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비검의 깨어남

칠살검객이 이미 청목동에 도착했다.

민준을 묻은 지 사흘째 아침, 이강은 뒷산 무덤 앞에서 향을 꽂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순간 강희가 나타났고, 그녀의 첫 말은 경고였다.

"마을이 포위됐습니다."

이강은 돌아보지 않았다. 주막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강희의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민준이를 키우면서 강희도 함께 자랐다. 그 아이가 웃으며 '강희 언니'라고 부를 때마다, 강희의 얼굴은 환해졌었다.

"그들이 청목동 북쪽 산길을 막았어요. 마을을 떠나세요. 지금이라도."

이강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십 년을 함께 지냈으면서도, 마을 사람들은 이강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놈들이 여기까지 따라올 거다."

이강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강희는 그 말 속에서 결연함을 느꼈다. 열흘 전까지는 떨리지 않던 손이었다. 도끼를 휘두르고, 나무를 패고, 밥을 지으며 십 년을 묵묵히 견뎌낸 손이었다. 이제 그 손은 다섯 명의 시체를 남기고도 떨렸다.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산 너머로 나가."

"우린 어디로?"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무덤 앞에서 절을 했다. 이마가 흙에 닿을 때,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강희는 그것이 기도인지 다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이강은 청목동 집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마을 사람들이 봤다. 우물가에 서서, 목재소에 서서, 주막 처마에 앉아 그것을 봤다. 십 년을 함께 지낸 '도끼 든 남자'가 낡은 상자를 들고 나오는 것을.

먼저 나온 것은 검술 비급의 필사본이었다. 누렇게 변한 종이 위에 빽빽이 적혀 있는 글씨들—획이 가늘고 날카로워서, 마치 검을 그어놓은 듯했다.

그 다음은 제자 증명서였다. 백련검파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 순간 청목동의 공기가 바뀌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그들이 알던 이강은 죽었고, 새로운 누군가가 그의 자리에 섰다.

이강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산으로 올라갔다.

---

산 중턱의 작은 암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이강은 숨을 쉴 수 있었다.

반나절을 걸어 올라온 이 자리는 세상과 단절된 듯했다. 암자 안에는 석조 불상과 낡은 경전만 있었고, 중은 이미 없는 지 오래였다.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먼지를 부유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강은 검술 비급을 펼쳤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엔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두려움이었다.

십 년 전, 비급을 몰래 본 죄로 저주를 받았다. 검을 들 수 없는 저주. 그것은 절대적이었다. 처음에 이강은 저주를 풀려고 했다. 도사를 찾아다니고, 산사를 돌아다니며, 온갖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검을 들려고 하면 손가락이 마비되고, 팔이 저렸고, 마침내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났다.

도끼질을 하며 살아가다 보니, 저주는 더 이상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삶의 일부였다. 검을 잊고 싶었다. 살수로서의 자신을 잊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에 성공한 것 같았다.

그런데 민준이가 죽었다.

이강의 눈이 필사본의 글을 따라갔다. 글씨가 떨렸다. 종이가 낡아서가 아니었다.

'검이 아닌 것으로 검을 쓴다.'

이강의 호흡이 멈췄다.

'비검(非劍)은 저주의 외부에 있다.'

그 글귀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주는 검(劍)이라는 개념에만 걸려 있다.'

이강은 필사본을 내려놓았다. 암자의 바닥에 앉아,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도끼를 들고 십 년을 일해온 손이었다. 손가락마다 굳은살이 있었고, 손등에는 작은 상처들이 무수했다. 하지만 그것은 살수의 손이 아니었다. 목수의 손이었다. 일꾼의 손이었다.

'검이 아닌 것으로 검을 쓴다.'

그 말이 계속 반복됐다.

이강은 천천히 일어섰다. 암자 밖으로 나갔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떴고, 산 위의 바람은 차가웠다.

도끼를 들었다.

십 년 동안 들어온 도끼였다. 손잡이는 손에 맞게 닳아 있었고, 도끼날은 수천 번의 나무질로 광을 내고 있었다. 이것은 무기가 아니었다. 생계의 도구였다. 평범한 일꾼의 도구였다.

이강은 눈을 감았다.

검기를 불러올렸다.

십 년 동안 억눌렀던 그것. 민준이의 죽음으로 깨어난 그것. 도끼를 들 때마다 손가락 끝에서 맴도는 그것.

처음에는 흐릿했다.

도끼의 손잡이를 통해 흘러내리던 검기는 마치 물처럼 흘러내렸다. 이강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팔뚝을 타고 내려가고, 다시 올라왔다.

하지만 저주는 작동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마비되지 않았다. 팔이 저리지 않았다. 의식이 흐려지지 않았다.

도끼가 울었다.

은색이었다. 마치 검기 자체가 빛의 형태로 변한 것처럼, 도끼의 표면에서 은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공중으로 퍼져나갔다.

이강이 도끼를 휘둘렀다.

한 번의 휘두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번이 아니었다. 수천 개의 검기가 동시에 공중을 가르며 퍼져나갔다. 마치 무한히 많은 검객들이 모두 같은 순간에 자신의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공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암자 주변의 나무들이 베어졌다.

가늘고 큰 나무들이 일제히 허리가 잘렸다. 은빛의 궤적을 따라 나무들은 마치 누군가 정확히 계획한 듯 쓰러졌다. 그 모습은 마치 수천 개의 검이 동시에 그어진 것처럼 정교했다. 가루처럼 부서지는 나뭇가지들이 햇빛 속에서 춤을 춘다.

비검이 각성했다.

그 순간, 이강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갔다.

손등의 주름이 한 줄씩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새로운 선들이 새겨졌다. 마치 한 번에 몇 년을 나이 먹은 것처럼, 자신의 몸이 말라가는 것을 보며 이강은 공포를 느꼈다.

"삼 개월…"

이강이 중얼거렸다.

비검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생명력이 삼 개월씩 단축된다. 그것이 대가였다. 그것이 비검이라는 봉인된 무술의 진정한 의미였다. 검을 들 수 없는 저주를 우회하는 대신, 자신의 시간을 팔아야 했다.

이강은 손등의 새로운 주름을 세기 시작했다. 손가락마다 깊어진 선들을 따라가며,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도끼를 휘두른 것이 한 번이면 삼 개월. 칠살검객과의 전투에서 두 번 더 사용했다면…

"육 개월…"

그는 자신의 나이를 다시 계산했다. 올해 삼십팔. 평균 수명이 육십이라면, 남은 수명은 이십이년. 그런데 비검을 쓸 때마다 삼 개월씩 단축된다면…

손가락이 부들거렸다. 하지만 이번엔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절박함이었다. 현실적인 시간의 무게가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칠살검객과 싸우는 과정에서 이미 육 개월를 잃었다. 앞으로 백련검파와 마주칠 때마다 이 시간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강은 자신의 손을 계속 바라봤다. 주름이 더해질 때마다, 그의 얼굴이 단단해졌다. 공포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결연함이 남았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도끼질 십 년. 그 모든 시간이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도끼를 휘두르며 단련한 팔의 힘, 나무를 패며 익힌 정확한 궤적,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남기 위해 버렸던 모든 것들. 그것들이 하나로 모여 비검을 만들었다. 이강은 더 이상 살수도 아니었고, 목수도 아니었다. 그 둘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산 아래에서 소리가 났다.

말 굽소리였다.

이강이 암자 밖으로 나갔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니, 청목동으로 향하는 길에 수십 개의 말들이 있었다. 무인들이었다. 백련검파의 갈색 옷을 입은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청목동에 도착해 있었다.

이강의 눈이 차가워졌다.

도끼를 들었다. 손가락에서 은빛이 흐르고 있었다.

이강이 산을 내려갔다.

---

산을 내려오는 이강의 발걸음은 빨랐지만 소음이 없었다. 십 년간 도끼를 들며 단련된 몸이 그리했다. 나뭇가지 하나도 부러뜨리지 않고, 낙엽 위도 스쳐 지나갔다. 손에 들린 도끼에서는 여전히 은빛이 흐르고 있었다. 비검의 힘이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청목동에 도착했을 때, 이강은 상황을 한눈에 파악했다.

마을 입구에 말들이 줄을 지어 있었고, 백련검파의 갈색 옷을 입은 무인들이 열 명 단위로 흩어져 있었다. 그들은 이미 강희의 주막을 포위했고, 마을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이강의 눈이 좁혀졌다.

검을 들고 있는 무인은 다섯 명이었다. 나머지는 창을 들었거나 무기를 휴대하지 않았다. 지배인의 심기를 살피는 것처럼, 그들은 한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암살 조직의 수장을 말이다.

그 순간, 마을 북쪽의 지붕에 검객이 나타났다.

검은 망토, 검은 옷, 검은 장갑. 오직 눈만 드러난 그의 모습은 마치 밤 그 자체가 내려온 것 같았다. 칠살검객이었다.

"이강."

그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기계가 주인을 호출하는 것처럼 차갑고 정확했다.

"나는 너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마을의 모든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빼들었다. 하지만 칠살검객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이것은 내 일이다."

칠살검객이 지붕에서 내려왔다. 땅에 발이 닿는 순간, 그의 검에서 일곱 가지 검기가 폭발했다. 마치 일곱 마리의 뱀이 동시에 몸을 날리는 것처럼, 일곱 개의 궤적이 공중을 가르며 이강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이강이 도끼를 들어올렸다.

도끼와 검기가 만났다. 은빛이 검정색과 충돌하며,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폭음이 마을 전체를 흔들었다. 주막의 창문이 깨졌고, 지붕의 기왓장이 떨어졌다.

강희가 마을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비명을 내지 못하게 했다. 아이들이 떨고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칠살검객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일곱 가지 궤적은 이번엔 더 빨랐다. 마치 이전의 공격이 시험이었던 것처럼, 이제 본격적인 살의가 담겨 있었다. 그의 검은 이강의 목, 심장, 양쪽 옆구리, 하복부, 그리고 양 발목을 동시에 노렸다. 도망칠 수 없는 일곱 방향의 죽음이었다.

이강이 도끼를 회전시켰다.

도끼가 원을 그렸다. 은빛의 원이 칠살검객의 일곱 가지 궤적을 모두 차단했다. 검기와 도끼의 기운이 부딪혔고, 그 충돌 지점에서 검정색과 은색의 폭발이 일었다.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강 뒤의 나무들이 베어졌다. 그 뒤의 집 벽도 파였다. 하지만 이강은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너는 왜?"

칠살검객이 물었다. 그의 검에서 다시 검기가 폭발했다.

"왜 도끼를 드는가? 넌 검객이었다. 백련검파의 최고 검객. 왜 그것을 버렸는가?"

이강이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에서 수천 개의 검기가 퍼져나갔다. 칠살검객의 일곱 가지 궤적을 모두 압도하는 은빛의 폭발이었다.

칠살검객이 뒤로 물러났다. 처음이었다. 지난 십 년 동안 그는 한 번도 물러난 적이 없었다.

"나는 명령을 받았다."

칠살검객이 다시 공격했다.

"너를 죽이라는 명령. 그것이 내 존재의 이유다. 나는 칠살검객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넌 누군가?"

이강이 물었다. 도끼를 휘두르며, 칠살검객의 모든 공격을 차단하며, 그렇게 물었다.

"명령을 받기 전엔?"

칠살검객의 검이 멈췄다.

"넌 누구였는가?"

그 질문이 공기를 갈랐다. 이강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의문이 아닌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마치 자신도 같은 질문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이었다.

칠살검객이 다시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일곱 가지 궤적이 이전처럼 정확하지 않았다. 마치 손가락이 떨리는 것처럼, 그의 검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미세한 흔들림 속에는 무언가 깊은 동요가 숨어 있었다. 명령을 받기 전의 자신을 묻는 그 질문이 그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었다.

이강이 도끼를 한 번 더 휘둘렀다.

도끼에서 은빛이 폭발했다. 마치 태양이 땅에 내려온 것처럼, 밝은 빛이 청목동 전체를 비추었다. 마을 사람들은 눈을 감았다. 강희도 팔로 얼굴을 가렸다.

빛이 사라졌을 때, 칠살검객은 이미 하늘로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떠나간 자리에는 무언가 남겨져 있었다. 이강의 질문이 그의 마음에 깊게 박혀 있었다. 명령을 받기 전에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묻는 그 질문이.

이강이 도끼를 내렸다. 손가락에 새로운 주름이 생겨 있었다. 또 삼 개월이 단축됐다는 뜻이었다. 이제 남은 수명은 십구년 구 개월. 시간이 흐르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칠살검객과의 전투만으로도 육 개월을 잃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그 전투들이 자신의 수명을 얼마나 깎아먹을지 이강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천천히 나왔다. 강희가 가장 먼저 나타났다. 그녀의 눈은 이강을 향했다. 그 눈빛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존경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가세요."

강희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어요. 그들은 계속 올 거고, 우리 마을은 더 이상 당신을 숨길 수 없으니까."

강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강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민준이를 잃은 아픔과 이강마저 보내야 한다는 절망이 섞여 있었다.

이강이 도끼를 들었다.

"미안하다."

"미안할 게 없어요."

강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물이 흘렀다.

"당신은 우리를 지켜주셨어요. 민준이도 행복했어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이강의 손이 떨렸다. 나이 든 손이 아니라, 감정에 흔들리는 손이었다. 민준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강희의 눈물을 보며, 이강은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깨달았다. 비검의 힘으로도 민준이를 살릴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떠남으로써 강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었다.

"미안하다. 정말…"

이강이 다시 말했다. 목소리에는 절망이 담겨 있었다.

강희가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주머니가 들려 있었고, 그 옆에는 민준이의 낡은 목걸이가 있었다. 강희가 그것을 이강에게 건넸다.

"민준이가 항상 차고 다니던 거예요. 그리고…"

강희가 잠깐 말을 멈췄다. 눈물이 더 흘렀다.

"백련검파에 도착하면, 청운 노장을 찾으세요. 그분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강이 주머니와 목걸이를 받았다. 손가락이 부들거렸다. 민준이의 목걸이는 따뜻했다. 아이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어떻게 알았는가?"

"우리 마을도 무림과 완전히 떨어져 있지는 않으니까요."

강희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이강이 청목동에서 본 가장 슬픈 미소였다. 민준이를 잃은 아픔과 이강을 보내야 한다는 절망이 그 미소 속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 이강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강이 마을을 떠났다.

산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

그날 밤, 한옥천은 자신의 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칠살검객이 나타났다.

"실패했는가?"

한옥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그놈의 검기가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칠살검객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의심. 불안. 그리고 어떤 깊고 검은 감정. 마치 자신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듯한 불안감이었다.

"그렇군."

한옥천이 차잔을 내려놨다.

"그렇다면 이번엔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이강이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백련검파의 모든 세력이 움직이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한옥천이 창을 통해 밤의 도시를 바라봤다.

"그리고 유성현을 감시해라. 그 놈이 이강과 손을 잡은 것 같다. 신진 파가 움직이면, 노장 파도 움직일 것이다."

한옥천의 얼굴에는 미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계산의 미소가 아니었다. 무언가 더 깊은 것을 알고 있는 자의 미소였다.

"이강이의 비검이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칠살검객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시작이다. 파벌 간의 균형이 깨질 것이고, 그 틈에서 우리가 움직일 것이다. 유성현과 노장 파는 이강이를 이용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백련검파는 분열될 것이다."

한옥천이 차를 다시 마셨다.

"그리고 이강이를 백련검파 내부로 끌어들일 때, 진정한 게임이 시작된다. 유성현을 통해서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든 말이다."

칠살검객이 절을 했다. 하지만 그가 떠나갈 때,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나도 저주를 받은 건 아닐까…"

칠살검객의 중얼거림이 밤의 복도에 흩어졌다. 그의 발걸음도 이제 예전처럼 정확하지 않았다. 명령을 받기 전의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묻는 그 질문이 그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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