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적운각의 붉은 누각

이강은 돌계단을 올랐다. 한 발 한 발이 무거웠다. 십 년 전 검을 들던 날의 발걸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공중을 밟는 듯했다. 지금은 돌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각 위에서 유성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비단 옷을 입은 그는 열 살 어린 남자였다. 어깨는 곧게 펴져 있었고, 눈빛은 야망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이강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덫처럼 보였다.

"십 년만이다."

유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큼한 목소리였다. 아침 산바람 같은 톤.

"당신이 청목동에 있다는 걸 안 건 삼 년 전이다. 그 후로 계속 지켜봤다. 당신이 비검을 다시 쓸 날을."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난간에 기대어 선 유성현을 바라봤다. 이 자가 정말 십 년 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최근 정보를 모아 꾸며낸 걸까? 의심이 이강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당신은 왜 나를 찾았나?"

이강의 목소리는 낮았다. 우물 밑에서 나오는 것처럼.

"민준이를 죽인 것도 너희인가?"

유성현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난간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니다."

단 두 글자. 하지만 그 단어에 담긴 무게는 이강의 목을 조여왔다.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려 했다. 물론 우리의 의도가 순수했다고는 할 수 없다. 당신이 한옥천의 칼을 받아낼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준을 죽인 건 한옥천이다. 한옥천이 먼저 움직였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보호하는 세력을 배치했었는데—"

유성현이 말을 멈췄다. 눈이 이강을 마주쳤다.

"너무 늦었다."

이강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분노인지, 아니면 고갈된 슬픔의 마지막 방울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유성현의 말이 거짓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거짓말하는 자의 눈은 더 반짝인다. 유성현의 눈은 진심 어린 후회로 흐려져 있었다.

"그럼 이제 뭔가?"

이강이 물었다.

유성현은 누각 안쪽으로 이강을 이끌었다. 방 안의 탁자 위에는 한 권의 책과 낡은 기록지가 펼쳐져 있었다. 이강은 그것을 보자마자 숨이 멎었다.

십 년 전의 자신의 기록이었다.

"이강. 백련검파 제자 제1017호. 입문 나이 열다섯. 검술 진급 속도 사상 최고. 비급 열람 허가자. 파벌 소속 미정."

유성현이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여기."

유성현의 손가락이 종이의 맨 아래로 움직였다.

"십 년 전 오월 십오일. 저주 선언. 검 수행 금지. 영구 추방."

이강의 손이 떨렸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떨림이 노출되면 안 된다. 유성현 같은 자에게는 떨림이 무기가 된다.

그 기록지는 과거의 자신을 증명하는 종잇장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이강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검술 진급 속도 사상 최고. 그 글자가 이제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죽은 자의 기록이었다.

"당신은 백련검파 최고의 제자였다."

유성현의 목소리가 이강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한옥천이 장문인이 되기 전부터 당신의 검술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비급을 보게 했다. 당신이 비급에서 뭔가를 발견할 줄 알았으니까."

"뭘 발견했나?"

이강이 물었다.

"당신이 말해야 한다. 우리가 아니라."

유성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예의 바른 웃음이 아니었다. 사냥꾼이 덫을 걸고 나서 보이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비급 속에는 비검의 진정한 목적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드러나면 백련검파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 한옥천의 권력도 무너질 것이고."

이강은 기록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 글자 위를 계속 훑고 있었다. 검술 진급 속도 사상 최고. 그 글자들이 자꾸만 흐릿해졌다.

"당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유성현이 계속했다.

"첫째, 한옥천을 찾아가 싸우는 것. 당신의 비검은 강하지만, 한옥천의 백련심검은 무서운 것이다. 당신은 죽을 것이다. 민준의 원수는 못 갚고."

이강의 손이 더 떨렸다.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쥐었다.

"둘째, 우리와 함께하는 것. 당신은 노장 청운의 파벌에 들어간다. 공개적으로는 아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면 한옥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균형이 깨지니까. 그 사이에 당신은 비급의 진실을 찾고, 한옥천을 무너뜨릴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나중엔?"

이강이 물었다.

"그리고 나중엔 당신이 선택한다. 백련검파를 재건할 것인지, 아니면 무너뜨릴 것인지."

유성현의 말이 끝났다. 누각의 바람이 창을 흔들었다. 돌풍이 기록지를 날려갈 듯했고, 이강은 손을 뻗어 그것을 눌렀다.

"청운을 찾아가면 된다는 건가?"

"그렇다. 그 이름을 속삭이면 된다."

유성현이 손가락을 세웠다.

"칠살검객. 한옥천이 당신을 죽이기 위해 보낸 그 자를 제거할 수 있다면, 한옥천의 팔이 잘린다. 그의 직속 암살 조직은 다시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이강은 답하지 않았다. 기록지를 집어 들었다. 십 년 전의 자신의 기록. 그것을 품에 안았다.

"가거라."

유성현이 말했다.

"그리고 기억해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이강은 누각을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발걸음이 더 무거워졌다. 마치 돌이 자신의 다리에 감겨드는 것처럼.

산길로 접어들며 이강은 자신의 선택을 씹었다. 유성현의 말이 거짓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정치의 소용돌이에 빨려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준을 위한 복수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것이 백련검파의 권력 투쟁의 한 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돌아갈 길은 없었다.

민준은 죽었다. 그것은 되돌릴 수 없었다. 유성현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믿음도 위험했다. 이 세상에서 순수한 것은 죽음뿐이었다.

산길을 가던 이강의 귀가 무언가를 포착했다.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발걸음 소리였다. 여러 개의. 정확히 아홉 개.

이강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손은 허리의 도끼를 향해 움직였다.

산길 양옆에서 검을 든 제자들이 나타났다. 모두 흰 옷을 입었다. 백련검파의 제자들이었다. 눈빛은 살기로 반짝였다.

"이강. 한옥천 장문인의 명을 받아 당신을 제거하러 왔다."

앞줄의 제자가 말했다.

이강은 도끼를 빼들었다. 그 순간 도끼의 검기가 푸른 빛으로 피어올랐다. 비검이었다. 생명력을 태우는 비검.

"오면 죽는다."

이강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십 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첫 번째 제자가 검을 들었다. 달려왔다.

이강의 도끼가 휘둘러졌다. 검기가 비었다.

제자는 쓰러졌다.

다음 제자가 왔다. 그 다음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공격들. 이강의 도끼는 파도를 가르는 칼처럼 그들을 헤쳤다.

하지만 각 일격마다 이강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첫 번째 제자와의 교전에서 손끝이 저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마비되어 도끼의 손잡이가 미끄러워졌다. 두 번째 제자를 칠 때는 시야 한구석이 갑자기 흐려졌다. 세 번째 제자를 넘어뜨릴 때는 호흡이 가빠져 폐가 타는 듯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각 제자마다 이강은 자신의 몸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의 마비는 손목으로, 손목에서 팔뚝으로 퍼져 나갔다. 시야는 점점 더 흐려져 제자들의 움직임이 몽롱해졌고, 호흡은 점점 더 곤란해져 가슴이 철렁거렸다.

일곱 번째 제자를 칠 때였다.

이강은 깨달았다. 이것이 비검의 진정한 대가라는 것을.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자신의 생명이 실제로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을. 모래가 시간의 모래주머니에서 떨어지듯, 자신의 남은 시간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아홉 번째 제자가 쓰러졌을 때, 이강의 몸은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도끼를 쥔 손이 떨렸다. 팔에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눈앞은 희뿌연 안개로 가득 찼으며, 폐는 불타는 것처럼 아팠다.

이강은 시체들을 지나쳐 계속 걸었다. 한 발 한 발이 무겁다. 비검을 다섯 번 사용했다. 각 사용마다 자신의 생명이 깎여나갔다.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강은 그 계산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알고 있었다.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산을 내려가면 청운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이름을 속삭이면 된다고 유성현이 말했다.

이강은 그 이름을 속으로 반복했다. 청운. 청운.

그 이름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강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나의 길만 남아 있었다.

그것이 올바른 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

산 너머 백련검파 본산.

한옥천의 방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촛불 하나만이 그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의 손은 탁자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칠살검객이 무릎을 꿇고 보고 중이었다.

"적운각에서의 만남을 확인했습니다. 유성현이 이강에게 무언가를 전달했습니다. 기록지로 보입니다."

한옥천의 입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은 계속 떨렸다.

"장문인?"

칠살검객이 고개를 들었다.

"이강을 죽여라. 이번엔 실패하지 말 것이다."

한옥천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돌이 깨지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유성현도 주시하거라. 그 놈이 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

칠살검객은 대답하지 않았다. 눈은 한옥천의 떨리는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십 년 전 그 손이 이강을 저주할 때도 이렇게 떨렸을까?

"나가거라."

한옥천이 말했다.

칠살검객은 일어섰다. 하지만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의 마음 속에는 처음으로 의문이 피어올랐다.

나도 저주를 받은 건 아닐까?

그 질문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의 가슴 속에 묻혔다.

---

산길을 내려가던 이강의 발이 멈췄다. 앞으로 백 걸음쯤 떨어진 곳에 사람이 서 있었다.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었다. 등은 굽어 있었지만, 눈은 선명했다.

"청운인가?"

이강이 물었다.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유성현이 말했나?"

"네."

"그 아이는 영리하다. 하지만 영리한 것만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청운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 속에는 단호함이 있었다.

"이강. 십 년 전 당신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당신은 아직 검을 들 수 있었다."

이강은 말하지 않았다. 청운이 계속했다.

"지금 당신은 도끼를 들고 있다. 많은 것이 변했구나."

"제자를 죽였다."

이강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민준이라는 아이였다."

청운의 얼굴이 구겨졌다. 마치 누군가 그의 가슴을 짓이기는 것 같았다.

"한옥천의 짓인가?"

"칠살검객의 손이었다."

"같은 것이다."

청운은 옷자락을 여밀었다. 손가락에는 여러 반지가 끼워 있었다. 모두 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당신이 왜 왔는지 안다. 유성현이가 당신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다."

청운이 이강을 향해 걸어왔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검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비검이라는 것을 깨웠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십 년 동안 아무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저주를 풀었을 뿐이다."

"저주를 푸는 것은 저주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저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만든 자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청운이 이강의 앞에서 멈췄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당신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십 년 전 한옥천이 당신에게 저주를 걸 때, 나는 그것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난 실패했다. 내 권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청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죄책감이 십 년을 버텼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돌아왔다. 그것을 우연이라고 부르겠는가? 아니면 운명이라고 부르겠는가?"

이강은 청운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 속에는 진심이 있었다. 하지만 진심이 항상 믿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강은 청운을 의심했다. 그의 말 속에 거짓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그의 눈빛에 계산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십 년의 세월이 그 노인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유성현도 자신을 이용하려고 했다. 한옥천도 그렇고. 그렇다면 청운은 어떤가. 청운이 진정으로 자신을 돕고 싶어 하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도구로 삼으려는 건가.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이강이 물었다.

청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랫동안 웃지 않은 사람이 웃는 소리 같았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복수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둘 다다."

"그렇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나의 파벌에 들어오거라. 그리고 한옥천이 무너지기를 기다려라. 그러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청운이 손을 내밀었다.

이강은 그 손을 바라봤다. 노인의 손이었다. 주름이 많고, 손가락이 굽어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손이었다. 거짓이 없는 손이었다.

이강은 의심했다. 이 손을 잡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청운이 정말 자신을 도우려는 건 아닐까.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일까. 유성현도 자신을 이용하려고 했다. 한옥천도 그렇고. 이 세상에서 순수한 의도란 존재하는가.

하지만 이강은 알고 있었다. 의심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신뢰 없이는 이 세상에서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이강은 민준을 위한 결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민준의 죽음은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한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어떤 대가를 치르든.

이강은 그 손을 잡았다.

청운이 이강의 손을 힘껏 쥐었다. 그 손의 온기는 진실이었다.

"당신을 믿겠습니다."

이강이 말했다.

청운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나갔다. 마치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

"그것이 당신의 첫 번째 실수가 될 수도 있다."

청운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신뢰 없이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들은 함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뒤로는 아홉 명의 시체가 남겨져 있었다. 피는 아직도 흙을 적시고 있었다.

산길을 내려가면서 청운은 이강에게 백련검파의 구도를 설명했다.

"한옥천은 십 년 전부터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했다. 하지만 장문인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의 야욕이 드러났다."

청운이 한 발 한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비급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원래 비급은 상위 제자들이 모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옥천은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왜 막지 않았나?"

이강이 물었다.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당신이 비급을 본 사건이 터졌다. 당신을 저주하는 것으로 한옥천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그 사건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말이다."

청운이 멈춰 섰다. 그들은 산의 중턱에 도달했다. 아래로는 마을이 보였다. 회양의 마을이었다.

"당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청운이 물었다.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검의 기원이다. 백련검파의 창파자가 왜 이 검파를 세웠는지, 그 진정한 이유가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한옥천이 지금까지 숨기고 있는 것들과 정반대다."

청운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만약 그것이 드러난다면, 백련검파는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한옥천은 당신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그 진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의 머리가 무거워졌다. 그는 단지 복수만을 원했다. 민준의 죽음에 대한 복수만을. 하지만 이제 그것은 훨씬 더 크고 복잡한 것이 되어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이강이 물었다.

"당신이 할 일은 간단하다. 살아남는 것이다."

청운이 대답했다.

"한옥천은 당신을 죽이기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할 것이다. 칠살검객도, 그의 직속 제자들도, 심지어 다른 파벌의 제자들까지도 매수할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당신이 복수를 원하면 복수를 할 것이고, 진실을 원하면 진실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남아야 한다."

청운이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강도 따라갔다.

그들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마을의 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봤다. 낯선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을 보고, 아무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청운은 한 집으로 이강을 이끌었다. 작은 집이었다. 하지만 안에는 무술 수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여기서 당신은 쉴 수 있다. 그리고 준비할 수 있다."

청운이 말했다.

"준비?"

"백련검파와의 최종 대결을 위한 준비 말이다. 당신은 충분히 강하다. 하지만 한옥천은 더 강하다. 당신이 이기려면, 당신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청운의 눈이 반짝였다.

"당신이 검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망친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약점이다. 그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이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운이 말한 것이 맞았다.

그가 검을 버린 것이 아니라 도망친 것이었다.

---

밤이 되자, 이강은 작은 방에 누워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에는 여전히 비검 사용할 때 들었던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남아 있었다.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

그것이 자신의 생명이 떨어지는 소리라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비검을 다섯 번 사용했다. 그러면 남은 시간이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자신이 원래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은 확실히 흘러가고 있었다. 손가락의 마비, 시야의 흐림, 호흡의 곤란. 이 모든 것이 남은 시간을 깎아먹고 있었다.

그 생각을 하자, 이강의 가슴이 철렁했다.

---

밤의 적운각.

유성현은 자신의 방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그 위에는 여러 개의 빨간 점이 찍혀 있었다. 이강을 공격했던 제자들의 위치였다.

부하가 들어왔다.

"모두 실패했습니다."

부하가 말했다.

유성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차가웠다.

"실패? 그것은 기대했던 결과다."

유성현이 지도를 집어들었다.

"이강은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강하다. 좋다. 그만큼 유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하가 물었다.

"그렇다면 다음 계획은?"

"청운을 만날 것이다. 지금 이강은 청운의 손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청운과 한옥천이 싸우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강을 이용한다. 그리고 이강이 충분히 약해지면..."

유성현이 손가락을 튕겼다.

"우리가 처리한다."

부하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다음?"

"그 다음은 백련검파가 우리의 것이 된다."

유성현의 눈이 빛났다. 욕망의 빛이었다.

하지만 그 욕망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백련검파 본산의 대전.

한옥천이 앉아 있었다. 주위에는 여러 명의 제자들이 서 있었다. 모두 한옥천 파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이강이 청운의 파벌에 들어갔다."

한옥천이 말했다.

"그렇다면 청운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제자가 말했다.

"당연하다. 그 노인이는 항상 정의로움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강을 보호할 것이다."

한옥천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한옥천의 입이 올라갔다.

"청운을 제거하면, 노장 파는 사라진다. 그러면 남는 것은 우리와 유성현뿐이다. 유성현은 아직 어리다. 그를 제거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다."

한옥천이 칠살검객을 바라봤다.

"칠살검객이여. 이제 당신의 진정한 시험이 시작된다. 청운을 제거하고, 유성현을 견제하거라. 이 두 세력만 제어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칠살검객은 무릎을 꿇었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칠살검객이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마음 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나도 저주를 받은 건 아닐까?

그 질문은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밤이 깊어갈수록, 백련검파의 권력 투쟁은 더욱 복잡해져 갔다.

산 너머, 한옥천은 이강이 청운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운각에서의 만남도, 산길에서의 전투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유성현이 이미 청운과 접촉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운도 유성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세 파벌의 음모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옥천의 제거, 유성현의 야욕, 청운의 복수. 그들은 각각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강은 여전히 그것을 알 수 없었다. 그는 단지 청운의 집에서 쉬고 있을 뿐이었다. 손은 여전히 도끼를 향해 있었다.

비검을 다시 사용해야 할 때가 올 것이었다.

그때마다 자신의 생명은 흘러나갈 것이었다.

모래처럼.

하지만 청운의 손을 잡는 순간, 이강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청운이 자신에게 숨긴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 노인의 눈에는 아직도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 질문은 이강의 마음 속에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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