연일 리 없었다. 칠살검객의 검술은 정확했다. 원한다면 심장을 꿰뚫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깨를 선택했다. 의도적으로.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주의 사슬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지키려는 몸부림일까.
마을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청운이 지정한 집은 마을의 가장자리, 산 언덕을 등진 목조 건물이었다. 노장의 제자 중 한 명이 문을 열고 이강을 맞이했다.
"장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들어갔다.
방의 한 귀퉁이에 청운 노장이 앉아 있었다. 이마에는 주름이 깊었고, 눈빛은 여전히 맑았다. 십 년 전 이강을 추방한 그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후회가 있었다.
"검상이 있나?"
청운이 물었다.
이강은 옷을 걷었다. 칠살검객의 검이 스친 자리가 남아 있었다. 이미 피는 멈췄다. 비검의 생명력이 상처도 빠르게 아물게 했다.
"칠살검객과 만났다."
이강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청운의 눈이 커졌다.
"이겨낸 것인가?"
"비기지 않았다."
이강은 흰 천 조각을 꺼냈다. 청운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글씨를 읽고 노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칠살검객이 이것을 남겼다고?"
"그렇다."
청운은 오랫동안 천 조각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칠살검법도 저주 위에 있다. 비검과 같은 원리로. 한옥천이 창파 시대부터 기록된 비급을 독점하면서, 그 안의 모든 봉인된 기술을 자신의 암살 조직에 부여한 것이다. 칠살검객도 마찬가지다. 그는 저주받은 살수다."
청운의 말이 이강의 귀를 때렸다. 그도 저주받은 살수였다. 그것이 자신의 정체였다.
"그를 죽이려 하지 말아라. 그는 너와 같은 입장이다."
청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한옥천은 그를 죽음의 도구로만 본다. 도구인지, 사람인지, 아니면 저주받은 살수인지. 그 자신도 모를 것이다."
이강은 천 조각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이 글씨를 본다. 칠살검객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살인 기계의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의 질문이었다.
"민준을 죽인 것도 그인가?"
이강의 목소리가 떨었다. 처음으로.
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옥천의 명령이었다. 칠살검객은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저주의 사슬이 그를 묶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팔뚝의 근육이 서서히 불쑥거렸다.
"그렇다면 한옥천이 죽어야 한다."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청운이 일어섰다. 노장의 무릎은 삐걱거렸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강했다. 방 안의 등불이 그의 늙은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유성현이 너를 찾을 것이다. 신진 파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한옥천과 그의 파벌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리고 우리 노장 파도 준비하고 있다."
청운은 창밖을 가리켰다. 천산의 능선이 새벽의 빛 속에 보였다. 정상까지는 아직 멀었다.
"비급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너는 그것의 일부만 봤다. 비검이라고 생각한 것, 그것은 사실 더 큰 그림의 조각일 뿐이다. 백련검파의 창파자가 의도적으로 봉인한 것들이 있다. 그 진실을 알 때, 넌 비로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강의 눈이 좁혀졌다.
"선택?"
"복수의 도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재건하는 자가 될 것인가. 그 선택이다."
청운의 손가락이 천 조각을 가리켰다.
"칠살검객이 남긴 이 글씨, 이것이 중요하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구에서 사람으로. 한옥천은 이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
이강은 청운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민준을 죽인 칠살검객. 그를 죽이는 것이 정의인가. 아니면 한옥천을 죽이는 것이 정의인가. 그 둘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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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자 이강은 산길을 걷고 있었다. 적운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청운의 명령이었다. 유성현을 만나라고.
산길은 조용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하지만 이강은 알았다.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따라오는 자를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그것이 칠살검객이라면 이미 공격했을 것이다. 누군가 다른 자였다.
산길이 좁아지는 지점에 이강은 멈췄다. 주변을 살폈다.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왼쪽에서.
"나와라."
이강이 말했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그 다음,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나뭇잎을 헤치고 나타났다. 칠살검객이 아니었다. 새로운 인물이었다.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움직임은 칠살검객보다 더 정교했다.
"이강?"
여성의 목소리였다.
"백련검파의 암살자인가?"
"아니다."
여성이 얼굴을 드러냈다. 젊은 얼굴이었다. 서른을 넘지 않은. 눈빛은 날카로웠다.
"나는 한옥천의 딸, 한윤이다. 그리고 넌 내 아버지를 죽여야 한다."
이강의 눈이 좁혀졌다.
"왜?"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알 필요가 없다. 단지 알아라. 백련검파는 이미 끝이 났다는 것을. 그리고 넌 그 끝을 맞이하는 도구가 될 수도, 아니면 그것을 바꾸는 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한윤이 다시 나뭇잎 속으로 사라졌다. 그 움직임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이강은 움직이지 않고 그 방향을 바라봤다. 한옥천의 딸. 그런 존재가 있었나? 비급에는 그 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여인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이강은 깨달았다.
비급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한옥천이 숨긴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자신이 아직 모르는 진실이 얼마나 깊은가를.
산길을 다시 걸으며 이강은 생각했다. 민준의 죽음. 칠살검객의 글씨. 한윤의 정체.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검기가 부딪힐 때처럼.
그 중앙에는 한옥천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강은 알았다.
한옥천은 단순한 적이 아니었다. 그는 더 큰 음모의 일부였다. 그리고 자신도 그 음모의 일부였다. 칠살검객도, 한윤도. 모두가 누군가의 도구였다.
이강은 주머니에서 흰 천 조각을 꺼냈다. '나는 누구인가?' 칠살검객의 글씨를 다시 봤다.
그 질문이 자신의 다음 선택을 결정할 것이었다. 복수의 도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재건하는 자가 될 것인가. 한옥천의 딸은 왜 자신을 죽이라 하는가.
이강의 발걸음이 다시 움직였다. 적운각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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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나뭇가지 위에서 칠살검객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어깨 상처를 들여다봤다. 피는 이미 멈췄다. 상처는 아물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것도 아물지 않는 것이 있었다.
손을 펼쳤을 때 흰 천 조각이 없었다. 이강이 가져갔다. 그것은 자신이 남긴 글씨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으로 긁어낸 글씨였다.
'나는 누구인가?'
그 글씨가 누구에게 남겨진 것인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이강에게? 아니면 자신에게?
칠살검객은 눈을 감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저주의 사슬이 조였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누군가 손으로 짜는 듯한 고통이 흘렀다. 이것이 저주였다. 생각만으로도 고통이 밀려온다. 한옥천의 명령에 거역하는 생각만으로도.
칠살검객은 눈을 떴다. 그의 검은 여전히 손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그 검을 들 때, 그것이 자신의 의지인지 한옥천의 명령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 경계가 흐릿해졌다.
그것은 처음이었다.
칠살검객은 가만히 숲을 내려갔다. 한옥천에게 보고할 시간이었다. 이강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흔들렸다는 것을. 물론 그것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한옥천이 그것을 알면, 자신은 끝날 것이었다.
하지만 끝난다는 게 정말 나쁜 일일까?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칠살검객의 가슴이 철렁했다. 맥박이 격렬하게 뛰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손에 들린 검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주의 사슬이 더욱 깊게 조였다.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려 하는 것만으로도 저주는 그를 짓누른다.
칠살검객은 이를 깨물었다. 고통 속에서 숲을 더 빠르게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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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운각에서 유성현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새벽빛이 천산의 능선을 붉게 물들였다. 그의 옆에는 신진 파의 제자들이 서 있었다. 무장한 모습으로.
"청운이 이강을 움직일 것이다."
유성현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우린 그 움직임을 이용한다. 한옥천은 이강을 제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고, 그 사이에 우린 권력의 균형을 뒤집는다."
신진 파의 제자 중 한 명이 물었다.
"공자, 칠살검객은 어떻게 합니까?"
유성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칠살검객은 한옥천의 것이다. 우리가 건드릴 수 없다. 하지만 이강이라면? 이강은 다르다. 이강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유성현은 창밖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흔들림이 시작된다. 그 속에서 무엇이 남을 것인가. 그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